the Oriental Matrix - 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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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riental Matrix
第壹章 - 惡魔之計
평범한 대학생의 생활은 그저 챗바퀴 같이 굴러갈 뿐이다. 대학에 와서 신기한 무언가가 가득할 때는 신입생, 그것도 여름방학 직후 정도가 끝이다. 한 해가 흘러가면 작년과 똑같은 상황에서 선배들의 바로 그 자리에서 똑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학문의 전당, 상아탑, 그런 것은 허울 좋은 말들일 뿐. 결국은 여기도 사람 사는 세상이고 사람 사는 세상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게 되어 있다. 가만 맡으면 향기롭다가도, 또 가만 맡아보면 역겨운 그런 냄새 말이다.
대학에 오면서, 이번 만큼은 사람을 잘 사귀어 두겠다고 다짐하고 왔는데, 사실 지금 돌이켜 보면 나는 아무레도 사교적이지 못한 사람 같다. 내가 가입한 동아리의 선배 몇몇과 삼 년째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 그것이 전부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멀어지고, 만나지 못하면서 결국 지금은 연락하기도 머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괜한 생각을 접고 머리 위로 떨어지는 물의 따듯한 온기를 느껴본다. 샤워기에서 나와 적당히 식으며 온 몸을 따끈하게 감싸주는 이 기분. 아. 세상 모든것이 다 내 것만 같아지는 기분이 아니고 무엇일까.
갑자기 한쪽으로 생각하니까 또 내가 한심하게 생각된다. 어차피 운동하러 갈 건데, 가서 땀 흘리고 또 씻을 걸 뭐하러 이렇게 샤워를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채운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샴푸를 짜내서 머리를 씻어내고, 비누로 몸을 행구어낸다. 면도할 필요는 없으려나?
"에이.. 괜히 면도까지 해서 뭐하나.. 누구 잘 보일 사람 있는 것도 아닌데, 쿠쿠.."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샤워기의 물을 잠그고 수건으로 온몸을 닦는다. 거울을 들여다 보니 뿌연 습기 사이로 어렴풋이 내 몸의 윤곽이 보인다. 근육도 많고, 뼈도 굵게 벌어졌지만 아무레도 비대한 덩어리.
"아아.. 그나마 근육이 많은 체질인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나.. 이놈의 살은 왜 빠지지도 않을까.. 찌울 때는 세상에 그렇게 쉬운 일이 없는데 말이야. 제기랄."
수건걸이에 걸린 낡은 갈색 수건을 걷어내어 머리카락 부터 얼굴, 목, 팔, 가슴, 배, 종아리, 사타구니, 등 순서로 물기를 닦아낸다. 아련하게 느껴지는 한기, 얼굴에 가볍게 드는 팽창감. 이 기분에 샤워를 하는 게 아니고 무어란말인가!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얼굴에 화장품을 찍어 바르고,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머리를 말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옷을 차려입고,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나설 채비를 한다. 하루하루가 똑 같은 나의 삶이지만, 그래도 나의 공간인 이곳. 깨끗하지도, 화려하지도, 멋지지도 않은 그런 공간을 떠나는 것은 미묘한 아쉬움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낡은 특수키의 키박스가 둔탁하게 돌아 걸리는 소리. 그 소리와 함께 나는 나의 공간에서 빠져나와 금요일 1교시의 빌어먹을 수업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아무리 좋아하는 교수님 수업이라지만 금요일 1교시는 정말... 샹... 내 다시는 1교시 수업 수강신청 하지 않으리.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그래도 위안 삼을 만한 거리가 있다면, 바로 내가 자취하는 원룸에서 내가 수업하는 건물까지 지루하게 이어진 커다란 계단이다. 나는 일명 "천국의 계단"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내가 장난스럽게 그 계단을 그 이름으로 부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계단이 너무 길고 많아서 그런 줄 알지만... 사실 내가 그런 이름을 붙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단 말이지.
오늘은 어떤 분의 아리따운 자태를 감상하실까나... 크흐흐흐 대한 변태협회는 현 정권을 지지한다는 웹툰이 빈말이 아니네그려. 하루하루가 다르게 짧아지고, 얇아지고, 팔랑거리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하리오! 내 육신을 현세에 내어주신 조상님들을 찬양할 일이로세. 큭큭큭.
상상의 나라를 자주 입국하는 나에게는 아침의 활력을 불어넣는 더없이 좋은 포인트다. 임박한 수업시간과 바쁜 걸음걸이는 남 시선을 신경쓰지 못하도록 만들고, 치맛단을 더 격하게 흔들리고, 다리를 더 높이 올리도록 만든다. 보일 듯 말듯(실제로 작정하고 고개를 숙여 보지 않는 이상 직격으로 보기는 힘들지만)한 아슬아슬함! 여자들은 도데체 무슨 심리로 저런 옷을 입는 것일까. 자신의 음탕한 노출증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수단일까, 아니면 상대에게 더욱 섹스어필하기 위한 원시적 본능일까.
아차차.. 딴 생각 하다 하나 놓쳤구만. 에그... 신경써서 뭐하나, 난 좋은구경 하고 보람찬(?) 하루를 맞으면 그만일세 그려... 처자들 복받을게야, 내 눈에 이토록 보시를 베푸니. 크흐흐흐.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서 요염하게 흔들리는 가는 허리와 육덕진 엉덩이. 적당히 음탕하게 나풀거리는 치마와, 그 바로 아래에 존재할 나의 메카, 상상의 영역!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그는 분명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욱 만족감을 느꼈으리라. 두 번째 작품 답게 훨씬 아름다운 예술을 만들어주었으니!
미끈한 다리의 처자를 따라 계단을 오르다 보니 다리에 힘이 솟는 기분이다. 덕분에 강의실 까지 오는 게 정말 즐거웠다. 오늘 따라 속이 살짝 비치는 검정색 미니스커트에 살색 스타킹을 신은 미끈한 여학생이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지 속옷이 보일 듯 말 듯 한 것도 신경쓰지 못하는 눈치다. 오오. 행운의 여신에게 찬양을.
천국의 계단을 지나, 교수연구동을 스쳐 내가 수업할 강의동에 도착하였다. 정경대학 301호. 대학에서 배운 내용과 상관없이 그저 세상에 맞추어 살아오신 아버지의 삶을 거울 삼아, 나는 오로지 "재미"를 기준으로 학과를 선택하였는데, 그게 바로 정치외교학이었다. 사회에 나가서 별 쓸모 없는 내용들을 배우지만, 의외로 이 학과엔 나와 같은 이유로 이곳에 온 녀석들이 꽤나 있어서 학문 자체에 대한 열의는 상당한 편이다. 이런 놈들만 빼면 말이지.
"형. 수업들어가요? 왠일이레.. 출석도 부를 시간도 전에 여길 다 올라오구..크크."
"어... 나 1교시 XXX교수님 수업이라서. 오늘 나 발제하는 날이라 쫌 일찍 나와봤지."
처음에는 나도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이 부류 녀석들에게도 한계를 느낀다. 대책도 없이 그저 평등평등 외치는 녀석들. 진짜 맑스가 뭔지도 모르면서 "맑스의 추종자이자 진보"라는 등의 해괴한 논리를 펼치는 녀석들. 그리고 영맨 뺨치는 이 삐끼질까지...
"형, 이번에 투쟁 안나갈레요? 아니면 저녁에 촛불집회 할건데 머릿수라도 좀 채워줘요."
"지랠... 너 어제 밤샌거냐? 공부를 그렇게 해봐 짜식아. 대단하다 진짜..."
내 퉁명스러운 대답에 초췌한 남방과 면바지를 걸친 녀석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너스레를 떨며 갖고 있던 담배에 불을 당겨 피워문다. 녀석이 담뱃갑을 신경질적으로 구겨서 쓰레기통으로 던지는 걸 보면, 방금 피워 문 녀석이 돗대였나보다.
"아.. 어제 플렌카드 문구 정하고 그거 쓴다고.. 잠시 눈 붙였다 뜨니 지금이네."
"마, 좋지도 않은거 좀 끊어라 임마. 쪼끄만한게 나도 끊은 걸, 왜 도로 니가 배워서 이러냐? 몸 챙겨 가면서 작작하고. 나는 수업 들어간다 수고해라잉."
"엉! 수고!"
나는 녀석을 만났던 2층을 지나 내가 수업을 들을 3층으로 올라간다. 오늘은 내가 발제를 준비한 날이기도 하기 때문에 조금 서두른 편이어서, 항상 턱걸이로 출석하던 평소에 보이던 학교의 분위기가 아니라, 꽤나 여유로운 분위기다.
"자. 슬슬 시작해 보실까요?"
USB를 꽃고 프레젠테이션을 체크하는 와중에 교수님이 들어오시고 출석 체크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평소에 하던 대로, 불 끄고, 빔프로젝터 켜고. 발제 시작!
"............자, 이렇게 해서 저자는 우리가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네셔널리즘의 현상들이 대부분 그 이데올로기의 파급으로 이득을 볼 부류들의 "공감"을 토대로 한 "상상"의 구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자신들의 상상의 산물을 민족, 국가라는 이름으로 공감대를 강요하고, 이를 위해서 상상의 조작, 즉 일본이 현재 저지르거나, 국내의 일부 정치단체가 저지르고 있는 소위 "왜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럼, 질문 청하겠습니다............"
질문을 청하자 마자, 언제 그 곳에 있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굉장한 얼굴의 한 여자가 손을 들어올린다. 학생이 잘 입지 않는 짙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속에 입은 셔츠 윗 단추가 많이 열려있는데다 가슴이 바람직해서, 정장임에도 상당히 색기를 흘리고 있었다.
음. 이정도면 나름대로 꽤나 만족스러운 발표다. 이제 질문만 잘 막으면 되는데... 어? 저건 누군가. 이 수업 원래 듣던 사람이던가? 저렇게 야시시한 옷차림의 사람을 내가 기억을 못 할 이유가 없는데... 누구지?
"네. 뒤쪽의 여자분."
"발표 잘 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발표자께서는 저자가 주장한 "공감대의 강요"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동의하시는 것 같은데.. 자신이 가진 생각, 곧 상상을 여러 사람에게 파급하여 목적을 이루려는 것은 인류 대대로 내려온 정치활동이 아닌가요?"
윽, 이 여자 도데체 뭐야. 이 정도면 교수들한테나 나올 법한 질문인데, 이 정도 질문을 할 인간을 내가 기억을 못할 리가 없는데.. 도데체 누구지? 아... 난해한 질문이군
"물론, 자신의 이념은 그 스스로가 사회에 이상적인 상황에서 실행하여 본 바 없으므로 상상의 산물이 맞습니다. 역으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말할 수 있는 이념이 있다면 그건 그 스스로가 궁극의 정치 지향점이거나, 이념이라 할 만한 가치도 없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저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상상의 파급 그 자체를 말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상상을 남에게 강요하고, 그를 위해 비열한 수단을 동원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등의 행위에 반대한다는 것이지요."
나의 답변이 끝나기가 무섭게 예의 그 여자가 다시 한 번 반박해온다.
"결국은 우는 아이 딜레마로 돌아갑니다. 아무리 그 상황에서 아이에게 합리적인 설명을 제시하여 달래는 것이 "옳은" 일이라 할지라도, 아이의 지적 수준이나, 전반적인 행위의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사탕을 주는 것이 "나에게 좋은"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의견은 인간의 초자아를 과대평가하신 것 같군요."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러면 나도 할 수 없지. 궁극의 방어기술이다.
"정치학의 궁극적 지향점은 Good이 아닌 Right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은, 국가가 할 수 있는 무관심과 무능력에 대한 변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작정 가리고 차단한다고 하여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지요, 누구든, 그 스스로의 마음에 따를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나의 말에 여자는 왠지 무언가 답을 얻은 듯한 기분나쁜 미소를 짓는다. 자신의 의견에 내가 합리적인 의견으로 반박하였다기 보다는, 자신이 쳐 놓은 그물에 기특하게도 내가 원하는 대로 놀아나 주었다는 득의양양한 미소 말이다.
"결국은 다시 원점이로군요. 더 이상 질문 없습니다."
나의 정곡을 찔러오는 질문, 분명 내가 밀리지 않았음에도 이상하게 기분나쁜 질문 뒤에는 크게 신경쓰이는 질문이 없었다. 그저 상투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만한 것들이었고, 그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답안을 준비하여 왔으니까. 그렇게 발제는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그 여자에 대한 찝찝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었다.
"위이이이잉"
"엥? 금요일 점심 때 나한테 문자 보낼 사람이 없는... 있었구나 젠장 난 죽었다."
- 아직 집에서 쳐 구르고 있지. 뻔해. 늦기만 해봐 죽는다 -
금요일이라 여자친구가 자취방으로 놀러 오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각을 접고 집 근처 지하철역으로 급히 마중을 나갔다. 기다리는 걸 싫어하는 여자친구는 나만의 세계에 빠져 곧잘 약속에 늦곤 하는 날 위해 이렇게 미리미리 확인문자를 보내는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잘 안맞더니 요즘에는 이런 식으로 신기(?)마저 의심될 정도다.
- 마누라. 뭘 먹고 싶으시길레 이렇게 까칠하시나 -
"위이이이잉"
- 갈메기살 -
"크크크크크, 역시 내 짝지는 화통해서 좋다니까."
역에서 나온 그녀를 보니 오늘 따라 눈부시게 예쁘다. 낮에 그 이상한 여자의 찝찝함이 계속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지만, 그녀에게 평소처럼 고기를 구워주다 보면 어느새 다 잊게 될것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나는 그렇게 하질 못했는데, 덕분에 여자친구에게 몇 번이나 핀잔을 받아야 했다. 이상하다. 이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 고기를 먹고 집에 도착한 내내 그 기분은 가시지를 않았다. 이제는 그 여자를 생각하면 처음에 있었던 이질감은 없어지고 왠지 모를 울적한 기분마저 들었다.
제기랄. 머릿 속에 왜 그 여자가 떠나질 않지? 에라. 이럴 땐 섹스가 최고다!
나는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그 여자의 생각을 한 쪽으로 몰아넣곤, 옆에서 컴퓨터를 하던 여자친구의 입술을 덮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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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이 졸작을 응원해 주셨습니다.ㅠ
아 이렇게 감동적인 일이.
죄송한 말씀을 먼저 올리자면,
제가 개인적 취미로 쓰는 글이라...
비축분이 생각보다 많이 없습니다.
그래서 연재 주기가 비교적 불규칙할 지도 모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ㅠ
장르에 대해 말씀하신 분이 있었는데요...
좀 애매하긴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분명히 무협이 맞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더불어 일전의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연휴 동안 즐겁게 보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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