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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O의 이야기 - 3장 3편 <원제:Story of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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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43 회 작성일 24-01-09 03: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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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는 지금까지 르네의 사무실에 가본 적이 없었다. O는 샹제리제 거리에 반듯반듯하게 하늘로 치솟은 건물에도, 아메리카 스타일의 사무실에도 놀라지 않았지만, 자신을 매정하게 대하지 않고 받아들인 르네의 태도에는 정말이지 현기증을 느낄 정도였다.


그는 갑작스런 O의 행동을 나무라거나 이유를 캐물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주었으면 O의 기분이 오히려 편해졌을 텐데. 왜냐하면 그는 자기 업무가 방해가 되는 것을 무엇보다도 싫어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무실에 찾아간 자체가 그 금기 사항을 깨뜨린 것이었다.


르네는 자기 비서를 불러들여 누가 찾아와도 없다고 하고, 전화도 연결해 주지 말라고 명했다. 그리고 나서 O에게 무슨 일 때문에 사무실에 왔냐고 물었다.
 
“날 사랑하는 마음이 완전히 없어졌는지‥‥‥불안한 마음을 견디지 못해 왔어요.”


하고 O가 말했다. 르네가 빙그레 웃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군, 갑자기 웬일이지?”
 
“그래요,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어디에 갔다가 오는 길이었는데?”
 
O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고 르네가 웃었다.


“난, 모두 알고 있어. 당신은 바보야. 안느마리한테 갔다 오는 길이지? 그리고 또 열흘 후에는 사모와로 가기로 돼 있고 스테판 경의 전화가 조금 전에 걸려왔었지.”
 
르네가 테이블을 마주 보고 있는 의자에서 일어나 소파에 엉덩이를 내려놓고 O를 품에 안았다.
 
“앞으로 어떻게 되든 나는 상관없지만‥‥‥‥”


하고 O가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르네에게 물어보았다.


“물론이지, 당신을 사랑하지. 하지만 내가 말하는 걸 잘 들어야 돼. 당신은 내가 지시한 걸 제대로 지키지 않았어. 당신은 쟈크리느에게 당신이 스테판 경의 소유물이라는 걸, 또 로와시 저택의 일을 모두 일러바쳤지?”


O는 딱 부러지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쟈크리느는 내 애무를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실을 안다면 ‥‥‥‥ ”


르네는 O가 끝까지 이야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O를 일어서게 한 뒤 조금 전에 자기가 앉아있었던 안락의자에 밀어 붙이고 스커트를 걷어 올렸다.


“와! 코르셋을 걸쳤군. 당신의 허리가 멋있게 가늘어지면 더욱 아름다워질 거야.”


하고 그가 말했다. 그리고 O를 껴안았다. 르네에게 안긴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따라서 르네가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어떤지 큰 걱정을 하고 있던 O는 그런 생각을 일시에 씻어 내버리는 사랑의 증거를 본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한참 만에 그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쟈크리느에게 털어놓지 않은 것은 잘못한 거야. 우리들은 쟈크리느를 로와시로 데리고 가지 않으면 안돼. 그리고 그 일에는 당신이 제일 적격이었지. 하지만 안느마리한테 갔다가 오면 당신은 쟈크리느를 유인해 낼 수가 없어.”
 
O는 당연히 그 이유를 캐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이야기 해줘도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하지만 당신한테는 아직 닷새가 남아있어, 꼭 닷새지. 왜냐하면 안느마리한테 가기 5일 전부터 스테판 경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당신을 채찍질할거야. 당신이 그 채찍질에서 벗어나지 못찬다는 것은 확실해. 그렇게 되면 당신은 그 채찍질 자국을 쟈크리느에게 뭐라고 설명할 생각이지?”


O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르네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쟈크리느는 O가 그녀에게 표시하는 열정에만 흥미를 기울이고, 또 쟈크리느가 결코 O를 주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만약 자신이 채찍을 얻어맞아 지렁이 기어가듯 온몸이 시퍼렇게 멍든다고 해도, 쟈크리느가 보는 데서 샤워하는 것을 피하고 나이트 가운으로 감싸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쟈크리느도 알아차리지 못할 게 아닌가?


쟈크리느는 O가 슬리퍼를 신지 않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녀는 어떤 것에도 감각 안테나를 기울이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O가 쟈크리느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다.


“내 말을 들어봐.”


하고 르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당신이 쟈크리느에게 한 가지 말해 줄 게 있어.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그건 내가 쟈크리느를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
 
“그게 정말이에요?”


“나는 쟈크리느를 소유하고 싶어. 당신이 어느 것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또 해보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직접 나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려는 거야.”
 
“쟈크리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로와시 에는 가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


“안돼, 그러면 억지로라도 데려갈 거야.”


깊은 밤이 .되어 쟈크리느가 돌아와 침대 속으로 기어 들어 왔을 때 O가 입을 열었다.


“르네가 너를 사랑한다고 했어.”
 
그리고 시트를 벗겨내고 램프 불빛에 드러난 쟈크리느의 몸을 살펴 보았다. O는 쟈크리느를 대하자마자 이 말을 전하겠다고 르네 하고 약속을 했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채찍질을 수없이 당해 여위울대로 여위었던 이 몸뚱어리, 네 갈래 다섯 갈래로 찢기는 듯한 학대를 받았던 아랫부분, 울고 흡입하고 신음을 내느라고 한 것 더러워진 입, 그리고 한시도 흘러내리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던 볼 등을 쟈크리느의 몸매에서 그려내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지만, 지금 O는 르네의 마지막 말을 되 뇌이면서 행복감을 맛보고 있었다.


쟈크리느도 영화 촬영 때문에 지방으로 떠나버렸기 때문에 그녀가 돌아오기로 되어 있는 8월 초순까지는 O를 파리에 붙잡아 매 둘 어떤 사정도 없었다. 7월 초순이 다가오자 모든 정원은 검 붉은색의 제라늄이 빛을 발하고 따가운 햇살을 막아내는 차양은 잔뜩 끌어내려 지게 되었다.


르네는 스코틀랜드에 출장을 가게 됐다며 한숨을 내뿜고 있었다. O는 그때 자신도 데려가 주었으면 하고 희망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결코 자기 가족에게 소개시킬 생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스테판 경이 희망하던 자신을 그에게 양도해 버릴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르네가 런던 행 비행기를 타는 날, O를 데리러 오겠다는 스테판 경의 전화가 있었다. O는 휴가를 받아 출근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들은 안느마리한테 갈 거요. 그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소. 그냥 날 따라오기만 하면 되고 준비할 건 없어.”
 
그곳은 O가 처음 안느마리를 만났던 기상대 근처의 아파트가 아니라 폰텐느브로 숲 속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으면서 왜 널찍한 정원을 지니고 있는 집이었다.


O는 그 날 이후 안느마리가 준 코르셋을 계속 착용하고 있었다. 그것은 하루하루 O의 허리를 옥죄어 지금은 거의 열 손가락으로 쥘 수 있을 정도로 날씬해졌다. 안느마리는 만족할 것이다.


두 사람이 방문한 시각은 오후 2시경으로 집안은 쥐 죽은 듯 아주 조용했다. 벨소리에 개가 짖어댔다. 그 개가 O의 드레스 밑에서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으려 했다.


안느마리는 정원 구석에 있는 너도밤나무 밑에 있었다. 그녀는 일어서지도 않았다.


“O를 데리고 왔습니다. 당신은 O에게 무슨 일을 해야 되는지 잘 알고 있을겁니다. 준비는 다 됐겠죠?”


하고 스테판 경이 말했다.
 
안느마리가 O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이 아가씨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요? 어쨌든 좋아요. 바로 시작하죠. 대강 오늘부터 열흘 정도는 필요할 거예요. 당신은 쇠고리와 문장을 달고 새기는 데 직접 참가하고 싶겠죠? 2주 후에 오세요. 그때까지는 모든 준비를 끝낼 테니까요.”


O는 입을 열고 질문하고 싶었다.


“자, O.”
 
하고 안느마리가 말했다.
 
“방에 들어가서 옷을 벗도록 해, 샌들만 제외하고 전부. 그리고 다시 이곳으로 와.”
 
그 방은 비어 있는 곳으로 보라색 커텐이 장식돼 있는 하얗고 커다란 방이었다. O는 핸드백과 장갑과 옷을 벗어 작은 의자 위에 올려 놓았다. 거울도 없었다.


O는 밝은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천천히 방문을 열고 나와 너도 밤나무 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테판 경은 변함없이 안느마리 앞에 서있고 개는 그의 발 앞에 웅크리고 있었다. 안느마리의 머리카락은 기름을 발라놓은 듯 빛나고 그녀의 파란 눈은 검게 보였다.


안느마리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허리에는 유약이 칠해진 것처럼 반짝이는 벨트를 매고, 역시 빛을 발하는 샌들을 신고 있었다. O가 방문을 열고 나왔을 때 안느마리는 붉은색으로 채색된 손톱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O! 스테판 경 앞에 무릎을 꿇어.”
 
O는 두 손을 등 뒤에서 움켜쥐고 젖꼭지를 진동시키면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개가 O에게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가만히 있어! 틀크.”
 
안느마리가 개를 제지한 뒤 말했다.
 
“스테판 경이 네 몸에 쇠고리를 달고 문장을 새기려 하는데 그 방법과 과정을 자세히 알지 못해도 승낙할 수 있어?”
 
“네에.”
 
하고 O가 대답했다.


“그럼, 스테판 경은 돌아가세요.”
 
스테판 경이 몸을 구부려 O의 유방을 거머쥐고 키스했다.
 
“당신은 내 거요, O. 누가 뭐라고 해도 당신은 내 소유물이오.”
 
그리고 스테판 경은 의자에서 일어난 안느마리의 뒤를 따라서 나갔다. 정원 저쪽에 있는 문이 ‘쾅’ 하고 닫힌 뒤 안느마리가 되돌아왔다. O는 이집트의 조상처럼 두 무릎을 꿇고 그 무릎 위에 두 팔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발뒤꿈치로 엉덩이를 바친 자세로 앉아있었다.


그 집에는 안느마리 말고 젊은 세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들은 이층에 각자 자기 방을 갖고 있었다. O에게는 아래층이 있는 안느마리의 방과 불이 있는 작은 방이 주어졌다. 안느마리가 그 여자들을 불러 정원으로 내려오라고 했다. 세 여자 모두 O처럼 알몸 이었다. 여자들만 생활하는 이곳은 정원 둘레에 높은 담이 창문마다 덧문이 달려 있어 바깥세상과 차단 하려는 저기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옷을 걸치고 있는 사람은 안느마리와 여자 하인들 ㅡ 안느마리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와 두 가정부 ㅡ 뿐이었다.


“이 아가씨는 O라고 하지.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이쪽으로 데리고 와.”


하고 다시 의자에 앉은 안느마리가 말했다.


젊은 여자 둘이 O를 일으켜 세웠다. 두 여자 모두 피부 색깔이 갈색이었고 머리카락은 탐스럽게 솟아난 덤불과 같이 검은색이고 젖꼭지는 길고 칙칙한 색을 띠고 있었다. 나머지 한 여자는 작은 몸집에 금발로 녹색눈을 가졌고 그녀의 허벅지 앞쪽과 허리의 하얀 살갗 위에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파란정맥이 그대로 불거져 나와 있었다.


두 여자는 O를 안느 마리 바로 앞에 세웠다. 안느마리가 O의 궤적을 그리고 있는 세 가닥의 검은 선을 가리키며
 
“누가 너에게 채찍질을 했지, 스테판 경?”


하고 물었다.
 
“네에.”


O가 대답했다.


“어떤 걸로? 그리고, 언제?”
 
“사흘 전에 말채찍으로 그랬어요.”
 
“내일부터 한 달 동안 너는 채찍질을 당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오늘은 너의 방문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내가 네 몸을 조사 하고 난 뒤 채찍질을 가할 거야. 스테판 경은 아직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허벅지 안쪽을 때린 적은 없지? 분명히 없었을 거야. 어느 누구도 거기에 채찍을 대지는 않을 거야. 우리들이 직접 해 보일 테니까 기대를 가져봐. 어디, 허리 좀‥‥‥음, 괜찮은데!”


안느마리가 O의 허리가 얼마나 가늘어 졌는가 확인해 보려고 손을 대서 조여 봤다. 그리고 금발 여자에게 다른 코르셋을 갖고 오라고 해서 그것을 O에게 착용시켰다. 그것 역시 검은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것이긴 하나 양말대님이 달려 있지 않았다.


갈색 피부를 가진 여자들 중 하나가 끈을 조여 주었었는데 끈을 매고 있는 사이 안느마리가 한껏 조이라고 지시했다.
 
“답답해서 견디지 못하겠어요.”
 
하고 O가 말했다.


“알고 있어. 이건 네가 더욱 아름다워지려고 하는 거야. 하지만 아직도 충분하지 않아. 이대로 매일 착용하고 있도록 해. 그리고 스테판 경이 너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봐. 그것을 모르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니까.”
 
안느마리가 O의 아랫배에 손을 내밀어 아프도록 거머쥐었다. 하지만 O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두 여자는 잔디에 앉아있었고 세 번째 갈색 피부를 가진 여자는 안느마리가 앉아있는 의자 옆에 앉아 있었다.


“너희들, 이 아가씨를 쓰러뜨려. 내가 조사할 수 있도록.”
 
O의 몸이 잔디 위에 눕혀졌다. 두 여자가 O의 몸을 활짝 열어 젖혔다.
 
“물론 너는 대답할 필요가 없어. 낙인은 너의 히프에 찍지 않으면 안 될 테니까. 이제부터 너는 팔찌를 차야만 해. 콜랫트는 가서 상자를 갖고 와. 누가 이 아가씨한테 채찍질하게 되는지, 제비를 뽑도록 해. 자아, 모두 음악실로 가자고.”


콜랫트 라는 갈색 피부를 가진 여자는 그들 중 제일 몸집이 큰 편이었단. 갈색 피부를 가진 다른 여자는 크레르라고 하고 작은 체구의 금발 여자는 이본느 라고 했다.


O는 콜랫트와 크레르, 이본느 세 여자 모두 로와시 저택에서처럼 가죽으로 만든 목걸이와 손목을 결박할 때 쓰이는 팔찌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알았지만 그다지 신경에 거슬리지는 않았다. 게다가 세 사람 모두 발목에도 같은 것을 차고 있었던 것이다.


이본느가 O에게 적당한 팔찌를 골라 채워주고 있을 때, 안느마리가 O에게 번호표 네 장을 내밀면서 거기에 기입돼 있는 숫자를 보지 말고 자기와 여자들에게 한 장씩 나누어 주라고 했다.


O는 손에 쥔 번호표를 안느마리의 지시대로 네 여자에게 한 장씩 분배했다. 세 여자는 각자 자기에게 건네진 번호표를 들여다보았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안느마리의 입이 벌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②야, ①은 누구지?”


안느마리가 말했다.
 
①은 콜랫트 였다.
 
“O를 데리고 가, 이 아가씨는 네 거야.”


콜랫트는 O의 두 팔을 잡고 양쪽 손목에 채워져 있는 팔찌의 고리를 등 뒤에서 연결시켜 결박했다. 그리고 O를 자기 앞에 세웠다. 양쪽으로 열려 있는 프랑스창의 밑에서 앞장서서 걷고 있던 이본느가 O의 샌들을 벗겼다. 프랑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천장이 높아 원형 무대처럼 생긴 방 안은 조금도 어둡지 않았다. 타원형을 이루고 있는 천장은 활 모양으로 굽은 양쪽 끝이 날씬한 두 기둥에 의해서 떠받쳐지고 있었다.


네 계단 정도의 높이를 지닌 무대는 두 기둥 사이에서 반원형모양으로 앞쪽으로 뛰어나와 있었다. 무대의 바닥은 다른 방의 바닥과 마찬가지로 붉은 펠트 카페트로 뒤덮여 있었다. 벽은 하얀색이고 창문의 커텐은 빨간색, 소파는 카페트와 똑같은 붉은 펠트였다.


이 방의 장방형 벽에 벽난로가 있는데 그것은 안이 깊다고 표현하기보다는 폭이 넓다고 하는 게 더 나을 성싶었다. 그 벽난로 정면에는 전축 기능을 겸비한 라디오가 있고 그 옆에 레코드가 꽃혀 있었다. 음악실이라고 불리 우는 것은 저 앰프 세트가 구비돼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 방은 난로 양쪽에 문이 있는데, 한쪽은 안느마리의 방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방 안에는 소파와 앰프를 제외한 어떤 가구도 눈에 뜨이지 않았다.


콜랫트가 O를 그 무대 가장자리 ㅡ 무대 중앙에는 계단이 없고, 양쪽 기둥 옆에만 있었다. ㅡ 에 앉히는 사이에 나머지 두 여자가 덧문을 끌어당기고 프랑스 문을 닫았다. O는 이 방의 창문들이 모조리 이중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그때 안느마리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 방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야. 벽도 이중으로 돼 있고 그 사이에는 콜크로 채워져 있지. 따라서 여기에서 아무리 큰 소리를 질러도 집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해. 담장 밖에서는 말할 것도 없지. 자아, 거기에 드러눕도록 해.”


안느마리가 O의 어깨를 잡고 붉은 펠트 위에 눕힌 뒤 앞쪽으로 조금 잡아당겼다. 안느마리도 무대 끝에 찰싹 달라붙었다. 이본느가 O의 손을 고리에 동여맸다. 그래서 O의 허리는 허공에 뜨게 되었다. 안느마리가 O에게 두 무릎을 가슴 쪽으로 꺾으라고 지시했다. 이어서 O는 갑자기 두 발이 잡아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O의 복사뼈 위에 채워진 고리에 가죽 끈 이 끼워지고 그 끈이 두 기둥에 묶였기 때문이다.


O는 두 기둥 사이 한가운데에 머리를 바닥 쪽으로 두고 물구나무서기라도 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O 자신의 눈에 보이는 부분은 고작 해서 복부의 움푹 패인 부위와 난폭하게 벌려진 두 다리뿐이었다. 한 마디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안느마리가 O의 허벅지 안쪽을 어루만졌다.
 
“여기가 제일 부드럽지, 사람의 몸에서. 여기에 상처를 내지 않도록 해. 너무 세게 때리지 마, 콜랫트.”
 
콜랫트가 가랑이를 벌리고 서서 채찍을 만지작거렸다. O는 갈색으로 반짝이는 콜랫트의 두 다리 사이에 늘어져 있는 채찍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복부에 타는 듯한 충격을 받고 O는 이를 악물었다. 콜랫트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겨 잠깐 선 뒤, 다시 시작했다. O는 힘이 남아 있는 한 늘어지지 않고 발버둥치려고 애썼다.


O는 자신의 사지를 붙들어 매고 있는 가죽 끈이 몸을 가리가리 찢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O는 애원을 해보겠다는 생각이나 관용을 구걸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하지만 안느마리는 O가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애원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더 빨리! 더 세게!”


하고 안느마리가 콜랫트에게 지시했다.


O가 몸을 경직시켜 보았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1분후, O는 더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쏟아냈다. 안느마리가 다가와 O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조금만 더 참도록 해, 바로 끝날 데니까. 딱 5분간이야, 5분. 너는 실컷 울어도 돼. 지금 시간이 25 분이니까, 콜랫트, 30분이 되면 채찍을 멈추도록 해, 시간은 내가 알려줄 테니까.”


하지만 O는 쉬지 않고 울음을 터뜨리면서 애원했다.
 
“그만, 그만해요! 제발 부탁이에요!”


O는 이미 1분 아닌 단 10초도 그 고문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아아, 더는 못 참겠어!’ 하지만 O는 마지막까지 견디어냈다.


콜랫트가 처형대 에서 내려올 때 O를 바라보는 안느마리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내게 감사해야 돼.”
 
하고 안느마리가 O에게 말했다.


O는 그대로 안느마리에게 감사를 표했다. O는 왜 안느마리가 방문 첫날 자신을 채찍질하게 만들었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깨닫고 있었다.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여자들도 잔인하고 집념을 보이면 무섭다는 사실을 O는 절대로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O는 안느마리가 자기의 위력을 과시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과 공범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O는 결코 자신의 마음 속 에 있는, 모순으로 가득 찬 혼란스러운 움직임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중요한 한 가지 진실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인정할 수는 있었다. 즉, O 자신은 고문의 개념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O는 고문당할 때의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배반해도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그 고문이 끝나면 견디어낸 사실로 행복감을 느끼고, 좀더 가혹 했었으면, 좀더 시간이 길었으면 그만큼 더 행복했었을 텐데‥‥‥하고 아쉬워하는 것이다.


안느마리는 반항과 동의를 혼동하지 않았다. O의 입에서 나온 감사의 말에 조롱기가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안느마리의 행위에는 좀더 다른 차원의 이유가 작용하고 있었다.


그것은 O가 앞으로 당분간 여자들만 있는 이곳에서 생활해야 되고, 여자들끼리만 접촉을 해야 하고, 여자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구비해야 되는 것은 물론 말할 것도 없고, 항상 그것을 염두에 두고 더욱더 예리하게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여자들로 하여금 집 안에서 옷을 걸치지 못하게 금지시킨 것은 그런 까닭이 있기 때문이었다. O가 사지를 결박 당한 자세로 채찍세례를 받은 것도 다른 목적은 없었다.


그 날, O는 나머지 오후 시간을 ㅡ 그때 3시밖에 되지 자았다. ㅡ 두 다리를 활짝 벌린 채 무대 위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O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벌려진 가랑이를 붙이고 싶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이튿날은 O가 지켜보고 콜랫트나 크레르, 이본느가 맞을 차례라고 했다. 그것은 ㅡ 채찍을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ㅡ 로와시 저택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느긋하고 상당히 조심스러운 방법이다. 하지만 0는 그 방법이 지극히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자신이 여기를 떠날 때는 몸에 지니게 될 쇠고리와 낙인뿐만 아니라, 스스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스테판 경의 노예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튿날 아침식사를 끝낸 후, 안느마리가 O와 이본느 에게 자기 방으로 오라고 했다. 안느마리는 책상 위에서 녹색 가죽으로 만들어진 상자를 집어 들어 침대 위에 놓고 뚜껑을 열었다. O와 이본느는 침대 앞에 앉아있었다.


“이본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하고 안느마리가 O에게 물어보았다.
 
O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대체 이본느가 자신에게 무엇을 이야기했다는 것일까?


“스테판 경도 아무 말 없었고‥‥‥좋아. 내가 직접 이야기해 주겠어. 네 몸에 매달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이 쇠고리야.”


그것은 금을 입힌 쇠 반지처럼 생긴 쇠고리였다. 고리는 장방형으로 생겼다. 안느마리는 O에게 그 두 개의 고리가 각각 U자형을 이루고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건 견본일 뿐이야. 이것은 빼낼 수가 있어. 하지만 실물은 안에 특수한 용수철 장치가 되어 있어 일단 맞물리고 나면 떨어지지 않게 돼 있지. 따라서 줄로 갈아내기 전에는 몸에서 떼어낼 수 없는 거야.”


고리 하나하나는 가느다란 손가락 정도의 길이로 손가락을 그 안에 끼워 넣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두 고리에 똑같은 금속으로 만든 메달이 달려 있는 게 눈에 띄었다. 한쪽에는 검정과 금색으로 상감된 삼각 도안이 조각돼 있고 한쪽에는 아무것도 표시되거나 각인도 있지 않았다.


“그 면에는 네 이름과 스테판 경의 칭호와 성명, 그리고 그 아래에는 교차된 채찍과 말채찍 그림이 들어가게 돼 있어. 이본느는 똑같은 메달을 목걸이로 매달고 있지. 하지만 너는 그것을 아래에 달아야 되는 거야.”


안느마리가 설명했다.
 
“하지만‥‥‥‥ ”


“알아, 무슨 말을 하려는지.”


하고 안느 마리가 말을 중단시켰다.


“내가 이본느를 데리고 온 것은 그 때문이야. 이본느, 아래를 드러내 봐.”


금발의 이본느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러자 안느마리가 이본느의 두 무릎을 한껏 벌리고 그녀의 아래 부분의 두 잎사귀 한가운데에 펀치로 구멍을 내듯 뚫려 있는 모습을 O에게 보여 주었다. 바로 저 구멍에 쇠고리가 끼워지는 모양이었다.


“바로 너도 구멍을 뚫어야 돼, O.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조금 성가신 일은 바깥쪽 표피와 안쪽 점막을 맞대고 봉합하는 일이야. 그걸 제외하면 채찍질보다 훨씬 편하지.”
 
“그래도 마취는 하겠죠?”


하고 O가 떨려오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키면서 소리쳤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그저 어저께보다 조금 심하게 묶이기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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