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노마키아 - 1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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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넓고 부유해보이는 커다란 단독주택의 문앞에서 애리가 서있었다. 애리가 서있는 집 평상시에 매일같이 들락거리던 애리의 집이었지만 오늘 애리의 모습은 평상시 하교하거나 외출하고 집으로 들어갈때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 애리의 모습은 자신의 집에 들어가는 모습이라기보다 처음으로 월담하는 초보도둑이 처음이라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담을 넘을까말까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는 모습처럼 불안하고 초조해보였다.
띵동....
『누구세요? 』
『아빠.. 저에요.. 』
문옆에 있는 초인종에 달려있는 스피커를 통해 굵은 중년의 남자목소리가 나오고 애리가 대답하자 엄중하게 닫혀있던 철문이 덜커덩소리와 함께 살짝 제위치에서 벗어나며 열렸다.
『이거 상당히 기대되는데? 너도 오늘 확실히 느낄거야.. 』
문을 들어서려는 애리의 뒤쪽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잠시 뒤를 돌아본 애리의 눈에 정찬의 모습이 들어왔다. 애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최저의 남자를 뽑으라면 아무런 주저없이 뽑을 수 있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오늘 애리를 따라 애리의 집으로 왔던 것이다.
『니말대로.. 그렇게 될리는 없어..!! 두고봐 오늘 넌 우리집에 온걸 후회하게 될테니까..!! 』
애리의 말에 남자는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애리를 따라 대문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애리는 정찬을 노려보는듯한 얼굴로 후회하게 될거라고 말하고는 있었지만 그런 애리의 몸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서는 애리의 머리속에 몇일전 정찬의 집에 찿아갔을때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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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와 마트에서 장을 본 애리가 정찬의 집에 들어서자 주희는 정찬에게 애리가 온 것을 알리고 애리를 정찬의 방으로 안내해준 다음 맛있는 것을 해주겠다며 부엌으로 돌아갔다. 정찬의 방에 들어선 애리는 책상에 앉아있는 정찬을 보자 또다시 불안감이 밀려오는것을 느꼈지만 이미 여기까지 와버린 이상 어쩔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정찬의 어머니가 집에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되고 있었다.
『분명히 넌 올거라고 생각했어 』
의자를 돌려 애리를 바라보며 하는 정찬의 말에 애리가 정찬을 쏘아보며 차갑게 대꾸했다.
『아직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거야? 뭐.. 일단은 왔으니까 저기 앉아 』
앉으라는 정찬의 말에 애리는 침대의 한켠에 몸을 걸치고 앉았다. 애리는 남색에 가까울 정도로 진한 청바지위에 가슴부위에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분홍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고 렌즈를 끼고 있는듯 평소와는 다르게 안경을 끼고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애리의 그런 사복을 입은 모습은 교복을 입고 안경을 끼고 있을때 느껴지던 도도한 학생회장의 느낌보다는 훨씬 귀엽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다시는 그날 밤과 같은 일은 없을거야.. 』
『그날 너도 니 스스로 인정한게 아니었던가? 』
애리는 정찬의 말에 다시 할말을 잃고 잠시 침묵하고 있었지만 이대로 계속 이런 남자에게 끌려다니듯 하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다잡으며 정찬에게 이야기했다.
『니 말이 맞다고 해도.. 최소한 그 상대가 너는 아니야.. 』
『으흠.. 나는 너의 섹스파트너로서 부족하다는 이야길 하는거야? 』
정찬의 말에 애리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굳어있던 얼굴이 찡그려졌다. 정찬같은 인간이 자신을 섹스 파트너라고 부르는 것이 상당히 심기가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애리는 첫번재의 섹스 경험을 정찬과 했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직도 그때의 쾌락이 잊혀지지 않고 있었기에 딱히 반박하지도 못했다.
『최소한.. 너는 아니야... 』
『아..아냐!! 그런게 아냐!! 』
애리가 자신도 모르게 조금은 큰소리로 정찬에게 소리치며 말했다.
『나..난.. 그..그냥.. 나중에.. 사랑으로 자상하고 따뜻하게 날 대해줄 사람을 만나면.. 그때.. 』
『 .... 』
애리는 수치심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자 이를 악물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최저의 남자가 자신과의 한번의 섹스를 빌미로 자신이 반박할 수 없도록 교묘하게 말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었지만 이미 정찬과 그런 일을 해버린 애리로서는 그의 말에 반박하며 대꾸하기가 어려웠고 그것이 애리를 더욱 수치스럽고 굴욕적이게 만들고 있었다.
『어차피 네가 이렇게 나올거라고 생각했어.. 』
『뭐?? 』
자신이 이렇게 행동할거라는 것을 알고있었다는 투의 정찬의 말에 애리는 조금 놀라며 고개를 들어 정찬을 바라보았다.
『그때도 말했지만 넌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찬 여자니까.. 스스로 섹스를 애타게 원하고 있다는건 인정해도 그 상대가 나라는 걸 핑계를 대며 어떻게든 너 자신이 아닌 나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는것 뿐이라고.. 그래야만 니 그 도도한 자존심을 보호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야.. 』
『물론... 』
애리는 정찬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 일을 빌미로 시도때도 없이 자신에게 달라붙어 자신에게 섹스를 요구할것만 같았던 정찬이 스스로 물러나준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원한다면 아예 전학까지도 가주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정찬이 약속을 확실하게 지킨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만약 정찬이 말하는 게임에서 자신이 이긴다면 최소한 차후에 어쩔수 없이 정찬과 마주치고 정찬이 자신과의 섹스를 요구할때 충분히 거절할만한 명분이 생기는 것이기에 정찬의 제안에 애리는 솔깃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찬이 저렇게 자신있게 말하는 것을 보면 그 게임이라는 것이 애리에게 상당히 불리할 수도 있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교1등은 아니지만 학교내에서 열손가락안에 드는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애리로서는 퀴즈나 문제풀이같은것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운동과 같은 게임이나 자신이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게임을 제안해버리면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넌 내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게임을 제안할거잖아.. 』
『뭐????!!!!!!! 』
아버지를 유혹하라니.. 게임이라고 제안한 내용이 아버지를 유혹하라는 거라면 이 변태같은 인간이 원하는것은 자신이 아버지와 섹스를 하길 원한다는 이야기이고 결국 자신이 아버지를 유혹해서 아버지와 섹스를 하면 자신의 승리.. 그렇지 못하면 자신의 패배라는 말도안되는 절대 있을수 없는 게임인것이었다. 자신이 그럴 수 있을리 없었다. 설사 정찬의 말대로 자신이 잠재적으로 섹스를 갈구하는 여자라 하더라도 아버지와 섹스를 한다는건 도저히 말도 안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그건 결국 자신의 패배라는 이야기였으므로 이건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이 패배가 결정된 말도 안되는 게임이였다.
『오케이.. 그럼 게임이 성사된거네.. 너랑 나랑 너희집으로 찿아가 너네 아버지 앞에서 네가 옷을 벗는다.. 그리고 3분... 3분동안 그 상태를 유지해도 아버지가 너를 하나의 여자로.. 섹스의 상대로 보지 않는다면 니 승리.. 그렇지 않고 너에게 덤벼든다면 내 승리... 어때? 』
애리는 말도 안되는 정찬의 말에 정신이 멍해지는듯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곧바로 정신을 수습하고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이런 남자의 앞에서 그리고 아버지앞에서 옷을 벗어야만 한다는건 생각하기도 싫을만큼 수치스럽고 굴욕적인 생각이 들지만 속옷까지 모두 벗고 전라의 모습으로 있어야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아버지가 자신을 강간하려고드는 일은 없을것이었다.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면 아버지는 분명 놀라실테고 자신의 딸에게 무슨일이 생겼다고 판단하실것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딸이 이렇게 된 원인을 같이 온 남자.. 정찬이에게서 찿을 테고 아버지가 정찬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정찬과 있었던 일이 아버지에게 알려지는 꼴이 되어버리는 셈이긴 하지만 아버지가 그런 사실을 어디에 발설하고 다닐리는 만무했고 끔찍하게 아끼는 자신의 딸을 위해 분명 이 변태같은 놈에게 무슨 조치를 취하실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최소한 애리는 이 남자와 부딪칠 일도 없을테고 이 끔찍한 악몽에서도 벗어날 수는 있게 될 것이었다. 어쩌면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었다. 정찬이라는 이 자식.. 지금 자기 손으로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니까...
『조..좋아.. 할게.. 니가 말한 게임이라는거... 』
불길한 느낌에 정찬을 바라보며 애리가 말하자 정찬이 자신의 책상서랍을 열고 여기저기 무언가를 찿기 시작하더니 어떤 물건을 애리쪽을 향해 던졌다. 자신에게 무엇을 던질것이라는 것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던 애리가 무심결에 깜짝 놀라며 정찬이 던진 물건을 피하자 물건이 침대위에서 또르르 구르다가 멈춰섰다.
『이..이게 뭐야? 』
물건을 집어든 애리가 자신의 눈앞에 물건을 가져와서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색깔은 진한 핑크색으로 크기도 모양도 메추리알정도만 했다. 재질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것같은데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무엇을 하는 물건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런 물건이었다.
『바이브레이터이야.. 』
『바이브...레이터? 』
정찬이 자신이 들고 있는 물건의 이름을 말해주었지만 역시나 자신의 기억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었다. 물론, 바이브레이터라는 영어단어의 뜻은 짐작할 수있었지만 이런 물건은 처음보는 것이었고 이런걸 바이브레이터라고 한다는 것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엄마얏!! 』
갑자기 분홍빛의 메추리알이 진동상태로둔 핸드폰이 울리는듯한 진동을 하자 애리는 깜짝 놀라며 물건을 손에서 떨어트렸고 바닥으로 떨어진 메추리알이 "지르르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이 진동하고 있음을 소리로 알려주고 있었다.
『그걸 니 몸에 착용하고 가야해 』
『이걸? 내몸에? 』
애리는 아직도 바닥에서 부르르 떨고 있는 메추리알 모양의 분홍색 물건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듯이 정찬에게 대답하고 있었다.
『그거 자위기구야.. 무선 바이브레이터.. 』
『뭐.. 그냥 만약의 사고를 방지하기위한 차원이니까.. 어차피 내가 요구한 시간은 3분이야.. 이런저런 시간까지 다 합친다해도 5분.. 아주 길어야 10분.. 니가 그걸 참고 니 아버지앞에서 옷을 벗고 있을수만 있다면 넌 자유야.. 날 전학시킬수 있다고.. 흐흣 』
애리는 또다시 생각에 잠겼다. 저렇게 진동하는 물건을 자신의 질내부에 넣는다는건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왠지 상당히 불쾌할것만 같은 느낌이었지만 자신을 자유롭게 놔준다는 정찬의 제안은 애리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악마의 속삭임과 같은 달콤함까지도 있었다. 더구나 잘하면 오히려 아버지를 화나게 만들어 저 혐오스러운 자식을 완전히 세상과 격리시키거나 박살을 내버릴 수도 있을 기회이기도 했으니 이정도까지는 참아볼만 했다. 길어야 10분이라는 시간만 참아내면.. 평생을 맘편히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니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조..좋아.. 나..나머지 조건은 뭐야? 』
『니가 이길일은 절대로 없어!! 』
애리는 독설을 내뿜듯이 정찬에게 말을 하고는 "아차"싶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불쾌하고 나쁜 기분에 그렇게 말을 내뱉었지만 처음 정찬이 말한대로 조금 수치스럽고 굴욕스럽긴해도 자신에게 상당히 유리하면서도 정찬에게는 스스로 무덤을 파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게임이기에 자신의 승리를 상대에게 확신시키면 자칫 상황을 깨닫고 정찬이 게임을 취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좋아.. 니가 원하는게 뭐야? 』
『니가 이기면 되잖아? 내가 이길일은 절대로 없다면서? 』
상대는 게임의 전리품으로 애리에게는 상당히 치욕스럽고 굴욕적인 것을 요구해오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거의 100%이길 확율이 높은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왠지 그런 요구조건을 스스로 수락하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애리를 보며 정찬이 말했다.
『뭐.. 싫다면 다른 게임을 알아보도록 하고.. 』
『아..알았어.. 그..그렇게 할게.. 』
정찬의 말에 애리가 다급하게 정찬이 말한 승리의 포상에 동의했다. 만약 정찬이 다른 게임을 제안한다면 무슨 게임이 될지 자신이 이길 확율이 얼마나 높을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럼 지금 당장 가볼까? 』
『조..좋아.. 』
그렇게 잠시동안 정찬과 애리는 자신이 게임에서 졌을 경우 서로 상대가 말한 요구를 들어준다는 각서를 자필로 쓰고 그곳에 지장을 찍은후에 자신이 쓴 각서들을 자신이 챙겨넣었다.
『모레야.. 만약 그때 그 각서를 가지고 오지 않는다면 패배를 인정한걸로 알겠어 』
『그..그건.. 』
애리가 당황스러워하며 대답할 말을 찿지 못하고 있을때 방문이 열리며 주희가 음료수와 여러가지 간식을 가지고 정찬의 방에 들어왔다. 애리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어머니였으면 좋겠다고 잠시나마 생각했던 정찬의 어머니가 정찬에게 몸을 줘야만할것만 같은 이때 구세주처럼 등장했고 애리는 그런 생각때문인지 조금 더 정찬의 어머니가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머.. 내가 방해를 했나보구나? 』
나가려는 주희를 애리가 다급한 목소리로 불렀다.
『응?? 왜그러니? 』
주희가 정찬의 동의를 구하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자 애리도 애타는 눈빛으로 마음속으로 "제발"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정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세요.. 』
다행히 정찬은 어머니가 같이 있어도 좋다고 이야기했고 그렇게 셋은 정찬의 방에서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정찬의 어머니는 애리에게 정이 많이 가는지 정찬이보다는 주로 애리에게 많은걸 물어보고 이야기했고 정찬은 별다른 이야기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자신에게 이것저것 자상하게 물어보고 챙겨주며 이야기해주는 정찬의 어머니의 모습에 조금씩 더 가끔씩 그리워했던 어머니에 대한 느낌이 드는듯 모성에 젖어들어가기 시작했고 조금씩 주희를 자신의 어머니처럼 정말 편하게 느끼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날은 그렇게 주희의 보호(?)를 받으며 정찬에게서 아무일 없이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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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틀이 지난 지금.. 정찬과 애리가 애리의 집 현관문으로 서로의 다른 생각들을 숨긴채 들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