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한수 -
은수가 한수 패거리에게 그렇게 당하고 절망에 빠져 돌아가던날 한수는 생각했다. 이제 매달 한번씩 자신이 우러러보던 여자를 자신이 깔아 누를수 있게 되었다고 어차피 이런 사실이 알려져봐야 그녀 자신에게도 좋을일이 없을테니까 한수는 은수가 한달에 한번씩 그렇게 올거라 생각했다.
이제나 저제나 은수가 오기를 기다리던 한수와 한수패거리들은 결국 은수를 다시 볼 수는 없었다. 그때 워낙 갑작스럽게 일을 치룬지라 마땅히 핸드폰같은 것도 없었던 그들이기에 사진을 찍어둔다거나 하는걸 미처 생각하지 못한게 후회가 되긴 했지만 어차피 그 일은 사실이었고 은수가 안온다면 직접 찿아가면 그만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에게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근처의 다른 노숙자 패거리들과 그리고 은수가 나타나기전 가끔씩 나타나 그들을 괴롭히고 지하도를 뒤집어놓고 가던 녀석들이 은수가 모습을 보이지 않자 슬슬 다시 그들을 괴롭혀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은수는 경찰생활을 하며 알아둔 인맥을 통해 다리건너건너 이 지역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도 그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것을 부탁해 놓고 있었는데 어차피 은수와 안면이 있어서 직접 부탁받은것도 아닌 이상 은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자 공무원들조차도 그들 패거리를 지하도에서 몰아내려하기 시작했다.
한수는 그들 패거리에서 우두머리 노릇을 하고 있었지만 결국 그가 그런 지위에 놓이게 된것도 모두 은수덕분이다보니 은수가 없어진 지금 그가 할 수 있는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한수를 제외한 한수패거리들은 이곳저곳에서 여러사람들에게 시달리기 시작하면서 밝게 웃으며 자신들을 찿아와줬던 은수가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은수덕에 알게모르게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호사를 누리고 있었는지 절실히 깨닫기 시작하면서 은수를 그리워하기 시작했고 결국 한수는 패거리들에게 소외당하기 시작하다 지하도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는 은수를 만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 버렸다. 하지만 한수는 그때보다 더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야 애초부터 자신의 신세가 그랬으니 그려려니하고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마치 정상있던 사람이 바닥으로 추락해버린 느낌에 그 상황이 더더욱 견디기가 힘이들었다. 결국 한수는 범죄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아차하는 사이 경찰서로 끌려갔다.
경찰서로 끌려가던 한수는 어차피 이렇게 된거 이판사판이라는 심정이 되어버렸다. 은수가 자신들앞에서 옷을 벗고 자신들과 성관계를 한것을 까발리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어차피 자신도 이 지경이 되어버린것 모두 까발리고 은수도 직장생활 못하게 자신과 같은 신세로 만들어 버릴 생각이었다. 재수가 좋으면 은수를 만나 그걸 빌미로 협박하다보면 은수의 기둥서방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을수도 있었다. 은수와 한집에 살면서 은수가 벌어온 돈으로 생활하고 여자가 그리우면 은수를 안으면 될테고.. 한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경찰서로 들어갔다.
『신형사 불러줘!! 신형사!! 』
경찰서내에서 한 남자가 양손에 수갑을 찬 채로 한 책상앞에 앉아서 마주앉은 형사에게 신형사를 불러달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이거 참... 야 김한수.. 전에 신경위님이 너한테 조금 신경써서 잘 해줬다고 이러는 모양인데.. 까불지말고.. 제대로 조서쓰는거 협조나해.. 』
『웃기지마!! 신형사 부르란 말야 신형사!! 』
『아..놔.. 이새끼 이거 말이 안통하는 새끼네.. 신경위님이 너같은 새끼가 부른다고 달려와야하는 그런 사람인줄알아??!! 앙??! 그분 바쁜 분이야!! 니가 신경위님을 볼 이유가 뭐가 있다고 이 지랄이야 지랄이!! 』
『이유가 뭐가 있냐구?? 크크크 내가 부른다고 전해!! 그럼 그년이 알아서 총알같이 튀어올.. 커헉.. 』
한수는 말을하다말고 의자채로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형사가 한수를 발로 차버렸던 것이었다.
『이 새끼가 보자보자하니까 경찰이 우습게 보여?? 그년?? 이런 씨베랄넘이!!! 』
『크크크크.. 이거 신형사 복도 없네 조용히 처리할라 그랬더만..크크크 』
『이새끼 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거야? 』
『크크크킄 내가 그년 따먹었다고.. 크크 내가 그년 보지에 내 자지를 박아넣었다고!! 크크킄 』
김한수가 미친듯이 웃으며 내지르는 소리에 일순 경찰서내가 조용해지면서 모든 시선이 한수에게로 쏠렸다. 그렇게 몇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사람들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한수가 영문을 모르며 주위를 둘러보자 앞에 있던 형사가 넘어진 김한수의 가슴에 발을 올려 짓누르며 말했다.
『이 새끼 미쳐도 제대로 미쳤네.. 어이..김한수.. 여기 경찰서 내에서도 신경위님과 1:1로 대련해서 이겨본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 떼로 덤벼도 이길수 있을까 말까한 사람인데 니가 무슨수로??? 』
『분명 내가 그년 다리를 벌리고 내 자지로.. 』
퍼억...
『좋아..니 말이 맞다고 치자.. 신경위님이 너한테 왜그렇게 당하셨는데? 』
『그..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카드를 줬는데 거기에 신형사가 싸인을 받아야해서.. 』
퍼억...
『이 새끼 아주 소설을 쓰는구만.. 왜 아예 니가 거대한 드래곤으로 변해서 신경위님한테 무슨 파이어인가 뭔가를 쐈다고 그러지 그러냐?? 그게 더 현실성 있어 보이지 않냐?? 나 참 어이가 없어서.. 』
『어이~ 이형사.. 』
『네? 』
『시간 남아돌아?? 그 새끼한테 장단맞추고 있게? 뻔한거아냐 어디서 줏어듣고 미친척하고 빠져나가볼까 하는 짓거리아냐.. 헛소리 못하게 적당히 조사실 데리고 가서 조져.. 그리고 집어쳐넣어.. 』
『네..알겠습니다.. 어이 김한수.. 똑똑히 들어라.. 서울시내 경찰들중에서 신경위님 아는 사람치고 신경위님 안좋아하는 사람 없거든? 몇억분의 일의 확율로 니말이 사실이라고 쳐도 입닥치고 살아라.. 평생 경찰들한테 시달리면서 살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알았냐?? 아..놔 이런 변태새끼.. 』
한수는 형사에게 이끌려 조사실로 끌려갔다.
그리고 한참동안이나 한수가 끌려간 조사실에서는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혜정 & 정현 -
혜정이 운영하는 가게 사무실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혜정이 들어와 그 남자에게 한뭉치의 서류를 건네주며 말했다.
『말씀드린대로 양도에 관계된 서류 입니다.. 도장만 찍으시면 이제부터 이 가게는 검사님의 소유가 됩니다. 』
혜정의 말을 듣고 있는 남자.. 차정현검사였다. 검사는 오래전 병원에서 혜정이 무릎꿇고 그에게 부탁했던 일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정현이 혜정의 가게에 찿아온 것이었다. 정현은 아무말 없이 서류를 들어 바라보고만 있었다.
오래전 은수가 입원해있던 병원앞에서 현진과 검사가 이야기를 나누었을때 현진이 들어가고 혜정이 검사에게 부탁한 내용이 김태호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혜정은 따로 현진이 유정회를 성공적으로 접수했을때를 대비한 계획도 세워놓고 있었다. 유정회와 전쟁이 시작되고 성공적으로 유정회를 접수한다고 가정했을때 혜정이 아는 현진의 성격이라면 황태윤은 십중팔구 현진의 손에 죽을테고 그렇게되면 현진은 황태윤의 살해용의자로 경찰에 지목될것임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큰 조직의 보스를 죽인일에 아무나 대타로 내세워 형을 살게 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현진도 그런걸 받아들일리가 없었다. 그래서 혜정이 궁리한끝에 생각해낸 것이 김태호였다. 김태호라면 나름대로 꽤 거물급이었던 사람인데다 황태윤을 죽일만한 사유도 충분했기에 어떻게든 김태호를 설득시켜 주변정황을 김태호가 한것인것처럼 꾸미고 경찰이 김태호를 용의자로 지목하면 해외로 도피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현진이 검찰과 손을 잡은 상황이 발생하고 황태윤이 이동훈의 손에 살해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런 동훈을 죽이겠다고 말하는 현진을 보고 혜정은 생각했다.
황태윤이라면 미리 손을 쓸 수도 있겠지만 이동훈이라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이 발생할지 몰랐기에 혜정이 어떻게 손을 쓸 사이도 없이 현진이 경찰에 자수해버리거나 잡혀버릴 확율이 높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혜정은 검사가 그래도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자신과 자신의 업소를 걸고 도박하는 심정으로 검사와 거래를 시도했고 다행스럽게도 검사는 그걸 받아들였다.
검사는 혜정의 말대로 김태호를 용의자로 백성기와 이동훈의 살해용의자로 지목한것뿐만 아니라 고맙게도 아예 현진과 은수가 그 자리에 없었던것처럼 일을 꾸며버렸다.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조금 걱정이었던 김태호 역시 흔쾌하게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모든건 혜정이 생각하고 계획한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잘해결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검사와 거래한 내용대로 검사가 일을 처리해주었으니 이제 남은건 자신이 검사에게 해주어야할 것들 뿐이었다.
『무슨..문제라도 있습니까? 』
『아니요.. 술한잔.. 할 수 있을까요? 』
『룸으로 모실까요? 』
『아니요..여기서 간단하게 혜정씨하고 마시고 싶은데.. 실례..인가요? 』
『그럴리가 있나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정현은 서류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술한잔 하고 싶다는 말에 혜정은 일어나 주방이 있는 곳으로 가서 몇가지 이야기를 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양주 한병을 직접 들고 들어왔다.
『글라스로? 아니면 스트레이트로? 』
『스트레이트.. 』
혜정이 정현의 앞에 놓아놓은 스트레이트 잔에 양주를 부어주고 옆에있는 글라스 잔에 얼음을 넣고 있을때 웨이터 한명이 들어와 테이블에 몇가지 안주와 음료수등을 셋팅해 놓고 밖으로 나갔다. 웨이터가 나가자 얼음이 담긴 글라스에 음료수를 따라 부어주고는 일어나 자신의 책상으로 다가가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특별한 이야기 있을때까지는 아무도 들여보내지마.. 』
『네...알겠습니다.. 』
혜정은 스피커폰으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검사에게 돌아서며 간단히 목례를 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서서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뭐..뭐하는짓이에요? 』
차정현이 술을 들이키다 그런 혜정의 모습에 깜짝 놀란듯 동그랗게 커진눈으로 혜정을 바라보자 혜정이 말하기 시작했다.
『필요하시면.. 제 몸도 드린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와 술한잔 하시고 싶다하신 말씀... 제 몸을 원하신다는 말씀이 아니셨는지요? 』
『그러지 말고 이리와서 술한잔 받아요.. 』
『네.. 』
혜정이 자리에 앉자 차정현이 술을 들어 혜정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고 혜정은 두손으로 정현이 따라주는 술잔을 받고서는 정현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
『뭐가요? 』
『제가..잠시 주제를 모르고.. 다른 어린.. 아이들도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지금 다른 아이라도 불러.. 』
『혜정씨.. 』
『네? 』
『나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
『말씀하세요..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거라면 뭐든 해드리겠습니다.. 보스에게 해가되거나 나쁜영향을 끼치는 일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해드리겠습니다. 』
『혜정씨를..안고..싶습니다.. 』
『네?? 』
『그럼 아까 왜...아니...죄송합니다... 제가 무슨 착각을 한 모양입니다.. 』
혜정이 다시 옷을 벗으려 일어서려하자 정현이 혜정의 손을 잡고 자신의 잔에 술을 붓고 들이키며 말했다.
『그런거 말구요... 』
『네? 』
『이렇게 계약을 이행하는것처럼 말고요...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
혜정이 잘 이해를 하지 못하는듯이 말하자 정현은 조금 답답한지 이번엔 비어있는 글라스에 술을 부어 들이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정현의 모습을 보고 혜정이 미안한지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했다.
『죄송합니다.. 미련한 년이라 무슨뜻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신다면...검사님의 말.. 』
『혜정씨 사랑한다구요!! 』
혜정은 자신의 말을 끊는 정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고개를 듣고 정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혜정과 눈이 마주친 정현이 술잔을 내려놓고 두손으로 혜정이 가져온 서류를 들고 찢어버렸다.
『거..검사님?? 』
『내가 이딴거 받자고 여기 온줄 아세요? 하긴.. 뭐 돈 많아서 나쁠거야 없죠.. 하지만 그렇게 돈이 좋았으면 이딴 검사질하지도 않았을거에요... 내가 여기 온건 이딴거나 받자고 온게 아니라구요.. 』
정현이 서류를 찢어버리고 또다시 글라스에 술을 부어 벌컥벌컥 들이마시기 시작하자 혜정이 정현의 손을 잡으며 말렸다.
『검사님..천천히 드세요.. 몸버리세요... 』
『미안해요...내가 원래 성질이 좀 드러워서요... 』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검사님 좋은 분이에요.. 』
『아까도 말했지만 나 .. 혜정씨 사랑하는거..같아요.. 아니 사랑해요... 』
『거..검사님?? 』
『하지만.. 여기 올때 사랑한다는 말 하려고 온건 아니었어요... 그냥..혜정씨랑 술 한잔 하고 싶어서 온거였어요... 어차피 지금 내가 사랑한다고 해도 믿지도 않을거고... 그래서 그냥... 혜정씨 얼굴 보려고 온거에요... 』
『거..검사님...왜...저같은걸....? 』
『혜정씨 유정회사건때 내 사무실에서 몇일동안 살다시피했자나요... 그거 기억나요? 밤에 직원들이 야식이라도 먹고 하자고 투정부리듯 얘기할때.. 혜정씨가 사먹는거 몸에 별로 좋지도 않을거라고 소주 몇병이랑 재료 사와서 찌게끓여줬자나요... 』
『그때 혜정씨랑 같이 있으면서... 혜정씨가 끓여준 찌게 먹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사람이 매일 이렇게 나 밥챙겨주고.. 출근할때 옷챙겨주면 좋겠다고... 』
『근데... 혜정씨가 일처리 마치고 사무실에 안나오기 시작하니까 너무 허전한거에요... 너무 보고 싶고... 잊어버리려고 했는데.. 그게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왔어요.. 보고싶어서..... 』
『검사님 취하셨어요.. 』
『후우... 나 안취했어요.. 그리고 내가 한 말도 진심이구요... 』
『제가... 몸파는 여자였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뭐가 어때서요... 거기다 지금도 그런건 아니자나요.. 』
『검사님은 폭력조직이라면 이를 가시는 분이시죠? 그리고 제가 폭력조직에 있다는 것...알고 계시자나요... 』
『맞아요..그랬죠.. 근데.. 현진씨가 했던 말.. 기억 안나요? 』
『보스가 하셨던 말씀요? 』
『조직이라고 다 나쁜놈만 있는거 아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더 인간냄새 나는 사람들도 있다... 난 그말 듣고 현진씨나 혜정씨보고 그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아닌가요? 』
『검사님.. 고마워요.. 진심이시든 아니면 취하셔서 그냥 해보신 말씀이시든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전 평생 보스를 모시기로 했어요.. 검사님과 사랑을 나누다가도 보스가 부르면 보스한테 무슨일이 생기면 난 뛰쳐나갈거라구요... 그리고 보스가 위험하다 판단되면 전 제 목숨 내놓을거에요.. 그런 여자...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
『혜정씨... 내말.. 진심이에요.. 난 검사에요.. 혜정씨랑 사랑을 나누다가도 범죄자 새끼들이 설치고 있다는 소리들으면 나 역시 뛰쳐나가야돼요.. 그럴거에요.. 그리고 혜정씨가 현진씨를 위해 목숨을 버릴 상황이 오면.. 절대 그런 상황까지 치닫도록 만들지는 않겠지만 만약에 정말 만에하나라도 그런 상황이 온다면... 혜정씨가 현진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기전에 내가 혜정씨를 위해서 목숨을 버릴거에요... 이래도 내가 혜정씨를 사랑할 자격이 없는거에요? 』
『거...검사님... 』
『아까도 말했다시피.. 내가 원래 성질이 좀 드러워요.. 그래서 성급하다는거 알지만 아까.. 혜정씨가 마치 빚을 갚아야만 되는 사람처럼 옷을 벗으려는걸 보니까 갑자기 화가나서... 그래서 이렇게 좀 웃기게 고백해버리게 됐지만.. 그래도 난 진심이에요.. 』
『지금 당장 날 사랑하라고 말하는건 아니에요.. 그리고.. 억지로 혜정씨가 날 사랑하게 만드는 것도 싫어요... 혜정씨가 내가 싫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그건 나도 알아요... 하지만.. 그런게 아니라.. 혜정씨가 이런데서 일했었다는거.. 조직에 있다는거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로 피하지는 말아요... 내가 정말 싫은게 아니라면.. 나한테 한번 기회를 줘봐요... 』
혜정은 검사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혜정의 모습을 본 검사가 다시 술잔에 술을 부어넣고 들이키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문쪽으로 걸어나가면서 말했다.
『이럴 생각으로 온건 아니었지만... 갑자기 이래서 미안해요.. 생각해보시고 제게 기회를 줄 마음이 생기면 연락해주세요... 대신 한가지만 알아줘요.. 이건 그냥 해보는 말도 아니고 나름대로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말하는 진심이라는거... 그것만 알아줘요.. 』
정현이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문고리를 잡는 순간 뒤에서 혜정의 말이 들려왔다.
『거짓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게요... 정현..씨... 』
차정현은 잠시 문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가게에서 나오는 정현의 얼굴엔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마지막에 혜정이 말한 정현씨라는 말.. 혜정을 알게된 이후 처음으로 들었던 말이었다. 혜정이 자신을 검사라고 부르는 대신 정현씨라고 불렀다. 이건 자신에게 기회를 준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고 설사 아니라해도 정현이 오버해서 생각한것이라해도..최소한 자신이 인간적으로나 이성적으로 싫다는 이야기는 아닐테니까 상관없었다. 그렇게 또다시 쉬워보이지는 않는 감정이 조금씩 싹이 터가기 시작했다.
"아..그럼 신형사랑 나랑은 어떻게 되는거지? 혜정씨가 보스로 부르는 현진씨가 신형사 동생이고 신형사는 우리 직원인데.. 난 그럼 신형사를 뭐라고 불러야 되는거지? 아..헷갈리네... 이거 나중에 신형사를 내가 모셔야하는거 아냐?? 흐흐흐 "
- 산속의 암자에 사는 노인 -
중현과 준호는 어린시절 그렇게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 맡겨졌다. 그들이 어느 정도 성장했을 무렵 둘은 동네의 양아치들을 찿아다니며 깨부수고 다니기 시작했다. 중현과 준호가 어린시절부터 싸움은 좀 한다는 편이었다고는 하지만 성인 여러명에게 거기다 무기까지 들고 공격하는 그들을 항상 깨부수고만 다닐 수는 없었다.
중현과 준호가 그들을 벼르고 있던 동네 양아치들의 함정에 걸려 죽도록 얻어맞고 있던 그때 한명의 젊은 사람이 그들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눈깜짝할 사이에 양아치들을 쓰러트려 버렸다. 그리고 쓰러진채로 그 모습을 보던 준호가 갑자기 그 젊은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
『저를...받아주십시오.. 』
『뭐??!! 』
『제게 싸우는 법을 가르쳐주십시오... 』
『아가야.. 난 그렇게 한가한 사람도 아니고.. 누굴 가르칠만한 그릇도 못된단다.. 』
남자는 그렇게 준호를 무시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앞을 향해 한 걸음 내딛으려는 그의 뒤에서 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를 살린 책임을 지십시오!!! 』
『뭐??!! 허.. 그거 참 어이가 없구만... 』
준호의 말에 어이없어하며 뒤를 돌아보던 남자는 깜짝 놀랐다. 서준호가 도망간 양아치중 한명이 떨구고간것으로 보이는 나이프를 하나 들고 자신의 복부를 찌를듯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생정도밖에 안되보이는 아이였지만 지금 그 아이의 눈빛은 사뭇 진지해보였다.
『싫다면? 』
『크흑.. 』
남자의 말에 서준호는 아무 망설임없이 작은 나이프를 자신의 복부에 꽂아 넣고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그럼 전 죽습니다.. 』
남자가 깜짝 놀라며 서준호에게 다가가려하자 서준호가 남자에게 말했다.
『오지 마십시오!! 』
『절 살리실 생각이시라면.. 절 살린 책임을 질 각오도 하십시오!! 』
남자는 준호에게 다가가려는 발걸음을 멈추고 준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왜 싸우는 법을 배우고 싶은거냐? 』
『깡패새끼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깡패새끼들은 전부 없애버릴겁니다.. 』
『흐음... 』
『도와주십시오.. 그럴 생각이 없으시다면.. 그냥.. 돌아가십시오.. 』
『나도 깡패인데?? 널 가르치면 나까지 죽일거아니냐? 』
준호는 서서히 고통이 심해지는지 조금은 찌푸려진 얼굴을 하고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전.. 죽인다는 말은 안했습니다... 』
『그럼? 』
『없어지면 됩니다... 그걸로.. 우리같은 애들이 또 생기지 않으면.. 그거면 됩니다 』
『살인은 안하겠다?? 』
『아니요.. 필요하다면 할겁니다.. 깡패새끼들 없애는데 필요하다면 합니다.. 다만.. 죽일 필요없는 사람들까지 죽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
『말했듯이 나 역시 깡패다.. 지금도 사람 죽이고 산으로 숨으러 가는길이다.. 그래도 따라올테냐? 』
『갑니다... 다만... 』
『다만? 』
『당신이.. 다시 깡패가 되기위해 산을 내려간다면.. 당신은 죽습니다.. 제 손에.. 』
『푸하하하하핫.. 내가? 죽어? 니손에? 』
『못하면...제가..죽겠지요... 』
남자가 또다시 잠시 서준호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지금까지 아무말도 안하고 있던 신중현에게 말했다.
『보아하니 친구인듯한데.. 친구가 죽어가는걸 보고도 가만히 있는거냐? 』
『가만히 있는거 아닙니다.. 』
『가만히 있는게 아니면? 』
『저 친구는 세상에서 유일한 제 친구이자 제 혈육과도 같은 친구입니다.. 』
『그런데? 』
『그런 친구가 목숨걸고 하는 일입니다.. 도와줄수 없는게 분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지켜보는것 밖에 제가 할 수 있는것이 없습니다.. 』
『만약 내가 저녀석을 죽도록 내버려둔다면 날 죽일테냐? 』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아무나 해친다면.. 저 역시 깡패나 다름없는 인간일겁니다.. 』
『그럼..? 』
『사람은 언젠가 죽습니다.. 저도 저 친구도 깡패새끼란 깡패새낀 다 없애버리겠다고 맹새했습니다.. 그 맹새를.. 그 꿈을 위해 노력할겁니다.. 그러기위해 목숨까지 걸것을 약속했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죽는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저 친구는.. 지금 그 꿈에 한발 더 가까이가기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것 뿐입니다 』
『푸하하핫.. 어린 놈들이.. 심기가 보통이 아니구나... 너도 따라갈테냐? 』
『저 친구는 따라가지 않습니다.. 』
남자의 말에 준호가 대답했다.
『준호야?? 』
『넌..머리가 있잖아... 난.. 싸우는거 말곤.. 할 수 있는게 없어.. 그래서.. 이걸 택한것 뿐이야.. 넌 머리가 돼라.. 난 몸이 될테니... 』
『더 말하지 말거라.. 위험한 부위는 아니지만 이 이상 피를 흘리면 위험하니... 』
남자는 중현에게 작은 메모지를 하나 건네주며 말했다.
『내가.. 그리고 이 아이가 있을 곳이다.. 함부로 장소를 발설할 아이는 아니라 믿고 주는 것이야.. 누군가 그걸 알았을때 나도 이 아이도 위험할 수 있다는것 명심하고 니가 이 아이의 머리가 되어줄 생각이라면.. 경찰이 되는것을 한번 생각해보거라.. 』
남자는 거의 쓰러질듯한 준호를 안아들고 신중현을 남겨둔채 발길을 옮겼다. 그 후 중현이 경찰대학을 입학하면서 가끔씩 그곳을 찿았고 중현에게도 그 남자는 때로는 아버지같은 때로는 멘토같은 역활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는 차후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중현과 준호 그리고 현진과 은수의 관계를 아는 사람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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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끝이네요^^ 그동안.. 그리고 마지막까지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ㅡ^;;
언제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