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과 여형사 - part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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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안개들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안개가 걷히듯 조금씩 그 농도가 옅어지더니 자욱했던 안개가 어느새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후 희미해지던 안개마저 조금씩 걷히는듯 싶더니 안개너머에 움직이고 있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사무실인듯 보이는 공간...자신의 기억속에 있는 장소였다.
비호파의 보스가 있는 사무실...바로 그곳이었다.
그 사무실에서 상석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고 좌우로 한명씩 두명의 남자가 각각 앉아있었다. 그리고 상석에 앉아있는 남자 뒤편에 한명의 여자가 서있었다. 그곳에 서있는 여자..그 여자는 바로 자신이었다.
『가만히 있을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
좌측에 앉아있는 남자가 말했다. 황태윤이었다.
이번엔 우측에 앉아있는 남자가 말했다. 김태호였다. 존대를 쓰는 황태윤에 비해 그를 하대하는 김태호의 말로 미루어 김태호가 서열상 위에 있는듯 보였다.
『그대로 두자는 이야기가 아니잖아....깔짝거리고 있는애들 몇 잡자고 애들 잔뜩 데리고 몰려가는 것도 쪽팔린 일이야.. 』
『그렇지만 이미 몇놈이 처리한다고 갔다가 떡이되서 돌아왔다구요... 』
『그만해.. 』
『현진이 네 생각은 어떠냐? 』
『제가 가보겠습니다.. 』
『음..그거 상당히 괜찮을 수 있겠는데요? 』
『현진이라면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여자아이니만큼 쪽팔일 일도... 』
『서너명만 데리고 가겠습니다.. 』
『네 실력은 나도 알고 있지만 만에하나 너까지 깨지면 일이 골치아파져.. 』
『어차피 제가 깨지면 그때는 어쩔수없이 아이들 잔뜩 데리고 가던지 아니면 보스나 두분삼촌께서 나서야만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
『으음.... 』
『알았다..네게 맡기마.. 언제 갈거냐? 』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
현진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바로 걸어서 방 밖으로 나갔다.
얼마전 그들의 구역에 새로운 작은 조직이 하나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 구역의 한 영업장을 점거하고 비호파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아이들을 몇명 보냈지만 오히려 그들은 번번히 당하고만 돌아왔다. 그렇다고 작은 쥐새끼하나 잡자고 비호파 전체가 우르르 몰려가는 것도 그렇고 간부측에서 움직이기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간부들은 골치를 썩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현진이 직접 나서서 그들에게 가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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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이번엔 고작 다섯이야? 거기다 계집년까지? 』
『왜? 계집년한테 깨지면 쪽팔릴까봐? 』
『뭐야?? 하하하핫 내가 진다고? 너한테?? 까불지말고 너네 보스 오라고해!! 』
우두머리격인 남자는 그런 현진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운여자였다.
하지만 왠지 차가워보였고 날카롭게 자신을 바라보는 눈은 두려움이나 자신을 둘러싼 적에 대한 걱정 또는 작은 흔들림조차 없어 보였다. 오히려 부하들의 뒤에있는 자신을 비웃는듯 아니 실망한듯한 느낌조차도 자신에게 전해지는듯 했다.
『너...이름이 뭐냐? 』
『비켜!! 』
『뭐..나름대로 마음에 드는 구석은 있는 놈이니까 넌... 』
원을 그리며 돌던 남자가 말했다.
『니가 이기면 니말대로 하겠다. 여기서 떠나라면 떠나고 죽으라면 죽겠다.. 』
『훗..화끈한데? 내가 지면? 』
『너를 품겠다.. 』
『뭐..나쁘진 않네..난 한번 대주면 되는거고 넌 그 댓가로 목숨을 걸었으니.. 』
『그만큼 이길 자신이 있다는 생각은 안드나?? 』
『거야 두고보면 아는거고..와라..아까도 말했지만 목숨걸어.... 어설프게 오면 정말 죽어..!! 』
『여자라고 봐주지 않을거란건 알지? 』
『바라는 바!! 』
한동안 원을 그리며 돌던 남자의 주먹이 현진에게 뻗어나갔다. 현진은 몸을 옆으로 돌려 주먹을 피하면서 한손으로 주먹을 내리 누르듯이 위에서잡고 다른손을 들어 팔꿈치로 내뻗은 남자 팔의 안쪽관절을 내리 찍었다.
남자는 두세발 정도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 현진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런 남자를 향해 현진도 몸을 날렸다. 그렇게 그들은 몇차례나 붙었다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며 서로의 주먹을 섞었다.
현진은 거의 맞지 않고 공격을 하고 있었으며 남자는 현진의 공격을 몇번 맞았지만 치명타는 피해갔고 맷집자체도 상당히 좋아보였다.
현재까지는 전체적으로 현진이 약간은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만약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먼저 지치는 쪽이 지기 쉬울테고 그런면에서 여자인 현진이 약간은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둘 사이는 좀처럼 승부가 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었다.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던 그 둘이 서로 뒤로 물러서며 둘사이에 어느정도 거리가 벌어졌다. 남자가 현진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현진도 남자를 향해 뛰었다.
남자가 현진에게 대쉬를 하다가 다리를 길게 앞쪽으로 내뻗어 땅을 디디고 길게 주먹을 현진에게 날렸다. 그리고 여자는 그런 남자의 주먹을 슬라이딩하듯 피하면서 남자의 다리쪽으로 미끄러지면서 남자의 사타구니사이를 강하게 올려쳤다.
하지만 현진의 손에는 남자의 사타구니에 달려있을 물건의 느낌이 아닌 다른 느낌이 전해졌다. 남자가 자신의 사타구니를 공격하는 현진의 주먹을 손을 내리고 손바닥을 펴서 막았기 때문이었다. 주먹에 밀려 약간 부딪쳤는지 남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현진의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잡고 위로 세게 잡아당겼다.
바닥에 떨어진 현진이 복부의 통증과 바닥에 떨어진 충격으로 채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남자는 현진에게 다가와 현진의 브라우스와 바지의 허리띠를 잡고 현진을 자신의 머리위로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무릎을 들고 공중에 평평하게 펴져있는 현진의 등을 무릎에 찍어 꺽어버리려는듯 현진의 몸을 그대로 자신의 무릎쪽으로 내리찍었다.
현진은 몸이 남자의 머리위쪽까지 뜨자 남자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자신의 등이 남자의 무릎쪽으로 세차게 내려가는 순간 팔로 남자의 목을 감았다.
그리고 최대한 몸을 웅크리며 남자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현진이 남자의 목을 팔로 감고 남자의 가슴안쪽으로 최대한 자신의 몸무게를 싫자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으려했던 힘과 현진이 안쪽으로 파고드는 힘이 만나 강한 토크를 발생시키면서 남자의 몸이 공중제비를 돌듯 앞쪽으로 한바퀴 돌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잠시후 천천히 일어선 남녀는 숨을 헉헉 거리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노려보고 있는 여자의 입에서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남자는 미소짓는 여자처럼 미소를 같이 미소를 지어줄 여유가 없었다.
솔직히 졌다고 생각했다. 이정도 일줄은 정말 몰랐다.
이 여자..마치 이기기위해 싸우는게 아니라 싸우기 위해 싸우는 여자 같았다.
싸움 자체를 즐기고 있는것 같았다. 거기다 어느 자세에서도 순식간에 치명적인 곳을 정확하고 빠르게 노려오고는 했다.
처음엔 남자 자신도 그런 현진의 공격에 놀라움을 가지면서도 흥분감을 지울 수 없었다. 나름대로 내놓으라하는 사람들을 꺾어본 경험이 많은 싸움이라면 언제나 자신이 있는 남자였다. 전력을 다해도 밀리지 않는 현진과 싸우며 묘하게 즐거운 느낌과 흥분감이 불타오르고 있는것을 그는 느껴졌다.
하지만..어느 순간부터 여자의 공격을 받기가 벅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자신감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자는 지친듯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눈빛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이제 서로 지친상태에서 아마도 서로 마지막으로 큰 공격을 할것이고 그리고 그 공격에서 자신은 여자의 공격을 막을 자신도 쓰러트릴 자신도 없었다.
이 싸움은 질 것이다...아니 벌써 졌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나자 남자의 입에서도 미소가 살며시 베어 나왔다. 이 바닥의 전설이라 불리는 남자와 한번 붙어보고 싶었건만...여기가 한계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둘은 잠시후 마지막 힘을 다해 서로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크게 주먹을 들어 서로를 향해 날렸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낸 일격이었다. 자신의 주먹이 타겟에서 빗나가는 것을 보며 그리고 주먹의 타겟이었던 여자가 자신의 품안으로 주먹을 내뻗으며 들어오는 것을 보며 남자는 생각했다.
분명히 여자의 손은 가장 치명적인 곳을 노릴 것이고 이제 막을수도 피할수도 없는 자신은 그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데...주먹을 내뻗으며 들어오던 여자의 손을 느낄수가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자는 내뻗은 주먹을 회수하고 그대로 남자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여자가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음과 동시에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올려 여자의 복부를 강하게 찍어올리며 깍지를 끼고 여자의 등을 힘차게 내리쳤다. 거의 남자 자신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여자는 미끄러지듯 자신의 다리밑쪽으로 쓰러졌다. 그 후 자신도 뒤로 넘어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남자는 영업소의 사무실 쇼파에서 눈을 떴다. 몸을 일으키려하자 온 몸이 쑤셔왔다.
졌다...남자는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깨어나셨습니까? 』
줄에 몸을 의지한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여자의 옷은 속옷하나 입지 않은 채 모두 벗겨져 있었고 무릎을 살짝 굽힌채 비스듬하게 금방이라도 누을듯한 자세로 서 있었다.
아마도 줄이 없으면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버릴듯한 모습이었다.
나체인 여자의 몸은 부하들에게 꽤 린치를 당했는지 여기저기 멍과 상처투성이였다.
여자의 가슴에 달린 봉긋하게 솟아있는 여자의 유방에도 린치를 당한 흔적이 보였고 약간은 넓은듯한 어깨 그리고 가파르게 좁아져 오목하게 들어간 허리에다 얇고 길게 빠진 다리가 모아지는 지점에는 숲을 이루듯이 검은 털이 무성하게 나있었다.
비록 상처와 멍으로 전신이 뒤덮혀 있었지만 팔과 다리의 각 부분에 있는 근육들과 전체적인 몸의 라인은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다워보였다. 어째서 이런 여자가 이런일을 하고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꿀꺽..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몸이 동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여자에게 다가가 여자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손이 미끄러지듯 내려오면서 여자의 가슴을 살짝 움켜쥐었다. 금방이라도 자신의 손을 튕겨낼듯한 탄력과 함께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남자가 여자의 몸을 쓰다듬는것을 보고 부하가 우두머리의 마음을 눈치챘다는 듯이
인사를 하며 밖으로 나갔다.
창고안에는 이제 널부러진 네명의 여자의 부하와 자신 그리고 여자만 있었다.
가슴에 멈춰서 있던 남자의 손이 여자의 허리라인을 따라 여자의 다리사이에 수풀속으로 파고들어갔다. 부드러운 여자의 동굴의 느낌이 전해져왔다.
『으음... 』
남자는 고개를 숙였다. 이건 자기가 진 내기였다. 종반으로 치닫을수록 졌다는 느낌은 이미 들었고 마지막에게도 왠일인지 여자는 주먹을 회수했다.
깔끔하게 여자를 풀어주고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만 지금 이 여자..
이 아름다운 여자의 몸에 있는 손을 빼기도 망설여졌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정말 가지고 싶은 여자였다.
진실한 승리를 알고있는 자의 여유인가? 그런 여자의 미소는 그에게 여자를 더 강하고 아름답게 보이게 했으며 그만큼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게 만들었다.
『그리고.. 애들은 풀어줘..알잖아..애들한테는 볼일없는거... 』
『나도...여자야...이런 모습으로 오래 있게 하지는 말아줘.. 』
여자가 이긴거라고 우긴다면 남자도 할 말은 없었다. 그런데도 분명 자신이 이긴것을 알고 있음에도 패자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저 태도는...
남자가 물었다.
여자는 부드럽게 말하고 있었다. 처음 봤을때 그렇게 차갑고 매서운 눈을 하고 냉랭한 목소리로 말하던 여자가 언제 그랬냐는듯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아니..부드럽다고 말하기엔 무언가 달랐다. 모든걸 포용하고 담을수 있을만한 그런 느낌의 눈이라고 해야할까..
어떻게 사람의 목소리가 눈빛이 저렇게 순수하게 마음대로 바뀔수도 있는건가?
남자가 본 현진의 눈은 너무도 순수해 보였다.
살기를 품을때는 순수한 살기만으로....
부드러움을 품을때는 순수하게 부드러움만으로....
그이외의 감정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그 하나의 감정 자체만을 가지고 있는 그런 눈처럼....
"제기랄...졌다..그것도 완전히..."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남자라고....
여자는 기어가듯 몸을 움직여 벽에 자신의 등을 기대고 앉았다.
칼날이 자신을 향하도록 양손으로 칼을 잡고 그는 크게 숨을 고르고 자신의 복부를 향해 칼을 찔러들어갔다.
『멍청하긴...지금말고.. 』
이 여자...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여자였다.
싸울때는 그렇게 격렬하게 싸워놓고도 싸움이 끝난후에는 모든걸 포용하듯이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여자라...더구나 패배한 자를 하찮게 여기지도 않고 오히려 충분히 배려도 할 줄 아는 여자다.... 아마도 여자가 아니었다면 자기 스스로 그 밑으로 들어가고 싶어할만한 그런 사람이었다.
『윤..윤지훈..입니다..앞으로 평생 목숨을 바쳐 당신을 따를것을 맹새합니다.. 』
『재밌네..콜록..발가벗은 여자에게 예를 갖추는 부하라..콜록.. 』
잠시 놀란듯 지훈을 바라보던 현진이 피식 웃으며 웃음을 흘려보냈다.
현진이 다시 몸을 눕혔고 그런 현진의 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현진의 가슴을 입속으로 넣었다. 남자가 입으로 현진의 가슴을 탐하자 현진의 얼굴이 잠시 찡그려졌다.
꽤 길고 두꺼운 지훈의 것이 갑자기 들어간 아픔때문인지 아니면 지훈이 하체를 밀어붙이면서 생긴 몸의 흔들림때문에 상처가 아려오는 것인지 지훈의 신음소리와는 다르게 현진의 입에서는 비명소리 가까운 소리가 나왔다.
지훈의 하체운동에 따라 포개어진 두명의 몸의 움직임은 점점 격렬해져 가기 시작했고 그 움직임에 따라 현진의 가슴도 미친듯이 출렁여대고 있었다.
현진이 두 팔을 들어 그런 지훈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마치 출렁이는 현진의 가슴을 진정시키려듯 지훈은 몸을 현진에게 바짝 밀착시키며 현진의 가슴을 꾸욱 눌렀다. 현진의 물컹하고 부드러운 가슴의 느낌이 그녀의 젖꼭지의 돌출된 느낌과 함께 지훈에게 전해져왔고 그런 느낌은 지훈의 마음을 더욱 급하게 만들었다.
현진은 그런 지훈의 머리를 두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진심입니다.. 』
『좋을대로 해.. 』
현진은 지훈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자신의 귀에 전해지는 현진의 부드러운 바람에 몸을 떨며 지훈은 생각했다.
잠시 아무대답이 없던 현진이 지훈의 말에 대답을 했다.
『아니요 절대 그런일 없을겁니다.. 』
그리고 현진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녀의 감은 눈속에는 자신이 사랑한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은 그에게만....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현진이었다.
회상에 잠겨 있던 현진이 눈을 떴다.
그동안 가물거리며 안개에 가려져 있는듯 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버렸다.
역시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은 그리 좋은사람은 못되었다.
조직..비호파란 조직의 일원으로서 과거에서의 현진은 그렇게 삶을 살아갔었다.
눈을 뜬 현진이 자신의 앞에있는 작은 소주잔에 담겨있는 소주를 입에 털어넣었다.
현진이 잔을 내려놓자 현진의 앞에 앉아있던 남자가 공손하게 윗사람을 대하듯 소주병을 두손으로 잡고 현진의 비어버린 소주잔에 다시 소주를 따라주었다.
현진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는 이 남자...
초저녁즈음에 사무실 사장인 조한태를 공격하고 연이어 자신을 공격했던 바로 그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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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태를 짓밟은 남자를향해 현진의 몸이 빠른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그냥 무덤덤하게 방어와 함께 적을 제압하기 위해 공격을 했던 그런 눈이 아닌 정말 상대를 죽여버릴듯한 각오가 담긴 눈을 하고 그렇게 남자에게 몸을 날리고 있었다.
털썩...
그러나 현진의 일격을 맞고 무릎을 꿇은게 아니었다. 현진의 몸이 미처 그의 몸에 채 닿기도 전에 그는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은 남자는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현진을 향하여 소리쳤다.
남자를 향해 몸을 날리던 현진이 남자의 말에 몸을 멈췄다. 그리고 그를 쳐다보았다.
"보스.....???"
『왜 저를 모르는척 하시는 겁니까!!! 』
『나를 알고있나? 』
여전히 차갑고 건조한 목소리로 현진이 남자를 보며 물었다.
남자는 잠시 흠짓하는 모습이었다. 분명히 자신의 보스라고 확신했는데 정말 자신을 모르는듯이 자신을 대하고 있었다.
『혹시 그간 무..무슨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접니다!!! 보스에게 평생 충성을 맹새한 윤지훈이란 말입니다!! 』
윤지훈?? 들어본적도 있는듯한 이름이었다. 그러고보니 체격이나 얼굴도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닌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느낀 것이지만 자신을 헤하려는 목적이 있는 사람은 아닌것 같았다.
『기억을...잃었다.. 』
현진의 말에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처박듣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남자가 상당히 놀란듯한 얼굴을 하고 현진을 바라보았다. 현진의 모습은 딱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듯 했다.
『제..제게 설명할 기회를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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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태를 병원에 데려다 주고 둘은 근처의 한 포장마차에 들어건 것이었다.
그리고 지훈이라 스스로를 소개한 남자로부터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들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수록 짙은 안개속에 가려져 있는듯 하던 그녀의 과거가 하나씩 생각이 나기 시작하더니 대강의 기억들이 전체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현진은 아무말 없이 남자가 따라준 술을 다시 그대로 자신의 목구멍으로 넘겼다.
『천천히 드십시오.. 』
연이어 술을 들이키는 현진을 보며 지훈이 걱정된다는 듯이 현진에게 말을 하자 현진은 그런 지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원래 술을 많이 즐기시지는 않는편이셨습니다.. 』
이 남자...그날의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심복이 되어버린 남자였다. 성격도 남자답게 화끈하고 털털했으며 싸움솜씨 역시 일품이었다. 그리고 자신 스스로를 비호파조직원이 아닌 현진의 부하라고 말하며 그러므로 자신의 보스 역시 비호파의 보스인 서준호가 아닌 현진이라고 말하곤 했다. 다만..다른 조직원들이 보기에 안좋아 보일 수 있는 관계로 조직원들이 있는 경우에만 "형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그 이외에 단 둘이 있거나 할때는 언제나 현진에게 "보스"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남자였다.
현진의 기억속에 이 남자는 정말 믿을만한 남자였고 자신이 죽으라는 말 한마디면 죽는 시늉이 아닌 정말로 자신의 목숨을 버릴 수 있는 그런 남자였다.
『당한만큼 갚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
남자가 현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현진은 그런 남자의 말에 대꾸할 생각은 하지 않고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현진이 기억하는 과거....
그리 유쾌한 기억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해서 다신 기억하기 싫은 그런 기억만 있는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좋지도 그렇게 나쁘지도 않은 그냥 그저 그런 과거였다.
하지만 남자의 말대로 갚아줘야할 빚이 남아있었다. 구지 다시 조직생활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아니었으나 그 빚만은 갚아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그런 현진의 마음에 걸리는게 하나 있었다. 은수였다.
은수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분명히 또다시 걱정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는 어떻게든 자신을 말리려고 하겠지...
현진도 은수가 좋았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갚아야 할 빚만 없다면 다시 조직으로 돌아가 조직의 생활을 하는 것보다 은수와 함께 사는게 자신은 훨씬 행복하고 좋았다.
하지만 빚은 갚아야했다. 더구나 이 남자..이 남자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사라지고 난 후 자신을 찿으며 자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현진 혼자만 관계된 빚이라면 은수를 위해서..눈 딱 감고 잊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빚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엮여 있었다. 자신이 그 빚을 갚기를 포기한다는건 지금껏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사람들의 희망을 꺽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다.
현진이 다시 한번 술잔을 들어 잔을 비웠다.
어차피 과거는 잊기로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은수와 언니동생으로 그렇게 앞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기로 결정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만약 자신이 빚을 갚기위해 나선다면 언니동생으로서가 아닌 경찰과 범죄자로서 은수와 충돌하게 될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은수가 알면 그녀는 아마도 심한 절망감에 빠져버릴것이었다.
현진은 은수에게 은수가 사랑하던 은진이라는 존재를 한번 빼앗은적이 있었다. 은수에게 다시 그런 고통과 절망감을 맛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 은수는 현진 자신에게도 너무 소중해져 버린 사람이었다.
술을 마시며 생각하던 현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진의 주위에서 술을 마시던 다른 손님은 그런 현진의 모습을 보고 흘깃거리며 곁눈질하기 시작했다.
옆으로 길게 찢어진 치마에다 자켓을 입긴 했지만 그녀가 입은 브라우스는 중간부분에 단추가 없어 그 사이게 꽤 크게 벌어져 현진의 브라에 싸인 풍만한 가슴부분이 엿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진은 그런 그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는듯한 눈치는 아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현진이 지훈이란 남자에게 길게 몸을 숙였다. 그리고 남자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자신의 혀를 남자의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남자는 갑작스런 현진의 행동에 조금 놀라고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주위에서 곁눈질하던 다른 손님들도 현진의 대담한 행동에 깜짝 놀란듯 포장마차에서 키스하고 있는 그들을 넋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현진이 남자의 입에서 자신의 입을 떼어내며 말했다.
『고마워..하지만 여기까지야....이제 그만 잊어..난..지금의 삶이 더..좋아.... 』
『보..보스..하..하지만 우리가 갚아야할 빚은..그리고 보스하나만 바라보며 기다린 사람들은.... 』
남자가 현진을 설득하듯 말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현진은 그런 남자를 향해 등을 돌리고 포장마차의 바깥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주 늦은 밤거리의 한 길거리...
한 여자가 찢어진 치마와 앞섭이 벌어진 브라우스를 입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 인적이 많은 곳이 아닌 지역인데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지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모두 한번씩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
여자의 찢어진 옷만이 그들의 시선을 끄는것은 아니었다. 그 뒤를 따르는 남자...
오히려 그 모습이 여자의 옷보다 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재고해 주십시오!! 』
대신 현진이 한발을 내딛을 때마다 무릎을 꿇은채로 자신도 한발 아니..한 무릎을 내딛었다. 그렇게 현진이 앞으로 갈때마다 지훈은 무릎을 꿇은채 현진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현진을 따라온 거리가 꽤 되었다. 이미 남자의 무릎부분의 바지는 너덜너덜해진 채로 다 찢겨져 나갔고 그의 무릎에서는 피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남자는 얼굴한번 찡그리지 않고 그렇게 현진의 발에 맞추어 현진의 뒤를 따라갔다.
현진도 알고 있었다. 지훈이 따라오는 것을....
비록 자신이 무릎이 찢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지훈의 고통이 그대로 자신에게 전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한발씩 내딛을때마다 그 고통이 자신이 과거에 짊어졌던 짐의 무게에 더해져 자신의 발을 더욱 무겁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자신이 어느정도의 위치에 있었던 여자가 아니라 존재감없이 아무도 그녀를 기억해주는 이 없는 그냥 그런 말단 조직원이었었으면 차라리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진이 걸어가던 자신의 발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섰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미친듯이 하늘을 향해 자신이 내지를 수 있는 최대한의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현진의 소리는 조용한 밤하늘을 가르며 공중으로 울려퍼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