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은 터벅터벅 밤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하늘거리듯 약간은 술기운이 있는듯 그렇게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 거리를 걸었다.
주위에서는 시끄러운 소음.. 노래를 부르는 건지 악을 쓰는건지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무리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흐으음...도대체 어떻게 한것일까? 』
벌써 현진이 출근한지 몇일이 지났다.
현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오늘 낮의 일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현진이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을때였다. 사장이 자신에게 다가왔다.
『저..저기... 』
『네? 』
『시..식사하실시간입니다!! 』
『네? 아...네... 』
『어떤걸로 드시겠습니까!! 』
현진은 그런 사장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생각을 했다. 아니...도대체 어떻게 반성을 하면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하는걸까? 직접 가본적은 없어도 군대에서도 이러진 않을거 같았다.
『저..저기...사장님 자꾸 이러시면 불편한데... 』
『죄..죄송합니다!! 』
『도대체 왜이러세요? 안때릴테니까 이러지마세요... 』
『아닙니다!! 현진씨는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
『네?? 』
『아,,아닙니다 말이 잘못나왔습니다!!! 뭘 드실지 결정해주십시오!! 』
『아..네..그냥..평소에 먹던데로 간단하게 중국음... 』
현진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사장이 현진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응?? 』
사장은 언제 갔는지 현진의 책상에서 사라져 자신의 책상에 있는 전화를 걸었다.
『여기 짬뽕하고 짜장하고 탕수육하고 팔보채하고 ...거 또 뭐있어??? 어..어..그래 그래 그거 다 가져와!!! 』
『어휴.... 』
그런 사장의 모습에 머리를 감싸는 현진이었다. 뭐..자기를 여자로 쳐다보거나 무슨 허튼짓을 하지는 않을것 같아서 다행이긴 한데...이건 이거 나름대로 곤욕스러운 일이었다. 저거 병원에 입원시켜야 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상념에 잠겨있을무렵...
중국집에서 음식이 도착했다. 이건 뭐..식사가 아니라 잔치분위기였다.
꾸준히 음식을 날라대는 배달원도 엄청난 음식에 대기하는 사람은 2인걸 보고 의아해 하는듯 했다.
『이걸 어떻게 다 먹어요? 』
『무엇을 드시고 싶으실지 몰라 알고있는건 다 시켰습니다!!!드시고 싶은것만 드십시오!! 남는건 버리겠습니다!! 』
『어휴..아깝잖아요..많이 남을건데 이걸 다 어떻게 버려요? 』
『그럼 남는건 토하는 한이 있어도 제가 다 먹겠습니다!! 』
테이블에 다 놓지도 못해 책상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음식들을 보며 현진은 한숨을 쉬었다. 이건 정말 이거나름대로 골치아픈 일이었다. 매일 이러다가는 분명히 도산할것 같았다. 설마...도산해서 자길 출근못하게 하려는 심산은 아닐테고....
쇼파에 털썩 주저않은 현진의 눈에 고량주가 보였다. 차라리 심난한데 잘되었다.
현진이 고량주병을 들었다. 그리고 사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잔할래요? 』
『괜찮습니다!!! 』
『그러지 말고 한잔해요.. 』
이거이거...현진을 호텔에 끌고가던날의 현진이랑 사장이랑 바뀌어버린듯한 느낌이 아닌가?
점점 골치아파지는 현진이었다.
『받아요...뭐라 안할테니까... 』
『감사히 받겠습니다!!! 』
남자는 테이블에서 잔을 들고 쇼파에서 벌떡일어나 현진쪽으로 오더니 바닥에 철푸덕 무릎을 꿇고 앉아서 두손으로 잔을 들고 현진의 술을 받으려고 했다.
현진의 인내심이 슬슬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장에게 고량주를 따라주는 대신 현진은 고량주병을 들어 잔에 부어마실생각도 안하고 병채로 그대로 입에 털어넣었다.
『헉..!!! 혀..현진씨!! 그...그렇게 마시면!! 』
사장의 머리속에 온갖 해괴한 망상이 떠오르고 있었다. 물론 현진이라는 이 여자나 그 괴물같은 이 여자의 언니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스스로 작업걸지 않아도 알아서 지가 먹고 취해주겠다는데 아니고마울수가....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만약 이 여자가 이 고량주를 마시고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라도 한다면...현진씨는 분명 집에 들어가지 못할테고...그러면 그 괴물언니는 어디선가 총을들고 문을 박차고 뛰어올지도 모를일이다.
안됀다!! 저건 막아야한다!!
『사..살려주십시오!!!! 』
『뭘 살려줘요? 』
고량주 탓인지 조금은 풀린듯한 눈으로 사장을 바라보며 현진이 말했다.
"에이씨...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다!!"
『현진씨 언니가 알면 전 살해당할지도 모릅니다!! 』
『응???!!!!........... 쳇..역시 그런거였나? 』
설마설마하고 있었지만 역시 언니가 관계된 일인거 같았다. 어쩐지 출근해달라고 할때도 이상했고 언니가 펄펄 뛰면서 만류하지 않은것도 조금은 이상했다.
그 착하고 순하기만한 언니가 도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인간이 이렇게 개조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오는걸 느낄수 있었다.
자신이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하고나서 전전긍긍하며 자신을 여기로 출근시킬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테니 말이다. 그것도 안전하게...
왜그런지 은수와 같이 있으면 웃을일이 많아진다. 좋은사람이다. 그리고 현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제..제발 살려주십시오!!!! 』
현진이 생각을 하는 것을 보고 마치 어떻게 자신을 말려죽일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을 본것마냥 사장은 살려달라며 머리를 땅에 박았다. 그걸 본 현진은 갑자기 짜증이 확 밀쳐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인내심이 드디어 바닥을 보였다.
『일어나!! 』
순간 현진의 말투가 바뀌었다.
바뀐 현진의 말투를 느꼈는지 순간 움찔하던 사장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그런 사장의 목에 현진의 손이 엄청난 속도로 접근했다. 그리고 사장의 멱살을 잡고 자신쪽을 향해 확 끌어당겨 버렸다. 그리고 사장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 바로앞에 위치하게 잡아당기고는 사장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말해봐!! 』
『뭐...뭘요?? 』
순간 확 바뀐 현진의 분위기에 사장이 부들부들 떨면서 이야기했다.
『나한테 죽을래? 언니한테 죽을래? 』
『사...살려주십시오!!!! 』
『지금부터 언니 만나기 전 상태로 돌아가!! 물론 여자들한테 껄떡대던것 빼고!! 안그럼 넌 언니손에 죽기전에 내손에 죽어!!! 』
『하..하지만.. 』
『언니는 내가 알아서 해결한다!! 결정해!! 여기서 나한테 죽던지!! 언니한테 죽던지!!!! 』
술기운 탓인지 약간은 풀린듯하지만 무심한 그 눈...호텔에서 처럼 살기같은 정말 자신을 죽여버릴듯한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역시 매섭고 차가운 눈이었다.
어떻게 저런 예쁜얼굴에서 저런 눈빛이 나올 수가 있는 것일까?
『워...원래대로 도..돌아가겠습니다!! 』
『말투부터 바꿔!! 』
『워..원래대로 돌아갈게요...? 』
현진이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밀며 남자를 놔주었다.
『오늘 장사 접자!! 』
『네!! 알겠습...그..그러지요... 』
『이름이 뭐냐!!?? 』
『조..조한태인데요... 』
『술받아!! 』
그렇게 현진과 사장은 오후부터 사무실에서 술판을 벌였다. 현진은 화가 조금 난 모양인지 초반부터 잔에 따르지도 않고 고량주를 벌컥벌컥 들이마시더니 조금 취한듯 사장을 자신의 옆으로 불렀다. 그리고 앞으로 말을 편하게 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단, 현진씨라는 호칭은 유지하도록하고....
무슨 생각에 빠져있는지 무표정하게 벌컥벌컥 술만 쉬지않고 들이마시던 현진이 사장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은수는....좋은 ..사람이야... 』
그렇게 그 말한마디를 남기고 현진은 사장의 무릎위로 쓰러졌다. 그런 현진의 모습을 본 사장은 이상하게도 이제 그 괴물언니한테 죽었다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누워있는 현진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그때 그 호텔에서 그저 눈빛만 계속 쳐다봐도 죽을것만 같은 그런 무서운 눈빛을 내뿜었던 여자가...오늘 이 쇼파에서 차갑고 매서운 눈으로 자신을 보았던 여자가... 지금은 이렇게 편안하고 이쁜 얼굴을 하고 자신의 무릎위에서 자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까지 지어져 있었다.
자고 있는 현진의 얼굴위로 현진의 머리카락이 쓸려 내려왔다. 사장은 잠시 망설이더니 그런 현진의 머리카락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아 주었다. 현진의 립스틱을 바른 입술이 촉촉하게 젖어있어서 반짝거리고 있는듯 보였다.
사장은 머리를 박박 긁으며 잠시 고민하는듯 하다가 살며시 고개를 숙여 자고 있는 현진의 입술에 뽀뽀를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예전에 호텔에서 현진이 약에 취해 누워있을때 현진을 바라보던 그런 표정도 그런 기분도 아니었고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같은 그런 눈빛도 아니었다.
단지..아름다움에 관한 찬양의 의미의 뽀뽀...그것에 불과했다.
눈을 감고 뽀뽀를 하고는 입을떼던 사장의 눈에 두번째 단추까지 풀어진 현진의 블라우스 속으로 그녀의 뽀얀 속살과 브라의 모습이 조금 눈에 들어왔다.
사장은 살며시 손을 현진의 가슴에 얹었다. 그리고 블라우스의 두번째 단추를 잠가 주며 생각했다. 무서울때는 너무 무섭지만...사랑스러운 여자다.
그리고 왠지 이 여자에게 빠져들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다.
잠시후..
현진이 눈을 떴다. 아...사장의 태도에 화가나서 술을 너무 급하게 마셨나보다. 머리가 약간은 어지럽다. 혹시 하는 생각에 자신의 몸을 내려보았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고 옷을 벗겼다 다시 입혔거나 한 흔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에서 발까지 덮혀있는 작은 무릎담요와 자신의 상체를 덮고 있는 사장의 것으로 보이는 정장자켓...
현진은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어느새 치웠는지 중국음식의 잔해들은 모두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사장은 자신의 책상위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아...죄송해요.. 』
현진이 자신의 상체를 일으키면서 말했다.
『피곤하면 조금 더 누워있지 그래? 』
아까와는 다르게 남자의 말투가 변해 있었다.
『네? 아니요.... 』
남자가 일어나서 현진이 누워있는 맞은편 쇼파에 앉았다. 그리고 현진에게 악수하듯 손을 내밀었다. 현진이 무슨의미인지 몰라 멍하니 사장을 바라보자 사장이 말했다.
『이건 사과의 악수야..사실..난 현진씨도 무섭고 현진씨 언니도 무서웠어..그래서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거지...진심으로 사과한건 아니었어... 』
현진은 아무말 없이 그런 사장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해괴한 짓을 하려고 이러는 걸까 싶은 생각이 또 불안하게 뇌리를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술마시면서 현진씨 잠들어 있는 모습 보니까 내가 정말 잘못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그래서 대충 치우고 현진씨 말대로 그동안 내가 몹쓸짓한 여자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약간의 돈을 보내줬어..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보상이라고는 이거 밖에 없더라고... 』
사장은 그런 말을 하면서 자신의 몸을 뒤로 쭈욱 뻗어 자신의 책상위에 있는 작은 음료수병같은것과 A4용지를 가지고 왔다. 한 손은 아까 악수를 하듯 내민채 그대로...
『이건 내가 그동안 몹쓸짓한 여자 전화번호와 보내준 액수...그리고 이건 현진씨 깨면 머리아플까봐 사놓은 숙취해소제야.. 』
현진은 사장의 이런 의외의 행동에 사장과 테이블위에 놓인 약과 종이만 번갈아 보고 있었으며 아직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못믿겠으면 확인해보라고 적어놓은거야...현진씨가 사과를 받지 않는다면..아마도 내가 그만큼 큰 죄를 지은거겠지..미안해..하지만 다행히도 현진씨가 계속 출근할테니까...언젠간 그걸 갚을날이 오겠지... 』
말을 마친 사장은 그때까지도 현진이 아무말 없자 어쩔수 없다는 듯 악수하듯이 내민 손을 슬그머니 빼려고 했다. 그리고 그 때 현진이 그 손을 잡아주었다.
『사과하신다면 받아들일게요..대신 정신병자 같이 행동하진 마세요.. 』
『정신병자?? 하핫..뭐..그것도 말은 되네..하하 』
『난 조한태야...내가 사장이긴 하지만 앞으로 힘든일이나 어려운일 있음 말해 도와줄 수 있는 일이면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게.. 』
『고마워요..전 신현진이에요....아시겠지만.. 』
그렇게 작은 사무실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현진은 처음엔 어안이 벙벙한 느낌이었지만 남자의 말에서 그리고 눈빛에서 마지막으로 남자와 나눈 이 악수에서 이 남자의 말이 최소한 지금은 진심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현진은 조한태라는 이 남자의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아직도 약간 취한듯이 조금은 비틀거리며 밤길을 걷고 있는 현진이었다.
그런데 아직 궁금한게 있었다.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도대체 그렇게 착하고 순한 은수가 어떻게 했길래 사장이 저렇게 몇일동안 겁에 질려 벌벌 떨었는지 너무 궁금했다. 범죄자들을 잡을때는 물불안가리고 뛰어드는 은수였지만 그걸 모르는 현진에게 은수는 항상 어린아이처럼 다정하고 눈물이 많은 순하고 착한 여자였다.
"물어볼까? 에이...그만두자"
괜히 그랬다가 은수의 걱정만 살지 모르는 일이니까 어쨌든 잘 해결되서 좋았다.
원하는데로 일하게 되었고 다른의미로 자신의 골치를 썩인던 일도 오늘 해결이 되었으니 그리고 좀 질이 나쁜줄 알았던 남자도 그리 나쁜남자는 아니었던 모양이니...
툭...
『어이...아가씨..? 』
취객이었다. 한 취객의 무리가 조금은 비틀거리던 현진과 어깨를 부딪친 것이었다.
현진이 돌아보았다. 세명의 취객이 현진을 둘러싸며 말했다.
『어이~ 아가씨~ 쳤으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가야쥐이이~ 』
술취해 꼬이는 발음으로 그들은 현진에게 시비를 걸었다. 잠시 그 세명을 바라보던 현진이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려고 하자 한남자가 현진의 등뒤에서 현진의 어깨를 잡았다.
『에이~ 그냥가면 안돼지~ 딸꾹 사과해야지..우리랑 데이트한번하면 ... 』
퍼억..
남자는 그대로 쓰러졌다. 현진은 돌아서지도 않고 그냥 그대로 무릎을 세게 꺾어 자신의 발 뒷꿈치가 뒤로 들어 올리면서 남자의 낭심을 발로 차버렸던 것이었다.
『뭐..뭐야.. 』
다른 남자들이 비틀거리며 현진을 잡으려고 현진에게 다가왔다.
툭...툭..
아무리 현진이 술 좀 먹었다기로 서니 이정도 남자에게 쓰러질까?
현진은 비틀거리는 그들의 발을 자신의 발로 톡..톡 하고 쳐버렸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남자들은 현진이 발을 톡톡 침에따라 발이 미끄러지면서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좀 많이 취해서인지 그들은 그렇게 땅바닥을 부비며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었다. 주위에 사람들은 모두 멈춰서서 그런 현진을 보고 있었고 현진은 그런 그들의 눈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이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그리고...멀리서 그런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며 뒤를 밟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아참...그거 조사해봤어.. 』
저녁늦은시간 주혁이 졸라대는 바람에 못이기는 척 주혁과 모텔에 들어와서 주혁에게 이른바 이쁜짓(?)을 하고난후 나란히 엎드려있던 주혁이 무언가 생각난듯 벌떡 일어나더니 자신의 겉옷을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접혀있는 두툼한 서류봉투같은 것을 하나 들고왔다.
『어떤거요? 』
주혁의 옆자리에 누워있던 은수가 주혁이 내미는 서류봉투를 받아서 안의 내용물을 꺼내 읽으며 말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백성제약 말이야...자금난이 상당히 심각한 지경까지 갔었나 보더라구..그 사람들 사채까지 썼어.. 』
『사채요? 』
『응..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어.. 』
『뭔데요? 』
『백성제약이 꽤 많은돈의 사채를 빌린곳이 비호파가 운영하는 사채사무실이었어 』
『비호파요? 음...들어본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잘모르겠는데? 』
『음..아마 너는 잘 모를수도 있을거야 해체된지 조금 된 조직이거든 』
『아..그래요? 그런데 그게 뭐가 놀라운 사실인데요? 』
『그 비호파 말이야...한때 조직계에서 이름 꽤나 날리던 조직이었는데 규모가 어느정도 커진무렵에 내부분열이 있었나봐 그래서 두개파로 갈라졌거든....그런데 그 갈라진 파중에 하나가 유정회야...두개파로 갈라진후에 유정회라는 간판을 다시 걸고 새로운 조직처럼 만들었지만 결국 비호파가 분할해져서 나온 류파란 거지.. 』
『유정회... 아..예전에 저 병원에 있을때 선배가 한번 언급했던 그 조직? 』
『아..내가 아직 말을 안했었나 보구나...너 예전에 공장에서...은진이랑 같이 잡혔을때 있었자나.. 』
『네에... 』
은수가 그때의 생각이 나는지 약간은 우울해진듯 대답하자 주혁이 괜찮다는 듯이 은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그때 그 사건 뒷처리 하면서 알아낸건데... 거기에 죽어있던 사람들 모두 유정회의 똘마니들이었어..뭐 이해가 안가는건 좀 있긴 있었지만..어쨋든 그래서 혹시 너를 납치하려 했던 애들이 유정회쪽애들인가 싶어서 그쪽을 좀 뒤지고 다녀봤거든... 』
『아.... 』
은수가 스스로 힘들어하고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릴때 주혁은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자신을 위해서.....
은수는 그때는 미처 몰랐었다. 세상에 버려진듯한 두려움이 밀려올때... 자신을 버린듯했던 세상의 어느 한구석에서 자신을 위해 뛰어다니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는걸...
은수는 티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주혁의 팔을 꼬옥 붙잡고 자신의 머리를 주혁의 두꺼운 팔에 기댔다.
『어..? 왜그래? 아..그때 생각나서 그렇구나... 』
주혁은 하던말을 그만두고 그런 은수를 안아주었다. 침대의 이불속에서 은수의 부드러운 가슴이 자신의 가슴에 닿자 부드러운 그녀의 살결과 그 살결위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젖꼭지의 느낌이 느껴졌다. 주혁은 순간적으로 피가 다시 아랫쪽으로 쏠리는 것을 참으며 은수가 알아채지 못하게 엉거주춤하게 엉덩이를 뒤로살짝 뺀채 은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괘...괜찮아..이제 내가 있잖아..난 그런거 신경안쓰는거 알잖아 이제 그만잊어... 』
은수는 주혁이 선배에게 주어야할 첫번째 경험을 뺏긴것을 다시 그에게 미안해 하는줄로 잘못 알고 있는것은 알았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고..고마워요.. 』
은수는 또다시 주혁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에휴..우리 자기 또 우는거야? 』
주혁은 짐짓 은수의 기분을 풀어줄 속셈으로 "자기"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쓰며 은수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주혁의 말을 들은 은수는 머리를 주혁의 가슴에 기대고 있는 채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아냐..아..안울어.. 』
『안울긴.. 』
그렇게 고개를 좌우로 젓고 있는 은수의 다리사이에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주혁의 것이었다. 어느새 이렇게 커졌는지 방금전의 관계가 끝나고 귀엽게 꼬물거리던 작은게 그 사이 다시 또 터질듯 딱딱하게 서서 은수를 찔러대고 있었던 것이었다.
주혁은 은수를 위로하는 중이라 되도록 은수가 그걸 알아채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엉거주춤하게 엉덩이를 뒤로 빼고는 있었지만 상체로 은수를 안고있는 상태에서는 뒤로 뺄수 있는 유효거리가 적었던 것이었다.
은수는 그런 주혁을 느끼고는 주혁에게 안기는듯 주혁의 품에 파고들면서 자신의 하체를 주혁의 하체쪽으로 살며시 가져다대었다. 은수가 그렇게 주혁의 하체에 다가오자 하필이면 은수가 슬퍼하고 있는 이때에 주책스럽게도 커져버린 자신의 물건을 원망하며 조금씩 더 뒤로 물러나려고 하였다.
『괜찮아요 선배...피하지 말아요.. 』
은수는 주혁에게 몸을 바짝 밀착시키는 한편 주혁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자신의 하체에 느껴지는 주혁의 것을 느끼며 주혁의 넓고 판판한 가슴에 살짝 돌출되어 있는 꼭지를 자신의 입으로 감쌌다.
『세상에...나 혼자 버려진 느낌이 들었을때..... 』
은수는 주혁의 한쪽가슴을 자신의 타액으로 촉촉히 적셔낸후 옆에서 자신도 봐달라는 듯 파르르 떨리고 있는 다른쪽의 꼭지를 향해 이동하며 말했다.
『그리고..신마저도 이젠 나따위는 잊어버렸나보다...라는 생각이 들때.... 』
은수의 얼굴이 이번엔 가슴쪽에서 주혁의 복부쪽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무섭고 외로운 생각이 들때..몰랐지만 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어요 』
은수는 주혁의 복부에 움푹패인곳을 가득 채워주듯이 자신의 혀를 그 작은 웅덩이에 넣었다. 주혁의 다리사이에서 아랫배까지 타고 올라온 작은 털들의 느낌이 은수의 혀에 느껴졌다. 은수의 혀의 움직임에 따라 그 작은 털들이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었다.
『아마도...내가 어느 알수없는 지옥의 끝에 있어도..그 사람은 어딘가에서 절 생각하고 있겠죠..? 』
어느새 내려왔는지 은수는 주혁을 덮고있는 이불속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자신을 향해 불쑥 튀어나온 그의 물건을 한손으로 움켜쥐었다.
『이제 어떤일이 있어도...혼자되는 일은 없겠구나..싶어서..그래서..눈물이 났어요.. 』
『으..은수야..흐으읍.. 』
주혁의 물건을 부드럽게 감싸쥐고 위아래로 조심스레 흔들어주던 은수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성난듯 불끈 솟아있는 그것의 성을 달래주듯이 입으로 감싸고 자신의 타액으로 그것을 적셔주기 시작했다.
주혁은 하체에서 타고오는 부드러우면서도 떨리는 느낌을 느끼며 모텔침대의 하얀 시트가 은수를 덮은채로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주혁은 자신의 가슴에 있는 침대시트를 살짝 들어올려보았다.
그곳엔 주혁을 향해 튀어나오듯이 하얗고 동그란 두개의 커다란 언덕이 있었고 자신을 가리고 있던 시트가 들어올려지자 부끄럽다는 듯이 그렇게 은수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씰룩거리고 있었다. 두개의 언덕사이에는 위에서부터 조금씩 깊게 패여들어가져 있는 골짜기가 아래를 향해 길게 이어져 있었으며 그 골짜기 아래에는 아까의 정사에서 아직 채 회복되지 않았는지 살며시 젖어있는 은수의 비밀스러운 곳..
그곳의 작은 동굴이 주혁의 가슴 좌우로 다리를 벌리고 올라타있는 은수의 자세때문인지 자신에게 들어와달라는 듯 살짝 입구를 열고 숨을 쉬고 있었다.
주혁은 그런 은수의 수줍듯 열린채 붉은 빛을 내며 숨을쉬고 있는 그곳에 신비한 힘에 의해 빨려들어가듯 자신의 입을 가져다대었다.
『하아아앗..... 』
은수는 자신의 하체 비밀스러운곳에 누군가가 침입한 느낌을 받았는지 조심스럽게 주혁의 그것을 빨고있던 동작을 잠시 멈추는듯 하더니 다시금 주혁의 그것을 자신의 입속에 넣고 펌프질하기 시작했다.
주혁이 간지럽히듯 은수의 동굴을 자신의 혀로 헤집고 다니자 은수는 조금씩 자신의 엉덩이를 뒤틀어 그렇게 비밀스러운 자신의 공간에 침입한 혀에게서 도망가듯이 그리고 침입자를 반기듯이 흔들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지하에 흐르고 있는 지하수를 뽑아올려내려는 듯이 그렇게 주혁의 것을 빨아올리던 은수가 이제 조금만 더 하면 폭팔할듯 지상으로 지하수가 솟아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점점 빠르고 강렬하게 주혁의 것을 빨아대고 있는 은수의 입이 잠시 멈췄다.
『흐읏... 』
그리고 나직한 신음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자신의 손을 등뒤로 뻗어 자신의 엉덩이를 가리려는듯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서...선배..거..거긴..... 』
파묻힌듯 그렇게 은수의 엉덩이 사이에 있던 주혁의 혀가 비밀스러운 동굴을 헤집다가 동굴의 위쪽...두개의 언덕사이의 골짜기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작은 구멍으로 자신의 혀를 가져간것이다.
『거..거긴..더..더러운...데....흐으읏... 』
부끄럽다는 듯이 몸을 빼려고 하듯 가리려고 하듯 하던 은수의 상체가 위쪽으로 잠시 강하게 치켜올라갔다. 주혁의 혀가 비밀스러운 동굴에 이어 샅샅히 파해쳐보겠다는듯이 그녀의 항문마저도 탐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서..선배...하지말아요..더러워요...부끄러워요... 』
그런 은수의 말에 주혁이 탐사하던 곳에서 혀를 잠시 떼며 말했다.
『더러운것도..깨끗한것도...다 내꺼야..소중한것..그리고 내것... 』
주혁은 말을 마치고나서는 다시 탐사를 시작하였다.
『아하하하하학!! 』
새롭게 몸속에서 전율하는 또다른 쾌감의 감정속에서 위로 크게 치솟았던 은수의 상처가 이번에는 다시 아래쪽으로 떨어지듯 쓰러지듯 내려왔다. 그리고는 다시 주혁의 것을 손으로 감싸쥐고 입에 물었다.
스으읍..할짝..습습...할짝..
작은 모텔의 방에서는 그렇게 서로의 소중한 것을 각자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듯한 소리와 그 사이사이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만이 흐르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느낌과 감정이 강렬해질수록 그에 영향을 받은 자신의 몸은 더욱 강렬하게 상대의 소중한 것을 탐닉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또다시 강렬한 감정으로 상대방을 흥분시키며 그것이 또다시 상대방에게 전해지면서...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나 상대에게 도착해서는 다시 더 빠른 속도로 다시 상대방에 맞고는자신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더 빠른속도로 점점 빠르고 강렬하게 튀어다니는 탁구선수사이의 탁구공처럼 그들은 자신의 흥분과 감정을 상대에게 전하며 상대에 의해 다시 더욱 강렬해져서 돌아오는 흥분감과 감정을 맛보며 그렇게 그들의 행위는 점점 더 빠르게 그리고 강렬하게 움직여져갔다.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던 그들중의 한명...
은수가 상대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밑바닥에 깊숙히 묻혀있던 지하수를 모두 뽑아낼듯 그렇게 주혁의 것을 빨아대던 그녀의 입에서 자신의 타액과는 다른 촉촉한 것이 느껴졌다.
한방울....한방울...
그렇게 지하에서 대지로 물이 조금씩 스며들듯이 은수의 입속으로 들어오던 그것은 어느새 대지의 작은틈을 뚫고 솟아오르는 지하수처럼 순식간에 은수의 안으로 폭팔하며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고 지하수를 쏟아내는 주혁의 몸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은수는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그 안에 있는 한방울까지 모두 뽑아내겠다는듯이 그렇게 주혁의 것을 위아래로 손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한방울까지 그녀의 입으로 모두 털어내듯 쏟아부어지자 은수는 천천히 그의 물건에서 입을떼었다. 그런 그녀의 입에는 주혁의 것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약간은 비릿한듯하면서도 차갑지 않고 따뜻한 느낌..그리고 하나의 실처럼 길게 늘어질것만 같은 끈적끈적한 느낌까지도 은수는 그렇게 입속에서 주혁의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여기.....미안해..너무 흥분에서 미쳐 나온다는 말도 못했네.. 』
주혁은 뱉으라는듯 휴지를 뽑아주며 자신의 것을 입에 가득 담고 있는 은수에게 조금은 미안한듯이 말했다. 은수는 그런 주혁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눈을 꼬옥 감고는 입속에 있는 주혁의 것을 꿀꺽하고 들이 삼켜버렸다. 끈적끈적한 느낌이 약간 목을 넘기는데 방해가 되는듯 했지만 주혁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온듯 은수의 입에서 목을 타고 은수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그것의 움직임에 따라 따뜻함도 같이 은수의 몸속으로 녹아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야..야..그걸 먹으면.. 』
『히이~ 』
은수는 그걸 먹을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주혁에게 가지런한 자신의 치아를 살짝 내보이며 웃어보였다. 그런 은수의 눈에는 아까 미처 다 닦아내지 못한듯한 눈물자욱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바보... 』
주혁은 상체를 일으켜 그런 은수의 눈물을 두손으로 닦아주었다. 자신의 눈에 맺힌 눈물이 주혁에 의해 닦여나가자 은수는 주혁에게 기대어왔다.
『비..비위상하지 않아? 』
주혁에게 파묻힌 은수는 아니라는듯 주혁의 가슴속에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선배건데 뭐..... 』
『나 이제 여기도...여기도...선배걸로 가득찼네..? 아니..오빠꺼라고 할까? 』
은수는 자신의 비부와 입을 가르키며 말했다. 주혁은 그런 은수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 꼬옥 껴안았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주혁은 생각했다.
왜 이 아이랑 있으면 이렇게 가슴이 뛰는걸까...?
왜 이 아이만 있으면 이렇게 시리고 애절한 느낌이 온 몸을 저려오는걸까...?
왜..내 품에 있는데....지금도 내안에 안겨있는데도....
이렇게...이렇게....미치도록 이 아이가 그리운걸까.....?
주혁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언젠가 읽은듯한 시가 떠올랐다.
주혁은 문학엔 젬병이다..뜻도 모른다..뭐라 지껄이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다만, 누군가 해설을 해놓으면 그런가보다..했었다.
그런 그의 머리속에 하나의 시가 떠올랐다.
왜 하필 지금 그로서는 뜻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 시가 떠오르는지는 모르겠지만....
-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 시 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