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두번 오지 않는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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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마크스, 지오나, 세리오다뇰.”
내가 마법이라는 것에 평범한 꼬마가 가질 호기심을 넘은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어머니가 죽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허풍이라도 치는 건 그 정도였으니까.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수상한 책들은 어느새 책장 하나를 가득 메웠다. 그 중 상당수는 실제로 시험해 보기도 했다.
티를 내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만한 것도 아니었다. 지난 몇 년 간 우리 집에 놀러 왔던 몇 안 되는 친구는 전부 내게 음침하다는 딱지를 붙이고 멀어졌다. 요 몇 년 사이에는 아예 집에 초대한 사람조차 없었지만-. 음침하다는 빈정거림을 날마다 듣게 되었다.
반년 전, 아버지가 재혼했다. 그리고 내 고통이 시작되었다.
비난할 생각은 없다. 죽은 어머니가 소중하긴 하지만,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일인데다 새 어머니란 사람은 정말로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 같았으니까. 고통스러운 건. 작게는 재혼보다는, 새어머니가 데려온 한 살 위의 누나가 날마다 내게 음침하다고 투덜거리는 것.
견딜 수 없던 큰 고통은, 새어머니가 너무 매력적이었다는 것.
“아루슈, 베릴, 사크마.”
주문이 끝났다. 책상 위에 놓인 오망성이 그려진 하얀 종이 위에 올린 내 팔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제 의식의 다음 단계다. 여기에 술자 - 내 피를 바치면 의식은 완성이다. 나는 오른 손에 든 커터 칼을 손목으로 가져갔다.
살에 차가운 감촉이 닿는다. 소름이 끼쳤다.
이대로 살짝. 아주 살짝만 베자. 피를 한 방울 흘릴 정도----.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내 자신이 가소로워 미칠 것 같았다.
한 울?
푸하하하하하. 한 방울, 한 방울이래.
단어장 한번 보고 수능 만점을 바라는 게 차라리 덜 뻔뻔하지. 피 한 방울 바칠 테니까, 내 소원을 이뤄 주세요? 이렇게 조그만 소갈딱지로 무슨 주문이냐.
애초에 이런 주문 따위가 정말로 성공 할리도 없지만.
초등학교 때 방학 숙제보다도 공을 들였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고 해서 만든 내 정액과 흙을 섞은 유리병. 지금 책상위에 놓여 있는 마법진의 선배가 되는 수십 개는 되는 마법진. 복권 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닳도록 펼쳐 본 카드 점.
무엇 하나 이루어진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 나는 또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관둬라. 자기 손에서 피 좀 흘릴 상처도 못 내면서, 무슨 악마를 소환하겠다고 나대고 있다니. 꼴사나운 것도 정도가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비웃었을 때.
쾅.
“지한아----!!!”
방문이 부서져라 열렸다. 생전 처음 듣는, 새어머니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그 쪽을 바라볼 상황이 아니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난입에 화들짝 놀라 움직여 버린 내 오른손, 그리고 그 손에 들려 있던 커터칼.
내 동맥이라도 스치고 간 걸까.
분수처럼, 웃길 정도로 유쾌하게, 피가 솟구친다. 누가 봐도 쩨쩨하다는 소리 따위 안 나올 정도로 주르륵 흘러 내려서 종이를 마구 적신다.
비명을 지르려 했다.
고통이, 아프다고 머리에 닿기도 전에 먼저 비명을 지르려 했다.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내 손을 더 보고 있을 용기가 안 나서일까, 아니면 큰 소리가 났기 때문일까. 눈동자가 휘릭 돌아서 내 방문 앞에 선 새 어머니를 본다.
비명이 목구멍을 넘어서―.
나온 것은 비명이 아니었다.
“저 여자를 원해.”
터져 나오는 비명 대신 나온 것은 속삭임과도 같은.
너무나 음습하고, 음밀한. 그리고 끔찍한-.
내 소원이었다.
“지한아, 큰일 났어, 지한아!! 아빠가, 아빠가!”
정신을 차리자.
새어머니가 내게 달려들어 내 어깨를 흔들며 외치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 나의 아버지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어서 일어나라고.
나는 손목을 내려 보았다.
손목은 멀쩡했다.
그럼 - 방금 전의 일은 착각이겠지? 내가 그런 소원을 빌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 아니지?
내 의문에 대답하듯, 책상위의 종이가 작게 바스락 거렸다.
분명 방금 전까지도 새하얗던. 이제는 단 한 점의 백도 없이, 피처럼 새빨갛게 변한 종이가.
나는 그 순간 기절했다는 것 같다.
꼬박 하루는 기절해 있었다고 한다. 이미 아버지는 돌아가신 후였다. 장례식 준비 등, 내가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이 있었지만 나는 악몽에 시달렸다 깨기를 반복하며 침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런 날 간호하면서 장례식 준비를 하느라 새어머니는 더욱 힘들어 했고, 누나는 매우 신경질을 냈다.
기억나지 않는 악몽에서 도망치듯 눈을 떴다. 밤이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꼬박 이틀을 침대에서 누워 있어서 온 몸이 굳어 있었다.
거기에 사신이라도 앉아 있을 거라 생각하며 책상 위를 보았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붉은 종이도 내가 본 착각이었던 걸까.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럴게 틀림없다.
“…지한아, 일어났니?”
“아…….”
내 걱정에 어떤가 보러 오던 길이었을까. 새어머니가 방으로 들어왔다.
복도의 어슴푸레한 어둠 사이로 그녀가 모습을 나타내자, 내 심장이 무심코 두근거렸다.
슬픔에 젖어서일까. 평소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목까지 흘러내린 새카만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하얀 목. 검은 상복을 입고 있어서 그 하얀 목과 얼굴이 더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화장기운이 없어서 파리한 얼굴. 하지만 모든 남자가 그 모습에 혼을 빼앗길 것이다.
내 또래의 아이가 있는 여성이라고는 생각 되지 않는 수려한 얼굴은 누나와 함께 있어도 나이 차이가 있는 자매로 보일 정도다.
검은색의 상복 밑으로 엿보이는 몸매도 그 착각을 심하게 한다. 누가 저걸 아줌마의 몸이라고 할까. 아기를 낳았지만 전혀 탄력을 잃지 않고 꼿꼿하게 솟아 있는 두 개의 거대한 유방. 검은 스커트 밑으로 엿보이는 검은 스타킹에 싸인 다리는 모델처럼 늘씬하다.
그녀를 원해.
- 최저다. 나란 놈은, 아버지가 죽었다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많이 힘들지?”
죄악감에 고개를 숙인 날 오해했는지, 그녀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제대로 씻을 틈도 없는 거겠지. 옅은 화장품 냄새 사이로 풍겨 오는 것은 평소의 비누향이 아닌 사람의 냄새였다. 희미한 동물의 냄새.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내 손가락 사이로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파고들고, 조금 차갑지만 매끄러운 살결이 내 손등을 감싼다.
“하지만 힘내…자. 우리, 가족이잖아, 응?”
“이제 아니잖아요…….”
내 깊은 속마음을 감추기 위해 무심코 덜 중요한 속마음을 내뱉고야 말았다.
아버지가 죽었으니 이제 그녀와 나의 관계는 없다. 나는 삼촌이나 누군가에게라도 맡겨질 테고, 그녀는 떠나겠지. 곁눈질로 힐끗, 상복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젖가슴을 바라본다. 저 가슴을 주무르고 싶다는 걸 넘어 자기 것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할 남자는 수없이 많겠지. 누나라는 딸린 혹이 있지만, 누나 역시 엄마를 닮아 미인이다. 그런 딸이 생긴다는 걸 기뻐할 남자는 많다.
“지한아…….”
상처받은 그녀의 목소리.
내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돌연 그녀가 침대 위로 걸터앉은 것이다. 침대가 한쪽으로 쏠리며 내 몸이 살짝 기울어 졌다.
“그런 말 하지 마. 저기, 내가 이 집에 온지는 이해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난 이 집에 오는 날부터, 넌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으니까. 세연이하고 똑같이.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알겠니?”
모르겠다.
저 고마운 말들을 들으면서도, 내 정신은 거기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내 어깨에 두른 그녀의 손. 덕분에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이 내 팔을 부드럽게 눌러 온다. 얇은 상복 너머로 그녀의 브래지어가 일그러지는 감촉마저 느껴지는 듯하다. 내 엉덩이 옆에 닿아 있는 육중한 감촉은 그녀의 엉덩이겠지. 조금 전까지 느껴지던 체취도 몇 배나 강해졌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같이 살자. 가족으로. 난 절대 널 버리지 않으니까, 응? 알겠…….”
그녀의 말이 멈춘다. 갑자기 내가 자세를 바꾼 탓이다. 하지만- 평범하게 누워 있을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야 들켜 버린다.
잠옷을 뚫어 버릴 듯 꼿꼿이 서서, 얇은 여름 이불을 밀어 올리고 있는 내 발기한 자지를.
“…….”
하지만…. 오히려 그 동작 때문에 알아 차려 버린 것일까. 눈치채버린 걸까.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당장이라도 내 몸에서 손을 떼고, 그녀가 방을 나가 버릴 것 같다.
경멸하겠지. 다시는 보지도 않겠지.
“생리 현상……이니?”
갑작스러운 물음.
대체 뭘 물어보는 거냐, 라고 고함이라고 지르고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이건 이 거북스러운 상황을 타파하자는 그녀의 의도였다. 잠에서 깨면 남자는 성기가 발기한다. 이건 생리현상이다. 그게 부친상 중이더라도 그렇게 비난할 대상은 되지 않는다.
고개만 끄덕이면 이 상황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가 나를 남자로 인식하고 있는 이 상황을, 스스로 부술 수 없었다.
거친 숨을 내쉴 뿐, 대답하지 않는 내게서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이 떠난다.
끝이다.
이걸로 우리 관계는 끝이다. 그녀는 조만간 누나를 데리고 집을 나가겠지.
“날… 아직도 엄마로 보지 못하는 거니?”
대체 뭘 계속 물어보는 거야.
나는 미칠 듯이 두근대는 심장과. 터져버릴 것 같이 부풀어 올라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마음 속으로 절규했다. 어쩌라고. 무슨 대답을 원해.
“지한아. 날 원해?”
대체 무슨 말을--.
…이상했다.
이건 설령 그렇게 생각했다 하더라도 절대로 입 밖으로 꺼낼 리 없는 말이었다.
고개를 돌린 나는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보통 여성이라면 당장 방에서 나가 도망칠 이 상황에서, 왜 그녀는 날 똑바로 보고 있는 거지?
“대답해줘, 지한아.”
“뭐- 뭐, 뭘요?”
갈라진 내 목소리에 답해 그녀의 입술이 달싹였다.
“날 도저히 엄마로는 봐 줄 수 없는 거니?”
“그- 그건.”
갑자기 아랫도리가 가벼워 졌다. 그녀가 이불을 치워 버린 것이다.
어정쩡하게 웅크린 내 다리 사이로, 누가 봐도 변명의 여지가 없이 꼿꼿하게 서 있는 내 성기에 그녀의 시선이 못 박힌다. 죽고 싶었다. 그녀가 바라만 봐도 좋다는 양 까딱대는 내 자지를 잘라 버리고 싶다고까지 생각했을 때--.
숨이 멎었다.
뱀처럼 파고든 그녀의 손이, 잠옷 바지와 팬티의 고무줄 사이로 파고든다. 그리고 거칠게 젖혀졌다. 성기가 크게 흔들리고- 다음 순간 신선한 공기에 노출되었다.
터질 듯 튀어나온 혈관. 누가 봐도 아침의 생리 현상 같은 게 아닌, 욕정에 폭발하기 직전의 흉기였다. 자기 힘을 견딜 수 없다는 듯 꼿꼿이 서서 까딱거리고 있다.
죽고 싶었다. 당장 도망가고 싶은데. 그녀가 날 바라보고 있다는 게 너무 기뻐서, 흥분돼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내 성기를 부드럽게 감쌌다.
“날… 이런 아줌마를 여자로 볼 수는 있니?”
“아, 아줌마라니요. 새엄마는- 예쁘고, 너무 멋져서, 그, 아니, 그게--.”
“그래……. 날 여자로는 볼 수 있는 거구나.”
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손으로 하는 자위였지만, 내 투박한 손 따위가 아니었다. 내 손이 거친 걸레라면 이건 비단이었다. 순식간에 끝에서 쿠퍼 액이 분비되었고, 다음 순간 마찰이 부드러워지면서 곧 허리가 휘어질 정도의 쾌감이 찾아왔다.
“으, 으으!”
점점 격렬해지는가 싶던 손의 피스톤이 문득 멈췄다.
왜? 놀리는 건가요? 울 것 같은 눈으로 바라보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보였다.
새엄마의 머리카락이 차르륵 흘러내리면서, 그녀의 고개가 천천히 숙여지고 있었다.
설마, 저거? 아냐, 그럴 리가. 그런 꿈같은 일이 있을 리가--.
숙여진 고개가 내 자지 위로 포개졌다.
순간 내 자지를 감싸오는 물커덩한 보자기. 나는 소리 높여 비명을 지를 뻔 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축축하고 미끄덩한 혀가 내 자지를 슥슥 흩는다. 그것만으로도 허리가 빠져 버릴 것 같았는데, 이어서 쭈욱, 하는 소리와 함께 입 전체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 들였다. 견딜 수 없었다. 내 자지가 정액을 불알에서 직접 빨아 먹는 빨대라도 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내 성기는 정액을 후두둑 내뱉고 있었다.
끈적한 정액은 새엄마의 얼굴에 조금 달라붙었다. 그녀는 깜짝 놀란 듯 피했지만, 곧 얌전히 손을 모아 흘러나오는 정액이 침대와 이불에 떨어지지 않게 모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방금 내가 오럴 섹스란 걸 경험한 거 맞나, 이게 꿈이 아닐까, 제길 입에 넣고 5초도 안되어 싸 버리다니, 부끄럽다, 더 하고 싶다.
수십 가지 생각이 동시에 머리를 빙빙 돌고 있었다. 하지만 고민할 틈도 없이 새엄마는 일어났다.
“잘 자.”
그리고 그녀가 방문을 닫고 나갈 때가지,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멍하니 성기를 드러내고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