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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德厚の野望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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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88 회 작성일 24-01-07 14: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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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령에 있던 대상련 육로군이 철수했다. 용위수는 용악천을 통해 하무태의 시신을 돌려받았다. 하군록은 여전히 숙부의 목을 벤 하오문주에게 이를 갈았지만, 감히 용위수를 거역할 오기는 없었다. 대상련을 무너뜨리고 난 후일을 기약하며 분을 삭였다.


체면을 세운 용위수는 마라천인혈정을 용악천에게 도로 돌려주면서 상관세가와 명목상 가주인 민공의 일을 조치하도록 했다. 대전을 코앞에 둔 이상, 심력을 조금이라도 아끼고 싶었다. 실은 덕후라는 것을 상상조차 못한 용위수는, 친동생의 암계를 발견하고는 적성에 맞는 일을 맡긴 것이다.


귀를 붕대로 칭칭 감은 용악천은 다시 차도살인을 진언했지만, 용위수의 뜻은 완고했다. 배제를 위해서라면 화살 받이도 쓰지 않겠다는 결벽증이었다. 쓰레기 이상을 대하는 듯한 용위수의 차가운 분노에 용악천은 말없이 고개를 숙여야했다.


복건 북부의 긴장이 해소되자 용위수는 제문파로서 싸울 수 있는 전력을 최대한 긁어모았다. 제 문파들 입장에서는 입이 댓발 만큼 나올 정도로 가혹한 조치지만, 하무태와 달리 용위수에게 대들지는 않았다.


그나마 발언권이라도 있다면 불만을 우회적으로 토로할 법하건만, 용위수는 그마저 없앴다. 그 자신이 머리가 되어 제 문파들은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되었다. 하가와 지가들도 합류하여 총 3천의 전력을 거느린 용위수는 복주 앞의 연안에 진을 쳤다. 전력은 물론이요, 함선의 대부분을 잃은 현재 제해권의 상실이 뼈아팠지만, 용위수는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주전장을 고르게 주지 말 것. 각개격파는 피할 것.


두 패전의 원인을 분석해본 결과, 적의 승리는 각개격파로 전력이 분산된 틈을 타 머리를 단박에 쳐서 혼란을 부추긴 것이다. 또 유리한 지형이나 정보를 줌으로서 주전장에 사전 작업을 하게 만들었다. 머리 하나를 잃더라도 다음 머리가 있다면 수습하겠지만, 군인처럼 수직적인 체계가 아닌데다가 근본은 자유분방한 무림인인지라 허무할 정도로 흩어진 것이다. 그래서 용위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용가 직속무사들을 감군 격으로 두고, 상하책임제를 도입하여 하급자 실수를 저지르면 이유불문하고 바로 상급자의 목을 자르는 엄격한 법을 적용했다. 부대를 잘게 나누어 전방 부대가 도주하면 후속 부대가 그대로 전방 부대를 참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반발이 있었지만, 용위수는 복건의 수호라는 대의명분과 패도무쌍의 힘을 내세워 간단히 찍어 눌렀다. 복건에서 용가를, 그리고 용위수의 눈밖에 벗어나서는 문파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게 다 년 전부터 전해져온 상식이다.


남방에 치우친 복주의 겨울은 강북에 비하면 늦가을처럼 쌀쌀한 수준이었다. 복주로 이어지는 하류를 낀 연안에 진을 친 상관세가는 밤낮없이 적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바위와 목책 대신 푸대에 모레를 집어넣어 임시 방책을 3단에 걸쳐 세웠다. 용위수는 이 일도 허투로 하지 않았다. 몸소 전장을 시찰, 각 조별로 할당량을 정하여 은근히 지휘체계에 틀이 잡히도록 신경 썼다.


새벽에 이르자 겨울 안개가 걷히면서 떠오르는 동녘과 함께 선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50척에 가까운 함선이 위용을 드러냈다. 항주만과 쌍서에서 대부분 함선을 상실한 상관 세가는 배를 내보낼 생각을 못한 채 이들이 연안에 상륙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포구가 없어 대형선은 근저에 닻을 내리고 있었고, 소선을 타거나 뜰 것에 의지해 연안가에 집결했다.


얼추 4천명은 되어 보인다. 해전에 적지 않은 손실이 있을 텐데, 저 정도나 모았다는 것은 끝장을 보기 위해 남은 전력을 긁어왔다는 소리이리라. 용위수는 이 싸움에 승리를 거두면, 대상련도 결전 능력을 상실하리라는 것에 위안 삼았다.


해안 상륙 때 강습을 경계하던 대상련 측은 적이 멀거니 조용히 있자 의혹에 사로잡혔다. 이들의 의문은 소월하가 간단히 풀어주었다.


"끝장을 보고 싶은 거겠죠. 서두를 것 없어요."


소월하는 소선과 뜰 것들을 모아 전면에 임시 방책을 세우도록 했다. 바다라 밀물을 고려해야 했으므로 정예들을 앞세워 좀 더 깊이 들어가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래도 상관 세가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오 무렵에 그럭저럭 모양새를 갖추자, 양편은 주먹밥이나 어포 같은 것으로 해결했다.


먼저 공격에 나선 것은 대상련이었다. 강윤식과 황철웅이 이끄는 1천이다. 전통적인 문파연합이 아니라, 한 번 해체를 거친 후 재정비한 부대이다. 선하령 전투에서 군영대가 효능을 보인 것을 받아들여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최근 여러 번의 전투를 통해 용가도에 밀리지 않을 만큼 조직력을 구축한 것이다.
 
암기가 닿을 정도로 거리가 좁혀지자 가만히 있던 상관세가도 움직였다. 가장 높은 누대 위에서 관전하고 있던 용위수가 내력을 실어 외친 것이다.


"쏴라!"


한껏 당긴 고무줄이 튕겨지는 것처럼 화살과 암기가 적을 향해 쏟아졌다. 선두에 달리던 무사들은 등패를 머리 위로 세워 막았다. 등패는 방석처럼 약간 볼록했다. 재질은 나무지만, 안에 질긴 천과 젖은 종이를 꽉꽉 감아놓아 충격의 흡수력을 다소 높인 것이다.


"쳐라! 다 죽여 버려!"


등패로도 미처 다 막지 못해 무사 몇이 최초로 무너지자, 황철웅이 고함을 지르며 나갔다. 무공은 강윤식에 못 미치고 머리도 초제학보다 딸렸지만, 성난 군중을 다루는 감각은 유독 뛰어났다.


창칼을 쥐고 대상련 무사들이 모레로 쌓은 방벽 위로 짓쳐 들었다. 어깨 높이의 방벽은 무림인의 도약만으로 쉽게 넘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방벽 위로 기다란 것이 첨두를 반짝이며 튀어나왔다.


"헛! 창이다."
"조심....아악! 크악!"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듯 방벽 밑에 대기하고 있던 임시 창수들이 창을 들어 올린 것이다. 공중에서 매처럼 하강하던 무사들은 절반이 꼬챙이 신세가 되거나 피하려다가 발을 헛디뎌 방책 안으로 쓰러졌다. 그 위를 단병을 든 무사들이 수십 번 칼질로 난도질했다.


사각을 이용한 함정에 선봉의 기세가 주춤해졌다.


"으아아아아아! 개새끼들아, 비겁하게 숨어서 찌르기냐!"


우왕좌왕도 잠시, 황철웅의 울분에 찬 외침은 곧 무사들의 분노로 전이되었다. 황철웅이 발을 박차며 뛰쳐 올랐다. 강윤식을 비롯하여 고수 소리를 듣는 이들도 일제히 뛰어올랐다.


이번에도 창격이 올라왔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어 효과는 반감되었다. 황철웅은 창을 겨드랑이 밑에 끼어 부러뜨리고, 떨어지는 기세로 각법으로 창수의 머리를 걷어찼다. 경력이 실린 발갈질에 폭죽처럼 피와 뇌수를 쏟으며 무너졌다. 그리고 좌우에서 날아드는 단병을, 몸을 틀어 엇각의 공백으로 피했다. 그리고 진기를 잔뜩 실은 주먹으로 복부와 가슴을 연타했다.


피분수를 뿜으며 나가떨어지는 상관세가 무사들의 머리 위로 대상련 무사들이 전신에 살기를 폭사시키며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살이 찢고 뼈를 부수는 혈전이 벌어졌다. 기세를 탄 대상련 무사들의 공세에 적의 일차 방어선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대단하군. 대상련이라 해서 최약체라고 했는데 정정해야겠는 걸."


순식간에 3단의 하나가 무너졌음에도 용위수는 동요하지 않고 전황을 살폈다. 아군도 물러서는 이들 없이 생각보다 잘 저항하고 있었다. 용가의 직속 무사들이 바로 등뒤에서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으니, 불리하다고 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리라.


용위수가 옆의 무사에게 지시를 내리자 잠시 후, 3단벽에서 농성하던 상관세가가 천천히 몸을 뒤로 빼기 시작했다. 조율이 안 돼 무너지는 곳도 있지만 며칠 동안 힘들여 쌓은 방벽을 포기한 대가로 태반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방벽을 빼앗는데 성공한 대상련은 환호를 했다.


"용가 놈이 저기 있다. 목을 따버리자!"


여세를 몰아 황철웅이 외친다. 부상병을 제외하고 무사들은 사기 충전하여 물러서는 상관세가의 꼬리에 붙었다. 용위수의 입매가 틀어졌다.


"건방진 놈. 오냐오냐하니까."


용위수 밑에 역 팔자로 포진해 있던 용가 무사들이 나섰다. 이들은 손에 하나 같이 밧줄을 쥐고 있었다. 방벽 수호대가 패배를 하고 물러서고, 대상련 무사들이 지척거리에 이르자 밧줄을 일제히 당겼다. 모래 밑에 있던 무언가가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끝을 한결 같이 뾰족하게 깎은 녹각이다.


달리던 기세가 있던 대상련 무사들은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너무 지척거리에 튀어나온 바람에 정지가 불가능했다. 뒤에서 밀리는 사람 때문에 녹각이 미치지 않는 공간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고, 하늘에서 보면 개미지옥에 빠진 먹잇감처럼 좁은 중심부로 몰려들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뚫어버려!"


황철웅이 질타했다. 무사들은 병장기를 꽉 쥐면서 사방에 몰아칠 적을 경계했다. 그러나 그들을 맞이한 적은 사람이 아니라 땅이었다. 아가리를 쩍 벌리면서 깊이가 3장은 넘는 커다란 구멍이 맞이했다.


"으아아악!"


최초로 떨어진 자들 중에서 황철웅을 비롯한 고수들은 경신술을 극한으로 발휘해 빠져나갔지만 그 수는 열에 하나에도 못 미쳤다. 뒤 이은 자들은 자신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무사들 때문에 함께 엉키며 쓰러졌다. 팔자의 끝에 있던 상관세가들이 11자로 좁혀오자 속도는 더욱 가속되었다.


선두를 달리던 600의 무사들 중에서 400에 가까운 숫자들이 허방에 빠진 것이다. 살아남은 200명도 앞 뒤를 잘린 채 뜻밖의 사태에 대응을 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졌다. 그때 팔자로 포위한 무사들 사이에 함성이 일면서 녹각을 함정 위로 집어던졌다. 하나마다 수십에서 기 백근은 나가는 목책이 함정 위로 떨어지자 위에 있던 무사들의 머리가 깨지거나 팔다리가 부러졌다.


처참한 아비규환은 황철웅을 비롯한 무사들의 심혼에 울리는 절규였다. 그러나 구하러 갈 틈이 없었다. 어느새 누대에 있던 용위수는 도를 뽑아 한 달음에 뛰어내린 것이다. 용위수의 뒤를 용가도들이 하나 둘 따르며 추행진을 만들었다.


임전무퇴!


한 번 칼을 뽑으면, 반드시 한 명 이상은 죽여야 도로 꼽는다는 용가의 돌격이 살아남은 잔존자들과 격돌한다. 다섯 배 이상의 전력과 격돌하자 100인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뒤는 꺼진 땅이고 그 밑에 동료들이 신음함에도 용가도의 진격에 눌려 물러났다.


황철웅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지만 일단 물러나기로 결심했다.


"물러나! 일단 전열을 수습한다!"
"어딜!"


용위수가 눈을 부릅떴다. 그의 신형이 쭈욱 늘어나는 듯하더니 한달음에 황철웅과 열 걸음을 남겨두고 당도했다. 일도로 가로막는 적들의 몸을 양분시키며 접근했다. 황철웅은 이를 물면서 근처에 잡히는 도끼를 들어 기합과 함께 휘둘러갔다.


-콰쾅!


대포가 지척에 쏘아진들 이런 느낌일까. 용위수의 도와 황철웅의 철부가 충돌했다. 용위수는 끄떡하지 않았지만, 부딪친 황철웅은 칠공에 피를 쏟으면서 일장 너머로 날아가 처박혔다. 단 일수로 우위가 결정지어 진 것이다.


황철웅의 명줄을 아주 끊기 위해 용위수를 비롯한 용가들이 목책을 밟으며 함정을 뛰어넘었다. 황철웅이 어질어질한 머리와 꺽꺽이는 숨통을 풀며 일어섰을 때, 용위수의 도가 그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그러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적이 목책을 들어 올렸을 때, 이변을 감지한 강윤식이 10명의 고수들을 대동하고 뛰어든 것이다. 천풍검법의 유운회풍으로 용위수의 직도횡룡을 흘려보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용위수의 도격이 황철웅의 목에 비껴나가 모래땅을 헤집었다.


"우욱!"


간발의 차이로 친구의 목숨은 구했지만, 절정고수의 도격을 받은 대가로 강윤식은 고막이 찌르르 울리면서 코피를 터뜨렸다. 정면이었다면 이 정도에 끝나지 않았으리라.


용위수가 도를 거둬들이자 강윤식의 뒤를 따라오던 고수들이 합격을 했다. 그 짧은 틈을 번 강윤식은 비틀 거리는 황철웅의 팔을 붙잡았다.


"방책으로 빠져!"
"하지만!"
"남은 이들마저 살리고 싶으면 어서!"
"이! 이! 개 쌍!"


황철웅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등을 돌렸다. 그 사이 용위수를 막아선 고수 하나가 허리가 잘리고, 다른 하나는 양팔 째 잘려가 가슴을 쩍 벌렸다. 퇴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 강윤식은 억지로 진기를 돌리며 전면으로 달려가 천풍검법을 시전했다.


"차핫!"


살아남은 고수들이 강윤식과 손발을 맞췄다. 다 대 일임에도 용위수는 눈 꿈쩍하지 않고 도를 휘둘러 막았다. 강윤식 일행은 용위수를 견제하기 보다는 그로부터 몸을 지키기기에 급급한 처지로 전락했다. 그 뿐만 아니라 뒤따라오는 용가도도 상대해야 했다. 


"퇴가아아악! 자력으로 살아남아!"


강윤식은 자신의 모든 깨달음과 경험을 검에 응축해 용위수에게 사력을 다해 휘두르며 외쳤다. 그리고 뒤도 안돌아보고 튀었다. 화끈한 감각이 등판을 훑었다. 아득한 느낌과 함께 강윤식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다짐에 사력을 다해, 경신술을 발휘했다. 갑자기 강윤식의 신형이 빨라지자 용위수는 간발의 차이로 목죽을 끊으려는 기회를 놓쳤다.


비록 용위수는 강윤식을 놓쳤지만, 용가도들은 그를 따라온 고수들을 태반을 도륙 냈다. 그러나 대상련 고수들의 희생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선봉의 위기를 본 중군이 호응하러 나왔으니까. 방책은 어느 덧 대상련 무사들로 척척 채워졌다.


피와 비명이 가시고 죽음만 침묵을 지키는 땅 위에서 용위수는 냉혹한 명령을 내렸다.


"방책까지는 쫓지 마라. 그보다 저들을 파묻어라!"


용가도를 비롯한 상관세가들은 함정에서 빠진 이들 위에 바위를 굴리고 토사를 끼얹었다. 생매장을 하는 것이다. 오감을 막는 모레에 파묻힌 자들은 사태를 알고 절규했지만, 서로 엉킨 상황에서 목책으로 깔려있어 쉬이 빠져나오지 못했고, 그나마 외곽에 있어 자유로운 자들도 찔러대는 창에 목숨을 잃었다. 한 각도 지나지 않아 땅은 평평하게 다져졌다. 무기력한 신음과 야릇한 율동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는 대지로 돌아왔다.


"이 위에 진을 친다. 죽은 자들의 원령을 쬐어라. 용가의 칼이 왜 귀신도 벌벌 떠는가를 천하에 보여주어라!"


용위수의 지시에 용가들은 생매장한 땅위에 본진을 차렸다. 그 결단에는 방책에 지켜보고 있던 대상련 무사뿐만 아니라 그를 따라왔던 제 문파까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지독한 종자군."


선봉을 구하기 위해 중군을 이끌고 온 금보옥은 용위수의 행위에 치를 떨었다. 용위수에 비하면 흑룡방의 강씨 부자들은 양반인 셈이다.


그 뒤로 여러 번 접전이 있었다. 대상련은 방벽에 의지해 수비하는 형국이었고, 상관세가도 방벽을 분탕질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는 것이지, 용위수의 용병은 날로갈수록 독해지고 엄해졌다. 처음에 불만이 많던 제문파들도 용위수의 지휘에 서서히 길들여져 갔다. 독단적이지만 그 나름대로 룰이 있으며 준수하면 의외로 편했다. 특히 중소문파들이 그것을 빨리 실감했다.


적을 치기는 커녕, 정예화에 보탬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안 대상련 수뇌들은 시름이 깊어져갔다.


"복건에는 패도무쌍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실감하겠군요."


금보옥의 푸념에 수뇌들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다들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검후는 공식적으로 보타암으로 돌아간 것으로 되어 있다. 사문이 위협을 받자, 대상련과 연수하여 물리친 것이 요지다. 보타암이 그들에 의해 상해를 입었다면 모를까, 상관세가를 치는 데까지 쫓아오면 중립성에 훼손이 간다. 대상련 측도 자신들의 승리에 전대 명문파의 이름을 올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결국 용위수를 정면으로 상대할 이는 형욱 아니면 금보옥 뿐이었다. 형욱은 멀리 있고, 금보옥은 총사령의 입장이 있어 함부로 싸울 처지가 못된다.


"정면으로 치면 큰 피해가 생기니까....흔들어줘야죠."


소월하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지휘는 금보옥에게 일임하고 그녀 자신은 후방으로 물러나 있었다. 종종 비선이 찾아오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꾸미고 있는데 그걸 내놓을 모양이었다. 중인들의 기대에 찬 시선을 받자 소월하는 우쭐해하면서도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침착하게 인상 관리에 들어갔다.


"군영대와 숭무단이 복건 이북의 문파들을 제압해가고 있습니다. 조만간 저들도 알게 될 것입니다."


주변에 오오,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무태의 목을 건네주고 후퇴하는 척하던 육로군은 용위수가 복주 연안에서 대상련과 상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바로 남하했다. 용위수가 주력을 대부분 갹출해내, 텅 빈 집이나 다름없는 복건 이북의 문파들은 난리가 나는 중이다.


설명을 듣자 일부는 입을 떡 벌렸다. 아군이라지만 참 치사하지 않는가?


"그건 좀..."
"병가에서는 속임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했어요. 홍구의 맹약도 탓 할 건가요?"


강윤식이 입을 열려하자 소월하가 반문했다. 홍구의 맹약은 초한쟁패 때 한왕이 장자방의 조언을 받아들여 휴전 협정을 파기하고 항왕의 뒤통수를 친 일이다. 이 일로 한왕은 고조가 되어 천하를 평정했다. 이기는 놈이 장땡이라는 뜻이다.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할 말 없지만, 한 고조가 승자이고 주류로 인식된 터라 대놓고 욕하기도 데면데면한 구석이 있었다.


"으음...뭐. 아무것도 아니오."


강윤식은 어색하게 웃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용가도에 당한 등의 상처가 재발해 아픔을 호소한 것이다. 도주하면서 잠력을 격발한 터라, 싸움에 지휘를 나서지 못하고 반 요양 상태에 있었다. 강윤식의 빈 자리는 현재 정익훈이 대신하고 있었다. 소월하는 품에서 흰 비단을 중인들 앞에 펼쳤다. 비단에는 사발통문으로 다양한 필적이 그러져 있었다.


"연판장이에요. 복건 이북의 문파들과 유지들이 대상련에 붙겠다는 거죠."
"그럴 수가!"


내통의 증거랄 수 있는 연판장을 받았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적에게 흘리면 한바탕 숙청 바람이 불 것이고, 우군이 쥐고 있다면 아킬레스건을 쥔 셈이다. 그러나 이 연판장은 정확히 말해 가짜였다. 육로군이 선하령에서 승리를 거둔 후, 복건 북부의 문파와 유지들을 선동할 때, 오간 서신들을 위조가 한테 본뜨도록 한 것이다.


물론 육로군과 직접 내통한 필체로 작성한 것은 아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본인이 직접 작성하거나 직인을 찍지는 않았 을테니까. 다만, 로비로 한창 찔러줄 때 제 문파들이나 유지들이 추이를 알아본다고 서로 간 교환을 한 서신을 노린 것이다. 이 시대의 서신은 순전히 인력에 의존했으므로, 심부름꾼을 꼬셔 술 먹이고 곤드레만드레 되었을 때 잠시간 빼돌려 필적을 날조한 것이다. 하오문의 힘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전쟁 중에 내통 혐의는 참고사항이 아니라 즉결처분 대상이다. 아주 엉터리라면 모를까 전문가도 진위 여부를 판별하기 힘든 수준으로 대량으로 나돈다면? 용위수가 기침 만해도 앓는 제문파들 처지에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것들로 이탈을 꾀하도록 해야죠. 공포로 통제하고 있지만, 그 점이 스스로를 무너뜨릴 거랍니다. 길들여지기 전에 지금이 적기죠."


소월하는 용위수에게 복속한 제문파들의 심리를 손에 잡듯 읽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흑룡방 2대에 복속한 하오문들의 심정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용위수가 강하게 나올수록 소월하만은 남모를 미소를 지을 수 있던 까닭이었다.
 
“만약 우리가 이대로 물러난다면 복건에 용위수의 권한은 강대해질 거예요. 전성기의 상관세가 못지않은 시달림을 받게 될 것입니다.”
“허나, 전쟁은 그 자가 시작하지 않았소? 패전한 책임은 져야 할텐데...”
“하지만 상관세가의 이름으로 한 걸요?”
“주가主家를 팽하겠다는 말인가?”
“조아만(=조조) 같은 심성이니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소월하는 눈썹을 내리깔며 톤과 음성도 적당히 조절하여 중인들의 비분을 일으키도록 유도했다. 따지고 보면 그녀가 뒤집은 천하문도 하극상 위에 성립된 것이지만, 적을 깎아내려 아군의 전의를 고취할 수 있다면 수단방법인들 가릴 필요가 있으랴.


"문제는 용가 직속무사들이 꽉 감시를 하고 있다는 점이죠. 그 정점에는 용위수가 있고요."


결국은 무공으로 용위수를 쓰러뜨려야한다는 소리다. 거창하게 전쟁 규모로 사람들을 이끌며 싸우고 있지만 근본은 어디까지나 무림인이다. 십패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싸우는 방법이 전쟁과 비슷해졌지만, 세상과 무림이 충돌하지 않기위한 최저한의 룰은 지켰다. 정말 무림이고 뭐고 안중에 두지 않을 작정이면 화약과 대포를 밀매해서 십자포화로 때리면 된다.


중인들은 침음했다. 쓰면 뱉다가 달아지니 검후의 부재가 뼈 아팠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는 금보옥이다.


"본녀가 맞서겠어요."
"네? 위험합니다!"
"위험하다고 시간만 죽이면 소 군사의 책략도 무용지물이 될 터. 결자해지가 최선입니다."
"하지만, 좀 더 기다렸다가 형욱님이 합류하신다면..."
"주객전도로 만들 셈인가요?"


금보옥의 추궁조에 반대하던 이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본녀의 절기는 모용황님에게 전수받은 것. 패도무쌍이라고 하나 강남의 일부에 떨친 무명과 천하제일을 논한 무명 어느게 위죠?"


금보옥은 자신만만하게 물었다. 규중의 처자처럼 얌전한 외모지만, 근래 그녀가 겪은 이력은 노강호도 이룩하기 힘든 것이다. 거기에 금보옥은 쐐기를 박았다.


"...만약 본녀의 의지를 꺾고 싶다면, 본녀 대신 나설만큼 실력이 있는가 직접 확인해주겠어요."


반대하는 이들은 없었다. 총공세는 나흘 뒤로 정해졌다. 일부러 며칠 간격을 둔 것은 적진에 내통 혐의를 흘려주기 위함이었다. 육로군으로 부터 신상 정보를 넘겨받은 소월하는 첩자들을 골라 침투시켰다. 잠입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용가의 직속무사들이 감시를 하고 있다지만, 그 감시하는 입장이 피아간에 거리를 두게 만들어 비전투 중에는 따로 떨어져 있었다.


금품과 곁들어 연판장의 존재를 속닥이자 제 문파 출신들은 급속도로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 이상 기미를 깨달은 용가의 직속 무사 몇이 용위수에게 보고 하려는 무렵, 대상련의 총공세가 시작되었다.


3천이 넘는 숫자가 방벽을 넘어 일제 공격에 들어갔다. 생매장당한 이들의 친인과 지인을 앞세웠다. 복수심에 불타는 무사들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상관세가를 향해 돌진했다.


수천의 발갈질에 모레가 튀고 함성이 파도처럼 연안을 뒤흔들었다. 치켜든 병장기의 날이 햇빛을 받아 눈부실 정도로 예기를 토했다. 그 대군에 맞서 상관세가도 반격했다. 그 선봉에는 용위수와 용가도가 있었다.


패도를 쥐고 떨치는 무력 앞에서는 대상련의 무사들은 허수아비처럼 무너졌다. 찌르고, 찍고, 치고, 흘리고, 받아치고, 흡기와 발기로 강유剛柔를 조절하며 현란하게 움직인다. 용위수가 전진하는 곳에은 어김없이 대상련 무사들이 갈대처럼 꺾였고, 용가도는 칼을 낫 삼아 추수하듯 혈로를 만들었다.


금보옥은 착용한 권갑을 꾹 쥐면서 용위수를 보았다. 긴장이 고막을 울리고, 흥분이 심장을 두드려 피를 데웠다. 그녀는 죽음의 춤사위를 벌이는 용위수의 패도에 빠져들었다. 금보옥으로부터 투지가 피어올랐다. 바람결에 실려오는 무형의 기세는 용위수도 감지했는지, 전진을 멈추고 근원지를 찾았다.


둘의 거리는 5장. 눈빛이 허공에 강렬하게 엉킨다. 주변에 교전하던 무사들도 약속이나 한 듯 둘 사이에 거리를 두었다.


"신임련주가 여아라고 들었다."
"예는 필요없겠지요."


도발적인 용위수의 발언을 자르듯이 응하는 금보옥. 권을 들자 용위수는 감탄했다.


"적으로 만났으니 피차 말해서 무엇하리."


용위수가 전진한다. 거기에 맞춰 금보옥도 발을 떼었다. 용위수의 패도에 도기가 솟구치더니 대기를 찢었다.


-후아아앙!


패도가 머리를 숙인 금보옥의 바로 위로 스쳐갔다. 미처 피하지 못한 머리 몇 가닥이 도기에 스쳐 잘려갔다. 도를 쥔 용위수의 팔 근육이 꿈틀거린다. 도기를 응축하자 패도에 씌워지듯 단단한 강기가 형성되었다. 도강! 패도가 부드럽게 지면 위에 안착한다.


-콰앙!


모레에 화탄이 터지듯 금보옥의 있던 땅이 반장 가량 패였다. 금보옥은 젖먹던 힘으로 운룡보를 발휘해 뒤로 빠졌다. 그리고 모래폭풍으로 시야가 가려지고 안면이 따끔해지자 눈이 감겨졌다.


차단된 시각을 대신해 나머지 오감이 살아나 적을 찾았다. 기세가 어깨에서 반대 허리로 사선을 긋는 듯했다. 금보옥은 사선에 대치가 되도록 몸을 기울여 운룡보로 전진했다. 모레폭풍을 두고 도강이 스쳤지만, 빗나갔다. 아슬하게 피한 금보옥의 권격이 회선을 받아 용위수의 머리를 노렸다.


-쾅! 카앙! 캉!


세 번의 권격은 용위수가 당겨 회수한 도의 옆면에 막혔다. 도강과 권기가 충돌하자 금보옥의 권갑은 순식간에 너덜해졌다. 경락을 타고 오는 충격에 속에 신물이 나고 입에서 비릿한 혈향이 느껴졌지만 금보옥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싹 접근했다. 도를 휘두를 만큼 거리를 주어서는 안되었다.


곧 폭풍같은 난타가 용위수에게 닥쳤다. 나찰식을 일식부터 삼식까지 잇는 연환권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끊임없는 권격은 요혈들을 노렸고, 용위수도 이 순간만은 피하기 급급했다. 용위수가 금보옥에게 고전하자 대상련의 사기가 올랐다.


그러나 금보옥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진기가 급속도로 고갈되어 가는 것이다. 수라식에 비해 소모가 적은 나찰식이지만, 연환권으로 계속 펼치면 이야기가 다르다. 철벽의 봉쇄가 이루어지는 대신 진기를 재 충전할 새도 없이 지속적인 소모로 이어진다.


곧 숨이 턱밑까지 찼다. 공세가 툭툭 끊어지는 순간, 기력을 다듬은 용위수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고 금보옥의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금보옥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짰다. 그리고 최초의 파탄이 드러날 때, 도박하기로 했다.


결심과 함께 용위수가 반격한 것은 동시였다. 푸욱, 살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허리가 갈라지며 선혈을 비산했다. 금보옥은 회전을 하며 왼쪽으로 피했다.


용위수가 사자후를 내지르며 패도를 뒤집어 반대로 휘둘러갔다. 이번에 주도권은 용위수에게 넘어갔다. 고삐를 늦추지 않고 도세에 가두어 명줄을 조였다. 패도가 금보옥의 여기저기에 상처를 냈다. 팔뚝에, 어깨에, 허벅지에, 다리에.


운룡보라는 절기로 치명상을 피하고 있지만, 자질한 출혈이 지속되어 몸에 힘을 빼놓고 있었다. 그러나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용위수의 도세가 약간 이지만 흐려진 것이다.


금보옥의 권이 움직인 것은 그 순간이었다. 나찰 일식인 일사삼영이다. 코 앞에 닥치는 권격에도 용위수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금보옥은 섬뜩했지만, 접지 않고 계속 밀어붙였다.


-쾅!


패도를 쥐지 않는 왼손이 장력을 담고 금보옥의 심장을 강타했다. 근접전을 대비해 남몰래 익힌 중첩장이다. 살을 주고 뼈를 깎는 수법으로 나찰식은 받은 셈이다. 그러나 용위수는 한 가지 착오를 했다. 금보옥이 펼친 나찰식은 일사삼영이 아니라 질풍권까지 중첩한 것이다.


종전과 다른 타격에 팔과 어깨를 강타당하자 팔이 마비된 듯 찌르르하니 울렸다. 얼른 진기를 불어넣어 풀려고 했다. 덕분에 금보옥을 위협하는 패도의 기세가 대폭 줄어들었다.


금보옥은 모레밭에 얼굴을 박은 채 선홍빛 피를 한 사발 토했다. 중수법에 즉사를 면치 못할 상황이지만, 특수약물에 단련하고 호심공이 심맥을 겨우 보호했다. 사지를 바르작 거리며 고통을 참는 모습에, 용위수는 패도를 바꿔쥐고 땅을 박찼다. 비조처럼 날아오른 용위수는 일격에 모든 힘을 쏟았다. 금보옥은 용위수를 보자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고작 돌리는 수준에 그치는 듯했다.


"련주님!"


지켜보던 대상련 무사의 외침과 함께 무언가 퍽! 하는 소리가 용위수의 귓가에 스쳤다. 가슴이 뜨끔함과 동시에 용위수는 몸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껴졌다. 도를 쥔 손에 힘이 자꾸만 빠져나갔다. 도는 당초 의도했던 금보옥의 목이 아니라 바로 옆의 모래를 헤집었다.


"어...어떻게?"
"무음지..."


말을 하다말고 내상이 발작하자 금보옥은 웨엑! 하고 피를 토했다.


용위수는 흐흐, 웃었다. 자신이 한 수를 숨긴 것처럼 금보옥 역시 마찬가지였다. 용위수와 반대로 그녀 역시 창 같은 장거리를 지닌 자들을 대적하기 위해 돌맹이나 자갈로 탄지법을 익혔던 것이다. 쓰러진 순간, 손에 잡히는 조약돌을 날린 것이다. 반쯤 내기가 엉망인데다가 허공에 도약했던 용위수는 그대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졌다....네가 이겼다."


패도에 의지하던 용위수의 몸이 비틀거리더니 뒤로 넘어졌다. 햇살이 눈에 부신다. 지축을 흔드는 감각도 귓전에 들리는 함성도 아득하게 들려왔다.


"아직 갈 길이 먼데..."


금보옥은 부축하는 이들을 뿌리치고, 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용위수의 머리맡에 무릎을 꿇었다.


"천효 오라버니가 전해달라는군요. 죄는 자신에게 있으니까 도망치겠다고..... 대신 끝까지 기억을 안고 가겠다고..."


개미 목소리만한 음색이었으나, 맥이 빠져가는 용위수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게 네 속죄인가...나는..."


용위수의 흐릿해지는 눈에 환상처럼 등을 돌린 소녀가 비쳤다. 순백의 세계에서 그도 그녀도 자신도 티 없이 맑았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 속으로 회귀한 용위수는 몇 번 입술을 달싹이더니, 반개한 채 숨이 멎었다. 금보옥은 피 묻은 손으로 겨우 들어 방금전까지 목숨을 걸고 싸웠던 적의 눈을 감겨주었다.


금보옥은 몸을 돌려 같이 누웠다. 호위 무사들이 자신을 에워싸더니 밀려드는 용가도를 막으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 발을 동동 거린다. 곧 소월하의 모습이 보였다. 주변을 독촉하여 들 것에 실어 금보옥을 방책 뒤로 이끌었다. 도착하자마다 급히 타혈로 경맥을 자극했다. 울혈을 토하게 만들고 사지를 주물렀다.


"싸...싸움은...?"
"저희가 이기고 있어요. 하여간 여자 몸으로 이렇게 험하게 구르나요?"
"좀 쉬고 싶..."
"흉터를 남길 셈인가요?"


흉터라는 말에 금보옥은 정신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움찔한 것이지만, 막싸움을 했더라도 흉터자국이 그득하게 남는 것은 원치 않았다. 갑자기 그가 보고 싶어졌다.


-이 빚...언젠가는 받아내고 말테니까....


엉뚱하게 체무관계를 만들며 금보옥은 의식을 잃었다.


금보옥은 용위수와 함께 퇴장했지만, 소월하를 비롯한 남은 이들은 그 뒤로 바빴다. 용위수가 죽었다는 것을 적극 알려 적의 항복을 유도한 것이다. 연판장의 존재가 진위 여부를 떠나 투항심을 부추겼다.


용가도들은 흔들리는 이들을 다잡기 위해 베어넘겼지만, 용위수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사라지자, 적의 투항권유와 맞물려 아군의 반발을 살렸다. 합작을 하여 용가도를 공격하는 이들도 있었다. 결국 용가도들은 감군의 의무를 포기한 채 하나로 모였다.


300도 넘지 않는 용가도들은 포위당한 채 정말 잘 분전했다. 투항한 이들까지 합쳐 5천에 육박하는 무림인들을 상대로 한 걸음 물러서지 않고 뭉쳐서 싸웠다. 그러나 생매장을 목도한 이들의 악에 받친 이들의 기세와 물량으로 이틀 밤낮에 걸친 싸움 끝에 붉은 모래밭을 장식한 채 용위수의 뒤를 따랐다.

복건의 싸움은 이로서 완전히 마무리되었다. 강동의 패권을 두고 50년에 걸친 싸움 끝은 상관세가의 몰락으로 결정된 순간이었다.


 


 


 


계획 변경. 올해 가기 전에 파트 3을 끝내고 가겠습니다! (2화 뒤?) 그러는 편이 다음 파트 4 시작할 때 좋을 것 같군요.


세휘는 엔딩과 직결되는 것이라, 전개하면서 사이드로 차차 언급하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전작들과 전혀 연관 없습니다. 모티브는 따오기는 했지만요.) 결말과 주제의식(씩이나?;)를 적어놓고 시작한 것이라 조연 이상은 다 역할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큰 줄기는 적어놓고 세세한 것은 그때그때 진행에 맞게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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