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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MC] MILK 아파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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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8 회 작성일 24-01-06 10: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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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K 아파트



 



1.

 

선미는 정문 앞에 짐을 내려놓으며 앞에 있는 건물을 쳐다봤다. 이곳은 선미가 입사한 대기업의 독신자 아파트로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최신식 형태였다. 사실 선미는 동기들과 함께 대학교 졸업 전까지 이곳저곳에 취업신청을 냈으나, 불경기 탓으로 그나마 T.O가 많던 대기업이나 관공서 취업은 하늘에 별따기였고, 그 중 하나인 이곳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을 땐 설마 농담인 줄 알았을 정도였다. 학점이나 외모엔 자신 있었지만 불안한 마음에 떨어야 했던 선미는 최종 합격자로 선발되자 마치 하늘을 날 것 같았다.



 

선미가 입사하게 된 기업은 식품 쪽 전문기업으로, 과자, 빵, 음료, 식료품 등을 바탕으로, 제분, 당료, 야채 등 기본 식재료 구매 및 가공, 유통회사 운영, 제약과 병원, 바이오 관련 연구 등 사업규모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다양하다는 것을 신입사원 O.T에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미의 맘에 들었던 것은 급여도 좋을뿐더러 이 기업이 직원 복지에 무진장 투자해 준다는 것으로 늘 직장 만족도 상위권에 속해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의 대부분 시설이 수도권 외곽에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주 업종이 식품 쪽 이다보니 규제가 많은 중심부보다는 외곽에 위치하는 것이 여러모로 보다 싸게 먹힌다는 게 주 이유지만, 무역이나 유통 부분만 서울에 두고, 심지어 본사까지 이곳에 있을 정도이니, 혹자는 직원들 복지수준이 높은 게 유능한 직원들 붙잡아 두려는 고육지책이 아니겠느냐 하는 말까지 있었다. 선미도 고민인 게 비록 서울과 거리는 차로 1시간 내외로 멀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아침 출근 시간 맞추기도 힘들고, 주말이 겹치면 금요일부터 도로가 아예 주차장이 되므로 그 고생을 생각하면 아예 회사 근처에 방을 하나 구하는 게 더 낳겠다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해결책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나왔다. O.T말미에 한 직원이 회사 내 독신자 아파트 입주 희망자를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그 직원이 설명과 함께 보여주는 사진은 보통의 전,월세와는 차원이 다른 마치 최고급 콘도 같았다. 기본 풀 옵션에 각종 부대시설까지 포함한 입주비도 일반 가격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직원이 강당 커텐을 걷어 본사 외곽에 위치한 실물을 보여줬을 때, 선미는 물론 다른 신입사원들도 모두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결국, 지원자가 흘러넘쳐 추첨을 통해 통보하기로 결정되었고, 선미를 포함한 신입사원들은 그 후 사원 인성교육, 정밀 건강 검진, 레이크레이션, 극기훈련 등 다양한 사원교육을 받았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신입사원의 서열이 매겨진다는 것은 불 보듯 뻔했고, 다들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O.T는 마지막 날 폐회사와 함께 막을 내렸다. 선미는 폐회식 전에 부서배치 통지서, 건강진단서와 함께 입사일 전날까지 입주하라는 아파트 입주 통지서를 받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2.

 

입주 당일, 시간에 맞춰 정문에서 회사 내부 운행버스를 타고 독신자 아파트로 향하면서 선미는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문 안으로 길게 늘어선 공장들을 지나 본동에 다가서자 서울 한복판 못지않는 멋진 건물 군들과 함께 목적지인 독신자 아파트가 나왔다.



 

아파트는 똑같은 형태로 총 3동이 있었는데, 본사에서 먼 쪽으로부터 A 남성거주동, B 부부거주동, C 여성거주동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C동은 본사에서 불과 2~3분 거리로 필요할 땐 일보다가도 잠시 아파트에 갔다와도 무방할 정도였다. 아파트는 최근 유행을 따라 지은 주상복합 형태로 1층부터 3층까지는 도서실, 멀티미디어실, 세탁실, 실내 정원 등 편의시설과 실내트랙, 수영장, 헬스장 등 운동시설로 채워져 있고, 4층부터 주거층으로 이뤄져있었다. 선미는 새삼 직원 복지에 엄청 세심하게 신경쓰는 회사에서 일하게 된 것을 감사할 다름이었다.


오늘 함께 입주하게 된 사람은 모두 3명.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하긴, 이런 시설에 그 입주비면 나 같아도 나가라해도 안 나가겠다.’



 

하고 생각하는 선미였다.


 

일행은 현관에 마중나온 O.T에서 본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40대 초반의 그 직원은 겉으론 평범한 외모지만, 실은 이 아파트 관리주임으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직급도 무려 부장이였다. 이 큰 아파트를 혼자서 다 관리한다는 것이 의아해 했지만, 아파트 설비 자체가 자동화 시설이기 때문에 관리인원이 많이 필요없다는 설명이었다. 관리주임은 상당히 성격이 좋은지 지나가면서 만나는 여사원들마다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했고, 여사원들도 매번 웃는 얼굴로 대했다. 관리주임은 입주절차를 위해 일행에게 1층에 있는 자기 사무실로 안내했다.


 

사무실은 위층으로 올라가는 중앙복도 앞쪽에 위치해 있었다. 관리원은 캐비닛에서 입주자카드를 꺼내서 각자 항목을 쓰게 하고, 선미와 다른 여직원들은 입주가 카드를 빼곡히 채우기 시작했다. 카드 문항은 일반적인 신상명세서부터 학력, 취미활동, 특기 등 거의 자기소개서를 방불케 하는 내용들로, 다 작성하는데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왜 이런 거까지 일일이 다 적어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관리주임은 회사가 관리하다보니 절차가 까다롭다며 양해를 부탁하자 할 말이 없었다. 카드를 작성하는 동안 관리주임의 취미인 듯 틀어 논 나릇한 분위기의 음악을 들으면서 몰두하다보니 어느덧 일을 끝냈을 땐 눈이 아른거리고 정신이 멍할 정도였다. 어느새 관리주임은 준비해 놓은 각자의 아파트 패스카드를 보여주며 말했다.


 

“자, 이 카드의 사용법과 아파트 규칙을 설명할 테니, 여기를 보고 주의 깊게 잘 들어요. 다시 설명 안합니다. 우선 카드는 아파트 현관에서.......”


 

선미와 다른 두 아가씨는 카드사용법을 설명하느라 관리주임의 손에 들린 채 흔들리는 카드를 바라봤다. 순간, 선미는 조금 어지럼을 느꼈다.



 

 

3.

 

“그럼, 무슨 일이라도 필요하거나 궁금한게 있으면 제게 연락하세요.”


 

관리주임의 말을 마지막으로 신입들은 각자 배정받은 방으로 짐을 들고 움직였다.


선미는 같은 방에 배정된 동기생 연주와 함께 흥분된 기분으로 자기 방 문 앞에 서있었다. 관리주임 설명대로 손잡이 위의 번호판에 숫자를 입력하자 탁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방 안은 O.T때 봤던 사진처럼 침실과 거실, 주방, 욕실로 콘도형 구조로 되어있고, 가구들은 올인원으로 다 갖춰져 있었다.



 

“어머, 이것 봐. 케이블 유료채널까지 다 나오나봐!”

“베란다에서 야외 공원이 한눈에 다보여!”


“이것 봐봐, 샤워기에 마사지 가능도 있어!”



 

둘은 한참동안 집안 이곳저곳을 구경하느라 정신없어서 가져온 짐들을 풀고 정리할 쯤엔 어느덧 저녁이 다 되었다.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선미는 방에서 나와 인터폰을 눌렀다.


 

“누구세요?”

“야. 선미! 나야, 나! 너 오늘 들어왔다며?”



 

선미는 익숙한 목소리에 문을 열었다.


 

“이것아, 내가 있는 곳에 들어왔다면 알아서 미리 연락해야지, 이 언니가 먼저 찾아오랴!”


 

들어오자마자 선미를 잡고 반기는 여자는 학교선배 은경이었다. 둘 다 성격이 잘 맞아 마치 친자매처럼 지내다가 작년에 먼저 졸업하고는 바로 취업해서 지방으로 내려갔다는데, 바로 이곳에 있을 줄은 몰랐었다.


 

“신입 입주자 명단에 네 이름이 있기에 설마 했는데 말야......”


 

둘은 한참 수다를 떨면서 그동안 못 푼 회포를 풀었다. 방에서 나온 연주도 함께 어울러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 생각난 듯 은경이 말했다.


 

“너네 아직 저녁 전이지? 내 방에 가자. 오늘 이 언니가 대접해 줄게.”


 

셋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은 층에 있는 은경의 방으로 향했다. 은경의 방도 선미네와 마찬가지 구조로 되어있었고, 은경이 부엌에서 만든 요리로 배를 채운 후 차를 마시면서 수다를 이어갔다.


 

“근데, 언니 졸업하더니 용 됐어. 졸업사진과 비교하면 못 알아보겠다.”

“다 자리가 사람 만든다잖니. 회사생활 하다보면 다 변하게 되더라.”



 

사실, 학교 때 은경은 원래 본판이 예쁜 편이지만 공부하느라 별로 꾸미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머리나 옷 모두 고만고만하게 하고 다녔는데, 1년 만에 완전히 사람이 달라보였다. 유행에 신경 쓴 외모며, 행동거지 등이 한층 사람을 세련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확연히 달라진 것은......


 

“언니, 솔직히 말해봐. 얼마나 뺏어?”


 

졸업 전 은경은 말 그대로 ‘얼굴 미인’이였지, 몸매는 확실히 대한민국 여성표준을 지키고 있었다. 근데, 지금은 들어갈 데는 확 들어가고, 나온 데는 확실하게 나온 한마디로 보는 사람 부러운 몸매 라인을 자랑하고 있었다.


 

“얼마 안 뺏어. 한 2~3Kg?”

“에이, 말도 안돼. 정말 얼마 뺏는데?”


“정말이야. 단지 운동하니까 빠질 부분이 빠져서 그래 보이는 거야.”


“언니가 무슨 운동한다고. 맨날 굴러만 다니던 사람이.”


“너도 내일부터 출근해 봐라. 그런 얘기 나오나. 여기선 체력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고. 그리고, 운동해보니까 얼마나 몸이 개운해지는 지 알아? 운동은 자기 자산 관리야. 자기가.....”



 

그때부터 은경의 운동 예찬론이 펼쳐졌다. 무슨 운동 못해 죽은 사람 같은 열변을 들으면서 은경의 몸매를 부러운 듯이 바라봤다. 알맞게 부푼 둥근 엉덩이에서 쫙 달라붙으며, 미끈하게 올라오는 허리 위로, 보는 사람을 넉넉하게 만드는 앞으로 터질듯이 튀어나온 크고 두툼한 두 덩이 유방까지. 근데 은경 언니 가슴이 원래 저렇게 컸었나?


 

“그래서 결론은 니들도 운동하러 나오라는 거지.”


 

선미와 연주는 은경 선배의 회유와 설득에 못 이겨 우선 몇 번 해보고 결정하자고 무마하고는 간신히 방을 나설 수 있었다.



 

 

4.

 

출근 첫날은 시작부터 분주했다. 잔득 긴장한 신입사원들은 각자 배정받은 부서에서 상사 분들에게 인사하랴, 선배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배우랴, 부서 분위기 파악하랴, 업무 파악하랴 정신이 없었다. 선미는 오전 내내 부서선배가 넘겨준 두툼한 서류를 읽느라 눈이 빠질 지경이었다. 선미가 배치된 곳은 식품 쪽에서 관리부서였다. 선미가 읽고 있는 서류에 따르면 식품분야는 기업 전체 매출에 4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 매출 분야였다. 특히 몇 년 전부터 연속 히트 친 고급 우유, 치즈, 분유 등 유제품들은 해가 갈수록 매출이 상승하고 있는 효자종목이였다.

 

선미가 그 매출규모에 놀라고 있을 때, 갑자기 날카로운 여자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사무실 한쪽 끝 부장자리에서 전화를 들고 핏대 세우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김서연 부장, 일명 ‘관리부 암표범’, 옆에 선배가 알려준 바로는 미모출중, 능력출중, 성깔출중 3출중의 소유자로 뛰어난 업무능력을 자랑하지만, 그 표독스러움은 부하직원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다. 한번 걸리면 뼈도 못 추릴 정도로 닦달하기가 일수여서, 다들 그 미모에 결혼적령기에도 남자 하나 없는 것은 저주받은 성격 때문이라는 말이 자자했다. 선미가 슬며시 부장을 쳐다보자, 김부장은 전화기에 대고 악악대고 있었다. 확실히 어깨까지 내려오는 부드러운 웨이브 머리서부터 몸에 딱 붙는 블라우스와 치마를 타고 내려오는 멋진 각선미의 다리까지 이지적인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을 잡아 먹을듯한 날카로운 눈매와 블라우스 속에 비치는 탱탱한 긴장으로 탄력 넘치는 몸은 별명 그대로 암표범 이였다. 마지막 고함을 지르고 전화를 내팽개치듯 끊은 김부장은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직원들에게 냉랭하게 말했다.


 

“여기 쳐다볼 시간 있으면, 자기 일이나 하나 더 하라고요!”


 

그날 오후 내내 저기압인 부장 눈치 보느라 지친 선미는 퇴근시간 땡 하자마자 한동안 정시 퇴근인 신입사원 특권에 따라 무거운 다리를 끌고 사무실을 나섰다. 본관을 나와 바로 지근거리인 아파트는 선미의 맥없는 걸음걸이로도 금방 도착했다.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요?”


 

관리실 의자에 앉아있던 관리주임이 고개를 내밀곤 물었다.


 

“첫 날부터 힘들어서요.”

“다들 처음에는 힘들어 하죠. 하지만 익숙해지면 금방 적응될 겁니다. 갓 태어난 송아지도 때가 되면 어미젖을 빨듯이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니까 걱정 말아요.”


“예?”


“낙농업식 비유에요. 힘내라고요.”



 

관리주임은 인상 좋게 웃으면서 말을 접었다. 선미는 잠시 머릿속이 멍한 기분이 들었지만, 곧 아무 일 아닌 듯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날 밤, 선미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첫 출근에 신경이 날카로워 졌는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계속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몸을 뒤척이기만 할 뿐이었다. 한참동안 그러고 있다가 살짝 선잠이 들었던 선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을 깼다. 비몽사몽간에 눈을 비비고 시계를 보자 자정이 좀 넘은 시간이었다. 목이 깔깔해진 그녀는 물을 마시려고 부엌으로 나왔다. 냉장고에서 꺼낸 물 한잔을 들이키고는 방으로 가려는 찰라, 문 밖에서 희미하게 무슨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하고 생각한 선미였다. 하지만 조금 있다가 다시 소리가 들리자, 뭔가 하는 호기심이 인 선미는 문에 귀를 가까이 대어 보았다.


 

딸랑...... 딸랑...... 딸랑......


 

그건 종소리였다. 마치 두부장수가 흔드는 것과 같은 작은 종소리. 살짝 살짝 들리는 그 소리는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도 같이 들리기 시작했다. 선미는 한밤중에 누가 종을 흔들고 다니나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소리는 이제 귀를 대지 않아도 들릴 정도로 가까워졌다. 선미는 현관의 작은 문구멍으로 밖을 내다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의 주인공이 선미의 눈에 비치기 시작했다. 그가 누군지를 확인한 선미는 하마터면 소리를 낼 뻔했다.


 

두 사람이었다. 하나는 낮과 똑같은 모습의 관리주임이었다. 관리주임은 한손에는 검고 짤막한 회초리 같은 것을, 다른 한손에는 새빨간 줄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줄 반대쪽 끝에 연결된 것은 바로 납죽 엎드려 네발로 기고 있는 김서연 부장이었다.

 

김부장은 낮에 본 잡아먹을 듯한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이 마치 산책가는 강아지 마냥 관리주임 앞에서 줄을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김부장의 모습은 즐거운 강아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헉헉대며 힘들게 손발을 움직이는 김부장의 찡그린 얼굴 위로 점박이 무늬의 머리띠가 웨이브 진 긴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뒤로 넘겨 아름다운 얼굴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 머리띠 위에는 작은 두 개의 돌기가 작은 뿔 마냥 튀어나와 있었다. 김부장이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간단했다. 양손에서 겨드랑이까지 올라오는 긴 장갑,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스타킹, 그리고 몸을 꽉 쪼이는 허리 거들이 다였다. 그런데 그것들은 하나같이 흰 바탕에 검은 점박이 무늬였다. 그건 달마시안 무늬가 아니었다. 머리띠와 합쳐진 전체 모습은 바로 ‘젖소’였다. 김부장의 목에는 빨간색 줄과 연결된 같은 색깔의 개목걸이가 걸려있었다. 목걸이 아래에는 소들이나 달고 다니는 작은 종이 달려있었다. 김부장이 관리주임을 이끌면서 움직일 때마다 종이 흔들리면서 선미가 들었던 익숙한 종소리를 내고 있었다.

 

선미의 방문 앞을 지날 때 김부장이 신음을 내며 갑자기 앞으로 푹 쓰러져 버렸다.


 

“더, 더 이상 못가겠어요.”

“오랜만에 방목시켜주는데 좀 더 돌아다녀야지. 최근에 운동을 너무 안 시켰더니, 너무 늘어져 벼렸어. 오랫동안 키운 년이라고 방치했더니 버릇만 나빠졌군.”



 

관리주임이 줄을 잡아당기자 김부장이 켁켁대며 몸을 일으켰다. 관리주임은 다른 손에 든 회초리로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일 바쁘다는 핑계로 요리조리 피하더니 젖통은 빠지고 여기저기 군살만 붙었군. 이래서 젖소구실 하겠어?”


 

그 말에 김부장은 사색이 되어선 관리주임 앞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붙이고는 두 손으로 싹싹 빌기 시작했다.


 

“주, 주인님, 이 멍청한 젖소가 꾀를 피워서 죄송합니다. 제발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다시 생산량을 놀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발 은혜를 베푸셔서 절 버리지 말아주세요.”


 

선미는 두 사람의 말과 행동에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김부장이 낮의 당당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저런 비굴한 모습으로 비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맞은편에 평상시처럼 서있는 관리주임과 비교되어 언발란스한 게 정말 현실 같지 않은 장면이었다.


 

“그래, 반성한다니 다행이군. 다음 주까지 다시 맞춰놔. 그나마 우둔한 암소들 중에서 머리가 돌아가는 년이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겠지. 자, 젖통 검사다. 일어나.”


 

김부장은 살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들고 벌떡 일어섰다. 그녀가 몸을 일자로 쭉 편 상태로 두 팔을 허리 뒤로 돌려 열중서 자세로 가슴을 쭉 내밀었다. 가슴 앞에는 엎드려있을 땐 팔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커다란 유방이 뛰쳐 나갈듯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얼핏 봐도 D컵 이상이지만 처진 것 없이 밥공기 엎은 것 같은 거대한 구형은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하고 탱탱한 몸매와 대비해서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관리주임은 두 손으로 유방을 하나씩 받치고 무게를 재듯이 위아래로 흔들고는 진맥하듯이 유방 전체를 꼼꼼히 주물럭거렸다. 말 그대로 젖소의 젖통검사하는 듯한 행동이였다. 손 안에서 두 커다란 살덩어리는 마치 속이 꽉 찬 과일처럼 무겁게 흔들거렸고, 그때마다 김부장의 얼굴에는 괴로움의 표정이 떠올랐다.


 

“주인님, 부탁입니다. 이 우둔한 젖소가 젖을 짜게 허락해 주세요. 벌써 12시간 째 젖을 못 짰습니다. 더 이상 아파서 참을 수가 없어요.”


 

짝-.


 

통통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에 울리는 회초리 소리에 김부장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관리 주임은 한쪽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는 확 위로 들어 잡아당겼다.


 

“암소주제에 버릇없이 주인에게 요구를 하다니. 암소는 암소답게 울어야지.”

“아으, 으, 음매, 음매.”



 

커다란 유방 하나가 젖꼭지 하나에 매달린 모양이라 꽤 아플텐데도 김부장은 결코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구슬프게 소 울음소리를 냈다. 관리주임은 한쪽 유방도 마저 끌어올리고는 흔들면서 말했다.


 

“자, 부탁할게 있으면 암컷답게 아양떨어보라고.”


 

김부장은 아픈 표정에도 입가에 비굴한 웃음을 띠우면서 예쁘게 아양떠는 목소리로 계속 음매소리를 냈다. 그리고, 엉덩이를 애교떨듯이 흔들어냈다. 그 반동에 두 커다란 유방도 가지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잘 익은 복숭아마냥 붉게 물든 채 관리주임의 손아래서 사방으로 춤을 추었다. 몇 분 동안 계속된 이 쇼에 관리주임은 만족했는지 연달아 웃음을 지었다.


 

“좋아. 아무리 멍청한 암소지만, 지 주제를 가르치니 제 분수를 빨리 찾는군. 이래서 버릇을 제대로 들여놔야 한다니까. 좋아, 선심 쓰지. 나를 만족시키면 이 마개도 빼주고, 젖도 짜게 해줄게.”


 

관리주임은 김부장의 두 젖꼭지 위에 뚜껑처럼 쓰인 캡을 손가락으로 튕기면서 말했다. 김부장은 아프면서도 황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애교떠는 목소리로 울어댔다. 관리주임은 젖꼭지를 놔주고는 바지의 앞 갈래를 풀었다. 그 사이로 서서히 일어서기 시작한 자지가 고개를 내밀었다.


 

“야, 바보 암소야. 니 재주를 부려봐.”


 

김부장은 얼른 그 앞에 무릎을 꿇고는 관리주임의 자지가 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 마냥 정성껏 애무하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자지를 받히고는 혀를 내밀어 자지 밑둥부터 침을 뭍이면서 조금씩 귀두 쪽으로 핥아갔다. 귀두에 다다르자 입을 동그랗게 말고 귀두 끝을 지그시 누르면서 쪼금씩 입 안으로 넣어갔다. 귀두가 입안에 들어가자 김부장은 뺨을 오므리면서 빨기 시작했고, 동시에 한 손으로는 자지를 쥐고 왕복운동을, 다른 손으로는 불알을 살포시 감쌌다. 그 자극에 발기하는 자지는 곧 그녀가 두 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커져갔다. 자지가 완전히 발기하자 김부장의 머리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자지를 서서히 입속에 넣기 시작했다. 점점 자지가 입안으로 들어가면서 조금씩 머리를 흔드는 속도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김부장은 자지를 넣을 때는 입술을 O자 모양으로 오므려서 쭉 넣었다가 뺄 때는 뺨을 오므리면서 쪽 빨아서 옆에서 볼 때는 마치 문어 빨판이 자지를 빠는 것처럼 입술이 움직였다. 마침내 자지가 입안에 다 들어가자 김부장은 머리를 흔드는 속도를 높였다. 뺄 때는 귀두까지 뺐다가 코가 자지털에 닿을 때까지 넣는 모습은 그 굵고 긴 것이 어떻게 다 들어가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김부장이 열심히 빨면서 머리를 흔들어 대자 관리주임은 서서히 달아오르는 듯했다.


 

“바보 젖소야, 그만하고 이제 니 머리만큼 멍청한 보지가 얼마나 발정했는지 보여 봐라.”


 

김부장은 열심히 빠느라 뻘게진 얼굴을 더 붉게 물들이고는 일어서서 뒤로 돌아 다리를 양옆으로 조금 벌렸다. 그리고 그대로 무릎을 핀 채 허리를 숙여서 팔로 상체를 받혔다. 관리주임은 선채로 한손으로 엉덩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 보지를 만지기 시작했다.


 

“하, 이 년이 봉사하랬더니, 지가 더 발정해서 난리네. 아주 홍수가 났네. 너처럼 음탕한 젖소는 처음 본다. 그렇지?”


 

관리주임이 촉촉이 젖은 보지 안에 손가락을 넣고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치컥치컥 소리를 내며 보지 속을 휘저으면서 엉덩이를 찰싹 치자, 김부장은 흥분한 얼굴을 들어 맞는다는 듯 힘겹게 음매 소리를 질렀다.


 

“좋아, 발정 난 암소의 소원을 들어주지. 그대로 내 것을 니 멍텅구리 보지 속에 넣어봐라. 이년아.”


 

김부장은 네 발로 선 모습 그대로 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지 끝이 엉덩이 사이에 닿자 고개를 숙이고 엉덩이를 움직여서 자지 끝에 보지를 맞추기 시작했다. 얼마 뒤 보지가 위치를 잡았는지 김부장은 엉덩이를 뒤로 내밀었다. 그러자 자지가 그녀의 몸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보지 살이 갈라지는 느낌에 신음소리가 새어나왔지만, 김부장의 뒷걸음질은 계속 되었다. 마침내 그녀의 엉덩이가 관리주임의 배에 닿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관리주임이 두 손으로 엉덩이를 쥐고 허리를 흔들자 한숨은 이내 신음소리로 바뀌었다.


 

“읍, 으읍.......”


 

관리주임의 왕복운동이 점점 격렬해지자, 김부장은 불편한 자세지만 넘어지지 않으려고 두 팔에 힘을 줘서 버텼다. 하지만 정말 흥분하기 시작했는지 김부장은 이내 관리주임의 움직임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곧 신음소리는 콧소리와 섞여 교성으로 바뀌었다.


 

“하~, 하아~, 흐응~”


 

얼마 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관리주임은 두 손으로 김부장의 허리춤을 꽉 쥐고서 허리를 힘차게 내질렀다. 김 부장은 그에 맞춰 절정에 다다랐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마동안 그런 자세로 있던 관리주임은 김부장의 엉덩이에서 떨어졌다. 김부장은 그대로 엉덩이를 하늘로 처든 채로 바닥으로 무너졌다.


 

“발정 난 젖소가 이제 만족했나보네. 그럼 즐긴 만큼 뒤처리를 해야지.”


 

거칠게 숨 쉬면서 황홀경의 여운에 빠져있던 김부장은 그 말에 힘겹게 몸을 일으켜 관리주임 앞에 무릎을 꿇고는 자지를 빨았다. 자기 입으로 자지에 묻은 지신의 애액과 정액을 모두 깨끗이 빨고, 두 손으로 자지에 묻은 침까지 다 닦고는 공손하게 바지 속에 넣고 바지를 채웠다.


 

“그래, 구관이 명관이라고, 예의범절 하나는 똑 부러지는 군. 좋아 선물을 하나 더 주지.”


 

관리주임은 점퍼 주머니에서 뭔가 기다란 것을 꺼냈다. 그것은 소꼬리 모형이었다. 김부장이 입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젖소무늬가 들어간 꼬리의 앞은 관리주임 자지와 맞먹는 크기의 딜도가 달려있었다.


 

“자, 발정 난 보지가 바닥을 더럽히지 않게 마개를 달아두지. 엉덩이를 내밀어.”


 

김부장은 다시 아까 전처럼 두 팔과 두 다리를 쭉 핀 채로 엉덩이를 내밀었다. 관리주임은 방금 전 섹스로 아직 벌어져있는 구멍 속으로 꼬리를 밀어 넣었다. 꼬리 속은 뭔가 심지가 들어 있는지 꼬리가 보지로부터 활처럼 휘어 올라 천정을 향했다. 관리주임이 그 꼬리 끝을 잡고 살짝 흔들자, 김부장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 나왔다.


 

“그러고 보니 뭔가 허전한데. 그래, 하나 더 선물해 줄게. 기뻐하라고.”


 

관리주임이 꺼낸 것은 붉은색 리본이었다. 관리주임은 그 리본을 소꼬리에 묶고 예쁘게 리본을 만들었다. 자기 작품을 보고 관리주임은 즐거운 듯 웃어댔다. 반면에 김부장의 얼굴은 그 리본만큼이나 붉게 물들었다.


 

“자 너무 오래 끌었다. 여기 바닥을 마저 정리하고, 약속대로 젖 짜러 가자고.”


 

관리주임은 김부장을 네발로 엎드린 채로 바닥에 떨어진 정액과 애액의 흔적들을 깨끗이 핥아서 청소시게 한 뒤 다시 앞장 세워서 복도를 기게 했다. 서서히 복도 저쪽으로 두 명의 모습이 사라지고, 이윽고 김부장의 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다. 선미는 김부장과 관리주임이 없어진 뒤에도 한참을 문에서 떨어질 수 없었다. 아까 전의 모습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녀가 훔쳐본 그 섹스장면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갔다. 평생을 평범하게 살아온 그녀에게는 그것이 진짜라 하기엔 너무 자극적이고 현실감이 없었다.


 

‘그래, 이건 꿈이야. 진짜일리 없어. 내가 오늘 너무 힘들었나봐.’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침대로 향했다. 하지만, 그 광경을 보면서 본인의 팬티도 젖었다는 사실은 미처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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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jlo입니다.

 

지난번 벛꽃화원에 의외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다음 글 올리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워지더군요.

게다가 이사하느라 몇일, 인터넷도 연결 안되 몇일 하다가 거의 한달을 허송세월 했지 뭡니까.

아무튼 지난번 약속드린데로 이번엔 창작물을 한번 올려 봅니다.

벛꽃화원 만큼 재미있다고는 보증 못 드립니다. 그냥 한 음란서생의 처녀작이라고 생각하시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다음 편도 얼른 올리도록 하겠습니다.(인터넷 사정에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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