德厚の野望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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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했어...."
잘 짜인 마루바닥을 밟으며, 덕후는 우거지상이었다. 영호 세휘에게 지나치게 주의가 쏠린 탓에 회의 내용에 개입을 놓친 덕후는 뒤늦게 결정된 사안에 결사 반대를 외쳤지만 소용 없었다. 다음 날 오전 동안은 소월하와 금보옥에게 가서 탄원했지만, 그녀들은 덕후를 붙잡고 이런 저런 이야기로 한참 시간을 끌어가며 애를 태우다가, 나는 모르쇠하며 책임을 윗선으로 돌렸다. 그래서 처량한 점심을 들고 대장에 해당되는 우희선의 처소 앞으로 온 것이다. 여차하면 몸으로 진정시킬 각오를 다지면서 덕후는 입구 안으로 들어섰다.
"실례하오."
별원 한 채를 통째로 빌린 이 자리는 추국이 한창이었다. 장지문 안으로 들어서자, 창가에 발을 두고 밖의 풍경을 내다보는 여인이 있었다. 덕후의 등장에 여인은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고개를 돌리며 일어섰다.
"행차하셨습니까, 왕야."
"둘만 있으니 굳이 예를 차릴 필요는 없다니까. 누나."
덕후의 말에 우희선은 미소를 지었다.
"형욱을 거두지 않으셨더군요."
"아아..그, 기회가 없었던 것 같군."
"보옥 동생과 천하문의 두 사람에 비해서 말이죠?"
제 추천은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요, 라며 미소가 더욱 진해진다. 말을 놓으라는 데 놓지 않고 공대한다. 이쯤되면 덕후도 긴장한다.
"방금 형욱이 다녀갔어요. 고민하는 눈치더군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여자로서 매력이 없는가 생각했을지도?"
"으음...."
덕후의 목울대가 흔들렸다. 동요하는 그들 보며 우희선은 점점 가까워졌다. 그녀에 몸에서 나는 은은한 방향이 덕후의 혈액순환을 촉진시켰다.
"호색한."
짧게 내뱉는 말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원망이 담겨 있었다. 자신의 실태를 알아차린 덕후는 애매한 웃음을 흘렸다.
"슬픈 건, 회주로서는 그녀들의 존재를 용인할 수 밖에 없다는 거죠. 한 여인으로 온전히 질투할 여지를 전혀 주지 않네요."
염미홍과 소월하, 금보옥의 위치가 금새 강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아본 까닭이다. 우희선은 여자를 좋아 하는 덕후가 강동으로 내려가면, 기반 다지기를 하며 틈나면 시간나면 이름난 주루 같은 곳에서 천하제일의 기녀와 노닥거리지 않을까 하는 상상은 했다. 속은 쓰리지만, 허리 아래 이성이 없다는 남자의 생리를 아는지라 인정은 못해도 묵인은 하자고 스스로 다독인 바 있다. 그런데 덕후는 우희선의 예상을 뒤집어버렸다. 첩과 애인을 하나 둘 만들며 십패의 둘을 순식간에 잠식해버린 것이다. 뒤에서 여인들을 조종하여 실권을 장악하는 행보에는 우희선 역시 아연했다.
"형욱에게 큰 빚을 지워드렸다면서요?"
절정고수로 올려놓은 일을 말함이라. 덕후는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우희선은 후우, 하고 가볍게 탄식했다. 형욱은 기연이 있다고 밝혔다. 우희선은 형욱의 감상에 몇 가지 추측을 더해 덕후의 안배가 있음을 유추했다. 우희선의 내심을 안 덕후는 슬쩍 웃었다.
"하하, 군왕은 필부처럼 힘 자랑하면 안된다던데?"
"무림 세계는 달라요. 모략과 경험도 중요하죠. 그러나 최후의 순간에 우위를 가늠하는 척도는 어디까지나 무공이랍니다. 형욱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차라리 왕야가 절정고수가 되느니 만 못해요."
덕후는 콧잔등을 긁적일 뿐 침묵을 지켰다. 우희선은 안쓰러운 눈길을 하였다. 덕후의 무공 사범으로 제자의 자질을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미끈한 체격이어도, 자신처럼 천무지체라고 불릴 정도로 타고난 신체다. 2년 전, 주화입마 사건만 아니었다면 벌써 절정고수에 들어섰으리라.
절정 고수의 길을 포기한 진상을 밝혔다가는 혹독한 대련이 기다릴 게 뻔했으므로, 덕후는 신경안쓴다는 듯 밝게 말했다.
"덕분에 매사에 신중을 기하는 버릇이 몸에 베었으니 다행 아닌가. 몸 사리는 재주는 누구 못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내 약점은 형욱 정도의 고수가 대신 해줄거잖아."
"그래야죠. 왕야의 실패를 토대 삼아 절정고수가 되었으니까요."
우희선은 모난 어조를 내었다. 그러다 감정을 너무 앞세웠다고 생각했는지 낯빛을 가다듬었다.
"외곬수인 아이라 왕야의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을거예요."
"형욱이 무슨 말을 했는데?"
"앞으로는 밀천회주보단 왕야의 명을 우선하겠다고 고하더군요."
덕후는 순간적으로 혀를 찼다. 형욱이 우희선에게 고하기 위해서 얼마나 각오를 했을지 짐작이 가는 한편, 간언한 방법이 서투른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다. 키우던 개를 옆집에 빌려줬는데, 정작 와서는 주인을 바꾸겠다고 짖어대면 불쾌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시대는 앞의 말이 당연한 상식으로 통할만큼 수직적인 주종관계이다. 밀천회처럼 뿌리 깊은 조직에 속한 하급자에게 있어 항명은 죽음과 동일한 무게였다. 우희선이 덕후와 특별한 관계가 아니었다면, 형욱을 건방지다고 제거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닐테니 너그럽게 봐줘."
덕후는 우희선의 손을 잡으며 속삭였다. 우희선은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봐주고 말 것 없죠. 애당초 왕야를 위해서 붙여준 것은 저이니까요."
"조금 이르지만, 이 자리에서 밝히겠어. 누나를 덕왕부로 맞이하고 싶어."
"네?"
"왕비로 말이야."
".....전하, 천녀는 보좌할 수 있다면 어떤 자리든 신경쓰지 않아요."
담담하게 말해도,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덕후는 우희선의 손을 꼭 잡고 눈빛을 똑바로 마주했다.
"여염집 가정처럼 한 쌍으로 백년해로는 장담할 수 없어. 자손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도 보장할 수 없어. 하지만, 우리들이 만들 울타리 안에서는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을거야."
가족이라는 말에 말 못할 그리움이 담겼던 듯 했다. 그 말을 들은 우희선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덕후에게 있어 가족은 그냥 혈연이 이어진 존재가 아님을 안다. 왕사 대신 강론 할 때도, 천하는 한 집안이라 는 논리에 냉소했다. 생모인 만 귀비 말고도 황족들을 대할 때, 덕후의 태도는 이보다 남일 수 없을 정도로 냉정했다. 심지어는 같은 배에서 태어난 공주조차 "화번용으로 쓸만하겠군." 라고 물건 취급했을 정도였다. 이 일을 계기로 만 귀비조차 일황자를 극도로 어려워하게 되었다.
그런 덕후가 언젠가 한 번은 가족을 입에 담았을 때가 있었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포근한 태도였다. 그 모습을 각인 한 이래로, 우희선이 심경에 변화가 있었다. 동궁 시절 유일하게 속을 보이는 자신에게 친근히 대한다 해도 결국은 남이라는 생각이 머리 한 구석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덕후가 첫 섹스를 요구했을 때 잠깐 망설이기는 해도 순순히 응했다. 외로움도 그렇지만, 그와 남이 아니라는 확신을 갈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강남으로 떠났을 때 애인들을 만들었다는 보고를 처음 받았을 때, 우희선이 아연함 다음에 떠오른 감정은 질투 이전에 비참함이었다. 자신도 그녀들과 같이 사냥개와 같은 존재이지 않나 싶었기에.
사냥개는 소용이 다하면 삶아진다. 천하를 유 씨의 것으로 사유한 한 고조가 공신들을 숙청했듯이, 역대 권력자의 처세가 그러한 것이다. 암암리에 각오는 했지만, 가슴 한 구석이 빙하처럼 얼어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그 불안이 방금 한 마디로 햇빛 받은 눈처럼 사르르 녹아든다.
"후후, 정실 자리를 미끼로 내거는 거야?"
"흠, 난 멋진 남자를 지향하니까 대답하지 않겠어."
"이제와서 신비한 척하기는, 일단 불합격은 아니라고 해둘게."
시치미를 떼는 덕후를 향해 애태우려는 듯이 대꾸하는 우희선. 덕후는 그 자태에 이끌려 우희선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 또한 가져갔다. 닿을락 말락할 찰나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하얀 가닥이 덕후의 입술을 눌렀다.
"아직은 안 돼."
"내가 누나를 애타게 원하는데?"
"지금은 금욕 기간이란다. 책사로 나를 불렀지, 여인으로 부른 건 아니잖니."
대업을 앞 둔 상태에서 군사는 명경지수를 유지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다. 무욕을 가지지 않고 욕망에 휩싸여서는 전체와 사물을 보는 시각이 어그러지게 된다. 일신 뿐만 아니라 속한 집단에 대한 파국으로 이어진다. 전장에 나선 대장에게 금욕을 요구하는 것은 괜한 방침은 아닌 것이다. 덕후는 담백하게 인정했다. 우희선이 이렇게 자신의 요구를 내치는 데 사감이 전혀 없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입장 바꿔서 덕후의 행보를 돌이켜 본다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이 부분까지 삼종지도를 내세우며 막길 요구하거나, 상대가 거부한다고 괜한 정복욕에 불타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우희선은 사람이지 성노는 아니니까.
덕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머리를 떼었다. 대신 우희선의 손가락을 가볍게 깨물었다. 그 장난기에 우희선의 아미가 휘었으나, 덕후가 혀를 날름 내밀자 짐짓 천장을 우러러 본다.
"황천후토시여, 제 님은 언제 철이 드시려나요. 소녀의 덕이 부족하여 여전히 아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손까지 빌어 간절히 비는 시늉을 한다. 민망해진 덕후가 기습적으로 옆구리에 간지러움을 태우자 우희선은 깔깔 웃으면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다년간 섹스로 우희선의 성감대와 약한 부분을 낱낱이 알고 있는 덕후의 손길은 거침없었다. 결국 우희선은 눈물 한 방울 흘리며, 항복을 선언하고서야 풀려났다. 눈가를 수습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우희선은 줄을 당겨 시비에게 차를 내오도록 시켰다. 이대로 가다가는 장난만 되풀이 할 것 같으니, 대화 할 분위기라도 만들기 위함이었다.
"왕부의 인사권을 모두 보옥에게 내주었다고 했어"
우희선은 안부를 묻 듯 물었다. 방금 전이라면 덕후와 여인들 사이에 권력 구도에 이리저리 재어보느라 쉽사리 꺼낼 수 없을 성질이지만, 상대의 본심을 어느정도 알고 나니 궁금함이 못 견디게 들었다.
"보옥에게 심가장의 일은 대강 들었지?"
"응, 누나가 걱정되는 게 하나 있어. 일단 인선자들 명단을 보았는데..."
"고소영, 강부자들?"
"인사가 만사라고 했어. 능력만 있다거나,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내놓는다고 다는 아니란다."
"인성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거지?"
"좀 고루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누나가 염려하는 건 알고 있어."
덕후는 씩 웃었다.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이 와닿았다.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니야. 흠, 상관 씨와 일이 마무리된 다음에 대강 윤곽이 잡힐 테니까, 그땐 누나랑은 반드시 상의할게."
"보옥에게는?"
"....너무 깊이 연관이 있으니까, 어느정도 진행된 다음에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이건 염미홍과 소월하에게도 적용 돼."
그녀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자신에게는 알려준다는 소리에 우희선은 쓰게 웃었지만, 이렇게 환심을 사려는 것이 싫지는 않았다. 이윽고 덕후가 정색을 하고 물었다.
"영호 세휘는 누구지? 영호 세가랑 관계있나?"
"영호 세가의 양녀야. 신도 세가와 비슷한 이유로 황궁으로 왔지."
그 말에 덕후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그가 알고 있는 설정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영호 세가에서 인질을 바칠 리가 없다. 오히려....
"혁련 세가쪽에서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덕후의 지적에 우희선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대의 일을 몇 번 언급한 적 있으니 무심코 이야기했을지도 모른다. 우희선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응, 맞아. 원래는 혁련 세가에서 보내주기로 했어. 그런데 중도에 일정이 급작스레 바뀌어서 영호 세가가 대신 했지. 어차피 영호 세가의 견제가 주 목적이었으니까 받아들였지만."
신도 세가는 자신들을 키워준 밀천회에 대한 보은(?)으로 형욱을 바쳤다. 형욱의 궁녀 자원에는 사연이 좀 있기는 하지만, 결과론적으론 신도 세가는 밀천회와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현상에 고무된 밀천회는 이 점을 응용하여 혁련 세가를 영호 세가로부터 등을 돌리려는 계획을 추진했다. 전대 회주 화명 사태는 갖은 방법으로 세가의 직계를 궁녀로 바치도록 종용했다. 신도 세가 혼자서는 당면한 영호 세가와 혁련 세가의 연합 공격을 당해내는 데 역부족이라는 판단 하에 나온 절박감에 때문이었다. 아무튼, 원작대로 흐름이라면 혁련 나경이라는 여인이 입궁하게 되지만, 중간에 영호 세가주가 대신 세휘를 바치고 화평을 제안했다.
"본 천을 정면으로 나서게 만들었다간 단순한 무림방파의 항쟁에 그치지 않을 것이야. 영호 가주 입장에선 어떤 피해를 감수해야할지 각오가 안 됐기 때문이겠지.전쟁이 길어지면 반드시 연독고가 거동할게 뻔하고."
형식적으로나마 딸을 바치고 화친을 권하는 것은 항복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는 의사, 화명 사태는 그쯤에서 못 이긴 척 제의를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좋지 못했겠군."
"응, 영호 세가가 대신 인질을 바친 바람에 혁련 세가에 대한 영향력이 한층 강화되었으니까."
화명 사태도 바보는 아닌지라 돌아가는 추이를 지켜보다가 깨닫게 되었다. 실패에 어지간히 화가 났는지, 입궁한 양녀를 만나보지 않고 냉궁으로 보내버렸다. 그래서 영호 세휘는 우희선이 그녀를 직접 만나보고 측근으로 중임하기 전까지는 몇 년을 홀로 보냈다고 한다. 용모가 다르기에 최대한 이목구비를 가리고, 주변의 시녀조차 회피하는 외톨이 생활을 하면서.
"그건 좀 너무한 처사 아닌가?"
"서역인이라서.....나도 만나보기 전까지는 선입견이랄까, 그런 게 좀 있었어."
눈이 움푹 꺼지고, 털이 굵고 점이 많은 많은 홍모귀를 상상했던 것 같다. 하기사 서양인과 중동인은 10대 후반이 극동인의 20대 후반을 능가하는 노화력(?)을 자랑하지 않던가. 흑인은 탄력이 넘치다 못해 유지 분비가 너무 많아서 번들거린다고 한다. 덕후는 우희선이 영호 세휘를 만났을 때, 중임한 연유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기존의 서역인 인상과는 다른 부분에 끌렸을지도 모른다. 잡티 없는 새하얀 피부에 인형처럼 단아한 외관은 성별을 떠나 속세를 초월한 미적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덕후 자신도 영호 세휘의 정체에 신경쓰지 않는 처지라면, 이상형인듯한 미소녀의 등장에 입을 헤~ 벌리고 있을테니까.
"세휘는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아이야. 양녀도 본인이 직접 세가주에게 자원을 했다고 해. 본인이 말하기를 거둬들이고 키워준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때 영호 세휘의 나이는 10세 전후일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취할 행동은 아니다. 우희선의 말을 듣보니 의혹이 풀리기는 커녕 더욱 깊어져갔다.
"끙, 골치 아프군."
"당분간 데리고 있어줘. 비서로서 능력은 매우 탁월하니까."
"누나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내키지 않는 덕후의 대답에 우희선은 정색했다. 미간에 살짝 어둠을 품은 표정이었다.
"데리고 있다가 믿을만한지 아닌지를 봐서.....처우를 결정해줘."
여차하면 생사을 정하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덕후는 눈을 깜빡였다.
"너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되는지는 판단할 수 없어. 내겐....좀 짖궂고 난감하게 만드는 구석은 있어도, 정말로 마음에 드는 아이니까."
우희선의 얼굴은 비감에 잠겨있었다. 덕후는 그 모습에서 우희선이 세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거리를 두는 것이리라. 덕후는 그런 우희선이 안쓰러워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등을 쓸어주었다.
"미안해. 내가 왕으로 태어나서. 이런 길을 강요하는 군."
"네 잘못은 아니잖니."
덕후의 손길을 피하듯이 우희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듬을 받으며 정인의 품에 훌쩍이는 것을 스스로 용납치 않는 것이라. 이럴 때는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최상이다. 덕후는 볼 일이 생각났다는 구실로 조용히 자리를 물러났다. 출구에서 돌아본 우희선은 처음 왔을 때처럼 고개를 돌린 채 발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막막해진 가슴을 달래며 덕후는 복도를 지나쳤다. 별채를 나와 소로로 발걸음을 옮기던 덕후는 문득 취기에서 깨어난 듯 몸을 가볍게 떨었다.
"이런, 정작 해결된 건 없군."
일순, 우희선에게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후에게 영호 세휘의 신병을 전적으로 맡김으로서 간접적으로 구명을 청한 것이다. 여인들 중에서 그나마 덕후의 기질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이 그녀다. 동궁 시절에 우희선 말고도 몇 명의 여인들이 접근했으나 모두 쥐도 모르게 제거 당했다. 권력에 금이 가거나 신변에 위협의 싹조차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희선이 상상하는 최악의 경우는, 이번 원행에서 덕후가 영호 세휘를 살인멸구 해버린 다음, 영호 세휘가 사고사 당했다고 슬픈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타날 때이리라.
"하하, 나도 알고보면 섬세한 남자인데..."
설득력이 떨어지는 소리를 하며 거닐던 덕후는 소로 끝에서 다가오는 사람과 마주쳤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난다더니 영호 세휘가 가슴에 책자와 종이를 한 아름 안고 있었다. 영호 세휘는 덕후를 보다가 놀란 듯 벽안을 크게 뜨다가 이내 골이난 표정을 지었다.
"어디 갔어요!"
마치 임무 방기하고 쏘다닌 날라리 상관 때문에 고생한 참모가 원흉을 만나자 따지는 것과 같았다.
"한참 찾았다는 말투군?"
"아무리 입안을 해도 승인은 윗사람 소관이죠. 이게 다 밀린 일감이랍니다."
영호 세휘가 한아름 안긴 것을 비죽이 내밀자, 덕후는 질린 얼굴이 되었다. 결정난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 처리할 게 이 정도로나 많냐!
"윗사람은 천하문주일텐데?"
"자기는 아는 글자가 몇 개 안 되니, 상공더러 처리해달라고 하던걸요."
아무래도 사랑스러운 문주님께서 미루기 스킬을 먼저 써먹은 모양이다. 덕후는 더 이상 도망칠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근처의 편편한 바위로 이동했다.
"일단 보고."
사무적이 된 덕후의 변화를 감지했는지 영호 세휘는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고 서류를 정리해서 하나씩 넘겨주었다. 하나 씩 받아들던 덕후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고개를 갸웃하다가 영호 세휘가 넘기는 서류의 양이 바닥을 보일 때, 전체를 파악한 덕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이건 뭐,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영호 세휘가 들고 있는 것 거래처의 납품 실적과 재고 동향이 담겨있는 서류들이 태반이었다. 그것들을 기반으로 대부분은 필요한 물자들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대상련의 협조가 있다고는 하나, 그 짧은 사이에 정리해온 능력을 보아 우희선이 칭찬할만했다. 문제는 낭인 모집에서 병참 보급, 옷감에서 땔감, 자질구레한 것까지 적혀있는 것으로 미루어 부대 하나를 처음부터 만들라고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하문과 절강의 문파들에게 협력을 받기로 한건?"
"천하문은 영호세가를 견제하는데 전력을 다하기로 했어요. 허허실실이라고 만에 하나 격파당하면 본거지 자체가 위험하니까요. 절강의 문파와 표국들은 항주부와 연안으로 집결해서 수로군을 감시하기로 했어요."
그녀들은 자신이 맡을 전선에 전력에 만전을 기한 것이다. 문제는,
"그러니까 빼줄 사람이 없다, 그러니 달랑 예산만 주고 어중이떠중이들을 긁어 모아서 육로군을 공략 해달라고?"
"그 숫자만해도 얼추 3~4천은 될거예요. 일단은 급히 모병 담당들을 뽑아 각지로 파발을 돌렸어요."
"허허허."
덕후는 허탈한 듯 웃었다. 만약 자신이 장군이라면 당장 상관 처소로 기어들어가 부임지를 바꿔달라고 뇌물을 바치거나 그냥 같이 죽자고 암살을 시도했을 것이다. 3~4천이라해도 의미없는 숫자다. 목숨으로 장사하는 낭인들이라지만, 그만큼 조금만 위기가 닥치면 몸을 사리고 도주한다. 최소한 일반 농민병이라면 자신의 땅을 위해서 농기구라도 들기라도 할 것이다. 이런 오합지졸을 데리고 단합된 씨족 무사들을 상대하라는 것은 도리깨에 낟알들을 떨어내라고 내미는 꼴이다. 차라리 형욱을 데리고 하민태의 목을 몰래 베는 것이 나을 것이다.
넋두리를 하던 덕후가 문득 영호 세휘를 보니 묘하게 생기가 감돌았다.
"뭐가 그렇게 즐겁지? 우리가 처한 상황이 이해 안 가?"
"어렵다는 것은 알죠. 대신 만에 하나 성공했을 때는 전설이 되어있을거라고요?"
"명성은 너나 가져라. 난 필요없다."
심드렁한 덕후의 반응에 영호 세휘는 그 태도가 뭐냐는 듯 허리춤에 양 손을 올렸다.
"왕야는 왜 그렇게 패기가 없으세요? 난세에는 영웅이 나고, 바로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잖아요?"
"훗, 그 따위 영웅 놀음을 하느니 소시민 갑으로 살다 죽을란다."
"영웅이 되는 게 그렇게 싫으신가요?"
"고생하는 게 싫거든. 난 히키코모리로 하렘 루트를 타다가 엔딩을 맞이할거야."
일부러 전문 용어(?)를 섞었다. 영호 세휘는 덕후의 의도대로 내용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도 짐작은 가는지 영호 세휘는 대단히 실망한 표정이었다.
"왕야께서는 유별나신 구석이 있다고 천주에게 듣기는 했어요. 비록 군자는 못되어도 소인도 아니라고 믿었는데..."
"물론 난 군자는 아니야. 하지만 소인배는 더욱 아니지"
덕후의 단언에 영호 세휘의 눈빛에 기대감이 살짝 돌았다.
"그저, 대인배일 따름이지"
영호 세휘는 돌로 뒤통수를 맞은 듯 휘청거렸다. 띵한 얼굴로 경련이 이는 것을 어떻게든 수습하며 묻는다.
"대, 대인배는 뭐에요?"
"훗, 근성의 갑빠를 보유한 이들이 전화번호부 복대와 강철 팬티를 착용한 다음 개나리 스탭을 밟으며 강약약 강강중약의 패턴을 섞는다. 자세한 설명을 묻는다면 쿨게이로써 이하 생략하기로 하지."
아스트랄한 말에 영호 세휘는 벙쩠으나 이내 말장난에 농락 당했음을 알고 노한 표정을 지었다.
"하기 싫으면 분명히 싫다고 할 것이지, 열심히 일하는 다른 사람을 놀려먹어서야 되겠어요?"
"일은 할거야. 다만, 그 과정에서 명성이나 영웅 취급 같은 건 원치 않아."
어깨를 움츠리며 진지하게 곤란한 안색을 하자 영호 세휘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가급적이면, 그런 것들은 염 문주나 형욱에게 돌아가는 게 좋겠군. 그 점을 이해해서 나와 손 발을 맞출 수 있다면 협력해주지."
영호 세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눈으로 덕후의 검은 눈을 보았다. 호오와 선악을 떠나 난생 처음으로 겪어보는 부류다. 영호 세휘는 문득 달빛처럼 밝은 웃음을 띄운다.
"안 그런 줄 알았는데, 왕야도 낯가림을 하시는 모양이군요."
"엉?"
"이해해요. 저도 솔직히 명성에는 관심없거든요. 일을 하는 건 즐겁지만, 그 성과로 제 개인 신상이 주목을 받는건 원치 않아요. 척 봐도 남들과 다른 점만 비교 당하니까요. 뒤에서 수근거리는 거 정말 짜증나죠."
영호 세휘는 그렇게 덕후를 자신과 같은 과로 만들어버린 만행을 저질렀다. 그러다 생각 난게 있다는 듯 서류와 책자를 도로 챙겼다.
"소 군사님에게 찾아가던 중이었는데, 벌써 차가 식었겠어요. 먼저 실례. 아, 염 문주님께서 왕야를 찾으시니 시간되면 가보세요."
영호 세휘는 금발을 바람에 나부낀 채 사라졌다. 도망치듯 사라지는 모습에 덕후는 오늘 습관처럼 된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영호 세휘가 일러준대로 염미홍의 거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황혼이 깔리는 무렵이라 연못과 담장은 황금빛을 내고 있었다. 기별도 없이 내실로 들어서자 공명등 아래 무언가 점검하고 있던 염미홍이 깜짝 놀라 손에 든 것을 내던질듯하다가 덕후의 정체를 확인하고 가까스로 제동을 걸었다.
"깜짝이야, 자기구나."
"뭐 하고 있어?"
탁자에 힐끗 시선을 던지니 비도와 수갑이 펼쳐져 있고 한 구석에 손질 도구가 놓여있었다. 맞은 편 빈 의자에 앉자 염미홍은 물건을 치우려했다. 덕후는 손으로 그럴 필요는 없다고 제지했다.
"밥은 먹었어?"
"전병 몇 개는 먹었어. 더 먹으면 소화불량일 거 같아서."
유랑 출신이라 가능한 많이 먹어두는 염미홍의 습관을 알던 덕후는 의아함도 잠시, 그녀가 내일 일을 걱정하고 있음을 알았다. 위장이 오그라붙겠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짐짓 누르고 묻는다.
"신경 쓰여?"
"아니, 월하는 없지만, 대신 자기가 있고 형욱도 있잖아.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안일한 마음가짐이면 열에 열은 털린다."
덕후의 가자없는 지적에 염미홍의 입술이 삐죽거렸다.
"자긴 이럴 때 위로도 안해줘?"
"네 성격에 위로가 필요했던가?"
"으, 나 혼자라면 차라리 즐기기라도 하겠지. 하지만 이번 일은 많은 사람, 천하문과 대상련 두 단체의 명운이 걸려있잖아."
혼자만의 목숨이 아니라 우두머리의 책임감이 함께하니 천하의 염미홍이라도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소 군사도 너무했지. 주군을 빈 몸으로 내쫓은거나 마찬가지 아니야. 혹시 자기랑 나를 원망해서 이번 일로?"
스스로 추측을 해놓고 염미홍은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골탕먹이자는 심보가 아주 없기는 않겠지.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천하문은 아직 안정되있지 않는 상황이다. 거기다 강적을 도발해야하는 상황이니 전력은 하나라도 덜 빼고 싶을거야. 대신 형욱은 남겨두었잖아. 최악의 상황이라도 네 한 몸은 무사할걸?"
그런거야, 하고 다독이자 염미홍은 안도하는 눈치였다.
"자기는, 확실히 이길 비책은 있어?"
이 질문을 한 사람이 소월하라면 빙빙 돌려서 애먹게 해주겠지만, 같은 처지인 염미홍에게 그러는 것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있긴 있지. 대신 성가실 정도로 준비할게 많지만."
"응! 좋아. 그럼 나도 최선을 다할게."
당장이라도 승리한 듯 활짝 웃는 염미홍이다. 덕후는 염미홍의 코를 살짝 쥐었다 놓았다.
"너는 노래 연습이나 해 둬."
"흐으음....알겠어!"
"너무 순순히 나온 거 아냐?"
엉뚱한 말에 반발할 줄 알았던 염미홍이 진지한 안색으로 나오니 덕후 쪽이 어리둥절해졌다. 염미홍은 잡힌 코를 살짝 매만지며 쑥스러운 듯 답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잖아. 그때는 믿지 않았지만, 지금은 믿어."
아아, 하고 덕후의 입가가 엷게 퍼졌다. 대상련에서 흑룡방을 탈취하겠다고 호언장담할 때, 대놓고 불신하는 염미홍에게 덕후가 취했던 행동이다. 무구한 믿음에 덕후는 가슴 한켠이 따스해지면서도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말없이 응시하고 있자니 염미홍이 자리에 일어나더니 덕후의 손을 잡고 내실로 인도했다. 은은한 향초 내음이 어두운 방안에 풍긴다. 내실 밖에서 스며드는 희미한 공명등에 염미홍의 얼굴은 요염한 듯 상기 되어 있었다. 염미홍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덕후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우리가 이러는 거 소 군사가 알까?"
"쳇, 내 서방이랑 같이 자겠다는 데 무슨 참견이야!"
염미홍은 대차게 말했다. 본인은 모르는 눈치인 듯 하지만, 덕후는 소월하의 흉중을 어느정도 짐작했다. 그와 더불어 이번 일에 끼어든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여인들의 심사도. 비록 덕후를 박하게 이용하려들기는 했지만, 덕후가 크게 불만을 품지 않도록 반대급부를 내놓은 것이다.
안 그러면 지금 시점에서 형욱이 나타나 정숙한 남녀관에 대해서 설교를 하고 있을 터.
-완전 병주고 약주는 군.
덕후는 굳이 모른 체 하고 넘어가주기로 했다. 달거리 날짜를 일일히 세어주는 남자는 세심하기보다는 재수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가끔은 우둔한 수컷으로 속아넘어가 줘야 암컷의 도도한 자존심이 다치지 않는다. 이대로 염미홍을 안을까 하다가, 덕후는 생각을 바꿨다. 금욕을 선언한 우희선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리만 이러는 건 미안하니 가볍게 다른 거 해볼까?"
"다른 거? 이상한거는 아니지?"
"스킨쉽이지."
덕후는 그렇게 말하며 염미홍을 안았다. 입맞춤으로 혀와 혀의 교환을 한 뒤, 한 손으로 염미홍의 바지를 풀렀다. 골반이 보이면서 바지가 무릎까지 내려간다. 수수한 바지와 다르게 안은 검은색 레이스가 달린 팬티다. 안이 보일정도로 반투명하다.
"이...이것은? 스, 승부 속옷!"
우오, 덕후는 숨결이 거칠어지며 자신의 사타구니가 일발충전되는 것을 느꼈다. 우후후, 약간 웃는 염미홍의 얼굴은 붉혀져 있었다. 그것이 부끄러움인지 기대감인지는 모른다. 덕후는 가랑이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팬티의 끈을 떨리는 손길로 천천히 내렸다. 얇은 천이 벗겨지면서 검은 비림이 보인다. 너무나 노골적인 시선이 노출된 하체로 집중하자 염미홍은 짜릿한 느낌과 함께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뒤로 뺐다. 그전에 덕후의 팔이 엉덩이를 감싸더니 얼굴이 사타구니로 향했다.
"아학!"
염미홍의 손이 덕후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뜨거운 살덩어리가 음순을 헤집고 속살을 누벼갔다. 그에 따라 보지가 움찔움찔 경련했다. 덕후는 음부 위에 있는 씨앗을 꺼내 혀로 살살 누르거나 툭 치면서 희롱했다.
"으으으으응~"
덕후의 머리를 감싸듯 염미홍의 상체가 굽혀졌다.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뱀처럼 파고드는 쾌락에 눈이 반쯤 풀어져 있었다. 내부에서 음탕한 체액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면서, 그것을 덕후가 하나도 남김없이 빨아들이는 것을 인지하면서 염미홍은 기분좋은 허덕임에 빠졌다. 허벅지와 사타구니의 근육이 말초적 쾌락의 자극에 통제가 되지 않아 멋대로 부들거린다.
"아...아...아아아아!"
염미홍은 입을 벌리며 끝이 없는 비명을 질렀다. 질 안으로 들어간 혀의 움직임에 따라 질이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질은 안으로 들어선 혀를 흡반처럼 찾으려 애를 썼고, 그 잡힐듯 말듯 채워지지 않는 갈망감이 염미홍을 절정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발끝에 힘을 주고 지탱하려 하지만, 몸은 통제를 잃고 한 없이 무너지려 한다. 전신에 열꽃이 피어오르며 머리가 멍했다. 염미홍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침을 흘렸다. 지-스팟을 자극받았는지 푸슛! 하는 환청과 함께 대량의 애액이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염미홍은 절정의 끝에 올랐다.
"후르르릅!"
바들바들 떠는 여체를 지탱하면서 덕후는 여전히 보지에 밀착한 채 나온 애액을 한 방울 남김없이 빨아마셨다.
"후우우우우....."
한참 후 절정에 서서히 내려온 염미홍은 힘이 풀린 다리에 겨우 힘을 넣으며 상체를 폈다. 그리고 애액과 침투성이로 범벅이 된 덕후의 얼굴과 마주했다. 상대는 흥분하지 않았는데 자기 혼자 가버린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서인지 염미홍은 짐짓 골난 얼굴이었다.
"지, 진짜 변태야. 차라리 그냥 하는 게 낫겠어."
"좋았잖아?"
"우...."
염미홍은 일발충전인 자지 상태를 보고 씩 웃었다. 보은 혹은 복수(?)일 방법이 떠올랐다.
"누워봐."
"호오, 대담하군. 기승위로 하게? 그런건 안해도 돼."
"잔말말고!"
캭! 소리를 지른 염미홍은 덕후를 침대 위로 밀치며 쓰러뜨렸다. 그리고 급히 바지를 풀고는 벗겼다. 워낙 기세 등등하기 때문에 자지를 발로 밟아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9할 흥분이 1할이었지만, 염미홍의 반응은 달랐다. 우뚝 선 덕후의 자지에 손을 가져가 불기둥을 바로 세운다. 그리고 입술을 가져가더니 그대로 삼켰다.
"너....윽!"
부드러운 점막이 자지 일대를 감싸며 하강한다. 귀두 끝에 입천장이 닿는 감각, 그리고 혀가 요도구를 살짝 스치며 끈적한 침으로 칠하듯이 내려서는 느낌에 덕후는 신음을 흘렸다. 염미홍은 육봉을 입안 가득 머금으면서 살짝 눈웃음 쳤다.
남자의 지저분한 자지를 입으로 빤다는 것은 여자에게 기분 좋을 리는 없다. 자신 역시 예전에 강제로 당해본 적이 있고, 그 날 하루종일 웩웩 구토증에 시달렸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덕후는 평소 부끄럽고 더럽다고 생각한 보지를 너무도 정성껏 맛보아주었다. 마치 이것이 꿀단지라도 되는 것 마냥. 그래서 해주었다. 수컷의 냄새가 나긴했지만, 역겨울 정도는 아니었다. 외려 가벼운 성적 흥분을 들게 만들었다. 자지를 삼키고 빨자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덕후 역시 쾌락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주워듣고 실제 당해본 경험을 총동원하여 육기둥을 빨고 뱉고 조이자 덕후의 육봉이 부르르 떨리더니 정액을 토해앴다. 다량의 진한 정액이 입천장과 구멍 그리고 양볼안을 메웠다. 염미홍은 코로 비릿한 밤꽃 냄새를 맡으며 입으로는 귀두 부분을 꽉 잠근 채 그것을 꿀꺽꿀꺽 삼켰다. 귀두 끝에 남은 정액까지 모조로 흡수하고 나서야 염미홍은 상체를 일으켰다.
방금전까지 덕후가 지었던 포식자의 미소를 지으며 염미홍이 덕후의 귓가로 가져가 살짝 속삭였다.
"자기, 좋았어?"
"말을 말지..."
덕후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입에 탁액을 뭍힌 채 요염한 미소를 짓는 염미홍을 보자 축 늘어진 자지에 힘이 들어가며 회가 동했다. 저절로 어깨를 잡으며 입을 가져가려 하자, 가느다란 손가락이 차단했다.
"그건 다음에...."
서로 비부를 음탕하게 핥은 뒤다. 염미홍으로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덕후처럼 입맞춤을 하며 자신들의 체액을 침과 함께 교환할 정도의 비위는 아직 약했다. 염미홍은 생각났다는 듯 침대에서 내려와 식은 차를 마셔 입 안을 헹군 다음 삼켰다. 덕후가 툴툴댔다.
"오물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해야하냐?"
"찜찜하잖아. 상공도 해."
"누구랑 달리 성수를 마셨으니 싫다."
"아침에 일어나서 상공의 입에서 내 냄새가 나는건 싫어!"
염미홍이 얼굴을 붉히면서 쏘아붙이자, 덕후는 더 골려보려다가 밤만은 조용히 보내고 싶어서 순순히 염미홍을 따라했다. 염미홍은 착한 아이를 보듯이 웃더니, 덕후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팍으로 가져가 와락 안았다. 그렇게 눕고 있자니, 기분 좋은 피로감이 염미홍을 찾아오는지 눈이 반쯤 풀린 상태였다. 염미홍의 체취를 맡으며 덕후는 오늘 있던 다사다난한 일과 작별을 고했다. 내일의 일은 일단 케세라세라라고 되뇌이면서.
케릭터 프로파일 #6
영호세휘 : 무공 81 지모 89 정치 80
모티브 : 혼다 마사노부, 니와 나가히데
내 력 : 영호 세가의 양녀.
영호 가에서 혁련 가를 종속시킬 빌미로 대신 밀천회에다 인질 겸 궁녀로 바쳐진다.
신도 형욱이 우희선의 시종으로 무武로 봉행했다면, 영호 세휘는 문文으로 보좌.
출생 불명으로 서역에서 중원으로 흘러오지 않았나 추측.
양녀로 맞이한 영호 가주조차 그녀의 정체를 모른다. 덕후도 모른다(....)
특화된 분야는 없으나 기본을 갖춘 팔방미인으로 올 라운드 플레이가 가능한 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