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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德厚の野望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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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3 회 작성일 24-01-05 15: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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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을 끼고 굽이진 내를 둔 정자 위에 금보옥과 금천효가  팔선탁을 두고 앉아 있었다. 둘은 정자 아래 덕후가  여러 서적들을 참고하여 빈 책에다 무언가 빼곡하게 옮겨적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검을 등에 맨 동녀가 먹을 갈고 있었다.


"시제를 꽤 어려운 것으로 내셨다 봅니다?"


끙끙거리는 덕후를 보며 금천효가 넌시지 상대편에게 물었다. 독대를 원하는 금보옥의 전갈을 받고 정자로 왔을 때부터 저 상태였다. 그래서 시제를 받고 시문을 쓰는가 보다 싶었는데, 지켜볼수록 석연 찮았다. 금보옥은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나직이 웃었다.


"시제는 아니에요. 이것도 하기 싫다, 저것도 하기 싫다, 하여 소녀가 일감을 좀 드렸답니다."
"어떤?"
"삼국지연의를 필사해달라고 했죠."
"......."


금천효는 할 말을 잃었다. 120회나 되는 대장편을 필사해달라는 것도 그렇거니와, 삼국지연의 같은 강담류를 친왕더러 필사해달라고 하다니. 삼국지와 수호전은 민간과 식자층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시대의 대표적인 양판소(?) 취급을 당했다. 심지어 일부 시각에는 저자를 몸을 파는 창녀에 빗대는 경우도 있었다. 여담으로 조선의 선조가 삼국지연의를 좋아해서 수시로 읽다가 시어미 같은 대간들에게 "쓸데없는 무협지 좀 그만 읽고 공부나 좀 하시지." 라고 태클 받은 적이 있을 정도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동대문 밖에다 관제묘를 세울 만큼 "관운짱~하악하악~"하는 자타공인 빠돌이었다. (병신크리 짓을 감추려는 수작도 있지만.)


".....그래도 됩니까?"
"승락한 것은 어디까지나 상공이라구요?"


일에 치여 바쁜 사람 옆에 백수 놀이로 빈둥거리면 눈이 시어질 수 밖에 없다. 금보옥도 예외는 아니라 자신의 일감을 일부 떠넘기려 했으나 번번히 거절당했다. 처음에는 좋은 말로 부탁을 하고, 거절 당할 때마다 무리가 되는가 보다 싶어서 차츰 난이도를 낮췄지만, 단지 귀차니즘 덕분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거기다 틈만나면 발정난 수컷처럼 자신의 몸까지 탐하려 들기에 금보옥의 인내도 끊겼다.


"필사라도 안하면 당장 방에서 쫓아내겠어요!"


마침 덕후가 읽고 있던 책이 삼국지연의였고, 그것으로 덕후의 일감은 결정 지어졌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하다가, 나중에는  관련 자료들을 모아와 개작하고 있었다. 사실 이 시대의 삼국지연의는 나관중 본으로  구전해오던 삼국지를 문자로 정립한 것이지만, 아직은 조야하고 거친 면을 다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에 유통된 것은 청대의 모종강 부자의 개정을 거쳐 번역작가들의 세련된 소설기법으로 탈바꿈 된 것이었다. 현대적 소설기법조차 전무한 이 시대에 잘만하면 떼 돈이 되겠다고 판단했기에 억지춘향으로 출발한 것과 달리 열과 성을 다했다. 속내야 어쨌든, 상인 체질인 금보옥은 빈둥거리던 덕후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없는 체증까지 가시는 기분이었다.


"하하, 밝아보이시니 다행이군요."


미소 짓는 금보옥의 모습에 둘의 관계를 짐작한 금천효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심가장 사태로 금보옥이  파랑을 겪은 것을 알고 웃음을 잃지 않았을까 한 켠으로 걱정했는데 기우인 것 같았다. 그러나 금보옥은 문득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십니까?"
"죽은 동생에게 미안해서요. 그래도 살아만 있다면 좋았을텐데...."


심주혜를 언급하자 금천효의 표정도 가라앉았다. 대화는 손에 꼽을 만큼 본 정도지만, 금보옥과 사이가 무척 좋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요. 그렇게 죽을상을 하고 있으면,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금천효의 목소리는 잠겨 있어 단순한 위로를 넘어선 울림을 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 같았다. 금보옥은 화제를 바꿀 겸 독대를 청한 목적을 꺼냈다.


"전력은 얼마나 되죠?"
"대상련에 속한 이들로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이들은 2천 이고, 심가장 소속을 더한다면 1천은 더 추가. 그 외에 절강 일대에 낭인들을 고용한다면 세를 그 만큼 더 모을 수 있습니다."


가용 숫자가 약  6천이라는 이야기다. 강호의 무사들이 일반 병사들과 달리 땅을 일구는 농민이나 생산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뽑힌 숫자는 거의 대다수가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천하문까지 더한다면?"
"1만까지는 가능하겠지요."
"상관 세가의 동원력을 훨씬 상회하니 양적으로는 우위에 있군요."
"대신 저들은 단일세력입니다.  혈족이라는 점도 대단한 응집력을 발휘하겠지요"


천효의 지적이 일리 있음을 인정하면서 금보옥은 그 단점을 불식시킬 존재, 우희선을 언급했다. 우희선의 존재에 금천효는 놀란 표정이었다.


"밀천회주가 직접 왕림하신단 말입니까?"
"명분은 감사입니다. 구변진 운용으로 한 번 감찰 할 필요는 있겠지요."


영락제가 북경 천도한 이후로 정치와 군사의 중심지는 북방으로 이전되었으나 경제와 생산력은 여전히 남방이 압도하고 있었다. 그래서 천도 이후에는 강남의 물자를 강북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한 현안이 되었으며 남북 대운하가 개통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세제 역시 현물 징수에서 은 징수로 전환된 시기도 강남 지역이 비교적 빨랐다. 그런만큼 비리가 개입될 여지가 컸다.


"최전선에 나서면 의심 받겠지만, 어디까지나 장막 안에서 지휘하실 분이니까요."


금보옥의 어조는 약간 뿔이 나 있었다. 장막 안에서 천리 밖을 지휘한다는 것은 장량의 고사에서 나온 것으로 한고조가 그의 전략적 식견을 찬탄하면서 나온 말이었다. 그녀가 자신 보다 윗줄이라는 것은 예전부터 인정하는 바였지만, 정작 덕후로부터 그런 말을 들으니 편치 않았다.


"음....회주가 나선다면야....문제는 없겠지만..."


충분한 설명에도 끝내 내켜하지 않는 천효의 기색에 금보옥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상관세가와 총관의 사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저 개인적으로도 상관 세가는 꼭 치고 싶습니다."


금보옥은 금천효에게 심가장에 있었던 비사를 모두 털어놓았다. 용악천과 상관 신지가 진정으로 노리는 바에서 상관 부용의 존재까지. 눈을 감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금천효는 금보옥의 이야기가 끝나자 정자 아래 있는 동녀에게 시선을 던졌다. 언뜻 보기에는 평소와 다름 없었으나 얼굴 아래 입을 꽉 다물고 있어 볼 근육이 잔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금보옥의 이야기가 끝나자 정자는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금천효는 응어리를 풀어내듯 길게 한숨을 쉬었다. 다시 금보옥을 향해 고개를 돌린 그의 얼굴은 몇 년은 더 나이 들어보였다.


"제가 대상련에 몸을 담게 된 연유를 아십니까?"
"할아버님께 임종 직전에 대강은 들었습니다. 저 아이를 만나기전까지 몇 가지 의문은 있었지만요."


금천효의 본명은 상관 천효였다. 전대에 소가주로 촉망받는 인재였다. 평범한 무골이었지만, 인망과 학식을 비롯한 나머지 자질은 충분했다. 그 시절 천효는 다른 무인들처럼 천하제일고수를 꿈꾸었다. 소년처럼 막연한 동경이 아니라 힘을 제일로 치는 강호무림에서 고수가 아닌 것은 죄악시하는 풍토에서 자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천효는 전대 가주가 내민,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무슨 수를 하겠다는 확언을 받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금천효가 치렀던 대가는 너무도 가혹했다. 세상에서 격리된 공간으로 들어가 한 여자를 안은 것이다. 두 눈을 가린 어둠의 공간에서 자신보다 어린 여체를 안으며 혼몽한 의식 가운데 질내에 파정을 했다. 그리고 격렬한 정사로 가리개를 풀었을 때는 한 배에서 태어난 여동생이 머리칼을 흐뜨러트린 채 퇴폐적으로 헐떡이고 있었다.


처음에 천효는 한동안 망연자실하였다. 그러나 전대 가주는 웃으며 마라천인혈정의 비밀을 밝히고 여동생은 그에 관해 충분히 세뇌를 받은 상태였다. 금천효는 이것은 잘못 된 것이라며 가주에게 수차 항의하고 여동생도 설득했지만, 상식 자체가 틀렸다. 되려 미칠 정도로 절망을 느낀 금천효는 상관 세가를 뛰쳐나오고 말았다. 그러나 치부를 들킨 상관 세가에서 천효를 순순히 포기할리가 없었다. 여기서 쫓기던 천효는 일생일대의 도박을 했다. 바로 숙적으로 여겼던 대상련에 투항한 것이었다. 금대숭으로서는 왠 횡재냐 하는 심경이었으리라.


"금 련주님께는 진실을 모두 말하지 않았지요. 당신도 별 관심도 없으셨고요. 아마도 저란 패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유용하게 써먹을 작정이었을 것 입니다."


금천효는 고소를 지으며 말했다. 천효의 생각은 맞아떨어져 대상련의 울타리에서 천효는 신변의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었고, 대상련은 그를 얻은 덕분에 상관 세가가 함부로 도발하는 것을 제지할 수 있었다. 만약 천효가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 폐륜을 밝힌다면 금대숭은 대대적으로 토벌을 선언할 것이고 이기든 지든 상관 세가의 몰락은 피할 수 없었으리라.


천효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상관 씨와 연관 없다는 증거로 성을 버리고 금씨로 바꿨다. 그의 밑에서 집사로 일하게 되었다. 금대숭은 경계를 놓을 수 없는 상대였지만, 금보옥과는 달랐다. 진짜 여동생의 존재를 지우기라도 하듯 누이동생으로 끔찍히 아꼈고, 금보옥도 천효를 잘 따르며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었다.


"저를 더럽다 여기십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금보옥은 복잡한 심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히 토로했다. 외려 그 반응이 금천효의 마음을 약간이나마 가볍게 해주었다.


"어쩌면 저 아이가 제 딸일지도 모릅니다."
"오라버니...."
"한 가지만 약속해주십시오."
"말씀하세요."
"저 아이를 이번 전쟁에 명분으로 삼거나 이용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도 여자입니다."


다소곳한 금보옥의 말에 금천효는 시름을 놓은 듯 긴 한숨을 쉬었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대총관 후임자를 찾아야겠군요."
"그런 말은 마세요. 대상련의 총관은 언제나 천효 오라버니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일을 구실삼아 반대하는 이가 있다면 모두 내칠 것입니다."


단호한 대답에 천효는 놀란 듯 금보옥을 보았다. 금보옥은 마치 영역을 침범 당한 암사자와 같이 발톱을 세우고 있었다. 총관을 바꾼들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온 금천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리고 두 눈에는 천효에 대한 순수한 걱정을 담고 있었다. 천효는 가슴 한구석이 따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도 지금까지 정을 붙인 금보옥과 대상련에 미련은 있었다. 단지 금보옥이 결혼을 해서  내외를 가린다거나 자신의 내력이 탄로나서 물러나는 경우를 늘 고려해두고 있었다. 그러나 덕후의 방침을 보건데 규범 보다는 실무를 우선시 할 것 같았고, 자신의 어두운 과거도 금보옥이 개의치 않아하니 조금은 뻔뻔해져도 될까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도망치기만하고 용기 없는 필부가 계속 총관직을 해도 되겠습니까?"
"도망도 병가의 한 갈래입니다. 그리고 저는 현명한 천효 오라버니가 좋답니다."


그 상황에서 천효가 굽히지 않고 상관 세가에 남으려면 가주를 죽일 수 밖에 없다. 그것 역시 폐륜이다. 천효는 그 상황에서 최선의 수를 선택한 것이었다. 금보옥으로부터 경멸 대신 칭찬을 받자 천효는 멋쩍은 기분이 되었다.


"허허, 오해사겠군요. 저기 노려보고 있지 않습니까."
"흥, 질투하라고 하세요."


애타는 듯한 덕후의 시선을 느끼면서도 금보옥은 냉랭하게 코웃음을 쳤다. 저는 사방팔방으로 문어발을 걸치면서 이 정도도 용납 못하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신혼의 다툼으로 보는 듯 하여 금천효는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었다. 이 때만큼은 그를 짓눌렀던 어두운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천효가 조용히 웃고 있던 시각, 소주에서 남쪽으로 수 백리 떨어진 곳, 민강이 한 눈에 보이는 위치에 수십의 전각군이 있는 장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복건의 성도인 복주의 심장에 자리잡은 상관 세가였다. 그 심처에 은밀한 회동이 있었다.


"대상련에서 세객이 왔다는데...."


풀이 죽은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단상에 앉아있던 통통한 인상의 중년인이 운을 뗐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정후한 인상의 장년인이 뱀눈처럼 날카롭게 찢어진 눈으로 받았다.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민공 가주께서는 이전처럼 투전놀이나 계집을 품으시면 됩니다."
"그, 그렇지...용위수의 말이 맞네."


면박을 주듯 무례한 음성이었으나 상관 민공은 감히 따지지 못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용위수는 가만히 좌중을 쓸어보았다. 상관 세가의 실세들로 자기의 성인 용씨 외에도 하씨, 지씨들도 모여 있었다. 그들은 용위수의 차가운 눈길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저마다 몸을 움츠렸다.


"세객이 말한 정보에 의하면 잘린 목은 셋이오. 승구, 목민, 신지......악천의 목은 없다는군. 그 놈의 행방은 알고 있소?"


친 동생을 그 놈이라고 칭하며 어조에는 한 올의 온정도 없었다. 첩보를 담당하는 하민태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아직 흔적은 찾지는 못했소. 아마 부용을 탈취할 기회를 노리려 은신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난 여차하면 부용은 죽이라고 지시했소."


용위수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내뱉듯이 말했다.


"도망쳤거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곳에서 죽었을 수도 있겠군."
"아직 밝혀진 바는 없으니...."


지왕준이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았다.


"난세에 쓸모 없으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외다. 나중에 용악천이라 칭하는 존재가 나오면 불문곡직하고 죽여주시오."


용위수는 매섭게 잘랐다. 이번 침투 작전에 실패한다면 모범을 보여 가장 먼저 죽어줘야할 친족이 실종이라는데 차가운 분노를 느꼈다. 그래서는 용씨가 다른 씨족의 위에 앉은 입지가 좁아진다. 이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태도에 이 자리에 모인 씨족 수장들은 용위수를 질타하기는 커녕 두려움을 느꼈다. 주가 상관씨를 누르고 다른 씨족을 하나 둘 복종시킨 용위수는 일대 효웅으로 불릴만한 자였다. 하민태가 물었다.


"세객은 어찌하는게 좋겠소?"
"돌려보내야지요. 그 액수를 물어줄 수 없거니와, 조만간 우리의 자식들을 죽인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하지 않겠소."


용위수의 말에 하씨와 지씨는 드디어 올게 왔다는 각오가 비쳤다. 일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대상련을 병탄하려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상관 세가도 이제껏 성공하지 못한 대상련을 병탄함으로서 용씨를 중심으로 지씨, 하씨가 좌우로 보좌하는 삼족 체제를 완성 시키는 것이 궁극의 목표였다.


"지 공은 주산군도로 가주시오."


지씨 일족은 해적 출신으로 많은 선박을 보유하고 있었다. 상관 세가의 품에 안겨든 이후로 해외 밀무역의 거두로 권세를 누렸다. 용위수의 뜻은 보타산으로 유명한 주산군도를 거점으로 항주만을 교란해달라는 것이었다. 지왕준이 한탕한다고 서찰을 보내면 황해 연안과 본토의 왜구들을 상당수 끌어모을 수 있었다.


지왕준이 고개를 끄떡이자, 이번에는 하민태로 향했다.


"그리고 하 공은 포성으로 가주시오."


포성에서 항주 사이의 경로는 가로막는 수로가 적고 육로로 기동이 비교적 빨랐다. 복건 이북의 방파와 문파로부터 정예를 갹출받아 길을 열어달라는 뜻이었다. 하민태도 지왕준과 같이 동의의 몸짓을 하였다.


"나는 본가의 무사들을 정비하여 수륙 어느 쪽이든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소. 만약 그럴 리는 없겠으나, 천하문이 이쪽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야하오. 다행히 저들에게는 절정고수가 없으니 병법만 잘 구사하면 최악의 경우에도 낭패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허리에 찬 용가보도를 쥐며 용위수가 자신있게 말했다. 그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는 얼마전 절정고수로 진입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상련는 절정고수가 없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인접한 세력에 자신만한 고수가 있다는 정도인데, 우문 세가의 경우에는 가주가 쉽게 몸을 빼기 어려우니 친정이 아닌 이상은 쳐들어올 가능성이 낮았다. 천하문의 경우에는 강무제를 제거한 형욱이란 자가 마음에 걸렸으나, 그가 몸담는 천하문에는 중립을 지키길 원하는 조건으로 많은 재물을 보낸 상태였다. 근본이 이물을 탐하는 시정잡배라 반드시 들어줄 것으로 낙관하고 있었다. 이 점은 용위수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드러낸 한계였으나, 만에 하나를 고려하여 후진에 남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돌발 변수가 일어나도 대응하기 쉬울 터였다.


하민태와 지왕준은 구체적인 수립을 위해 자리에서 분분히 물러났다. 절정고수로서 기도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용위수에게 껄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마라천인혈정은..."


용위수의 시선이 닿자 겁에 질린 민공이 웅얼거렸다. 용위수는 성큼 다가가더니 민공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비대한 몸이 허공에서 버둥거렸다.


"멍청한 놈! 지금 상관 세가가 왜 이모양이 되었는 줄 아느냐? 너 처럼 신물만 있음 다 되는 줄 아는 놈들이 연달아 가주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히익!"


하얗게 질린 민공을 경멸의 눈초리로 보던 용위수는 민공을 집어던졌다. 엉덩방아를 찧은 민공은 아프다는 소리도 못하고 덜덜 떨고 있었다. 용위수는 그런 민공의 가슴을 발로 밟아버렸다.


"켁켁!"
"설령 네 놈 말대로 검이 있다 치자. 그래봐야 상관 가주 한 놈만 강해지는 것이지, 전체적 강화로 이어지진 않아. 그러니 네 놈의 상관세가가 대상련과 함께 십패의 말석을 사이좋게 차지하고 앉아있는 것이지."


용위수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러나 복건 용가는 다르다. 수하들과 혈족에게 비기를 모두 공개하고 자질을 보이는 자에게 최우선적으로 지도와 영약을 제공하고 있다. 나보다 강한 용 씨가 있다면 그가 가주가 되어도 무방하다. 그게 상관세가와 용가의 차이다."


민공이 입에 게거품을 넘어가며 기절하자 용위수는 발을 떼었다. 전대 가주가 소가주의 가출 건으로 상심하여 폐관수련에 들어갔다가 주화입마로 급사한 후, 용위수는 우둔한 편인 민공을 강력하게 후계자로 추천했다. 그리고 민공의 뒤에서 세가에 영향력을 가진 상관 씨족들을 모략으로 하나 둘 제거하고, 실력은 있으나 방계로 푸대접 받고 있던 지씨와 하씨를 끌어들여 대권을 차지했다.


마라천인혈정의 내력을 지씨와 하씨에 비해 소상히 알고 있는 용위수는 상관 세가를 혐오했다.


"천효! 기다려라. 이 겁쟁이와 함께 네 놈의 목을 벤 뒤에 상관 세가를 무림에서 영원히 지워주마."


문득 북쪽을 향하는 용위수의 살얼음판 같이 냉혹한 얼굴에 자리 잡은 두 눈에는 뜨거운 증오의 불씨를 품고 있었다.


 


 


 



시국이 글을 쓰게 냅두지 않는군요.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써야하는데,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합니다. 보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이 확 줄었습니다만 그래도 올립니다. 다른 화와 달리 분량이 좀 짧은데다가....연재 속도를 올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제 부족한 글이 음울한 시기에 킬링타임이나마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습니다.


 


케릭터 프로파일 #4


용위수 : 무공 86 지모 81 정치 74
모티브 : 우키타 나오이에, 스에 하루카타
내   력 : 복건 복주 태생.
복건 용가의 가주.
별호는 패도무쌍.
무력과 지용을 고루 겸비한 효웅.
원래 시나리오에는 주가 상관 씨를 없애고 복건 용가의 시대를 연다.
후에 주인공(덕후 아님)과 협력 속 견제를 하는 묘한 관계를 이루게 된다.
이 시대에서 불운이라면 덕후의 개입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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