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Walkers 夜行/百鬼 6장
페이지 정보
본문
제6장
진홍의 꿈.
머리위의 달도 붉고, 화려하게 보이는 별도 붉고, 한참 타는 화톳불도 붉
고, 우거진 나무들의 잎도 붉고, 풀에 덮인 지면도 붉다.
칠흑일 터인 어둠마저도 진한 붉음. ――그런 붉음 가득한 풍경.
이것은, 꺼림칙한, 저주해야 할 과거.
비틀린 미소를 띠운 부친의 모습.
――오늘 밤 너는, 최강의 퇴마사로 다시 태어난다.
울려 퍼지는, 이 세상이 아니라 이계로 하는 것 같은 미친 언어.
그 오른손에는 피투성이가 된 검. 왼손에 있는 것은 멍청한 표정을 띄운
여자의 목.
목의 긴 흑발을 잡아 아직 어린 자신의 눈앞에 그것을 들이댄다.
흰 얇은 옷감을 입었을 뿐인 모습으로, 신목에 금줄로 묶여 있는 자신.
조금 전까지 느끼고 있던 추위는 지금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다만 공포만이
그 몸을 떨게 하고 있다.
눈물은 메말라 끝나고 목소리도 쉬어 끝났다.
눈앞에 여자의 목.
이목구비가 잘 갖추어진 얼굴. 망령 같이 하얀 피부.
살아서 목이 절단된 여자의 머리 부분--
일찍이 상냥하게 미소 짓고 있던 그 입술은 반쯤 열려 있는 상태가 되어,
거기에서 한줄기 피가 방울져 떨어지고 있다.
꽃잎을 생각하게 하는 윤기 있는 입술이 희미하게--움직였다.
이러한 모습이 되어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그 공포, 그 고통, 그 절망--
그것들을 호소하려고 하는 듯이.
자신에게 눈앞의 그것과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몸의 안
쪽이 얼어붙는다.
척수가 고드름이 되어 버린 것 같은 감각.
움직일 수 없다.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의 입술에, 목의 입술을 포개어져 버렸다.
그, 최후의 말, 최후의 숨결이, 구강에서 인두를 통과해, 폐부로 도달해,
혈액에 용해되어, 심장에 이른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비뚤어진 고동을 심장이 새긴다.
멈추는 시간--
그리고 부친이, 화톳불 안에 목을 던졌다.
코오오오오……하는 단말마와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타오르는 목.
어머니--!
목소리가 되지 않는 절규.
그것을 계기로--
악몽은 점차 흐릿해지고, 토죠 키라는 캄캄하게 암흑이 채워진 현실로 돌
아왔다.
-----------------------------------------------------------------------
---------
내 방에는 흡혈귀가 정착해 있다.
웃을 일이 아니라.
뭐, 나에게는 소리를 내며 웃은 기억은 전혀 없지만.
저 날 이래, 즉 미아가 모로이를 퇴치하고 내가, 그것을 도왔--다고 할까,
우연히 그 자리에 입회한 그 밤 이래, 표면상 미아의 모습에 변화는 없다.
그 밤, 그토록 감정을 겉으로 드러낸 미아를 생각하면, 조금 맥 빠지는 기
분이 없지는 않다.
물론 그녀를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또 표면에 나타나지 않는 내면의
변화를 헤아리는 것은, 나에게는 극히 어려운 기술이다.
그것은 그것이고 미아가 아직도 내 방에 계속 있고 있는 이유에 대해 나는
미묘한 위화감과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
쫓기고 있기 때문에 숨겨주면 좋겠다, 라고 미아는 말했다.
일찍이 미아의 머리를 검으로 꿰뚫었다고 하는 남자나 그 키라라고 하는
이상한 이름의 여자 외에도 미아를 쫓고 있는 놈이 있는 것 같다.
그러한 무리에게 있어 미아가, 예를 들면 나와 같은 보통 학생의 방에서
식객을 자처하고 있다고 하는 상황은 꽤 의외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거라면, 이라고 하는 것으로, 나는 승낙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것만으로는 이유로서 약한 것 같다, 그런 생각도 든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그것과는 별도로, 미아가 자신과 같은 방안에 있다 라고 하는 것에
대해 기묘한 고양감과 같은 것을 안고 있었다.
미아가 여기에 있는 이유에 대해 굳이 깊게 추궁하지 않았던 이유는 의외
로 그 불합리한 흥분에 의한 것인지도 모른다.
저 여름날의 기억.
가슴 속에 불가해한--그러나 결코 불쾌하지 않은 이상한 온도. 그것에 당
황하고 있는 동안에 며칠이 지나 버린다.
그리고 강의도 연습도 없는 온화한 하루.
「응, 타카토」
오후까지 허송시간하다 일인분의 늦은 점심식사를 먹고 있는 나에게 미아
가 말을 건네었다. 동거인을 앞에 두고 한사람만 식사를 한다고 하는 기분의
나쁜 사실에도 이럭저럭 익숙해졌다.
「그 거, 역시 맛있어?」
「직접 만든 점심 말이야?」
「거기에 한정하지 않고, 식사 전반이, 라는 의미이지만」
「……」
솔직히, 이 녀석이 말하는 일의 의미는 지금 한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일전에도, 생활하기 위해서 일한다는 건 괴롭지 않아? 라고 질문을 받아,
대답에 궁해졌던 것이다.
「나도 먹어 볼까」
「……식사, 한 적 없는 건가?」
「으응. 아주 전에는 한 적 있지만……이제ㅡ 어떤 느낌인지 잊어 버렸어.
필요가 없는 것이었고」
「필요, 구나……」
말하면서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리 뭐라 해도 내가 먹다 만 것을
낼 수는 없다.
「그-럼 여기였던가?」
찬장 안에서 아직 뜯지 않은 상자 안에 든 쿠키를 꺼냈다.
「어머나, 구운 과자? 의외네. 당신이 그런 걸 먹다니」
「유코가 가져왔어. 저 녀석, 이따금 내 방에 멋대로 들어와서 차 마시거나
하니까, 차와 곁들여 먹게 놔 두라고」
「흐응」
상자를 건네주자 미아는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개봉했다.
「헤에, 아주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는 거네」
그런 말을 하면서, 초콜릿 칩이 든 쿠키를 집어 먹는다.
그대로 잠깐 침묵.
그리고 결심을 했는지, 덥석 물었다.
「응…으음…, 케, 켁켁켁」
갑자기 마야는 콜록거렸다.
「어이 어이 괜찮아?」
차를 내 주자 미아는 쭉 그것을 삼켰다.
「케엑, 케엑……응, 응, 응……흐으―. 아―, 놀랐어」
「놀란 건 이쪽이다」
「미안해. 고형물을 입에 넣은 건 오래간만이었기 때문에」
「……」
「그렇지만 이것, 맛있네. 흐응……달다는 게, 이런 느낌이었지……」
말하면서, 미아는 쿠키를 입안 가득히 넣었다.
먹는 방법은 고상한데 어딘가 행동은 어린이 같다. 그것을 나잇값이라고
말해도 좋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유코가 처음으로 담배를 피웠을 때를 생각이 나」
「……?」
「아니 고등학교 졸업을 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저 녀석, 이 방에 와 일부러
담배를 함께 피우자고 했어. 나나 저 녀석도 피운 적 없었지만」
「그래」
「그런데, 저 녀석, 뭔가 각오를 하고 피더니, 엄청나게 기침을 하는 거야」
「……당신은, 어땠지?」
「나는 별로 그다지는. 하지만, 특별히 앞으로도 피우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지금도 피우지 않아. 뭐 미성년이고. 저녀석도 질렸는지 지금은
피우지 않는 것 같고」
「흐응」
미아는, 시시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확실히 그리 재미있는 화제가 아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유코씨는……타카토의, 무엇이야?」
식사를 끝내고 빨래를 하는 내 등뒤로 미아가 물었다.
「응?」
「그러니까……어떤 관계인 건지 묻는 거야」
「관계라……. 초등학교 무렵부터의 친구다. 그것도, 중학, 고교, 대학도 같
아. 같은 반이었던 적도 몇 번이나 있었고」
「……」
「그리고 일단 친척으로……뭐 사촌형제의 아이끼리니까, 육촌이라고 하는
걸까. 그런 관계야」
「그런 표면적인 게 아니라……」
조금 초조해 하는 것처럼 미아는 말했다.
「여러 가지 있잖아. 그러니까, 여동생 같은 놈이라든가, 지긋지긋한 관계라
든가, 그런 거 말이야」
무엇인가 어조가 안 좋은 말이다.
「응, 여동생은 가졌던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고. 원래 저녀석, 생각보다는
여장부형이고」
「그럼, 누나같은 존재?」
「아니, 그런 것도 아닌데. 내가 돌봄을 받은 기억은 없어. 뭐 나는 저녀석
이 실연했을 때 푸념을 듣는 입장이라는 걸까. 저녀석한테 반한 거 비슷하니
까……」
그렇게 말하다--기분나쁜 일을 생각해 냈다.
생각해 보면 미아도 그 현장에는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기억이 혼란되
어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유코의 얼굴 정도는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게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
다행히, 라고 해도 좋을지 어떨지, 미아는 그 이상 나에게 질문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묘한 느낌의 침묵이 방에 감돌았다.
미아도 나도 그리 말이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서로 아무것도 이야기하
지 않는 상태가 보통이기도 하지만--지금의 이 공기는, 왜인지 기묘하게 초
조하다.
참을 수 없는 침묵, 이라는 게 이런 걸까.
문득 그쪽을 보자, 미아가 가만히 나를 응시하고 있다.
응시하고 있다고 할까--노려보고 있다고 할까--.
그 때, 버저가 싸구려 같은 소리를 냈다.
왠지 모르게 조금 구원받은 기분으로 현관에 나가 문을 열었다.
「오랜만♪」
수줍음을 감추는 것 같은 웃는 얼굴을 띄우고--거기에, 유코가 서 있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였던가?
「그러면은, 병원에서는, 미안. ――기분 상했어?」
「아니, 그다지 기분 상하지는……」
「뭐, 타카토라면, 그렇게 말해 준다고 생각했지만」
안심한 것 같은 표정으로 유코는 그렇게 말했다.
말하면서도 유코는 미묘하게 나와의 거리를 취했다. 하지만 보통으로 이야
기를 하는 데는 별 일이 없는 것 같았다.
「……누가 왔어?」
재빠르게 유코가 미아의 구두를 찾아냈다.
이것은--속일 방법이 없다. 아니, 속일 필요가 있는지 어떤지도 잘 모르지
만.
그렇지만 미아는 흡혈귀이고, 한 번 그 장소에서 얼굴을 마주치기도 했
고…….
「안녕하세요」
그렇게 내가 헤매고 있는 동안에, 나의 등 뒤에서 미아가 유코에게 얘기했
다. 기분 탓일까, 조금 도전적인 울림이다.
「에……?」
유코의 안경 안쪽의 눈이, 크게 여렸다.
어찌 된 영문인지--조금, 싫은 예감이 들었다.
-----------------------------------------------------------------------
---------
어슴푸레한 방안, 키라는 시선을 주위로 돌렸다.
몸의 자유를 빼앗기고 있다.
호사스러운 침대 위에서 손목에 각각 족쇄가 채워져 있다. 거기에 연결되
는 은빛 쇠사슬은 아무래도 침대 다리에 고정되어 있는 것 같다.
가볍게 양손을 든 것 같은 자세로, 그 이상은 움직일 수가 없다.
전라였다.
실오라기 하나 없는 몸 위에 순백의 시트가 걸쳐져 있다. 그것이 오히려
미덥지 못하다.
일본인으로서는 째 굴곡이 있는 몸의 라인은 옷감 위로도 엿볼 수 있었다.
「큭……」
굴욕감에 이를 깨물었다.
복부의 상처는 나아 있었다.
자신은 흡혈귀다, 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 인간세상 밖의 몸으로 전락하면서도 목적을 달할 수 없었다.
뇌운퇴테의 비밀을 알 수 있었지만, 그것도 지금의 키라에게 있어서는 의
미가 없다. 자신은 이미 사냥하는 쪽에서 사냥당하는 쪽에 서버린 것이다.
이런 몸인 채 이형의 존재들을 사냥한다면, 그야말로 그 부친의 망집대로
행동하게 되어 버린다.
사람의 영역을 극복한, 최강의--그리고 최흉의 퇴마사.
키라는 웃었다.
이제, 이제 와서는, 모든 게 어처구니없다. 자기 자신이 우스꽝스럽다.
「정말……되돌릴 순 없을까요」
천정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말했을 때--문이 열렸다.
「일어났는가요?」
중학생인가 고교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거기에 서 있었다. 그 등 뒤에서
초등학생만한 소년이 나타난다.
두 사람 모두 옷을 입지 않았다. 차광 커튼이 둘러져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는 방 안, 하얀 피부가 떠올라 보였다.
「나, 하시히메 아즈사라고 합니다. 여기는 남동생 츠카사」
우아하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하는 누나 옆에서, 남동생이 꾸벅 고개를
숙인다.
「……뇌운퇴테의 애완동물씨란 겁니까?」
「네♪」
무심코 빈정거려 버린 키라에게 아즈사는 생긋 순진한 얼굴로 미소 지었
다.
「주인님은 당신에게 얻은 상처를 달래기 위해서 어디엔가 외출입니다. 그
사이의 시중은 나와 이 츠카사가 합니다」
「네, 그럼……아무쪼록, 상관하지 마세요」
「그렇게는 할 수 없어요. 그런 일을 하면 내가 주인님에게 벌을 받으니까」
말하면서, 아즈사는 나이에 비해 풍만한 그 가슴이나 고간의 연한 털을 숨
기려고도 하지 않고, 천천히 키라가 가로놓인 침대에 가까워졌다.
츠카사가 누나에 비하면 조금 떠는 모습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아즈사는 아무 예고도 없이 키라의 몸을 가리고 있던 시트를 벗겼
다.
「꺄!」
무심코 비명을 질러 버린 키라를 아즈사가 기묘하게 젖은 눈동자로 응시했
다.
「호호……생각한 대로, 깨끗한 피부……」
그렇게 말하면서, 아즈사는, 그 손가락을 키라의 피부에 뻗었다.
「조금 차가워서 기분 좋아요」
「싫어, 그만두세요! 그런 일……!」
「어째서입니까? 우리, 갖고 싶지 않습니까?」
키라의 모양 좋은 유방을 가볍게 비비면서, 아즈사가 말했다.
「정말이라면, 그런 쇠사슬은 잡아 뜯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겠죠? 피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요?」
「그, 그러니까……싫어, 그만두어……!」
동성만이 가능한 절묘한 애무에 성감의 불길이 절묘하게 부추겨지자, 키라
가 비명과 같은 소리를 질렀다.
「사양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나 츠카사도 주인님의 애완동물이지만……제
대로, 허가는 받고 있으니까」
「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죠……」
완전히 흡혈귀의 포로가 되어 버린 인간과 대화를 하는 것에 헛수고하는
기분을 느끼면서 키라가 말했다.
그 입술을, 아즈사가 키스로 막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녀의 입술 감촉.
두근--
그 붉은 입술을 깨물어 찢어 피를 조금씩 들이마시고 싶다고 하는, 형언하
기 어려운 압도적인 충동. 그것을 의지의 힘으로 필사적으로 굴복시켰다.
쪼옥 하는 예쁘장한 소리를 내며 아즈사가 입술을 떼어 놓았다.
그리고 요염하게 젖어 빛나는 눈을 남동생에게 향했다.
츠카사는 이미 발기하기 시작한 페니스를 양손으로 숨기듯이 하면서 얼굴
을 붉게 하고 있었다.
「자, 츠카사도-- 봉사해 주세요」
「으, 응……」
망설이는 기색으로 대답을 하고, 츠카사가 침대에 올랐다.
「자, 잠깐, 그렇게 작은 아이에게……!」
「괜찮아요. 츠카사, 꽤 능숙하니까」
그렇게 키라에 말하고는, 아즈사가 다시 남동생을 보았다.
「그러면, 언제나 누나에게 하고 있는 것처럼 해 봐」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
더욱 더 얼굴을 붉히면서, 츠카사는 소녀 같이 보이는 얼굴을 키라의 오른
쪽 유방에 가까이 했다.
그리고 아즈사의 애무에 의해 벌써 반쯤 선 유두를 입에 머금었다.
「아읏!」
키라가 날씬한 등을 뒤로 젖혔다.
「후후……민감하네요」
말하면서 아즈사도 침대에 올라가, 비어 있는 왼쪽 유두에 달라붙었다.
「아, 안 돼……그런……아! 으아, 앗, ……」
양 유두를 동시에 공격당하자 키라는 실룩실룩 몸을 떨어 버렸다.
이런 아이에게, 라고 하는 굴욕감이 왠지 더욱 더 몸을 민감하게 만들었
다.
단단하게 뾰족해진 따오기색 유두를 두루 빠는 어린 핑크색 혀.
남매의 천진난만한 얼굴에 배덕감이 속속 등골을 떨게 했다.
거기다 두 사람의 혀와 입술은 놀라울 정도로 교묘하게 키라의 성감대를
찾아 맞혔다.
유두에만 머물지 않고, 반구형의 하얀 유방이나 제대로 손질 된 겨드랑이,
쇄골의 움푹 들어간 곳, 완만한 옆구리, 다리 아래--
키라 자신조차 의식한 적이 없었던 곳을, 빨고, 핥고, 간질이며, 쾌락을
뽑아 간다.
「아……흐윽! 아, 앙, ……으응……하아! 항……아아아아!」
아즈사와 츠카사의 입술이나 손가락이 연주하는 대로 키라는 달콤한 소리
를 내놓고 있었다.
아직 닿지도 않았는데 비밀의 계속에선 뜨거운 꿀이 넘쳐 나와 버렸다.
「흐흠……대단하네요」
난잡하게 열린 다리 사이에 몸을 둔 아즈사가, 호오, 하고 그 부분에 입김
을 내뿜으면서 말했다.
「정말 야한 것 같고……귀여워요」
「어 ……싫, 싫어……!」
크레바스의 주위를 초조하게 만들듯이 더듬어지자 키라는 머리를 흔들엇
다.
「자, 츠카사……그 자지로, 가득 봉사해」
「응……」
열에 마음이 들뜬 얼굴로 끄덕이며, 츠카사가 어린 허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이즈의 살기둥을 키라의 비부에 맞추었다.
「아, 안돼……그런 일……그런 일 하면, 안 됩니다……!」
허약하게 소리를 지르는 키라의 입술에 다시 아즈사가 입을 맞추었다.
침입해 온 혀에, 키라는 수단도 없이 입안이 유린되었다.
「응…………쩝……으흥. 오호호……괜찮습니다. 남동생은 정말, 정말로 섹
스가 능숙해요」
「그러니까, 그런 문제가……하으으으으으!」
츠카사의 페니스가 키라의 체내에 비집고 들어갔다.
「아……, 대단해……!」
피부의 차가움과 반대되는 삶아질 것 같이 뜨거운 꿀단지의 감촉에 츠카사
가 소리를 질렀다.
「대, 대단해, 대단해요 ……! 누나 안, 뜨거워서……아……자, 자지, 녹아
버려……」
하아, 하아, 하고 난폭한 숨을 내쉬면서, 키라의 잘록한 허리를 움켜쥐고
선 츠카사는 허리를 사용했다.
「아, 안돼……앗, 아흐으! 그런……그런 ……아윽! 악! 하아! 아아아아
아!」
왕복운동에 맞추어 키라의 입에서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는 음란한 허덕
임이 새어나왔다.
어리면서도 완전하게 발기해 성인과 손색없는 사이즈까지 팽창한 페니스
가, 애액에 젖으면서 크레바스를 출입하고 있었다.
「아……정말 야해……보고, 보고 있기만 해도, 거기가 젖어버려……」
아직 천진난만함을 남긴 얼굴에 음탕한 표정을 띄우면서, 아즈사는 자신도
모르게 둥근 엉덩이를 작게 흔들고 있었다.
「아, 안 돼애……그런, 하지 마……아앙……아……으흐으윽…………!」
끝없이 높아지는 성감에 두려움과 같은 것을 안으면서, 키라는 양손이 구
속된 채로 몸을 꿈틀거렸다.
질 내에 삽입된 페니스를 통해서 어린 소년의 씩씩한 고동을 느꼈다.
때를 맞추면서 혈액을 순환시키는 진홍색 장기.
그 리듬에, 한 번 죽고 소생한 자신의 심장 리듬이 겹쳐 갔다.
「아……미, 미안해요……나, 참을 수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 아즈사가 키라의 얼굴에 올라탔다.
「읍……」
입가에 꽉 눌리는, 달콤한 꿀에 젖은 소녀의 크레바스.
그 생생한 냄새에 머리가 어찔어찔 했다.
키라는 넘치는 애액으로 목의 갈증을 적시려는 듯이 그 곳에 입 맞추고 들
이마셨다.
「흐으으응 ……! 기, 기분 좋아……! 좋습니다!」
몸을 젖히고 자신의 유방을 비비면서 아즈사가 몸부림쳤다.
한층 더 넘치는 애액을 조금씩 들이마시면서, 키라, 아즈사의 심장 고동도
감지하고 있었다.
동조하는, 세 명의 혈액 흐름.
그것이 비틀린 뫼비우스의 고리를 그리고, 허무로 가득 찬 클라인의 단지
로 흘러든다.
아즈사와 츠카사와 그리고 키라는, 시간의 틈에 떨어져 서로의 몸을 탐내
고 있었다.
「아앗! 저, 정액이 나와버려……이제, 이제 봉사할 수 없어 ……」
부드럽게 단단히 조이면서 정액을 짜내려고 하는 키라의 질육의 움직임에,
츠카사가 궁지에 몰린 목소리를 질렀다.
「아, 안 돼, 츠카사……노력해……이제 곧, 이제 곧……!」
“그 때”가 가까운 것을 키라보다 확신을 가지고 감지하면서, 아즈사가
말한다.
「아앗! 아! 하아아! 이제, 안 돼! 나와버려! 정액 나와버려!」
외치면서, 츠카사는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거리낌도 무엇도 없는 움직임에 자궁 입구 밀어 올려지자, 키라는 무심코
아즈사의 비밀스런 살을 물어 버렸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앗! 아앗! 아, 아, 아아아아아아아아!」
환희에 높은 소리를 지르는 아즈사와 츠카사.
퓨유우우우우!
질 안쪽에 내뿜어지는 뜨거운 정액의 감촉과--입안에 퍼지는 달콤한 혈액
의 맛.
스스로의 닫힌 시간에 누이와 동생을 수중에 넣고, 그리고 그 미래를 강탈
하는, 눈이 빙빙 도는 쾌감.
(아--뜨거워--뜨거운 것이, 내 안을, 채워 간다--)
(――이 아이들의--생명이--내 안에--)
(이것이--피를--빤다는 거야? )
영원의 생을 위장하는, 거짓 생명의 꼭두각시.
세계의 시간 흐름을 속인 부채를, 다른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속죄한다.
진홍의 어둠을 부유하면서, 키라는 스스로의 죄 많음에 붉은 눈동자에서
눈물을 흐르고 있었다.
-----------------------------------------------------------------------
---------
미아와 유코가 서로 마주 보며 식탁 앞에 앉아 홍차를 마시고 있다.
뭔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묘하게 지내기가 불편하다.
별로 두 사람의 사이가 험악한 것은 아니다. 아니 겉보기로는 미아도 유코
도 웃는 얼굴을 띄우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흥-응, 미아는, 귀국자녀야」
「예. 아직, 일본어가 조금 서툴러서, 타카토 오빠가 가르쳐 주고 있어요」
「어느 나라인데?」
「그리스. 어머니가, 저 쪽 출신이라서」
유창한 말씨로 마야는 넉살좋게 거짓말을 했다.
내가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학원의 학생이라고 하는“설정”을 아
무런 상담도 없이 말하기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맞추는데 고생했다.
우선 지금, 나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유코는 미아와 그 밤의 일을 관련해서 생각해 내는 모습은 없다.
그것이 미아의 암시에 의한 것인지 어떤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나와 유코
에게는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미아의 힘이 닿기 어려운 것 같다.
만약, 유코가 그 밤의 일을 생각해 내거나 하면…….
나는 최악의 경우, 미아의 정체에 대해 모든 걸 고백할 각오를 하고 있었
다. 원래 그다지 유코에게 비밀로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 기분 나쁨은 아무래도 그것에 의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저, 미안해요. 유코씨가 사 온 과자, 마음대로 뜯어 버려서」
「응? 아, 그거? 괜-찮-아」
접시에 담긴 방금 전의 쿠키를 갉아 먹으면서, 유코는 대답했다.
「그렇지만……여기서 타카토 오빠와 함께 먹는 걸, 낙으로 삼았던 거죠?」
지금까지 들은 일이 없는 기묘한 어조로, 미아가 말했다.
「별로. 다람쥐가 도토리를 숨겨두고 있던 거나 같으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유코는 의미 있어 보이는 능글능글 웃음을 띠우면서, 그런 식으로 반격한
다.
이것이다. 이런 주고받기에 왠지 나는 긴장해 버린다.
웃는 얼굴을 보이면서도 똑바로 유코를 응시하고 있는 미아.
그에 대해 마치 여유를 과시하듯 여유 있는 유코.
미아와 키라를 화해시키고 있었을 때가 더 기분이 편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화제는 어느새인가 나 자신의 일로 옮겨가 있었다.
본인이 눈앞에 있음에도, 내가 그다지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차
례차례로 유코는 폭로해 갔다.
아이였을 때 자주 여자라고 오인당한 것. 그것이 원인이 되어 괴롭힘을 당
하고 있던 것. 그런 나를 유코의 숙부에 해당하는 스승이 다시 철저하게 단
련한 것. 같은 격투술을 습득하고 있는 스승의 아들과 몇 시간에 걸쳐 맞붙
는 대결을 한 것. 중학생이 된 내가 세 명의 상급생을 병원으로 실어보내 큰
문제가 된 것.
특히 마지막 건은 나에게 있어 수치 이외의 무엇도 아니다. 아마추어 상대
에게 적당히 하는 걸 잊고 오히려 입장이 안 좋아진 나를 스승은 엄격하게
“지도”한 것이다.
「타카토 오빠가 화내다니 뭔가 상상할 수 없네요」
「그렇-지. 보이는 그대로 무표정과 무붙임성이 합체해서 옷 입고 걷고 있는
느낌이니까」
「무엇인가 이유가 있었어요?」
「그럼--」
「말하지 마」
나는 간신히 두 명의 회화에 참견할 수가 있었다.
「별로 괜찬찮아. 즐거운 추억이야기니까, 방해 하지 마」
「그래요. 나도 듣고 싶어요」
「……」
연합 전선을 구축해 버렸다.
「그러니까, 그 시절, 타카토, 개를 기르고 있었어」
「개?」
「응. 버려져 있던 강아지에 따라오니까, 기르기 시작했어. 내가 달라고 부
탁했는데, 너는 단 것을 먹이니까 안 된다고 말하는 거야, 이 녀석」
「너에게는 컬을 충치로 한 전과가 있을 텐데」
「시끄럽네. 아, 미안, 컬이라고 하는 건 내가 기르고 있었던 개야. 그리고
문제의 상급생 말인데, 타카토가 너무 자기들을 무시하니까 타카토가 기르고
있었던 개를 차버렸어」
「헤에 --」
「그랬더니 타카토는 완전 이성을 잃어 버려서. 뭐랄까, 전혀 얼굴 같은 건
변함없지만. 그렇지만, 갑자기 그 상급생을 때려눕혀 버렸어」
입 다물고 있는 나에게 의미 심장한 시선을 보내고 나서, 유코는 계속했
다.
「그래서, 쓰러트리고는 억지로 일으키고, 또 때려 쓰러트리고. 그걸 반복하
는 거야. 쓰러트리는 방법도 어쩐지 보통이 아닌 게, 다리를 거는 것 같은
느낌으로 야비한 걸로. 그리고 쓰러질 때마다 그 사람들, 상처가 늘고 있었
지」
「타카토 오빠, 야만인」
장난스럽게 미아가 말한다.
아니 나도, 그 때의 자신이 좀 이상했다는 건 제대로 자각하고 있지만.
「……그래서, 그 개는, 어떻게 되었죠?」
「그게 으응, 타카토의 모습이 너무 무서웠던 걸까, 그 이후로 다가오지 않
게 되어 버렸어. 그리고 어느 날, 어딘가로 가버린 채 돌아오지 않았어」
「그렇구나……」
「그 때의 타카토, 얼굴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진짜로 낙담했다니까―」
말하며, 이상하다는 듯 유코가 웃었다.
한편 미아는 뭔가 감탄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여느 때처럼, 어떤 얼굴을 해야 좋을지 모르는 상태이다. 뭐 이 이
야기를 하지 말았으면 하는 건 확실하지만.
그런 식으로 유코가 나를 반찬 삼아 말하고 있는 동안, 해가 많이 기울어
졌다.
「어이」
아직도 끝없이 말할 것 같은 유코에게 나는 얘기했다.
「너, 이제 돌아가」
「응?」
이야기를 중단하고, 유코가 다시 나를 바라봤다.
「별로, 아직 좋잖아」
「괜찮으니까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라. ……배웅할 테니까」
내 말에 유코가 조금 침묵했다.
「자, 그렇게 하기로 할까」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주저없이 일어섰다.
「자, 미아, 타카토, 잠깐 빌려갈게」
「네--에」
유코의 생각지 못한 말에 미아가 드물게 당황했다.
「그, 그렇게 하세요, 천천히」
그리고 당황한 것을 부끄러워하듯 뺨을 붉히면서 그런 말을 했다.
「타카토……그 아이, 누구야?」
가는 도중에, 갑자기 유코가 물었다.
유코의 집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오토바이의 뒤에 태우는 건 무리여서
걸어갔다.
지금부터 유코의 집에 닿을 때까지 끝가지 속이는 것은 조금 어려울 것이
다.
물론 미아가 말하지 않았던 것을,내가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전에, 병원에서 물었지? 그 때, 누군가 없었는가 하고」
「……」
「그 아이, 지?」
기억하고 있었나.
아니, 잊고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쪽이 뻔뻔한 이야기다. 어쨌든 미아의
인상은 너무 강렬하다.
「이것은, 뭐라고 할까……감이지만 」
「……」
「그 아이, 인간이 아니지」
발을 멈추고 내 얼굴을 보면서 유코가 물었다.
멈춰 서서 유코에게 다시 다가가면서도,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는 어중간한 자신. 그것이 꽤나 한심했다.
그런 나를 응시하는 유코의 얼굴에는--왠지, 묘하게 만족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뭐, 별로 타카토를 괴롭힐 생각은 없으니까, 대답을 해 주지 않아도 좋지
만」
「……미안하다」
무심코 본심을 말해 버렸다.
「너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 내 기분이 망쳐지잖아.」
「그런가?」
「뭐, 됐지만」
허리에 손을 댄 자세로, 유코는,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렇지만, 세상엔 별별 일이 있구나. ……소꿉친구가 요괴에게 첫눈에 반
하다니 」
그, “첫눈에 반하다”라는 고풍스러운 말에 나는 순간 반응할 수 없었다.
「……뭐라고?」
「역시, 알아차리지 못햇네」
「잠깐 기다려봐. 저 녀석은 단지 내 방을 은둔지로 하고 있을 뿐이다. 이상
한 오해 하지 마」
그렇게 말하는 나에게 후후응, 하고 코웃음을 치며 유코는 다시 걷기 시작
했다.
「그 아이의 태도를 보면 알 것 같은데 말야. 뭐 미아도 뭔가 서툴렀지만」
「마음대로 결정하지 마」
나는 한 걸음 차이로 가는 유코를 뒤쫓는 것 같은 형태가 되었다.
「자 자. 이런 일에 관해서는 내가 한참 선배니까. 제대로 이야기를 듣도록
해」
「……」
「뭐 좋잖아. 저런 귀여운 아이가 따라다니다니 남자의 낭만 같은 거잖아?
요괴씨일지도 모르지만」
「저기 말야 ……」
「사랑이 있다면 나이 차이는 관계없고. 나도 무얼 숨기겠냐만 미소년을 좋
아하고」
「네가 말하면 농담밖에 되지 않아」
「특별히, 장난으로 말하고 있는 건 아닌데」
유코가 의미 있어 보이는 곁눈질을 안경의 안쪽에서 보냈다.
「보아하니, 홀려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평소의 벽창호인 타카토이고―」
「쓸데없는 참견이다」
「어쨌든, 솔직해지라니까. 요괴니까 라든가 연하니까 라든가, 그런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닫고 있으면, 후회할 걸?」
연하인지 어떤지는 모르는데.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좋아한다든가 싫다든가 만이 인간 관계인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그렇다 지만--타카토가 말할 말은 아니지, 그 거」
길게 만나온 것 답게 유코의 반격은 날카롭다. 차라리 상쾌함을 느낄 정도
다.
그런 유코의 모습에 약간 안심했다.
이것저것 하고 있는 동안에 유코의 집에 도착했다.
「타카토, 배웅해 줘서 고마워」
「아」
「미아 에게 고맙다고 전해줘. 그럼♪」
현관의 문을 열면서 유코는 그런 인사를 보냈다.
가라앉기 시작한 태양이 거리를 희미한 오렌지색으로 물들인다.
그런 가운데 집으로 가면서, 유코의 말을 반추했다.
왜인지 모르지만 묘하게 가슴 근처가 웅성거리고 있다.
그 탓일까--등 뒤의 기색을 알아차리는 게 크게 늦어 버린 것은.
한쪽 편은 콘크리트로 굳혀진 작은 벼랑, 다른 한쪽 편은 잡목 숲이라고
하는 좁은 길. 사람의 왕래는 없다.
거기서 휙 돌아봤다.
「……알아채셨습니까」
도로 옆에 있는 나무의 그늘로부터 한 남자가 나타났다.
금발에 푸른 눈. 한눈에 외국인임을 알 수 있는 굴곡 깊은 얼굴.
암녹색 수트를 입고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다. 그런 자세임에도 불구하
고 남자에게는 조금의 틈도 없다.
「히무로 타카토군이시지요?」
거의 어색함 없는 일본어로 그 남자는 물어봤다.
「그녀의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당신이 나타났으므로, 얘기할 기회를 엿보
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대답을 하기 전에 스스로도 믿지 않을 말을 태연히 말했다.
「유코에게 뭔가 용무가 있나?」
「아니오. 실제 목적은 당신이었습니다. 이름까지는 당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밝혀냈습니다만, 정확한 주소를 몰라서. 그러나 이것도 주님의 보우하심이군
요」
과연. 유코가 나를 부른 것을 이 남자는 듣고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무슨 용무지?」
「――십대 초반 정도인, 머리카락이 긴 상복의 소녀」
「……」
「그 행방을 아시는 바 없는가, 라고 생각해서 말입니다」
「몰라」
「남들에게서 거짓말이 서투르다고 듣지 않으셨습니까?」
야유하듯 남자는 하얀 얼굴에 미소를 띠웠다.
「그래서? 이름도 모르는 놈과 그다지 긴 말을 할 생각은 없는데」
「아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일본은 예절의 나라였지요」
말하면서, 과장스레 양손을 벌렸다. 오른손에는 검은 가죽 장갑을 끼고 있
었다.
「제 이름은 죠반니·바티스타·치보. 이후, 면식이 있는 걸로 해 주십시
오」
그렇게 말하며 웃는 남자의 얼굴은 어슴푸레한 황혼 속에 기묘하게 모조품
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