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Walkers 夜行/百鬼 2장
페이지 정보
본문
제2장
오토바이의 엔진음을 울리면서 버려진 공사 현장에 들어갔다.
가라앉기 시작한 반달이 차갑게 빛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완성되기 전에 폐허가 되어 버린 빌딩이 그 빛을 차단하고 있다.
빈틈없이 전부 칠해버린 듯한 어둠.
오토바이에서 내려 그 어둠을 향해 걸었다.
기색이 있다. 희미한 소리와 소리에까지는 이르지 않는 흔들리는 공기. 그것
이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되어 목 뒤의 털을 곤두서게 했다.
강렬한 빛이 전방에서 던져졌다.
회중 전등--그것도 순찰중인 경관이나 사용할 거 같은 대형의 물건이다. 만일
의 경우에는 곤봉 대신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듯한 튼튼한 녀석이다.
광원에 가슴이 벌어진 재킷과 셔츠의 틈새로 가슴을 드러낸 남자가 서 있었
다.
「나스노」
부르는 나에게 나스노가 조소를 돌려준다.
「야가미 유코를 찾으러 왔다. 무사한가?」
「무사하지 않을 걸, 아마」
어딘가 상태가 맞지 않는 목소리로 나스노가 말했다.
「벌써 멀쩡한 꼴이 아닐 걸? 뭐, 어차피 버릴 거니까 마찬가지지만」
「……」
「그것보다 자기나 신경 쓰지 그래? 누군지 밝히기나 하지?」
「――하무로다」
내가 중얼거리며 땅을 찬 때와 총성이 울린 때는 동시였다.
순간 쌓아올려진 토사 그늘에 숨었다.
「케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상식을 벗어난 나스노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약이나 무엇인가를 한 것
같다.
유코도, 아마…….
가슴 안에서 거무칙칙한 무엇인가가 열을 냈다.
그것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나는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분노인지도 모른다.
「왜 그래? 와봐! 굉장하지 않아?」
나스노가 큰 소리로 외치며 웃음소리를 질렀다.
놈의 배후에 있는 만들다 폐기된 빌딩. 그 그림자에 밴의 콧등이 보인다.
유코는 저기인가…….
가슴 안의 분노 같은 무엇인가를 일단 무시하고, 나스노와의 거리를 눈으로
측정한다.
이 토사 언덕을 나와 세 걸음 반.
한 번은 총격을 당할지도 모르지만 아마추어의 사격 명중율은 별로 높지 않
다. 놈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정도의 권총이라면 더욱 더 그러할 것이다.
양 주먹에서 갈고랑이 모양으로 굽힌 인지와 중지를 쑥 내민다. 외형은 당랑
권에 가깝지만, 주먹이나 손바닥에 의한 타격 외에도 잡기와 또 눈찌르기로 순
간 변환하는, 카츠라기 류의 독특한 자세다.
다시 땅을 찬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먹어어어어어어!」
총성.
왼쪽 겨드랑이 아래를 총탄이 스치는 충격을 느끼면서, 아직 뜨거운 총신을
왼손으로 덮는다.
총신을 바깥쪽으로 비튼다.
「어어엉?」
방아쇠 울 안의 놈의 인지가 빠각 하고 부러진다.
적이 손에 든 무기를 이용해 적을 상처 입힌다--“역파”이다.
하지만 나스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다.
「이이익! 이! 이새끼가아아!」
오른손에 권총 왼손에 회중전등을 꽉 쥐고는 지근거리의 나에게 윙윙 휘두른
다.
인지가 부러져 있으므로 방아쇠는 당기지 못하지만, 마약 덕에 아픔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 게 귀찮았다.
뒤로 스텝을 밟으며 거리를 취하면서 생각했다.
가능한 한 재빠르게 이놈의 신체 기능을 정지시키지 않으면…….
「새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의미 불명의 절규를 지르면서 나스노가 권총을 가진 오른손을 휘두르며 덤벼
온다.
그 오른손목을 양손으로 잡는 것과 동시에 나는 도약했다.
삼보의 뛰어 무릎 십자 꺾기--그것보다 타이밍상 빠르다.
마약을 먹은 듯한 놈에게 관절을 꺾는 기술은 시간 낭비이다.
놈의 오른팔을 움켜쥐듯이 하면서, 접어 구부리고 있던 왼발을 펴 측두부를
마음껏 차 버렸다. 물론 그 일련의 움직임 중에 오른 팔을 움직여 팔과 어깨의
관절도 파괴했다.
「케엑!」
“천헐”――.
쿵, 하고 넘어진 나스노의 머리가 바로 옆에 있다.
경추가 부러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생사의 확인 따윈 나
중 일이다.
나는 왜건으로 달렸다.
-------------------------------------------------------------------------
-------
치보는 발디딜 곳도 없는 공중에서 그 몸을 회전시키는 방법으로 참격을 반복
했다.
그것을 받아내는 것은 소녀의 양 손목에 감긴 두 개의 팔찌였다.
소녀의 가는 손목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폭 넓은 팔찌. 몇 개의 원이 뭉쳐
져 전체로 짜여 합쳐진 디자인의 그것이 덤벼드는 두 개의 검을 확실히 받아넘
긴다.
킹!
킹!
킹!
킹!
킹!
얼어붙은 강철이 부서지는 듯한 경질의 소리가 밤 공기를 진동시켰다.
치보의 필살의 검은 그러나 한 번도 소녀의 몸을 잡지 못했다.
몇 번이나 기둥을 차며 서로를 향해 도약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소리를 울리
며 두 사람은 달라붙었다.
어느덧--소녀의 몸이 위가 되었고, 작은 구두를 신은 다리가 치보의 긴 옷의
가슴을 밟고 있었다.
「큭--」
처음으로 치보가 소리를 흘린다.
시간으로 쳐서 불과 몇 초.
그 공방을 제압한 소녀의 아래가 되어 치보는 등부터 떨어졌다.
중간까지는 완성되어 있던 지상10층의 콘크리트 바닥에 내던져진다--고 보인
순간.
치보는 머리를 아래로 하며 몸을 세로로 반회전했다.
소녀의 작은 몸이 탄환처럼 날아갔다.
머리가 바닥을 스치는 듯한 회전운동의 뒤, 양 다리로 마루에 착지하며 그대
로 뒹굴뒹굴 치보는 굴렀다.
그것을 몸을 지키는 자세라 말해도 좋을 것인가 아닌가.
마루에 웅크린 치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잘 거지?」
거리로 쳐서 5미터 정도 멀어진 장소에 내려서고 있던 소녀가 노래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웬만하면 속아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치보는 거의 데미지를 느끼지 않는 듯한 매끄러운 동작으로 일어섰다.
「튼튼한 몸이네--인간으로서는」
별로 감탄한 모습도 없이 소녀가 말했다.
「아니요 확실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말하면서, 치보가 장단 두 개의 검을 십자 모양으로 그었다.
「주님의 마음이 없었다면 추락사했을 것입니다」
「무슨 말을 해. 신경, 근육, 골격, 내장--그것들을 섬유와 금속의 결정으로 바
꿔놓은 몸 안에서, 원래의 당신은 얼마나 남아있다는 거지?」
그 큰 눈을 미소의 형태로 만들며 소녀가 물었다.
「영혼은 사람인 채입니다. 당신과는 그것이 근본적으로 다르지요」
「――순진한 사람」
조롱보다 연민이 배인 목소리로 말하며, 소녀는 마루를 찼다.
질풍같은 속도로 다가서는 소녀에게 치보가 긋고 있던 검을 계속 찔러 넣었
다.
소녀의 손톱을 단검으로 받아넘기면서 치보는 심장을 노린다.
디딜 곳이 확실한 장소에서는 그의 검술은 소녀의 체술을 압도하고 있는 것처
럼 보였다.
춤을 닮은 화려한 스텝은 착실하게 소녀를 궁지로 몰아갔다.
놀라움에 소녀의 눈동자가 크게 열렸다. 그렇게 하니 그녀의 얼굴은 깜짝 놀
랄 만큼 어리게 보였다.
「마지막입니다--!」
「아직이야!」
가슴의 중앙을 목표로 하고 찌른 장검을, 소녀가 순간 왼쪽의 팔찌로 받아 넘
겼다.
크게 목표를 빗나간 것처럼 보인 장검을 치보가 휙 반대 손으로 바꿔 잡으며
찔러 내렸다.
「윽!」
조용히 왼발을 꿰뚫리며 소녀는 고통의 소리를 질렀다.
인간과는 먼 힘으로 다리를 마루에 꿰이며 소녀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아직 아픔을 느낄 수 있습니까?」
거기에 숨기지 못할 열락의 미소를 띄우면서 치보가 말했다.
「좋은 일입니다. 아픔으로 그 죄를 회개하십시오. 당신과 같은 물건이 존재한
다는 사실 자체의 죄를!」
「――」
치보가 단검을 소녀의 가슴을 목표로 해 찔렀다.
순간--맑은 경쾌한 소리가 나며 그 칼끝이 날았다.
「!」
위험을 느끼며, 장검을 뽑으면서 치보는 후방으로 물러났다.
그가 일순간 전까지 있던 그 공간을 은빛 실이 찌익, 찢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차례차례 사각으로부터 덮쳐 오는 실에 긴 옷이 넝마가 되면서, 치보가 외쳤
다.
「나를 우리에 가뒀다고 생각했어? 정말 순진한 사람」
양팔을 움직여 팔찌에 장치된 수백 개의 톱니를 돌려 계속 내보낸 실을 조종
하면서, 소녀는 비웃었다.
「그런가, 벌써 실을 풀고 있었을--!」
깨달은 치보의 왼 손목을 고리가 된 실이 잘랐다.
「크윽!」
성스럽게 만들어진 은 합금의 팔찌를 두르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왼손이
절단되고 있었을 것이다.
「나를 궁지에 몰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실제론 내가 끌어들였을 뿐……이 실
을 봉하는 지혜로서는 합격점 미만이었던 거야」
「크……!」
이를 가는 치보의 몸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는 은빛의 실이 포박해 갔
다.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쇠사슬 홑옷을 입었으면서 마음대로 움직일 정도의 근
력을 가진 치보라 해도, 이 머리카락보다 가는 실을 자를 수는 없었다.
주위의 철골을 이용해 둘러진 실은 바티칸의 이단 심문관을 거미의 실에 걸린
불쌍한 벌레처럼 공중에 매달아 버렸다.
쇠사슬 홑옷 중 취약한 부분에 실이 먹혀들어선 피부를 찢고 선혈을 넘치게
했다.
「――마지막이구나」
소녀의 눈동자가 숯불처럼 다홍색으로 빛났다.
초승달 모양으로 비틀린 입에서 날카로워진 송곳니가 슬며시 보였다.
「괴물년--!」
통렬한 모멸을 담아 치보가 말했다.
그 말에 응하듯이 소녀는 마루를 찼다.
그 때--
펑! 펑! 펑! 펑!
돌연 머리 위로부터 날아든 흰 무엇인가가 소녀의 전방에 낙하해 불길을 올렸
다.
「읏!」
급제동을 거는 소녀의 안면을 목표로 해서 같은 흰 것이 차례차례로 내습했
다.
「에잇!」
분함을 담아 외치면서 양 눈동자를 피처럼 붉게 번뜩거리던 소녀는, 양팔을
내밀었다.
끝에 물방울 모양의 은 추를 붙인 실이 그것을 떨어뜨린다.
그것은 종이비행기의 모양으로 접힌 흰 종이 조각이었다.
불길을 올리며 타오르는 그 종이비행기에 의한 공격으로 소녀는, 마루의 구석
으로 구석으로 내몰렸다.
소녀의 통제로부터 멀어진 실이 느슨해졌다.
치보가 그 포박에서 억지로 빠져나왔다. 달라붙은 실에서 몸을 벗겨낼 때 새
로운 상처가 나면서 선혈이 분출했다.
「빚으로 해 두세요, 치보씨-이」
그런 키라의 목소리에 치보가 분함을 담아 다시 이를 갈았다.
벌써 흰 바탕에 붉은 변형 십자가가 그려진 긴 옷은 원형을 잃은 채였고, 그
몸은 무수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씨발! ――신이여, 용서해 주십시오」
무심코 심한 욕을 토해 버린 치보는,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아직 잡고 있던
장검을 계속 휘둘렀다.
피하려고 하는 소녀의 얼굴에 종이비행기가 맞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불길에 싸인 안면을 양손으로 가리면서 소녀는 검을 피하려고 필사적으로 몸
을 비틀었다.
목표가 심장에서 빗나갔다.
그러나 치보에게는 그것을 수정할 만큼의 체력이 남아있지지 않았다.
푸우욱!
바늘과 같이 날카로운 칼날이 소녀의 검은 머리칼에 싸인 머리를 관통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새와 같은 큰 소리를 낸 소녀는 치보의 오른팔을 잘라냈다.
선혈이 물보라처럼 튀며 장검의 몸체가 꺾였다.
「으……」
한번에 대량의 혈액을 잃으면서 치보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깊은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은 소녀도 같다.
아니 깊은 상처라고 말하는 것도 어리석다. 검은 확실히 뇌를 관통하고 있었
다.
「크……이이이이이이이익!」
소녀는 꺾인 칼의 몸체를 간단하게 잡고--난폭하게 뽑아냈다.
그 몸의 움직임은 망가진 자동 인형과 같이 어색했다.
그 앞에 긴 흑발과 롱코트를 펄럭이면서 키라가 내려섰다.
양손에, 몇 장의 종이 조각을 가지고 있다. 한자를 닮은 문양이 쓰인 것을 보
면 부적의 종류인 것 같았다. 방금 전의 종이비행기는 이것을 접어 만들었을 것
이다.
「와아, 어부지리를 받아 버릴까나♪」
그렇게 말하면서 키라는 소녀에게 다가섰다.
그토록 불길에 휩쓸렸으면서도 화상 하나 입지 않은 소녀의 얼굴이 동물적인
증오의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머리 부분의 상처에서 넘친 혈액과 뇌수가 얼굴을 얼룩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와 함께 눈동자를 붉게 번뜩거리는 소녀의 얼굴은--장렬할 정도로 아름다웠
다.
일순간 그 아름다움에 당한 것처럼, 키라의 걸음이 멈췄다.
「카악!」
그 순간 소녀는 크게 밖을 향해 뛰고 있었다.
안전망을 찢은 소녀의 작은 몸이 밤의 어두운 곳으로 사라졌다.
「……어머―, 도망가 버렸습니다 인가」
키라는 유감스럽게 말하며 품으로 부적을 거두었다.
「뭐 이제 부적도 모자란 판이었으니, 나 혼자 그녀를 어디까지 추적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고. 여기서 점잖게 물러설까요」
그리고 허리에 손을 댄 자세로 키라가 치보를 향해 돌아봤다.
「일으켜 줘요?」
노출된 콘크리트 바닥에 큰 피 웅덩이를 만든 치보는 창백한 얼굴로 허억허억
하고 허덕이고 있었다.
아휴, 라고 중얼거리며, 키라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나에게--손대지 마!」
짜내듯이 말하며 치보가 키라의 손을 왼손으로 쳐냈다.
역시 험악하게 눈썹을 찡그리며 키라가 치보를 쏘아봤다.
「더 이상, 이교도의 손을 빌릴 생각은 없습니다」
말하면서 비틀비틀 거리며 치보가 일어선다.
「그리 말해도―. 그런 엉망진창인 몸으로」
「다음은 절대로 잡습니다. 나 혼자서」
「――할 수 있어요?」
그 하얀 얼굴에서 표정을 지우며, 뜻밖일 만큼 각박한 목소리로 키라가 물었
다.
「대답할 이유는 없습니다」
뻔뻔스럽게 그렇게 말하며, 치보는 스스로의 다리로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다.
키라는 두 번 다시 그런 치보에게 손을 빌려주려 하지 않았다.
-------------------------------------------------------------------------
-------
투웅 하고 소리가 났다.
「!」
하늘로부터 떨어져내린 무엇인가가 밴의 지붕에 낙하한 소리다.
무엇이 일어났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밴 안에 누군가가 남아 있었
을 경우 불시에 치는 것은 어려워졌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빌딩을 돌아 밴의 전체를 시야에 넣었을 때에는 세 명
의 남자가 차 밖에 나와 있었다.
남자들은 거의 나체였다. 가슴 속에서 정체불명의 열 덩어리가 후욱 커진다.
그것이 가져오는 괴로움을 참으면서 상황을 확인했다.
밴의 지붕이 크게 패여 있다. 상당한 중량의 물건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지면에 여자가 넘어져 있다.
유코--는 아니다.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아직 아이인 몸이다.
투신자살인가?
남자들도 역시 어찌할지 모르는 모습이다.
그 틈을 찔러 남자들을 한 동작으로 쓰러트린다--그럴 작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움직임을 멈추어 버렸다.
지면에 넘어져 있던 소녀가 천천한 동작으로 일어섰던 것이다.
희미하게 웨이브 진 머리카락에 달빛을 받은 창백한 피부. 그리고 옛스러운
디자인의 검은 옷이 피에 젖어 있다.
그리고 그 피보다 압도적인 다홍색을 담은--눈동자.
그것이 나와 남자들을, 비교해 본다.
나는 전신이 얼어붙어 버린 것 같이 움직일 수 없었다.
공포, 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 나는 잘 설명을 할 수 없지만 그것에 따른 걸
까.
그렇지 않으면 지금 이 몸을 감싸고 있는 떨림은 감동에 의한 것일까.
밤바람에 옷자락을 펄럭이며 머리카락을 흩뜨리고 있는 피투성이의 소녀.
그것이 어째서 이렇게도 아름다운가…….
그 아름다움에 이끌리듯이 남자 중 한 명이 소녀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나머지 두 명도 비틀거리는 것 같은 발걸음으로 소녀에게 가까워져 갔다.
점차 소녀와 남자들은 거리를 줄여 갔다. 그것을 나는 정확히 바로 옆에서 응
시하고 있었다.
소녀도, 남자들도, 나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남자들의 얼굴은 멍한 얼굴인 채 얼어붙어서 눈조차 깜빡이고 있지 않은 것처
럼 보였다.
눈앞으로 온 남자에게, 소녀가--무릎을 꿇는다.
다른 무엇을 했다고 해도 나는 이렇게 충격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양 무릎을 지면에 대고 피에 젖은 얼굴로 희미한 미소를 띄운 소녀.
마치 고상한 공주가 반 미친 끝에 창녀의 흉내를 내고 있는 것 같은--그런 있
을 수 없는 풍경.
안 된다--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왜 나는 그 때 그렇게 외칠 수가 없었던 것일까.
마치 악몽을 보고 있을 때와 같은 비현실감을 느끼면서, 나는 손가락 하나 움
직일 수 없었다.
-------------------------------------------------------------------------
-------
소녀는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남자의 고간에 손을 대면서, 바지 앞을 열었다.
그리고 음탕하게 격분한 남근을 꺼냈다.
그것은 바로 방금 전까지 한 능욕의 잔재로 아직 젖어 있었다.
체액 투성이가 된 그 고깃덩이를 살짝 손가락으로 맞이했다.
남자는 그것만으로 짐승과 같이 으르렁거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들부들 그 몸이 떨며 페니스가 우스울 정도로 흔들린다.
소녀는 그 때 쥔 페니스의 뿌리를 손으로 감싸며 꽃잎과 같은 입술로 귀두 부
분을 머금었다.
그 작은 입에는 완전히 담기지 않는 페니스를 반 정도 입안에 넣었다.
어리고 그리고 귀족적인 얼굴과 정맥이 불거진 고기 흉기의 대비가, 그로테스
크할 정도로 아름답다.
소녀는 황홀하게 눈감은 채, 소리가 새어나올 만큼 대담하게, 혀를 사용했다.
쩝, 쩝, 쩝, 쩝, 접, 쩝…….
경험을 쌓은 여자가 가장 사랑하는 애인에게 하는 것보다도 사랑 가득하게,
복숭아 색의 혀를 거무칙칙한 육봉에 휘감는다.
한계까지 발기하고 있었다고 생각되던 페니스가 더욱더 팽창하면서 소녀의 구
강을 범했다.
모독적일 정도로 음탕한 아름다움을 담은 그 풍경에 소녀의 다홍빛 입술이 선
명한 흥취를 더하고 있었다.
그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을 보라색을 담은 귀두가 유린하는 광경은 차라리 무
참하다고 표현하는 게 적당해 보였다.
남자 가운데 남은 두 명이, 스스로 페니스를 드러낸 채 양 겨드랑이 쪽으로
소녀에게 다가섰다.
발정한 개보다 격렬하게 숨을 쉬면서도 그 얼굴은 둔하게 얼어붙은 채 그대로
다.
가늘게 열린 눈으로 얼굴 양 옆으로 다가서는 페니스를 인식한 소녀는 각각
손가락을 감았다.
그리고 작은 손으론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굵기인 단단한 것을 스윽 스윽 헌
신적으로 훑기 시작했다.
대단치 않은 것처럼 보여도 그 움직임은 확실히 민감한 장소를 자극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금새 두 개의 페니스는 투명한 액체를 흘리면서 소녀에게 부정한 짓을 해 갔
다.
오물인 체액을 손가락으로 바르듯이 소녀는 남근에 봉사를 계속했다.
또옥, 또옥, 하고 선액을 계속해서 넘치게 하는 귀두부를 그 작은 손바닥으로
감싸고, 마치 새끼 고양이의 머리라도 어루만지듯이 사랑을 담아 자극한다.
그렇게 하면서도 소녀의 입은 잠깐도 움직임을 쉬지 않았다.
입만으로 살기둥에 봉사하는 소녀의 얼굴에는, 잘못 볼 것도 없이 추잡한 기
쁨의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 입술로부터, 한 줄기, 두 줄기 타액과 수컷의 체액이 서로 섞인 것이 넘치
고 있었다.
쭈욱, 쭈욱, 쭈욱, 쭈욱…… 하는 소녀의 입가로부터 새어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을 음탕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녀의 입술이, 그리고 구강 전체가, 쑤욱, 쑤욱, 하고 페니스를 상냥하게 빨
아들였다.
소녀의 입을 출입하는 음경이 그녀의 타액에 젖어 달빛을 희미하게 반사시켰
다.
소녀는 머리를 비틀 듯이 움직여 입안에서 서 있는 페니스를 자극해 사정으로
이끌어 갔다.
기묘한, 공기가 새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면서, 소녀의 구강에 페니스를 넣고
있던 남자가 절정을 맞이했다.
퓨욱, 퓨욱, 퓨욱, 퓨욱……!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정액을 추방하고 있었음이 분명한 그것이 굉장한 양의
정액을 내뿜었다.
소녀의 좁은 구강에 완전히 담기지 못한 백탁액이 뚝뚝 넘쳐흘러 어둠의 빛깔
인 옷을 더럽혔다.
정액에 젖은 입술이 미끄러져 페니스가 격렬한 기세로 하늘을 향한다.
그대로 페니스는 율동을 계속하며 정액을 마구 흩뿌렸다.
손대는 것조차 주저하게 만드는 요염한 흑발이나 백자와 같은 피부에 더러운
체액을 끼얹었다.
뜨거운 수컷의 엑기스를 소녀는 황홀한 표정으로 얼굴에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전혀 쇠약해진 모습이 없는 페니스를 다시 입안에 넣었다.
그 모습에 흥분했는지 어떻는지, 소녀의 각각 손안에 있는 두 개의 페니스도
거의 동시에 사정에 이르렀다.
피육! 피육! 피육! 피육! 하고 내뿜는 정액 덩어리가 직격으로 소녀의 뺨
을 두드린다.
물렁물렁 하기까지 한 농도 짙은 백탁액이, 소녀의 매끄러운 뺨이나 준수한
이마 그리고 닫힌 눈꺼풀에 달라붙었다.
얼굴을 돌리고 싶어지는 성의 내음 속에서, 소녀는 더욱더 열심히 입술 봉사
를 계속하고 있다.
정액을 방출한지 얼마 안 된 두 개의 페니스에 대한 수음도 재개되었다.
두번째의 사정은 곧바로 방문했다.
거의 동시에, 세 명의 남자가 정액을 방출했다.
첫 번째보다 한층 더 대량의 정액이 소녀의 얼굴에 퍼부어지고 그 입내에 흘
러들어갔다.
정액 투성이가 된 목을 끄덕이면서 소녀가 입 속의 정액을 삼켜 갔다.
그런데도 남자들의 페니스에는 쇠약해지는 모습이 없었다.
한층 더 단단하게 격분해 불거진 정맥에 뜨거운 혈액을 흘리면서, 세 개의 페
니스는 다음의 사정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남자들의 보기 흉하게 열린 입으로부터는 군침이 넘치고 열린 눈은 흰자위를
드러내고 있었다.
미치광이 같은 얼굴인 채, 남자들은 음탕하게 허리를 움직여 소녀의 입술이나
손에 스스로의 페니스를 문지른다.
거의 사이를 두는 일 없이 세 번째의 사정.
그 기세도 정액의 양도 전혀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소녀의 얼굴은 그 움직임이 거의 감추어질 정도로 질척질척 거리고 있다.
그러한 상태면서도 아름다움은 조금도 손상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벌써 부서져 버린 보석 조각인 듯.
혹은 태어났을 때부터 죽어 있는 사지를 잃은 합성수지 인형.
혹은 은제 액자 안에 들어간 끔찍하게 유린당한 장미꽃 다발의 사진.
네 번째의 사정.
흩날리며 허무하게 지면이 들이마시는 생명의 물방울에는 반쯤 피가 섞여 있
었다.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여덟 번째--
「그--만-둬어-!」
어디에선가 울려 퍼지는 목소리.
그리고--
남자들은 동굴에 부는 바람과 같이 소리를 지르며, 그 단단한 첨단에서 굉장
한 기세로 선혈을 내뿜었다.
-------------------------------------------------------------------------
-------
「그--만--둬어!」
간신히, 목소리가 나왔다.
목에 막혀 있던 무엇인가를 토해내는 것 같은 비명 같은 절규였다.
동시에 소녀의 눈이 열리며 귀신같은 다홍색을 담은 눈동자가 강렬하게 빛을
뿜어냈다.
다음 순간--
일생 잊을 수 없을 소리로 세 명의 남자가 일제히 울부짖었다.
파아악! 소녀의 주변에서 피가 튄다.
막대기같이 넘어진 남자들의 입으로부터도, 코로부터도, 눈으로부터도--체내
의 온갖 구멍으로부터, 선혈이 넘쳐 나오고 있었다.
그 피부는 밤눈으로도 말라붙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머리부터 정액과 피를 뒤집어 쓴 것처럼 된 소녀가 천천히 일어섰다.
진홍색 눈동자로 내 얼굴을 응시한다.
그 얼굴은--천진난만한 놀라움의 표정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사악사악 하고 소맷부리로 얼굴을 닦고선--수줍은 듯이 미소 짓는다.
전신의 혈액이 역류하는 것 같은 기괴한 흥분과 오한.
아름다운--그리고 뜻밖일 정도로 귀여운, 소녀의 미소.
그 발밑에서 찢어진 부분으로 붉은 썩은 국물이 새어나오는 쓰레기봉지 같은
모습이 된 세 명의 남자들.
멀리서 울려 퍼지는, 기계 장치로 된 동물의 비명과 같은 사이렌 소리.
그것이 여기에 오는 도중에 불러 둔 경찰의 것이라는 사실조차 나는 생각해내
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