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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MC물이 최고야~!] 큐피트의 화살 P.V 下 (선행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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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80 회 작성일 24-01-05 05: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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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샤샤샤샤...


맑은 물줄기가 내려와 치즈루의 지저분해진 몸을 씻겨 내려간다.


오늘은 특별히 오줌 세레까지 당했기 때문에 몸을 씻어 나가는 치즈루의 움직임은 평상시보다
훨씬 더 분주해보였다.


"아이 참~ 마음에 들었던 옷이었는데..."


방금 전 침대에서 의식을 회복했을 때의 참담한 광경이 떠올라 치즈루는 더욱더 분주하게
자신의 몸을 씻었다.


옷은 도저히 원래 모습으로 복구되기 힘들 정도로 정액과 오줌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까웠지만, 버리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치즈루는 집 안 어딘가에 있을 소년이 떠올라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너무 기분 좋았어..."


 


 


샤워를 끝낸 치즈루에게는 할 일이 태산 같이 남았다며 투덜거렸다.


언제 부모님이 돌아오실 지 모를 일이라 그 때까지 가능하면 빠른 시간동안
자신의 방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했는데, 방 안에 들어오는 순간 느껴지는 비릿한 냄새와
엉망진창으로 지저분해진 침대를 바라보니 맥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아아.. 이걸 어떻게 해...."


왠지 울고 싶어진 치즈루였다.


 


"도와줄까?"


그 때 마침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치즈루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소년을 째려보며 말했다.


"이게 다 누구 탓인데!! 당연히 도와줘야지~"


단단히 화가 난 사람처럼 허세를 부렸지만, 얼굴이 천천히 붉게 물들어왔기 때문에
허세의 효과가 그렇게 오래 가진 못했다.


소년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웠던지 피식 웃으며 방 안에 들어와 침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침대보는 제법 커서 한 사람이 들기에는 힘에 겨워 보일 정도였다.
특히나 연약해 보이는 소년의 체격과 침대보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더더욱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소년은 그런 그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침대보를 한데 모아
그것을 들어 올리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어디에 놔두면 돼?"


"...... 으응?"


소년의 강인해 보이는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멍~ 하니 바라보고 있던 치즈루는 당황하는 표정이
역역한 체로 손을 뻣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 저쪽에 놔 줘..."


 


 


 


 


 


"아까 전에 치즈루의 학교 친구들이 찾아왔었어!"


"...으응? 언제?... 방금 전에..?? "


방 정리가 다 끝나고 조금 한가해졌을 무렵, 소년이 먼저 말을 꺼냈다.


친구라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치즈루에게 소년은 갖은 미사어구를 곁들여 열심히
설명해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치즈루는 소년이 본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아...! 학교 궁도부 클럽 후배들이야.. 날 걱정해서 찾아와 준거구나..."



치즈루는 그녀가 일주일째 조퇴와 결석을 반복하고 있어 후배들이 걱정하고 있는 거라고
설명해주었고, 소년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말을 꺼냈다.


"그런데... 그 여자애들 중에 말이야..."


"..응? 누구??...."


소년은 찾아온 여자애들 중 한 아이에게 호감을 느꼈는 지 치즈루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


"응? 왜 그래?"


어느 순간 대답이 없어진 치즈루를 바라보며 한참을 이것 저것 물어보던 소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치즈루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 그.. 아이에게 관심이 생겼어?"


"........ 응?"



심각하던 치즈루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변해갔다.


소년은 그런 그녀의 반응에 당황한 듯 진정하라는 몸짓을 하며 그녀를 달래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벌써.. 나한테 질려버린 게 틀림없어...]


아까 전에 떠올렸던 그녀의 망상이 다시 한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소년은 바람둥이였고, 그녀에게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여지껏 섹스를 하지 않고
있었다는 상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해석되어


소년이 관심을 보이는 그 후배에 대해 알게 되면 자신은 소년에게서부터 버림받게 될 거는
좋지 않은 생각이 떠올라 지금이라도 대성통곡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우울해졌다.


 


쪼옥~~


"으읍??"


갑작스러운 소년의 기습 키스에 소녀는 망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자각했다.
그녀의 입술로부터 까칠까칠한 남자의 입술이 느껴졌다.


소녀는 곧바로 지금 상황을 이해하였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아
흐느껴 울며 곧바로 소년을 껴안았다.


곧이어 소년도 소녀를 껴안아, 두 사람은 서로 포옹을 하며 깊은 입맞춤을 나누었다.


살짝 입술이 벌어지며 두 사람의 혀가 서로 교차되기 시작했다.


심술궂은 혀들은 레슬링 게임이라도 하듯 서로가 서로를 제압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상대와의 접속을 시도했고,
두 사람이 오랜 입맞춤을 끝내고 떨어졌을 때에는
두 사람 사이에 타액으로 만들어진 가느다란 실이 반짝이며 아름답게 빛을 내고 있었다.


 


"이제 괜찮아? 치즈루?"


자신을 걱정해주는 소년의 태도에 다시 한번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하자
치즈루는 소년에게서부터 얼굴을 가리기 위해 고개를 휙 돌려
엉뚱한 곳을 쳐다보며 말했다.


"응.. 괜찮아.."


소년은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하는 그녀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작은 소리로 "킥킥" 거리며 웃었다.



그 후로 잠시 동안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찾아왔다.



마땅히 할 말이 없어진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생각으로 고민을 하며 침묵을 유지해왔고,


치즈루는 [이번에는 내쪽에서 먼저 말해야 해]라는 생각으로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왜.. 그런 걸 묻는 거야?"


".....응??"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소년은 치즈루의 물음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애에게 관심이 생긴 거야?"


".............."


소년은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소년에게서 곧바로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치즈루는 마음이 급해졌다.


당장이라도 고개를 돌려 소년을 쳐다보며 큰 소리를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막상 소년을 쳐다보기라도 하면 주체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울고 싶어질 것 같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년에게서 몸을 돌린 치즈루는 왠지 모를 슬픔에 잠겨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흐윽...흐윽..."


"..........."


 


소년은 미약하게나마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껴 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하게 말을 건냈다.


".....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거야.."



"..............!!!!!!!!!!!!!!......."


쿠구구구구궁!!!


날씨는 맑았고, 구름 한 점 없어진 지금 천둥벼락 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지만,
치즈루는 방금 자신이 천둥벼락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 말이 신호가 된 듯, 흘러내리기 시작한 치즈루의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을만큼 흐르기 시작했고
어깨가 들썩거리며 떨리고 있었다.


"...미안해...."


소년은 이미 마음을 다잡은 듯 그녀에게 사과를 했고, 그녀는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날 떠나려는 거다]


[이렇게 내 마음을 휘어잡아놓고...]


[왜... 왜 하필... 왜 하필이면... 지금??]


복잡한 생각이 무럭무럭 피어나며 그녀는 걷잡을 수 없을만큼 강한 혼란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하자, 지금 이렇게 소년에게서 등을 보이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급하게 몸을 돌리자, 치즈루의 시야에 미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년이 보였다.


"어...어째서..."


"....미안..."


되돌아오는 건 소년의 사과뿐...


[이런... 이런 말 듣고 싶었던 게 아니야...]


"왜... 뭣 때문이야... 내가...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미안.."


"...드..듣기 싫어.. 그 따위 말... 듣고 싶지 않아.... 어디가 문제야? 응?"


"........... 치즈루..."


".........그만...그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아.... 내.. 어디를 고쳐야 니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건데?"


흥분하며 소리치기 시작하자, 흥분된 마음은 더욱더 고조되었고 눈가에 흐르던 눈물은 작은 폭포를
이루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도 울먹거리는 소리가 섞여가기 시작하자, 발음자체가 부정확해지기 시작했지만
소년은 그것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묵묵부답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아..알았어... 내가...내가 잘못했어... 내가 달라질 께.. 응?! ... "


"......................"


"...도대체... 도대체... 왜 그러는데... 우리.. 일주일동안 잘 해왔잖아...."


"....................."



소년은 침묵했고, 그럴수록 소녀는 다급한 마음에 울먹이며 소리쳤다.



"... 너무해...어떻게...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내.. 내마음은 ...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야?"


"..................그건..."


"그래.. 말해봐.... 날 이렇게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날 버리겠다는 거야? ... 내..내 마음은.."


"....진정해..치즈루...그건..."


"... 지금 진정할 때야?... 내 마음은 .... 어떻게 되는 건데... 이대로 날 떠나겠다고?....."


".... 치즈루....."


격양된 소녀의 목소리에는 무시할 수 없는 위압감이 서려있었고, 소년은 끝내 제대로 대답을 잇지
못한 체 소녀의 말에 주도권을 뺏기는 형국에 처하였다.


".... 이대로 널 보낼 수는 없어.... "


[가지마.. 제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날 이렇게 만들어 놓고... 이제와서 날.... 떠난다는 거... 인정할 수 없어..!!"


[제발... 제발.. 널 보낼 순 없어...]


격앙된 감정에 사로잡혀 소녀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거짓말이라고 해줘...응? ...제발.... 제발... "


[이제야 알겠어... 그 날...  너를 처음 만났을 때.. 왜 그렇게 오싹한 느낌을 느꼈었는지...]


"..... 널... 널...사랑해... 이런 ... 내 마음을... 버리고... 떠나지 말아줘....응?"


"............................."


[제발...]


"제발...."


 


한 차례 열변을 토한 치즈루는 지친 듯 거세게 숨을 몰아내쉬며 애써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고 있었다.
소년은 깊은 고뇌에 빠진 표정으로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


".................."


침묵은 이어졌고,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나돌기 시작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누가 좀 도와줘요!....]


격해진 감정 때문에 가슴이 아픈 치즈루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괴로워하는 몸짓을 취했고,


가슴을 부여잡고 있던 손이 애처롭게 떨리고 있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소년은 한참동안의 침묵을
깨부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잘못을 저질렀어...."


"...............??"


[무...무슨...]


갑작스럽게 시작된 소년의 말은 그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난... 내 욕심 때문에... 널 ...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널 이용한 거야..."


".......그게...무슨...소리??"


[무...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지금...]


 


"...만약에... 만약에 말야.... 지금 너의 마음이.... 너의 그 감정이.... 진실이 아니라면 어떻게 할 거야?"


[..... 진....실?...]


".....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눈물로 범벅이 된 표정으로 소녀는 소년에게 물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진실이라니... 뭐가?"


소녀는 다시금 격앙되어가는 감정을 참지 못한 듯 가슴을 부여쥔 손에 힘을 주며 소리쳤다.


 


"....그럼 .. 지금 ... 내 감정이 ... 거짓이라는 거야?"


"...................."


대답없는 소년의 침묵에 치즈루는 어이가 상실한 듯 털썩 주저앉았다.


" 치...치즈루... 괜찮아?....."


"... 손 저리 치워!"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고 소년이 손을 내밀자, 치즈루는 소년의 손을 거세게 치며 완강하게 소리쳤다.


 


"뭐가.. 거짓인데... 진실이라는 건 그럼... 뭔데.... "


소녀의 말에는 점점 박력이 실려가고 있었다.
소년의 침묵에 소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내 마음에... 거짓은 없어.... 지금 이 마음에는......."


[내.. 내 마음은... 내 감정은....]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는데... 내 마음은....."


[제발 들어줘... 내 마음은...]


치즈루는 자기 감정에 취해 울먹이면서도 크게 소리쳤다.


"내가 널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


[널 사랑한다구....]


소녀의 박력어린 외침과 함께 그 감정이 함께 실려와 소년의 마음을 관통했다.


 


"치...치즈루...."


".. 널 사랑한다구!! ... 니가 없으면 이제 난.... 난.... 더이상 살아갈 수가 없어........."


"......................"


단호하기까지 한 그녀의 폭탄선언에 소년은 충격을 받은 듯 경직된 채 침묵했다.



"......................."


"......................"



또 다시 잠깐 동안의 침묵.


이번엔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소년쪽이었다.


 



"만약에 말야....."


"..............?"


"사랑에 신이라는 큐피트가 말야... 장난삼아 쏜 화살에 니가 맞아버렸다면 넌 어떡할 거야?"


".........그게.......무슨........?!..."



" 말 그대로야... 지금의 니 감정이 진실이 아니라, 큐피트의 화살 때문에 생겨난 거짓이라면
넌 어떻게 할 거야?"


"...................거짓..."



조용하면서도 비장하리만치 진지한 소년의 물음을 끝으로 다시 한번 방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


"................."



그러나 이번의 침묵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치즈루가 말을 했다.


"... 만약에 말야..."


".............??"


이번에는 그녀 쪽에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소년이 반대로 그 말을 듣고 있었다.


 


"... 큐피트의 화살로 이루어진 거짓이라면 말야....."


"............................."



소년은 침묵했고, 소녀는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주며 말했다.


"넌.. 그 화살을 다시 빼낼 수 있어?"


"............??"


"...이미 쏘아져서 박혀버린 화살을 다시 뺄 수 있는 거야?... 넌...그 감정을... 다시 취소시킬 수 있는 거냐구!!"


"...........그...그건.."



소년은 설마 이런 대답이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듯 크게 당황하는 표정으로 말을 얼버부렸다.


치즈루는 비장한 표정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소년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의 눈이 소년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그의 시선을 놓쳐버리면 절대로 안 되는 것처럼....


소년은 그녀의 눈빛을 피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거두려 했지만, 이윽고 소녀의 단호한 태도에 밀려
무력한 저항을 포기했다.



"....난..... 그럴 수 없어...."


"...그렇다면... 그렇다면 말야... "


소년이 고개를 떨구며 미약하게 대답하자, 소녀는 흥분해겨워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그렇다면... 지금 이 감정이 진실이야!!!"


"............??"


 


소녀가 말했다.


"사랑에 과정이라는 건 필요없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널 사랑한다는 것! .. "


"......................."


"그것 외에 다른 어떤 게 중요한데... 다른 문제 따위... 신경 쓸 필요조차 없는 일이야..."


"...................."


"... 연애를 하는데 있어서 ... 그 마음을 빼앗는 게 가장 중요한 거야...  어떤 수단을 사용했는지는 중요치 않아....


중요한 것은.. 내가 이미 널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뿐!!... 넌 누군가의 마음을 빼앗아놓고.....


이제 돌이킬 수도 없는 사실 때문에... 사용했던 수단... 작업 멘트나 가식적인 행동 따위가...


그 마음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면....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



"........................"


비장하기까지 한 그녀의 목소리에 일순간 불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소녀의 말이 떨려왔다.


"응...대...답해봐...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


[혹시... 혹시..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사랑하지 않았던 거야?....]



스스로 말을 하면서도 겉잡을 수 없는 불안한 감정 때문에 혼란 섞인 표정을 짓던 그녀는


겨우 참아내었던 눈물을 다시 한번 방류(?)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시금 흐느끼기 시작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면서도 눈을 감지 않고 똑바로 소년을 직시하면서 소녀는 말한다.


".... 다른.... 이유가.. 있는 거니?"


"............................"


 


 


소년은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고, 그에 따라 소녀도 침묵했다.


 


 


 


쪼오옥~!


그리고 어느 순간 불현듯 소년의 기습 키스가 시작되었다.


"으읍!! 으읍!!"


소녀는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한 체 놀라서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소년의 키스는 멈추지 않았다.


"..으읍...으읍.............."


그녀의 신음소리가 천천히 힘을 잃어가기 시작하더니,


"..........................."


급기야 침묵을 맞이했다.



방 안은 다시 한번 침묵을 맞이했지만, 이번의 침묵은 이 전과는 사뭇 달랐다.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상대를 껴안으며 깊은 입맞춤을 나누었다.


그것은 오래도록 지속되었고,



두 사람이 서로 입술을 떼어냈을 때에는 호흡 곤란으로 쓰러질 정도로 얼굴이 붉게 물들린 체로
숨을 드리 내쉬어야 할 상황이 진행되었다.


"하아....하아..."


"하아...하아...."


거친 호흡을 내쉬며 두 사람은 서로의 시선을 절대 피하지 않겠다는 듯 눈을 마주보았다.


 


 


 


 


"... 다시 한번 너에게 말할께..."


소년이 소녀를 보며 말했다.


"....나와... 사귀어 주세요.."


"아!!"


그것은 일주일 전 그녀가 눈 앞의 소년을 처음 만났을 때 소년이 그녀에게 했던 말이었다.


"이번엔... 정말로 ... 당신에게 반해버렸어요..저와 사귀어 주세요.."


"...아...아아...아아아..."


치즈루는 소년의 대답에 감동한 듯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 울었다.


".... 대답해줘... 치즈루..."


소년의 애원 섞인 물음에 치즈루는 눈물을 훔치며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을 침묵하다가


마침내 치즈루는 소년에게 말했다.


 


"...나도.... 다시 한번 너에게 말할께.."


".........??"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라는 듯 소년은 의아한 표정을 내지으며 치즈루의 말에 주목했다.


".......날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해!... 그러면 너와 사귀어 주겠어..."


"......치즈루..."



일주일 전 소년에게서 처음으로 고백을 받았을 때,
그 때 그 자리에서 그녀가 소년에게 했던 대답이었다.


"약속할께... 널 버리지 않겠다고..."


".... 그 말을... 듣고 싶었어....."



치즈루와 소년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격하게 서로를 껴안으며 입맞춤을 나누기 시작했다.


입맞춤은 오래도록.... 오래도록 이어졌다.



방 바닥에는 치즈루의 뺨에서부터 흘러내려온 눈물이 점점 더 크게 고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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