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동침 act 08
페이지 정보
본문
―― 새벽, 깨어나지 않는 마음 ――
아앙, 아앙
여자아이가 울고 있었다.
한 손에는 원숭이 봉제인형을 쥐고,굵은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다.필사적인 노력, 동양인의 피가 섞였다고 뒤에서 멸시하는 사람들.노력은 결실을 맺고 타고난 미모는 빛을 발한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태도.모두가 떠받드는 가운데 태양처럼 빛나는 소녀.
그러나 여자아이는 아직 울고 있었다.진정한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허세로 치장한 가상의 자신을 진짜로 아는 사람들.그런 사람들의 틈에서 여자아이는 계속 울고 있었다.울고있는 여자아이에게 누군가가 손을 내밀었다.상처입은 자존심을 추스리는 자신에게 처음 내밀어진 손길.죽음을 각오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작열의 바다로 뛰어든 그 손길.서로를 매도하고 욕하고 상처입히면서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게 된 사람.엄마 이외에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최초의 타인.그리고 세상 누구보다도 좋아하고 있는 유일한 이성.손의 주인은 어느새 그런 의미로 다가와 있었다.
여자아이는 또 울기 시작했다.
모든 가식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기쁨에,그리고 그 상대 또한 그의 모든 것을 감춤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기쁨에.
소녀는 소년을 본다.
슬플 때, 괴로울 때, 소년은 언제나 그녀의 곁에 있어 준다.
소녀는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신지」
아스카는 눈을 떴다.
눈동자에 눈물이 고여 시야가 흐릿하다.
눈을 강하게 감아 눈물을 흘리고서 다시 검을 뜬다.
시야가 뚜렷해진다.
익숙하지 않는 천정에 조금 놀랐지만 방이 아니라 거실에서 잔 것을 바로 기억해 낸다.(그래, 나 신지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알 수 있다.(나 울고 있었네.
이상한 꿈이었어)
어린 시절의 기억.
엄마를 돌아보게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하지만 엄마는 인형을 자신으로 알고 목을 메었다.홀로 서기 위해 엘리트의 길을 걸었다.하지만 동양인과의 혼혈은 여러 모로 차별을 받았다.그러나 우수한 두뇌가 빛을 발하고찬란한 미모가 활짝 피어나자 모두가 태도를 바꿨다.겉으로는 웃어주었지만 속으로는 멸시하고 있던 어린 시절.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일본행.그 항공모함 위에서 평생의 반려와 만나게 되었다.처음 만났을 때에는 서로 최악의 인상이었고 한동안 싸움만 하고 있었지만.그 최악의 만남은 최고의 인연이 되어 서로를 묶어 주었다.아스카는 옆을 보았다.
신지가 모로 누워서 얼굴을 이쪽으로 향해 자고 있다.
조금 베개가 높기 때문인지, 목이 묘하게 구부러진 것처럼 보인다.(이런 자세로 자면 목이 아플텐데)
그러나 신지는 편하게 숨쉬고 있었다.
신지가 옆에 있다.
아스카는 그것으로 비할데 없는 편안함을 느낀다.(넌 항상 내 옆에 있구나)
아스카는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신지를 향해 뻗은 손에 감각이 없어 움직이지 못하고, 때문에 상체를 일으킬 수 없다.
아스카는 덮고 있는 모포를 치웠다.
둘은 서로 옆으로 누워서 서로를 안고 잠들고 있었다.당연히 둘의 팔은 하나씩 상대방의 몸 아래로 들어가 있다.
아스카의 팔도 신지의 몸 밑에 깔려서 혈액 순환이 나빠져 감각이 없는 것 같다.(신지도 참……)
아스카는 반대편 손으로 신지의 손을 떼어 놓았다.
깔려있던 팔에 피가 돌면서 찌릿거리기 시작한다.「아, 후~우」아스카는 손의 감각이 돌아오기를 기다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창가에서 부드러운 빛이 흘러들어오고 있다.
시계를 본다.(조금 이르지만 벌써 해가 뜰 시간이네)
아스카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이불의 주위에는 벗어 던진 옷이나 타올이 흩어지고 있다.
시트도 흐트러져서 여기저기 벗겨지거나 주름이 지고 있다.
어젯밤의 일이 아스카의 머릿속에 떠오른다.(나, 신지와 해버렸어)
어젯밤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가 되는 즐거움은 어젯밤 처음 알았다.
그리고 거기에 빠져 버렸다.
아스카는 자신의 얼굴이 뜨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신지를 본다.
모포를 치웠을 때, 신지의 몸도 드러나 반신이 보인다.
속옷도 입지 않은 전라.
신지의 나신, 그것을 보았을 때, 아스카는 귓불까지 빨갛게 되어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스카는 신지의 몸을 모포로 숨기고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몸을 본다.
물론 전라다.
그때 허리아래에 타올이 깔려있는 것을 눈치챘다.
그 타올에 커다란 얼룩이 생겨 있었다.
그리고 다리 사이에도 풀같은 흔적들이 붙어서 피부에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
몸에도 땀으로 인한 끈적거림이 남아 있다.
신지와 한 행위의 증명이 자신의 몸 전체에 남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시 얼굴이 화끈거린다.
부끄러움으로 사고가 혼란스럽다.
아스카는 그 감정을 어떻게든 억제하려고 다른 일을 생각한다.(우선 욕실부터)
아스카는 조심스레 일어나서 자기 방에서 갈아 입을 옷을 꺼내 욕실로 향한다.
탈의실에 옷을 놓아둔 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보고 깜짝 놀랬다.
목덜미부터 가슴, 배의 곳곳에 붉은 반점이 생겨 있다.
강하고 빨린 곳에 그 흔적들이 만들어졌다. 그 흔적은 하복부의 성기 바로 위쪽과 허벅지 사이에도 잔뜩 있었다.
게다가 왼쪽 가슴에는 선명한 이빨자국이 있었다.(신지가 키스한 흔적들이야.
이런 곳에도 키스했었네.
가슴을 물었지.
부끄러워……)
가슴을 물렸을 때가 기억나지 않는다.
아스카는 자신의 몸을 안았다.
아스카는 신지가 뒤에서 안아주었을 때 이후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무언가 강한 아픔을 느낀 듯한 기억은 있다.
그 때 물린건가.(나, 신지한테 안겨서 기절을……)
다시 생각하려 해도 부끄러움으로 사고가 빙글빙글 회전하고, 얼굴은 더욱 화끈거림을 알 수 있다.얼굴만이 아니라 전신이 뜨거워졌다.
아스카는 비틀거리며 욕실에 들어가, 욕조의 수도꼭지를 틀어 더운 물을 채웠다.
더운 물이 힘차게 나오며 욕조에 모여간다.
아스카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어젯밤의 일, 신지에 안기고 서로를 원했다.
아직도 몸 안에 신지의 따스함이 남아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시 몸이 뜨거워진다.(아, 더 이상은 안돼!)아스카는 그 생각에서 도망치려는 것처럼, 샤워기에서 뜨거운 물을 틀고 머리부터 뒤집어 썼다.(언제까지 멍해있을거야, 아스카!)머리부터 전신으로 뜨거운 물이 쏟아진다.
그리고 가슴에 생긴 이빨자국에 더운 물이 쏟아지자 살짝 저리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크게 아픈건 아니지만, 아스카는 새삼스럽게 큰 소리를 질러 기분을 바꾸려 한다.「아퍼! 정말이지 신지도 참, 이상한 일은 않기로 약속했는데 깨물다니, 진짜 변태라니까!」몸에 붙은 섹스의 흔적들을 거칠게 닦아낸다.
평소라면 세심하게 씻을 머리카락도 손가락을 세워 난폭하게 감는다.「저녀석, 내가 기절한 사이 이상한 짓을 했을거야! 틀림없어!」아스카는 감정을 분노로 몰아가며 신지를 비난했다.
화내지 않으면 다른 감정으로 흘러갈 것 같아서 무서웠다.「진짜 밝히는 색골 변태라니까!
바보신지!」대충 몸을 닦고, 욕조에 더운 물도 모였으므로 아스카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궜다.
깨물린 가슴이 다시 욱씬거린다.「못살아, 바보신지!」아스카는 더더욱 분노를 일으키기 위해 큰소리를 냈다.「남자는 정말 못 믿어. 완전 짐승이라니까.
시작하면 자기밖에 모른다니까! 내가 기절한 사이 무슨 짓을 한거야! 변태신지!
이렇게 키스마크를 잔뜩 찍어놓고……아! 팔에도! 아! 다리에도!!
이런데까지 만들어 놓으면 아무데도 나갈 수 없잖아!
정말이지, 무슨 생각이야!
바보신지! 이제 두번 다시는……」마음껏 신지의 욕을 하다가 갑자기 정적이 찾아온다.
지금까지 샤워기나 수도꼭지에서 들리던 물소리도 사라지고 적막한 공기가 퍼진다.
들리는 것은 때때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뿐.
그리고 몸도 온수의 기분 좋은 따뜻함에 감싸여 화낸 척하는 마음도 풀리는 것처럼 생각되었다.「바보신지……」분노를 지속시킬 수 없다. 그것은 정말로 화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위를 둘러 본다.
얼룩 한점 없이 깨끗하게 손질된 욕실.
아스카는 아직 가사에 익숙하질 못하니까 요리와 세탁만으로도 큰일이다. 당연히 욕실의 정리와 청소는 신지가 맡고 있다.(진짜, 이런 곳에서 성실하다니까…….
그러고 보면 저번에 수영복 입고 신지와 목욕했었지.
좁아서 욕조에 같이 들어가진 못하는데,
뒤에서 껴안고는 억지로 들어가서는……)
둘이서 욕조에 들어가 함께 느긋함을 즐겼다.
부끄럽지만 즐거운 추억.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반년도 안되는 시간을 공유했지만 가장 큰 존재가 된 신지.
어느새 신지가 있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공기와 같은 존재.
동료.
그런 신지를 남자로 보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신지와의 관계를 확실하게 의식하게 된 것은 키리시마 마나가 오고 나서다.(스파이 때문이야. 그녀석이 와서……)
아스카는 자신처럼 신지와 친하게 지내는 키리시마 마나를 용납할 수 없었다.
키리시마가 신지와 이야기하는, 아니 가까워지는 것 만으로도 아스카의 마음은 거칠어진다.(신지가 다른 여자가 친하게 지내는 건 싫어……)
이유없는 증오가 끓어오른다.
아니, 이유는 알고 있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뿐.
아스카는 문득, 그 감정을 입에 대었다.「나, 질투하고 있었네……」(스파이에게 신지를 뺐기고 싶지 않아서 신지와 잔걸까.
그럴지도 몰라…….
그렇다고 한다면…난, 비겁해…….
하지만, 깨달았어. 신지가 옆에 있으면 안심이 돼.
신지와 같은 곳에 있고 싶어.
신지를 느끼고 싶어.
스파이가 오고서 깨달았어.
내가 신지를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어젯밤부터 몇 번이나 이 기분을 확인했을까.
자기 자신마저 눈치채지 못했던,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다만 깨닿지 못한 척 하고 있었을 뿐이다.(스파이가 오고서……)「스파이, 전직 전략자위대 소년병 키리시마 마나」아스카는 중얼거렸다.(저녀석, 어째서 우리 학교로 온거야.
다른 남자랑 떠났으면 그걸로 끝내라고.
무슨 미련이 남아서 신지한테 접근하는 거야.
같이 도망친 남자가 죽었으면 새출발을 하란 말야.
과거에 매달려서 대체 어쩌자고.
넌 신지를 한 번 외면했잖아.
그때 접근한 것도 이용하려고 한거면서.
카지씨도 그래, 어째서 신지한테 저녀석을 부탁한거야.
신지도 저녀석한테 신경쓰고 있고.
아, 정말 짜증나)
「바보신지, 내가 좋다고 하면서 다른 여자한테 신경쓰지 말란 말야!」(틀림없어. 카지씨가 따로 신지한테 뭐라 한거야.
아니면 아무리 신지라도 내 앞에서 스파이한테 신경쓰진 않을 거라고.
카지씨도 참, 그런 쓸데없는 짓을.
신지도 신지야, 그런데서 성실해서 어쩌자고)
신지를 생각한다.
어딘지 조금 유약한 인상의 신지.
자기 주장이나 의견을 말하길 꺼리고, 그 자리의 분위기에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끔 그 태도가 못마땅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뭐, 어쩔 수 없잖아. 그런 모습이 진짜 신지니까……」(신지는 겉보기에는 너무 약해.
신지는 너무 상냥해.
하지만…그 모든 것이 신지란 말야…….
어째서 그런 녀석을 좋아하게 된걸까.
항상 옆에 있어주었으니까.
언제나 날 보고, 꼭 필요할 때 나타나 주었으니까)
언제나 함께 있어주는 신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 준다.
그 신지가 꼭 껴안아 주었다.
자신을 사랑해 주었다.
서로를 원했다.
서로를 느꼈다.
신지와 알몸으로 얼싸안는 즐거움.
처음으로 안 성의 쾌락.
몸 안쪽에서 끓어오르는 뜨겁고 달콤하고 애절한 감각.
그것을 신지가 채워 준다.
신지와 격렬하게 달라붙고, 페니스에 꿰뚫리며 정액을 받아들이고, 오로지 신지를 원하고, 그를 위해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며 신지를 유혹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신지를 유혹했던 것이다.(나, 엄청난 일을 한거네……)
신지에게 안기는 즐거움.(신지는 남자야……)
섬세하게 보여도 그 몸은 자신과 전혀 달랐다.
단단한 손발, 긴장된 근육.
괴로울 정도로 꼭 안아주는 힘.
어젯밤의 신지는 확실히『남자』였다.
그리고 그 신지가 자신을 격렬히 원하는 것에 저항하지 않고 응했다.(그래, 저항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저항하지 않은거야)도중부터,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불확실하다.
군데군데 기억이 연결되지 않는 곳이 있다.
몇번이나 절정을 맞이한 기억은 있지만, 실제로 그 과정이 가물거린다.(너무 기분 좋아서 기억이 날아가다니…….나, 엄청 음란할지도 몰라)
아스카는 자기 혐오에 빠졌다.(어느정도로 해버린 걸까……)
자신의 다리 사이에 말라붙어 있던 액체. 그것은 신지와 자신의 체액일 것이다.
신지와 몇번이나 얼싸안은 기억은 있다.
어렴풋하게 생각나는 건 신지와 격렬하게 껴안으면서 허덕이고 있던 자신.
비할데 없는 쾌감.
그리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그 순간.(이전에는 아프기만 했는데…….
그렇게나 기분 좋은 일이라니…….
나, 그대로 가득 받아버렸어. 신지의……)
아스카는 하복부에 손을 대었다.(확실히 안전일이지만,
혹시 임신해버릴지도……)
또 얼굴이 뜨거워진다. 이번에는 몸 속까지 뜨거워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몸 안에서 애절함이 느껴진다.
멈출 수 없는 이 감정.
음란하고 요염한 생각이 끓어오른다.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여자의 즐거움을 알아버렸다.
그 유혹으로 끌려가 빠져들 것 같다.
지금까지 없었던 감정에 끌려간다.
신지에게 안기고 싶다.
그리고 신지에게서 즐거움 받고 싶다.신지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
아스카 안의『여자』가 이성을 벗어던지려 한다.「아아! 이제 안돼!!」아스카는 그 음미한 정념에 저항하는 것처럼, 욕조에서 힘있게 뛰어 나와서 샤워기를 조절해 전신에 차가운 물을 덮어쓴다.(정신차려, 아스카!
이제 밤은 끝이야!
그만 돌아와.
일상으로 돌아와.
신지한테 안길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보통으로 있어!)
(계속)
덧글. 이건 번역할 때마다 부러워지는 군요.
추천101 비추천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