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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여승무원, 연인, 여자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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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60 회 작성일 24-01-03 21: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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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고 스쳐 지나갈 수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 준 그 사람...

고마워요.


 

 

 

시계는 새벽 2시가 조금 넘었는데….

신호는 가고 있다.



하지만…
혜미가 계속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뭔가…뭔가..

자꾸만 불안한 예감이 내 머리 속에서 자꾸만 맴돌고 있다.


“쏴아아아아~!!!!”


“우르르릉~!!! 쾅쾅~!!!”


짜증나게시리….!!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날씨까지도 왜 이렇게 지랄같담….

그저 비만 억수같이 쏟아대던 하늘이….

재미가 들린걸까…
심술보가 붙은걸까…

지금은 천둥번개까지 동반하며 지상에 미친듯이 폭우를 쏟아붓고 있었다…




그리고..그리고..

험악한 날씨처럼...
세차게 울리는 천둥소리처럼....

내 마음 속 불안도 점점 커져만 간다....




뭐야…도대체 왜 전화를 안받는거야….


초조하다…
너무나도 초조하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세상 모르고 곯아떨어진 걸까…


제발 그래주기를~!!!


하…하지만…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데….

어떻게 그걸 알 수 있냔 말이야!!!



애가 탄다…

속이 탄다…

온 몸이 초조함과 불안감으로 팽배하다.

근육과 신경이 바짝 곤두서고 있다.


제발…

제발…


꿈 속 세계에 있는거라면….

정말 그런거라면….


어서 의식이라는 항공기에 몸을 실어라.

넌 승무원이잖아.


어서어서 현실의 세계로 빠져나와라…!!


피곤하더라도…

힘들더라도…


창 밖이 시끄럽다 하더라도…

그래서 폰의 벨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래도…그래도…

무조건 깨어나라 혜미야…

무조건 깨어나서 전화를 받아라 혜미야…


이건 명령이야….

명령이란 말이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는 기장이고, 넌 승무원이다.

그러니까 내 말을 들어라.


제발 제발…

전화를 받아라…혜미야…


한마디….

단 한마디라도 좋으니….


전화를 받아서는

뭐라고 단 한마디만이라도
네 목소리를 들려줘 혜미야….



난…난 지금….

너무너무 초조해…

긴장돼…

불안해…

그리고…

두려워…


두려워…혜미야…

너 때문에 두려워 미칠 것만 같아.


꿈 속에서 너를 보았어…

조금 전…
조금 전 깨어나기 바로 직전의 꿈 속에서 너를 보았어…


꿈 속에서 우리는 신혼부부였다…

기뻤어…

즐거웠어…

행복했어…

넌…넌 꿈속에서도 너무너무 귀엽고…사랑스럽고…다정하고…예뻤어…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꿈인줄로만 알았는데….



뭔가 이상했어…

뭔가 불안해졌어…

뭔가…흠칫했어…

뭔가…두려워졌어…


나를 향해 다정하게 흔들어 주고 있던 그 손….

그 손이….마치…

마치 나에게…

안녕이라고 작별을 고하는 것만 같았어….


너는…너는…

네가…오빠 곁에서 아득히 머나먼 저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 같았어…

떠나가는 것 같았어…


마냥 즐겁고 행복한 꿈인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어.

마냥 즐겁고 행복한 꿈이 아니었어…

결코 그런 꿈이 아니었어…


무서운 꿈이었어…

오빠를 두렵게 만드는 꿈이었어….

오빠를 꿈 속에서조차…

너무너무 두려워서….

절규하게 만드는….

답답하게 만드는….

미치도록 만드는….


악몽이었어!!!


제발..제발…

비록 새벽이긴 하지만….


전화를 받아줘 혜미야…

전화를 꼭 받아줘 혜미야…


부탁이다…

부탁이다…

제발 부탁이야…혜미야…!!!



여전히 신호는 가고있지만 전화를 받는 이가 없다…


몸이 계속 떨려온다…

진정이 안된다…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가 없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임재성…


혜미는 전화를 받는다…

틀림없이 받는다…


침착하자 임재성….
침착해 지자…냉정해지자…


그래…그까짓 것~!!!

마음을 편하게 갖자….


되뇌어 본다…

그건 개꿈일 뿐이라고….!!!


혜미를 걱정하는 내 마음 속의 어두운 잔영이 무의식의 세계에서…

나를 놀래켜 주려고 빚어낸…

개꿈일 뿐인 것이라고!!!


그래…꿈은 현실과는 반대다…!!!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보자…

혜미는 받는다…

반드시 받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세는 동안….

반드시 받는다…


안받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다시 신호가 간다…


받아라…

받아라 혜미야….

받아라 혜미야~!!!



숫자를 세어 본다…

침착하게….침착하게…..


하나….

두울….

세엣….

네엣….







“여보세요….”



허헉~~!!!

혜…혜미가….

순간적으로 폰을 쥐고 있는 내 손이 흠칫 했다.

한 순간 마음 속에서 엄청난 전율이 밀려온다..


마침내…

폰의 저 편에서 혜미의 졸리운 듯한 목소리가…

내 귓가로 흘러들어온다!!!



“여보세요…”


졸리운 듯한 목소리다…

지금 막 잠에서 깨어난듯한 목소리다…



혜미야…혜미야…

받아주었구나….

받아주었구나….

마침내 받아주었구나….


내 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도는것만 같다…




아아…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내 손에 장을 지지지 않아도 되는구나, 이젠!!




그래…

잠에서 덜 깬 목소리라도…


지금 이순간…

네 졸리운 한 마디의 목소리가…

오빠에게…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 줄 아니…?



감동이다 감동이야....
이건 정말 감동이야.


네 졸리운 한 마디의 목소리가...

바로 지금 이 순간...

오빠에게 더할 나위 없는 감동을 주고 있단다....



“여보세요…오빠?”


혜미가 조금 전보다는 약간씩 깨어나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어온다….


아참, 그렇지….

벌써 세 마디나 듣고 있는 중이구나…

나도 대답을 해줘야지….


“으…으응…”


내가 대답해도 어처구니 없는 짧고 간단한 대답이 마치 신음소리처럼 내 입에서 튀어나온다.

하지만…하지만….

그 순간 나에겐 그것도 아주 힘들게…간신히 입 밖으로 흘러나온 한마디였다.


순간 눈물이 핑 돈다….

웬지는 모르지만….

안도의 눈물일까….


나는 눈물이 흘러내리려는 눈을 힘있게 감았다.

그리고 좀 더 밝은 목소리로 방금보다 좀 더 명확한 대답을 해주었다.


“나야, 오빠야.”


“오빠…안자고…뭐해?”


저 편에서 내 귓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혜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다소 피곤한 듯 하다.


“으…으응…혜미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아아….이런 솔직한 대답이 있나….


그래 맞아…

혜미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네 목소리….듣지 못하면….
미쳐 버릴 것만 같아서….

네 목소리….듣지 못했다면….
너무너무 두려울 것 같아서….




“혜미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전화했어!”


다시한번 좀 더 강한 액센트로 분명하게 되새겼다.


“…………….”


혜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더니 한마디 내뱉는 혜미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그랬구나…나도 오빠 목소리 듣고 싶었어요.”




조금 전까지의 잠오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전혀 아니었다…


혜미가…깨어난거야??


“응…그리구…천둥번개가 너무 쳐대니까 무서워서리….큭큭…!”


“핏, 다 큰 남자가 그런게 무서워요??”


“우웅…무서워. 나 천둥번개 싫어해. 어릴 때부터 싫어했어. 혜미는 안 무서워?”


“난 이런 날씨 속에서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이란걸 잊으셨나용?”


혜미의 목소리에 장난기가 스며들어있다…


“큭큭…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네…많이 피곤해서 자는데 오빠가 깨워버렸구나??”


“응, 정신없이 곯아떨어져 버렸네…어찌나 피곤한지…전화가 여러 번 오는줄도 몰랐어요…”



“꿈 속에서 네가 나왔더라.”


“후훗…정말요?”


“정말로. 꿈에서 너 봤어.”


“난 아무 꿈도 안꿨는데….혼자서 꿈 꾸니까 잼났어요?”


“그으러엄~!!! 잼났지. 엄청 신나는 꿈이었어…”


“무슨 꿈이었는데??”


“너랑 나랑 신나는 일이 뭐 따로 있겠냐?? 한바탕 격렬하게 하는 꿈이었지 흐흐흐…”


“쿡쿡…!!”


“정말이야!!
둘이서 어찌나 사납게 정신없이 격렬하게 해댔는지 결국 꿈 속에서 침대가 주저앉았어!”


“에이 설마…”


“아, 정말이라니까! 그런데 침대가 내려앉아도 그 상태에서 그대로 끌어안고선
바닥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며 계속 해댔어.”


“………뭡니까 이거? 쿡쿡…”


“역쉬….! 넌 꿈 속에서도 정말 끝내주더구나…다시한번 느꼈다.
넌 그야말로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열혈색녀라는 사실을...
잘 키운 혜미 하나 열퀸카 안부럽다는 사실을…흐흐흐!!”


“쿡쿡쿡쿡….”


“좋댄다…역쉬 색녀…흐이구 이 쌕녀야…그만 좀 밝혀라!!! 흐흣!!”


“……참…역시 오빠는 오빠다…어지간히 심심했던가 보네?…
별 쓸데 없는 소리 다 하려고 피곤해서 곤히 자는 사람 깨운거야..??
참…오빠 답다 역시…쿡쿡쿡!!”


“헐~~별 쓸데없는 소리 들으면서 좋아서 죽을려고 한게 누군데…흐흐흣…”




아아…이젠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았구나…


정말 혜미 말 그대로 별 쓰잘데기 없는 소리 오가고 있어도….
이런 별 쓰잘데기 없는 소리 하고 있는 이 순간이 즐겁다…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지하게 혜미에게 말을 건넸다….


“혜미야….”


“응?”


“혜미야….빨아 줘….”


“…………………..”


“푸키키키키킥~!!!!”


“…………………..”


“왜? 흥분돼??”


“………그만 잠이나 주무시지…”


헐~~이것이 어디서 감히 오빠에게….


“왜? 기왕 깨어난 것 이대로 잠들 순 없잖아? 우리 폰섹 한번 하자.”


“………………..그런 것도 해요?”


“그으럼~!!! 잘해. 폰섹 한번 할래?”


“내일 회사 안가요?”


“폰섹하고 갈 수 있어, 염려마. 하자.”


“다른 사람이랑 하세요.”


“다른 사람 없어, 그래서 너한테 전화 한거야. 오빠가 가르쳐 줄게.”


“……….빨리 잠이나 주무시지…”


“우웅~~~뭐가 어때서 좋잖아…하자….응? 하자…오빠가 달아오르게 해줄게….!!”


“혼자서 꿈이나 꾸면서 달아오르던지 말던지…난 잘래요…안농~!”


혜미의 목소리가 상당히 삐쳐있지만,
큭큭…난 너 놀려먹는게 세상에서 젤루 재미있다.


짖궂어도 할 수 없다….

너만 보면 장난치고 싶어져…


하지만…하지만….


“혜미야.”


“응.”


“사랑해….”



“………..”



“사랑해…사랑해 혜미야….
사실은…사실은 이 말을 들려주고 싶었어…
보고 싶다…자고 있는데도 너무 보고 싶어서…
같이 자고 싶다…같이 있고 싶다…
같이 자고 아침에 같이 눈을 뜨고….
그래서…비도 그치고 어느 새 햇살이 우리한테로 비추어오고….
그래서 잠에서 깨어난 네 얼굴 마주 보면서…네 눈을 보고 싶어….”




혜미가 아무 말이 없다….

잠시 후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 속으로 흘러들어온다.




“나도….
사랑해요 오빠…
나도…그랬으면 좋겠어요…
…………………
사랑합니다…당신.”



아아…! 아아~~!!

순간 온 몸에 솟구치는 희열!!!


행복하다….

포근하다….

웃음이 나온다….



악몽을 꾸길 정말 잘했구나~!!!

…..하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역시….
역쉬….꿈은 반대다.


“그래…정말 사랑해요…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소중한 우리 혜미…^^
그래…지금 이 순간…
이것으로 다 이루었도다 큭큭큭…..
할 말 다했다.
됐어, 오늘은 여기까지!!
이걸로 오늘은 여기에서 일단 스톱~!!!
내일 다시 이 다음을 이어서 하자 큭큭~!!! OK??”


“흠헤헷…OK!^^”


“그래…사랑한다…잘자요, 우리 혜미^^”


“오빠도 잘 자요..”


혜미가 전화를 끊는다…


후후훗…사랑스러운 것….

뜻하지 않게 이 새벽에....
이런…기분 좋은 일이…

이 지랄같은 험상궂은 날씨 속에서도 이런 유쾌한 일이...


이럴려고….

이럴려고….

일부러 꿈 속에 나타나 나를 놀라게 했던거구나….


그래 좋다!

몇 번이고 나타나라!!

얼마든지 받아줄 테니!!!


그리고...그리고....

다음엔 정말로 폰섹도 한번 해보자꾸나~~!!!


오빠가 확실히 달아오르도록 최선의 서비스로 봉사할 테니..
확실히 젖어들도록 해줄테니~~!ㅋㅋㅋ



마음이 편안하다…

비바람이 내리고 불고…

천둥번개가 울리고 번쩍여도…


이젠 나를 위해 울려퍼지는 축가로밖에는 여겨지지 않는다.



이제 나는 기분 좋게 꿈 속으로 들어가련다~!!!


혜미야…잠시만 기다려라…

오빠가 다시 꿈 속으로 들어가서 너랑 만난다….


이번 꿈 속 타임에선…

이제 서로 손은 그만 흔들고....


아까 내가 엉겁결에 너한테 구라쳤던…

정말로 한바탕 침대가 내려앉는 꿈으로 꿔보자꾸나 흐흐흐…


잠시만 기다려라…

아주 잠시만...


한발 먼저 꿈 속으로 들어가....

목욕제계하고 꽃단장한채로 그렇게 오빠를 기다리고 있거라.



한바탕 격렬하게 하자!!ㅋ


오빠가 곧 갈테니...예쁜아...후후훗...!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

오랜 시간...강바닥을 헤매는 고통보다는
손에 쥔 한줌 사금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리고...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자신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으면 돼.

자신만 갖고 싶은 것을 살 수 있으면 돼.  

하지만 사람을 좋아한다는건 자신보다도 상대방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만약 먹을 것이 조금 밖에 없으면 나는 내 몫을 아키에게 주고 싶어.

가진 돈이 적다면 나보다 아키가 원하는 것을 사고 싶어.

아키가 맛있다고 생각하면 내 배가 부르고,
아키한테 기쁜 일은 나의 기쁜 일이야.

그게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야.

그 이상 소중한 것이 달리 뭐가 있다고 생각해?

나는 떠오르지 않아.

자신의 안에서 사람을 좋아하는 능력을 발견한 인간은
노벨상을 받은 어떤 발견보다도 소중한 발견을 했다고 생각해.

그걸 깨닫지 않으면, 깨달으려고 하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하는 편이 나아.

혹성에든 뭐든 충돌해서 빨리 사라져 버리는 편이 낫다고."


-카타야마 교이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내 머리 속에서 자꾸만 얼마 전에 잠시 훑어봤던 책의 구절이 맴돌고 있다.

참 좋은 말을 했군…이 사람은...

...................


그런데 어째서 인류는 저런 말을 한 사람에게 여태껏 노벨상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일까...

그게 누구나 알고있고 행하고 있는 너무나도 단순한 진리여서...
그저 평범하고 하찮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

아니야...!!

정말로 그렇다면...
그건 그 인류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거야...

가슴은 늘 머리보다 더디지만...
그래도 가슴은 언제나 머리보다 앞서는 거라고 생각한다...

후훗...!!

나도 모르게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있는 얼굴의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그래...

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보다 오히려 혜미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어젯 밤…혜미가 짬뽕라면을 맛있게 먹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얼마나 즐거웠던가...

혜미가 무엇인가를 맛있게 먹는 그 흔하디 흔한 모습을 지켜보는 그 순간...

내 머리 속과 온 몸에는 오로지 즐거움의 감정만이 온통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래...

혜미가 맛있다고 생각하면 내 배가 부르고,
혜미한테 기쁜 일은 나의 기쁜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언제부터인가
혜미가 내 마음 속을 꽉 채우고 있다....

그리고 내 마음 속을 꽉 채우고 있는 혜미는...

내 마음 속을 설레임과 행복감으로 가득 채워주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능력...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


나도 발견한걸까?

나도 마침내 발견한 것일까...


아니야...

원래부터 나도 갖고 있었어...


하지만...지금까지는...

마음 속 깊은 어딘가에 그 감정을 꼭꼭 숨겨놓고 있었을 뿐이야...


용기가 없어서...
용기가 나질 않아서...

하지만 용기를 내어...
그것을 용기있게 끄집어 낼 수 있도록 해 준 사람은...

혜미...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래,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거야..그건...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달리 무엇이 있는지...


지금 이 순간...

내 머리 속에서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 것도...


그래, 맞아...

참으로 말하건대...


사랑이 있어서 세상은 아름답다...

사랑이 있어서 세상은 아름답다...


그 단순하고 간단하면서도...
소중한 의미를 깨닫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남아있는 한...

지구는 혹성에 부딪히지 않는다...

인류는 멸망하지 않는다...


혹시 먼 훗날의 어느 순간 재수없이 지구가 혹성에 부딪히더라도...

그래서 인류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그래도 그것은 결코 인류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아름답고 소중한 깨달음의 의미는...

인류가 우주 속에서 자취를 감춘 후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 어딘가에 영원히 남아 흐르며...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결코 사라지지 않은 채로...

거대한 우주를 더욱 더 아름답게 밝혀 줄 것이다...


잠이 온다...

자자...
자자...

..................


혜미의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고마워 혜미야...


네 덕분에...

네가 오빠 곁에 있어 주어서...

잠 드는 순간까지도...웃을 수 있어...후훗...

날 이렇게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준...

네가 소중하다...


고마워 혜미야...

정말로 고마워...


너는...오빠의 우주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모두가 잠든 새벽일텐데...
바깥은 정말 소란스럽구나...

하지만 내 마음은...
너무나 평온하다...

이 새벽을 이토록 들뜨게 만들어 준 사람은...

재성오빠...

듣고 싶어하던 재성오빠의 목소리...


혹시 피곤할까봐...
듣지 않고 잠들었는데...

재성오빠의 목소리가...
다시 나를 깨웠어...

나를 설레이게 만들어 주었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어...

나를 뒤척이게 만들어 주었어...


나한테…또다시 사랑한다고 말해주었어...


사랑해...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당신...


후훗...

자꾸만 웃음이 나와...

마음이 두근거려...

아아...내가 왜 이럴까...


하지만...
결코 싫지 않아...


너무 좋아...

너무 좋아서...미칠 것만 같아...


곁에 없는데도...

이 두근거림을 들킬까봐...


부끄러워...

쑥스러워...


재성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아...!

그만 그만, 조혜미...

이제 그만하고 다시 잠들어야지...


새벽에 이게 뭐하는 거람...

에휴...냉수 마시고 속이나 차려야겠다...





혜미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지으며...

싱숭생숭...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혼자서 어쩔 줄 몰라하며...

몸을 뒤척이며 누워있던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문을 살며시 열고선...
계단을 따라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새벽이지만...막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발걸음이 가볍다...
상쾌하다.


혜미는 거실 한켠을 바라보았다.

아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지러이 놓여져있는 술병들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 많이 드신거 아닐까...어쩌시려고...

날이 밝으면 모두 깨끗이 치워야겠구나...


혜미의 마음 한켠이 웬지 모르게 쓰라려 온다...


혜미는 주방으로 향했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오렌지주스가 눈에 들어온다...

주스를 마실까…...

그랬다간 오히려 목이 더 마르지나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얼려놓은 보리차를 꺼냈다.


그리고 컵에 한 잔을 따뤄 입에 넣었다.


아아...시원하다...!

정말 순식간에 속을 차릴 수 있을만큼 시원하구나...!



혜미는 만족감에 웃음 지으며 고개를 돌리며 돌아섰다.


“헉!”


혜미는 순간 놀라 자신도 모르게 짧고 다급한 외마디 탄성을 입에서 토해냈다.


아빠가 혜미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바짝 가까이 다가서 있는건 결코 아니었지만...

입에서 풍기는 지독하고 불쾌한 술의 악취가 혜미에게까지 사납게 풍겨왔다.

그리고...얼굴빛은 창백하고 잔뜩 굳어있다.

번개가 치며 번쩍번쩍 하는 가운데 서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그 얼굴...

그 얼굴이...

흡사 관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시체의 그것처럼 을씨년스럽고 흉측하게 비쳐졌다.



혜미는 자신도 모르게 바짝 긴장하고 있는 자신의 몸을 느끼며...뒤로 한발자국 물러섰다.


“아...아빠...아직 안주무셨어요??”


혜미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성태는...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혜미를 사나운 눈으로 노려보고만 있었다.


아냐아냐...


그 눈빛은 사나운 눈빛만은 아니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단순히 사나운 것만이 아닌...

뭔가...뭔가 복잡한 감정들로 가득찬...

묘한 눈빛...


그 눈빛이...떨고있는...흠칫하고 있는 혜미의 눈 속에서...어지럽게 흔들리고 있다.


혜미는 본능적으로...

어서 이 자리를...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모..목이 말라서요...아빠...올라갈께요...어서 주무세요...”


대꾸를 하지 않는 성태의 곁을 스쳐지나며,
혜미는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혜미가 비명을 지르며 몸이 뒤로 끌려가더니 바닥에 철퍼덕!! 하고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성태가 사납고 힘쎈 손길로 뒤에서 혜미의 머리채를 움켜쥐고선 뒤로 잡아당기며
힘껏 땅에 내팽겨쳤던 것이다!!



혜미는 바닥에 쓰러진 채, 황급히 고개를 올려 성태를 바라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있는...
혜미의 공포에 질린 눈 속에...


사나운 천둥소리...

번쩍이는 번갯불의 조명 아래서...


성태가 씩씩!!! 거리는 천둥소리보다 더 거친 호흡소리를 풍기며...


번갯불보다 오히려 더 번쩍거리는 사나운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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