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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번역]School after School (lesson.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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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40 회 작성일 24-01-03 20: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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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를 하고 난 뒤, 나는 온 몸에 기운이 빠져서 나루카와에게 체중을 맡겼다.
무거울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좀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간신히 몸을 옆으로 틀어서 나루카와와 마주보듯이 누워 위를 바라보았다.
나루카와가, 후-아 하며 한숨을 쉬었다.

 

"해버렸습니다……섹스……."

 

그렇게 만족한 듯한 목소리로, 나루카와가 말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라요……굉장히 아팠는데도……기분 좋았어요……."

 

나에게 말한 것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말을, 천장을 바라보던 나루카와가 말하고 있었다.

 

"나루카와는……."

 

그런 나루카와에게, 나는 무심코 말을 꺼냈다.

 

"네?"

 

"아니, 그게……."

 

"이야기를 시작하셧으면 제대로 말해주세요!"

 

평상시의 말투에서 돌변한 나루카와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추궁하는 듯한 그녀의 말에, 나는 각오를 다지고 말한다.

 

"그렇게 듣고싶다면……말해줄게……나루카와는 음란해."

 

"역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아."

 

나루카와는, 왠지모르게 질질 끄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뜻밖의 반응이다.

 

"그,그렇지만……선배님도, 음란한 분입니다!"

 

나루카와가 몸을 일으키면서 이상한 표현으로 항의했다.

 

"그렇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살며시 웃었다.
그리고 문득- 나루카와가 그 때 왜 그런 식으로 웃기 시작했었는지 알 듯한 생각이 들었다.
나루카와는 내가 자신과 똑같이 굉장히 흥분했던 것을 알고는 안심했던 것이다.
이 녀석은 이 녀석 나름대로 자신의 성격을 신경쓰고 있는 것인가……?
왠지모르게 이상한 것에 감탄을 해버렸다.

 

"……선배님."

 

나루카와가 나의 얼굴을 위로부터 바라보며 말했다.

 

"……선배님도 기분 좋으셨습니까?"

 

"……응."

 

나는 기분이 좋냐고 물어보는 나루카와의 말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헤에, 좋았습니까아."

 

나루카와가 기쁜듯이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저만 기분좋으면, 불공평하니까요."

 

"……."

 

"그럼 두번째는, 좀 더 기분 좋을까요?"

 

이제 와서 할 말은 아니지만, 이 소녀는, 정말로 이상한 소녀다.

 

"그렇겠지."

 

나루카와의 독기가 품어진 말에, 나는 그런식으로 대답해버렸다.

 

"그럼, 그……머지않아, 또 할 수 있을까요?"

 

"……."

 

나루카와의 말에 놀란 나는, 입을 다물고 아래에서 나루카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루카와는 굉장히 순진한 얼굴을 하고있다.

 

"그 말은…… 사귀자는 말이야?"

 

우선 그렇게 물어보았다.

 

"에엣, 틀립니다. 그런 말이 아니에요."

 

나루카와가 손을 흔들며 그렇게 말했다.

 

"음……그럼 남자친구가 있는거야?"

 

나는 나루카와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제 말은 그런게 아니에요. 남자친구라든지 연인이라든지 하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쩐지 곤란하지 않습니까."

 

"그, 그래?"

 

"게다가 우린 아직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나루카와의 말은 당연히 맞지만, 왠지 아주 대단한 모순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니까, 남자친구라든지 연인이라든지 하는 말들과는 상관없이, 순수하게 또 섹스를
하지 않겠습니까? 라는 말입니다."

 

"……."

 

역시, 이 소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그리고 결국 나는 나루카와의 말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들은, 호텔을 나온 뒤, 서로의 클래스도 제대로 모르는 채 호텔의 앞에서 헤어졌던 것이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먹구름이 잔뜩 낀 주말. 나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며 빈둥거리고 있었다.
회색의 구름을 바라보면서 빈둥거리고 있는 동안 토,일요일은 지나 있었다.
왠지모르게 묘하게 나른하다.
요즘에는 아무것도 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기분이 찝찝했다. 마치 비를 흠뻑 맞은듯이 축축하게
젖은 기분이었다.
누나가 결혼하고 나서부터 이 상태는 계속되고 있었다.
(누나…….)
어느 공원의 벤치에 앉아,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나의 뇌리에 누나의 아름다운 얼굴과--나루카와의 티없이 웃는 얼굴이 동시에 떠올랐고,
잠시 뒤에 사라졌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번주의 월요일은 아침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격렬한 비가 바람의 영향을 받아 거세게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HR시간이 끝나자, 같은 반 친구들은 더욱 더 격렬해진 비때문인지, 왠지 평소보다 조금 더 까불며
떠들고 있는 것 같았다.
운동부의 사람들도, 오늘은 대부분이 지금 귀가하는 것 같다.
나는 어떤가 말하면, 문예부의 유령부원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원래 문예부 자체가 거의 매일
쉬는 상태이므로, 귀가부라고 봐야한다.
일단 읽고 싶은 책은 점심시간에 도서실에서 빌렸으니까.. 오늘은 빨리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의자에서 일어났을 때--.

 

"히사짱~"

 

같은 반 친구중의 한 명이 문쪽에서 나를 불렀다.

 

"손님이야."

 

"응?"

 

한순간, 나루카와일까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키가 큰, 그리고 어딘가 차가운 느낌의, 장발을 뒤로 넘겨 묶은 남학생.
그 사람은-- 하야시도우상 이었다.

 

"잠깐, 전의 일로 할 말이 있는데, 괜찮을까?"

 

하야시도우상은 마치 전부터 알던 사람같이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저,전의일 이라면……"

 

나는 잠깐 초조해 하면서 말했다.
설마 그런 가는 틈새로부터 얼굴을 볼 수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니, 만약 봤다고 할지라도
한순간 쳐다 본 것만으로는 얼굴을 기억 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만약에 얼굴을 기억할 수 있었다고 해도, 나에게 찾아오는 것이 너무 빠르다.

 

"네가 금요일에 반환한 책에 대해서야. 『호두안의 세계』였었지? 아마."

 

"……!"

 

그런가. 그 책 때문이었나.
사서선생님의 책상에 두고 온 그 책의 도서카드 맨 밑에는, 나의 클래스와 이름이 쓰여져 있다.
아니 그렇다고 쳐도, 보통 그것만으로도 짐작 할 수 있는 것일까……?

 

"이야기라면…… 무슨 이야기를 말하시는 거죠……?"

 

"잠깐만. 여기서 말하기에는 거북하니까, 잠시 시간 괜찮을까?"

 

하야시도우상의 목소리는 온화했지만, 그의 눈에는 기묘하게 날카로운 빛이 어려있었다.
왠지 모르게 거절하기 힘들다. 비밀스런 장면을 엿보앗기 때문에 꺼림직한 면도 있다.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대답을 했다.
아마……아니, 십중팔구는 그 일의 입막음일 것이다. 뭐 별로 퍼뜨릴 생각은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하야시도우상을 따라갔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학교 건물의 구석에 있는 열린교실에 들어가고 나서, 하야시도우상은 천천히 뒤돌아 보았다.
물론 안에는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다. 두명뿐이다.
커튼이 닫혀있는 탓에, 몹시 어두웠다.

 

"네가, 쿠로스 카즈히사군인가?"

 

하야시도우상이 그렇게 재차 물어온다. 이제 연극을 할 필요가 없다, 라고 말하려는 듯한 태도다.

 

"선배님은요?"

 

고개를 끄덕여 수긍해주고 나서, 물어본 것을 되돌려 준다.

 

"하야시도우시지."

 

하야시도우상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용무는 뭐지요?"

 

"입막음을 하러 왔다. 네가 마지막이다."

 

"입막음?"

 

"시치미를 떼도 좋다. 다만, 너는 우리들의 비밀을 봤잖아."

 

"그 일이라면--."

 

괜찮아요. 라고 말하려던 나는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말하려는 것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나와 하야시도우상은 초면이다.
믿어주었으면 해도, 믿을 수 있는 그 밑바탕조차 없는 것이다.
하야시도우상은, 그것 때문에 초조한 느낌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뜻 보기엔 그렇게 안보이는데……그렇지만 표정이 너무 진지하다.
우리들이 악의를 가지고 둘의 행위를 엿보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조금도 변명 할 수가 없다. 나루카와는 아마도 확신범이었던 것 같았으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믿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입을 열어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을 억제하듯이, 하야시도우상은 내가 생각치 못한 것을 말했다.

 

"그렇지만 나도 너의 비밀을 알고 있다면 어쩔래?"

 

"네?"

 

나는 갑자기 한기가 들어 몸을 움찔거렸다.

 

"무슨 말입니까?"

 

나루카와와의 일인가?
하야시도우상은 조금 전 이상한 것을 말했다. 네가 마지막이라고.
설마, 나루카와가 나와 한 것을 말해 버린 것인가……?
전혀 벌어질 수 없는 일은 아니다. 라고 생각될 정도의 위태로움이, 그 소녀에게는 있다.

 

"……."

 

하야시도우상은 오른손으로 입가를 가리면서, 초조한듯이 입을 다물고 있다.
역시, 나루카와와의 일인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잠깐, 설마--
설마 그 일은 아니겠지--?

 

"우리들이 하고 있던 일은, 확실히 칭찬할만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너의 경우는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하야시도우상은, 길게 째진 눈초리에, 뭔가 뒤숭숭한 빛을 띄운다.
그 말은 왠지, 칼날같이 날카롭다.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는걸요?"

 

"꺼림직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예."

 

어쨌든, 여기에선 시치미를 뗄 수 밖에 없다.

 

"다행이구나, 너는."

 

킥, 하며 선배가 조롱하듯이 말했다.

 

"……."

 

"축하할만한 일이라고 말해주는 편이 좋을까? 자신이 한 일의 결과. 자신이 저지른 일의 의미.
그런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건가?"

 

왠지모르게 딱하구나 라는듯한 소리가 들리는것 같아서,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었다.

 

"세상이 금지하고 있는 일이라 따지는 것이 아니다. 너의 마음에 묻고 있어."

 

"……."

 

역시 누나와의 일을 말하는 것인가?
설마, 그럴리가 없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최악이다.
나쁜 생각이 천천히 마음 속에 퍼져 간다.
어쨌든 이 인간은, 그 책만으로도 나를 확실하게 지목한 사람이다. 토,일요일의 사이에
어떻게 우리에 대해서 찾았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야시도우상이 다시 입을 연다.

 

"시시한, 한때의 감정이나 기분에 휩쓸려서 한 일이라고 해도……"

 

"아니야! 당신이 대체 나에 대해 뭘 알기에 그런 말을 하는거야!?"

 

나는 무심코 그렇게 소리치면서, 책상을 손바닥으로 쾅쾅 내리치고 있었다.
하야시도우상은, 안색하나 바꾸지 않는다. 단지, 업신여기는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는 왠지모르게 나의 누나까지 그의 눈에 보여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뭘 알까라니? 버릇없이 굴지 마라. 나는 너에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또한 알려고 할 생각도 없다."

 

"이익, 당신은 모른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 당신들과는 달라!"

 

그렇다. 다르다. 나와 누나는, 다르다.
이 사람들과 같이, 단지 쾌락만을 위해서, 서로를 요구한게 아니다.

 

"어떻게 다르다는 것이지? 우리들과……"

 

"뭘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우리는……나는, 어중간한 기분이 아니었다.
당신은 웃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필사적이었다."

 

그렇다. 필사적으로 누나를 사랑했다.
이것은, 누구에게도 부끄러워할 생각이 없다.

 

"과거형이군."

 

갑자기 하야시도우상이 오싹한 느낌이 드는 차가운 말을, 나의 가슴의 틈새로 찔러넣었다.

 

"뭐……?"

 

"이제 과거의 이야기군, 이라고 말했어."

 

"그것은……그렇지만 나는……."

 

"도덕에 어긋나는 관계는 벌써 청산했다.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

하야시도우상이 입가를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운다.


 

"그런 말이 아니야!"

 

무엇인가 안다는듯한 얼굴로 말하는 이 사람의 말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진다.

 

"청산이라든지, 그런것이 아니야……나는……."

 

"버려진 것 조차, 정당화 하려는 건가?"

 

시야 안쪽이 분노로 붉게 물들었다. 하야시도우상은 즐거운듯이 히쭉 웃었다.

 

"컥!"

 

나는 무의식가운데, 하야시도우상의 뺨을 오른손으로 후려갈기고 있었다.
하야시도우상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넘어져, 책상과 의자가 덜커덩덜커덩 거리며 큰 소리를
내면서 구른다.

 

"누나는 나를 버리지않았다!"

 

넘어진 하야시도우상에게 외치듯이 말했다.
하야시도우상은, 움직이지 않는다.

 

"……."

 

하야시도우상이 움직이지 않자, 조금 걱정이 되었다.
분노가 모두 풀린 것은 아니지만, 뭐라고 말해야할까……그 펀치는 너무나 강한듯 했다.
이빨정도는, 흔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원래 나는 이런식으로 힘껏 사람을 때린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쳤을때, 어느 정도의 데미지를 이 사람에게 주었는지, 전혀 모르겠다.
넘어졌을 때, 어디엔가 머리를 부딛쳐 버렸을지도 모른다.
아직 하야시도우상은 움직이지 않았다.
쌩하니 아주 조용해진 열린교실 안에서, 불안이 천천히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뒤, 하야시도우상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 얼굴은, 조금 전까지의 인상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참혹한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파서 짓는 표정은 아니다. 마음 속 깊이서부터, 나를 동정하고 싶어하는, 그런 표정이다.

 

"괜찮……"

 

"미안하다."

 

나의 말을 끊으며, 하야시도우상은 정말로 미안한듯이 말했다.
이 사람이, 이런 식으로 다른사람에게 사과하는 일이 있을까, 라고 생각될 정도의 솔직함으로.

 

"정말로 미안하다. 나도 조금 여유가 없었다. 미즈호가 퇴학이라도 된다면, 내 책임이니까.
내가 나빴다."

 

"아……네."

 

맞은 하야시도우상이 갈라진 입술사이로 피를 흘리면서도, 정작 때린 나는 재껴놓은 채 사과했고,
나는 얼떨결에 수긍했다.

 

"네가 비밀을 지켜주면, 나도 당연히 너의 비밀을 지킬 것이다."

 

"그……."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확실히 조금 전의 하야시도우상은 조금 심상치 않았지만, 이렇게 나의 신경을 자극하지 않아도
이야기는 할 수 있었을텐데. 왜 일부러 나를 화나게 했지…….

 

"아!"

 

나는 무심코 소리를 내어버렸다.

 

"호, 혹시, 선배님"

 

"응?"

 

책상과 의자들을 제자리로 옮기면서, 하야시도우상이 머리를 돌리며 대답했다.

 

"혹시, 선배님 사실은 아무것도 몰랐던 것인지……?"

 

"맞아."

 

당연하다는 듯이 선배가 말했다.
즉, 지금까지 선배가 했던 말들은, 전부 유도심문이었다는 건가?

 

"이럴 경우엔, 대등한 입장에 서는것이 중요해서 그랬어. 하지만 지금은 너무 했다고 반성하고 있다.
그것만은 나도 필사적이었다고 생각해 줘, 변명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어떻게……어떻게……."

 

"설명을 듣고 싶은가?"

 

나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버렸다.

 

"우선 사서실에 놓여져 있던 책의 도서카드에 이름이 써져 있었기 때문에 대강의 사정은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직접 너와 이야기를 해서 말의 이모저모를 들으며 추측했을 뿐. 운이 조금 따라준듯 싶다.
내가 여러가지 자극적인 말을 하니까 심하게 반응하길래, 비밀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뭐, 누구나 다른사람에게 알려지고 싶지 않은 비밀 정도는 있으니까."

 

"……."

 

"『저희』라든지, 『당신들과는 다르다』라는 말로, 우리와 비슷한 관계일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게다가, 그렇게 동요한다고 하는것은, 그 관계 자체가 허락되지 않은 것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우리들과 공범 의식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는것은, 비밀의 내용이 SM과 같은
행위의 형태가 아니라 관계의 형태에 의하는 것이라고 추리할 수 있었다."

 

하야시도우상은 나를 안심시키듯이 온화한 어조로 설명했다.

 

"그래서 『청산』같은 말을 사용했다. 악의는 없었다. 나는 너와 너의 누나와의 관계를 꾸짖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너에게 있어서는 넉살스러운 이야기겠지만, 이것만은 믿어줬으면 좋겠다."

 

선배의 설명을 들은 나는 깜짝 놀랐다.
벌써 한번 선배에게 강펀치를 날려버렸는데……
때리더라도 침착하게 설명을 들은 뒤에 때렸어야 했는데…… 

 

"나루카와에게도 이런 심한짓을 했습니까?"

 

"헤에, 너와 같이 있었던 사람은 나루카와라는 아이인가."

 

그렇게 말하는 선배에게, 나는 무심고 눈을 보며 말한다.

 

"조, 조금전에 『네가 마지막』이라고 한 말은……."

 

"그 말? 떠본 게 당연하잖아."

 

하야시도우상은 아주 당연한듯이 말했다.
나는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 근처에 있는 의자에 주저앉아버렸다.

 

"발자국소리로 또 한사람, 아마도 여자가 있었다고 생각했어. 확증은 없었지만."

 

"……."

 

나는 이제, 말 할 기력조차 없어졌다. 이 사람에게 유도심문을 당해서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제일 중요한 비밀이 밝혀졌고, 나중에는 벌거숭이가 되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동화에 나오는 마술사같았다.
어쨌든 이제, 이 사람에게는 나와 같이 있을 이유가 없게 되었다.

 

"그 아이에게도 입막음을 해야하는 것일까."

 

"그만두세요. 제가 알아서 할테니."

 

"알았어, 부탁하지."

 

그렇게 부탁받아 버렸다.
왠지모르게 나는 나를 협박해오는 이 사람의 말을 들어줘야 앞으로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면서, 나는 한숨을 쉬었다.

 


 


2화의 뒷부분입니다. H씬은 없네욤..그래도 개인적으로 하야시도우와의 대화부분은 재밌네요..
하야시도우 탐정해도 될듯..
3화의 내용도 조금 긴 듯해서 반씩 올릴 생각이구요, 4화 5화는 잘하면 한번에 올릴수 있을듯
하기도 하구요,6화인가 7화는 둘중 하나가 용량이 쫌 많아서 반씩 올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냥 통채로 올릴 수 있을듯 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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