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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여승무원, 연인, 여자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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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18 회 작성일 24-01-03 19: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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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그냥 싫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처음인데도 계속 이야기하고 싶었고
처음인데도 더 오래있고 싶었던 사람...

자꾸 쳐다보고 싶었고, 더 같이 걷고 싶었던
계속 알고 지내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었어요.

 

 

 

 

“메롱메롱메롱~~^^*”

피식....! 이게 뭐람....


문자를 확인한 혜미의 입가에 살짝 웃음이 비친다.

칵트를 끌고 비행을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또 다시 문자가 연이어 들어온다.


“오늘 길 가다가 데쓰노트를 주웠어.
혹시 잃어버릴까봐 노트에 혜미 이름을 적어놨다.
참 기분 좋더라ㅋㅋㅋ”


큭큭....! 데쓰노트에 이름이 적혔다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공항에 내려 브리핑에 참가하러 들어가는 걸음을 서둘렀다.



언제나 날 기분좋게 해주는 이 사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은 여럿 있다.

동기들....팀 동료 언니 동생....


하지만 정말로 지금까지 날 가장 행복하게 따뜻하게 감싸 준 사람은.....
엄마 빼곤 두 사람.....?



한 사람은....지금 이 사람....

임. 재. 성.



오빠...!


나직이 속삭여 보는 혜미였다.


임.재.성....

한글자 한글자 이름을 불러본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슬며시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이 설레인다.

수줍어하는 얼굴에 홍조를 살며시 띄는 혜미의 얼굴....



또 한 사람은....

어린 시절의 장발쟝 아저씨....



장발쟝 아저씨....!!!



포근한 얼굴, 친숙함이 느껴지던 상냥한 아저씨의 얼굴....


아저씨의 이름은 아직도 모른다.

아저씨가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저씨는....

이상스레 혜미의 기억 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집 앞 놀이터에서 어린 혜미는 책을 읽고 있었다.

혜미는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다.


물론 친구들과도 곧잘 뛰어놀며 잘 놀곤 했다.

성격이 활발하고 상냥해서 동네 아주머니들도 귀여워 하시곤 했다.


감수성이 풍부한 혜미는 책을 읽을 때 무척 행복했다.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도 책을 잡으면 지루한 줄을 몰랐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아동용 “레미제라블”이었다.


어린 코제트가 남의 집에서 천대 받으면서 고생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파왔다.

어서 빨리 코제트의 엄마가 죽으면서 딸을 찾아달라고 부탁한 유언을 마음씨 좋은
장발쟝 아저씨가 실천해 주기만을 바라는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


언제쯤....장발쟝이 나타난담....


청소하다가 몰래 주인집 딸의 인형을 껴안아보다가 들켜서 야단을 맞는 코제트가 가엾었다.


“휴우....!”


혜미는 한숨을 내쉬면서 책을 잠시 덮었다.


타고 있던 그네를 슬며시 움직여 본다.

기분전환이 필요해....


그 때, 앉아있는 그네가 앞뒤로 좀 더 강한 힘으로 움직여진다.

혜미가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어떤 인상 좋은 아저씨가 그네줄을 잡고서
살며시 밀었다 당겼다 해주고 있다.


낯선 아저씨의 모습에 다소 두렵긴 했지만, 원래 상냥한 혜미는 이내 진정하고
아저씨의 얼굴을 의아한 빛을 띈 채로 바라보았다.


좋은 인상이었다.

어린 혜미의 눈에도 아저씨가 착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얼굴은 다소 초췌했다. 피부도 많이 그을려서 다소 새카맣다.

체격이 조금만 더 건장하고 우람하다면 책 속의 주인공 장발 쟝과도
비슷한 느낌이 날 것 같았다.


아저씨가 잔잔하게 웃으면서 혜미의 작은 얼굴을 내려다 보고 있다.

혜미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아저씨의 눈빛이 이상할 정도로 강렬했다.


아저씨는 혜미가 놀랐다는 사실을 알고는 씨익 웃어보였다.


“어린애가 무슨 한숨이니?”


아저씨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느껴졌다.


“무슨 책을 읽고 있니?”


“레미제라블요.”


“그게 뭔데?”


“동화책요. 프랑스동화.”


소설을 동화책이라고 말하는 어린 혜미였다.



“어려운 거 읽는구나....책 좋아하니?”


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화책 읽는데 한숨은 왜 쉬니?”


“슬퍼서요.”


혜미는 자기가 왜 한숨을 쉬었는지 레미제라블의 이야기를 아저씨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아저씨가 물어오자, 혜미는 자신도 모르게 신이 났다.

자기의 감정과 읽고 있는 책 이야기를 아저씨에게 막 들려주면서 자랑하고 싶었다.

어린애들이야 원래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신이 나지 않는가.


아저씨가 혜미의 이야기를 잠시동안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응....장발쟝 아저씨가 19년동안 감옥살이를 했니? 빵 한조각 훔친 죄로....
또 탈옥하다가 잡혀서....순간의 잘못으로 고생을 많이 했구나.....
장발쟝을 도와주신 그 미리엘 주교님은 정말로 좋으신 분이시구나....
어서 장발쟝 아저씨가 코제트를 구해내야겠네??”



아저씨가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혜미의 설명에 맞장구를 쳐주곤 했다.

그러면서 잠시동안 고개를 들고선 하늘을 바라보며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드러운 눈빛으로 혜미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아저씨의 눈빛이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쳐다보고 있지만,
혜미는 이상하게 겁이 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아저씨가 친숙하게 느껴진 것일까?



“혜미구나, 뭐하니?”


동네 아주머니가 걸어가다가 아는척 한다.

그러다 혜미 옆의 아저씨를 쳐다보면서 의아한 빛을 얼굴에 드러낸다.



“안녕하세요!”

혜미가 고개숙여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드린다.



“집에 안들어가고 뭐하니? 얼른얼른 집에 들어가야지, 엄마가 걱정하시겠다.”


“네....!”


아주머니가 불안한듯이 고개를 흘끔흘끔 돌려 남자를 쳐다보며 가던 길을 걸어간다.



“아저씨, 그만 놀고 집에 갈래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

아저씨가 친절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혜미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들리고 돌아선다.


“꼬마야, 혹시 이 동네에 조성태라는 사람 이름을 들어본 적 있니?”

걸어가는 혜미의 귓가에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니 축구공을 발로 밟고 있는 자기보다 큰 사내아이에게
아저씨가 물어보고 있었다.


혜미가 불쑥 중얼거렸다.

“우리 아빠 이름인데....?”



아저씨가 고개를 돌려 혜미를 바라본다.

“응? 뭐라고??”



“그거 우리 아빠 이름인데요.”

혜미가 소리를 다소 높여 대답한다.



아저씨가 혜미에게 다가온다.

표정에 의혹의 빛을 가득 띄고 있다.


“아빠 이름이 조성태니....?”


“네.”

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가 놀라는 빛을 얼굴에 가득 드러내며, 혜미에게 다시 묻는다.

“네 이름은? 네 이름은 뭐니?”


“조혜미요.”


“혜미라고?? 네 이름이 혜미니?”


“네.”


아저씨가 멍하니 놀란 얼굴이다.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며 혜미의 얼굴을 살펴본다.


혜미는 아저씨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졌다.


“엄마는? 엄마이름은 뭐니??”


“우리엄마 이름요?”


“응, 네 엄마 이름.”


“우리엄마 이름 임옥임요.”


“엄마 이름이 옥임이야?”


“네....”

대답을 하면서도 불안해지는 혜미였다.

이 아저씨가 갑자기 왜 이럴까....



아저씨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놀이터의 흙을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다.

잠시동안의 시간이 답답하다.

혜미는 책을 꼭 끌어안았다.


아저씨가 고개를 돌려 다시 혜미를 바라본다.

표정이 굳어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혜미는 참 착하고 예쁜 아이구나.”

아저씨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연다.

아저씨가 안심시키려는 듯이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인다.



혜미도 조금 안심이 되면서 웃음을 짓는다.

귀엽고 작은 얼굴에 보조개가 피어오른다.


그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아저씨의 웃음이 뚝 그친다.

아저씨의 몸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두 팔로 덥썩 혜미의 몸을 껴안았다.

혜미는 약간 놀라고 어리둥절하니 아저씨에게 안겨있었다.



아저씨의 몸이 떨린다....

살며시....아주 살며시 떨리기 시작하더니....

몸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혜미의 얼굴 바로 곁에서 느껴지는 아저씨의 고개도 떨리고 있었다.

낯선 아저씨의 품에 안기게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혜미는 무섭지가 않았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은근히 잠시동안 불안했었는데....


“괜찮으세요....?”


혜미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아저씨의 몸이 더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약간 떨리는 듯한 목소리가 혜미의 귓가에 들려온다.


“그럼....괜찮아....괜찮아....”


웬지 아저씨가 울고있는 것 같다.

다 큰 어른도 이렇게 울기도 하는걸까?


그렇지....엄마도 가끔은 우시잖아.

혼자서 멍하니....가끔씩 우실 때가 있으시잖아.


그리고 2학년 때 우리 담임선생님도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우리 앞에서 우셨어.

아참 우리 선생님은 어디로 가신걸까....

왜 학교에서 더 이상 안보이시는걸까....


그래도 우리엄마나 담임선생님은 그래도 여자니까 우신다고 해도....

다 큰 남자어른도 이렇게 울 때가 있는 걸까....
....하고 혜미는 생각했다.


아저씨가 혜미를 슬며시 놓아주었다.

아저씨의 눈가에 물기가 촉촉했다.


눈이 예쁘다…하고 혜미는 생각했다.


아저씨가 웃음을 띄고 말한다.

“혜미는 올해 몇살이니?”


“올해 11살요.”


“그래....”


아저씨가 웃으면서 부드러운 손길로 혜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혜미 아저씨랑 약속 하나 할래?”


“어떤 약속요?”


“엄마아빠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가 되는 것.”


그건 너무 쉽잖아요....
....라고 혜미가 속으로 생각한다.


“어떠니?”


아저씨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묻는다.


혜미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럴께요.”


“그래....”

아저씨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는 건강하시니?”


“우리 엄마 아프세요.”


“많이 아프시니?”

아저씨의 표정이 좀 놀라는 눈치다.

우리 엄마를 걱정해주시는구나....참 착한 아저씨다.


“아뇨, 많이 아픈건 아닌데요....그래도 약도 드시고 그러세요. 보통땐 괜찮으세요.”


“그렇구나....그래도....이렇게 지금까지....”

아저씨의 볼을 타고 또다시 눈물이 주루룩 흘러 내린다.

이 아저씨는....왜 이리 잘 우는걸까....



아저씨가 눈물을 닦아 내더니 다시 또 묻는다.

“아빠는? 아빠는 혜미한테 잘 해주시니??”


우리 아빠는 좀 무서워요.....
....라는 대답이 혜미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올뻔 했다.


“네....잘해주세요.....”

혜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구나....잘해주시는구나.....”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혜미는 엄마아빠 좋아하지?”


“그럼요.”


“그래....”


아저씨가 또다시 고개를 숙이더니 잠시 생각에 잠긴다.

잠시 후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그래야지....그래야 하구말구....그럼 그걸로 됐어....”

아저씨가 혜미를 잠시 응시하다가 다시 말한다.


“우리 혜미 아저씨랑 약속 하나만 더 하자.”


혜미가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 아저씨랑 여기서 만난건 비밀로 하자.
모르는 아저씨랑 같이 놀았다고 그러면 틀림없이 엄마가 걱정하실 테니까.
그러니까 엄마한테도 아빠한테도 말씀드리지 말자, 알겠니?”


혜미가 생각해보니 아저씨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


아저씨가 웃으면서 또 혜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저씨가 지갑을 꺼내더니 만원짜리를 세 장이나 꺼내서는 혜미 손에 쥐어준다.


“혜미야, 이건 아저씨가 혜미한테 주는 용돈이야. 이걸로 맛있는 거라도 사먹으렴.”


혜미는 놀라며 손바닥 위의 돈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얼굴에는 주저하는 빛을 띈다.


“모르는 사람한테서 이런거 받으면 안된다고 그러셨는데....”


“누가? 엄마가??”


혜미가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그래, 엄마가 혜미한테 참 잘 가르쳐 주셨구나....참 좋은 엄마다....혜미는 너무 좋겠네....”


네, 우리 엄마는 정말 좋은 분이세요....
....하고 혜미는 생각한다.

“괜찮아....원래는 엄마 말씀이 맞지만, 이건 아저씨가 혜미가 너무 예뻐서 주는거란다.
혜미는 책을 좋아하잖아. 이걸로 좋아하는 책이 있으면 한권씩 사서 보는게 어떨까?”


그렇다면....하고 혜미는 생각했다.

좋아하는 책을 사서 보라는 아저씨 말씀에 마음이 몹시 끌렸다.


“고맙습니다.”

하고 혜미가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드렸다.



“아니야....”

아저씨가 웃으면서 혜미를 바라본다.


“앞으로 가끔씩....아주 가끔씩 말이야....아저씨가 혜미한테 찾아올게.
아저씨 또 와도....혜미는 아저씨 만나 줄거지?”


아저씨의 눈이 뭔가 간절한 기대의 빛으로 가득하다…

혜미는 아저씨의 눈에 이끌리며....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그래, 고맙다....”

아저씨가 다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혜미는 아저씨의 웃음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귀여운 보조개를 띄우며 같이 따라 웃었다.




그 후....

약속대로 가끔씩....가끔씩 아저씨가 혜미에게 어디선가 나타나곤 했었다.

그렇게 자주 만나는 건 아니었지만, 아저씨는 나타날 때마다 혜미에게 먹을거랑 책이랑
그리고 다른 조그마한 선물도 사다주곤 했다. 가끔씩 용돈도 주었다.


혜미는 엄마아빠 몰래 아저씨가 갖다주는 조그마한 선물을
자신의 방에 소중히 보관하곤 했다.

아저씨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될 수 있으면
혜미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곤 했었다.

한번은 같이 놀이공원으로 가서 잠시동안이지만 재밌게 놀다 온 적도 있었다.

혜미는 점차 그런 아저씨가 편안하게 느껴지고 두려워지지가 않았다.



장발쟝 아저씨....!



혜미는 자신에게 선물을 한아름씩 안겨다주곤 하는 친근한 이 아저씨가
책 속에서 코제트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장발쟝 아저씨처럼 느껴졌다.


혼자서 마음 속으로 장발쟝 아저씨라고 뇌까려보곤 했다.

포근한 미소의 장발쟝 아저씨....

난 아저씨가 참 좋아요....


혜미는 레미제라블을 계속 읽어나가고 있었다.


장발쟝은 이미 어린 코제트를 구해내었다.

그리고 코제트를 자신의 수양딸로 삼아서는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자베르 경감이 끈질기게 장발쟝의 뒤를 쫓고 있었지만,
그래도 장발쟝과 코제트는 숨어서라도 아버지와 딸로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코제트는 다정한 아버지 장발쟝을 무척 사랑했다.


어느 순간부터 혜미도 아저씨가 자신의 앞에 나타나기를 기대하곤 했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부터....

장발쟝 아저씨는 더 이상 혜미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혜미는 아저씨가 걱정되었다.

아저씨를 기다렸다.

아저씨가 보고 싶었다.

어떤 날은 속이 상해서 눈물도 흘렸다.

아저씨는 언제쯤 또 나타날까 싶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두 번 다시 혜미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레미제라블을 펼칠 때마다 혜미는 장발쟝 아저씨가 생각났다.


아저씨는 정말로 혜미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었을까?

쟝발장 아저씨가 코제트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었던 것처럼?



장발쟝 아저씨가 자신의 앞에서 사라진 어느 날부터....

그 날부터 혜미에게 좋은 일이라곤 없었다.



웬일인지 아빠가 예전보다 더 예민해져서는 혜미에게 냉정하게 굴곤했다.

가끔씩 자신을 은근히 쏘아보는 아빠의 눈빛이 사납고 매서웠다.


혜미는 겁이 났다.

아빠의 눈길을 피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아빠의 눈초리는 더 냉정해지곤 했다.


그리고....엄마....

어느 날 엄마가 크게 다쳐서는 병원에 입원했다.



혜미는 무섭고 떨려서 큰소리로 엉엉 울었다.

아빠는 그런 혜미를 껴안고 부드럽게 위로했다.

엄마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크게 다쳤다고 했다.


다행히 엄마는 혜미의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신불수의 몸이 되었다.

정신적으로도 어떤 이상증세가 있었다.

수술과 오랜 치료를 거듭하다가 요양원으로 보내졌다.



어린 혜미로서는 이 모든 일이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도대체 왜?


아빠는 나날이 거칠어져 가고, 난폭해져 가고, 혜미에게 무관심해져 갔다.

그렇지 않아도 무섭고 신경질적이던 아빠였는데....


혜미가 중학교에 올라가고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아빠의 사업은 점점 더 잘되어가는 것 같았지만....

아빠의 언행은 갈수록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혜미가 점점 자라나고 철이 들수록 아빠의 행동과 성품이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건지도 몰랐다.


때로는 혜미가 있는데도 여자를 집으로 끌어들이기까지 했다.



혜미는 깜짝 놀라고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아빠가 나름대로는 엄마에게 성의를 다 해줄거라는 생각에
묵묵히 아빠의 행위를 용인하고 넘어가곤 했다.


하지만 마음 속으론 계속 의문이 들었다.

왜 이래야만 하고, 어쩌다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엄마의 병세는 혜미의 뜻과는 반대로 점점 더 심각해져 가기만 했다.

엄마에게 어느 날부터 실어증까지 겹쳤다.



엄마가....왜?

엄마....엄마가 내 곁에 없으면 안되는데....

엄마....엄마가 내 곁에 없으면 안되는데....


고 2가 되던 무렵....

엄마가 숨지고 말았다.



오랜 투병생활로 갖은 고생을 다하시던 엄마는
다시는 혜미의 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멀리멀리 떠나고 말았다.

혜미는 세상의 끝에서 알 수 없는 저 깊은 구덩이로 내팽겨쳐지는 것만 같았다.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사람의 생명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일순간에 어린 혜미에게 온갖 상념이 밀려들었다.



아빠도 넋이 나가 있었다.

아빠는 마치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사업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깊은 충격을 받아 헤어나오질 못하는 것 같았다.

한동안 밤이면 밤마다 술만 퍼마셔댔다.

거나하게 취해서 돌아오는 날이 많아졌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고 착한 혜미는 마음이 한층 누그러졌다.



어릴 때부터 무서웠던 아빠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엄마에 대한 깊은 정을 갖고있었다는 사실을 혜미는 잘 알고 있었다.


혜미는 아빠가 측은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아빠도 충격이 너무 크실거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사람을 잃으셨으니....

아빠....힘내세요....

제가 잘할께요....제가 엄마대신 잘할께요....




그러던 어느날 밤....

혜미는 악몽에 시달렸다.


꿈 속에서 거대한 악마가 허공으로부터 내려오면서 자신을 덮치는 꿈이었다.

숨이 막혀오고 호흡이 가빠졌다.

발버둥을 쳤다.

눈을 번쩍 떠보니 아빠가 자신을 누르고 정신없이 입술과 혀로 자신을 탐하고 있었다.


혜미는 세상이 거꾸로 뒤집히는 것만 같은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



아빠가....아빠가.....왜 이러는 걸까....

아빠가 어째서 나한테....

아니야....이건 아니야....이럴 수는 없어.....!!!

이건 꿈일거야, 이건 꿈이야....

조금만 참으면 깨어날거야

반드시....반드시....

깨어날거야....!!




술에 취해 있는 아빠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미친사람처럼 자신을 겁탈하는 아빠의 입에서 쉼없이 엄마의 이름이 터져나왔다.

마치 혜미를 자신의 아내로 착각하고 있는 듯 했다.


확실히 혜미는 엄마의 미모를 어려서부터 꼭 빼닮았다.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모녀임을 아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만 옥임에게는 다소 그늘진 면이 드리워져 있는 반면,
혜미에게는 밝은 면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까.


아빠의 밑에서 혜미는 고통스러워 했고, 신음했다.

처절하게 반항했지만....

끝내 다시는 순결을 되찾아 올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다.



잠시 후....

홀로 내팽겨쳐진 혜미는 걸레처럼 다 찢어진 상의를 걸치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이 느낌이 무엇일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그 무엇인가로부터 배신을 당한듯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허무감과 허탈감, 상실감과 좌절감, 자괴감이 일순간에 밀려들었다.

나는 너무나도 무기력하구나....나는 너무나도 무기력하기만 하구나....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엄마가 돌아가셔도....

아빠가 타락하는 것도....

나 자신조차도....

아무도 구할 수가 없었다....



내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살고있는거지....

나는 도대체....



갑자기 혜미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서러움이 가득 밀려옴을 느끼면서 혜미는 그 자리에 쓰러져 흐느껴 울었다.



세상엔....내 곁에는....아무도 없구나....

외롭다....

너무 외롭다....



뜨거운 눈물만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부터....

아빠의 난폭함과 여성편력은 갈수록 더해만 갔다.

그리고 자연히 혜미를 덮쳐오는 일도 잦아졌다.



그 날은 술기운 때문이었을거야.

아빠도 후회하고 계실거야....틀림없이....




하지만 혜미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곧 깨달았다.

아빠는 맨 정신에서도 노골적으로 혜미를 건드리곤 했다.

그리고 온갖 테크닉을 부려가면서까지 혜미를 자극했다.



혜미는 두려웠다.

엄마에 대한 죄책감으로 미칠 것만 같았다.



반항했다.

울부짖었다.

이래선 안된다고 소리 쳤다.




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어디 하나 호소할 곳도 없었다.



엄마는 고아였으니까....엄마는 고아여서 친척도 한 사람 없었으니까....



어느 날 혜미는 모진 결심을 했다.

또 다시 달려드는 아빠 앞에서 죽어버리겠다고 소리쳤다.

칼로 손목을 그어버리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을 본 아빠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망연자실 바라보다가 혜미에게 소리 쳤다.


“흥!!! 그 애미에 그 딸년이라더니....역시 피는 못 속이는군 그래!

네 년이 내 친 딸인줄 알아? 너는 다른 놈의 씨야.

네 에미가 일편단심으로 지성 들이는 나를 배신하고 다른 놈이랑 바람 피워서 낳은거라구.

어디서 양아치 같은 놈한테 물려서는 일 저지르고 돌아와서는
살려달라고 갈 곳 없다고 애원하길래 불쌍해서 다시 거둬들여 줬었다구.

그 지랄 하구서두 칠칠치 못하게 계단에서 굴러자빠진거
몇 년동안이나 지극정성 들여서 어떻게든 살려보려구 애쓰다가 진이 다 빠졌다.

어디서 애비도 모르는 년 하나 데리구 들어온 걸 내 성씨까지 줘가면서
이날 이 때까지 지극정성 들여서 먹이고 재우고 입혀줬더니
호의호식 하면서 자라서는 이제 와서 뭐가 어째?

네 마음대로 해라, 이 년아!!

죽든 말든 상관 안할 테니!! 네가 이대로 죽는다구 해서
네 에미랑 네 년이 나한테 지은 죄 다 보상할 수 있을거 같으냐?

피는 못 속인다더니....네 년 몸속에 흐르는 피도 결국 더러운 피로구나.

네 마음대루 해라 이년아, 어디 한번 그어 봐! 그어 보라구!!!”



혜미는 눈 앞이 캄캄해 지는 것을 느꼈다.



하늘과 땅이 일순간에 무너지고 갈라져 자신이 깊은 구덩이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는 것만 같은 충격을 느꼈다.

의식이 혼미해지면서 귓 가에는 바람소리만 웅웅 들려왔다.



엄마가....엄마가....

우리 엄마가....바람을 피워서....날....낳아서 데려왔다구....??


아니야....아니야....우리 엄마가 그랬을리가 없어....엄마가 어떻게....


그래서였던거야?


그래서 아빠가 지금까지 나만 보면 그렇게 냉정하게....

그랬던 거야??



멍하니 제 정신을 잃은 혜미를 성태가 다시 덮쳐왔다.

혜미는 온 몸에서 기운이 조금도 일어나지 않음을 느꼈다.

반항할 엄두를 낼 이성마저도 혜미에겐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빠는 혜미의 온 몸을 마구 탐했다.

그러면서 혜미의 귓가에 끊임없이 속삭였다.


네 몸 속에 흐르고 있는 피는 그런 피다....

네 몸 속에 흐르고 있는 피는 그런 더러운 피다....

그런 나쁜 피가 흐르고 있어도 난 네 엄마를 사랑했다.

널 내 딸처럼 여기며 키워왔다.

하지만 고작 대가가 이거란 말이냐....

너희들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느냔 말이다.....

하지만....하지만....

내 곁을 떠나지 마라

너만이라도....

너만이라도 다시는 내 곁에서 떠나지 마라....



아빠의 웅얼거림이 혼란스러운 혜미의 뇌리 속으로 파고들면서 맴돌았다.



내 몸에 흐르는 피는....이런 피였던거구나....

아빠는....아빠는....아빠의 운명도 참 기구하구나....


하지만....

이건 너무 가혹해요....하나님....하나님....!



혜미의 멍하니 넋이 나간 얼굴에서 또다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혜미는 대학에 들어가고 점점 자라면서 더욱 더 아름다워졌다.

원래 어학에 관심이 많았던 혜미는 외대를 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뜻에 의해 여대에 입학했다.

혜미가 남학생들과 어울리는 것을 원치 않는 아버지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도 엄수할 것을 요구했다.

혜미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잘 어울렸지만, 개인적인 시간은 무척 부족했다.


우울함과 외로움이 자연히 혜미의 성격 속에 녹아들게 되었다.

원래 온순하고 상냥하던 성격이 아버지의 손길에 길들여지며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체념한 그 순간부터,
지나친 순종성마저도 섞여들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다.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더라도 서서히....서서히라도....



한 학년을 남겨놓고 언어연수를 가고싶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순순히 보내주었다.


이제는 자신의 말을 온순하게 잘 따르는 딸을 위한 특별한 배려 정도는 남겨주었다.

미국으로 가있는 반년동안의 연수기간에 혜미는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들을 보냈다.


오고가는 비행기 안에서....그리고 도착지에서의 승무원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승무원이 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로 비행하는 시간이 많으니, 집에서도 비교적 수월하게 벗어날 기회가 많고,
또 자신의 성격상 다른사람을 배려하는 서비스 직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리고 승무원 채용공고가 났을 때, 주저하지 않고 도전했고, 아주 수월하게 합격했다.



아버지도 굳이 반대하진 않았다.

어차피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니,
보기에도 괜찮은 직업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혜미를 통해서
혜미의 동료들을 건드려 볼 수도 있겠다는 엉큼한 속셈도 함께 들어있었다.  



혜미는 항공사 승무원의 일이 좋았다.

3개월 간의 국내선 비행을 마치고 국제선 교육을 받고 국제선을 타면서부터는
혜미의 생각대로 집을 떠나있는 일도 많게 되었다.


그리고 국제선 승무원의 일이란 것이 원래 해외비행이 잦은만큼,
적어도 바깥에서만큼은 적지않은 아버지의 손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릴 수가 있었다.


자신의 성격과도 잘 맞았다.

다정다감하고 상냥한 혜미는 다른 사람들을 잘 배려해주고 알뜰히 보살폈다.

아직 젊은 나이였지만, 적지 않은 마음 고생을 했던 탓인지라,
힘없고 병약한 사람들을 보면 특히 더 정성껏 도와드리곤 했다.


뭔가에 몰두해야만 할 충분한 이유를 갖고있었던 혜미는 자신의 업무에 충실했고,
그 덕분에 주변 동료들로부터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많은 호감을 얻었다.


승무원 유니폼을 입은 혜미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아버지 성태는 혜미에게 유니폼을 입히고 이리저리 포즈를 취해보도록 요구했다.

혜미는 수치심이 일었지만, 순순히 뜻에 따라 포즈를 취해주었다.


아버지는 혜미에게 달려들었다.

혜미는 유니폼을 입은 여승무원의 복장으로 아버지에게 추행당했다.


혜미는 알 수 있었다.

아빠는 지금 혜미가 아닌 유니폼을 입은 여승무원을 탐내고 욕심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성태의 요구로 혜미는 가끔씩 회사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미모의 동료들을 흘끔흘끔 바라보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아빠의 음흉한 눈초리를 혜미는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안돼....!!


절대로 안된다고 혜미는 생각했다.


나 하나만으로도 족해....다른 사람은 안돼....!!



그 후 혜미는 다시는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들이지 않았다.

아빠는 성질을 부렸지만, 혜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대신 아빠의 성질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아빠의 요구에는 더욱 순순히 응했다.

아빠와의 관계에서는 별다른 흥분을 느끼지는 않았다.

이미 몸도 마음도 차갑게 식어 있었으니까....



다만 임신이 될까 봐 두려워 극히 조심했다.

성태도 그 점에 있어서는 극히 조심했다.

그것까지는 차마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을런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인가 성태의 사업이 뜻대로 풀리질 않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성격이 모가 나고 향락에 빠져 일에 대한 열정을
제대로 내지 못한 탓도 있었고, 외부적 환경의 요인도 컸다.


성태는 몹시 초조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회사에서 자재를 납품하는 최대고객 회사 경영주의 아들
성욱이 함께 한 자리에서 혜미를 보고 한 눈에 반하고 말았다.


이를 눈치 챈 성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성욱과 혜미의 혼사를 성공시킬 수만 있다면 자신도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의 여지를 얻을 수 있을런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원래 기업과 기업간의 일이란 냉정한 손익을 따져서 결정하는 일이지,
결코 사적인 이해관계로만 이득을 얻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의 플러스효과라는 것은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궁지에 몰린 성태로서는 이런 마지막 희망의 불씨까지 꺼버릴 수는 없는 것이었다.

원래 성태는 고아로 자라나 가혹한 인생살이에서 모진 풍파를 겪어오며 성장했던
약삭 빠른 인물이 아니었던가.


성태는 성욱과의 교제를 혜미에게 다그치기 시작했다.

온갖 감언이설과 회유협박성 언변을 토해내며, 혜미를 성욱과 가까이 하도록 했다.



혜미는 아빠의 뜻에 순순히 따랐다.

누군가와의 결합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아빠의 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던 탓도 있었다.



성욱은 성격이 매우 거칠었다.

어려서부터 욕심이 많고 제멋대로인데다가,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나
뭔가가 제뜻대로 맞지않으면 심술을 부리기 일쑤인 한마디로 밥맛인 남자였다.

처음 얼마동안은 나름대로 조심스레 대해주는 척 하던 성욱은 이내 본성을 드러내고
혜미를 마치 자신의 소유물이자 인형처럼 막 대하기 시작했다.

나중엔 혜미가 자신의 뜻과 조금만 어긋나도 혜미에게 욕설과 폭행을 퍼붓곤 했다.

혜미의 아버지 성태가 자기 아버지 회사와 어떻게든 좋은 관계를 맺어보려고
필사적이라는 사실을 성욱도 알고 있었기에 그런 행동이 서슴없이 나온 것이다.



혜미는 몹시 힘들었다.


몹시 힘들고 지쳤지만, 그래도 묵묵히 참고 견뎠다.

하지만 어떤 때는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 성태가 그런 혜미를 그냥 내버려 둘리가 없었다.

혜미로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는 듯 했다.


그런데 남자친구인 성욱마저도 혜미를 업신여기고 마음에 드는 여자들과는
혜미의 눈 앞에서마저 서슴없이 자신의 욕심을 채웠다.


심지어 혜미에게 혜미의 동료 여승무원들을 데리고 술집에 놀러가자고 요구했다.

아빠 성태의 탐욕스러운 모습과 마찬가지였다.


혜미는 처음부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런 성욱의 모습에 더욱 낙담했다.

마음은 냉정해지기만 했다.

당연히 성욱의 요구에 응할리가 없었다.


먹을 가까이 하면 검다고 했던가.

성욱과 평소에 어울리는 친구들도 비슷비슷한 성격이었다.

부잣집 개망나니 녀석들이었고 철이 없었다.



단 한사람 종태만은 그래도 어딘지 달랐다.


성욱이 혜미에게 난폭하게 굴 때마다, 그래도 다행히 종태라도 곁에 있어서
혜미를 어려움에서 구해주곤 했다.



혜미는 비행을 나가 있을 때가 가장 편안했다.

이래저래 지친 몸....

그래도 일을 할 때가 제일 행복하고 마음이 편했다.

그래도 하늘에는 아빠 성태와 성욱은 없었으니까.

 

 

혜미는 여승무원으로서 일할 때의 자기자신이 그래도 가장 자랑스러웠다.

여승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유니폼을 입고 있는 순간에는
항상 몸가짐을 바로 하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장거리 비행에 이은 퀵턴비행으로 심신이 지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고된 일상에 시달리던 혜미가 아닌가.

자신도 모르게 피곤한 몸을 가누지 못하고 깜빡 졸고 말았다.

눈을 떠보니 눈 앞의 좌석에 앉아있는 젊은 승객 한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편안하고 잘생긴 마스크였다.

하지만 그 남자는 눈도 하나 깜빡 하지 않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손님....너무 능글맞어....”


혜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버티려고 했지만, 다시 졸고 말았다.

다시 눈을 떠보니 그 승객이 여전히 재밌다는 듯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혜미는 쑥스러움과 민망함에 어쩔 줄 몰랐다.

그 때 그 남자승객이 말을 걸어왔다.


“몇 기세요?”


몇 기냐고 대뜸 물어오다니....

이런 승객은 거의 없는데....승무원을 아는 걸까....

....라고 혜미는 생각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해서 남자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남자의 다소 엉뚱한 화술과 능청맞음에 혜미는 처음엔 이상하고 어색했다.

하지만 조금 더 이야기를 하다보니 남자에게 몹시 끌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편안하고 유머러스하고 상대방을 잘 챙겨주는 그런 모습....

어쩌면 그것은 원래 혜미 자신이 갖고있던....

한동안 잊어버리고 표현하지 못했던 그런 모습을 자신 앞에 되돌려주고 있는 듯 했다.


점차 남자와의 대화에 익숙해진 혜미는 조금씩 자신의 속마음을 내보이며
편안하게 대화에 임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말을 무척 잘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자신도 모르게 끌려갔다.

처음에는 단순히 듣기좋은 이야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어떤 땐 진심을 가득 담아 내놓기도 하고 있다고 혜미는 느꼈다.


남자가 말했다.


“처음에는 외모를 중시하기도 하고, 어쩌면 자기자신에게 친절한 그 사람의 상냥함에
매료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단계에서 한발짝 더 넘어서게 되면,
무엇보다도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서로를 얼마나 감싸 줄 수 있고
함께 걸어나갈 수 있는 존재인지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겠죠.
어린아이의 감정에서 어른의 감정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순간이죠.
그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요? 전 그렇게 생각되네요.”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

혜미에게는 엄마와 장발쟝 아저씨를 제외하고는
아직 이성에게서는 그런 감정을 느껴 본 사람이 전혀 없었다.


혜미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정말 그러네요....서로에게 어떻게 다가서는 존재인지....처음의 마음....그 소중한 순간들....”


어쩌면 이 남자가 그런 남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혜미였다.

어쩌면 그냥 승무원과 승객으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만남일 뿐인데....


남자가 자신에게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선 자신이 읽고 있다는 책을 내밀며 빌려읽고선 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속에 자신의 연락처를 적은 쪽지를 꽂아 건네주었다.


“책을 좋아한다는건 어떻게 알았담....”


책을 무척 좋아했던 혜미가 아닌가.


기내에서 명함을 건네주는 손님들은 간혹 있다.

식사대접을 하고 싶다고 유혹하는 손님들도 간혹 있다.

무례한 손님들 중에는 모른 척 하면서 손목을 살짝 잡기도 한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받은 명함조차도 기내의 쓰레기통에 바로바로 내다버리기 일쑤다.


그런데 이건 책이네....


내다버리기도 곤란하다.

더구나 읽고 돌려달라니....



혜미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남자의 짖궂음이 싫지 않았다.

혜미는 책을 받아들었고 보관했으며, 결국 서울에서 남자를 다시 만났다.


결국 남자에게 이끌려 포옹을 하고, 키스를 하고, 섹스를 하게 됐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쾌감과 희열에 가득찬 섹스에 혜미는 만족했다.


혜미에게는 일탈이 필요했던 것일까....


아니다....

일탈이 아니었다.


혜미는 사랑을 나누어 본 적이 없다.

그런 기회조차 언제나 박탈당하며 살아왔었다.

진정한 사랑을 나누어보지 않은 혜미에게 무슨 일탈 따위가 있겠는가.


혜미는 적어도 재성과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그래도 즐겁다고 느껴졌다.

재성은 짖궂었지만, 바람둥이 같았지만, 그래도 혜미를 편안하게 이끌어 주었다.


집에는 거짓말을 하고 결국 또 만남을 갖게 되었고, 강화로 갔다.


기분이 무척 좋았다.

자유라는 생각과 좋은 날씨에 기분이 들떴다.

곁에 앉아있는 사람도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이다.

혜미도 덩달아서 재성에 맞추어 장난을 쳤다.


펜션을 잡았다고 재성이 말했다.


이 사람의 목적도 결국은 섹스일 뿐일까....
....하고 혜미는 생각했다.


노숙자 아저씨에게 난폭하게 대하는 재성의 모습을 보고 혜미는 놀랐다.

늘 다정하던 사람이 왜 이러는 걸까 하고 당황했다.

뜻 밖의 사납고 민감한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자신이 냉정한 사람같냐고 묻는 재성에게 혜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몹시 당혹해하는 재성의 눈빛을 보았다.


차 안에서 재성은 아무 말이 없었다.

조금 전 자신의 행위를 몹시 후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혜미는 알았다.


혜미는 재성을 위로해주었다.

그냥 모른 척 해주었다.

그 때 재성이 말했다.


“고맙다.”


고맙다니....고맙다고 말하다니....


이 사람은....

 

그래, 이 사람은....역시 냉정한 사람이 아니었어...

 

따뜻한 마음을 가진...상냥한 사람이었구나....



혜미는 순간 재성이 소중하다고 느껴졌다.



펜션에서 재성과 나누는 시원한 맥주가 기분 좋았다.

즐거운 분위기....


자신을 예쁘다고 말해주는 재성이 좋았다.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었다.


다만 재성이 자꾸만 가족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만큼은 부담스러웠다.

안물어봐줬으면 좋겠는데....왜 자꾸 부담스럽게....

좋아하는 사람에게 부끄러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는 싫었다.


그 순간 재성이 자신의 유니폼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한다.

혜미는 순간 혼란스러웠다.




이 사람조차도 내가 아닌....조혜미가 아닌....

유니폼 입은 여승무원을 원하고 있었던 걸까....



잠시 재성에 대한 믿음이 흐트러지면서 혜미는 서글퍼졌다.

자신도 모르게 불쑥 재성에게 말을 건네고 말았다.


“왜 그렇게 유니폼에 집착해?”


불쑥 말을 던져놓고 혜미는 아차! 싶었다.


재성은 유니폼 입은 혜미의 모습이 좋아서라고 대답해 온다.

말을 던져놓고 후회하고 있던 혜미는 결심했다.



그래, 순수하게 받아들이자....라고 결심했다.

어차피 이곳까지 따라왔잖아....라고 생각했다.

기왕 보여 줄거라면 나름대로 정성을 보여주자....라고 생각했다.


재성에게 잠시 밖으로 나가 있으라고 말하고선,

혜미는 정성껏 샤워를 했다.

정성껏 메이크업을 했다.

유니폼 단추 하나하나를 반듯하게 채우고선 복장을 깔끔히 정돈했다.

가장 예쁜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사람....

처음으로 진심으로 쾌감과 희열에 가득 찬 섹스를 나누었던 사람....


즐거운 마음을 갖고 싶어서 평소 좋아하던 일본 노래 한곡을 흥얼거렸다.

“오늘 밤의 달처럼”이라는 일본 노래였다.

예전에 듣고 멜로디가 마음에 들고, 가사가 마음에 들어서 외웠던 노래였다.




くだらねえとつぶやいて
시시하다고 중얼거리며

醒めたつらして歩く
잠에서 깬 얼굴을 한채로 걸었어

いつの日か輝くだろう
언젠가 빛나게 될거야

あふれる熱い涙
넘쳐나는 뜨거운 눈물은

いつまでも続くのか
언제까지 계속되는걸까 라고

吐きすてて寝転んだ
말을 내뱉고는 누워버렸어

俺もまた輝くだろう
나도 다시 빛나게 될거야

今宵の月のように…
오늘밤의 달처럼…



언젠가 자신의 심정에 꼭 들어맞다고 생각되어 마음에 들었던 노래였다.


재성을 방으로 불러들였다.

혜미는 단정하게 양손을 맞잡고 재성을 쳐다보았다.

재성이 자신을 멍하게 쳐다보는 모습을 보자, 쑥스러웠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선 “킥!”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재성에게 물었다.


“이 모습이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잠시 후....

재성이 디카를 꺼내들고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나에게 물어보는 거야?

나를 존중해 주는구나....고마워 오빠....

....라고 혜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웃으며 말했다.


“나 포즈 취할까?”


잠시 후 재성의 요구에 일일히 응하며 혜미는 포즈를 취했다.


유니폼을 입은 자신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포즈를
좋아하는 재성의 카메라에 담아주고 싶었다.


혜미는 점점 익숙해지는 카메라 앞에서 점점 대담해졌다.

자신을 바라보는 재성의 시선과 재성의 심정이 가득 담긴 카메라의 뜨거운 시선의 열기가...
혜미의 온 몸으로 전달되는 듯 했다.


혜미는 자신도 모르게 점점 흥분했다.

재성의 요구에 따라 침대에 몸을 내맡기자 흥분이 더욱 더 밀려와 주체할 수 없었다.


한껏 흥분한 재성이 달려들자 혜미도 진심으로 뜨겁게 받아주었다.




아아...!!

뜨거움이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웬지 모르게 뭐랄까....



몹시 따뜻하다....

사람의 몸이라는 것이 원래 이렇게 따뜻한 것이었구나.....!!!




재성은 자신을 매우 거칠게 다뤘다.

사정이 끝나고 다시 디카를 집어들어 유니폼을 걸친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사진에 담는 재성을 느끼고, 혜미는 눈을 감은 채로 다시 서글퍼졌다.


“나는 결국 오빠의 욕정의 대상일 뿐이었던 거야....?”

....라는 생각과 함께 혜미는 자신의 눈에 가득 고이는 서러움의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때....그 순간....

재성이 자신의 디카를 저쪽으로 힘껏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 위로 쓰러지는 재성을 느끼며, 혜미는 행복했다.


몹시 행복했다....



오빠는....포기하는 구나....

자신의 욕정을....

여승무원에 대한 탐욕을....



오빠가 내 허리를 너무나도 아플 정도로 꽉 껴안으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혜미야....너무 아프지...??
어쩔 수 없어...나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어.
네 모든 걸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어...정말이야!!!"



바로 그 순간....

서러움에 가득 고였던 눈물이 기쁨으로 변하며 자신의 눈에서 주루룩 흘러내렸다.


그리고 또 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랑해... 혜미야....!"



혜미의 마음 속이 기쁨으로 가득 찼다.


사랑한다고 말했어....

오빠가 나더러 사랑한다고 말했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좋아하는 남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어....

행복해....

정말....행복하다....!!!

언제부터인가 한없이 어두운 깊고깊은 웅덩이로 빠져 버려 허우적거리던 내게....

사랑도 행복도 희망의 빛도 보이지 않던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생겼어....

이걸로 충분해....

지금 이 순간....

나 너무 행복해요....!!


고마워요....

고마워요....오빠....!!!



살며시 눈을 뜨고 눈물로 흐릿한 시선으로 바라 본
재성의 눈에서도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리고 있었다.



울지마요, 오빠....

오빠가 왜 울어요....

나를 위해 울어주는 거에요?

오빠의 어떤....

내가 모르는 아픔 때문에 우는건가요?

그래요....우세요....

울고 나서는 우리 다시 웃어요....오빠....


아아...!!

가슴이 뛰어.....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가 크게 들려와....

오빠한테도 들리나요??



혜미는 기쁨과 행복감으로 가득한 채로 순간적인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


재성의 짖궂은 장난이 싫지 않았다.

싫기는커녕 즐겁기만 했다.



오빠가 나를 아껴준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그래서....오빠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니까....



아니야...

단순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아...

어쩌면 그 이전부터 뭔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어쩌면 그 이전부터 뭔가 오빠에게는...

내가 아직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으으...모르겠다....무슨 소리 하는건지...


내 마음이 정말 왜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거야?


그 무엇인가 어떤 힘이 나를 이상하게 몰아 넣고 있는 것 같아.


아아....!! 머리 터지겠다....

조혜미,

그만하자....그만하자....





“어머, 희진 씨~~!!!!”


놀라 외치는 소리에 혜미가 눈을 번쩍 떴다.



아....!!
내가 뭘 하고 있었담....

하는 생각과 함께 혜미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팀의 막내인 김희진 승무원이 기내 통로 쪽에 서있는데....모습이 이상하다.

온 몸을 파르르 떨고 있고....얼굴 빛은 창백했다.


놀란 팀원들이 승객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조심스레 달려가기 시작했다.

혜미도 함께 희진의 곁으로 가보았다.


희진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얼굴 빛이 창백해서는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고 있었다.

혜미는 다른 팀원 두사람과 함께 희진을 부축해서는 갤리로 데리고 들어갔다.


갤리 안 의자에 희진을 앉히고서는 팀 언니 두 분이 희진의 좌우 팔과 어깨를 주물러 준다.

혜미는 따끈한 녹차를 끓여서는 희진에게 다가가 조금씩 조금씩 마시게 했다.


그리고 잠시 앉아서 편안하게 쉬라고 다정하게 말해 주었다.

희진이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끄덕 거린다.


잠시 후....멀쩡해진 희진이 다가오며,

“선배님 고맙습니다!”

하고 한시름 놨다는 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혜미는 희진에게 웃어보인다.

“좀 괜찮아?”


“네....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끔하게 다 나았네요....
조금 전엔  아! 비행기 안에서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하고 너무 무서웠어요.”


“괜찮아요, 그럴리가 없어.”


“선배님이 어떻게 아세요? 전 정말 놀래 죽는줄 알았는데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 오면서 호흡이 곤란하지 않았어?”

....하고 혜미가 물었다.


“어머? 어떻게 아세요? 선배님 말씀이랑 꼭 맞아요!!”

희진이 신기하다는 듯이 놀란다.


“그거 멀미야. 하지만 안정은 잠시 취해야 했어.”

혜미가 돌아보고, 웃으며 말해 주었다.


“허헉~!! 그....그런거였어요??”

희진이 스스로도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나도 예전에 그래봤거든....똑같이....^^”


씽긋 웃으며 대답해주는 혜미의 얼굴에 귀여운 보조개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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