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닐리슈스토 코리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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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닐리슈스토 코리아
by 탐정
chapter. 1 새로운 직업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남자의 손에서 불빛이 번쩍였다. 남자는 입에서 한숨처럼 담배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보스..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가는 목소리의 남자가 말했다.
“없애버리죠.” 겨우 나오는듯한 목소리는 잔뜩 쉬어있었다. 담배 피는 남자가 쉰 목소리의 뚱보를 원망과 짜증이 뒤섞인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걸 말이라고해..”
“보스 저 때문이라면...”
“당신 때문이라고..당신..그 녀석 나이가 몇 살이랬지..?”
“18살입니다..고3이죠...”
“그럼..어차피 내년이면 졸업하겠군..”
“보스 전 아시다시피..어떤 결정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담배 연기가 피어나는 손이 쉰 목소리를 잘라내듯 흔들렸다. 남자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고 이마에는 주름이 고민스럽게 패기 시작했다.
“그럼,,이렇게 하자고..”
모두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됐다..
“일단 당신은 책임을 지고..당분간 근신하도록해..일도 그만하고..그밖에 다른 것도 모두 금지야..6개월 동안은 회사에 얼씬도 하지마..알겠지..알다시피 당신에게 개인적 감정으로 하는 건 아니야..실수를 했으니..책임을 져야지..불만있나..”
쉰 목소리의 뚱뚱한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상관없습니다..오히려 그정도면 감사할 일이죠...”
“그리고 녀석은 이제부터..말하자면..일종의...그러니까...그래..견습생..인턴..”
가벼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정식 멤버는 안돼...물론..하는걸 보자고..믿을 만한 녀석이면..언젠간..멤버가 되겠지..그럴 수밖에 없어..그건..어차피..어차피..아무튼 우리도..새로운 멤버가 필요하기도 하고...기타등등..불만있는 사람...없나..없으면..그렇게 하자고...”
“하지만..보스..만약..녀석이..믿을 만한 녀석이 아니면..어쩌죠..바보 멍청이 같은 녀석이라서..우리를 위험하게 할 수도 있으면요...그때는..아..알겠습니다...”
가는 목소리의 입술이 앞으로 삐죽이며..가볍게 눈이 아래로 깔렸다..
담배 연기가 피어나는 손이 가볍게 자신의 목 언저리를 자르듯이 스쳐 지나갔다.
“기회를 주는 거야..잘하면 좋고..못하면..녀석 운명이지...”
회의는 묘한 분위기속에 끝이 났다..
토요일 오후 교정은 주말을 예감하듯 가벼운 분위기였다. 떠들썩한 운동장에선 농구와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활기가 느껴졌고..일찌감치 집으로 혹은 어딘가 즐거운 호기심을 찾아 교문 밖으로 나가는 아이들도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혜진은 도서실 가운데의 흰색 회벽을..또 그 위로 어른 키보다 조금 높은 곳에 걸려있는 커다랗고 동그란 시계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선생님..”
“어...”
“무슨 생각 하셨어요..”
“아니..잠깐..그냥...”
혜진은 빨리 도서실을 닫고 학교를 나가고 싶은 생각을 하던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 대충 얼버무리며..남자아이가 내민..도서대출 카드를 받아들었다. 키가 175정도로 168정도인 자신보다 훨씬 더 큰 아이였지만..얼굴은 항상 아이같은..생김새가 그렇다는게 아니라..뭐랄까..해맑은 미소나..아니면..어런아이같은..그런 묘한 표정을 가진..녀석이었다.
“호진이는..책 한달에 몇권이나 읽니...” 갓 서른이 된듯한 우윳빛의 갸름한 얼굴과..약간은..소녀풍의 긴 생머리..여자치고는 좀 큰 편이지만..크다기 보다는 우아해 보이는 감색 스커트 밑으로 미끄하게 뻗은 다리와..그 위로..육감적으로 느껴지는 엉덩이와..잘록한 허리..살짝 부풀어 보여서..여성스러운..가슴이 살짝 보일 듯 유혹하는 흰색의 블라우스..혜진에 대한..진호의 첫 인상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잘 모르겠는데..누굴 닮았어..김태희..전지현...” 중학교 동창녀석에게 혜진에 대해..그러니까..3학년..국어담당인..서혜진..선생에 대해..말할 때..녀석이 그렇데 물어본 것이다..
"딱히 누구라고 하기는 어렵지만...이영애..“
“우와..그렇게 예뻐...닮았어...”
솔직히 닮았냐고 한다면..말하기가 곤란한 일이다..보기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호진이 느끼기에는 그렇게 느껴졌다..이영애처럼 말이다..왠지 모르게 귀족출신이 아닐까 싶은 우아함 예쁘다기보다는..우아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런 느낌말이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그녀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얼굴이나..우아한 분위기가 아니라..잘록한 허리 밑으로 정말..정말..섹시하고 육감적인 엉덩이였다..그건 옆집 미숙이네 아줌마의 엉덩이처럼 크고 펑퍼짐한 그런 엉덩이가 절대 아니었다..약간은 크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크다기 보다는..육감적이라거나..매혹적이라거나..아무튼..섹시하고 죽이는 느낌말이다..언제나 호진은..단정해 보이는 하지만..긴 다리 때문인지..약간은..짧아보이는..저 스커트를 살짝 걷어 올리고...미끈한 종아리부터...이어지는..허벅지와..그리고..믿을 수 없을 만큼...통통하고 육감적인..그 달덩이처럼 새하얀 엉덩이를 손안 가득히 움켜 쥐고 그 손맛을 음미하는 상상을 하고는 했다.
호진은 묘한 감촉이 느껴지는 손바닥을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한달..에..일주일에 두권씩 빌려가니까..한달이면..여덟권이네요...일년이면 백권정도...우와..생각보다 많이 읽네...”
혜진은..자랑스럽다는 듯이 웃고 있는 호진의 얼굴을..바라보며..미소를 지었다..여자의 미소가 대개 그러하듯이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예쁘게 웃으면..좋다..보기에도 좋고..뭔가 말하기 애매한 경우에도..뭐라 말해주긴 어렵지만..그래 맞아 하는 식으로 말이다...혜진은 자기가 미소지으면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특히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사실도 말이다..아주 어렸을 때부터 혜진은 알 수 있었다...그러다보니..미소짓는 것도 특히 남자들이 좋아하는 미소를 자주 짓는 습관이 생겼다.
대출 장부에 알랩과..마드리드의 열정이라고 적고는..혜진은 시계를 다시 쳐다보았다..
“어머..벌써..3시네...” 약간은 하이톤의 목소리로 혜진은..호진을 바라보며..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이번 미소는..이제 문닫을 시간이야라고..말하고 있었다..
“저 ..선생님...오늘 시간 있으세요...“
순간..혜진은..혼란스러웠다...
토요일 저녁 5시..5시면..아직 저녁이라고 하기는 이른 이른 시간이었다...혜진은..누군가..자신의 어깨를 흔들며..자신의 이름을 부는 소리에..깨어났다...
“어머..제가..깜빡..잠들었었나요...죄송해요..평소엔..안그러는데..좀..피곤했었나봐요...” 혜진은 얼굴을 가볍게 붉혔다..
“아닙니다..다들 그러는걸요..제가 오히려 죄송하죠..괜히 바쁘신분을 시간을 뺏고 지루한 홍보 영상까지 보게 하고요...”
남자는 마흔 정도로 보이는 마른 남자였다..날씬한게 아니라..좀 말라보였다..목소리도 남자치고는 너무 가들었다. 하지만..차분하게..말하고..표정이는 옷차림이나..깔끔하고 기품이 있어서 여성스럽다거나..우스꽝스러 보이지는 않았다..
“선생님..차 드세요..”
말끔해 보이는 슈트차림의 호진이..혜진에게 차 한잔을 다시 내밀었다..아까 마신 차와는 좀 다른 맛이었지만..굉장히 맛있었다..차 이름을 묻고 싶었지만..왠지..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차 이름을 물어보면 안된다고...혜진은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면..좀 어이가 없었다..왜..차이름 하나를 묻는게 안된는 일인지...잠시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보았다..이유 같은건 없었다..그냥..그러면,,안될 것 같은 것이었다...뭔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잘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때요..생각해 보셨어요...”
호진은 눈을 반짝이면..말했다..차를 조금씩 기품있게 마시는 혜진의 입술을 뭔가 바라는 아이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혜진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그래..어차피..나도..조금은 여유자금이 필요하기도 하고..남편에게 선물을 사주거나..여행을 갈 수 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아르바이트나..부업을 한다는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보수도 괜찮고..주말에만 잠깐 하면 되는 일이라고 하니..참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호진이도 괜찮은 아이고..같이 일하면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이다..그래..왠지..느낌이 아주 좋았다..언제..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느낌이 좋았다..‘나는 정말 운이좋아...’ 혜진의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그리고 그럴수록 기분도 점점 더 즐거워졌다,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결정했어요..하기로...”
혜진은 정말..잘 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정말..이런 좋은 결정은..처음인 것 같았다..태어나서 한 모든 선택중에 이번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자신의 상사가 될.(.물론 주말에만..말이다..) 가는 목소리의 남자와..아르바이트 동료가 될 호진도..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두 남자의 미소가..왠지..이상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아무래도 좋았다..모든게 정말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정말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었다...
혜진은..계약서에 서명하고 바로 다음 날인 일요일부터 회사에 출근하로 했다..학교 도서실에서 호진이 준 상품권..을 받고...2시간 만에..새로운 부업을 결정한 것이었다. 처음에는..상품권을 받을 생각도 없었다..하지만..마지못해 받았고..마지못해..페닐리스토 매장까지 오게된 것이었다..정말 마지못해서 말이다..그런 생각을 하면..혜진은 웃었다..정말 처음에는 오기 싫었는데 말이다..처음 들어보는 페닐리스토 매장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매장 윗층의 사무실로 누군가를 소개해 주겠다는 호진을 따라 갈 때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사무실에서 가는 목소리의 남자를 처음 볼때까지만 해도..도대체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언제나 날 귀찮게 좋아다니는 사춘기 철부지를 말을 거절을 못해서..황금같은 토요일 오후에..이상한 남자와..얼굴을 맞대고..말도 안되는 구두 이야기나 듣고 있다니..정말..이런 생각뿐이었다..하지만..맛있는..정말..맛있는 차를 호진이 가져왔다..향기도 맛도 정말 훌륭했다..차 때문이었을까..기분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고...1시간짜리 홍보영상도...재밌게 볼 수 있었다..물론..중간에 졸기는 했지만 말이다...
혜진은 이제 새로운 직장이 될 페닐리스토 코리아..빌딩을..기분좋게 뒤돌아 보고는..활기찬 걸음으로 토요일의 유쾌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정말..죽이는 엉덩이죠...”
사무실 창가에서..혜진의 뒷모습을 바라모면...호진이 말했다...
가는 목소리의 남자는..어이가 없다는 얼굴로..호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넌 정말 못말리는 녀석이야..겨우 일주일이라고...그것도 정식 멤버도 아니고..견습생일 뿐이야..넌..그런데...거기다..그 여자는..너희 학교 선생이라며..그런..여자를..끌어들여..도대체 넌 양심이라고는...”
“없죠...” 호진이 천연덕스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저런 여자는 흔치 않아...솔직히 말하면..넌 맘에 안들지만...잘한 일이야...정말 저런 여자는 흔치 않으니까..그리고 니 말대로..정말..죽이는 엉덩이야...정말...”
가는 목소리의 남자는 어느새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양심 같은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