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회 19부 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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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회 19부 4장 호사다마(好事多魔) 아니잖아. 호사다호(好事多好)가 맞는 말이라고 적어도 나한테는......
복싱 경기 중에 보면 한참 페이스를 잘 올리던 선수가 상대방이 무심코 내민 잽에 다운 당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명자 누나가 무심코 내뱉은 말은 아닌 듯 하지만, 당하는 내 입장에서는 다운 당한 선수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다.
“헤헤..... 아무리 생각해도 하연이, 성은이, 희수 분위기가 말랑코롱 했단 말이야.”
“...........”
조심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환경 상 숨킬 수 만은 없었나 보다. 그래도 최대한 늦게 사람들이 알기를 바랬는데, 이미 한 명의 사람이 눈치를 챘고, 거의 기정사실화 하고 있으니 알려지는 것은 금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나 무슨 소리하는 거에요.”
“오호라 지난번처럼 구렁이 담넘어가는 듯 넘어가려고? 그런데 어쩌나 난 지난번에 너랑 희수 행동 보고 눈치 챘는데.”
“........”
정말 오늘 말문 많이 막히네. 이 아줌마 완전히 날 잡았다. 아 명자 누나가 이렇게 말발이 좋던가?
“그래요. 나랑 성은이, 하연이, 희수 모두 좋아하는 사이입니다. 각자 모두 알고 있으니 누나가 말한다고 해도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겁니다. 어쩔 수 없네요. 우리 맨션 마음에 들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이사 갈 수 밖에 없네요.”
“아니 뭐 내가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고.”
명자 누나는 확연히 당황한 듯 싶었다. 하긴 나는 몰라도 하연이나, 성은, 희수는 우리 맨션 반상회에서 가족 이상의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고, 우리가 나가고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고 해도, 저 세 명만큼 반상회에 도움이 되긴 힘들 것이다.
“어쩔 수 없어요. 물론 우리들이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사랑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끼리는 부끄러운 게 없어요. 하지만.......”
“아니야, 아니 솔직히 너희들만 좋다고 하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지금쯤 아마도 명자 누나는 이게 아닌데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비밀을 지키려고 우리들이 노력했는데 결국 누나가 알게 되었잖아요. 다른 사람이 아는 것은 시간문제에요. 누나가 이해해준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이해해준다는 보장은 없구요.”
“정말 아니란 말이야. 정현아, 일단 진정하고 내 말 들어봐.”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정말 떠나게 될지 모른다. 아무리 친한 반상회라고 해도 비밀이라는 것은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지키기 어려워지고 적어도 내 여자들은 지키고 싶었다. 이렇게 되었으니 명자 누나가 알게 된 이상 떠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명자 누나는 조금씩 결심을 굳히는 내 얼굴을 보더니 정말 백지창처럼 얼굴이 하얘져 갔다.
“아니라고 했잖아!”
명자 누나는 상황이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 악화되자 저절로 목소리가 커졌고, 당연히 카페에 앉아있는 주위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우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비록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우리 일을 떠들고 싶은 생각은 없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누나 다른 사람이 들어요.”
“싫어. 하연이 희수 성은이 모두 이젠 가족같단 말이야.”
거의 울먹이듯이 말해서 목소리는 작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초리는 더욱 신경이 쓰여졌다. 여관과 같이 있는 레스토랑에서 남자 앞에 여자가 울고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에 따라 소설 한두편은 금방 쓰여질 수 있는 일이다.
“어머어머.. 채였나봐...”
그것을 증명하듯이 내 귓가에는 속삭이는 듯 했지만, 들릴건 다 들리는 아줌마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누나.”
“싫어 싫단 말이야. 으흑...”
남들의 시선도 시선이지만, 서른살을 훨씬 넘긴 주부가 내 앞에서 울고 있다는 것도 나로선 쉽사리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할 수가 없었다. 우선 어떻게라도 우는 것을 멈추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희선 누나.”
조금은 큰 목소리로 명자누나의 필명을 부르자 명자는 누나는 울어서 약간 붉어진 볼이 다시 새하얗게 질리면서 울음을 멈추고 놀랐는지 딸국질을 하기 시작했다.
“흑.. 딸꾹....... 딸꾹......”
“어이 친구, 여자가 우는 데 놀래키나, 이럴 때는 윗방에 올라가서 지그시 눌러주는게 최고라네.”
“자기. 왜 남의 일에 끼고 그래.”
“.........”
말문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여자를 안아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긴 하지만,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이쪽을 보는 커플이 보였다. 그쪽이야 말로 흥미진진한데 말이야. 아무리 봐도 쉰이 넘어 보이는 남자와 그 남자의 몸에 거의 기대다시피 있는 이제 막 스무살이 넘은 듯한 남자 저쪽이야 말로 소설 1편은 금방 써지겠네.
“으흑.. 딸꾹. 으흑... 흑. 딸국.”
거참 난감하네. 여전히 명자는 훌쩍 거리면서 딸국질을 하고 있었고, 불륜 커플의 참견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 미치겠네. 어떻게 명자 누나랑 여관방에 들어가냐고?
결국 조용하던 카페가 시끄러워지자, 지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왔다. 하긴 이 정도로 시끄러워지면 내가 주인이라고 해도 나가달라고 부탁할 것 같다.
“손님.”
“예.”
“훌쩍 딸국, 훌쩍..... 읍..”
그제야 명자누나는 지배인이 온 것을 알았는지 울음과 딸국질을 억지로 멈추었다. 빨간 테를 가진 안경테를 가진 차가워 보이는 미녀가 우는 것도 꽤 볼만했지만, 억지로 그것을 멈추는 표정도 아기 같아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킥.”
“손님??”
나도 모르게 나온 웃음에 지배인은 의아해 하며 나를 부르다가, 명자 누나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살짝 흘러냈다. 이 지배인 꽤 서비스 정신이 상당한 걸. 얼굴을 보던 나나 알수 있었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명자 누나는 눈치도 못챘을 것이다.
“아 죄송합니다. 어쩐 일시죠?”
뭐 나가달란 이야기겠지만, 그래도 물어는 봐야지.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니만큼.”
“예 알겠습니다.”
“알아주시니 다행입니다. 그럼 이거.”
자식 빠르네 벌써 영수증 챙겨 온기야. 은근히 기분 나뻐지네. 내보낼려고 생각했다는 것 아니야. 헉... 저건.
지배인은 카드키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의미심장한 미소로 나를 쳐다보다가 갔다. 순간 너무 당황해서 그걸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정현아.”
“아 누나.”
나 오늘 당황하는 날이네. 어느새 명자 누나는 북받친 감정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카드키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아니 이건. 누나.”
“킥... 나도 알아. 근데 이거 어쩌지.”
너무나 당황해서 인가? 진지한 분위기로 나누던 나와 누나는 평소의 대화로 돌아와 버렸다.
“휴우.”
“한숨은 잘됐네. 나 러브호텔 방에 들어가본지도 오래되었는데, 취재차라도 들어가자. 대신 요금은 네가 내는 거다.”
요금은 문제 아니라지만, 명자누나는 남들의 시선이 걱정이 되지 않는지 카드키를 손에 들고 카페를 나서기 시작했다. 어쩌겠수. 사람들이 왜 가만있냐? 라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데 따라갈 수 밖에.
“휘익.”
어이 능글맞은 아저씨. 아저씨 때문에 이렇게 된거라고 옆에 아가씨 그 정도로 꼬집으면 아프나? 더 세게 꼬집어!!!!
카드키를 받고나서 근데 방이 몇호지? 라는 생각을 할 무렵 능글맞은 지배인이 은근히 찾아오더니 ‘312호입니다. 애인이 화해하기 좋은 방이지요. 즐거운 시간 되시길.’ 아 저 지배인 꼬집어줄 애인은 없으려나.
“몇호래?”
“312호.”
“올라가자.”
여자랑 러브호텔방 들어가면서 이렇게 감정이 오묘하긴 첨이네. 보통 범죄를 제외한 모든 경험은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경험은 정말 하기 싫다.
“야 분위기 말랑꼬리한데.”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털난다고 하던데, 어차피 여기까지 왔는데 명자 누나 어디에 털이 났는지 확인이나.. 아 액자가 부르르 떨린다. 오랜만이네요. 액자군. 으악.
“이상하네. 멀정하던 액자가 왜 떨어지지.”
명자 누나는 내 머리를 치고 떨어진 액자를 다시 걸면서 고개를 갸웃했고, 뭐 나는 액자만 바라볼 수 밖에...... 아 작가님 죄송합니다. 다 저의 잘못입니다. 그만이요. 제 머리 남아나지 않아요.
“요즘에는 이런 분위기구나. 아 남편이랑 첫밤을 지냈던 여인숙은 바퀴벌레 나올까봐 무서운 곳이었는데. 치 남편 얄밉네. 아무리 가난한 연인이라고 해도 그런 곳에서 내 순결을 갖어갔으니. 어머.. 내가 무슨 소리 하는겨.”
명자 누나 감정이 너무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거 아니유. 휴 그래도 다행이다. 지금은 평소의 아줌마 명자 누나로 돌아와 있네. 근데 요즘 러브호텔 잘해놓긴 잘해놓네.
우리가 들어온 312호실은 연인들의 방이라는 것을 티내겠다는 듯이 다정스런 분위기였다. 러브 호텔 인테리어 답지 않게 평범하면서도 햇살이 창문을 넘어 침대에 비치는 것이 저곳에 여성을 안으면 참 아름답겠다는 생각을.. 으흑.. 죄송합니다. 작가님 이제 그만. 액자는 으흑....
“신기하네. 지진이라도 있나. 지진이라긴 저 액자만 흔들리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네.”
누나 알려고 하지마. 이건 하연이, 성은이, 희수에게도 알리지 않은 반상회의 미스테리야. 으흑.
“근데 정현아.”
“응 누나.”
여자의 얼굴은 100개가 넘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화장을 강조한 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표정이 다양하다는 말이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명자 누나의 얼굴은 희희낙락하면서 방을 살피는 표정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정말 이사 갈거니.”
“그래야 되지 않을까 싶어. 사실 내 하연이, 성은이, 희수랑 대화를 나누어봐야 하겠지만, 지금 맨션에서 오래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 아 그렇다고 누나 맨션이 싫다는 것은 아니야. 그리고 우리 사이가 누구한테 나서도 당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그런데 왜.”
나는 그럴지 모르지만, 성은이, 하연이, 희수는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남들에게 우리 사이를 들킨다는 것은 이제 막 덮어지는 상처를 다시 후비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그럴지 모르지만 내 여자들은 안 그럴수도 있잖아. 그리고 남들이 이해하기 쉬운 일도 아니고 말이야. 또 우리 이야기가 남들에게 이야기 거리가 된다는 것이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잖아.”
“치 네 여자들 말이 술술 나오는구나. 남들은 한명이면 감지덕지 할 미녀들을 네 여자들로 만들어 놓고 말이야.”
“킥 내가 좀 잘 나지 않았수.”
“허 기가 막히네. 이 왕자병 말기야.”
명자 누나의 반응을 봐서는 명자 누나는 탐탁치않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누구에게 떠들지도 않을 것 같았다.
“네 마음은 이해하겠어. 하지만 떠나지 않으면 안 될까? 난 입 다물고 있을게.”
“누나는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이 그럴까? 최대한 숨긴다고 했는데, 결국 누나한테 들켰으니 말이야.”
언제 장난을 쳤냐는 듯이 우리들의 분위기는 다시 어두워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 건들어도 너무 많이 건들었잖아.”
명자 누나는 내 말이 이해되면서도 우리들이 떠난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 듯 했다.
“밖에서도 볼 수 있잖아. 누나. 우리가 이 나라를 떠난다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도 싫어.”
‘싫어.’라고 말하는 명자 누나의 얼굴은 간절함이 매어져 있었다. 솔직히 잘 이해되지 않았다. 명자 누나 입장에서는 자신이 만든 둥우리에서 이 여자 저 여자 건드는 내가 미울텐데 왜 쫓겨내지 않는지.
“왜 그렇게 우리가 떠나는 것이 싫은건데.”
정말 궁금했다. 처음에 이 맨션을 누나가 지었다고 할때도 궁금했지만, 누나가 꽤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란 것을 알고 난후 더욱 궁금해졌다. 기본적으로 작가들은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듯싶은데, 오히려 명자 누나는 사람들을 모았으니까 말이다.
“작가라면 사람들이 적은게 더 좋지 않아?”
“...........”
명자 누나는 내 질문에 쉽사리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얼굴 표정이나 그녀가 내뿜는 표정으로 보아선 말하기 힘든 내용이라는 것은 쉽사리 알 수 있었다.
“이야기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아니야. 누군가에겐 말하고 싶은 내용이었고 그 누군가가 네가 되는 것도 좋겠지. 정현아.”
명자 누나의 얼굴은 정말 진지한 표정이었고, 엷게 짓는 웃음 사이로 어두움이 물드는 것이 내 마음도 슬퍼지는 것 같았다.
“응.”
“나는 고아였어.”
그리고 명자 누나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늘 쾌활하고 어둠 없어 보이는 명자누나를 보았을 때는 좋은 환경에서 자란 부잣집 마나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나 보다. 고아라는 명자누나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명자 누나의 입에서 나온 누나의 인생은 참 굴곡많은 인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명자 누나는 7살 될 무렵부터 고아원에서 살았다고 한다. 누나의 어머니는 ‘꼭 찾아올게.’란 이야기만을 남기고 그녀를 남겨두었는데, 고아라는 말을 봐서 알 수 있듯이 어머니는 명자누나를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머니를 기다리는 각오로 참았지만, 찾아오지 않은 어머니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희망이란 게 그렇잖아. 특히 기다림의 끝이 안 보이는 희망 같은 경우는... 기다림이 걸어지면 좌절뿐이 남을 뿐이야. 차라리 맨 처음부터 희망이 없었으면 처음에는 울었겠지만, 차차 적응이 되었을지 몰라.”
부모님의 존재를 모르는 다른 아이들도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데, 어머님이 고아원에 데려온 누나는 어땠으랴? 사춘기 시절 버림 받았다는 생각에 방황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그때 도와준 것이 한 대학생이었다. 명자 누나가 힘들어 할때 당시 봉사 활동으로 나와있던 대학생이 그녀를 방황을 감싸주었고, 명자 누나는 부모님이 아닌 그에게 기대겐 된 것이다.
“그 오빠가 신부가 되지 않았으면 지금의 남편이 아니라 그 오빠랑 같이 살게 되었을걸.”
명자누나를 도와준 대학생은 당시 신학대학을 다니던 학생이었는데, 누나가 이성에 눈이 뜰 무렵인 고등학생 시절부터 무대포 기질을 발휘해서 달려들어서 넘어뜨렸다고 한다.
“킥킥 생각해보면 첫경험을 성당에서 한 사람도 드물거야. 그때는 어떻게라도 그 오빠가 신부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우선 사항이었으니까.”
“예 성당에서요.”
교회에서 첫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성당이란 곳에서 첫경험을 했다는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 하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는 신부가 되었고, 명자 누나의 첫사랑은 그렇게 좌절되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오빠를 내가 힘들게 한 것이지만, 그때는 오빠를 참 원망 많이 했어. 그러고 보면 나에게 구세주는 그 오빠였는지 몰라. 다시 방황하려던 나를 두들겨 패면서까지 대학에 보냈으니까. 사실 무대포로 내 처녀를 준 사람이지만, 지금도 잘 주었다고 생각해.”
“지금 남편은...”
“줏대 없는 그 양반한테 미안해 할 일은 없어.”
명자 누나의 지금의 남편은 대학 시절에 만나서 사귄 사람이라고 한다. 꽤 명문가 출신이던 남편분은 당시의 누나에게는 빛과 같던 사람이었다.
“왜 그런 소리 있지. 결혼하려면 집안을 따져야 한다는 말. 지금 남편 보면 그 말이 틀린 거 아니라고 생각해. 솔직히 줒대 없는 것을 제외하면 참 밝은 사람이야. 나도 그것 때문에 반하긴 했지만.”
신부가 된 오빠에게 달려든 것이 명자 누나였던 만큼, 남편 분에게 대쉬를 했던 것도 명자 누나였다. 늘 얼굴 한구석에 어두움을 담고 있었던 누나에겐 남편의 밝은 얼굴은 너무나도 부러웠던 것이다.
“치 그렇지만 너무 줒대가 없었어.”
명문가였던 누나의 남편 집안이 고아인 누나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 그런 상황에 누나의 남편은 집안과 싸우지도 못하고 누나를 지키지도 못했나 보다.
“정말. 그때 그 상황이 아니었으면. 유후....”
결국 물러서지 않는 명자 누나 때문에 집안에서는 폭력을 사용했고, 마침 남편분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느 섬에서 창부노릇 할지도 모른다나.
“그때야.. 날 지켜주던 남편... 인연은 인연인가 봐. 집안과 대판 싸우고 나와서 나랑 결혼했으니까. 뭐 지금은 시아버님과 가끔씩 그 일로 농담할 사이가 되었지만, 지금도 아찔하다니까. 뭐 하신 것은 돌아가신 시어머님이지만 말이야.”
절로 누나가 불쌍했다. 하지만 누나의 굴곡은 그것만은 아니었다. 고아여서 유난히 가족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누나는 아기를 갖기를 원했지만, 하늘은 누나와 남편 사이에 아이를 점지해주진 않았나 보다.
“남편이 무정자증이래. 정자가 적은 것도 모자라서 수정할 만큼 힘도 없다고 하니, 젠당 줒대도 없으면서 힘도 없어.”
아기를 갖을 수 없는 상황에 남편이 미워지면서도 미안해하는 남편을 떠날 수는 없었다고 한다. 적어도 그 일 이후에는 자신을 굳건히 지켜주었던 버팀목이기 때문에.
“정말 그 상황이 조금이라도 계속되었으면 자살 했을지도 몰라. 그러다가 찾은 것이 글이야. 국문학과 출신이지만, 글에는 흥미가 없었는데, 재미있더라구. 그러다가 책도 많이 팔리고 돈도 벌고 말이야.”
그 이후 남편이 모아둔 돈이랑 인세를 모아 지금의 맨션을 만들었다고 한다.
“가족을 가질수 없으면 만들면 되지라는 생각에 맨션을 만들었는데 다행히 모여든 사람들이 전부 괜찮은 사람이라 지금은 적어도 너랑 여자들은 전부 가족같아. 치 남편이 좀 나서줬으면 남편들도 가족같을 텐데 말이야.”
“하긴 나도 누나 남편 분은 거의 본 적이 거의 없네.”
“치 남자들끼리 하는 일은 가끔씩 주말에 골프 치는 게 다인데 뭐. 다행히 정현이 너는 골프를 안해서 다행이지 안그랬으면... 너랑 친해지지 않았을지 몰라.”
개인적으로 운동은 좋아하지만, 골프만은 정이 들지 않았다. 공을 치고 따라다니는 골프에는 정이 들지 않았다.(작가는 골프 좋아합니다. 물론 돈이 많이 들어서 보는 것만 좋아하지만 말이죠. 골프 피 너무 비싸요.)
“테니스가 낫죠. 시간나면 언제 주말에 한겜.”
“좋지. 근데 너희들이 떠난다고 생각하니.”
어느새 명자 누나의 얼굴은 다시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면서 최대한 밝음을 유지했지만, 슬픈 것은 어쩔 수 없었고, 게다가 우리들이 떠난다고 생각하니 다시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모양이었다.
“전부 가족 같단 말이야. 으흑... 너는 철부지 동생 같고, 하연이는 귀염성은 없지만 맘은 따뜻한 동생같고 성은이는 통통튀고, 마지막으로 희수는 막내 동생같단 말이야 흑... 그런데 떠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그 모습이 애절해 보여서 어느새 나는 명자 누나를 품에 안았고, 첨엔 흠칫하던 명자 누나도 내 품에서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으흑.. 아니야.”
별로 위로가 되는 말은 아니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라는 말이 다였다.
방안에 흐느끼는 소리가 조금씩 옅어지고, 명자누나가 얼굴을 기대고 있던 와이셔츠로 축축함이 느껴질 무렵 명자누나는 고개를 들었다.
“미안해. 않좋은 모습 보였지.”
“아니야. 누나.”
“닦아줘.”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는 명자 누나의 부탁에 나는 손으로 명자 누나의 얼굴에 뭍은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기분 좋다. 늘 동생처럼만 생각했는데 오늘은 정현이가 오빠같네.”
“눈이 많이 부었어요.”
“치 남편이 보면 또 미안해하겠네. 호해줘.”
“뭐욧!!”
“호해줘.”
거참 나 안그래도 조금은 민망해지고 있었는데, 왜 민망하냐고요. 침대 위에서 어여쁜 여성분이 내 가슴안에서 울다가 고개를 들고, 애교를 부리니. 나 같이 평범한 남자는 보통 민망하기 마련이다. 흑 작가님 죄송해욧. 액자는 이제 그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잖아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이제 멈추네.
“쭙.”
그래도 울어서 약간은 부어오른 누나의 눈매가 너무나 애처로워 후 불어주기 보다는 키스해주는 것이 나을것 같아 누나의 안경을 벗기고 키스를 해주었다.
“뭐야. 호해달라고 했지. 누가 키스해달라고 했어.”
내가 키스를 하자 명자누나는 흠칫 놀라긴 했지만, 곧 안정을 되찾고 쏘아 붙이기 시작했다.
“치 동생이 누나 눈에 키스도 못해?”
“뭐. 그래 해라. 해. 킥킥.”
자연스레 내 입술을 다시 누나의 눈에 갔고, 짭짭한 맛과 함께 그녀가 살아온 인생이 느껴지는 듯했다.
“춥....”
자연스레 내 입술은 누나의 부은 두 눈과 눈물이 흘렸던 곳을 키스해주고 있었고, 눈이 아닌 다른 곳을 처음 키스 할 때는 놀란 표정이었던 누나도 차츰 내가 그녀의 눈물을 빨아주자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쯥... 쯥?”
“짜지 않아.”
“괜찮아.”
“정말 오늘은 네가 동생이기 보다는 오빠같다.”
“그래. 다행이네.”
“기분 정말 좋다. 다시 해줄래.”
“더 기분 좋게 해줄까?”
“킥 맘대로 해봐라.”
처음엔 여기까지 올 생각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레 누나의 입술에 다가간 내 입술은 살포시 입술에 기대었고, 처음엔 부르르 떨던 누나도 어느새 내 목에 팔을 감고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입술을 떼자, 창문에 들어온 햇살에 비친 붉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바람둥이.”
“그래도 기분은 좋았잖아.”
“근데 우리 이래도 될까?”
명자 누나는 불안으로 물들어가고 있었고, 내 목소리도 어느새 떨리고 있었다.
“글쎄.”
PS : 작가님 근데 이렇게 해도 되나요?
안녕하세요. 어쩌다 보니 이번 회에도 절단신공을.....
글도 오랜만이죠. 사실 요즘 세 글을 쓰고 있는데 하나는 쉬엄쉬엄 쓰고있고요. 가장 집중해서 쓰고 있는 글은 아쉽게도 반상회가 아니랍니다. 반상회는 순위로 따지면 두번재 글이네요. 그리고 가장 순위가 높은 글은 야설이 아닌 그냥 소설입니다. 한 100k 썼나.
반상회를 생각하면 한 숨만 나옵니다. 도대체 이 글이 언제 끝날까. 계속 늘어지는 것 같죠.
그래서 조기완결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즈음 반응도 않좋고 많이들 재미도 없어하시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글을 쓰는데 신명이 없다고 할까? 조기완결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끝내려는 것은 아니고요. 완결은 티 안나게 할 생각입니다. 제가 처음 구상했던 스토리에서 이제 막 절반 왔는데 아쉽네요.
반상회를 잼있게 보신 분들에게는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어느 날 갑자기 완결입니다. 하는 것보다는 알려드림이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2-3부 정도 쓰면 완결 될겁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많은 리플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