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회 15부 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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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부 4장 3+1일까요?
“누구야 이제 막 오빠가 준비하고 나가려고 하는 말이야.”
데자뷰인가? 왜 희수의 말이 어디선가 들은 것 같지. 그런데 도대체 누구야. 이 맨션 사람들은 주말에는 내 집에 안 오는데 말이야.
물론 평일에는 제 집 오듯이 온다. 우리 집에 있는 헬스기구들을 사용하러 오는 사람(맨 처음 샀을 때 열심히 하고는 그 다음부터는 벤치 프레스나 몇 번하고 마니, 멤버들이나 사용하라고 허락해주었다.) 또 거의 반상회를 우리 집에서 하기 때문에 들어오는 것에 다들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집에 일찍 들어와서 샤워하고 나오다가 활명수씨랑 딱 마주치고 나서는 적어도 내가 있을 때는 맨션에서 유일하게 문을 잠그고 살게 되었다. 유일하게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집들은 늦은 저녁이 되기 전까지는 모두 문을 잠그지 않고 산다. 뭐 맨션 입구자체에 전자도어로 잠기어져 있으니 도둑 들 염려는 거의 없다.
얼레 그런데 이거 외부 초인종인데? 비디온 폰으로 보이는 모습은 문 바깥의 모습이 아니라 맨션 현관이었다.
“흠 누구지? 날 찾아올 사람이 없을 텐데.”
“밖에서 온거야?”
막상 희수도 맨션 사람이 아닌 밖에서의 호출이라는 것에 놀란 듯 했다. 희수의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희수가 보았던 외부 출입자들 중에서 그 동안 우리 집에 찾아오는 손님 정도는 성은이 밖에 보지 못한 것이기도 했다.
“웬일이야? 나 오빠한테 외부 손님이 다 오고.”
“누구세요?”
인터폰을 눌러 물으니 그제서야 비디오 폰으로 누군가의 모습이 보인다. 비디오폰의 화면이 작은 것이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인줄 알았다. 글쎄 자그만치 부사장님이 온 것이다.
“부사장님?”
“예. 사장님.”
희수의 얼굴은 일그러져가고 있었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부사장이랑 통화할 때 세 여자 모두 난리를 피우며 나를 구박했는데, 부사장님이 실제로 우리 집에 오다니. 아 앞이 까마득하다.
“.............”
잠시 말문이 막혔다. 분명히 사장님이라고 하는 걸 보면 부사장이 맞는데. 멍하니 서있는 나를 희수가 꼬집으면서 얼른 문을 열어주라는 시늉을 했다.
“죄송합니다. 부사장님. 지금 문 열겠습니다.”
화면으로 보이는 부사장의 얼굴은 해상도가 높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당황한 기색이었다. 당연하다. 자기를 확인했는데도 문을 안 열어주니 부사장 입장에서는 당황하기 마련이지.
“치 저 사람은 왜 온거야?”
희수의 얼굴은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침실에서 대충 옷을 챙겨 입고 나온 성은과 하연은 희수의 얼굴을 보며 데이트가 망쳐진 것이 즐거운지 자기들끼리 웃으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언니들 좋아할 일 아니야.”
“응?”
희수의 말에 성은은 무슨 말이냐는 의미로 대꾸를 하였고, 하연도 궁금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부사장이래. 온 사람.”
“뭐?”
“부사장님이 왜?”
하연과 성은의 얼굴엔 당혹감이 새겨져 있었고, 곧 불쾌함 비슷한 감정이 얼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치 그 사람은 왜 온 거래?”
“뭐 병 문안차 온 거 아닐까?”
부사장님이 온 것에 대해서 내가 왜 이렇게 땀 흘리면서까지 변호하고 있지. 그리고 성은이는 ‘나 화났다.’라는 것을 얼굴에 씌어있고, 희수는 입술을 불만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연도 표시는 안하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은 듯 했다.
오늘은 아무래도 뭔가 풀리지 않는 날인가 보다. 아침부터 기분 좋게 시작해서 행복했는데 황비 사건부터 부사장님에 대한 세 여자들의 반발 정말 미치겠네.
“띵동. 띵동.”
“오셨나 보다.”
역시 그래도 하연이다. 기분 안 좋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성은과 희수에게 표시하지 말라는 손짓으로 지시하고는 문을 열어준다.
“들어오세요.”
“김정현 사장님 댁 아닌가요?”
김재희(부사장)씨는 내가 아닌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을 반겨주자, 당황해하며 잘못 찾아왔나 싶은 얼굴이었지만 곧 나의 얼굴이 보이자 환한 웃음을 보이며 반가워했다.
“사장님.”
재희씨는 늘 정장만을 입고 있던 평소와는 달리 캐쥬얼 차림이었다. 비디오 폰이 아닌 실제로 보는데도 처음에는 재희씨가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소매 없이 어깨를 확 들어낸 나시 차림에다가 샤넬 라인이라고 하던가 무릎 위 5cm 정도까지 내려오는 청치마, 저 모습만 보면 나랑 재희씨는 절대 동갑으로 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김재희씨 제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부사장님 환영해요.”
역시 서비스업에서 오랫동안 일한 결과일까? 성은은 언제 재희씨에게 불평을 했나 싶을 정도로 반가운 미소로 재희씨를 환영하고 있었고, 다만 희수만이 뾰루퉁한 표정으로 인사를 해서 재희씨에게 당혹감을 줄 뿐이었다.
“걀걀걀. 이해하세요. 재희씨 희수가 오늘 오빠한테 점심 대접 받기로 해서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재희씨가 와서 못 나갔거든요. 그래서 저래요. 성은아 얼른 와서 제대로 인사 안할래?”
성은은 얼굴색 변하지 않고 재희(재희씨 재희로 통칭합니다.)에게 거짓말을 하였고, 희수도 어쩔 수 없다는 고개를 숙여 재희에게 사과를 하였다.
“근데 사장님 이분들은 어떤........”
“아 내 정신 봐라. 아직 소개도 안 해드리고. 여기 성은이는 제 애첩이고요. 여기 하연씨는 본처, 저기 삐져있는 희수씨는 막내 마누라입니다.”
“예!?”
재희 뿐만이 아니라 하연, 성은, 희수 모두 놀란 얼굴이다. 특히나 성은은 어쩌려고 그러냐는 듯한 얼굴이었고, 하연, 희수도 성은과 비슷하였다. 특히 희수는 언제 삐졌냐는 듯이 얼굴에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지만, 성은이는 친척 벌 되는 사람이고요. 여기 하연씨랑 희수씨는 이웃사촌입니다.”
“아, 그래요.”
킥킥 재밌다. 내 여자들 셋 모두 한참 긴장했다가, 장난으로 넘기는 내 모습에 안도를 했다. 얼굴에 긴장감이 가신 후의 셋의 얼굴은 미소가 띄어져 있었다. 근데 왜 우리 부사장은 저렇게 안도를 하는거지.
“그런데 부사장님 어떻게 오신건지.”
“아 내 정신을....... 그리고 이거.”
그제서야 재희는 두 손에 들려있던 과일 바구니를 나에게 주었다. 딱 느껴지네. 병문안용 선물이라는 포스.
“제가 손질해서 갖다 드릴게요.”
내 손에 있던 과일 바구니는 내 손을 거쳐 하연이에게 건내졌고, 그 순간 재희씨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왜 그러시죠?”
하연이 묻자 머뭇거리던 재희는 곧 결심한 듯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말을 시작했다.
“하연씨 사과는 제가 깎아도 될까요?”
“예?”
하연이는 당혹스러운 듯한 표정이었지만, 곧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닦아서 갖고 올게요.”
하연이 과일 바구니를 들고 부엌으로 향하자, 성은과 희수는 하연을 곧 따라 들어갔고, 재희는 곧 내 안내로 인해 거실 소파로 앉게 되었다.
“여기 앉으세요. 병문안 오신 건가요?”
“예.”
생각해보니 웃기네. 내 입으로 ‘병문안 오신 건가요?’하는 것도 이런 생각을 한 것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재희도 피식 웃고 있었다.
“킥킥, 역시 사장님은 가끔씩 너무 엉뚱하세요.”
“하하하.”
그래도 다행이네. 저렇게 웃어주니, 그런데 왜 손이 저렇게 반창고 투성이지?
“손은 왜?”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무 것도 아닌 것 아닌 거 같은데. 왼 손이 거의 밴드 투성이구만.
“오래 기다리셨죠? 허브 차로 준비했는데 괜찮죠.”
어느새 하연은 차를 준비해서 가져 왔고, 재희는 뜨거운 김과 함께 올라오는 허브 향기를 즐기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허브 차 저도 좋아해요.”
“그럼 이야기 나누세요.”
하연은 재희의 밴드 투성이 손을 보고 재희 모르게 나에게 윙크를 자리를 떴다. 저 윙크의 의미는 뭘까?
“성은아, 희수야 우리 집에 가서 놀자.”
“응.”
성은은 거의 희수를 끌다시피 데리고 나갔고, 나가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기고 갔다. 하연이나 성은이나 왜 저러지?
“사과 좋아하세요?”
“아, 네.”
내가 사과 좋아하는 게 저렇게 기뻐할 일인가? 그래도 항상 정장 차림새의 부사장만 보다가 편한 옷을 입은 모습이고 미인이 기뻐하는 것을 싫어할 남자가 있을까? 게다가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부사장의 파격적인 의상은 은근히 나를 흥분케 하였다.
“몸은 어떠세요?”
“몸이 그렇게 나빴던 것은 아니고요. 아무래도 피로가 쌓였던 것이 이번에 폭발한 것 같습니다.”
“사장님이 건강하셔야지. 회사가 튼튼합니다. 몸조리 잘하세요.”
이야기가 왜 이렇게 무미건조하지. 하긴 부사장이랑 언제 이런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이 있어야지 항상 회사 이야기만 했으니.
“회사는 아무 문제 없죠?”
후 이건 마치 재희가 뭔가 잘못한 거 없냐고 묻는 것 같잖아? 나를 걱정해주어서 온 부사장인데, 내가 이렇게 머뭇거리는 상황 속에서 재희는 과도와 사과를 잡고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사과 깎을게요.
“아 예.”
이거 참 한때는 무도회의 황제라고 불리었던 이 몸이 여성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일 줄이야. 하긴 내 경영 스승과도 다름없는 사람인데 이빨 까기는 좀 그렇긴 했다. 그런데 아리따운 여성이 나를 위해 사과를 깎아주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어야 했지만, 무섭기 그지없는 광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괜찮아요.”
사과를 깎으면서 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 내 앞에 있는 재희는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사과를 깎고 있었다. 보는 내 손에 땀이 흥건히 젖을 정도였다. 이건 공포 영화보다 더 공포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용케 사과 속살과 껍질은 분리되고 있었지만, 언제라도 길고 하얀 재희의 손에서 피가 흐르게 되는 것은 놀라울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저기 제가......”
“괜찮다니까요!!”
하겠다는 포스가 넘쳐흐른다. 회사 사람들이 왜 재희한테 철혈마녀라는 명칭을 주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저런 얼굴 앞에서 ‘하지 말라’고 말할 자신은 나도 없었다. 게다가 이젠 장식까지 하고 있었다.
“드세요?”
“아 네.”
지금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과가 맞나 싶었다. 분명히 객관적으로 보면 맛있는 사과였지만, 백설 공주가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마녀란 별명을 들어서 그런가? 아름다운 재희의 모습이 백설 공주 속에 나오는 못된 왕비의 모습과 겹치고 있었다. 그리고 맛있는 사과는 독 사과처럼 내 목에 걸리었다.
“저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고 있지.
“사장님, 저기 할 말이.......”
“예, 말씀하세요.”
사과를 깎을 때보다 더 많은 땀이 재희의 이마에서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내 이마도 재희 못지않은 땀방울이 맺히었다.
“저기 이번 주 회사 보고서입니다.”
뿌드득, 절로 이빨이 갈려진다. 겨우 저 말하려고 이렇게 분위기를 잡은건가? 부사장은 자신의 가방에서 서류 파일들을 꺼내서 나에게 건내 주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일주일 동안의 회사 상황을 나에게 설명해 주었고, 그 모습은 평소와 너무 똑같아, 아니 평소보다 더 철두철미해서 농담할 기회조차 없었다.
보고가 다 끝나고 나서의 재희의 얼굴은 확연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워져 있었다. 내가 뭐 잘못했나? 난 열심히 들은 기억 밖에 없는데.
“저기 부사장님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아니에요. 저는 이만.......”
왠지 부사장을 그대로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들었다. 딱 마침 시간도 점심시간이었다.
“부사장님 점심이라도 하죠.”
“네? 아 예.”
“나가시죠. 저기 잠시만 기다리실래요. 옷 좀 챙겨입고 오겠습니다.”
배가 고팠나? 왜 재희의 얼굴이 확연이 밝아지지.
Ps : 이번 15부의 부제의 해답은 아니었습니다였군요.
이번 글은 좀 짧지요. 잘 안써지더군요.
부제를 낚시질이라고 하신다면 할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따로 붙일 부제가 잘 생각이 안나더군요.
재희씨 재등장입니다. 참고로 제가 젤 좋아하는 캐릭터형이 재희씨처럼 마녀형 + 여왕형 캐릭터입니다. 아직 제대로 표현안됐지만 제대로 쓸려고 생각듕입니다. 왜 좋아하냐구요? 부시는 재미가 있다고 할까 그런 캐릭터의 여성이 저한테 매달리는 것을 보면 희열이....
올만에 리서치....
15부에서 붕가붕가신이 필요하다. 1번
16부에서 남아있는 숙제들을 어서 해결하자.(cf 숙제: 하연의 국화꽃, 3+1, 그리고 희수 국화꽃 어서 해결해야지.. 참...) 2번
지난번처럼 3번 부르시는 분은 화낼 겁니다.
조회수 올릴 방법 없을까요. 요즈음은 너무 조회수가 적네요.
리플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성의가 작가의 성실연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