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회 12부 1장
페이지 정보
본문
12부 1장 장희수 GET
절 안아주세요. 처음엔 잘 못 들은지 알았다. 하지만 희수의 애절함과 굳건함이 담긴 눈빛은 내가 들은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기, 너무 흥분하신 듯한데....”
“정현씨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끼실만 할 수도 있어요. 지금 제가 횡설수설하는 것도 알고 있고요. 하지만 그 동안 많이 생각해왔던 일입니다.”
“하연이와 제 사이를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하연이와 제가 그냥 즐기는 사이라고 생각하셨다면 그건 틀린 일입니다.”
물론 하연이나 성은이 원하지 않아서 결혼이라는 결과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일 뿐이지 내 마음 속 한구석엔 둘다 모두 책임지어야 할 내 여자로 여겨지고 있었다.
“.........”
희수는 그런 내 말에 갈등이 생기는 듯 했지만, 곧 결심이 선 듯 말을 잇기 시작했다.
“물론 언니한테는 스스로도 미안해하는 점이 있어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된 것이 언니 책임이 아니라는 거 알아요.”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단지 아프다는 것만으로 부부간에 불화가 생겼다는 것만으로 제가 희수씨를 안아야할 의무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
크게 한숨을 쉬며 희수는 말을 하길 망설였다. 하지만 곧 몇 입술을 깨물곤 결심했는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말로는 제 거기가 굉장히 좁데요. 좁은 걸로 끝난다면 문제가 아니지만 그래서인지 남편도 맨 처음에는 저를 굉장히 아껴주고 기뻐했어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아파하니 남편도 힘들어 하더라구요. 부부간의 행위에서 항상 고통에 겨워 우는 부인, 남편으로서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겠지요.”
처녀의 경우 물론 아프다. 경험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동안 들은 것과 경험을 통해서 유추해본다면 그저 살에 상처 나는 정도 수준의 아픔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렇기만 한다면 세상에 모든 연인과 부부는 원활하게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자신의 남자에게 순결을 받치면서 아픔을 갖는다는 것은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닐까 싶다. 포유류를 비롯한 영장류 중에서 처녀막을 가지는 동물은 인간 정도만 있다고 들었다. 아마도 진화의 과정에서 언제부턴가 생기었고,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아무 쓸모없는 기관에 불과할진 모르겠지만, 신이 인간에게 그런 부분을 주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모든 동물 중에서 생식행위를 즐거움으로 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고, 신이 인간에게 처녀막이라는 것을 주었다는 것은 인간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주면서 사랑과 성행위가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성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순결을 주고, 그 표시라 처녀막의 파열이라는 고통을 통해 그 남자를 마음과 몸으로 모두 기억하라는 의미. 그것이 남성우월주의에 빠진 내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요즘처럼 처녀라는 것이 조금씩 여성들이 부담으로 여기는 시대라면 한번쯤은 왜 인간에게 그런 기관이 있는지 생각해 볼만한 일인듯 싶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남편 말에 의하면 전 분비물이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혹시 병원엔?”
“그 남자 웃긴 것이 성클리닉에 같이 가자고 하면 자신이 무슨 정력이 없는 사람처럼 생각되나봐요. 남자들 우스워요. 부인은 고통에 겨워하고 있는데 겨우 그런 것 가지고 거부하는 걸 보면.”
처음엔 부끄러운 듯이 말을 하던 희수였지만, 어느 순간 남편에 대한 분노가 터졌는지 오히려 열을 올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남편이랑..... 좀 더 이야기를 해보신다면.”
“저도 첨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나를 아프게 하던 그 남자가 어느 순간부터 뜸해져서, 아 그 남자 나름대로 나를 위해주는구나. 생각하고 있다가 제대로 뒷통수 얻어맞았어요.”
아무래도 남편이 바람을 폈나 보다. 점점 열을 올리며 흥분을 하는 그녀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지 부인한텐 남편 구실 못하면서 술집 여자한테 살림까지 채려주었더군요. 게다가 그걸 들키고도 당연스럽게 네가 여자구실 못해서 남자가 밖으로 도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차라리 그때 이 여자를 놓아줄 것이지. 그 녀석 참...
“저도 제 나름대로 남편한테 미안해하고 있던 것도 있었으니까, 아마도 남편이 바로 용서를 빌었다면 지금처럼 화나지는 않았을 거예요. 문제는 해결할 생각도 안하면서 자신의 욕구만을 푸는 그 남자 저도 이젠 정 다 떨어졌어요.”
그래 헤어지려고 하는 것 좋다 이거야. 근데 하연이 성은이랑 노는 나는 왜 거기에...
“정현씨는 재수 없었다고 생각하세요. 솔직히 정현씨가 말하지 않는다면 제가 언니한테 말하는 일은 없을거에요.”
이 아줌마야. 아무리 그래도.. 싫다고...
“혹시라도 언니가 알게된다고 해도 저로서도 할 말있어요. 전 언니한테 할말 못할말 다했는데, 언니 따라서 결혼했다가 불행해졌다고 하면 언니 성격에 뭐라고 하지 못할걸요.”
이 사람아 내가 싫다는데 왜 자꾸 하연이 이야기는 해. 하긴 하연이 성격이면 이 이야기 들으면 쉽게 용납하긴 할꺼야. 안돼 이 넘의 도둑넘 심보.
“싫습니다.”
“후~ 언니 남자 복 없었다고 생각했더니 이번에는 남자 복이 있는 편이었네요. 그래도 저도 포기 할 수 없어요. 저도 여자로서 즐거움을 즐기고 싶어요.”
“제가 희수씨에게 즐거움을 줄 거란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봤어요. 옥상에서 언니가 행복해하는 거,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언니같이 바른 생활 교과서처럼 사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때 이후 많은 생각했어요. 언니도 정현씨 만나서 행복을 되찾았는데 내가 불가능할 게 뭐 있나하고요.”
“행복을 찾으시면 되지 않습니까?”
희수가 행복을 찾는데 왜 내가 필요하느냔 말이다. 요즘에 이혼녀라고 해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돌아온 싱글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요즘 사람들에게겐 이혼이라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하는 것인데 굳이 나에게 안길 필요가 있나 싶었다.
“행복을 찾는다고 해서 쉽게 찾아질 행복인가요? 물론 찾으려고 하면 조건 좋은 남자는 찾을 수 있겠죠. 실제 제 남편도 조건 좋은 축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처럼 그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파한다면 결국 악순환의 연속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이 아까 횡설수설하던 사람 맞아? 왜 이렇게 요목조목하게 파고 드는거야. 나에게 안아달라는 의도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석녀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은 것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희수씨 말대로라면 사랑없이 시작했고, 분비물이 적게 나오는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다른 여성들보다 아팠다고 해서 희수씨가 느끼지 못하는 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로야 그렇게 이야기 하는 건 쉽겠지요. 하지만 직접 제 입장이 된다면 정현씨도 그렇게 쉽게 말하지는 못할거에요. 부부생활을 유지하는데 성생활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진 알고 계시겠죠. 저로선 확인하고 싶어요.”
“굳이 하연이와 잘 지내는 저를... 선택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물론 하연이 말고도 성은이와도 잘 지내고 있다고, 남자라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쉽게 안을 수 있는 건 아니란 말이야. 아무리 하연이가 모르게 한다고 해도 분명히 우리 둘이 그렇게 된다면 하연이를 배반하는 일이 될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을 찾아 확인 할 수도 있겠지요. 프로라고 할 수 있는 호스트를 찾아갈 수도 있고, 하다못해 나이트 가서 원나잇 스탠드를 통해 확인할 수도 있겠지요.”
희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거론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런 극단적인 방법마저 말하는 희수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 정도 문제는 분명히 부부가 노력해서 부부클리닉에 찾아간다면 쉽게 해결 할 수 있었던 일인데, 이렇게 희수로 하여금 극단적인 방법까지 찾게 만든 그 누군가에게 저절로 욕이 나왔다.
“그렇게까지 하실 것 까진....”
“그렇게 안하면 어떻게 알아볼까요. 결과적으론 모르는 남자한테 안겨야하는 건데 이미 전 정현씨한테 할 이야기 못할 이야기 다 해놨어요. 정현씨가 제 입장이 된다면 여기까지 와서 다른 사람 찾을 수 있을 것 같나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하연이를.......”
“언니한텐 저도 미안하게 생각해요. 또 굳이 정현씨를 택한 것도 언니 때문이기도 해요.”
“예?”
“언니같은 사람이 정현씨한테 그렇게 빠졌다면, 물론 정현씨가 매력이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언니가 느끼지 못했던 그 무언가를 정현씨가 느끼게 해줘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
요목조목 왜 내가 자신를 안아야 하는지 설명하는 희수가 안쓰럽게 여겨졌다. 지금은 흥분한 상태라서 느끼지 못하겠지만, 만약 내가 그녀를 끝까지 거부한다면 여자로선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패배감이 그녀를 힘들게 할 것이다.
“그 무엇이 그 날 언니가 행복해하는 것을 본 저로선 나도 여자라는 것을 알기위해선 아무래도......”
“........”
희수는 계속해서 나를 선택하고 있었지만, 나는 묵묵무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이런 나의 모습에 희수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후~ 언니 남자 복 없는지 알고 있었는데 정현씨 보니 남자 복이 넘치는 거였군요. 좀 늦게 와서 그렇지.”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여자 복이 있는거다. 성은이나 하연이나 모두 최고의 여자들이고 그런 여자들이 내가 와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포기하세요. 더 이러실수록 힘들어지십니다.”
“저도 이거 까지 꺼내긴 싫었어요.”
그러면서 희수는 자신의 청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설마, 설마 아무리 그래도 하연이는 희수한테 친언니 같은 사람인데.
“그때는 정말 무심코 찍었어요. 찍고 나서도 왜 이랬을까 후회 많이 했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잘 찍었다는 생각이 드네요.”“하연이는 희수씨한테 친언니나 다름없는 사람 아닙니까?”
“맞아요. 그러니까 제가 이걸 사용하지 않도록 정현씨가 도와주세요.”
그러면서 희수는 스스로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한 손에 들고 있는 그녀를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다. 순간 뺐을까 싶었지만 곧 희수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포기를 하고 말았다.
“혹시라도 힘으로 이것을 빼앗아 간다고 해도 소용없어요. 컴퓨터와 메일에 이미 저장해두었으니까.”
철두철미하군. 머릿속에서 절로 열이 났다. 다른 사람도 하연이가 그런 일을 당한다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아는 사람이, 사진을 가지고 나와 하연이를 협박하다니.
“하연이한텐 말하지 않는 겁니다?”
“당연해요. 지금도 전 언니한테 미안한걸요.”
“안아주기만 하면 되는거죠?”
“예.”
그때까지 희수는 몸에 걸치고 있는 가디건을 스스로 벗고 있었다. 옷을 벗는 그녀의 두 손을 내 손으로 잡자, 희수는 내가 말리는 줄 아는 듯 거부의 몸짓을 했다.
“벗기더라도 제가 벗기겠습니다.”
“.........”
그때까지의 당당함은 어디로 갔는지 희수의 얼굴을 붉게 홍조가 오르고 있었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내 모습에 당황한 듯 입술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희수를 두 손으로 안고 침실로 들어가자 부끄러운 듯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그녀는 벌벌 떨고 있었다. 마음속으론 그렇게 벌벌 떠는 그녀를 달래주고 싶었지만, 희수가 나와 하연이를 협박한 이상 요구를 들어주기는 하지만 쉽게 들여주기는 싫었다.
“다시 한번 묻겠어요. 안아주기만 하면 되는거죠?”
“예.”
“안아주면 바로 지우는거죠?”
“예.”
그 말과 함께 희수를 거칠게 침대로 집어던지듯이 던져버렸다. 희수는 갑자기 거칠어진 내 모습에 놀란 듯 안그래도 큰 눈이 더욱 커지며 공포의 감정을 표시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런 표정 지어도 하연이를 상처주려 한 것은 용서할 수 없었다.
“정현씨... 왜...”
“꿀꺽.”
희수는 거칠어진 내 행동의 이유를 묻듯이 물었지만, 친절하게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귀밑에까지 쇼트 커트 검정색 머리, 162cm 정도의 키, 나올 때는 지나치게(?) 나오고 들어갈 때는 들어간 몸매. 아이처럼 생긴 얼굴, 거칠어진 나의 행동에 떠는 모습. 마치 내가 가해자라는 것을 알려주는 그 모든 것들은 내가 하려는 행동을 부채질 하고 있었다.
침 삼키는 소리가 날 정도로 점차 나는 흥분되고 있었고, 걸치고 있던 양복 자켓을 집어던지고 목을 조르는 듯한 넥타이도 집어던져 버렸다.
“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