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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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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55 회 작성일 24-01-02 12: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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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찾아뵙습니다.
은정의 사랑를 끝낸 후 회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게으름을 좀 부렸습니다.
최근에 장편을 하나 다시 구상중인데 대략 1/3 정도 쓴 것 같습니다.
이것도 90%정도 쓴 다음에야 올릴 예정입니다.
어영부영 질질 끄는 건 제 성미에 안맞아서요....


그전에 워밍업으로 상사의 복수처럼 은정의 사랑에 나왔던 첫사랑의 여인을 주제로 간단하게 하나 써봤습니다.
그럼 나중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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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게 누구야"


"그래 나야 아영이!!"


 

그녀를 다시 만난 건 노총각 친구의 결혼식에서였다.

 

"그래 잘 지내니?"

"나야 뭐 애낳고 살림하고 그렇게 지내지!
 그러는 너는?"


"나도 샐러리맨생활이 그렇지."


"이게 얼마만이야 우리 졸업하고나서 헤어진 뒤 한 10년 됐나보다.."


"그렇지 그때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첨이니까 10년이 좀 넘었네.."


"얘는 그때 일 아직도 맘에 두고 있나보네.."


 

장아영

 

그녀는 내 대학생활 4년을 앗아간 여인이었다.

처음 대학에 입학하여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때 그 때 그녀를 처음 만났다.


당시 우리 학교에는 오리엔테이션 과정중에 응원연습이라는
과정이 있었다. 그 때 옆자리에 있던 여자가 그녀였다.


 

"자 다들 옆사람 손 잡으세요"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시커먼 남자들하고만 생활했던 나는 응원단장의 말에도 불구하고
옆에 있던 아리따운 여인의 손을 감히 잡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남자가 뭘그래요."

 

하며 먼저 내손을 잡아온 사람이 그녀였다.

 

짜릿했다.

여자의 손을 처음 잡아본 것은 아니지만 전혀 모르는 성숙한 여인의 손을 여자로 느끼며 잡아본 것은
맹세코 그때가 처음이었다.

 

약간 차가운 듯 하면서도 조그많고 보드라웠던 그 때의 감촉은 졸업한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만큼 그녀는 내게 강한 인상을 주었었다.
동그스름한 얼굴에 통통한 볼, 서글서늘한 눈망울, 작았지만 두툼했던 입술마저도.

그날 30분동안 나는 대학생활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하는 생각속에서 빠져 나올 수 없었다.
처음 잡아본 여인의 말랑말랑한 손, 거기다 열기속에서 발산되는 그녀의 싱그러운 육체의 향기.
태어난 지 20년동안 동정을 지켜온 순진한 총각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한 자극이었다.


 

그 날 응원을 마치고 아무런 약속도 없이 그냥 헤어진 후 나는

 

어느과에 다니는 여자일까
혹시라도 우연히 마주치면 어떻게 하지. 먼저 말을 건네야 하나

 

속으로 상상하며 그녀와 마추지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그녀와 마주치고야 말았다.

 

교양영어를 들으러 계단을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 중에 그녀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내려오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떨기 수선화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그 자체였다.


 

그때 무슨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여자들이 떠들다가 다들 나를 쳐다보았고 그녀도 마찬가지로 나를 주시했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잘 몰라보는 눈치였다. 그저 이상한 사람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볼 뿐이었다.

 

"저 모르세요 응원할 때 옆에 앉았던.."

 

이어지는 나의 말에

 

"아..."

 

하며 이제야 생각난다는 듯이 눈동자가 동그래지는 그녀였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제가 이학교 들어와서 첨 만났던 여자분이라서 기억에 남았는데 이렇게 만났길래 아는체 했습니다.
 별일 없으면 앞으로도 아는체하고 지내자고요...저는 경영학과인데 그쪽은?"

 

"저는 의상디자인학과에요. 그럼 뭐 아는체하고 지내죠...다음 수업때문에 그럼 나중에 만나요.."

 

생각지않게 시원시원했다.

원래 서글서글한 모습답게 성격도 그런 것 같았다.
이 성격때문에 나중에 속을 끓였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린다.

 

그녀가 내려가면서 나를 가르키며 친구들과 떠들며 웃는다.
아마 첫날의 그 순진했던 날 이야기하며 웃는 지도 모르겠다.

 

그 이후로 난 그녀와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과를 알아낸 이상 그녀가 무슨 수업을 듣는 지 미리 알아내고 그 근처에서 얼쩡거리면 되었다.

그녀도 나와의 마주침이 자주 일어나자 내가 고의로 그러는 것인지를 알아차렸고 그 이후에도
내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친구로 변해갔다.


먼저 말을 트자고 한 것도 그녀였다.

 

나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그녀와의 만남이 잘 되어간다고 나름대로 만족해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성격을 감안하지 못한 나의 오산이었다.

그녀는 나를 유일한 남자친구로 놔두지 않았다.
물론 내가 가장 자주 만나는 남자이기는 했지만 그녀는 자유롭게 미팅과 소개팅을 반복하며 다른 남자들을
만나고 다녔고 때로는 나에게 미팅에서 만났던 남자 이야기를 해 주기도 했다.


 

"야 너 이렇게 남자친구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어떻게 또 미팅에 나가냐?"

 

하고 투정아닌 투정을 부려보기도 했지만

 

"난 벌써 한남자에게 구속되기는 싫다. 그게 못마땅하면 그만 만나던지 너두 딴여자 만나.."

 

하며 반격해 왔고 난 본전도 못찾고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동안의 노력덕분에 그녀의 친구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내가 그녀의 남자친구라고 받아들여졌고
다음 학기에는 그녀와 같은 교양수업을 들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그동안 내가 그녀에게 쏟은 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만난지 1년 됐다고, 생일이면 생일이라고, 특별한 일을 만들어 그녀에게 선물공세를 해댔고
시험기간이면 그녀를 위해 새벽 5시반부터 줄을 서서 도서관에 자리를 잡아놓곤 했다.

 

새벽에 나오면서 나는 여자들의 본성 중 하나를 깨달았다.

난 그시간에 나오기 위해 세수도 겨우 하고 나오는데 그 이른 시간에 나오면서 화장까지 이쁘게 하고 나오는
여인네들이라니...이쁘기 위해서는 부지런하기까지 해야 한다는 걸....


 

하여튼 나는 그녀의 충실한 종 노릇을 열심히 했다.

 

특히나 3학년때 경쟁자가 나타났을 때는 그야말로 비상이었다.

법대다니던 1년 선배였는데 이 선배가 그녀에게 반해서 따라다녔고 그녀도 내심 싫지 않았는지 나몰래
한학기나 그를 만났다. 다행히도 그녀와 같은 반에 있는 그녀의 친구가 보기에도 심해 보였는 지 살짝 내게
귀뜸을 해줘서 난 그 사실을 알았고 그녀와 싸운뒤 그넘을 찾아가서 1학년때부터 내가 침발라놨으니까
손떼라고, 손안떼면 후배한테 망신당한다고 협박아닌 협박을 해서 결국은 떼어냈다.

 

그러나 결국 그녀와의 만남은 파국을 맞고 마는데 원인은 그녀의 어머니였다.

 

4학년 졸업을 앞두고 난 어느 방식으로든 그녀와의 관계를 마무리지으려 했고 결국 그녀는 나에게 이별을
통보했는데 내가 무엇이 부족하냐는 질문에 그녀는 어머니가 이미 자리잡아 놓으신 혼처가 있다는 말과 함께
나이도 동갑인데다 재벌가의 자식도 아니고 또 군대도 갔다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고시에 합격하지도 않은
나를 믿고 기다리기엔 너무 불확실하고 더구나 의사 사위를 준비하신 어머니를 설득하기에도 부족하다는
말로 이별을 통보했다.

 

나는 그 때 처음으로 술을 먹고 필름이 끊어졌다.

 

그 후 한참동안의 방황을 거쳐 나는 그녀를 잊어버렸다.

 

그것이 그녀를 다시 만나기까지의 내 첫사랑의 추억이었다.


지금 다시 본 그녀는 나이를 먹은 티가 나기는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이었고
몸매도 그때보다는 조금 살이 찌기는 했어도 뚱뚱하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오히려 완숙미가 느껴지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결혼식이 끝나고 사진촬영도 마친 후 돌아가려던 내 눈에 문앞에 서 있는 그녀가 들어왔다.

 

"뭐해, 집에 안가, 아님 누구 기다려?"

"가야지, 아니 그러지 말고 오랫만인데 시간 괜찮으면 나하고 차한잔 하자"


 

그녀의 제안에 뭐 토요일 오후 집에 가야 마누라하고 애들한테 시달릴 일 밖에 없는 나도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와 근처 커피전문점으로 향했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저녁이나 먹자는 그녀의 말에 좀 이르기는 했지만 근처의 조용한 한식접으로 옮겨
갈비에 소주를 시켰고 소주가 한잔, 두잔 들어가자 그녀의 고백이 이어졌다.


 

남편은 꽤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란다.
원래 집안도 괜찮고 실력도 있어서 처음에는 그런대로 만족하며 지냈는데 그녀가 아이를 둘을 낳고나니
남편의 관심이 멀어졌단다.

그래도 애를 키울때는 덜 했는데 아이들도 이제는 학교에 다니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오히려 사는게
재미없어졌단다.


가만히 보니 남편도 딴 여자를 만나는 눈치인데 병원 간호사부터 여자 손님까지 한 둘이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이혼을 하자니 의사 사모님이라는 자리와 풍족한 경제적 배경을 버리기도 쉽지 않고
그냥 지내자니 사는게 재미없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날 버리고 가더니 벌받은 거다..

 

속으로는 고소해 하면서도 겉으로는

 

"사는게 다 그런거지 뭐 나도 마누라 사랑하는 마음은 벌써 식었고 이제는 그냥 정으로 사는거지.
 그러지 말고 너도 뭐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찾아봐"

 

하며 위로를 한다.

 

저녁을 먹고 일어서는데 보니 한잔 두잔 마신 술이 벌써 세병이 넘었다. 나야 뭐 이정도야 항상 먹는 거니까
그렇지만 그녀로서는 조금 과했는지 걷는 모습이 약간 불안하다.

 

음식점을 나서는데 비틀하는 그녀의 팔을 잡고 부축해 주니 그녀가 팔짱을 끼고 매달리는데 뭉클하고 팔뚝에
와 닿는 그녀의 젖가슴이 상당히 풍만하게 느껴진다.

 

"그때는 정말 미안했어. 4년동안 너한테 신세만 졌는데. 엄마를 거역하기가 힘들었고 사실 나한테 좋은 자리로
시집가고픈 속물 근성도 있었나봐..."

 

그녀가 취했는지 약간 슬픈 목소리로 푸념을 한다.

 

"지난 일인데 뭐 다 잊었지.."

 

씁쓸한 마음을 감추고 아무 일 없는 듯 무심하게 대답을 하는데

 

"너 나 아직도 나 좋아하니?"

 

갑자기 그녀가 나를 쳐다보며 의외의 질문을 한다.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자 뭔가 아쉬운 듯이 갈구하는 듯한 눈빛이다.

 

난 큰길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골목 안쪽으로 향했고 그녀는 아무런 반항없이 팔에 매달린채 나를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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