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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그리고, 남편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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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75 회 작성일 24-01-02 04: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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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그리고 남편-은 앞서 연재한 -덫에 걸린 아내-의 이어지는 연속편입니다.


아래의 본문을 읽기 전에 야설은 어디까지나 야설일 뿐이니 실제와 혼동하는 어리석은 일이 없기를 바라며, 아울러 본문은 다소 가학적인 내용이 많으므로 이런 물에 혐오감을 느끼는 분은 창을 닫기 바랍니다.

 

아내 그리고, 남편 - 1


 

명기남은 타오르는 분노로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죽여버릴거야.

안절부절 못하던 기남은 한참 후 냉철하게 자신의 처지를 되 짚어 보았다. 상대는 자신 혼자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다수의 힘있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도대체 내세울만한 것 하나 없는 별 볼일 없는 사내가 아닌가?
가진 재산도 없고, 그렇다고 기댈 언덕도 없는 흔한 말로 불알 두쪽밖에 없는, 아니 지금은 그런 속된 표현보다도 더욱 비참한 신세였다.

 

‘더러워서.’

 

병신처럼 아내조차 지키지 못한 것은 고사하고, 자신의 남근조차 제대로 간수못해 정조대에 강제로 채워진 어처구니 없는 자신의 참담함을 끊임없이 자책했다. 그렇게 무력한 자신을 질책하는 기남이었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결국 기남이 향한 곳은 주식회사 해성이었다. 기남의 입장에서는 놈들에게 뭔가 약점을 잡힌 것이 분명한 아내 정숙의 사정부터 알아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자신의 흉물에 채워진 정조대도 그렇고, 어떻게 됐든 기남은 놈들의 근거지에 가야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회사까지는 왔지만 기남은 또 망설였다. 용기를 내어 선뜻 회사에 들어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 관례대로라면 점심 때 여직원 한 명이 당번으로 남는다. 그때 그년을 잡고......’

 

기남은 회사건물 입구가 잘 보이는 위치에서 자신의 몸을 은폐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무 사고 없이 탈 없이 잘 근무했던 직장을, 지금은 마음 놓고 드나들 수도 없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시간을 봤으나 아직 점심시간까지는 한 시간도 넘게 남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남은 가능한 편안해 보이는 장소를 선택하려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그때 기남의 몸이 석상처럼 굳어졌다.

 

‘헉!’

 

표차장이 건물의 입구를 나서는 것이었다. 자칫 마주칠 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표차장은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하느라 기남이 있는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저건, 차 준비하려는 것 아냐? 그럼 어디 먼 곳으로 단체로 점심을 먹으러 가나 보군?’

 

그랬다.

차까지 준비할 정도면 꽤 먼 곳으로 가려는 것이고, 또 직원들 대부분이 함께 움직인다는 의미였다. 기남은 차라리 잘됐다 싶은 회심의 표정으로 현관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

 

예상했던 대로 해성의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모습이 기남의 눈에 띄었다. 강우재이사를 필두로 이마의 개기름이 번들거리는 천만복부장, 그리고 자그마한 신체 때문에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은아영이었지만 해맑은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아영의 앞에서 움직이는 아내 정숙의 모습을 발견한 기남의 눈은 거세게 물결쳤다. 청순하고 정숙해 보이는 정숙의 모습이 기남의 눈에 가득 들어왔던 것이다.

 

‘아!’

 

아침에 출근할 때와 달리 아내 정숙은 해성의 회사 여직원 유니폼 복장이었다. 순백의 새하얀 블라우스 위에 받혀 입은 베이지 재킷과 시원해 보이는 물색의 스커트는 늘씬한 몸매를 더욱 빛나게 했다. 흡사 해성의 여직원 유니폼은 아내 정숙만을 위한 복장으로 보일 정도로 돋보였던 것이다. 더구나 지나치게 타이트하고 짧은 스커트는 늘씬한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인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신선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효과가 있었다.

 

‘아!’

 

누가 저런 청초한 모습에 아이 하나를 낳은 유부녀라는 것을 알 수 있으랴?

회사 앞의 대로에서 표차장이 몰고 올 차를 기다리는 일행들과 함께 섞여있는, 옅은 홍조를 띤 볼을 가만히 숙인 아내의 옆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새삼 기남의 가슴은 뛰었다.

 

‘아~ 하늘엄마, 저렇게 아름다운 아내를 놈들의 마수에서 내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켜주겠나?’

 

전의를 불태우는 기남의 눈은 순간 적의에 타올랐다. 이윽고 강우재이사의 검은색 중형 승용차가 일행들 앞으로 다가와 섰다. 그러자 강이사가 뒷좌석의 상석에 먼저 올라타고 이어서 조수석에 아영이, 그리고 천만복부장이 아내를 향해 낮은 음성으로 느끼하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흐흐! 이년아, 이사님 옆에 올라 타. 치마 올리는 것 잊지 말고."


 

순간 기남은 분노에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타오르는 분노에 입을 쩍 벌린 기남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석상처럼 굳었다. 그때 천부장의 지시에 붉어진 얼굴로 스커트를 올리며 뒷자리에 올라타는 아내의 순백의 팬티까지 노출된 하체가 언뜻 보였다. 마침내 기남은 이성을 잃고 용수철처럼 뛰쳐 나가려는 찰라 천부장이 올라타며 표차장을 향해 이르는 말이 들렸다.


"가지."



기다렸다는 듯 차는 무심하게 출발하고, 기남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아내를 태운 승용차의 궤적을 눈으로 좇았다.


 

‘아주 죽여 버릴 꺼야.’

 

분노에 눈이 먼 기남은 무작정 사무실을 향해 움직였다. 이제 사무실에 남아있을 서영은의 히스테리한 안경 낀 얼굴을 상상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기남이 사무실에 위치한 8층에서 내려서는 순간 정신을 차렸다.

 

‘아차!’

 

그랬다. 젊은 사장 이혁진에게 생각이 미친 것이었다. 아까 일행중에 이혁진이 없었던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기남은 계단실 쪽에서 혁진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놈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보이는 사내다운 혁진의 이미지를 회상했다. 부친보다 유난히 선이 굵은 얼굴에 호탕한 기운을 풍기는 혁진이었지만 부친의 친구인 강이사에게 모든 권한을 뺏겨 그냥 이름뿐인 사장 이혁진, 기남은 그런 혁진이 안쓰러웠다. 둘은 강이사를 성토하며 자신보다 열 살은 나이 어린 혁진과 소주를 마시고는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록 혁진이 사무실에서 나설 시간이 되었지만 기척이 없자 초조해진 기남은 혁진이 결근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하며 조심스레 사무실의 도어를 열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뜻밖에도 사무실엔 아무도 없었다. 당번인 서영은의 자리와 탕비실 쪽을 재빨리 눈으로 훑었으나 눈에 띄지 않자 기남은 무작정 사무실로 들어섰다.


 

"······."

 

기남이 사무실에 들어서는 대로 재빨리 서류 캐비넷 사이의 빈 공간에 숨어 들어가자 뜻밖에도 사장실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기남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침 사장실의 도어가 삐죽이 열린 탓에 이혁진의 앞에 상체를 구부린 여직원의 뒷모습이 살짝 보였던 것이다. 마침 묘한 자세를 취한 탓에 해성의 여직원 유니폼이 살갗에 밀착되어 알맞게 굴곡진 뒷태를 관능적으로 보이는 여직원의 음성이 들렸다.


"혁진씨, 오늘은 왜 이게 서리 맞은 배추처럼 힘을 못 쓰는 거야?"


"하지 말라고 했죠? 서과장님, 지금 뭐하는 겁니까?"



서영은보다 두 살이 어린 혁진은 사내에서 누구한테나 말을 높였다. 그건 자신보다 어린 은아영에게도 예의를 갖춘 절제된 태도로 인해 사원들은 누구나 혁진에게 부담을 느꼈었다. 다만 기남만은 밖에서 소주잔을 함께 기울일 때는 예외였지만, 그러나 오늘 뜻밖의 광경에 기남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왠지 뾰족한 서영은의 어투도 그렇고 몹시 화난 혁진의 음성은 낯설기만 했다. 



"흥! 내 모를 줄 알고?"


"뭐, 뭡니까?"


 

그러나 갈수록 가관이었다. 서영은의 음성이 가시돋힌 것처럼 거세졌던 것이다. 기남은 몹시 놀랐다. 어째서 해성의 사장인 혁진이 일개 여직원에 불과한 서영은에게 질책을 들을 수 있을까? 아무리 허울좋은 사장이라지만 그래도 어쨌든 창업주의 아들이자 현재 해성의 사장임은 누구도 부인 못하는 위치인데. 기남이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의문을 느끼는 사이에도 두 사람은 기남이 경악할 만한 말을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혁진씬 지금 그년 생각하는 거죠?"

"뭐라고? 그년이라니?"


"호호! 누군 누구예요. 내숭은, 유정숙 말이예요."



난데없는 영은의 말에 놀란 기남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순간 혁진의 눈이 분노로 빛이 나는 모습이 기남의 눈에 띄었다. 아닌게 아니라 영은의 지적대로 느닷없이 혁진의 가슴에 가득 들어온 천상의 여자로 보이는 정숙하고 현숙한 여직원의 이미지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던 이혁진이었다. 혁진은 서영은의 의표를 찌르는 뜻밖의 기습에 당황했다.


 

‘저럴 수가?’

 

기남은 해괴한 장내의 상황에 대담하게, 열려진 문틈에 시선을 더욱 가까이 가져갔다. 상반신을 구부린 서영은이 이혁진의 바지의 앞섶을 두 손으로 움켜쥔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내 말이 틀렸어요?"


"이년이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죽으려고 환장한 것 아냐? 손 치워!"



흡사 더러운 것을 피하려는 것처럼 화가 난 혁진의 모습에 위축될 만도 하건만 영은은 결코 굽히지 않고 목소리의 톤을 높였다.



"흥! 그래서 어쩔 건 데?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기념회식 할 때 강제로 날 따 먹었다고 떠들고 다닐까?"


"그건......"



직원들과 회식을 하면서도 내심 절제를 한다고 한 술이었는데 어느 순간 뜻밖에도 취해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러나 낯선 느낌에 정신을 차린 순간 서영은과 포옹을 하고 있지 않은가? 깜짝 놀란 혁진이 눈을 크게 뜨며 상황을 이해할 때쯤 경악했다. 아무도 없는 카펫깔린 홀바닥에서 자신은 물론 영은의 하체가  적나라하게 벗겨진 상태였다. 더구나 당당하게 결합한 자신의 흉칙한 모습을 발견한 혁진은 기겁했다. 그러나 그 순간 거세게 몸부림을 치며 비명을 지르는 서영은에게 약점을 잡힌 지 오래였다.



"그런 형편없는 갈보 년 보지를 생각하지 말고 당신 자지는 오로지 내 보지만 생각하란 말야."


‘쫙’


"흥! 걸레 같은 년!"


 

서영은의 외설스러운 무식한 폭언에 머리끝까지 분노한 혁진은 서영은의 뺨을 거세게 때리고 사장실을 박차고 나서는 것이었다. 순간 기남은 기겁하며 재빨리 서류함 너머에 납작 엎드려 혁진의 시선을 피했다.

 


"더러운 년."



서영은의 뺨을 때렸어도 분노가 풀리지 않은 혁진이 폭언을 퍼부우며 기남이 열어놓은 사무실 문까지 거칠게 닫아 버리고 사라졌다.


 


"뭐? 더럽다고? 흥! 이혁진, 그래봐야, 네 놈 딸 생각을 해야지? 호호호!"


 

서영은의 히스테릭한 웃음소리가 사장실에 공허하게 가득 퍼지자 순간 기남은 오싹해졌다.

딸이라니?

알수 없는 서영은의 말에 또다시 피어오르는 의혹, 그러나 이내 타오르는 분노를 가눌 수없는 기남이 거칠게 사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더러운 년, 네 년 아주 오늘 죽어봐라!"


"아맛!"



혁진에게 뺨을 맞으며 폭언을 당한 영은은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분노에 눈이 먼 기남의 등장에 기겁했다.


 

‘퍽’

"악!"


‘퍽,‘푸부븍,


"아악!"


"죽어!"


"자, 잠깐!"


‘퍽’


"흥!"


"아악! 유, 유대리가 사람을 죽였단 말야!"



기남의 무자비한 폭행에 짚단처럼 구겨져 구석까지 주르륵 밀려갔던 서영은이 입가에 선혈을 흘리며 안간힘을 다해 외치자 기남은 경악했다.



"무, 무슨 소리야?"


"유대리가 살인을 했다고."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던 서영은의 엄청난 말에 기남은 놀라 석고처럼 굳어졌다.


‘아내가 사, 사람을 죽였다고, 순진무구한 아내가?’


하얗게 탈색된 머리로 기남은 외쳤다.


 


"그, 그럴리가 없어."


 

기남은 반사적으로 부정했다.

 

"흥! 유대린, 사람을 죽이고 뺑소니까지 쳤단 말이야."

 


어느새 냉정을 회복한 서영은은 거만한 음성으로 참담하게 비틀거리는 기남을 향해 재빨리 말했다. 천둥처럼 들리는 서영은의 말에 잠시 장내는 정적이 감돌았다. 그러나 이내 벌개진 기남이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흥! 더러운 년, 네 년이 주둥아리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그렇게 얘기한다고 내가 믿을 줄 알고? 하늘엄마는 운전을 애초부터 할 줄 몰라."



아내 정숙이 자동차면허가 있다는 말은 고사하고 운전대 한 번 잡았던 적이 없다는 것을 기억한 기남은 이내 냉정을 회복했다. 그러나 이제 기세를 회복한 서영은이 안경을 고쳐 쓴 다음 탁자에 한 손을 짚고, 나머지 한 손으로 기남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무자비한 폭언을 퍼부었다.


 


"병신! 그년이 미쳤다고 너 같이 덜 떨어진 자식한테 시집 간줄 알아?"


"뭐!"


"내가 지금부터 확실하게 말해 줄 테니 알아들어 병신아, 큰 사장 사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거만한 음성으로 또박또박 마무리 짖는 서영은의 말에 기남의 얼굴은 마침내 시체처럼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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