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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향기(香氣) - 2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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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63 회 작성일 24-01-01 21: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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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즘 고군분투하여 나름 빠르게 글을 올리고 있는 날림 작가 캡틴 카셀 인사드립니다.


내 크리스마스 이브 이후로 다시 한번 올라온 향기~


아쉽게도 이번 역시 이벤트 씬은...없습니다...죄송..


저도 정말 정말 넣고 싶었지만 꼭 들어갔어야 하는 상황이라서 어쩔수가 없었네요..


이벤트씬 없으면 추천수 떨어지는거 알고 있지만 눈물을 머금고..흑흑..


짧게 쓰면 짧게 쓸수도 있었지만 제 성격과 스타일상 역시 이런 배경작업은 확실하게 깔고


가는 것이 낳다 싶어 쓰다보니 이렇게 길어지게 되버렸네요..


이벤트 씬을 기다리신 분께는 죄송하기 그지 없습니다.


어떤 독자 분들은 진행이 너무 느리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그분들께도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역시 그것도 제 스타일인지라 어쩔수가 없네요..


사람이 사람과 처음 만나서 감정을 느끼는 과정과 상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보니


야설답지 않게 일반 씬이 많아져 버렸지만 이제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여자들도 다 나왔고 이제 엮일 일만 남았으니 남은 것은 화끈한 이벤트 씬들 뿐!!


그날을 위해 독자 여러분 조금 지루하더라도 기달려주시고 힘내라고 응원해주시길 바랍니


다. 다음 번엔 이벤트 씬 꼭 있습니다..


그러면 넘어가서 저번에 이어지는 두 번째 설문 조사!!


가장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체위는??


뭐 이것도 간단하게 대답해 주시길..이유까지 말해주시면 더 좋지만..


뭐..독자님들 마음대로 대답해주세요^^ 많은 대답 기원하며


그럼 저 카셀은 이만 뾰로롱 사라집니다~~


 


PS.보시고 난뒤의 짧은 리플과 살포시 찍어주시는 추천은 저의 글을 기름지게하고 길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 부디 잊지마시고 리플이나마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아직 해가지기에는 이른 오후. 창밖에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이 칠흙 처럼 까맣고 고운 머릿결을 눈부시게 비춰온다. 거친 듯 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롱 샤기는 반항적이면서도 도도한 그녀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져 꽤나 야성적인 느낌을 내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수려한 느낌의 가는 손으로 가볍게 쓸어 올리자 빈틈하나 없는 완벽한 구리빛 피부의 가는 목덜미가 드러나며 곱게 파인 쇄골 뼈와 이어져 도발적인 관능미를 뿜어낸다.


마치 환청처럼 여지저기서 들리는 탄성소리는 아마도 그녀를 위한 사내들의 본능의 소리. 그만큼 여자는 도발적이었고 아름다웠다. 가까이 있는 나 역시도 그녀의 그런 자연스런 섹시함에는 간간히 아찔함을 느낄정도 였으니까...


하지만...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왜 이 여자가 내 눈앞에서 그것도 내가 내 돈으로 산 파르페를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고맙다는 표정 없이 먹고 있어야 하는 건지 정말 이해가 가질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나를 변태로 몰아붙이고 좀 전엔 우는 척하며 사기까지 친 이 망.할.여.자가 말이다.


<뭐예요..왜 그렇게 봐요??>


내 미묘한 감정이 실린 시선을 느꼈는지 턱을 괴고 파르페를 떠먹던 그녀가 가볍게 눈동자를 올리며 나를 바라본다. 외국인 마냥 파랗게 빛나는 눈동자가 묘한 매력을 뿜으며 빛나는 것이 마치 보석을 박아놓은 느낌이다. 렌즈..비싼 건가 보다..


<왤 것 같아요??>
<모르니까 묻죠...>


당연한거 아니냐는 듯 반문하며 느긋한 움직임으로 다시 한번 파르페를 떠먹은 그녀는 핏빛이 감도는 붉은 입술에 아이스크림이 묻었는지 고양이처럼 가볍게 혀를 내밀어 입술을 적셔간다. 선홍빛의 젖은 혀를 낼름 거리는 모습이 무슨 에로 영화의 한 장면이라도 되는 거처럼 왠지 모를 에로틱함을 풍기는 게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숨이 멈춰온다. 확실히..야해.. 흠흠...진정..진정..


<지금..뭐하자는 거예요??>
<뭐가요??>
<지금..여기서 뭐하자는 거냐고요..>
<뭐하긴 뭐해요..그쪽은 쥬스 마시고 나는 이거 먹고..>
<그런 얘기가 아니고..내가 왜!! 그쪽이랑.. 여기서!! 그것도 내 돈 내고!! 이렇게 마주보고 얘기를 해야 되냐!! 이거냐고요 내말은..>
<얘기 했잖아요..토스트는 내가 샀으니까 그쪽은 딴거 사라고..>


토스트랑 지금 니가 먹는 그거랑 가격이 맞냐??!!


<아까 그냥 사준다고 할 땐 언제고 뭐예요..그리고 아까 돈 준다고 했을때는 싫다고 하더니 뭐예요..갑자기..>
<뭐...돈으로는 싫어도 이런 거는 괜찮으니까...싫으면 딴 거 사줘도 돼요..>


자기는 이래도 저래도 상관 없다는 듯 나른하고 태평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는 이내 괴었던 턱을 풀고는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대며 팔짱을 끼어갔다. 공주마냥 도도한 표정이 아주 뻔뻔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아..됐다..그냥 말을 말자..뭐 통해야지 말을 하지...


<그래요..그럼 그건 됐고..아까는 왜 그랬어요??>
<아까요?? 아까 언제요??>
<언제긴..까페에서요.. 미팅할때.. 왜 거짓말 했냐고요..>
<아!!그때...난 거짓말 안했는데..>
<안하긴!! 그때 나보고 그때 그 치한 이라고 했잖아요!!>
<내가 언제요..나는 분명히 치한!! 누명 쓴 사.람 이라고 했어요..그쪽도 들었잖아요..>
<지금 나랑 장난해요??!! 그걸 나한테만 들리게 말하면 어떻게요! 다 들리게 말해야지!!>
<아..귀 따거워..좀 목소리 좀 낮춰요..교양없게..>


하..교양...이게 불난 집에서 난로 찾고 있네..


<그리고..진짜..그쪽 너무 한 거 아니예요?? 그래요..아까 우는 척 하면서 나한테 사기친건 그래..내가 좀 심하게 해서 그렇다고 쳐도..아까 미팅에서 그런 거는 왜 그랬는지 설명을 하고 사과를 해야죠...사람을 정말 바보 만드는 것도 아니고..나만 졸지에 변..>
<이봐요..한강혁씨..>


언제 봤다고 씨냐..씨가..


<왜요??>
<그쪽..자꾸 나한테만 잘못 있는 것처럼 말하는 데요...솔직히 그쪽도 그리 잘 한거 없잖아요.>


이게 또 무슨 소리야..그리고 어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어..뭘 잘했다고..


<뭐..나도 아까 그건 좀 심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그전에 시작은 그쪽이 먼저 했잖아요..>
<시작이요?? 무슨 시작이요??>
<그쪽..나 처음보고 뭐라고 했어요??>


뭐라고 했지?? 워낙 급박한 상황이었어서 그런가 잘 생각이 안나네..


<아..망할여자!!>
<그리고 또 그다음엔??>
<웃긴여자!!>
<당신은 잘 모르는 사람한테 그런 소리들으면 기분 좋겠어요??>
<아뇨..>
<거봐요..근데 그쪽은 나한테 그런 소리 막 했잖아요..욕이나 하고..>
<내가 언제 욕을...>
<아무튼!! 그쪽 심했어요..나는 나름 반가워서 아는 척한 건데...알지도 못하고...>


잠깐 이거..뭔가 대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데??


<그..그래도...>
<아직도 잘못 없다고 따지는 거예요??!!>
<아..아니..그게 아니라..하아..그건...내가 미안..해요..>


뭐냐.이거 뭐가 바뀐 거 아냐?? 왜내가 사과를 하지??


<알았으면 됐어요..뭐..나도 아까 그렇게 한건 좀 심했다고 생각하니까 그냥 서로 잘못한걸로 하고 넘어가요..알았죠??>
<아니..그래도...>
<알았죠??!!>
<아...알았어요...>


그녀의 포스가 풍기는 강경한 태도에 자연스레 말려버린 나는 힘없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해갔다. 뭔가 당한 느낌인데.. 따지기가 힘들다.. 저 여자 저번에도 느낀 거지만 말빨은 진짜 쎄다..


뭐라고 다시 따지기라도 할까 하던 나는 더 이상 잘잘못을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체념 섞인 한숨을 흘리며 쥬스를 한 모금 마셔갔다. 그래..이미 지나갔는데 따져봐야 어쩌겠냐..입만 아프지..됐다 됐어..


근데..이 주목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은 뭐지?? 아까 가게들어 올 때부터 느껴지는 시선들.. 확실히 고개를 돌려보니 가게 안의 곳곳에서 우리 테이블..정확히는 내 앞의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끊이지 않고 느껴져 왔다.


탄성과 동경이 섞인 눈길들이 그녀 주위로 쏟아지며 부록으로 나에게도 부러움과 시기에 가득 찬 정체모를 시선들이 쏟아져 온다. 나도 확실하게 느끼는 이 시선들을 그녀는 느끼지 못하는지 아니면 신경을 안 쓰는지 전혀 아무렇지 않은 표정과 태도로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좀 평범하게 좀 먹지...먹는 것도 야하네...아니면..저 여자는 뭘 해도 저렇게 보이는 건가..  


아직 반도 먹지 않은 파르페를 조금씩 떠먹으며 붉은 입술을 오므려 가는 그녀는 간간히 젖은 혀를 내밀어 아이스크림이 묻은 숟가락을 혀 끝으로 햝짝 떠가는 등 더할 나위 없이 요염한 모션을 계속하며 음식을 먹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한번 한번 음식을 떠 먹을때마다 마치 연주를 하듯 여기저기서 탄성소리가 들리는 것은 아마 환청은 아닐것이다.


<어머..아..떨어졌네...>


숟가락에 묻어 있던 아이스크림 한 덩이가 그녀의 보기 좋게 솟아오른 가슴의 굴곡에 떨어지자 얼굴을 찌푸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마디 한숨을 뱉어 냈다.


까만 살결과 대비되는 하얀 바닐라 크림이 마치 정사 후에 뿌린 남자의 정액마냥 묘한 그림을 연상시키며 멋진 융기를 따라 굴곡으로 흘러내려간다. 목에 걸려 가슴 융기에 걸쳐 이어지는 세련된 느낌의 금빛 목걸이를 지나 그 아이스크림을 따라 나도 모르게 시선을 내려가자 두개의 봉우리가 맞닿는 깊은 계곡에 눈이 꽂혀갔다. 가슴의 라인을 따라 패여 있는 빨간 나시의 옷감에 받쳐져 가운데로 모아져 봉긋 솟아오른 굴곡은 다가가서 한번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 정도로 유혹의 미태를 뽐낸다.


젠장...요즘에 너무 야한 짓을 많이 했나..저절로 이상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나만이 아닌지 여기저기서 사내들의 헛바람 삼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만큼 지금 그녀의 모습은 남자의 음흉한 상상력을 자극 하는 힘이 있었고 또 확실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아..휴지...휴지 좀 줘요..>
<네?? 아..네,,,>    


음흉한 상상에서 다급히 정신을 차린 내가 휴지를 건네자 급히 받아든 그녀가 아이스크림이 묻은 살결을 문질러 갔다. 그녀의 손길에 이리저리 일그러지는 융기들. 그리고 힘에 가볍게 푸딩처럼 흔들리는 움직임까지 보고 있기만 해도 아랫도리가 불뚝 서올 정도로 자극적이기 그지 없었다. 좀..안보이는데 가서 하면 안되냐.. 죽겠다..


<아..짜증나...안에 들어간 것 같아...>
<그..그래요?? 그럼 화장실 가서 닦고 와요...>
<아무래도 그래야겠네요..잠깐 갔다 올게요..>


그녀가 백을 가지고 화장실로 사라지자 여기저기서 긴장의 끈을 놓은 듯 참았던 한숨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어 갔다.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의자에 몸을 기대며 미뤄뒀던 호흡을 한번에 이어갔다. 하아...하아...이런...죽는 줄 알았다...아...저 여자 왜 저러냐..사람 이상해지게 만들고.. 다시 한번 그녀의 육감적인 젖가슴의 굴곡이 떠오르자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이 묘한 기분에 저항해 나갔다. 진정하자..진정..하아..


주위를 돌리면 나아질까 고개를 둘러보지만 역시 보이는 건 나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 본능에 충실한 사내 놈들과 그런 애인을 죽일 듯 째려 보고 있는 여자친구 뿐 이었다. 역시 남자는..있든 없든...다 똑같다...


딸랑..딸랑..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소리가 흥분된 가게 안에 울려 퍼지고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갔다. 여자.. 딸랑 거리는 벨소리에 환영을 받으며 들어온 것은 여자였다. 그것도 꽤 키가 큰 장신의 여자. 여자가 너무 키가 크면 사람들은 둔해 보인다거나 아니면 미련해보인다고들 한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달랐다. 장신의 키에 걸 맞는 딱 맞는 어깨 넓이와 가녀린 듯
얇은 팔은 호리 하면서도 날렵한 느낌을 주고 있었고. 더불어 온몸 가득 뿜어져 나오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그녀의 장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를 빛나게 하는 것이 있다면 다리. 가는 허리에서부터 시작 되어 약간 아담한 듯 한 엉덩이를 지나 허벅지에 착 달라 붙어 일자로 내려오는 정돈된 느낌의 검은색 스커트. 그 밑으로 길게 뻗은 두 다리는 학의 다리처럼 곱고 가늘면서도 늘씬한 느낌을 주는 것이 보고 있기만 해도 입이 벌어질 정도로 아름답게 뿌리를 내리며 땅에 닿고 있었다.


모델인가 싶을 정도의 멋진 스타일의 그녀. 근데 낯익은 얼굴이다.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데..


굵은 붉은색 뿔테에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안경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지적이면서도 어딘가 한기가 돌 것처럼 차가워 보이는 인상. 포니테일 형식으로 뒤로 묶은 모리와 함께 드러나는 날카로운 얼굴선과 하얗기 그지없는 백설의 피부까지.. 흔히 길거리에서는 볼 수 없는 타입의 미녀였지만 낯익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아닌가..낯이 익은데.. 아.. 근데 요즘엔 왜 이렇게 보는 여자들마다 그것도 이쁜 여자들만 낯이 익은 느낌이냐.. 요즘 밤일을 많이 해서 몸이 허한가..


하긴 뭐...이런데서 아는 사람 많나 봐야 좋을 거 없지..특히 우리 여자들 만나면..어후..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뭐..누나야 출장 갔고, 재경이야 오늘 학교 MT라고 거기 갔고..선생님이야..선생님?? 뭐한다고 했더라..아...뭐 한다고 했는데..아!! 친구!! 친구 만난다고 했다..
친구랑 오늘 재밌게 놀 거라고 잘 갔다오라고 해서 그냥 아무 말 안하고 미팅 나온건데..
설마..만나기야 하겠어..대한민국 그것도 이쪽 시내에 까페가 몇갠데... 근데 왜 이렇게 갑자기 불안하냐...


딸랑딸랑~~


다시 한번 울리는 벨소리와 함께 장신의 미녀의 뒤로 같이 들어선 여자. 일행인가?? 하늘 하늘 상큼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의 갈색 빛의 롱 웨이브. 갸름하면서도 둥글한 인상의 귀엽고 청아한 느낌의 여성은 발랄한 느낌의 핑크빛 민소매 블라우스에 깨끗한 느낌의 너풀거리는 하얀색 플레어 스커트를 입고 다소곳한 자세로 자리를 보는 듯 가게를 빼꼼이 들여다 보고 있었다. 앞에 있는 장신의 미녀가 풍기는 차갑고 절제된 이미지와는 다르게 산뜻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는 그녀는 그러면서도 방정맞지 않은 조신한 자세로 단정함과 차분함을 유지한 채 귀여운 얼굴과는 다르게 어른스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참...나도 미쳤나보다..저 여자도 낯이 익네..꼭 우리 선생님 닮았...엥?? 자..잠깐..저..저여자..


<케..켁....>


순간 놀라움에 눈을 부릅 뜬 나의 목구멍으로 사래 걸리듯 쥬스가 걸려 터져 나와 숨을 막히게 해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켁켁 거리면서도 방금 들어온 그 여인에게 눈을 뗄수가 없었다.


분명히..분명히..아닐꺼야..아냐..설마..재수없게...근데..가슴이...큰게....맞잖아!!


선생님이 확실했다. 하늘하늘한 레이스가 달린 브라우스를 터질 듯이 밀어 올리는 저 바스트. 가볍게 몸을 흔들때마다 파도가 춤을 추듯 움직이는 저 출렁임. 저 크기. 몇 번이나 저 큰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페니스 끼우고 애무하고 사정을 했는데.. 왜 모르겠는가.. 틀림 없어..선생님이다.. 이런 망할...


이 망할 머피의 법칙. 아니 머피의 저주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는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던 와중 자리를 찾고 있던 선생님의 고개가 내가 있는 방향으로 꺽어져 왔다. 우선 숨자!! 움직임은 빨랐다. 다행이 선생님은 보지 못했는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그저 시선을 흘려갔다.


가라..제발..가라.. 간절히 기도해보자만 그냥 보낼 거면 들어오게 하지도 않았던 것 마냥 그녀들은 지체 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내가 앉아 있는 자리 맞은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갔다. 아..역시 신은 없어..


<뭐해요?? 엎드려서..>


화장실에서 언제 나왔는지 테이블로 다가온 그녀가 의문 섞인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자리에 앉아갔다.


<배 아파요?? 왜 그러고 있어요??>
<쉿!!>


조용히 해달라는 나의 제스쳐에 무슨 짓이냐는 듯 인상을 구기는 그녀. 제발 암말 말고 있어라.. 부탁이다..


<이봐요..지금 뭐하는 거예요..일어나 봐요..>
(제발 조용히 해요..)
<뭐라고요?? 안들려요..이봐요..한강..흡!!>


갑자기 그녀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나의 이름에 나는 다급하게 손을 뻗어 입을 막고는 그녀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드..들렸나?? 확인하자고 뒤돌아 볼 수도 없고..아..난감하다.. 그냥 사실대로 말할까?? 아냐..그래도 그건 좀 그래..가뜩이나 누나일로 머리 아픈데.. 그래..여기만 잘 넘어가자..다행이 안 들렸는지 뒤쪽에는 아무 반응이 없다.


<음..음...>


틀어 막힌 입이 답답한 듯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 나는 천천히 그녀의 입을 막은 손을 띄어갔다.


<음...하아..지금 뭐하는 거예요!!놀랐잖아요!!>
(쉿!!조용히 해요..)
<뭐예요?? 감기 걸렸어요?? 목소리가 왜 그래요??>
(잠깐..조용히 하고 있으라고요..)
<무슨 일인지 말을 해야지 조용히 하고 있든가 입을 다물고 있든가 그러죠..>


그냥 입 다물고 있지 더럽게 꼬치꼬치 캐묻네..눈치가 없어 눈치가..


(저기..아는 사람이 있어서..잠깐만...잠깐만 조용히 있어요..)
<아는 사람이요?? 누구?? 어디 있는데요??>


내말을 귓등으로 쳐들었냐?? 조용히 하라니까 더 떠드네..아주 광고를 해라 광고를..


(진짜!! 목소리 좀 낮추고..바로 뒤에 있단 말이예요..)
<뒤요??..누구..저기 여자 두명이요??> 
(네..)
<아...둘 다 꽤 이쁜데.. 한명은 늘씬하고 이쁜게 사나워보이긴 해도 확실히 미인이고.. 한명은...귀여운게..어우..가슴이 상당하네요..혼혈인가?? 한국에도 저 정도 볼륨이 나오나?? 실리콘 같진 않은데.. 암튼.. 그쪽 저런 여자들도 알아요?? 의외네..>


니가 무슨 감정사냐.. 어따 내 전용가슴에 실리콘을 갖다 붙여.. 그리고 그건 무슨 의미냐?? 이쁘면 나는 알면 안되?? 아..열 받네..아니다.. 참자..참어...


(암튼..이제 좀 조용히 해줘요..잠깐 저쪽 나갈 때 까지만..)
<언제 나갈 줄 알고 그래요..그리고 내가 쥐도 아니고..이렇게 짹짹 거리면서 얘기 해야되요??>


좀..도와주면 안되냐..그리고 지금 내가 쥐새끼 같다는 거야??!!         
 
(그냥..한번만..잠깐만..도와줘요..네??)


진짜..내가 왜 이 여자 한테 이렇게 애원하듯이 말해야 하는지..참 슬프다..


<뭐 해줄건데요??>
(네??)
<이쪽이 도와주면 뭔가 보답이 있어야 되잖아요.. 뭐 해줄건데요??>
(해주긴 뭘 해줘요..!!)


넌 자비라는 것도 없냐?? 남 도와줄 때 뭘 바라고 도와줘?? 이 독한년..


<싫음 말고요..이봐요 한..강..>
(알았어요!! 이따 나중에 나가서 해달라는거 해줄테니까 일단 조용히..조용히 해줘요..네??)
<뭐..그쪽이 그렇게 까지 말하니까 부탁은 들어주겠는데 그렇게는 말 안할 거예요..얍삽하게 생쥐마냥..>


누군 이러고 싶어서 이러냐..망할 여자야..자꾸 쌓이는 분노에 순간 울컥하는 기분이 들며 따지고 싶은 기분이 들어왔지만 내 무덤 파는 짓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냥 분노를 참으며 마음을 안정시켜갔다.


<근데...무슨 사인데요??>
(네??)
<아니..무슨 사인데 이렇게 피하냐고요..그쪽 빚졌어요?? 저쪽 여자들 한테?? 아님..또 변태짓 했나??>


내가 빚쟁이냐... 그리고... 또 라니...또는 뭐야..언제 그랬다고..


(그..그냥 아는 사이예요..)
<그냥 아는 사이가 이렇게 피해다녀요?? 뭔데요..>


진짜 궁금한것도 많다..


<뭐..안 말해주면 저쪽한테 물어봐도 되고요..누구한테 물어봐야 되나..저 안경 쓴 여자한테 물어보면 되나??>


이런 망할!!


(예..옛날 애인이요!!)
<네??>
(예..옛날 애인인데..좀 안 좋게 헤어 졌거든요...>
<옛날 애인이요?? 누구?? 안경?? 아니면..가슴 큰 여자?? 아님..둘다??>
(저..가슴 큰 여자요..)
<아...그쪽 보기보다 능력 꽤 좋네요..저 정도 가슴에 얼굴이면 남자들이 너도나도 달려들 텐데..>


그지..내가 좀 능력이 있는 편이지..후후..뭘 좀 아는 구나..


<아니지..여자가 눈이 특이한건가..그거겠네..>


역시..당신은 당신은 망할 여자야..
  
<왜 헤어졌는데요??>


이 여자가...설문조사하냐?? 뭘 그렇게 물어봐..


<성격차이?? 신분차이?? 아님 여자가 바람?? 미녀에 대한 부담감?? 결국엔..차였나??>


재미 붙였구나.. 강아지 처음 보는 어린애 마냥 눈 반짝거리면서 물어보는게..
근데 예제가 다 그따위냐..존심 상하게..


(내..내가 찼어요..)
<그쪽이요?? 거짓말..!! 왜??!!>


너무 놀라신다..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놀라네..나도 모르게 존심 상해서 말을 지어 내긴 했는데 뭐라고 둘러대냐..


(그게..가슴이 너무 커서요..성격도 안 맞고..그래서..)
<아~~ 신기하네..가슴이 너무 커서 찼다니..다른 남자들은 가슴 큰 여자만 보면 환장하던데..그쪽은 좀 별나네요..특이해..>


의외라는 듯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는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한 얼굴로 침묵했다.


<그래서..그랬나..그때..>
(뭐가요??)
<아니..그때..내 가슴 안 만지고 간거요..커서 그랬나?? 자기 취향에 안 맞아서..>


뭔 소리래..이 여자..진지하게 고민하네..


<그럼 뭐 이해가네..난 또 내가 매력이 없어서 그런 줄 알았죠..좀 기분 나빴는데..뭐 그런 이유면..>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그녀 몰래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내쉬어 갔다. 어서 빨리 여길 떠서 이 여자부터 떼놓자..더 있다가는 정말 이 악마같은 여자 따라서 지옥가겠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 선생님이 화장실을 가는 뜻밖의 변수에 나는 이때다 싶어 여자를 끌고 가게 밖을 무사히 벗어 나 올수 있었다.


하아..십년감수했다..진짜 명이 10년은 준거 같다. 그중에 8년은 이 망할 여자 때문이지만..


<저기요..우리 이만 찢어지죠..>


그래..이 여자랑은 이제 1분 1초도 못있겠다. 아무리 이쁘고 아무리 섹시해도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 빨리 버리고 내 살길 찾아 가는 게 지금으로서는 장수의 비결 같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찢어지자고요??>
<네...어차피 그쪽이랑 나랑 뭐 좋은 일로 만나것도 아니고 그게 아니더라도 같이 할일도 없고 피차 보면 불편한 사인데..그냥 찢어져서 각자 갈길 가는 게 낫잖아요.. 그러니까..>
<이봐요.. 한경혁씨!!>


이게 아까부터 은근히 반말처럼 부르네..


<왜요??>
<그쪽 아까 한말 잊었어요??>
<뭐요??>
<아까..도와준 댓가로 뭐든 해주겠다고 한거..잊었냐고요..>


아..맞다...젠장..그랬지..


<그..그때는..상황이..>
<아~~그때는 상황이 그래서 어쩔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한입으로 두말을 했네요..>
<그..그게..>
<이봐요..세상에서 제일 못난 남자가 어떤 남잔 줄 알아요?? 바로 자기말에 책임 못지는 남자예요..바로 지금의 누.구. 처럼!!>


화살이 꽂히듯 꽂혀오는 그녀의 말에 나는 뜨끔 하는 표정을 지으며 인상을 구겨갔다. 그냥 모른 척 하고 쌩 깔까도 생각해 봤지만 발뺌하기엔 상대가 너무 막강하다..말빨이..


<하아..알았어요..뭔데요..부탁이란게..>
<뭐..딱히 그쪽이랑 뭐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뭐 정 그쪽이 보답을 하겠다면야..간단하게 밥이나 한끼 먹죠..뭐..거의 저녘 시간도 다 되가고..나도 뭐 그쪽이랑 썩 같이 오래있고 싶은 맘도 없으니까..밥만 먹고 그쪽은 그쪽 하고 싶은 데로 해요..>


네네...그러시겠죠...어련하시겠습니까..하아..또 돈날라가겠네..


<하아..네...뭐 일단 가죠..>


무거운 돌을 양어깨에 얹어놓은 것처럼 두 팔을 축 늘어 뜨린 나는 그녀를 앞장 세우고 뒤따라 갔다. 또박또박 도도하고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까만 머리를 찰랑거리며 거리를 가로질러 가는 그녀. 전혀 처짐 없이 보기 좋게 업 된 엉덩이와 그걸 감싸고 있는 짧은 스커트 밑으로 보이는 미끈한 다리가 빨간 색의 화려한 하이힐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매혹적이기 그지 없는 뒷태였다. 하지만 그 미혹의 뒷모습이 늦은 오후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면 빛날수록 나의 한숨은 더욱 더 땅으로 꺼져만 갔다. 이쁘지나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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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돈 다 날라 갔다. 지갑이 텅 비었어.. 나중에 누나오면 화 풀어 줄려고 사려고 했던 고깃 값까지 그 망할 여자의 뱃속으로 모두 들어가 버렸다. 마른 여자가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냐 한게 오산이었다. 아니..그게 맞긴 맞았다..적게 먹긴 했으니..대신 비싼걸 먹어서 그렇지..


한끼에 15000원이 넘는걸 쳐 먹는 여자가 어딨어!! 그것도 초면에!! 아무리 내가 사준다고 해도 그렇지 지가 양심이 있으면 알아서 적당한 걸 골라야지.. 이놈의 여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고급 요리집에 들어가서 당연하다는 듯이 비싼 거 시키고..이 망할.. 내가 그나마 싼 걸로 먹어서 그렇지(사실 그것도 그리 싸진 않았다..10000원이 넘어갔으니까..) 안 그랬으면 안에서 설거지라도 해야했을꺼다..정말..


아...오늘 진짜 미팅부터 지금까지 아주 여자하나 잘못 만나서 일진 더럽게 꼬이는 구나..
정말 꿈에 나올까 무섭다..무서워..정말 무서운 여자야..이제 우연히 마주쳐도 아는 척 안하고 피해 다녀야지..아..근데 이 여자는 왜 이렇게 안나와.. 얼릉 나와야지 얼릉 찢어지지..


그냥 갈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좀 아닌 것 같아서 조금 더 인내심을 발휘해 기다려 갔다. 난 내가 봐도 정말 착한 것 같아..


<저기...혹시..>


뭐지?? 나부르는 건가?? 어디선가 갑자기 들려오는 조심스러운 목소리. 가게 앞 귀퉁이에서 텅빈 지갑을 매만지며 망할 여자를 기다리고 있던 나는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갔다.


<강혁이..아니니??> 


익숙한 느낌의 맑은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오고 그 목소리에 이끌려 고개를 돌린 내 눈에 목소리보다 더 익숙한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서..선생님??!!>


까만 조약돌을 가져다 박아놓은 것 마냥 새까맣고 동그란 눈을 더욱 크게 뜨며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선생님을 나는 더욱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이 여자가..여긴 왜??


<강혁이..맞구나!!>


뜻밖의 곳에서 만난 놀라움은 잠시 이내 선생님은 정말 반갑다는 듯 내 이름을 부르며 미소지어왔다. 고운 입술 새하얗고 가지런한 치열을 드러내며 웃는 저 귀여운 미소는 누가봐도 저도 모르게 입이 헤 벌어질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지만 갑작스런 만남으로 당황한 나에게는 그런 미소마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내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이 터무니 없는 만남에 기분이 좋은 듯 연신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음을 흘리며 나를 바라오는 선생님.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성인답지 않은 순수한 소녀 같은 눈망울이 별처럼 가득 빛나왔다.


<강혁아..니가 여긴 왠일이야?? 너 시골 간다고 하지 않았어??>
<네??아...저 그게...누나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그래서 못갔어요..>
<그래??그럼 전화 하지..선생님..니 전화 기다렸는데..>
<그게..저...저도 좀 일이 있어서요..>
<그래?? 무슨 일?? 뭐 안 좋은일 있었어??>
<아뇨..그냥..친구..친구 만날일이 있어어요..>
<아...그래..뭐 어쨌든 이렇게 만나니까 너무 좋다..>


자기 마음을 표현이라도 하듯 연신 함박웃음을 지으며 정감어린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선생님. 그 모습에 나는 오히려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젠장..타이밍 엿 같다..조금만 늦게 오지..이 여자 나올 때 됐는데..


<근데..친구는?? 어디 갔어??>
<아..저..그게 잠깐 화장실 간다고 갔어요..>
<그래?? 그럼 금방 오겠네??>
<네...뭐..그렇..겠죠..선생님은요?? 선생님도 오늘 친구분 만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어..내 친구도 잠깐 일이 있어서 어디 갔다 온다고 해서 나 먼저 어디 들어가려던 중이야..>
<그래요?? 그럼 얼른 가보세요..저는 친구 금방 나오기로 했으니까..>


그래 얼른 보내자..얼른..


<아니..잠깐만...강혁아..너 저녁 먹었어??>
<네?? 아뇨...지금 친구랑 먹으러 갈라고요..>
<그래?? 그럼..선생님이랑 같이..갈래??>
<네??>
<아니...저녘 안 먹었으면..같이..먹자고..선생님이 사줄테니까..응?? 어때??>


이런..그냥 먹었다고 그럴걸 그랬나?? 나도 모르게 뱉은 말인데..씨이..


<아..아뇨..전 친구도 있고..>
<친구도 같이 오라고 해..뭐 나도 친구 있는데...그리고 선생님이 너랑 니 친구 밥 한끼도 못사 주겠니..괜찮아..>
<아뇨..그래도..그건..>
<왜??...싫..어??>


잔뜩 기대감 반 걱정 반 섞인 눈빛으로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당혹감을 감출수 없었다. 아...젠장..어쩌냐..저 눈을 보고 싫다고 말할 수도 없고..


<아뇨..싫은 건 아니고..친구가..불편해 할까봐..>
<그런 거라면..괜찮을 꺼야!! 니 친구도 남자면 선생님 같은 미인이랑 먹는 거 좋아할 걸??>


귀엽게 눈을 찡긋 거리며 걱정 말라는 듯이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의 가슴은 점점 천근만근 무거워져만 갔다. 안되..이대론 안되..


<저기..선생님..그러면 그냥 저만 갈께요..>
<응?? 무슨 소리야..친구는??>
<친구한텐 그냥 전화로 일 생겼다고 하면 되요..그러니까 저만 갈께요...>
<응?? 아니..그래도 아무말도 없이 그러는 건 좀 그렇잖아..내가 너 뺏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그냥 괜찮으니까 같이..>
<아뇨아뇨!! 그냥 가요..우선 가요..얼로 가면 되요??>


다급히 선생님의 손을 낚아채고 손을 잡아끌자 놀란 듯 눈을 뜨던 선생님이 이내 잡힌 손을 꼭 잡아오며 나의 움직임에 조심스레 뒤따라온다. 그래..그 여자한텐 좀 미안 하지만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어차피 오늘 아니면 안볼 여자니까..  그래..


<지금 뭐하는 거예요??>


선생님의 손을 잡아끌고 가던 나의 등 뒤로 정말로 듣기 싫었던 아니 듣고 싶지 않았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젠장..어쩌지?? 그냥 갈까??


<이봐요..한강혁씨!!>


무시하고 걸음을 옮기려던 나의 뒤로 다시 한번 더 크고 또렷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이번에는 이름까지 불렀기에 선생님도 그녀의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봐 왔다.


<강혁아..저 분이 너 부르는데?? 너 저 여자분 아니??>


하하..이걸 어쩌냐..진짜...


<혹시...니가 말한 친구가..저..여자..야??>


약간 굳어진 나의 표정을 안 것 일까?? 그녀의 모습 바라보던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어오는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본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려갔다.


<아..저 선생님..그게..>
<괜찮아..선생님 그런 걸로 뭐라고 안 할테니까..그냥 말해도 돼..>
<그게...예..맞아요..제 친구..>
<그래??..그렇구나..친구가..많이..이쁘네??>
<하하..그래..요??>   


그녀의 물음에 최대한 태연하게 보이기 위해 애써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이는 나였지만 얼핏 서운한 감정이 섞인 눈길로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에 미안함을 느껴 어색하게 헛웃음만 흘려갔다. 그런 나를 배려한 것인지 아니면 연장자로서의 이해심을 보여주는 건지 가볍게 미소를 띄우며 나를 바라봐왔다.


<가봐..친구한테..>
<선생님...>
<난 괜찮으니까 가봐..친구 기다린다..>
<그럼..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선생님을 뒤로 하고 그 망할 여자에게 가려던 나의 등 뒤로 나를 부르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기..강혁아..>
<네??>
<음..저기...갔다...올꺼니??>


불안함을 느낀것일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려는 듯 귀엽게 웃고 있는 선생님이 었지만 작게 나마 목소리가 떨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네..잠깐만 기달려 주세요..>


불안해 하고 있는 듯한 그녀에게 괜찮다는 듯 가볍게 웃어준 나는 이내 몸을 돌려 가게 앞에서 팔짱을 낀채 약간 삐딱한 자세로 서있는 문제의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그래..그냥 가달라고 하자..어차피 밥도 사줬으니까 그냥 보내면 문제 없을꺼야..


<뭐예요?? 갑자기..>
<저...그게..>
<저 여자..혹시..아까 그 여자 아니예요?? 그쪽이 옛날에 사귀었다는 옛날 애인??>


 내 너머의 선생님을 힐끔 쳐다보더니 뭔가 알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봐 오는 그녀.


<뭐..이번에도 도와줘야 돼요??>


약간 새침한 표정을 띄우며 귀찮다는 듯이 말을 하는 그녀였지만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빠져있던 나에게는 그녀의 목소리나 표정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말하자..그냥 가달라고 말하자..


<뭐..귀찮긴 하지만 저녁도 얻어먹었으니까 이번엔 특별히..>
<저기요!! 죄송한데..오늘은 이만 가면 안될까요??>
<네??>
<그러니까...그냥 가라고요..어차피 그쪽이랑 나랑 이제 막 찢어질라고 했던 거니까..그냥..>
<뭐예요...갑자기..기분 나쁘게..사람을 가라마라 하고..>
<하아..기분 나빳다면 죄송하고요...오늘은 제가 진짜 사정이 생겨서 그러니까 그만 가주세요..>
<이..이봐요..>


갑작스런 상황에 어이가 없는 듯 한 표정을 하는 여자를 뒤로 하고 나는 다시 선생님이 있던 자리로 걸음을 옮겨 갔다. 그래..이 정도면 알아 들었겠지?? 선생님한테야 대충 불편해서 친구 먼저 갔다고 하면 되니까..하아 근데 내가 왜 이렇게 까지 거짓말을 해가면서 그래야 되는 거냐고..미팅한번 한개 죄도 아니고 말야..


답답함에 한숨을 흘려가는 나. 순간 팔뚝을 타고 부드럽고 따땄한 감촉이 신경을 타고 파도타 듯 전해져 오고 나는 의아한 눈초리로 그곳으로 시선을 던져갔다.


뭐..뭐야!! 이건.. 언제 왔는지 내 옆으로 다가와 보드라운 팔을 내 팔뚝에 끼고 있는 그녀를 나는 놀란 토끼마냥 눈을 부릅 뜨고 바라보았다.


<뭐..뭐예요...??>
<가만 있어요..도와줄테니까..공짜로..>


뭔가 심통이 났는지 퉁퉁거리며 대답을 한 그녀는 이내 선생님의 앞으로 나를 끌고 갔다.


<안녕하세요~>


언제 그런 얼굴을 했냐는 듯 가면을 바꿔 쓴것 마냥 방긋 웃으며 인사하는 그녀의 모습에   선생님은 잠시 놀란 듯한 표정으로 우리 둘을 바라보았다.


<아..안녕하세요..>


이 갑작스런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약간 당황스런 목소리로 대답하는 선생님.


<저...실례지만 누구..신지..> 
<아..전 강혁씨 애.인. 되는 진아연 이라고 해요..>


애인!!?? 누가...내가?? 뜬금 없이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애인이라는 두 글자에 나의 얼굴에는 경악이 선생님의 얼굴에는 당황이 번져갔다. 그리고 그 얼굴은 내 팔에 껴져있는 그녀의 팔뚝을 보고서는 더욱 더 크게 번져가고 있었다. 아냐..아냐..오해 하지마..난 아냐..


물밀 듯이 밀려오는 당혹감에 급히 그녀의 팔에서 내 팔을 빼내려고 해보지만 그녀는 놓지지 않겠다는 듯 가슴을 바짝 붙여오며 더욱더 힘을 주어 내 팔을 묶어갔다. 이 여자가 미쳤나.. 갑자기 왜 이래?? 뭐라 말을 해야겠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상황이 너무 급작스럽고 복잡해서..


<애인..이요??>
<네...말씀 못 들으셨어요? 자기 말 안했어??>


뭐 말할게 있어야 말을 하지!!


<네..처음 듣는 얘기네요..강혁이가..애인이 있었다니..>


그녀의 입에서 연이어 터지는 얘기에 그녀가 어색하게 웃어가며 나를 바라본다. 믿는 건가?? 웬지 저 눈길에서 아까와는 다르게 웬지 모를 아쉬움과 슬픔이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인가??


<아..오랜만에 만나셨나 보다..백일 넘었는데..그치 자기야??>
<백일...이요??..>


이게 어따 대고 자꾸 자기래?? 그리고 너는 하루가 백일이냐??


<네..근데..실례지만 그쪽은 누구세요??>
<저요??...아..저는 강혁이....누나예요...친한 누나..>


혹시나 정말일지 모르는 여자친구의 앞에서 나의 입장을 배려한 것일까?? 선생님은 어느새 어색한 얼굴을 바꿔 가볍게 웃으며 대답해온다. 하지만 그 모습이 웬지 모르게 힘겨워 보이는 느낌이다.


<근데..몰랐네요..강혁이 한테 이런 이쁜 애인이 있는 줄..좋겠네..강혁이는..>


나를 바라보며 방긋 웃는 그녀의 모습을 다른 삼자가 본다면 웃음이 절로 나올만큼 상큼하고 아름다웠지만 지금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슬픈 미소처럼 느껴져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날라 오고 있었다. 차라리 뭐냐고 따지지... 그러고 말을 하니까 내가 더 말을 할 수가 없다.


<아뇨..제가 더 좋죠..강혁 씨가 얼마나 잘해주는데요.. 맨날 재밌게 해주고 웃게 해주고 힘들면 위로 해주고.. 직접 요리도 만들어서 먹여주고..맨날..사랑 한다고 말해주고..안아주고..아잉..암튼 너무 잘해줘요..우리 강혁씨..>
<요리...도 해줘요?? 사랑한다고 해주고??...안아주기까지??>
<네..너무너무 잘해줘서 아영이 행복해 죽을 지경인걸요..>


내 팔에 볼을 부비며 정감어린 눈길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모습과 더욱 더 가라앉아만 가는 선생님의 시선을 동시에 느끼며 나는 점점 헤어 나올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모르겠다..이제...방법이 생각나질 않아..


<근데..놀랐어요..우리 강혁 씨 아는 사람 중에 이런 이쁜 누나가 있었다는 거..>
<이쁘..긴요..아가씨가 더 이쁘죠...강혁이가 고른 여잔데..>
<아뇨..언니야 말로 정말로 이뻐요..얼굴도 귀엽고..몸도 호리호리 하면서 글래머스 한게...>


어쩐일이냐..이 여자가..남을 칭찬하네..


<고마워요..>
<다만... 흠이 있다면 가슴...정도??>
<가슴..이요??>


내 그럴 줄 알았다..근데 왜 하필 가슴이냐?? 저게 어디가 어때서..흠 잡을데가 있어??
확실히 선생님의 가슴은 완벽했다. 크기도 크기지만 늘어지지 않은 채 포탄처럼 옆으로 보기 좋게 선을 이루며 모아져 있는 가슴은 정말 한번 원 없이 만지며 어리광을 부리고 싶을 정도로 말 못할 포근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또 묘하게 자극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풍겨왔다.
거기다 가슴과 대비되는 귀여운 얼굴까지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그런 여자..그게 선생님이었다.  


<네..가슴이 몸에 비해 너무 큰 것 같아요..그게 좀 그렇긴 하는데..뭐 그렇게 이상하진 않아요..근데 이거 자연산이예요?? 아님 실리콘??>


실크 재질의 민 블라우스를 터뜨릴 듯이 돌출된 젖가슴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는 다분히 도발의 기색과 선생님의 가슴에 대한 견제 그리고 시샘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까부터 가슴가슴 하더니만 역시 맘에 두고 있었어.. 남의 장점을 단점으로 깍아 내리는 기술이라...역시 말빨의 고단수다..


<아..이거 자연산이예요...그래도..가슴이 작은 것 보단 큰게 났죠.. 패드로 업 처리 안 해주면 안 보이는 크기보다야..>


망할 여자의 가슴의 융기를 힐끗 보고는 가볍게 미소 짓는 선생님. 맞도발인가?? 확실히 여자를 겨냥하고 한말이었다. 근데 의외네..선생님이 이런 인신공격을 하고..


<이..이거 패드 안 썻어요!! 그냥 한거라고요!!>


역시 선생님에게 가슴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고 있던 것일까?? 오히려 가슴으로 역공을 받자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녀. 확실히 작은 가슴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몸에 비해 글래머러스 한게 남자를 홀리게 만들만한 육감적인 가슴이었지만 역시 선생님의 저 초대형 포탄 앞에서는 작아 보일 수밖에 없는 노릇 이었다.


<아..딱히 그쪽보고 한 얘기는 아닌데.. 기분 나쁘게 들렸다면 미안해요..>


가볍게 웃으며 다시 한번 지긋이 그녀를 눌러가는 선생님. 역시 연장자의 연륜인가..능수능란한 솜씨다.. 국어 교사라 그런가 말 빨이 상당히 쎄다. 얼굴은 안 그렇게 생겼는데..


<아뇨..기분 나쁘긴요..강혁씨는 그래도 제 가슴 좋아하는 걸요..적당히 굴곡있다고..강혁씨는 가슴만 너무 큰 여자 안 좋아하거든요..미련해 보인다고..>
<강혁..이가요??> 
<네..뭐 옛날에 사귀던 여자가 가슴이 디게 컸는데 그것 때문에 싫어서 해어졌다고 들었는데..혹시 누군지 아세요??>
<아..저는 잘 모르겠네요..>


어색하게 웃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아는지 미세하게 어깨가 떨려가는 것이 느껴진다. 와..아주 스파크가 튀는 구나 보이지 않는 이 기 싸움..어느쪽도 만만치 않은게 긴장의 끈을 놓을수가 없었다. 근데 이렇게 이런거 보고 있을 상황이 아닌데 은근히 재미있다..이거..


<그나저나..백일 좀 넘었다고요??>
<네...아직 얼마 안됐어요..>
<예..정말 얼마 안됐네요..이제 곧 싸우는 일도 많아질텐데..>
<그...그래도 10년 사귄것처럼 편해요..>
<그래요?? 벌써 권태긴가....그럼 안되는데.. 뭐 그쪽이라면 잘하겠죠..강혁이가 좋아하는 작은 가슴을 가졌으니까..>


다시한번 이어지는 선생님의 공격.. 선생님이 맘먹고 덤비니까 무섭다.. 아주 꼼짝을 못하네.. 미간에 약간 주름 잡힌 거 보니까 간신히 참고 있는 듯 보인다. 더 이상의 맞대응은 무의미 하다고 느낀 것일까?? 그녀는 어느새 공격적인 태도를 바꾸어 상관없다는 듯 해맑게 웃어보여 갔다.


<하하...언니 충고 잘 새겨 들을께요..그럼 저희는 아직 데이트가 남아서..그만 가볼께요..가요 강혁씨..>


나를 붙든 팔뚝에 힘을 주며 잡아끄는 그녀의 몸짓에 나는 당황하며 힘을 주어갔지만 역시 맨살에 가득 부벼져 오는 고무공 같은 젖가슴의 탄력에 힘이 빠져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남자란 것들은 이해서 안되...근데 진짜 이대로 가면 안되는데..


<저기..강혁아!!>


나를 불러 세우는 선생님의 조심스런 목소리에 그녀도 나도 잠시 걸음을 멈추어 고개를 돌려갔다. 뭔가 고민 하는 듯 입술을 살짝 깨물며 초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오는 선생님의 모습이 들어온다.


<저기...저기..니가 전에 말한거..>
<네??>
<저기...어...전에 니가 말한 그거..우리 집에 있거든..그거..가져...가야지..>
<그거요??>
<어...그거..그거 있잖아..책...그거 가져가야지..>


책?? 무슨 책을 말하는 거지?? 잠깐 선생님의 이해 할 수 수 없는 소리에 고민에 빠진 나는 나를 향해 떨리는 눈빛을 보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이내 말의 의미를 이해 할 수 있었다.


<괜찮으면...지금..갈래?? 그거 가지러...나랑...같이..>


용기를 내듯 간신히 말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진다. 책은 아무래도 상관 없어...그냥 나랑 같이..가고 싶은 것 같다...내 옆에 이 여자가 아니라 바로 자기랑.. 불안한 듯 떨고 있는 선생님의 눈빛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자..선생님이라면 이해해 주실꺼야..어떤 얘기든 무슨 얘기든 다..이해해 주실꺼야..


<뭐해요.. 안가요??>
<저기요..그만 이 손 좀 놔줄래요??>
<네??>
<그만..저 좀 놔 달라고요..>
<놔주면...저 여자한테 갈려고요?? 책 가지러?? 어차피 끝난 사인데 그렇게 이어붙일 필요 있어요?? 그냥 깔끔히 정리 하는 게 여러모로 그쪽한테..>
<상관 없으니까 좀 놔달라고요!!>


약간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이며 말을 하자 놀란 듯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잡고 있던 팔에 스르르 힘이 풀려 간다.


<뭐..뭐예요?? 갑자기..소리는..왜..>
<저기...소리 질러서 미안한데요...그만 가요..그냥 신경 쓰지 말고..>
<뭐라고요??>
<오늘 그쪽이 나한테 한짓..그리고 저번에 한일 이대로 가면 그냥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잊어버릴 테니까 지금은 그냥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가줘요..진짜 그쪽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하는 부탁이니까..그 정돈 들어 줄 수 있죠??>


처음이다..이 망할 여자에게 이렇게 진심을 다해 애처롭게 부탁을 한 것은.. 하아...그래 이 여자랑 나랑 안 맞았던 것 뿐이지 악의는 없었을 꺼야..그래..그러니까 이정도 얘기하면 알아 들을꺼야..


풀린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 놓은 나는 다시 발을 움직여 원래 있던 내가 가야할 자리로 걸음을 옮겨갔다. 눈앞의 선생님이 보인다. 불안한 듯 미소 짓던 얼굴이.. 애써 태연한 척 보이려 안간힘을 쓰지만 너무도 연약해보이는 선생님이 두눈 가득 들어와 나를 가슴 아프게 해온다. 어서 가서 말해야 겠다.. 미안하다고..


탁.


뭐지?? 뭔가 나를 잡아오는 느낌에 고개를 내려보니 내 손목이 요염하게 뻗은 긴 손가락을 가진 고운 손에 잡혀 있는 것이 보인다.


<잘...들어요...나...누가 시킨다고 하는 여자 아니예요..누가 하지마란 다고 안 하는 여자도 아니고요..그러니까..당신이 한 말 당신이 한 얘기 따위 나 안 들어요..>
<그게..무슨..흡...>


순간 이었다. 그녀가 나의 팔을 돌려 세우며 나에게 다가온 것은.. 그리고 그렇게 갑자기 나의 입술을 덮쳐 온 것은...그것도 이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 거리에서.. 그것도 선생님이 보는 이 자리에서.. 흐물흐물한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러운 입술이 입가에 머물다가 떨어져 나간다.


<이...이봐요..이게 무슨..>
<그쪽이...먼저 시작했어요..나는 장난이었는데..그쪽이..날 진심으로 만들었다고요..그냥 그쪽이랑 노는 게 재밌어서 장난만 치려고 했는데..그쪽이..그렇게 만들어 버렸어요..>
<그러니까...그게 무..무슨..흡!!>


재차 그녀의 입술이 마개를 덮듯 내 입술위로 포개져 온다. 아까보다는 조금 더 진한 키스.
찐득한 떡처럼 입가에 달라붙어 긴밀하게 붙어오는 입술을 타고 형용할수 없는 묘한 짜릿함이 몰려든다. 이 여자의 입술이 가진 마력인가?? 그녀를 떨쳐 내보려 힘을 줘보는 나지만 이 놈의 남자라는 육체는 그럴 생각이 없는 건지 힘을 쫙 뺀채 그녀의 입놀림에 몸을 맡길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안되는데..안되는데... 그러면서도 이 저주 스러운 육체는 이 농염한 여자의 키스 한방에 엿 가락 늘어지듯이 늘어져 가슴을 뛰게하고 있다. 젠장...뭐냐고..이게 뭐냐고..


아직은 외국처럼 길거리 키스라는게 평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국 땅. 길바닥 가운데서 진하게 입을 부딪 히는 우리 둘 주변으로 하나 둘 무수한 시선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부러움과 질책의 시선들..그리고 그 사이 느껴지는 슬픔이 가득 느껴지는 아픈 시선.


<하아..하아...하아..>


한참을 있다가 천천히 떨어지는 그녀의 입술. 내 침인지 아니면 그녀의 침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이 무르익을 때로 무르익은 꽃잎의 잎처럼 붉게 빛나며 섹시함을 발한다. 은은히 빛나는 붉은 뺨의 색기와 어울려 보기만 해도 입술을 가져가 부비고 싶은 그런 모습이었지만 아쉽게도 지금 나에게는 그런 것을 신경 쓸 상황이 전혀 못 되었다.


선생님...고개를 돌려 가보지만 선생님이 있어야할 자리는 어느새 다른 사람이 들어서서 신기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 가셨지?? 가서..뭐라고 말을 해야 되는데.. 순간 저 멀리서 힘없이 비틀 거리며 걷고 있는 선생님의 뒷모습이 들어온다.


내 품에 안겨있는 그녀를 가볍게 떼어 놓고 그쪽으로 다급히 걸음을 옮겨 갔다. 


<서..선생님!! 선생님 잠깐만요..!!>


간신히 짜내어서 나온 나의 외침이 들린 것일까?? 힘 없이 터벅터벅 걷고 있던 선생님의 걸음이 멈춰갔다.
 


언제부터 있었던 것일까?? 아까 까페에서 보았던 장신의 미녀가 어느새 선생님 옆에 서서 묘하게 차갑고 사늘한 눈길로 나를 바라봐왔지만 나에게는 오로지 선생님의 애처롭도록 슬퍼보이는 뒷모습만 보여 왔다.


<저..저기..선생님...저..이건..>
<강혁아..>
<네?..네..>
<지금은..됐고..나중에....나중에 얘기하자...>
<선생님...그래도..>
<지금은!!하아..니 얼굴 보는거..니 목소리...니 얘기..듣는거..힘드니까..선생님이 지금은 좀 힘드니까..나중에 얘기하자...>


조용히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그녀의 말이었지만 나의 귀에는 어떤 소리보다 크게 다가온다. 가득 가득 간신히 억누르는 듯한 떨리는 목소리가 나의 귓가에 천둥이 치는 것처럼 크게 와 닿에 가슴에 울려왔기에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거리의 저편으로 사라질 때 까지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거리위에 서있었다. 그리고  얼마안가 전신이 늘어지는 듯한 공허함에 근처 계단위에 털썩 주저 앉은 나는 멍하니 땅을 향해 고개를 수그려 갔다.


어쩌다가..이렇게 된 걸까?? 하하...진짜 이 엿 같은 상황에 웃음밖에 안 나온다. 진짜 엿같네.. 진짜.. 너무 엿 같아서... 정말 욕 나올 정도로 엿 같아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정말..  


퍽퍽...


가슴을 죄이는 답답함과 아픔을 잊어볼까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쳐 보지만 여전히 부딪히는 주먹보다 가슴이 더 아파온다. 아니 치면 칠수록 더 아파온다.


<이..이봐요!! 지금 뭐해요...헤에...주먹에서 피나잖아요...미쳤어요??>


언제 왔는지 내 내리치는 주먹을 잡고 내 앞에 쪼그려 앉으며 뭐하냐는 듯 호들갑을 떠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하..또 이 여자네..또 이 여자야..


<하아..또 당신이예요??>
<또..또 라뇨.. 암튼 손 좀 줘봐요..아..이 피 좀 봐..빨리..>
<왜 왔어요?? 이번엔 또 뭘 할라고 온거예요??>
<뭐..뭘 하다뇨..나..나는 그냥 걱정되서..>
<걱정이요?? 무슨 걱정..내가 아무 사고 안치고 가만히 있을까봐 걱정 되서요?? 아님 나 가지고 못 놀까봐 그게 걱정 되서요?? 그래서 왔어요??>
<뭐..뭐라고요?? 가지고 놀다뇨..누가..>
<혹시 이걸로 부족해서요?? 뭐 이번엔 도둑놈으로 만들게요?? 아님 성폭력 범?? 뭐 하실라고요??>
<이..이봐요..말이 좀 심한거 아니예요..난...그냥.....>
<이봐요.이쁜아가씨....>
<왜..왜요??>
<내가...내가 그쪽한테 뭘 그렇게 잘 못했어요?? 뭘 그~~렇게 잘못 했길래 이렇게 까지 해요.??좀 말해줄래요??..>
<나...난..그냥...그냥..>
<이유 같은 거 없죠??..그냥 심심해서 그런 거죠?? 그쪽같이 얼굴 반반한 여자들이 나같이 평범한 남자애들 가지고 노는데 이유 같은거 없겠죠..그냥 장난이죠?? 그냥 재밌어서 그런거죠??>
<아..아니..난...정말로..그런게 아니라..>
<근데 말이예요...그건 하지 말았어야죠..내가 그렇게 부탁했는데..그건 하지 말았어야죠.. 그런..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 장난질은 하지 말았어야죠!!>


이건 날 향해 하는 소리다. 내 이 어설픈 거짓말에 선생님의 마음은 아마도 지금 걸레 조각이 되어 너덜거리고 있을거다. 이건 날 향한 꾸짖음이자 날 향한 질책이었다.


미팅 한번이 이렇게 만든게 아니다. 그리고 이 여자의 그 행동들이 일을 이렇게 만든 것도 아니다. 다 나.. 나의 거짓말 나의 솔직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태도가 선생님을 아프게 만들고 또 울게 만든 것이다. 한심한 인간...


하지만 눈앞의 그녀는 죄지은 사람 마냥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아까전에 보였던 무슨 일이 있어도 당당하고 도도하게 맞서던 태도는 보이질 않는다. 그저 아무말없이 다친 내 손이 걱정이 되는 지 피를 닦는 손짓을 멈추지 않은 채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었다.


<손 치워요...>


그녀의 그런 태도가 오히려 나의 심기를 건드려 왔다. 젠장..뭐라고 말이라도 하지. 아까처럼 내 잘못이라고 말이라도 하지.. 갑자기 뭐냐...화나게..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에게 말해보지만 그녀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손길을 차갑게 탁 하고 뿌리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힘없이 걸음을 옮겨갔다.


<미안...해요...>


나지막한 목소리로 힘겹게 내뱉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도도한 기색이나 건방진 기색따위는 남아있지 않은 분명히 사과의 감정이 실린 말이었다. 안 어울리게,,,그리고 너무 늦었잖아..사과가..


<미안해요..내가 잘못 했어요..그러니까!! 상처...치료하고 가요..피 많이 났으니까..>
<됐어..내가 알아서 해요..>
<약..사올께요..약 바르고 붕대 감고 가요..>
<신경쓰지마요..당신한테 그렇게 도움 받을 바에는 차라리 썩는게 나아요..>
<다..당신 정말...>


나 조차도 놀랄 정도로 차가운 말들이 그녀에게 쏟아져 나온다. 갑자기 변해버린 그녀의 태도가 짜증나서 인지 아니면 나를 향해 끓어 오르는 미움을 돌려야할 상대가 필요 한건지 그녀에게 나는 전혀 거침없이 냉정한 말들을 내뱉어갔다.


<그...그러고 갈꺼면 아까 내가 그쪽한테 준거 돌려줘요!!>
<뭐라고요??>
<아까...그쪽한테 준 키스 돌려달라고요...그럼 보내줄께요..>


어느샌가 내 앞을 막아서며 꼿꼿하게 고개를 쳐들며 나를 바라오는 그녀의 모습을 나는 표정 없이 바라보았다. 이거 어디선가 본 장면인데..맞아..지하철..거기서도 가슴 만지고 가라고 생난리를 쳤지..참..왠지 이런 막무가내같은 행동도 이 여자가 하니까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이해가 되간다.


<아..아니면 그냥 치료 받고 가던가..>


하지만 그때와 틀린 느낌. 뭔가 필사적인 느낌이다. 이상한 느낌에 그녀를 바라보니 언제나 무슨 짓을 하고서도 당당하고 느긋함을 보이기만 하던 눈매가 지금은 가늘게 떨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후..착각이겠지..


<못하겠죠?? 저번에도 못했으니까..그러니까 치료...흡!!>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안으로 당긴 나는 그녀의 입에 내 입술을 찍어 내려갔다. 너무나도 다른 모양의 두 입술이 거칠게 부딪히자 그녀의 몸이 예상지 못한 상황에 놀란 듯 몸을 경직시켜 왔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입을 움직여갔다. 그저 입술만 부비는 그런 동작이 아닌 그녀의 입술을 강하게 빨다가 고개를 비틀어 가며 지긋이 눌러 주는 등 기교를 발휘해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훔쳐갔다. 마치 뭔가를 확실하게 일깨워 주기 위한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이상한 느낌이었다..분명히 내가 못 할거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이렇게 갑자기 해버린건 데..놀라서 나를 밀쳐내거나 아니면 그저 굳은 석상마냥 가만히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의 입술을 받아들여가고 있었다. 


닫힌 입술은 분명 놀라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자연스레 벌어져 와 자신을 눌러오는 입술을 담아갔고 순응하듯 눈을 감으며 쳐져있던 팔을 내 어깨위에 올려놓더니 어느새 내 목을 감싸왔다. 밀어 붙이는 힘에 내손이 받혀진 허리를 축으로 상체를 젖혀 가며 목에 걸린 팔에 힘을 주고는 가볍게 나를 당겨왔다. 오히려 약간 놀란 것은 나 였다. 뜻박의 순응.. 거칠고 배려없는 움직임에 오히려 기뻐 하듯 보든 걸 받아들이는 그녀의 입술. 그리고 입안 가득 향수처럼 퍼지는 매혹의 향기에 오히려 내가 중독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아...>


어느새 뜨거워진 입술을 가볍게 떼며 한숨을 뱉어내자 졸지에 내 품안에 안겨버린 형태가 된 그녀가 몽롱한 눈길로 나를 올려다 본다. 요염하게 젖어 있는 눈길에는 갑자기 끊어진 것에 대한 키스의 아쉬움과 아직 모자르다는 듯 한 목마름으로 뒤섞여 유혹하듯 나의 눈을 잡아 온다. 가슴이 두근 거려 온다. 이 진득한 미약과 같은 눈길에 안고있는 팔에는 힘이 들어가고 머리는 갖가지 이상한 상상들로 가득 차고 있었다.


<저기....나...>
<이제....됐죠??>
<네??>
<이제...키스 했으니까..가도 돼죠??>
<아...그...그건...>
<왜?? 더할게 남았나요?? 아직 모자라요?? 모자라면 더해주고요 어차피 나는 상관없으니까..>


그쪽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듯이 고저 없는 목소리로 차갑게 말을 건네자 무언가에 취
한 듯 몽롱했던 얼굴이 조금씩 원래대로 돌아오더니 천천히 나를 밀쳐냈다.


<그렇게..싫어요??>
<뭐가??>
<내가...그렇게...싫으냐고요..이렇게 키스까지 하고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그렇게 아무감정이 없을 정도로..>
<네...싫어요..보고만 있어도 치가 떨릴 정도로..보고만 있어도 화가 날 정도로..싫어요..당신이..그러니까 이제 가도 되죠??>


냉막할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로 덤덤히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는 차가운 말들을 그녀는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듣고만 있었다. 석상처럼 굳어버린 그녀를 지나쳐 걸음을 옮기던 나는 등뒤 에서 무언가 탁 하고 부딪히는 느낌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거기서는 방금 손에 있던 백을 던지고는 화가 난 듯한 묘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쁜자식....>


도도하고 요염하던 눈가가 웬지 모르게 분함과 슬픔이 섞여 무언가를 간신히 억누르는 듯한 느낌을 전해 온다.


<나쁜 자식..이 나쁜 자식아..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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