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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야설) 붉은 달(月)을 베다.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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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86 회 작성일 24-01-01 08: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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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白雲俠(낭만백작)著/ 붉은 달(月)을 베다.  **



제 24 회  영걸(英傑)과 예녀(藝女)


긴 마루를 돌아 성(城)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숙소에 안내를 받아 방안에 자리를 한 명(明)이
윤충을 돌아 보며 입을 열었다.


「윤(尹)공.. 긴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내실에서 그토록 놀란 이유를 말씀해 보시오.」


「어허.. 아셨소이까? 그러나..!」


「이보시오. 윤(尹)공, 그 자리에 있던 무네노리까지 그 사실을 감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눈
치를 채지 못하셨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설아가 슬며시 끼어들었다.


「충(忠)오라버니.. 말씀하시지요. 아니 제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제는 서로 협력을 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설.. 설아.. 이 자리에는 외인(外人)도 계신다!」


윤충이 사다에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자 사다에는 명(明)에게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염려마세요. 이 사다에의 귀는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습니다.」


빙긋 웃음을 흘린 명(明)이 설아를 보며 재촉한다.


「설아낭자.. 걱정 마시고 말씀하세요.」


 * * * * * * * * * *


헌원비록(獻元秘錄)을 찾기 위해 바다를 건넜다는 설아의 차종치종 설명을 들은 명(明)이 궁금
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비록(秘錄)이 담긴 옥함을 내실에서 발견했다!! 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조선의 안위가 달려
있다 합니까?」


「공자..! 그 책자에는 각고의 노력으로 터득한 새로운 무기의 제조법과 조선 해안 연, 근해 깊
고 얕은 물길 철저히 탐사한 해도(海圖)가 자세히 기록되어있다 하더이다.」


「오.. 새로운 무기의 제조법이라? 설명해 주실 수 있겠소?」


「소녀도 그 내용을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들은 바로는 화승총(火繩銃)을 개선해 화승(火繩;화
약심지)이 아닌 격발(擊發;탄환 발사를 위해 방아쇠를 당겨 화약에 불을 붙이는 일)로 총을 발
사 하는 장치 개발한 내용이라 들었습니다. 소총과 대포까지 모두 적용되는 엄청난 발명이라 하
였지요.」


말대로라면 진정 대단한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화승에 불을 붙여 기다리는 동안 목표가 움직이면 총을 발사해도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길이
없는 무기가 화승총이다. 전투선(戰鬪船)의 함포(艦砲)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격발로 발사가 되는 총이나 대포라면 조준하여 발사하는 대로 상대를 쓰러드릴 수가 있
다. 과연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발명품인 것이다. 또한 조선해안의 해도라면 해전시 적선을 유
인하거나 공격할 때 철저히 이용되는 지도가 아닌가? 그 물길을 적국이 훤히 꿰고 있다면 내 집
안마당 처럼 바다처럼 휘젓고 들어올 수가 있다.
과연 목숨을 걸고라도 찾을 수 밖에 없는 헌원비록(獻元秘錄)이었다.


「큰일이구려! 그 소중한 책자가 이들의 손에든지 오래이니 이미 책자의 내용은 모두 저들에게
알려져 버렸겠습니다.」


조선의 그 어른이라는 인물에게 전하려 하다 탈취(奪取)를 당했다면 그 어른은 책자의 내용을
보지도 못했을 터..! 그러나 이들은 이미 내용을 알아버렸으니 신무기의 제작을 서두를 것이 아
닌가! 진정 큰일이었다.


「명(明)공자.. 그 점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 옥함은 그것만의 특이한 열쇠가 없으면 열지를
못합니다. 혹여 억지로라도 열어보려 한다면 그 옥함속의 기관장치에 의해 책자는 순식간에 불
태워 져 재가 되어 버립니다. 그러니 아직 옥함을 열지를 못해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오호.. 불행중 다행 입니다. 그러나 필히 되찾아야만 할 책자구려! 허나 경거망동 마시고 오
늘은 푹 쉬시도록 하십시오. 내 잠시 다녀올 데가 있소이다.」


 * * * * * * * * * *


방을 나와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던 명(明)이 복도를 지나 훌쩍 몸을 날려 이에야스가 기거
하는 내실의 천정으로 스며들었다.


환하게 밝혀져 있는 내실에는 이에야스와 연(蓮)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명(明)의 눈빛이 반짝 빛난다.


(흠.. 좌우의 방에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뒤편 벽장 속에 한 사람.. 벽장속의 인물은
무네노리렸다! 단단히 경호를 하고 있구나..!)


자객에게 습격을 당한 이에야스를 위해 최고의 검수(劍手)들이 몸을 숨기고 겹겹이 호위를 하고
있었다.


이에야스의 말소리가 조그맣게 흘러나온다.


「연(蓮)아.. 네가 내게 온지도 제법 오래 되었구나.」


「예.. 합하(閤下)..!」


「오늘 그 조선의 청년이 너를 달라고 하는 구나. 네 생각은 어떠냐?」


「합하(閤下)가 그의 청을 들어주겠다고 약조한 일이라 알고 있습니다. 합하(閤下)의 한마디는
어김이 없어야 합니다. 그에게 가야 하겠지요.」


연(蓮)이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며 조용히 대답을 한다.


「어허.. 그토록 나의 회유에도 거절을 하더니 모국의 청년이라 정(情)이 가느냐?」


「합하(閤下).. 그런 게 아닙니다. 합하(閤下)가 아랫사람들에게 허언을 한다면 권위가 바로서
지 않습니다.」


「허허허.. 내가 너를 취하려 할때 너는 머리에 꽂힌 그 장도를 빼어들고 죽기로 거절 하였다.
그런 네가 한 순간에 조선의 청년을 따르겠다 하느냐?」       


「호호호.. 합하(閤下)께서, 그 청년이 저를 원하는 생각을 바꾸도록 달래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런가? 허허허.. 연(蓮)아, 너도 참 당찬 아이다. 내 곁에 있는 동안 줄 곳 조선의 침략에
대한 나의 생각만을 캐묻지 않았더냐!! 그리고 다시는 조선을 침략하면 안 된다고 조목조목 따
져가며 나를 설득하지 않았느냐! 정말 대단한 배포였다.」


「스승님께서 저를 보내며 당부한 말이었습니다. 다시 조선의 출병을 강행하려 한다면 합하(閤
下)역시 히데요리님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너의 스승이라는 그 스님 정말 뛰어난 분이다. 도요토미의 사후(死後)에는 조선전쟁에서 이기
든 지든 철군을 하리라는 점을 미리 예측했다는 점도 대단하지만, 다음의 정국은 이 이에야스가
이어 받을 것이라 생각하여 납치된 척 여기까지 와서 내 곁에서 나의 행보를 탐지하려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구나!!」


「과찬 이십니다 합하(閤下)..!」


「아니다. 너를 납치한 것 처럼 꾸민 인물은 미쓰나리였다. 물론 그는 네가 저 옥함과 연관된
중요한 인물이라 조선 백성을 도륙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하고 너를 데려 온 것이지만, 그러나
너의 스승이란 그 분은 미쓰나리가 너를 나에게 바치게 될 것까지 짐작을 한 혜안(慧眼)을 가진
사람이다. 허나 그 스승이란 분보다 나는 네가 더욱 두렵게 느껴져 왔다.」


「무슨 그런 황송한 말씀을..!」


「아니다 연(蓮)아..! 너와 나는 그 오랜 기간 동안 날카로운 칼날을 마주 겨누고 있는 것 처럼
대립을 하고 있었다. 허나 연약한 처녀의 몸인 너는 단 한순간도 나를 두려워 하지 않고 나와
대등하게 겨루고 있었다. 그러니 네가 나에게는 그 얼마나 두려운 존재냐!!」


「죄송합니다 합하(閤下)..! 스승의 명(明)을 지키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용
서 하십시오.」


「허허허.. 오늘 또 한사람의 두려운 인물을 보았다. 그도 나에게 조선을 침략한 일을 당당한
태도로 질책을 하고 있었다. 내가 졌다. 조선의 남녀가 모두 그럴 진데 내 어찌 조선의 침공할
엄두를 내겠느냐! 내 어떠한 경우에라도 다시는 침략을 생각하지 않으리라.」


「합하(閤下)..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스승님께서도 합하(閤下)께서 옳은 마음을 가진다면
손쉽게 천하를 얻을 것이라 하셨습니다.」


아래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듣고 있던 명(明)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허헉.. 이 모두가 스승님의 안배였구나! 내가 바다를 건너려 할 때 대답이 없었던 이유도 혹시
나 내가 철없이 굴어 연(蓮)누님의 사명을 망칠까 걱정하신 것이었구나!!)


그 명의 귀속에 자애로운 스승의 말소리가 흘러드는 착각을 느꼈다.


(이젠 됐다. 명(明)아.. 비록 나의 진전을 모두 물려받았다고는 하나 왜국(倭國)은 낯선 곳이
다. 부디 경거망동(輕擧妄動)은 말고 진중(珍重)하게 행동하거라!!)


(연(蓮)아.. 내가 미처 달려가지 못해 너의 부모는 구하지를 못했구나..! 허나 다행히 그 자리
에 계시던 어른은 놈들의 눈을 피해 피신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른도 다가올 운명을 예
측해 몸을 숨기고 있으리라. 이 전란이 끝나면 조정에 바른 말을 고하는 모든 중신들은 삭탈관
직을 당하여 힘을 쓰지 못할 천운(天運)이다. 해서, 그 당시 어른께서 내게 부탁한 지극한 당부
의 말이 있었다. 너의 몸에는 나라의 명운(命運)이 걸린 물건이 숨겨져 있다고 말씀을 하셨다.
연(蓮)아.. 너는 그 말을 명심하여 스스로 자신을 아끼고 그 중요한 물건을 목숨이 다하도록 간
수해야 할 것이니라.)


잠시 스승의 당부를 되뇌던 명(明)의 귀에 소란스러운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번쩍 정신을 차
려 살피던 명(明)이 혀를 끌끌 찼다.


「쯧쯧.. 이 어리석은..! 내가 그토록 자중하라 당부를 했건만..! 안 된다. 이곳에는 많은 무사
들이 숨어 지키고 있다.」


초조함을 못 이겨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한 윤충(尹忠)이 이에야스가 있는 내실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명(明)은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내실로 향하는 복도의 천정을 향해 물 흐르듯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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