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야동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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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인터넷이 고도로 발달한 한국이라는 나라에 포르노를 좋아하는 소년이 살았어요. 그는 야동을 하루에 하나씩 규칙적으로 꼬박꼬박 받아 보는 성실하고 근면한 소년이었어요. 인터넷 공유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AV배우와 장르를 정성스럽게 고르고, 한 시간 동안 감상하며 즐겁게 딸딸이를 친 후, 공CD에 굽고 네임펜으로 제목과 배우를 정확하게 적어서, 갓 구운 따끈따끈한 CD에 마지막으로 사랑의 뽀뽀를 해주고 야동을 소중하게 차곡차곡 간직했어요.
그렇게 3년이 지나자 소년이 모은 야동 CD만 1000장이 넘었어요. 하지만 소년은 멈추지 않고 계속 노력하고 정진해서 이 세상의 모든 야동을 섭렵하겠다는 불굴의 투지로 야동 수집을 계속했어요. 때론 가짜 파일에 속기도 하고, 누가 최고의 야동이라고 극찬을 해서 받아봤더니 옛날에 봤던 거였고, 포르노에 나온 걸 섣불리 따라하다가 크게 다칠 뻔 하기도 하고, 하루에 자위를 7번이나 했더니 정액이 말라서 더 이상 안 나오기도 했어요. 이렇게 갖은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서 소년은 성장하여 한국 최고의 야동 소년이 되었어요.
그가 모은 수천 장의 야동 CD는 그에게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고 값진 선물이었어요. 그는 초고속 인터넷이 고도로 발달했으면서 저작권 개념은 희박한 한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걸 항상 감사하며 살았어요. 또한 그는 새로운 야동을 수집하는 것에만 전념하지 않고 과거의 야동을 복습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여서, 이제는 CD에 적힌 제목과 배우 이름만 보고도 야동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는 경지에 다다랐어요. 그는 야동계의 달인이 되었어요.
세월이 흘러 소년도 군대에 가게 되었어요. 그는 수천 장의 야동 CD가 내심 불안하기는 했지만, 너무 많기 때문에 어디에 맡길 수도 없어서 집구석 곳곳에 비밀스럽게 숨겨놓고 군대에 갔어요. 군대 고참들이 너는 여자 경험이 없다며 6만원을 주고 섹스를 하는 곳에 소년을 데려가려고 했지만, 그는 오직 일편단심으로 야동만을 사랑했기 때문에 절대 따라가지 않았어요. 6만원이면 공CD 100장을 더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1차 휴가를 나와 보니, 소년의 집이 이사를 했던 것이었어요. 새로 이사한 집을 미친 듯이 뒤졌지만, 남은 것은 고작 600장의 CD 뿐이었어요. 이사하는 중에 다 없어져버린 것이었어요. 특히 가장 좋아하는 배우, 실비아 세인트의 컬렉션이 없어졌다는 것이 소년에게는 가장 큰 충격이었어요. 그 파일을 구하기 위해서 아무도 모르는 비밀 커뮤니티에 어렵게 가입하고, 약 3개월을 열심히 공유하며 포인트를 올려서 간신히 구했던 노력을 생각하니 소년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그는 남은 CD라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서, 남은 CD를 20인치짜리 여행가방 2개에 꽉꽉 담아서, 군대를 갔다 온 가장 친한 친구에게 맡겼어요. 하지만 군대에 있는 사이에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친구와 전화 연락이 끊겼어요. 탈영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제하고 2차 휴가를 나와서 찾아가보니, 그 친구는 야동을 보다가 부모님께 들켜서 CD를 전부 불태워버렸다고 말했어요. 소년은 비록 소중한 친구였지만 너무 화가 나서 친구의 얼굴을 주먹으로 몇 대 때렸어요. 친구는 코뼈가 부러져서 피를 흘렸습니다.
소년은 쓰린 가슴을 움켜잡고, 어차피 없어졌다면 새로 받자! 라는 투지에 불타서 남은 휴가기간 전부를 이용하여 하드디스크가 꽉꽉 차도록 야동을 다시 받았어요. 비록 옛날 컴퓨터라 하드 용량이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장 명작만을 선별하여 받았기 때문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어요.
하지만 말년 휴가를 나오자 집에 컴퓨터가 없어졌어요. 부모님은 군대 가있는 동안에는 컴퓨터를 쓰지 않으니까 사촌 조카들 쓰라고 줬다고 하셨어요. 기차를 타고 조카들 집을 찾아가보니 그 초딩 녀석들이 컴퓨터가 이상한 것으로 가득차서 게임이 안 깔린다며 싹 포맷하고 윈도우즈를 다시 깔았던 것이었어요. 소년은 차마 조카를 때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컴퓨터만 받아 가지고 왔어요. 부모님이 새 컴퓨터를 사주겠다고 했지만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어요.
소년은 전역을 하고 부모님께 돈을 받아서 새 컴퓨터를 샀어요. 시중에서 파는 가장 큰 하드디스크를 레이드로 주렁주렁 엮어서 테라바이트 급의 용량을 확보했어요. 그리고 미친 듯이 야동을 다운받았어요. 옛날에 좋아했던 실비아 세인트도 다시 받고, 그 외의 명작들도 기억나는 대로 모조리 받았어요. 하지만 옛날 같이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딸딸이도 잘 되지 않았고, 하다가 죽어버리기도 했어요. 야동을 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었어요. 소년은 울었어요.
소년은 꿈을 꾸었어요. 수천 장의 야동 CD를 여행 가방에 꽉꽉 눌러 담는 꿈을 꾸었어요. 하지만 CD는 플라스틱이라서 아무리 꽉꽉 눌러도 부피가 줄어들지 않았어요. 여행 가방은 자꾸만 커져서 소년을 깔아뭉개고 소년의 몸을 터트려 버렸어요. 사방에 피인지 정액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마구 튀었어요.
소년은 놀라서 꿈을 깼어요. 소년은 무언가를 잃은 것 같은 공허함에, 항상 야동 CD를 놔두던 선반을 보았어요. 하지만 그 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하지만 소년은 기억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눈을 뜨자마자 야동 CD가 산더미처럼 쌓인 선반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었어요. 이제 야동 CD는 없어졌지만, 그 뿌듯한 행복함은 아직도 선명히 머릿속에 남아 있었어요. 그래, 어쩌면 이것으로도 괜찮을지 몰라.
어느새 소년은 그 때와 똑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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