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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야설) 붉은 달(月)을 베다.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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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9 회 작성일 24-01-01 03: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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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白雲俠(낭만백작)著/ 붉은 달(月)을 베다.  **



제 10 회  상련(相憐)의 연정(戀情) 2


철군선은 모두 나고야로 돌아가고 이제는 전란의 흔적이 점점 사라져 가는 대마도에서 하루하루
를 보내고 있던 명(明)이 어느 날 도주 요시도시의 연락을 받고 그와 대면해 마주했다. 그 도주
의 곁에는 하루(春)가 말없이 미소만 머금고 명(明)을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동안 철군의 뒷처리에 바빠 너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없었다. 나의 내자(內子)에게 한 말
을 다시 한번 내게 자세히 말해보도록 하라.」


「말씀드리지요. 조만간 내지에서 두 곳에서 연락이 올 것입니다. 그 한쪽은 히데요리님을 앞세
운 이시다 미쓰나리(石田三成)님, 물론 다른 한쪽은 도쿠가와님일 것입니다. 도주께서도 그 두
곳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셔야 겠지요. 그러나 아직 어느 편이 천하통일을 이루리라는 점은 아무
도 모르는 난국(亂國)입니다.」


「나도 그리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중립을 지키려 하고 있다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이냐?」


「예.. 그에 관한 계책을 알려드리려 뵙고자 했습니다. 철군을 한날 우연히 지나시던 마님을 뵈
어, 마님께 도주님을 뵙기를 부탁드렸습니다.」


「허허.. 나에게도 우선 급한 대로의 생각은 있다. 허나 더 나은 방법이란 무엇이냐?」


「예.. 도주님..! 조선에서도 전란의 수습을 끝내고 나면 분명 전쟁 발발의 책임을 묻는 사신을
일본국에 보낼 것입니다. 강제로 끌려온 수많은 포로(捕虜)들도 송환하라 요구하기도 하겠지요.
도주께서는 전란의 전에도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선과 일본과의 사이에서 수많은
교섭을 해 왔습니다. 이곳 대마도는 조선과 일본을 오가는 가장 적합한 곳입니다. 전쟁 전 교섭
을 하던 그 경험을 핑계로 이곳에서 전후 담판의 준비를 한다 하면 대마도를 떠나 두 세력의 싸
움에 휘말리지 않고 안전하게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음.. 좋은 생각이구나. 나도 그 점을 생각하고 있었느니라.」


「혹시라도 더 좋은 계책이 생각이 나면 다시 뵙기를 청하겠습니다.」


「으음.. 그래, 너는 앞으로 어찌할 요량이냐? 이곳에 머물며 나에게 조선의 정황을 자문해주지
않겠느냐?」


도주의 생각에 조선과 일본을 오가는 급박한 교섭이 벌어질 경우 조선의 상황을 정확히 전해줄
인물이 필요해 명(明)의 도움을 박으려 한 것이다.


「예.. 소생, 도주의 명을 받들어 도주께 도움이 될 일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날부터 대마도주의 측근이 되어 일 년여의 세월을 보내며 이곳 대마도에 정착을 해 가마를
이루고 도기(陶器)를 굽기에 여념이 없는 도공(陶工)들의 안위를 돌보고 있던 어느 날..!
나고야로 향하는 바닷길 조그만 목선위에 명(明)과 하루(春)가 타고 있었다.


「그 소심한 도주(島主)가 결국 도쿠가와의 눈치를 살펴 하루(春)님을 내쳐 버렸습니다.」


「짐작하고 있었던 일입니다. 함께 온 조선 분들을 남겨두고 저를 수행하고 계시니 명(明)님에
게 제가 오히려 폐를 끼치게 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폐(弊)라니요? 우토성(宇土城)까지 잘 모시기로 고니시님과 약속을 한 일입니다.」


「호호호.. 우토성(宇土城)이라..! 명(明)님, 시가에서 쫓겨난 저는 아버님의 성에 머물 수 없
는 황량한 처지랍니다. 잠깐 인사만 여쭙고 오사카성의 내전으로 가서 그곳 여관(女官)들이 생
활하는 내방(內房)에서 지내야만 한답니다.」


결국 그 오사카성을 찾아 들기 위한 명분이 아니었던가!! 그 말을 들은 명(明)의 얼굴에 하루
(春)가 눈치 채지 못하는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 * * * * * * * * *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죽고 오대로(五大老)중의 한사람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섭정
을 맡아 아슬아슬하게 이끌어 가던 정국이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의 죽음으로 인하여 서서
히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기 시작했다.
 
봉행직(奉行職)을 맡아 전횡(專橫)을 일삼던 이시다 미쓰나리(石田三成)에게 반감을 품고 있던
일곱 무장(武將) ㅡ 카토 키요마사(加藤?正), 후쿠시마 마사노리(福島正則), 구로다 나가마사
(黑田長政), 이케다 테루마사(池田輝政), 카토 요시아키(加藤嘉明), 아사노 요시나가(朝野幸長)
ㅡ 에 의한 `이시다 미쓰나리(石田三成) 습격사건" 이 일어난 것이다.
 
마에다 토시이에가 사망한 그날 저녁에 일어났던 사건이었으니 당시에 무단파로 알려진 일곱 다
이묘(大名;대영주)들은 마에다 토시이에의 죽음을 호기(好機)로 삼아 그 날로 뼈에 사무친 인고
(忍苦)를 풀려했던 것이었다.


다급해진 이시다 미쓰나리(石田三成)는 적이나 다름없던 이에야스에게로 몸을 피할 수 밖에 없
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이었다. 그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일곱 명의 무장들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그 당시 이에야스외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미쓰나리는 봉행직(奉行職)을 잃게 되었고 이에야스에 의해 자신의 영지
인 오미(近江)의 사와산성(佐和山城)에 반 강제적으로 은거를 하게 되었다. 그 사와산성(佐和山
城)에서 미쓰나리는 절치부심(切齒腐心)을 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 * * * * * * * * *


1600 년(선조 33년) 서서히 세키가하라(關ケ原)에 전운(戰雲)이 감돌던 그해 시월..!
드디어 이에야스의 동군(東軍)과 미쓰나리의 서군(西軍), 이십만의 대군이 건곤일척(乾坤一擲)
의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이 싸움에서 이에야스가 대승을 거두고 체포된 미쓰나리는 조리돌림을 당한 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전투에서 고니시 유키나가는 동군에 가담한 가토 기요마사에게 우토성(宇土城)이 함락
당하고 종국에는 참수를 당하고 말았다.


고니시보다 시마쓰를 자신의 배경으로 선택한 명(明)의 판단은 옳았다.
자신이 몸을 의탁을 하려던 시마쓰 요시히로(島津義弘) 역시 세키가하라(關ケ原)의 전투에 미쓰
나리의 서군(西軍)으로 참여를 했으나 서군의 패색이 짙어지자 이에야스의 대군을 정면으로 돌
파하고 구리노죠오 성(城)으로 퇴각하여 목숨을 부지했으며 그 후에도 굳건히 영역을 지켜 난국
에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치열했던 세키가하라(關ケ原) 전투의 후유증으로 패전한 영주들에게 의탁(依託)할 수 없게 된
많은 무사들이 낭인(浪人)이 되어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그 낭인(浪人)들 대부분이 오사카성에 몰려들어 이때 오사카성에는 전국
(戰局)의 최강의 무사들이 포진을 하고 있었다.


세키가하라(關ケ原) 전투의 슬리로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던 이에야스는 그로부터 십여 년 후 오
사카성(大阪城) 전투를 벌이게 되며 1614년 겨울부터 1615년 여름까지 처절히 벌어진 오사카성
(大阪城)의 전투(戰鬪)에 이르러 스무살 성년이 된 히데요리는 전투에 패해 자결하고 이에야스
는 그때가 되어 비로소 명실공히 일본을 통일하게 된다.


 * * * * * * * * * *


세키가하라(關ケ原)에서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이고 있던 그 무렵..!
오사카성의 성벽을 흰 그림자가 날아올라 천수각 이층 여관(女官)들 숙소가 있는 내전의 천정속
으로 쓰며들었다.


(모두 세키가하라 전투의 소용돌이 때문에 이 오사카성의 경비는 당연히 허술해져 있을 것이다.
이틈을 놓치면 향후 큰 어려움을 당하리라.)


때를 놓치면 다시 침투하기가 힘들 거라 생각한 명(明)은 시마쓰가 서군(西軍)의 일원으로 출진
을 하던 그때를 맞추어 모든 영주들이 전쟁에 매달려 정신이 없을 그 순간을 틈타 오오스미(大
隅)의 구리노죠오성으로 부터 이곳 오사카성까지 연(蓮)을 구하기 위해 단숨에 달려온 것이다.


천정의 조그만 틈 사이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명(明)의 눈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초롱초롱 빛났
다. 그러나 눈 아래 보이는 광경을 바삐 움직이는 젊은 여관들의 모습과 그들의 지휘하고 있는
나이든 몇 명의 노관(老官)들 뿐, 조선인의 모습을 한 여인들은 한사람도 눈에 뜨이지 않았다.


(분명 미쓰나리가 있는 오사카성으로 잡혀왔다고 했다.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아래가 조용
해 지면 내려가서 살펴보아야겠구나!!)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명(明)은 천정위에 누워 편안한 자세를 취하며 어두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서히 오사카성에는 어두움이 내려앉고 활기차게 움직이던 내전의 여관들도 한사람씩 자신의
잠자리로 돌아가 이제 입직(入直)을 하는 두 명의 여관들만 남아 있을 즈음..!
천정의 한쪽 구석 들썩 들어 올려 져 한사람 들락거릴 만한 구멍이 생겨나며 그 구멍을 통해
명(明)의 그림자가 스르르 아래로 내려앉았다.


「허헉.. 누구냐..?」


입직을 서고 있던 두 명의 여관이 놀란 눈으로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 그 순간.. 그 두 명의 앞으
로 번개처럼 다가간 명(明)은 두 여관의 목줄기를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고는 한발 물러섰다.


「두 분.. 미안하오. 인후(咽喉)를 막아 두었으니 비명을 질러도 소리는 울리지 않을 것이오.
또한 그 장도(長刀)를 들어 올리려 해도 팔이 말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한마디만 묻고 조용히
물러 갈 것이니 내 뜻을 따르겠다면 머리를 움직여 대답을 해 주십시오.」


두 여인은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그 짧은 순간의 손놀림에서도, 상대가 단 한치만 더 힘을 가했더라면 자신들의 목숨은 이미 이
세상의 것이 아니리라.. 그 뛰어난 기량을 일찍감치 파악한 입직여관들이었다.


툭.. 투둑.. 여관들의 목을 스치는 손의 움직임 소리가 울렸다.


「훅.. 휴우..!」
 
그리고 막혔던 숨결이 터져 나온 여관들이 두려움 가득한 눈망울로 명(明)을 바라보았다.


「혹시 이곳에 조선에서 끌려온 여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 어딘지 아시오?」


「조선의 여인들..? 지금은 여기에 없습니다.」


입직여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여인들이 얼마 전까지는 이곳에 있었다는 대답이었다.


「이곳에 있었단 말이오? 그.. 그럼 지금은..?」


「조선에서 잡혀온 한 무리의 여인들은 이곳 성(城)의 지하 뇌옥(牢獄)에 모두 감금되어 있었습
니다. 그중 재색(才色)이 뛰어나보이는 몇 명은 미쓰니리님께서 직접 이곳 여관들의 숙소에 데
려와 범절을 가르치라 명했으며 나머지 여인들은 측근 영주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준 것으로 알
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절교육을 받았다는 그 몇 명의 모습을 말할 수 있겠소?」


연(蓮)누님의 용모로는 당연히 이곳에 남았으리라 짐작한 명(明)이 다그쳐 물었다.


「예.. 그중 한명은 특히 기억이 남습니다. 이무리 고소데(小袖)로 갈아입히려 해도 끝내 조선
옷을 벗지 않았으며 머리를 손보려 해도 쪽진 머리를 고집하던 맹랑한 아이였습니다.」


「그.. 그래요..? 그 여인의 쪽머리에 꽂은 비녀를 보았소?」


「여인은 비녀를 꽂고 있지 않았습니다. 항상 조그만 은장도를 비녀대신 꽂고 있었지요.」


「헉..! 어.. 어디요? 그 여인이 있는 곳이 어디요?」


분명했다. 그 조선의 여인은 연(蓮)이 분명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고 급히 묻고있는 명(明)은, 연(蓮)의 행적을 알아낸 기쁨을 억제하지
못해 목소리마저 떨렸다.


「지금은 여기에 없습니다. 이미 먼 곳으로 옮겨 갔습니다.」


「헉.. 옮겼다? 먼 곳으로 옮겼다? 그.. 그곳이 어디오?」


「예..! 마에다님이 돌아가신 후 가토를 비롯한 일곱 무장의 습격을 받은 미쓰나리님이 이에야
스님에게로 피신을 할 그때, 심지가 굳고 뛰어난 조선의 여인이라 하며 에도성으로 데려가 이에
야스님에게 진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뭐.. 뭐라..? 에도성으로..?」


「예.. 그리 알고 있습니다.」


세키가하라(關ケ原)전투에 정신이 팔려 삼엄한 경계가 다소 느슨해진 틈을 타 천신만고 끝에
찾아온 오사카성..! 겨우 그 행적은 발견했으나 이곳이 아닌 에도라 한다. 아무리 마음을 굳건
히 다지려 해도 그 허망함에서 도저히 벗어나 지지를 않았다.


(어찌해야 하나..? 에도라.. 나에게는 전혀 낯선 땅이다. 어찌해야 하는가? 으음.. 그렇지..!)


- 툭.. 투둑..!


「용서하시오.. 두 분은 한시진만 지나면 저절로 정신이 들 것이외다.」
 
명(明)은 입직여관들의 정수리를 손으로 툭.. 쳐 기절을 시킨 후 천정의 뚫린 틈사이로 휘익..
몸을 날려 순식간에 그 자리를 벗어나 오사카성 후원에 호젓하게 자리하고 있는 보현원(寶賢院)
을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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