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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설 나향여협 (悖說 裸香女俠)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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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21 회 작성일 23-12-31 22: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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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白雲俠 著/ 패설 나향여협 (悖說 裸香女俠) 21 **  
 


제 21 장.  비급, 건곤비원록(乾坤秘元錄) 1.


울창한 나무로 둘러진 남궁세가(南宮世家)..!
지금 그 세가는 정원 위를 날고있던 새들까지도 지저귀는 것을 멈춘듯 적막속에 잠겨 있었다.


세가(世家)의 높은 대문안으로 들어가 연무장을 지나면 본전(本殿)건물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
며 그 중앙에 가주(家主) 남궁휘(南宮輝)의 집무실이 넓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 집무실 중앙의 벽 아래 놓여있는 장주의 의자에 홀로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남궁장
주의 얼굴은 무슨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침통한 표정을 띠고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었다.


오년 전 천산설봉(天山雪峰)에서의 그날, 눈앞에서 벌어진 일..!


은향선녀(隱香仙女) 사혜추(嗣惠秋)를 발가벗기고 모두가 겁탈을 하며 희롱하는 그 순간에도
자신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강호에 떠도는 소문..! 그들 부부의 등 피부에 새겨져 있다는 장진도..!
그러나 없었다.
보고 또 살피고, 눈을 씻고 다시 확인을 해도 그들 부부의 등에 그려진 장진도는 없었다.
아니 등뿐만이 아니라 발가벗겨진 온 몸을 샅샅이 훑어보았으나 지도가 그려진 흔적조차 찾지
를 못했다.


(강호의 소문이 헛소문이었던가..? 부부를 발가벗기고 어느 한 부분 찾아보지 않은 곳이 없는
데, 지도가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조그만 점하나도 찍혀져 있지 않구나..!)  


이제는 더 찾아볼 구석도 없었다.
아니.. 그들 시신의 피부뿐 아니가 열려 있는 곳은 어느 한곳 살피지 않은 곳이 없으며 심지어
모공까지 뚫어지게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도 지도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설인군과 사혜추(嗣惠秋)부부의 시체를 남겨두고 허공을 날아 천산(天山)을 떠나
던 그 순간..!


번쩍.. 섬광처럼 남궁휘의 머릿속을 뒤흔들며 지나가는 생각..!


(앗차.. 발바닥이다. 그들의 발바닥에 희미하게 나타났던 점들..! 흙이 묻고 진눈깨비에 더럽혀
져 미처 알아보지를 못했으나 분명 그곳에 희미한 점과 선들이 있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태연함을 가장하고 함께 달리고 있던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이보게들.. 저 부부의 시신들을 설봉에 그냥 방치하여, 혹시 지나는 과객들의 눈에 띠게 되면
조그만 단서라도 남을지 모르이..! 내 금방 시신을 치우고 올 것이야..!」    


함께 천산을 떠나 설원(雪原)을 달리고 있던 동료들에게, 급히 자신들이 저지런 행위의 단서를
없애야만 한다는 핑계를 대고 혼자 방향을 돌려 천산(天山)으로 되돌아간 남궁세가(南宮世家)의
장주 남궁휘(南宮輝)의 눈에 뚜렷이 들어오는 장진도의 모습..!


언제, 죽어 나자빠진 시체의 발바닥이 이렇게 아름답게 보인 적이 있었던가..!


뛸 듯 기뻐하며 네 개의 발바닥에 나뉘어 새겨진 장진도의 그림을 종이에 옮겨 그린 후 무자비
하게 시체의 발바닥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훼손을 하고, 다시 몸을 날려 일행들과 합류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일행들에게는 장진도에 관한 이야기는 일언반구(一言半句)도 하지 않은 채 황산(黃山)의 남궁가
로 돌아온 남궁휘(南宮輝)는 그 길로 강호 유람을 한다는 구실을 만들어 혼자 세가(世家)를 떠
난 것이었다.
장진도에 새겨진 지도를 따라 힘겹게 찾아간 곳이 장백산의 장백폭포(長白瀑布) 뒤에 숨어 있는
수궁(水宮)이었다.
그 수궁속 수로를 찾아 들어 환한 한줄기 야명주가 비추이고 있는 깊은 동굴 속 석대위에 놓여
진 하나의 석함(石函)..!
기어들다 시피 달려가 그 석함의 뚜껑을 열어 보는 순간..! 남궁휘의 눈은 왕방울만큼 커지며
입이 귀 끝에 걸리듯 벌어지고 있었다.
석함안에 고이 보관되어 있는 책자의 겉표지에 일필휘지로 쓰여 져 있는 글씨..!


ㅡ 건곤비원록(乾坤秘元錄) ㅡ


드디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무공비급 건곤비원록(乾坤秘元錄)이 남궁휘(南宮輝)의 손아귀에 들
어 오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남궁휘(南宮輝)는 온 무림을 모두 자신의 손아귀에 쥔 듯 기쁨에 들떠 있었다.


「오오.. 이제 되었다. 다행히 아무도 모르게 혼자 얻게 되었구나..!」


한걸음으로 남궁가(南宮家)로 돌아온 남궁휘(南宮輝)는 그 즉시 폐관을 하고 수련에 들어 은밀
히 비급의 무공을 연마해 왔던 날들이 벌써 일 년여의 시간이 흘러간 것이었다.


 * * * * * * * * * *


이즈음의 강호무림은 유일한 영웅 일해낭중(一海浪仲) 천강(千剛)이 백룡검(白龍劍)과의 혈투에
서 패해 무림에서 은거를 했다는 소문이 무성히 떠돌며 그의 흔적도 찾을 수 없이 숨어 버린지
오래고, 일해낭중 천강을 은퇴시킨 백룡검이란 인물도 도무지 정체를 나타내지 않으니 그가 노
인인지 약관의 청년인지 강호무림의 어느 누구도 백룡검의 용모(容貌)를 보았다는 사람을 단 한
명도 없으니 이제 강호무림에는 기인(奇人)도 없고 이사(異士)도 사라진 고요한 날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중원무림(中源武林)에 강남일기(江南一奇)라는 새로운 이름이 나타나 그 위명(威名)을
떨치기 시작했다.


강남일기(江南一奇) 남궁휘(南宮輝)..!
안휘성(安徽省) 남부의 험준한 산맥 한쪽에 솟아있는 황산(黃山)의 기슭에 자리해 은인자중
하던 남궁가(南宮家)의 가주 남궁휘(南宮輝)가 어느 날 강호를 독보(獨步)하는 거인(巨人)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허허.. 이제 겨우 칠 할을 터득했을 뿐인데도 강호에 적수가 없구나..!」


스스로 생각을 해도 이처럼 기쁜 일이 없었다.  
득의양양(得意揚揚)해진 남궁휘(南宮輝)는 이제 완벽한 터득을 위해 마지막 수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나날이 무공의 연성을 이루어 가고, 이제 건곤비원록(乾坤秘元錄)의 마지막 완성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남궁휘(南宮輝)였으나 그 마지막 단계가 여의치 않았다.


「그것참..! 파경(破經) 한 부분을 도저히 이룰 수 없구나..! 언제나 그 곳에 이르면 공력이
멈추어지고 만다. 휴..우, 이 고비만 넘으면 비원록(秘元錄)의 극을 이룰 수 있으련만..!」


강남일기(江南一奇)라는 이름이 강호에 명성을 떨치고 있던 그 시기..!


멀리 중원(中原)의 서북쪽 청해성 서녕(西寧)에는 청해쌍웅(靑海雙雄)이라는 두명의 영웅이
또한 이름을 드러내고 있었고 남쪽 광동성(廣東省)에는 중산이괴(中山二怪)라 불리는 두명의
고인이 동남부 주강(珠江)의 하류에 이루어진 기름진 땅 삼각주(三角洲)의 중산(中山)을 호령
하고 있었다.


강호무림에서는 그들을 일기, 쌍웅, 이괴(一奇, 雙雄, 二怪)라 부르며 그들을 현 무림의 제일
고수라 인정하고 그들과의 시비를 극구 피하고 있었다.


무림의 새로운 영웅 일기, 쌍웅, 이괴(一奇, 雙雄, 二怪)..!
그들은 서로 형제의 연을 맺어 충돌하지 않고 자신들의 지역을 굳게 다져 나란히 강호무림을
지배하며 매년마다 한번 씩 만나 그 동안의 무공 증진을 논하며 비무를 해 왔던 것이다.


긴 생각에 젖어있던 남궁휘(南宮輝)가 번쩍 눈을 뜨며 그의 입에서 혼잣소리가 흘러 나왔다.


「벌써 그들과의 약속 날짜가 다 되었구나.. 우선 다녀와서 연공의 끝을 보아야겠다..!」 


동정호(洞庭湖)가 내려다보이는 주루 연향루(延香樓)..! 그 곳 연향루(延香樓)에서 그들이
만나기로 한 날짜가 벌써 다가왔던 것이었다.


* * * * * * * * * *


양자강(揚子江) 중류에 위치한 호남성(湖南省)..!
호남성은 예로부터 삼향일지(三鄕一地)라 하여 생선, 쌀, 광물의 고향이라 불리어 오는 비옥한
성(省)이다.
그 호남성 북부의 도시 악양(岳陽)은 중원제일의 거호(巨湖) 동정호(洞庭湖)를 곁에 두고 아름
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동정호(洞庭湖) 호반 아름드리 나무아래에 자색(紫色)의 경장(輕裝;홀가분하게 차린복장)
을 걸친 여인이 혼자 말없이 호수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인의 등에는 두자 길이의 검(劍)이 단단히 묶여져 있으며 맑은 눈망울은 깊은 고뇌를 품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소문의 끝자락을 잡고 여기까지 왔다. 아마도 강남일기(江南一奇)는 분명 이 길을 지나
갈 것이다. 남궁가의 평범했던 가주 남궁휘가 갑자기 강호에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은 틀림없이
부모님의 죽음과 연관이 있으리라..!」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강남일기(江南一奇)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수린(秀璘)이었다.


요녕성(遼寧省) 모용세가에서 백룡검과 헤어진 후 중원(中原)으로 돌아온 수린(秀璘)은 정체를 숨긴 채 오랜 동안 암암리 부
모에 대한 소문에 대한 진위를 확인하고 다녔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소문 모두가 아버지 설인군(雪仁君)과 어머니 사혜추(嗣惠秋)가 부도덕한 인물이라는
말만 무성할 뿐 그 진위를 아는 무림인은 아무도 없었다.
다행히 오랜 시간을 헤매며 알아낸 오직 한 가지는 그 소문의 근원지가 황산(黃山)의 화호(華
湖)변에 위치한 남궁세가(南宮世家)라는 것과 천산의 설봉에서 부모님이 피살 당한고 난 후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남궁휘가 강남일기(江南一奇)라는 별호를 얻어 강호를 횡행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황산과 남궁가.. 그리고 갑자기 증진된 무공..! 으음.. 분명 연관이 있다. 그를 찾아 추궁을
한다면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일 년마다 한번 씩 이곳 악양(岳陽)의 연향루(延香樓)에서 그들이 만나 의견을 나눈다는 사실을
겨우 알아낸 수린은 그들의 회합 장소까지 의혹(疑惑)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연향루(延香樓)의 주인은 하오문(下午門)의 하오삼패(下午三悖)라 알려져 있다. 그 하오문도
장흔을 남겨 내가 찾아본 곳이다. 비록 장흔의 형태(形態)가 달라 오리무중이었으나 이들이 굳
이 연향루를 회합의 장소로 정한 점도 의심을 할만하다. 이들도 이곳에서 강호소문의 흐름을 감
지 하려는 것은 아닐까..?)
 
이 생각 저 생각이 머릿속에 얽혀 답답한 마음을 가눌 길 없는 수린이었다.


(그래.. 연향루로 가려면 이 길을 지나지 않으면 않된다. 이 길을 단단히 지키고 있으면 분명
나의 앞을 지날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동정호(洞庭湖)의 옆으로 길게 뻗어 저 멀리 언덕으로 오르는 언덕을 바라
보고 있던 수린의 눈이 반짝 빛났다.
산을 내려오는 비탈의 오솔길에 한 중년무인이 바람처럼 달려오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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