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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학원 1부 굴욕의 하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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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6 회 작성일 23-12-31 19: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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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학원 1부 굴욕의 하루(2)



"또 지각했군요. 칸자키 군."


타쿠로는 교무실에서 담임인 나카지마 세키코 선생에게 불려갔다.


세키코 선생은 20대 중반의 나이로 아직 처녀였다. 물론 여기서 처녀는 결혼한 적이 없다는 의미로서 섹스를 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녀는 어떤 남자라도 마주치면 한순간 아찔해질 정도의 섹시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라비아 모델 뺨치는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체조나 수영 선수처럼 매끈한 허리와 팔다리, 그리고 지성이 넘치는 얼굴. 사실 누구라도 고등학교 여선생이라는 직업을 믿기기 어려워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 자신도 그것을 잘 알고 있어서 늘 도발적인 옷을 입고 다녔다. 오늘은 붉은 색조의 미니스커트에 가슴의 형태가 거의 다 드러나보이는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까만 팬티 스타킹에 적갈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지, 지각한 것은... 사, 사사 사정이 있어씁니다. 선생님."


그 섹시함에도 압도되어 타쿠로는 어늘한 말투로 변명을 하려 했다. 세키코 선생은 가느다란 은테 안경의 테를 고쳐잡으며 안경알 너머로 지긋히 그를 노려보았다. 지성의 빛이 넘치는 그 눈동자에 타쿠로는 더욱 압도당했다.


"아침나절에 무슨 사정이 그렇게 많았던가요?"
"그, 그것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어요. 무라사키 양을 성추행하려 했다면서요?"
"예? 예에?"


그를 바라보는 세키코 선생의 눈동자에는 징그러운 벌레를 바라보는 듯한 혐오감이 가득차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은근히 학생들은 물론이고 다른 선생들까지 무시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이 학교에 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다른 선생들에 비해 훨씬 레벨이 높은 고학력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에게 타쿠로 따위는 그야말로 벌레나 다름 없는 레벨이었다.


"교문 앞에서 갑자기 무라사키 양에게 달려들어서 주위의 남학생들이 제지해야 했다고 하던데요."
"그, 그건 날조예요! 그 여자의 친위대가 일방적으로 나를 공격했어요!"
"친위대? 무라사키 양의 친구들 이외에 다른 학생들도 당신이 무라사키 양을 덮치려 했다고 증언해줬어요. 혼자 고집부린다고 될 일이 아니예요."


타쿠로는 그제서야 카나가 자신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도록 사건을 각색해서 소문을 퍼트렸다는 것을 깨닳았다. 그는 횡설수설하면서 자기 입장을 변호하려 했지만 도저히 먹혀들지가 않았다.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미 그는 학교 전체에서 기분나쁜 오타쿠 안여돼로서 왕따당하는 처지였으며, 세키코 선생도 그를 찍어놓고 혐오하고 있었으니까.


"나, 나는 성희롱 같은건 하지 않았어요. 이건 명예훼손이예요-!"
"이런, 잘 생각해봐요. 칸자키군. 그런 소문을 퍼지는건 오히려 무라사키 양 쪽에게 큰 피해가 아닐까요?"


타이르는 듯한 어조였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독설적이었다. 말하자면 ‘너같은 인간 쓰레기와 얽히는 것 자체가 카나처럼 레벨이 높은 미소녀에겐 손해다.’라는 의미였다. 절망에 빠진 타쿠로는 주눅이 들어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으로서는 그가 무슨 소리를 해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칸자키군.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겠어요?"
"예... 예..."


타쿠로는 울먹 울먹 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후 타쿠로는 세키코 선생을 따라 교실에 들어갔다. 다른 학생들이 보내는 조롱의 시선이 찌르는 듯이 쏟아졌다. 세키코는 카나를 불러냈다. 그녀는 오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들고 타쿠로를 노려보았다.


"타쿠로군.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무라사키 양에게 사과하도록 하세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는 머리를 90도로 숙여가면서 카나에게 빌었다. 굴욕감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카나는 교만한 태도로 슬쩍 미소지으면서 아량을 배풀어 용서해준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 제 자리로 되돌아갔다. 타쿠로도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세키코 선생은 그를 불러세웠다.


"거기서요. 칸자키군."
"예? 사과 했잖아요...."
"사과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벌도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거지요."


세키코 선생은 애용하는 회초리를 꺼내 들고는 타쿠로가 엉덩이를 올리고 엎드려 뻗쳐를 하도록 했다. 회초리를 쓰다듬으면서 타쿠로의 엉덩이를 내려보는 그녀의 모습은 지나칠 정도로 요염한 외모 때문에 체벌을 가하는 여교사가 아니라 마치 SM클럽의 여왕님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용서없이 엉덩이를 회초리로 내려쳤다.


철썩!
"꾸엑!"


회초리와 피둥피둥한 엉덩이 살이 부딧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쿠로의 우스꽝스러운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학생들은 그 광경을 보고 피씩 피씩 웃으면서 ‘돼지 같은 울음소리’라고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그 모든 것이 타쿠로의 귓가에 들려왔다.


철썩! 철썩 철썩!
"꾸엑! 꾸에엑! 끄에에!"


회초리를 다루는 세키코의 솜씨는 상상외로 노련한 것이었다. 그녀는 타쿠로의 엉덩이를 내리치면서 그가 비명을 지를때마다 슬쩍 가학적인 미소를 내비쳤다. 이십여 차례에 걸친 매질이 끝나고 났을때 그녀의 얼굴은 요염한 복숭아 빛으로 발그레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자리에 돌아가도록 해요. 칸자키군."
"으흐흐흐흐흑. 예... 예...."


여전히 비웃음의 시선을 받으며 타쿠로는 울면서 제 자리로 돌아갔다. 교실 맨 뒤의 음습하고 구석진 자리. 그곳이 타쿠로의 자리였다. 그는 지방으로 피둥피둥 부풀어오른 덩치에 비해 너무 작은 책상에 낑기듯이 앉았다. 그의 책상에는 노골적인 이지메가 드러난 낙서가 가득했다.


‘변태, 로리타, 안여돼, 오타쿠, 평생동정, 자위매니아, 꺼져, 사라져, 죽어버려라’ 등등이었다. 책상 속에는 먹다 남은 우유, 빵, 도시락등등의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늘 학교에서 좋은 취급은 못받고 있었던 타쿠로였지만, 오늘은 특히 정도가 심각했다. 타쿠로는 감히 카나에게 개긴 것을 깊이 후회했다. 이대로 학교에 다닐수 있을지도 걱정되었다.


방과후가 될 때까지 타쿠로는 수시로 괴롭힘을 당했다. 반 아이들이 대부분은 그저 타쿠로와 교제하기 싫어서 왕따를 할 뿐이었지만, 몇몇은 쉬는 시간마다 노골적으로 그를 괴롭혔다. 점심시간에는 화장실 소변기에 처박힌 도시락을 먹도록 강요당하기도 했다. (결국 한입을 먹고 죄다 토해놓았지만) 그들의 배후에 카나가 있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뻔한 일이었다. 카나는 질릴 때까지 타쿠로를 괴롭혀볼 작정이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겨우 학교에서 해방되었다. 타쿠로는 혹시나 붙잡혀서 괴롭힘 당하는 것이 무서운 나머지 평소 집에 가던 길을 피해 강변쪽으로 나갔다. 강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쐬니 약간이나마 기분 전환이 되었다.


"어머, 타쿠로 군 아냐?"


타쿠로는 갑자기 들려온 어느 소녀의 목소리를 듣고 바싹 움츠려들었다가 뒤를 돌아보고 안심했다. 그 소녀는 그가 마음을 놓을수 있는 몇 안되는 대상인 소꼽친구 사쿠라다 아이였다.


"아, 아이쨩..."
"여기서 뭐하고 있어?"


아이는 실로 정통파 스타일의 미소녀였다. 교칙에 어긋남이 없는 단정한 교복을 입고 까만 흑단 같이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은 하얀 헤어밴드로 정리했다. 몸매는 테니스와 수영을 한 덕분에 균형이 잘 잡혀 있었고,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는 청순한 매력이 넘쳐났다.


"나, 난 그냥 강이나 보러 나왔어."
"으음. 그렇구나. 난 아키라 군이랑 약속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어."


그녀의 입에서 아키라라는 이름이 나온 순간 타쿠로의 가슴에 시리디 저린 아픔이 지나갔다. 시노미야 아키라, 말하자면 그녀의 남자친구였다. 아이와는 중학교 때 만나서 지금까지 5년째 사귀고 있다고 한다. 소꼽친구였지만 중학교 때 학교가 갈라져서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던 타쿠로는 고등학교 입학때 아이가 아키라와 사귀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


소꼽친구 일 때부터 아이에게 미묘한 연심 비슷한 것을 안고 있었기 때문일까. 타쿠로는 몇일간 어지러운 마음을 추스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점차 열등감이 쌓여갔다. 학교 최악의 추남으로 공인되어 있는 타쿠로와는 정반대로 아키라는 정말 보기 드물게 귀여운 미소년이었다. 1학년 학기말 축제때 여장을 했을때는 거의 아이와 자매처럼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아키라는 단순히 잘생긴 것 뿐만이 아니라 우등생인 아이와 격이 맞게 공부도 잘했으며 마음씀씀이 또한 착실하고 건전하기 그지 없었다. 특히 두 사람이 어른이 될 때까지 순결을 지키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은 교내에서도 상당한 화제거리가 되었다. 요즘 세상답지 않게 낡아빠졌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뜻밖에도 옜날 이야기 같아서 더욱 낭만적이라는 이야기도 굉장히 많았다. 교내 1위의 미소년 미소녀 커플이니 더욱 화제성이 있었다.


이 커플은 그야말로 어둠의 세계의 주민이라 할수있는 타쿠로와는 천상과 지하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비록 아이는 타쿠로에게 이전과 다름 없이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아키라도 보기 드물게 편견없이 타쿠로를 대해주었으나 타쿠로 자신이 그들에게 열등감을 느껴 슬며시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약...속...?"
"으응. 아키라 군이 캠코더로 날 모델로 해서 이미지 비디오를 찍어준다고 했거든."
"이미지 비디오?"
"요즘 아키라 군의 취미야. 뮤직비디오 같이 편집하기도 하고… 여기가 풍경이 예쁘잖아. 그래서 약간 찍어두고 싶대. 호홋."


아이의 웃음에는 그야말로 행복의 아우라가 넘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에 반비례해서 타쿠로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절망감이 더욱 깊어졌다. 소꼽친구일때는 전혀 다를 바 없이 같이 놀던 사이였는데, 지금 자신은 음침한 변태 오타쿠로서 사방에서 이지메를 받는 처지이고 아이는 학교의 아이돌급으로서 행복의 절정을 구가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쨩-! 오래 기다렸어-!"


그때 때마침 아키라가 캠코더를 들고 제방 너머로 달려왔다. 아키라는 언듯보면 중학생으로 보일 정도로 작은 키의 미소년이었다. 하지만 귀여운 얼굴 때문에 작고 아담한 키도 전혀 흠집이 되지 않고, 오히려 귀여운 미소년 분위기를 증폭시키고 있었다. 아키라는 상쾌한 봄의 산들바람과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타쿠로를 보고도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은 듯이 손을 내밀었다.


"어? 타쿠로 군이잖아. 어쩐 일이야?"
"아키라 군, 타쿠로 군은 내가 여기 나왔을때보다 먼저 강을 구경하고 있었어."
"음, 그랬구나. 오랜만인데 이미지 비디오라도 같이 찍지 않을래?"
"아.. 아니야. 난 됐어. 빨리 집에 가봐야 해."
"응? 왜 그러는데?"


타쿠로는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섯다. 아키라와 아이는 내심 질투가 가득한 타쿠로의 눈으로 보기에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타쿠로는 감히 두 사람의 데이트를 방해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타쿠로는 얼렁뚱땅 변명거리를 늘어놓았다. 당황한 나머지 너무 오타쿠스러움을 드러내서 우스꽝스러웠다.


"게, 게임도 남아있고... 부서진 피규어도 고쳐야 하고... 애, 애니메이션 시간도 다가왔어... 그럼 난 이만 가볼께."
"아아. 그래. 타쿠로 군은 집에서 놀꺼리가 많구나. 그래도 너무 방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병나."


타쿠로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는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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