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 지옥의 교생실습 2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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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1.
은사에게 능욕당한 김현주는 녹초가 된 몸을 질질 끌듯이 모교를 뒤로 했다. 납덩어리라도 삼킨 것처럼 몸이 무겁다. 도저히 자신의 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택시를 타고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본다. 잔혹한 모습이었다.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엉망으로 구겨져 있었고, 팬티스타킹은 찢어져 버렸기 때문에 드러난 맨살의 다리가 서늘한 것이 불안함을 더했다.
간신히 집으로 돌아와 가족에게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한 현주는 욕실에 뛰어들었다. 준석이 뿜어넣은 더러운 체액을 씻어 내기 위해서 구겨진 의복을 서둘러 벗었다. 실크재질인 팬티의 이중바닥에는 준석이 뿌린 정액과 스스로 흘린 애액이 흠뻑 스며들어 젖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애인과의 섹스에서도 이 정도로 속옷을 적셨던 적은 없었다. 현주는 축축한 속옷을 벗어 던지고, 거의 1시간 가깝게 계속 샤워를 했다. 더운 물이 매끄럽고 하얀 피부를 적시고 더러운 체액을 씻어내도 오욕감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욕실을 나온 후 식사도 하지 않고 자기 방에 틀어박였다. 머리카락도 말리지 않고 책상에 앉아 거울에 비치는 자신을 보면 도저히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얼굴이 있었다. 겨우 반나절 만에 이 정도로 인상이 바뀌는지 현주의 놀라움은 컸다. 그러나 그것은 현주의 마음이 만들어 낸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 스스로는 느끼지 못했지만 지치고 힘든 표정에는 남자라면 누구나가 유혹당할 것 같은 처연한 관능미가 스며들고 있었다. 이지적이고 청초한 미모 속에 동성도 매료될 것 같은 요염함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쇼크였다.
믿고있던 은사에게 배신당했다. 상상도 하지 않았던 강간.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었다. 몸의 여기저기에 생생한 섹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생각이 미칠 때마다 준석의 거친 말과 행위을 뇌리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귀가 도중 몇번이나 경찰에 가려고 생각한 것인가. 그때마다 가족이나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단념했다. 강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소중하게 길러 준 부모님마저 슬퍼하게 하게 된다. 게다가 자신을 보는 모두의 눈이 바뀌어 버릴 것이다. 틀림없이 더러운 것을 보는 것 같은 시선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미칠듯이 분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또 눈물이 방울져 떨어져 내린다. 답답한 마음 속에 찰나적으로 또 발작같은 고통이 찔러 온다.
따르릉... 그런 때에 전화의 호출음이 들렸다. 깜짝 놀라 현주는 수화기를 들었다.
"현주야, 식사도 하지 않고 뭐하는 거니? 웅, 성민이 전화야."
그동안 전화가 울리고 있었는데도 깨닫지 못했다. 현주는 한 번 헛기침을 하고 울먹이는 소리를 숨긴다음 전화를 받았다.
"미안해요, 조금 지쳐서... .괜찮아요, 좀 자면 나아질 거에요. 전화 돌려주세요."
강간당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이 교사가 되는 날을 기대하고 있는 모친을 슬퍼하게 할 수는 없었다. 현주는 모친을 안심시키는 말을 하면서 전화를 연결해 달라고 말했다. 부모에게 비밀을 가지는 것은 꺼림칙하다. 그러나 걸려 온 전화를 받는 것은 좀 더 괴로웠다. 전화를 걸어온 것은 현주가 유일하게 몸도 마음도 허락한 같은 대학에 다니는 사랑하는 남자친구인 이성민이었다. 전화가 연결되었다. 현주는 숨을 고른 후 말했다.
"여보세요...."
잠긴듯한 소리가 신경이 쓰였다. 울고 있는 것을 눈치채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던 것이다.
"현주야? 나야. 어떻게 된 거야? 전화 한다고 해놓고..."
남자친구인 성민이였다. 각자의 실습학교에 인사한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만나자고 약속했던 것이다. 둘다 대학 4학년, 취직 활동으로 바쁜 시기였다. 게다가 때마침의 취직난으로 모든 4학년생은 취업을 결정짓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성민도 회사 방문등으로 바쁘서 노상 붙어다니던 것에 비하면 최근에는 자주 만나지 못했다.
"미안해요. 좀 늦어지는 바람에...."
거기까지 말하자 또 악몽이 돌아왔다. 현주는 목이 메어서 더 말하지 못했다. 오열이 나올 뻔 했는데 타이밍 좋게 성민이 이야기 낸다.
"그래..? 음.. 괜찮으면 지금 나오지 않을래..? 보고 싶은데..."
묵직한 가슴의 안쪽에 스며드는 말이었다. 만나고 싶다... 여느 때처럼 상냥하게 꼭 껴안아 주었으면.... 그렇지만, 이런 얼굴을 보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만약 섹스라도 하게 되는 날에는... 성민의 말을 듣고 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무리 화장을 해도 평소의 같은 얼굴은 보여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현주다. 지금 만날 수는 없다. 만나면 강간당한 것을 말해 버릴 것 같았다. 상냥한 성민에게 그런 충격을 주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시간을 좀 가지면 마음이 정리될지도 모른다고 자신에게 타이르고 있었다.
"미안해요. 몸이 좀 불편해요. 그리고... 고등학교의 선생님에게 교육실습 때문에 책을 빌려 와서... 내일 중에 읽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모레부터는 교육실습도 시작하고...."
생각나는 거짓말을 중얼거렸다. 말하는 자신의 얼굴이 거울에 비친다. 거짓말을 말할 때의 인간의 얼굴은 이렇게도 추악한 것일까하고 자기 혐오를 느끼는 현주였다.
"그래..? 할 수 없지. 뭐.. 그렇지만 현주같은 미모의 교생이 오면 학생들도 놀랄걸..? 내가 학생이라면 공부고 뭐고 손에 잡히지 않을 거야. 하하.. 학생들 공부 방해하지 않게 잘해. 뭐, 현주라면 걱정할 필요없다고 생각하는데..?"
성민의 격려의 말에 오열이 울컥거리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제했다.
"고마워요, 성민씨."
"2주 지나면 어디 여행이라도 가자구. 자, 안녕."
전화는 거기서 끊어졌다. 간신히 참고 있었던 현주는 침대에 푹 엎드려 베개에 얼굴을 묻고 통곡하려고 한 순간이었다. 또 전화가 울렸다. 성민으로부터의 전화라고 생각하고 이번은 현주가 전화를 받았다.
"네."
"현주..? 나 이준석 선생이다."
옹몸에 소름이 끼친다. 후드득 등골에 오한이 달린다. 전화는... 낮의 강간마로부터였다.
"어때? 꽤 흥분해서 가던데, 좀 가라앉았나..?"
반성하거나 머뭇거리는 기색도 없이 당당하게 말해버리는 준석이었다. 얼마나 파렴치한가. 자신이 강간한 여자에게 태연히 전화를 걸어 오다니... 현주는 준석의 머리의 구조를 의심했다.
"........"
"뭐야, 대답도 안해? ... 그런가, 아직 흥분하고 있나...? 뭣하면, 지금 다시 만나 주어도 괜찮아. 아침까지 귀여워해 줄테니까. 흐흐흐..."
확하고 머리에 피가 오른다. 수화기를 들고 있는 손이 후들후들 분노로 떨린다.
"그런... 그런 짓을 해놓고..."
"그런 짓? 이봐, 너, 몇번이나 싸버렸는지나 기억하나? 흐흐흐... 뭐, 좋아. 나오기 힘들면 지금부터 나랑 폰섹이라도 할까? 그러면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그건 그렇고... 너의 보지는 정말 끝내주더군.. 크크..."
굴욕과 분노가 소용돌이친다. 평상시에는 조신한 행동거지를 유지하고 있는 현주이지만 무심코 큰 소리가 나왔다.
"미.. 미쳤어요? 그런 짓을 해놓고... 뻔뻔스럽게... 나, 경찰에 가서 모든 것을 털어놓을 거에요..! 이제 교사가 될 수 없어도 괜찮습니다!"
소리친 다음에도 아직 분노가 안정되지 않았다. 현주는 이상한 흥분 상태 속에 있었다.
"미쳤냐고..? 그래... 오늘, 너를 보고 미쳤는지도 모르지. 잘 들어. 아무리 네가 거절해도, 너의 몸 속에는 이미 내 정액이 흐르고 있는 것을 잊지 말라구. 경찰에 가고 싶다구..? 그럼 가. 그 대신, 경찰에서는 어떻게 섹스했는지 자세히 얘기해야 할 걸? 내 자지크기, 어떻게 애무했는지, 보지는 빨아줬는지, 어떻게 쑤시고 어떻게 쌌는지... 거기에 너의 보지맛은 어땠는지, 모든 것을 다 얘기해야 하는 거 잊지 말라구."
거기까지 말하고 잠깐 말을 끊은 후 준석은 또 말한다.
"뭐, 나이 값도 못하고 흥분해서 따먹어버린 나도 문제가 있지만, 좀 곤란한 일이 생겨서 말이야. 실은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을 보고 있던 녀석이 학생들 중에 있는 것 같다."
해머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현주는 느꼈다.
설마, 그런.....
수화기를 든 채 충격으로 텅 비어버린 눈이 공중을 헤매고 있었다. 뭐가 "우리의 일"이냐고 부정하지만, 타인이 강간 현장을 보았다고 생각하면 표현이 할 수 없는 수치에 현기증이 났다. 경악으로 말을 잊은 현주에게 준석은 계속 말했다.
"그 녀석은... 발설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너와 얘기를 좀 하고 싶다고 하니까, 모레부터의 교육실습을 무조건 나오라고 하는데..."
준석의 말이 현주의 몸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이후... 어찌해야할 지 혼란에 빠져버린 현주였다. 강간범의 전화를 받은 순간, 이제 교사가 되는 것을 포기하려 생각한 현주이지만 지금의 얘기로는 거부할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입을 열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거짓말... 거짓말이지요?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어요..."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틀림없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한학년에 3백명, 전교에 천명 정도의 학생이 있다. 누군가 한사람 정도 학생이 목격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현주의 마음은 흔들린다.
"말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내가 거짓말을 해서 무슨 이득이 있지? 너도 그일이 소문나면 곤란해지겠지만 나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야. 나도 피해자라구. 그러니까 우리가 같이 대책을 세워야 되는 거지."
정말 뻔뻔스러운 얘기에 현주의 분노가 다시 치솟았다.
"그..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그런.. 그런 일을 해놓고도.. 흑... 당신 때문에... 나는..."
솟구치는 오열에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준석은 태연히 말을 계속했다.
"뭐, 그래...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구. 같이 생각하면 뭔가 해결방법이 있겠지. 모레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생각 좀 잘해보라구."
뚜.. 뚜....
일방적으로 적당한 말을 하자마자 준석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전화가 끊어진 신호음이 전화기로부터 들리는 가운데, 현주의 분노는 정점에 달했다. 평상시는 온화한 미모가 일그러져 찌푸려진 눈썹의 사이에 주름이 모인다. 짐승같은 준석에게 강간당해 치욕의 순간을 들여다 보고 말았다. 그런 주제에... 자신도 피해자라고 말한다. 저런 비열한에 절대로 굽혀선 안 된다. 저런 남자를 때문에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것을 무산시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런 말도 안되는 폭력에 항거하려고 결심한 현주이지만 준석 외에 나타난 기분 나쁜 어둠의 눈에 불안을 느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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