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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輪 2편 추적(追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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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65 회 작성일 23-12-30 23:5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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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량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병사들은 하나같이 질려 있었다. 하긴 그도 질린 표정이었으니. 남을 쳐다볼 계제는 아니었다.


병사들과 함께 시신을 수습하며, 그는 흉수의 흔적을 찾으려 애썻다. 작은 단서라도. 이자는 반드시 멈추어 져야 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과연 무공이 뛰어나고 날렵하다지만 자신과 스무명의 병사들 만으로 그 흉수를 뒤쫒다가 만나게 될 일을 떠올리자 모골이 송연해졌다.

.

.

.

 

무림성의 성주인 단천검(丹千劍) 송강은 피로 쓰여진 서찰을 보고 있었다.

< 그토록 두려웠다면, 너와 너의 부하들은 북의 강을 넘지 않아야 했다.


그토록 무서웠다면, 너와 너의 부하들은 나의 웃음을 건드리지 않아야 했다. >


평이하지만 강한 필체, 그리고 아직도 채 다 마르지 않은 피... 송강은 입술을 핥았다.


목이 탔다.


" 4대 장로를 소집하라. "


그는 서찰을 손으로 움켜쥐고 구겨버렸다. 그것으로 이 본능적인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라고 하려는 듯이.


하북성의 무림성 분타에는 비상 경계령이 떨어졌다. 소식은 말이 달리는 것보다 빨랐다. 하북의 장씨가문의 멸문은 황국의 전 지방에 퍼졌다.


정파무림의 아성인 무림성의 깊은 내실에서는 대책회의가 열렸다.


" 그가 우리를 찾고 있소. 그리고 황실과 관에서도 그를 쫒고 있소. "


무림성의 4대 장로 중 하나인 개방의 추풍신개 구소을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 하지만 나는 그가 추적당하거나 잡히리라고 여겨지지 않소. "


" 대정수호 금검대(大正守護 金劍對)는 어떻소? 그들이라면 가능하지 않겠소? "


화산장문인 오행신검 모용언달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일초진천수 정화. 그 아이라면 금검대를 이끌고 그를 막을 수 있을지도... "


" 그 아이는 지금 성숙노괴 일당을 쫒는 중이오, 당분간은 연락이 안될 거요. "


그때 아직도 내상이 다 낫지 않아 안색이 좋지 않은 소림방장 혜우선사가 한마디 했다.


" 우리 다섯명이 협공했어도 그 동이(東夷)의 여인을 이길수 없었소. 게다가 그녀는 방어만 했소. 우리가 이길 수 있었던것은... "


" 그래요, 우리는 비겁하게 기습한데다 그것도 모잘라 독약에 음약까지 퍼부었지. "


무당장문인 회원검 유긍달이 비아냥거렸다. 음약을 쓴 것은 그였다.


" 그러고도 두명은 중상을 입었소. "


그 말을 받아 다시 송강이 이어갔다.


" 그녀 하나를 잡는데 우리가... 중원의 최고 고수라는 자들이 자존심까지 버려 가며 비겁한 수단까지 쓴 것은 사실이오. "


" ... "


"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제거 되어야 하오! "


강하기 때문에... 정의롭기 때문에... 그리고... 중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밀실에 있는 모두는 비장한 표정이 되었다. 송강은 탁자를 짚고 일어섰다. 그의 한쪽 다리는 아직 불편했다.


" 유명한 금잔표 위지량이 그를 뒤쫒고 있소. 그가 노릴 만한 곳은 우리가 아니까, 어떻게든 경계망을 좁힌다면 그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을거요. "


" 그리고... 이미 잔월문에 금괴 100관을 조건으로 청부를 넣어 놓았소. "


" 잔월문!... 그런 자객들의 손까지 빌려야 할 정도로 우리가 무능하단 말인가... "


추풍신개가 침통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 이번만은 거지들의 소식통이 소용이 없으니 말이오. "


그 한숨을 모용언달이 받았다.


" 기필코, 기필코 그를 제거해야 하오. 그것은 우리 중원을 위한 위대한 희생이 될거요. "


" 맞소. 애시당초 본인이 장문인의 생각에 찬성한 것도 그때문이오. "


송강은 자신의 앞에 놓여 있던 주배를 들어올렸다.


" 중원을 위하여! "


" 중원을 위하여! "


현 중원 무림의 최 강자들. 그들의 눈에는 비장한 색이 감돌고 있었다.


.

.

.

 

그는 일부러 추적자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흔적은 남기고 있었다. 적당한 속도로. 적당한 간격으로.

자객이 앞을 가로막는 것은 언제부터였던가.


그는 날짜를 세어 보았다. 첫 암살자가 죽은 뒤로 보름쯤 되었다.


암살자들은 어디에서도 나타났다. 관도를 가는데도, 객잔에서 쉬는곳에서도, 그가 먹는 음식마다 독이 풀어져 있었고, 그가 움직이는 곳 마다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에게는 별로 위협이 되지 못했다.


산동으로 가는 관도에서, 마침내 결전이 벌어졌다.


스걱!


허리가 잘려나가는 데도, 복면 아래의 입에선 비명조차 새지 않았다. 그는 다시 창을 휘둘러 하나를 창에 꼬치 꿰듯 꿰어서 허공에다 던졌다.


퍼억!


촤악!


그것은 전투라기 보다는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심지어, 자객들은 그의 속도조차 줄이지 못했다. 중원 제일의 속도를 자랑하는 잔월문의 1급 살수들조차, 그들의 속도에 비해 느릿 느릿 휘둘러 지는것 같아 보이는 은빛의 철창을 막지 못했다.


그들은 기척조차 내지 않고 움직이는데도, 어김없이 그들의 다음 공격선상에 창이 먼져 가 있곤 했다.


데려온 살수들의 2/3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잔월문의 문주인 잔월검(孱月劍) 유몽룡은 암살 대상이 보통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 겨우... 이정도인가? "


잠시 공격이 주춤해 졌을 때 마상의 남자. 흑운은 잔월문주가 숨어있는 곳을 바라보며 비로소 말문을 열었다.


감정을 초월한 초인적인 암살자 였음에도, 잔월검은 두려움을 느꼈다. 흑운의 시선이 주는 공포. 그것은 인간을 대할 때의 감각이라기 보다는, 그가 암살자 수련을 위해 파촉의 깊은 심연에서 몸을 던졌을 때 느낀 그것과 흡사했다.


물론 그것과 그가 주는 공포의 차이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이쪽이 컸지만. 최소한 심연은 몸을 던지지 않는 인간을 집어삼키지는 않았다.


잔월검은 칼을 뽑아들었다. 그가 아끼는 애병인 잔월검의 검날이 달빛의 백광을 반사해 희게 빛났다.


 


" 잔월문주가 죽었소. 그의 일급 암살자 전원과 함께. "


예의 석실, 송강의 목소리에는 침통한 기색이 역력했다. 잔월문주는 여기 있는 누구와도 일대일로 대결을 벌인다 해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였다. 모두의 얼굴이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었다.


" 대신 우리는 그의 행방을 알 수 있게 되었소. "


" !! "


" 그는 태산으로 향하고 있소. "


태산에는 태산파가 있었다. 크진 않지만 유서깊은 정파로 무림맹에 가입해 있었다. 그리고, 4대 장로 중 모용언달의 여식인 수선(水仙) 모용화령이 시집간 곳이기도 했다. 그녀는 태산파 장문인인 광풍도(狂風刀) 막대의 아들인 소(小)광풍도 막융의 처였다.


" 아무래도 우리가 그를 알듯이, 그도 우리를 알고 있는 것 같소. "


모용언달을 비롯한 좌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

.

.

 

위지량은 관도 근처에서 아직도 비릿한 냄새를 풍기고 잇는 검은 천조각 하나를 줏어들었다.

" 화골산의 냄새군... "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처절한 격전의 현장이었다. 그를 따라오는 병사들은 몰랐지만 위지량은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수백에 달하는 목숨이 이 길 위에서 사라져 갔다는 것을.


그는 몸을 일으켜 다시 말 위로 몸을 실었다. 위지량은 자신의 요대를 한번 쓰다듬어 본 후, 뒤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 가자. 이제 거의 따라 잡았다. "


다시 추격이 시작되었다. 병사들도 그를 말없이 따라 말을 몰기 시작했다.

.

.

.

 

태산파의 문주인 광풍도 막대는 무림맹의 서찰을 받고 코웃음을 쳤다.

" 무공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고작 한명에 불과한 동이족 나부랭이를 피해 무림성으로 오라니 웃기는군. "


막대는 자신이 있었다.


그가 자랑하는 독문무공인 광풍도법은 거의 80근에 달하는 그의 애병인 광풍도를 통해 펼쳐지는 것으로 한번 휘두를 때 마다 경기를 담은 바람이 휘몰아친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가 한번 광풍도를 들어 휘두르면, 무기는 부러지고 갑주는 박살났다.


수많은 사도, 마도의 고수가 그의 손속아래 쓰러져 갔다. 비록 무림맹주 선출대회에서 덕망에 밀려 무림맹주가 되지 못했지만, 자신은 송강에 비해 별로 뒤떨어 지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 아버님, 그래도 서신에 따르면 하북의 장씨 세가가 당했다 합니다. 조심해서 나쁠것은 없겠지요. "


" 그래 며늘아가, 네 말이 옳다. 허허허... "


막대는 웃음지으며 며느리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모용가문에서 시집온 며느리는 그의 얼굴에서 미소를 떠나지 않게 하는 원인이었다. 그는 며느리를 매우 아꼈다.


막대는 아들인 막융에게 말을 건넸다.


" 솜씨를 보일 기회가 아니냐, 아들아? "


" 물론입니다. 제가 이 대도로 그 흉수를 잡아 보이겠습니다. "


막융은 아버지의 대도를 흉내내어 만든 대도를 들고 있었다. 모조품 이라지만 그것의 무게만도 60근이 넘었다.


" 믿겠다. "


" 그럼 아버님 저희는 물러가보겠습니다. "


" 오냐. "


막융과 모용화령은 일어나 그의 서재를 나서며 인사했다. 그리고 막융은 아내를 내실로 보낸 후 제자들과 어울렸다.


" 경계를 튼튼히 해라. 분명 그 동이족 암살자는 야습해 올것이다. "


하지만 그는 대낮에 나타났다.


.

.

.

 

" 허억허억... 당신... 강하군... "


아랫배에 장창이 꽃힌 채 나무에 박힌 잔월문주 유몽룡은 패배를 시인했다.


" 황인종 여자 치곤 강하군. "


흑운의 말에 복면 위로 드러난 유몽룡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 여자란걸... 어떻게 알았지?... "


흑운은 장창을 뽑았다.


" 으윽!... "


허물어지며 무릎을 꿇는 유몽룡의 얼굴에서 어느새 복면이 제거되어 있었다. 복면 아래 드러난 것은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이었다.


" 냄새. "


" 허억허억... 그런 어이 없는...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는데... "


그녀는 허탈하게 웃었다.


" 지금까지 상대해 본 황인종 중에 가장 상대할 가치가 있었던 자여. 이름은? "


" 유몽화... 유몽화다. 헉... 헉... 네 이름은?... "


" 흑운. 내 별명이다. 본명은 나도 모른다. "


" 멋진 별명이군.  콜록... "


몽화는 미소를 머금은채 피를 한모금 토해 내었다. 미소를 짓는 예쁜 입가로 피거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눈을 깜박였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눈이 어두워졌다.


" 어두워지는군... 잠이... 와... "


서서히 그녀의 고개가 떨구어졌다.

.

.

.

 

" 크아아아...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다!!!... "


광풍도 막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200명 이었다. 순수하게 그의 직계 제자들만 따진 숫자로 200명의 훈련된 무사들를, 그냥 아무것도 아닌 벌레처럼 몰살시키고 들어온 검은 옷의 침입자는 아직 호흡조차 거칠어지지 않았다. 아니 말 위에서 내리지조차 않았다.


그는 가솔들도 용서하지 않았다. 태산파에서 일하는 가솔들 중 처음에 혼비백산해서 달아난 몆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목숨을 잃었다.


주변은 피바다였다. 그 피바다를 이루고 있는 시신 중의 하나는 만삭이 된 그의 며느리였다.


말 위에 탄 사내의 오른손에 들린 창에는, 막대 자신의 후계자인 외동아들 막융의 사지가 잘리고 난도질 당한 시신이 꼬치 꿰듯 꿰어져 있었다. 원래는 사지가 온전히 붙어 있었지만, 막대 자신의 광풍도법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엇다.


터엉!


막융의 시신을 꿰어둔 채, 흑운은 창을 던져 바로 옆의 기둥에 꽂아두었다. 그리고 말에서 내렸다.


" 으으... 으으으... 괴물... "


이미 막대의 가랑이 사이는 흠뻑 젖어 있었다. 측은하게도 공포에 질려 똥오줌을 싼 것이었다. 고약한 냄새가 풍겨 왔지만, 그는 그것을 느낄 수 없었다.


한걸음 한걸음, 맨손인 채로 다가오는 검은 사신(死神). 막대의 눈에 흑운은 그렇게 비쳤다. 물론 사실이 그렇기도 했지만.


" 우아아아아!!! "


마지막으로, 막대는 미친듯이 광풍도법을 시전하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흑운의 신형은 어느샌가 흐릿하게 사라진 후, 그의 바로 앞에 와 있었다.


퍼억!


막대가 무기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면서, 피보라가 사방으로 튀었다. 무슨 수를 어떻게 썼는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방으로 튀는 피도 흑운의 몸 주변에서는 소리없이 증발해 버렸다. 보이지 않는 강기의 벽이 핏방울을 허공에서 순식간에 태운 것이었다.


막대가 마지막이었다.


흑운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피바다 속에 쓰러져 있는 임산부가 보였다. 바로 화산장문 모용언달의 여식인 모용화령이었다. 그녀는 출산을 앞두고 있었지만, 흑운의 창은 남편도 그녀도 용서하지 않았다.


척!


흑운이 손을 뻗자, 막융의 시신을 전시해 두고 있던 창이 그의 손으로 빨려들듯이 돌아왔다. 신기에 가까운 허공섭물이었다. 그는 창을 손에 쥔 채 한번 털어서 피와 기름을 땅에 떨어내고 다시 말에 올라탔다.

.

.

.

 

" 그자가 보내온 거요. 역참의 기둥에 박아넣은 화살에 매달려 있던 거외다. "

상자 겉에는 붉은 글씨로<모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모용언달은 작은 상자를 받아들었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열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망설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침내 결심했는지 모용언달은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치뜨고 있는 피투성이의 얼굴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의 여식, 큰딸인 모용화령이었다.


다른 장문인들은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 아... 아아... "


그는 바보같은 표정으로 턱을 덜덜 떨었다. 뭔가 말하고 싶은데,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 아아아... 아아... "


모용언달은 딸의 목을 가슴에 끌어안고 무릎을 꿇었다. 비로소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곧 처절한 통곡이 되어 석실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 아아아아!!!! 내 딸아!!!.... 아비를...아비를 용서 해라!... 어흐흐흐흐!!... 흐흐흐... "


자식을 잃은 아비의 절규가 다른 네명의 가슴을 찔렀다.

.

.

.

 

태산파가 멸문당하고 모용화령이 참살된 소식은 중원을 뒤흔들었다. 한때 그녀는 화산의 두 보물이라 불렸던 재녀였다.

촉망받는 후기지수로, 역시 촉망받는 후기지수인 태산파의 준걸 막융에게 시집간 후 행복한 생을 살던 그녀가, 실로 어이없이 젊디 젊은 나이에 비명에 간 것이엇다.


그와 동시에 소림, 개방, 무당의 3개 문파도 일제히 제자들을 불러들였고, 다른 군소 문파들도 경계상태에 돌입했다. 하지만 화산은 아니었다. 딸의 목을 끌어안고 통곡한 후, 모용언달은 화산의 봉문을 선언하고 무림성의 회의에 빠진 채 칩거에 들어갓다.


이제 이 단기 필마의 도살자는 중원의 공포가 되어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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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도 미리 공지했듯이 이[프로잭트]는 아직 유동적입니다. -_-)/ 맘에 안드시는 분은 맘에 안든다고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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