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MC] 흑과 백 <2부> "녹색의 행복" (4)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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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MC] 흑과 백 <2부> "녹색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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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5 회 작성일 23-12-30 22: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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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MC] 흑과 백 -Season 2- "녹색의 행복"



제 4장. 세뇌.



그녀는 그 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지각조차 안하던 그녀가 갑자기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의아했는지 다들 어떻게된 일인지 궁금해 했지만,
나는 그녀에게서 몸이 안좋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그냥 대충 둘러댔다.
그렇게 하루를 쉰 그녀는 그 다음 날에는 출근을 해 주었다.
그녀는 나름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려 했지만, 그 미소에는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그늘이 져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 것 같지만 말이야.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그녀의 모습. 하지만 분명히 나에게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마음에 남아있을 경계심을 풀게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녀의 신뢰를 얻기 위해, 1달이라는 시간동안 아무런 실험도 진행하지 않았다.
"나는 그때의 일에 대해 주의하고 있다" 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나 스스로 일부러 그녀로부터 거리를 두고 1달을 보낸 것이다.

물론...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를 대상으로 세번째 실험을 하는 것이 가장 위험성 낮은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두번의 실험을 거치면서, 이미 내 눈에는 "카타오카 카오리" 그녀만이 들어오고 있었다.
때문에 다른 여자들은 전부 만족스러운 실험대상이 아니었다.
그럭저럭 예쁘장하게 생겼는가하면, 성질이 드러웠고... 착하다 싶으면, 얼굴이.... 휴우~ 관두자...
게다가 역시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면,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의 여자로 만들고 싶다는 기분을 억누를수가 없을 지경이다.
.... 나 아무래도.... 카오리에게 반해 버린 건가...?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이번에는 지난번과 같은 실수를 범해선 안된다.
그녀로 하여금 급격한 심리적 변화를 주는 것은,
"그것"의 약효로부터 해방될때도 급격한 심리적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그러니까....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심리적 외상을 천천히 없앤 후,
자신의 변화와 그 마음 사이에 모순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바꾸어 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람은 그 마음 속에서 두 가지의 심리상태가 충돌하게 되면,
설령 그 중 하나가 외부로부터 심어진 심리일지라도 무의식 중에 그 엇갈림을 뇌가 보충해 버린다고 한다.
즉, 자신의 마음에 두 가지의 심리를 overlap 시켜,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되었다고 믿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긴 심리적 공백을 메꾸기 위해...
쉽게 말해서 그렇게 형성된 자신의 믿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스스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어 자신이 만들어낸 그 정보를 사실로써 받아들이게 된다....
실제로 이것이 마인드 컨트롤의 기본 원리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이성이 있다.
그 때문에 세뇌는 단순한 동물 실험보다 귀찮을 수밖에 없으며, 사람에게 투여하는 "그것"의 양도 동물에 비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일단 제쳐 놓고 본다면,
사람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중 가장 탐욕이 강한 존재라는... 실험에 아주 적합한 부분이 있다.
때문에 아무리 이성이 존재한다고는 해도 탐욕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오히려 가장 컨트롤하기 쉬운 동물이 되는 것이다.

그녀의 마음 속에 생기게 될 이성과 "그것"의 약효 사이의 심리적 충돌을 메꿀수 있는 충분한 시간....
그리고 끝내는 그녀의 이성을 잠식해버릴, "그것"의 약효로 인해 발생되는 그녀의 탐욕...
이 두가지 사실들을 결합시켜보면...
결국 3번째 실험은 장기전으로 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이상 실패는 안된다...
그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지난번과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나를 의심하게 될수도 있다.
그야 말로 배수의 진...!!!
이 기나긴 노력의 끝에 있는 것이 장미빛 인생인지, 성범죄자로써의 삶인지는 아직 알수 없지만,
그녀에겐 이런 모험을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게다가 나도 지난 1달간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극 소량의 "그것"을 꾸준히 투여한다면...
급격한 심리상태의 변화를 막을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의 약효가 신경계를 통해 뇌에 깊숙히 침투하여 그녀의 인격 그 자체에 영향을 줄수 있다.
나는 그러한 가설을 세웠고, 이미 몇번에 걸친 동물 실험을 반복하면서 그렇듯한 결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가설을 근거로한 세번째 실험에 대한 준비는 이미 끝난 상태다.
심리학을 근거로한 치밀한 계획... 충분히 배양한 뒤, 나의 타액과 결합을 시켜둔 "그것"...
그리고 그녀에게 "그것"을 매일 꾸준히 투여할수 있는 방법까지...
이제 남은 것은 본격적으로 세번째 실험을 시작하는 것 뿐이다...
신중하게.... 그러면서도 대담하게...

일단 그녀가 매일 꾸준히 "그것"을 섭취하게끔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한 준비로서 나는 "그것"을 흡수한 후, 서서히 휘발 시키는 폴리머를 개발했다.
물론 그녀의 상황을 고려해 언제라도 약간씩의 변화를 줄수 있도록 즉발성과 지발성을 가진 폴리머를 각각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휘발 시간도 30분에서 12시간까지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끝마쳤다.

그리고 요전번의 휴일에 꼭두새벽부터 출근해,
그녀의 제복 안쪽을 뜯어서 그녀가 눈치챌수 없을 정도로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이제 매일 아침 "그것"을 흡수시킨 폴리머를 제복 안쪽의 작은 주머니에 살짝 끼워넣기만 하면 된다.
이미 나는 우리 개발부에서도 제일 일찍부터 출근하는 부지런맨으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아침 일찍부터 출근하는 것에 대해서 의아하게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것으로 이제 그녀는 나의 타액과 결합된 극 소량의 "그것"을 매일 매일 섭취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방법으로 휘발된 "그것"을 흡수해도 효과는 똑같이 나타난다는 것도 동물 실험을 통해서 확인된 바다.

일단...
특별히 무슨 일이 있을 때까지, 그녀가 하루의 섭취하는 양은 두번째 실험에서 양의 1/20...
물론 그것도 내 타액과 결합된 양이니까,
따지고 보면 "그것"의 양은 1cc도 안되는 정도다.
퇴근한 이후라든가, 휴일에는 섭취 시킬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쉽지만,
가끔은 효과를 reset 시키는 것이 정신적으로는 보다 효과적인 세뇌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
이제 내일부터 세 번째 실험의 시작이다...



* 실험 1일째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예상했던 결과다...
그녀는 제복 안쪽에 만들어 놓은 작은 주머니도, 지금 자신이 "그것"을 섭취하고 있다는 것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일 하고 있다.



* 실험 7일째

나에 대한 그녀의 태도가 훨씬 부드러워진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의 약효 때문인지, 시간이 흐른 덕분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실험에 좋은 영향을 줄거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 실험 14일째

그 날 이후, 처음이다...
그녀가 일이 아닌, 사적인 문제로 내게 말을 걸어 온 것이다.

「저어... 실장님?」
「응? 왜?」
「저, 역시 사과드려야 될거 같아서요... 그, 그때의 일.... 그 이후부터는 왠지 실장님이 무서워서, 실장님을 피해왔거든요... 그, 그렇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때... 제가 실장님께 매달린 거였는데... 저는 오히려 화를 내고, 그런데도 실장님은 저를 걱정해 주시고... 또... 직장에서도 감싸 주시고... 이렇게 좋은 분이신데... 제가.... 저, 정말 죄송했습니다.」
「아~ 하하하... 괜찮아, 괜찮아. 마음 쓸 필요 없다구.. 하하... 그것보다 그 때의 일을 빨리 잊는게 우선이잖아? 그치? 더이상 신경쓰지 말고, 안 좋은 기억을 잊는데에만 최선을 다하자구~! 뭐, 하지만 덕분에 예전처럼 사이좋게 일 할 수 있게 됐으니, 나도 기쁘네... 고마워~!!!」

캬~!!! 나는 정말 좋은 놈이다~!!!!
.... 사실은 이런 말과 표정 모두 연기일 뿐이지만... 크크큭...

그녀를 가지고 실험하는 나 켄지는 자신의 훌륭한 연기에 대해 감탐했지만,
상냥한 상사 켄지는 그녀 무의식 중에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경계심이 없어질 정도로 상쾌하게 미소짓는다...
... 혹시 이빨이 "띵~"하는 소리와 함께 빛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하하~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지도 잘 부탁드립니다!!!」

기쁜듯이 그렇게 말한 그녀는 그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활기차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크흐흐흐... 지도해 달라고...?
걱정하지마, 카타오카 군. 굳이 그런 부탁 안해도 그래도 카타오카 군을 멋지게 지도해줄테니까...
사카모토 켄지가 없으면 한시도 살 수 없는, 나만의 성노예로 말이야...

"평범한 소시민으로써의 나"와 "미치광이 과학자로써의 나"
마치 지킬 박사와 미스터 하이드와 같은 나의 이런 이중적 모습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 실험 17일째

「아, 실장님! 괜찮으시다면, 점심 함께 먹지 않을래요?」

조금씩 "그것"의 약효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알수 있었지만, 이토록 갑작스럽게 그녀가 내게 다가올줄은 몰랐다.
물론 그 말 자체는 밥을 같이 먹자는 것일 뿐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태도에서 본격적으로 "그것"의 약효가 나타나고 있음을 느낄수 있는 것이다.

「응? 점심...? 갑자기 왜?」
「아뇨, 다들 이미 점심을 먹으러 나가버렸고... 어떠세요?」
「아, 그래? 음... 근데 이거 어쩌지? 카타오카 군하고 같이 식사를 하다니, 나야 기쁘지만... 이미 부장님과 선약이 되어 있어서...」

사실 그런 약속따위는 전혀 없었지만, 지금은 아직 그녀에게 접근하기엔 조금 이르다.
그녀로 하여금 조금 더 애태우게 하고, 조금 더 안타깝게 해서... 마음 속에 생기는 나에 대한 생각을 그녀 스스로가 인정하게 하려면 말이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과학자다...
치밀한 분석과 이성적 사고도 없이, 먹을게 온다고 덥썩 덥썩 물어버리는 붕어 대가리들과 나는 다르다.

「미안해, 모처럼 권해 주었는데... 다음에 내가 근사하게 저녁 살게.」
「네? 정말이죠? 약속이에요!!!」
「하하하... 그래, 약속!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끝내주게 맛있는 걸로 살게...」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너에게 있어서 가장 맛있는 건 내 정액이 될테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기쁜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사를 하러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실험 25일째

왠지 그녀의 태도가 쌀쌀해졌다.
하지만 "쌀쌀해졌다"고 해서 실험의 실패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그녀의 태도만 봐도 충분히 알수 있다.

문득 어디선가의 시선이 느껴져, 그곳으로 눈을 돌리면 언제나 그곳에 그녀가 있다.
그런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칠때마다 고개를 휙 돌려버리곤 한다.
또한 복도에서 마주칠 때도 새빨간 얼굴을 숙고, 가능한한 나에게서 최대한 거리를 두려고 한다.
하지만 때때로 그녀는 나의 등뒤로 살그머니 다가오곤 한다.

그래, 이것은 분명히 "그것"이 그녀 안에서 약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반짝반짝거리는 눈으로 틈만나면 나를 바라보면서도 나에게 직접 다가오거나 말을 걸지는 않고있다.
마치.... 짝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 응? 사랑...?????
으앗~!!!! 그러니까.... 카타오카 카오리가.... 그 사내의 아이돌이...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건가...?
나에게.... 반했다구.....?????
반했단 말이야.....??? 반했다구.....??? 반했어.....??? 정말....???
반한거야...??? 반했어....???? 반했.... 어....???? 반..... 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충격에 가까운 그 사실에 의해, 나의 머릿 속에서는 잠시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머지않아 정신을 차린 나는 터져나오는 기쁨의 환호성을 억누르며, 꽉 쥔 한쪽 주먹을 책상 밑으로 이끌어 조용히 승리의 포즈를 만들었다.



* 실험 30일째

점심시간...
나는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서 홀로 남아 보고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요즘은 그녀에 대한 실험에 온 정신을 쏟고 있는터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승진 시험에서 완전히 도태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잠시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연구실로 돌아온 카오리가 나에게 다가왔다.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모습으로 근처를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며, 등 뒤에 무엇인가를 숨긴 채로 다가오는 그녀...

「저기.... 실장님 혼자 계신거에요?」
「아, 카타오카 군. 하하하~ 뭐, 그렇지.... 근데 벌써 점심 먹은거야?」
「아뇨. 그.... 이거. 괜찮으시다면, 받아 주세요.」

그녀가 등 뒤에서 내게 내민 그것은 초콜릿이 담긴 작고 귀여운 쇼핑백이었다.

「응? ..... 아~ 그렇구나, 오늘은 발렌타인데이였네...? 정말 고마워.」

이미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던 나였지만.
전혀 뜻밖에 선물을 받은 것처럼 연기하며 살짝 쇼핑백 안을 들여다 봤다.
단지 직장동료라는 이유만으로 건네주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크기... 게다가 하트 모양...
나는 내심 흐믓한 미소를 흘리며, 겉으로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응? 이렇게 훌륭한 "의리 초콜렛"을 모두에게 나눠주는 거야? 와~ 이런 거 준비하는것도 보통일이 아니겠는데? 아무리 발렌타인데이라고는 해도 말이야....」

그녀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아니요 그건.....」
「응? 왜 그래? 이게 뭐...?」

그녀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의리 초콜렛이 아니라는 거겠지... 나는 특별한 사람이니까, 나에게만 주는거라고 하고 싶겠지...

「그, 그러니까.... 그건.... 의리가 아니...」

가냘프고 쓰러질 것 같은 그녀의 말을 못들은 척하면서, 오히려 나는 그녀의 고백아닌 고백을 큰 소리로 막았다.

「어? 쇼핑백에 초콜렛말고도 뭐가 있는데...?! 아~ 양말이네? 이거... 함께 주는 선물인가...? 고마워, 카타오카 군. 혼자 사는 남자한테는 이만한 선물이 없지~!!!! 아.... 근데 이렇게까지 받고나면, 화이트 데이 때가 걱정이네...? 지금부터 저금이라도 해둬야되는 건가...? ... 응? 아, 아니... 하하하하~~~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렇게 말한 나는 일부러 쇼핑백을 의자 옆에 대충 놔두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PC의 화면에 시선을 되돌렸다.
나는 조금 슬픈 것 같은 그녀의 표정이나 축 쳐진 어깨를 힐끔 힐끔 보면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애써 감춘 채로 키보드를 계속 두드렸다.

이 정도가 되면 틀림없다~!!!!
분명히 그녀의 마음속에는 나에 대한 연정이 싹튼 것이다~!!!!
그녀의 마음에 자리 잡은 연정을 잘 뿌리 내리게 하기위해선, 조금 더 상냥한 모습으로 그녀를 대할 필요도 있긴 하지만...
완벽한 실험의 결과를 위해서, 그녀에게 조금 장난을 쳐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 실험 35일째

발렌타인 데이 이후로, 나는 일부러 그녀에게 차갑게 대했다.
일의 용건 이외에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평소대로라면 그녀에게 부탁했을 일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것도 계획의 일부...
그녀의 마음 속에 나에 대한 연심이 생기고 있는 것을 안 이상, 간단하게 그녀의 뜻대로 되어줘서는 된다.
계획된 시나리오 상에서의 설정은 이렇다.
지난 발렌타인 데이 때으로 카오리의 마음을 깨달은 내가, 그녀에게 은근히 거부 의사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내가 자신이 건네 준 초콜렛 하나에 넘어갈만큼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인식시켜,
이후에 그녀가 나의 여자가 되었을 때 그녀를 쉽게 내 뜻대로 하고자 하는 계획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나의 주위에 늘 따라다니면서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마디 말조차 걸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언제나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업무상의 용무를 찾아낼 때마다 기쁜 표정으로 나의 자리에 다가오지만,
그럴수록 나는 오히려 더 사무적이고 딱딱한 태도로 그녀를 대한다.

아마 집에 돌아가고 나서도 매일 매일 나를 생각하며, 몸부림 치듯이 자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특이한 점은.... 첫번째, 두번째 실험에서는 절정과 함께 "그것"의 약효가 사라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에게 효과가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까지으 패턴대로라면 집에 가서 자위로 절정하고...
약효가 사라진 후, 다음날에는 약효에 대한 백지상태로 다시 처음부터 "그것"을 섭취하게 되고.... 하는 것이 반복되어야 정상일 것이다.
으음.... 그렇다면, 애시당초 나의 냄새가 없으면 절정할수 없는 걸까...?
아니면 이미 그녀는 약효가 사라져도, 연심이 남아있을 만큼 진짜로 나를 사랑하게 된건가...?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실험해 보자...!!!!



* 실험 38일째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 오늘같은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최근들어 그녀는 이전보다 일찍 출근한다.
아마 나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기 때문이라 예상되지만, 뭐... 그녀가 왜 그리 일찍 출근하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
어쨌든 그때문에 매일 아침마다 대략 30분 정도는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서 그녀와 나만 있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야말로 실험을 하기에 딱 적당한 상황이다.

나는 평소와는 달리 조금 늦게 출근했고, 회사에 도착하자 내가 바라던대로 그녀가 이미 출근한 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일부러 회사 앞에서 우산을 버리고 비를 맞은 나는 축축히 젖은 모습으로 내 자리에 향했다.

「아~ 오늘 날씨 정말로 심각하네...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오는 길에 우산이 뒤집어져 고장나버렸지 뭐야~」

나는 손수건으로 비 맞은 옷을 대충 닦아낸 후 옷걸이에 걸고,
평소대로 연구용 백의로 갈아입으면서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으으~~ 양말도 흠뻑 젖어버렸군... 아, 싫다, 싫어~ .... 아, 카타오카 군의 그걸 쓰면 되겠구나~!!! 좋아, 덕분에 살았다...」

모처럼 사적인 대화를 나눌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는게 기쁜지, 환하게 웃는 얼굴의 카오리가 내게 말을 걸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네? 뭐가요...? 저의 뭘 쓰시게요..???」
「자, 이거 말이야. 이거...」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발렌타인 데이 때 그녀에게서 받은 쇼핑백을 책상의 밑에서 꺼내 보여줬다.
그녀에게 은근히 거부의사를 나타내기 위해 그날 이후로 손도 대지 않았던 바로 그 쇼핑백...
사실 그녀가 준 초콜렛을 그냥 먹어버린다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내가 본래부터 단 것을 싫어해서 안먹은 이유도 있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날 자신이 준 초콜렛과 양말을 아직까지 손도 대지 않았다는 그 사실은 그녀에게 적잖은 충격을 줄것이다.

「.....」
「지난번에 카타오카 군이 준 양말! 하하하... 고마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양말을 꺼내고는 다시 쇼핑백을 책상 밑에 대충 던지듯 내려놓았다.
물론 초콜렛은 건들지도 않고....
기쁜 것인지, 슬픈 것인지 모를 복잡한 표정의 그녀를 우두커니 앞에 세워두고,
비와 땀으로 축축해진 양말을 벗어 책상 밑 한쪽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져 집어넣었다.
그리고 손수건으로 쓱쓱 발을 닦아낸 후, 그녀가 준 새 양말을 신었다.

거기까지 행동을 마친 나는 살짝 얼굴을 들어 그녀를 바라바았다.
그녀는 아직 내 옆에 서 있었지만, 축 쳐진 어깨에 고개를 푹 숙인채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아, 기분 상했어...? 이런 더러운 발로 카타오카 군이 준 새 양말을 신다니... 미안해...」

그녀는 당황하며 웃는 얼굴로 표정을 확 바꾸더니, 귀엽게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활기차게 말했다.

「아니오. 기분 나쁘다니요? 헤헷...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네요.」
「그래? 아무튼 고마워. 잘 신을게... 아, 잠깐 좀...」

그렇게 말을 남긴 나는 그대로 화장실로 향했다.
볼일을 보고 싶다던가 하는 건 아니었지만, 미끼를 던졌으면 그 미끼를 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당연하니까...
10분정도 대충 시간을 때운 뒤, 연구실의 내 자리로 돌아왔을때... 아니나 다를까 쓰레기통 안에 넘어둔 양말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이정도 되면 양말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안봐도 뻔하지...
하지만 나는 그녀를 조금 골려줄 생각으로, 조금 큰 소리를 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어? 어라...? 아니, 어디 갔지...? 이상하다....? 으음.... 분명히 조금전에 젖은 양말을 여기 휴지통에 넣었는데, 없어졌네...? 냄새가 날까봐 밖에 내다버리려고 했는데... 이상하다, 어디갔지...?」
「아, 그... 그건... 제가 버렸어요. 그...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지 않는 게 좋을거 같아서요...」
「뭐어~?! 아, 미안해... 그런 일까지 시키게 되다니.... 곧 하려고 했었는데, 화장실이 좀 급해서.... 하하하... 정말로 고마워.」
「아니요. 괜찮아요~!!!」

그녀의 만족스러운 표정은 마치 오랫동안 염원하던 보물을 속에 넣은 자의 얼굴과 같았다.
아마 오늘, 집에 돌아간 그녀는 나의 양말의 냄새를 즐기며, 진화하지 못한 원숭이처럼 바보같은 모습으로 자위에 빠질 것이다.
지금까지 그토록 염원하던 나의 냄새를 맡고 싶던 욕구가
드디어 오늘 해소될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가 나의 양말에 코를 쳐박고 자위하는 광경을 상상하자, 무심코 나도 원숭이가 되어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만약 "절정하면 약효가 사라진다" 라는 내 결론과는 달리 "나의 냄새를 맡으며 절정하면 약효가 사라진다" 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오늘 그녀의 자위 이후에 약효가 갑자기 사라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이다.
단지 나의 잘못된 결론을 수정하게 하는 새로운 데이터를 얻는 정도에서 끝난다면 다행이지만,
지난 번처럼 또 그녀에게 자기 혐오의 감정이 생겨버리면.....
더 나아가 그때와 오늘 상황에 밀접한 관련을 지닌 나를 의심하게 된다면...

휴~ 이런 생각... 그만하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불안감만 커진다.
하지만 오늘의 이 실험은 앞으로의 계획을 검토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뭐, 시기도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위험한 일 없이 나의 가설이 증명되는 식으로 결과가 나온다면,
오히려 앞으로의 계획도 진행하기 쉬워지고, 그녀를 내 손아귀에 넣는 것도 지금의 계획보다 휠씬 좋은 형태가 가능해질 것이다.



* 실험 39일째

아침의 회사...
평소대로 그녀의 제복에 "그것"을 묻힌 폴리머를 넣어둔 후, 나는 자리에 앉아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카오리의 출근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 내가 출근하는 시간은 7시 정각에서 15분 사이... 그녀는 7시 20분에서 30분 사이에 출근한다.
또 다른 직원들은 대부분 8시 정각에서 30분 사이에 출근한다.
뭐, 회사에서 정해져 있는대로라면 지각은 8시 30분부터니까... 결코 그들이 늦게 출근한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지...

7시 30분이 되었다.
으음... 오늘은 조금 늦는군.
평소대로라면 늦어도 30분에는 출근을 했을텐데... 내가 닫아둔 문은 전혀 열리지 않는다.
 
7시 45분이다.
그녀가 안온다.
어떻게 된거지...? 혹시 내가 불안해 하던 결과가 현실이 된건 아닐까...?

7시 50분...
갈수록 불안감이 커져간다.

시계의 분침이 50분과 55분의 사이를 지나고 있을 때, 
연구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카타오카 카오리가 살짝 고개를 내밀어 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 안녕하세요.」

평소대로라면 싱글벙글 웃는 표정으로 활기차게 인사했어야할 그녀가
오늘은 어딘지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로 인사한 뒤, 시선을 마주치지도 못한 채 고개를 숙여 조금 휘청거리면서 말없이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다행이다... 다 잘된 건가...?
아, 아냐. 아직 몰라... 조금 더 카오리의 반응을 지켜보자.
조금은 가슴을 쓸어내린 나 였지만, 어제 실험의 결과를 알려면 오늘의 분의 성분을 흡수하기 전에 확인해야 한다.
나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안녕, 카타오카 군. 오늘은 좀 늦었네? 하하하.... 늦었다고는 해도 남들보다는 일찍이지만...」
「아, 네... 안녕하세요....」

여전히 기운이 없는 듯 인사하는 그녀...
내가 살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눈꺼풀이 조금 부어있고 눈이 충혈된 것 같았다.
역시 어제의 실험은 실패한건가...?
스스로에게 혐오감을 가지며, 밤새도록 펑펑 운거야...???

「왜 그래? 눈이 좀 붉은거 같은데... 수면 부족?」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어깨에 살짝 손을 올리자, 그녀는 흠칫 놀라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는 곧 손을 들어, 자신의 어깨에서 내 손을 치웠다.

시, 실패다....!!!!!!!
지금 이 상황... 호텔에서 샤워하고 나왔을 때랑 너무 비슷하다...!!!!
불안해하던 일이 현실이 됐어....!!!!!!
이제.... 그녀를 노리는 건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 이상은 정말 위험해...
그, 그래... 카오리말고도 여자는 많으니까...
카오리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초로....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새롭게.... 새롭게... 새롭......... 젠장~!!!!

이제 더 이상 그녀를 노리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카오리만 내게 연심을 느꼈던게 아니라, 이미 나도..... 젠장~ 이런 빌어먹을~!!!!!
나는 지금 이 상황에 크게 실망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축 떨어뜨려 무거운 발걸음으로 자리에 돌아갔다.
내가 털썩 주저앉듯 자리에 앉자, 어느새 그녀는 나를 따라와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저기... 죄송합니다... 그... 실장님이 싫어서 그렇게 한게 아니라.... 아아... 정말 실례를 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마 그녀는 기운이 빠진듯한 나의 모습이 조금 전 자신의 태도 때문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변태처럼 자위를 하고 나서 자기 자신에게 참을수 없는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이... 어쩌면 죽어야겠다고 결심했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 태도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며 사과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말이 되나....???

「아니... 별로 실례라든가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데... 그, 그런데 왜 그래? 오늘 조금 이상한거 같아...」
「아, 그... 어제는 잠을 잘 수 없어서... 저, 저기... 실장님, 드릴.... 말씀이....」
「응? 무슨 얘기? 말해봐...」
「그, 그게.... 그러니까.... 사, 사실은... 전부터.... 시, 실장님을... 좋아했습니다..!!!」
「.........!!!!!!!」

나는 그녀의 말에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표정만 놀란 것이 아니라, 나는 정말로 놀라고 있었다.
실험은 실패한 것이 아니다....!!!!!
만약 실패한 것이라면, 그녀가 태연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짓따윈 할수 있을리가 없어.....!!!!!
그, 그럼.... 성공인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끝난게 아니라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나...???

「지난번에... 그 호텔에서의 일... 그 때는 너무 갑작스럽고, 놀란 상태라서 정말 실례를 범했지만... 이제와서 보면... 저, 쭈욱 실장님을 생각하고 있어요... 아마 실장님을 생각하는 이 마음이.... 그런 형태로 나와 버렸다고 생각해요... 그때부터 쭉 실장님만을 생각하고... 어제도... 사실은... 실장님을 생각하면서... 잠을 잘 수 없었어요!!!」

그녀는 열심히 고백의 말들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 나의 머리는 태연하게 그런 말을 듣고 있을수가 없었다.
이상하다... 그럼 조금전까지 보인 이상한 태도는 다 뭐였지...???
... 혹시 단순히 나앞에서 긴장했을 뿐이었던 건가?
어젯 밤은 자지 않고 자위에 빠져 있었고, 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으며... 오늘은 고백할 결심을 하고 출근했다는 건가...???
왜 갑자기 이렇게 내에 대한 마음이 커졌을까...???
으음.... 역시 나의 냄새가 결정적인 영향을 준거라고 밖에는 볼수 없어.
과연.....!!!!!!!
카오리는 자기 안에서 생긴 심리적 공백을 메꾸는 과정에서 "나는 실장님을 좋아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러한 결론을 나의 냄새와 "그것"의 효과가 더욱 부채질 한거야...
카오리는 지금.... 완전히 나에게 반했다~!!!!

「.... 그래서.... 저기.... 제가 여러 가지 실례를 범하긴 했습니다만.... 그.... 괜찮으시다면, 저와....」
「잠깐...!!!!!」

나의 실험은 완벽했다~!!!!
그야말로 최상의 결과를 얻었어~!!!!
그렇다는 것은..... 계획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새빨간 얼굴을 숙인 채 앞으로 모은 두 손을 꼼지락거리며 고백하는 그녀의 말을 막았다.

「내가.... 좋다고...? 허, 참 내 어의가 없어서.... 너는 그 때의 일이 착각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난 아니야.. 그때 넌 정말로 슬프고, 나를 원망하는 눈을 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 이후에도 며칠동안이나 나한테 쌀쌀맞게 대했지... 난 말이야... 지금까지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구....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좋아합니다 라는 말을 듣었다고 해서 내가 턱하니 믿을수 있을거 같애? ...... 확실히 너는 귀엽고, 누구에게나 사랑받겠지? 그렇지만 나도 바보는 아냐!!! 무슨 꿍꿍이로 나를 속이고 그딴 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와서 그런말해봤자 하나도 기쁘지 않다고...!!!!! 그 때 상처입은 건, 너 뿐만이 아니야~!!!!」

하하하~~~ 나의 연기도 이젠 완전히 물이 올랐다.
조금 전 실패했다고 생각하며 느꼈던 절망감도, 사실은 성공한 것이었다는 알았을 때의 기쁨도, 연기력을 방해하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뛰어난 연기력에 속고 있는 그녀는 나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바쁘군. 어차피 조금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출근할테니까... 가능하면 빨리 눈물닦고 자리로 돌아가주면 고맙겠어...」

내가 그렇게 아주 차갑게 말하자,
그녀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연구실을 뛰쳐 나갔다.



* 실험 40일째

오늘은 그녀에게 섭취시키는 "그것"의 양을 평소의 3배 정도 늘려 보았다.
"실연을 당한 후에 더욱 그 사람을 그리워 하게 된다" 라는 상황을 연출해 보려고 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일도 하지 않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 보고는 있었다.
하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고개를 움직이며 흠칫 흠칫 놀라며, 도망치듯이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때때로 남의 눈을 피해가며, 핸드백 안에서 꺼낸 불투명한 비닐 봉투를 열어 냄새를 맡고 있다.
그 모습은 흡사 본드를 부는 불량 청소년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비닐 봉지안에 있는 내용물은 분명히.... 나의 양말이겠지...?

틈틈히 그렇게 냄새를 맡고난 다음에는,
어딘지 모르게 기쁜 듯하면서도 안타까운 눈으로 천정을 바라보면서, 그 귀여운 엉덩이를 의자에 살살 비비곤 했다.
후후후.... 언제까지 나의 냄새가 남아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마 당분간은 저 양말로 실컷 자위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나의 냄새를 맡으며 즐거워하는 것도 실연당한 여자의 위안에 불과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후후후... 그녀가 조금 불쌍하기도 하다....

그녀가 절정을 하고난 후에도 "그것"의 약효가 사라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나는,
지금까지해오던 것의 몇 배나 대담하게 그녀를 몰아넣기로 했다.
그러한 계획의 한 부분으로 나는 보다 더 철저하게 그녀를 피하기 시작했다...
복도나 사원 식당에서도 그녀가 가까워지면 노골적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그녀를 피해 빙 돌아서 가기로 한 것이다.
그때마다 절망적인 표정에 싸이는 그녀를 살짝 째려보면서,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의 마음을 괴롭혀 간다.



* 실험 49일째

확실히 나에게 미움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그녀는 이제 나의 주위에 다가올 용기조차 없어졌는지, 몰래 나의 주위를 맴도는 스토커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의 책상에서 물건이 없어지거나, 책상 밑의 휴지통은 틈만나면 비워져 있고,
오늘은 의자의 방석이 새 것으로 변해있었다.

「어? 뭐야?! 내 방석...??? 어이~ 이봐, 누구 내 방석 못봤어? .... 아아... 그거 상당히 마음에 드는 방석이었는데.... 누구 본 사람없어...?」

당연히 범인은 알고 있지만, 그녀를 골려주기 위해 일부러 연구실 전체의 모두를 향해 말했다.
살짝 그녀가 앉아있는 곳을 보자, 그녀는 새빨갛게 변한 얼굴로 어색하리만치 고개를 숙여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 실험 50일째

「아~ 아침을 상한걸 먹었나...? 오늘은 배가 좀 안좋네~? 으으... 못 참겠다.. 남녀공용화장실이라도 가야겠어...」

내가 그렇게 말하고 연구실을 나와 복도를 걷기 시작하자,
누군가 나를 미행하는 듯한 인기척이 등뒤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후후후... 누가 날 미행하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어차피 굳이 배가 안좋다는 말을 한것도 그녀보고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내가 화장실 안의 부스로 들어가자, 잠시 후에는 바로 옆 칸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음란한 한숨 소리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는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면서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 쿠득... 뿌찍, 뿌지지직...

그러고 보니 지금 내가 들어와 있는 부스는 첫번째 실험에서 그녀가 들어왔던 곳이고,
지금 그녀가 있는 옆칸이 바로 내가 들어가서 그녀의 자위소리를 들었던 곳이다....
후후후... 이런 우연이 있나...!!!
나는 그날의 일들을 떠올리며, 확실히 그 때와는 다른...
내가 우위에 올라 있는 이 상황에 만족하면서, 잠시 옆 칸에서 들리는 감미로운 교향곡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 쿠쥭, 쿠쥭.... 쥬복, 츄쿠츄쿠.... 쥬복쥬복...

「후~ 응~ 으응~ 하~ 하~ 하~ 하앙~ 아응~」

"사내의 아이돌, 카타오카 카오리의 자위소리"라는 아름다운 교향곡을...



* 실험 51일째

점심시간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아무 생각없이 털썩 앉은 의자에 무엇인가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히 방석 윗 부분이 위로 향하도록 되어있었는데... 점심을 먹고 돌아와보니, 밑부분이 위로 향하게 놓여져 있는 것이었다.
그 뿐 아니라 방석과 의자의 사이에 마찰 계수가 줄어 든 것처럼, 왠지 방석과 의자 사이가 미끌미끌 해진 것 같았다.

요즘 내 주위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대부분 그녀와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보면 아주 사소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이러한 변화에도 그냥 지나쳐갈수 없었다.
떨어뜨린 지우개를 줍는 척 바닥에 내려와 살그머니 방석을 들어올려보자,
의자와 방석의 사이에는 왠지 모르게 음란해보이는 점액이 긴 실을 당기면서 대량으로 묻어 있었다.
이건 아마도.....
나는 그 점액을 손가락 끝에 묻혀 살짝 냄새를 맡은 후,
입에 넣어 빨면서 조금 전 나의 의자에 누가 앉아서 무슨일을 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후후후.... 후후후후.... 하하하하..... 우하하하하하하~~~~~~~~~~~!!!!!!!!!!!!!!!!!!!!!!!
좋아, 좋아... 이제 슬슬 몰아붙일 때가 된 것 같다.
그래, 좋았어...
이제 정말 벼랑의 끝으로 몰아넣어 주마...
카오리, 네가 선택하는 건 벼랑의 밑으로 떨어지는 걸까...? 아니면 나의 손을 잡고 그곳에서 내려오는 걸까...?
하하하하하...................!!!!!!!!!!!!!!!!!!!!!!!




< To Be Continued... >



===============================================================================

 

 

대략 1편 번역하는데... 평군적으로 4일 정도 걸리는 군요.

그래도 극악할 정도로 느리다고는 할수 없으니까... 저는 나름대로 떳떳하다는...쿨럭;;;;

 

어쨌든.... 재미있으십니까?

저는 재미있습니다. ㅋㅋㅋㅋ

소설의 흥미를 더욱 높이기 위해, 조금씩 원작에 손을 댔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며...
이 소설은 E=MC^2 NOVEL 이라는 사이트에서 boby 님의 소설을 가져왔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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