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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제 46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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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86 회 작성일 23-12-30 20: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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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제 46 부  **



제 15 장.  혼란(混亂)스러운 변방(邊方) 1.


「 대사.. 우리의 인연도 꽤 오래 됐습니다. 」


「 그렇습니다. 그 옛날 인걸(仁杰)을 저에게 맡기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속가俗家)의 연(緣)
이니 오래도 되었습니다. 」


「 허허 대사.. 대사께서 출가(出家)를 하기 전에 우리는 동문수학(同門修學)을 하던 동기가
아니었소..! 참 세월은 무심히도 지나갔구려..! 」


「 그러게 말이오. 맞아.. 그때도 시주께서는 학문이든 무예든 소승보다 모든 면에 훨씬 뛰어
났었지요. 시주께서 이곳에 은거하며 익힌 대승무상신공(大乘無想神功)도 이미 소승을 능가하
는 기예를 갖추지 않았소이까..? 부전자승(父傳子承)이라..! 인걸(仁杰)이 시주를 닮아 그리
도 영특(英特)한 것인가 보오이다..! 」


「 아니지요.. 그게 아니지요..! 그놈이 다행히 대사의 제자가 되어 그 재질이 빛을 본 것입
니다. 아니었다면 지금쯤 그냥 평범한 조정의 벼슬아치가 되어있었을 거외다. 」


「 허허허.. 그런데 그놈이 지금 일생(一生)의 대사(大事)를 벌이고 있습니다. 시작한 일에
차질은 없어야 할 것인데..! 」


「 걱정되십니까.. 대사..? 자식 놈이라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놈은 잘 알고 있습니
다. 치밀하고 배포(排鋪)까지 있는 아이지요. 잘 해낼 것입니다. 」


「그래야지요..! 수년을 계획한 일입니다. 이번 일에 실수가 있으면 모두가 공멸(公滅)을 할
중대한 거사입니다. 」


혜승대사(惠昇大師)의 목소리는 비장감마저 띠고 있었다.


지금 이 달마동(達磨洞)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 혜승대사(惠昇大師)와 서문상
현(西門相賢)은 서로 지난날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초조함을 달래고 있었다.
이곳에서 기다리며 숭산(嵩山) 높은 봉우리에 봉화가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 대사께서 자식 놈의 뒤를 든든히 받쳐 주셔야지요..! 저놈은 지금 병주(幷州)의 일로 정신
이 없을 것이외다. 」


「 허허허.. 서문시주..! 국경의 일은 인걸(仁杰) 그놈에게 맡겨두고, 그놈보다 더 뛰어난 문
무(文武)의 능력을 지니고 계신 시주가 조정의 거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뛰
어난 무인들이 모두 신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소이까..! 일이 그럴진데 더 이상 내가
도울 일이 무엇이 있겠소이까..? 」


「 아니지요.. 대사의 후광이 있기에 모두가 일기당천(一騎當千)의 기백을 유지하고 있는 것
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다만 조정의 거사를 지휘만 할 뿐 공(功)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입니
다. 이번 거사의 공(功)은 모두 자식놈의 것이 될 거외다. 」


「 허허허.. 이제 은거한 구시대의 인물이라 나서지를 않겠다..? 소승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처럼 다시 소림이 융성하기를 이곳 달마동(達磨洞)에 앉아 기원(祈願)이나 하
고 있을 따름이지요..! 」


서로를 배려하며 서로의 상리(商利;이익)을 위해 협력을 하고 있었다.
한사람은 가문(家門)의 권력을 위해 또 한사람은 문파(門派)의 권위를 위해 거사(擧事)에 가
담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 * * * * * * * * *


장성(長城)의 백여리 북쪽 야율유가(耶律留哥)의 진영은 모두가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 날뛰고 있
었다.
거란.. 야율유가(耶律留哥)의 족장 야율유(耶律留)의 둘째아들 야율아의 군막(軍幕)에는 심각
한 얼굴들을 한 거란의 장수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 한동안 공물을 보내지 않아 송의 조정에 분란이 일었나 의심은 들었지만 놈들이 이렇게 침
공을 하리라 생각은 못했다. 」


야율아의 말에 부하장수 울덕녕이 다급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 왕야..! 지금 그것을 따지며 논의(論議)만 하고 있을 겨를이 없습니다. 모든 막사는 화공
에 불타고 있으며, 놀라 날뛰는 군마(軍馬)들을 적의 첨병(尖兵)들이 모두 풀어 놓아 우리의
병졸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


「 알고 있다. 그러나 적들은 겨우 수십 명에 불과하다. 저들이 노리는 것이 우리가 혼란 속
에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적정(敵情)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바로 그 점이라는 것을 어찌
모르는가..! 」


「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빨리 군령(軍令)을 내려 주십시오..! 」


「 울덕녕..! 부하들의 반은 이곳에 남겨 진지(陣地)를 사수하고 나머지 반을 국경을 지키는
송의 진지로 지금 출동한다. 어서 나가서 출동준비를 하라..! 」


「 옛.. 왕야..! 」


그 시각.. 송의 군영(軍營)..!
망루(望樓)를 지키며 멀리 적진을 응시하고 있던 병사가 고성(鼓聲;북소리)을 울리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장성(長城)의 남쪽 송의 진영(陣營)에서도 극심한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었다.


「 적이다..! 거란 놈들이 쳐들어온다..!! 」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고 있는 병사의 눈앞에 뿌옇게 피어오르는 흙먼지를 뒤로하며 말을
타고 달려오는 수많은 거란군사들이 찬검을 들고 달려드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수없이 많아 보이던 거란의 기병들은 자세히 보면 수십기의 기병들 뿐이었고 그들이
흙먼지를 날려 많은 군사처럼 보이고 있으며 더욱 이상한 일은 더 이상 가까이 다가들지 않고
진영(陣營)의 주변만 맴돌고 있는 것이었다.


 * * * * * * * * * *


「 총사(總司).. 어찌 할까요..? 」


국경의 총사령관 안무총사(按撫總司) 조익균(趙益均)의 군영(軍營) 막사 안에 모여든 장수들
이 안무총사(按撫總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 부사령(副司令)..! 지금 저들의 상황은 어떠하오..? 」


적이 침공한 정황을 묻고 있는 안무총사(按撫總司) 조익균의 왼쪽 자리에 굳은 얼굴을 하고
말없이 서있는 부사령(副司令)이라 불리운 한사람..! 아직 교지는 도착하지 않았으나 전서구
를 통해 급히 연락을 받아 미리 도착해 있는, 안무부사(按撫副司)로 임명된 황보정이었다.


「 예.. 총사(總司), 침공한 병력들은 아직 우리 군영(軍營)의 외곽을 맴돌고 있습니다. 진영
(陣營)이 혼란에 휩쓸려있는 이때 총사(總司)께서 움직인다면 더 큰 위험을 불러올 것입니다.
부하장수들을 내 보내어 저들의 동정만 살피는 것이 좋겠습니다. 」


말을 하면서도 자꾸만 막사의 주변을 흘낏거리고 있는 황보정의 표정이었다.


「 부사령(副司令).. 그건 아니오. 총대장인 내가 군사를 인솔하지 않으면 군사들은 내가 위
험을 피하려 몸을 사린다고 생각할 것이오. 내가 앞설 것이니 군사를 소집하시오..! 」


「 예..! 명(命) 받들겠습니다. 」


대답은 하면서도 황보정의 마음은 점점 초조해 져 막사의 위를 향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 * * * * * * * * *


출진(出陣)명령을 받은 병사들이 우루루 연병장(練兵場)으로 몰려드는 번잡한 순간..! 그들의
사이로 슬며시 끼어드는 열댓 명의 무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열댓 명의 무리들도 완
벽하게 송의 군졸들의 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그 광경을 높은 나무 가지 뒤에 숨은 검은 그림자가 주시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하려는 구나..! 황보공자.. 조익균의 곁을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마십시오..!)


황보정과 함께 달려온 구(龜)가 나뭇가지 뒤에 숨어 군영(軍營)을 살피고 있다가 저들의 움직
임을 확인하고는 급히 황보정에게 전음(傳音)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황보정이 자꾸만 주변
을 살피던 이유도 그 초조함에 구(龜)의 위치를 확인하려 한 것이었다.


양고(陽高)와 하곡(河曲)을 잇는 전략의 요충지 대동(大同)의 앞에 넓게 펼쳐진 평원(平原)을
완충지역으로 하여 남북으로 대치를 하고 있는 양 진영(陣營)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 남쪽에서 송의 군사들의 진두(陣頭)에 서서 지휘를 하고 있는 조익균의 표정은 불같은 분
노를 나타내고 있었다.


「 이놈들..! 어찌 서로의 불가침 협약을 깨고 불시에 침범을 하느냐..! 」


그러나 노기가 가득한 조익균의 고함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는 거란 진영(陣營)의 기병들은
그 움직임만 부산할 뿐 가까이 다가들지는 않고 활을 들어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 휘익.. 슉.. 슉.. 슈욱..!


다른 곳은 아니었다. 화살의 방향은 오직 조익균만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 총사(總司)를 보호하라..! 」


황보정의 다급한 고함을 들은 군졸들이 횡렬(橫列)을 지어 조익균의 앞을 일렬로 막아서며 철
방패를 서로 이어 에워싸고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내고 있었다. 


- 탁.. 탁.. 타다닥.. 턱.. 턱.. !


방패와 휘두르는 검에 맞아 우수수 떨어지는 화살들..! 그러나 그중 세전(細箭;가는 화살) 하
나가 피잉.. 날카로운 파공음을 울리며 조익균의 얼굴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 총사(總司).. 위험합니다. 조심하시오..! 」


그 순간 황보정의 신형(身形)이 번개처럼 날아와 조익균의 안면으로 날아드는 세전(細箭)을
손으로 낚아챘다. 손바닥 속에 쥐어진 세전(細箭)의 뒤끝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 황보 부사령(副司令) 고맙소..! 」


고개를 돌려 인사를 하는 조익균을 바라보지도 않고 황보정은 손에 쥐어진 화살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역시 상관공자의 짐작이 옳았다. 이 화살은 거란 키다이족들의 화살이 아니다. 화살의 촉도
송국의 것이다. 저들의 기병(騎兵)들이 주병을 맴돌며 혼란을 조장하는 것은 오직 조익균의
목숨만을 노리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더욱 정신을 가다듬으며 조평환의 곁에 다가서서 주변을 살피는 황보정의 시야에 이상하게 움
직이고 있는 군졸들이 띄었다. 그들은 화실이 날아드는 앞을 방비할 생각은 않고 슬금슬금 조
평환의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었다.


「 이놈들이..? 」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주시하고 있는 그 순간.. 날아드는 화살에 신경을 쓰고있는 군사
들의 눈을 피해 그들 십여 명은 조평환의 신형을 향해 휘이익 날아들었다. 그들 모두의 손에
는 장검(長劍)이 들려 있었다.


- 휘익.. 휙.. 휙.. 싹.. 쓰윽.. 휘이잉..!


사방의 방향에서 조익균의 목숨을 노리고 검풍이 날아들었다.


「 아앗..! 기습이다. 모두들 총사(總司)를 경호하라..! 」


소리를 지르며 양장(兩掌)을 재빨리 휘둘러 날아드는 검기를 막아내던 황보정이 고개를 갸우
뚱 흔들고 있었다.


(이놈들의 검법은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 숨기고 있으나 분명 소림의 나한공(羅漢功)을
응용한 검법이 분명하다. 그리고 저쪽에서 달려드는 놈들은 일휘격공장(一揮擊功掌)의 장력을
뿌려내고 있다. 으음.. 저들이 보낸 살수들이구나..!)


일휘격공장(一揮擊功掌)이라면 진양문(眞陽門)의 독문무공(獨門武功)이 아닌가..? 황보정의
신형(身形)이 허공으로 휘익..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나는 제비처럼 신형을 뒤집어 번개같이
양손을 휘두르며 저들이 휘두르는 검막(劍幕)속으로 날아들어 장검을 튕겨내고 그 군졸이 머
리에 쓰고 있는 군모(軍帽)를 낚아챘다.


금방 드러나는 민 대머리.. 그 군졸들은 소림의 무승(武僧)들이 변복을 한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 머리를 감추지 못해 밝혀진 것이었다.


「 이놈들.. 네놈들은 소림승이구나..! 그렇다면 저 쪽의 놈들은 진양문(眞陽門)의 제자들이
분명할 것..! 여봐라.. 이들은 적군들이 아니라 총사(總司)의 목숨을 노리는 자객들이다. 한
놈도 남김없이 잡아라..! 」


고함소리에 깜짝 놀란 조익균이 고개를 돌려 황보정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 부사령(副司令).. 지금 무어라 했소..? 적의 기습이 아니라니..? 」


「 예.. 총사, 적의 기습처럼 보이는 유인책입니다. 기습을 한 이놈들은 소림과 진양문의 제
자들이오..! 」


「 무슨 그런 엉터리 같은 말이..? 소림과 진양의 제자들이 무엇 때문에 나를 노리고 기습을
했단 말이오..? 」


「 총사(總司).. 자세한 것은 나중에 설명 드리지요. 우선 이 자리를 피하십시오..! 」


날아드는 화살과 이들이 뿌려대는 검풍과 장력을 두손을 휘둘어 막아대며 숨 가쁘게 대답을
하고 있는 그 순간.. 휘이익..!
공간을 뚫고 날아온 세대의 화살이 조익균의 가슴과 옆구리 그리고 어깨를 관통하며 깊이 박
혀 버렸다.


「 억.. 으윽.. 컥..! 」


단말마의 비명을 내뱉으며 그 자리에 푹 쓰러져 선혈을 낭자하게 흘리고 있는 조익균을 바라
보고 있던 기습자 들은 말없이 몸을 날려 그 혼란한 자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 조익균이 독시(毒矢;독화살)를 맞았다. 이제 그는 살아나지 못한다. 모두 철수하라..! 」


- 피웅.. 피이웅.. 펑.. 펑.. 펑..!


휙익.. 몸을 날려 사라져 가는 그중의 한명이 손을 높이 쳐들어 푹죽을 하늘 높이 던져 올려
터뜨리고 있었다. 그 푹죽이 조익균의 죽음을 알리는 신호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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