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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제 38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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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47 회 작성일 23-12-30 19: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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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제 38 부  **



제 12 장.  반간지계(反間之計) 3.


상관명의 귀에 들려온 서문인걸(西門仁杰)의 뜻밖의 말..!
그렇다면 서문인걸의 부친인 서문상현(西門相賢)과 황보승(皇甫承)은 전왕조때 부터 서로 깊
은 교분을 나누던 사이였단 말이 아닌가..!
문득 할아버지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녹을 받던 그 왕조와 운명을 함께 하려한 당
당하고 결연한 할아버지의 모습..! 그 환영(幻影)에 황보세가(皇甫世家)의 내실에서 밀담을
나누는 두사람의 모습이 겹쳐 자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황보승(皇甫承)과 서문인걸의 부친 서문상현, 그리고 할아버지는 한 왕조가 막을 내리
는 그 현장을 지켜본 증인들이 아니겠는가..! 그 남아있는 두사람이 상관명의 눈 아래에서 밀
담을 나누고 있는 것이었다.


계속 실내에서는 두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충보국(盡忠報國)이라..! 그렇지 그때 나와 자네의 부친과는 의기가 투합했었지..! 그러
나 후주가 망한 그날부터 우리 두사람은 갈길을 달리한 것이라네..!」


「예, 그리 되었지요 평장사(平章事)어른.. 허나 그때 저의 가친과의 약속은 아직 유효하리라
여겨집니다. 두분 어른께서 결심하셨던 그 일.. 어느 왕조에 몸을 담고 있더라도 백성을 위하
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에 진력을 다하겠다는 두분 어른의 그 약조는 어린 저의 마음속에도
깊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제 제가 그 뜻을 이루려 하는 것입니다.」


「무슨 뜻..?」


황보승(皇甫承)이 모른 척 되물어 보았다. 서문인걸(西門仁杰)의 속내를 살피려는 그의 신중
(愼重)함이었다.


「지금 이 나라의 꼴이 말이 아닙니다. 어른께서는 후주의 조정에 있었을 때나 송(宋)국의 재
상이 되기를 요청 받았을 때나, 그 본심은 나라와 백성을 위해 헌신하리라 그 뜻을 마음속에
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이 조정에는 난신(亂臣)만이 들끌어, 이 나라의 백성조차도
피폐(疲弊)한 삶을 견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여 이제 저는 그 난신을 제거하여 조정의 기강
을 바로잡으려 하는 것입니다.」


말인즉 도리에 합당하고 분별(分別)이 뚜렷한 판단이었다.


「그래.. 어떤 방법으로 난신을 제거하려 하는가..?」


서문인걸(西門仁杰)의 말에 서서히 동화되어가는 황보승(皇甫承)의 마음은 어느새 거사의 방
법을 묻고 있는 것이었다.


「제게 복안이 있습니다. 저를 믿고 맡겨 주십시오. 대신 모든 사람이 그 명분을 따를 수 있
도록 분명하게 어른께서 기치를 들어 주셔야 합니다.」


「나더러 앞장을 서 달라..? 그렇겠지.. 조정에서 나서는 사람이 있어야 겠지..! 으음.. 그럼
거사가 성공을 했을 시 조정의 수장(首長)은 자네가 되는 것인가..?」


황보승(皇甫承)이 서문인걸을 향해 슬쩍 변죽을 울려 보았다.


「아닙니다. 평장사(平章事)어른께서 그 자리에 오르셔서 혁신(革新)을 이루어 주셔야지요.」


「어엇.. 내가..? 내가 그자리에 오른단 말인가..?」


「예.. 그리 하셔야지요..!」


서문인걸의 단호한 어조..! 그러나 그의 얼굴은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황보승은 서
문인걸의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을 되뇌이고 있었다.
성공을 하면 다행인 일이다. 그러나 잘못되면 목숨을 걸어야할 중차대(重且大)한 계획..! 단
한가지의 소홀함도 없어야만 하는 대사(大事)가 아닌가..!


「혹시.. 혹시 말일세, 자네의 계획과 어긋나 익균(趙益) 그놈이 국경을 팽게치고 군사를 이
끌어 황궁으로 달려든다면 어찌할 생각인가..?」


역시 같은 두려움..! 자혜공주의 말과 꼭 같은 의문을 황보승도 서문인걸에게 묻고 있었다.


「죽여야지요..!」


서문인걸의 단호한 한마디였다.


「헉.. 그만한 힘이 자네에게 있는가..?」


조평환의 군사.. 그가 거느린 병력은 이나라의 군력(軍力)의 주력을 이루는 대군이 아닌가..?


「예. 저를 믿으십시오. 그리고 황실의 자혜공주와도 이미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유사시
공주가 거느린 황궁의 어림군도 저의 휘하에 두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오오.. 자혜공주도..? 공주와도 의논이 된 계획이었던가..?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을 진행시
켜 왔구나..! 그렇다면 나도 기꺼이 그대의 뜻에 동참을 할 것이네..!」


확답을 하는 황보승의 얼굴을 바라보며 서문인걸은 혹시나 그가 조익균의 병력에 불안을 느껴
마음이 바뀌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한마디를 더 던졌다.


「평장사(平章事)어른.. 내일 저와 함께 가 보실 곳이 있습니다. 그 곳에 가보시면 저에게 모
든일을 맡겨 두시더라도 안심을 할 수 있는 확신을 갖게 되실 것입니다.」


「알았네.. 그리하세. 그럼 오늘은 미주(美酒)나 한잔 하시고 푹 쉬도록 하게나..!」


「예, 고맙습니다. 평장사(平章事)어른..!」


이제사 서문인걸의 굳어있던 얼굴은 긴장이 풀어지며 웃음을 띠고 있었다.


「여경(如璟)이 밖에 있느냐..? 술상을 보라고 일러라..!」


「예, 아버님..!」


문앞을 지키며 실내에서 오가는 두사람의 이야기들을 모두 듣고 있던 황보여경(皇甫如璟)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아버님께서 서문대인의 말에 너무 욕심을 내시는 구나..! 서문대인의 얼굴에 잠깐씩 드러나
는 저 사기(邪氣)는 무엇으로 설명을 할 수 있을까..?)


황보여경의 맑은 마음으로 바라본 서문인걸의 모습..! 티 없이 맑은 그녀의 심성(心性)에 전
해져 오는 불안한 마음을, 이야기를 모두 듣는 동안 떨쳐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 * * * * * * * * *


그 시각,
황보세가의 안채 지붕위에서 두 그림자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구(龜)야.. 너는 지금 즉시 연환서숙으로 달려가 암암리 황보공자를 만나거라. 그에게 지금
저들 두사람이 이곳 황보세가에서 밀담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전하고 황보공자와 함
께 연환서숙을 떠나 비연선원으로 가도록 해라. 선원에 도착하면 학련(鶴蓮)누님이 황보공자
를 맞이할 것이다.」


「예.. 주군..!」


대답을 한 구(龜)의 신형은 벌써 황보세가의 지붕위를 벗어나 먼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상관명의 신형도 세가의 고요한 마당을 향해 휘익.. 날아 내렸다.
그곳에는 내실에 들일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하는 황보여경(皇甫如璟)이 지나가고
있었다.


- 쉬익.. 퍽..! 


「어엇.. 흡..!」


지붕위에서 날아내린 상관명은 순식간에 여경(如璟)의 아혈(啞穴)을 눌러, 소리를 지르지 못
하게 만들고는 한팔로 그녀의 겨드랑이를 끼어 부축하고 마당 한구석, 사람이 지나지 않는 장
소로 급히 옮겼다.
응겹결에 점혈을 당해 말조차 할 수 없어 눈만 동그랗게 뜨고 상관명을 올려다 보는 황보여경
의 눈동자는 두려움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죄송하오 낭자.. 고함을 지르지 않는다면 즉시 혈을 풀어 드리리다..!」


상관명의 말에 황보여경(皇甫如璟)은 고개를 끄득여 말을 듣겠다는 표현을 했다.


- 툭..!


점혈이 풀리는 순간..!


「아.. 아버님..! 침.. 침입자가 있.. 으음..!」 


여경(如璟)은 앞으로 달려 나가려하며 그 입에서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 비명
은 소리가 되어 나오지를 않았다. 상관명의 한 손바닥이 이미 여경(如璟)의 입술 위를 덮어
그 입을 열지 못하게 막고 있었던 것이었다.


「허허.. 낭자, 낭자를 해하려는 것이 아니오. 낭자에게 긴히 드릴 말씀이있어 무례를 저지른
것이외다. 나는 상관명이라 하오.」


상관명의 말에 여경(如璟)의 마음은 조금씩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 여인을 납치 하려는 어느
불량배가 이렇듯 점잖게 말을 하며 자신의 이름을 밝혀 정체를 노출시킬까..? 그의 목소리는
다급함이 없이 온화하며 그 절실한 어조에 조금은 안심이 되어 의아(疑訝)한 눈망울로 상관명
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 누구신지..? 무엇을 말씀하시려는지..?」


더듬더듬 조그만 목소리로 묻는 여경을 보며


「낭자.. 어디 빈곳으로 잠시만 자리를 옮기시지요.」


여경(如璟)은 알았다는 듯 눈짓으로 자기를 따라 오라는 시늉을 했다. 본채의 뒤를 돌아 사람
들의 왕래가 없는 헛간으로 들어간 두사람.. 그 헛간의 문을 꼭 닫은 후, 이제는 여경이 상관
명을 돌아보며 추궁을 했다.


「상관공자.. 여기는 외인(外人)이 분별없이 침입을 해 설칠만한 곳이 아닌 황보세가입니다.
그런 이곳에서 갑작스럽게 아녀자를 위협한 공자의 불경(不敬)스러운 행동의 이유를 분명히
밝히셔야 할 것입니다.」


마음의 여유를 찾은 황보여경(皇甫如璟)의 단호한 추궁이었다.
그 잠깐의 순간 상광명의 표정에서 악의는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가 오히려 상관명을 다그
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재기(才氣)가 뛰어난 황보가의 고명딸이었다.


「허허.. 낭자. 이곳이 황보가란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황보대인이 마침 이곳에 머무시기에
찾은 것이오. 황보정(皇甫程) 공자가 낭자의 오라버니 되시던가..?」


상관명은 황보여경(皇甫如璟)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그녀의 오라비인 황보정(皇甫程)
의 이름을 입에 올린 것이었다.


「어엇.. 공자께서 소녀의 오라버니를 아십니까..?」


「예, 낭자의 오라버니가 연환서숙에서 급히 보낸 연락을 받고 여기에 달려온 것이지요. 그리
고 나의 아우가, 우리가 이곳에 당도해 있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방금 연화서숙으로 달려 갔
습니다.」


헛..! 한사람이 아니고 두사람이 이곳을 엿보고 있었다..! 또한 이 공자는 자신의 오라버니가
연환서숙에 기거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 오라버니가 보낸 연락을 받고 이곳에 왔다고 한
다. 그리고 다시 오라버니를 만나기 위해 한사람이 그곳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그말을 듣는 순간 황보여경(皇甫如璟)은 마음속에 팽팽하던 긴장감이 스르르 풀려가는 것을
느꼈다.


「오라버니께서 보내서 왔다고요..? 오라버니께서는 평안(平安)하신지..? 그래.. 무슨일로 공
자님을 이곳에 보내셨습니까..?」
   
이제는 오히려 오라비 황보정의 소식을 더 궁금해 하는 여경(如璟)이었다.


「예, 낭자의 오라버니는 소생에게, 서문대인이 낭자의 가친을 만나기 위해 황보세가를 방문
할 것이라는 연락을 해 왔습니다. 낭자께서도 내실에서 낭자의 부친과 서문대인의 대화를 소
상하게 들었을 줄 믿습니다.」


「.................!」


묵묵부답(默默不答).. 황보여경의 입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렇지요..! 선뜻 대답할 입장이 아닐 줄로 압니다. 그러나 들은바 대로 서문대인은 부친에
게 협조를 구하러 온 것입니다.」


눈앞의 이 공자가 모든 사실을 알고 묻는 말.. 여경(如璟)은 말없이 고개만 끄득이고 있었다.


「그 사실 때문에 소생이 낭자의 앞에 무례를 무릅쓰고 달려든 것입니다. 서문대인의 말은 일
견 충분한 명분을 가진 듯 하나 그 뜻은 너무나 자신의 야심에만 치중해 있고 방법은 과격합
니다.」


「예.. 공자님. 저도 조금전 그런 생각을 잠시 가졌습니다. 그런데 공자님께서 저에게 하고자
하셨던 말씀은..?」


내실의 문앞에서 두사람 사이에 오가는 말을 듣고 느꼈던 점을 이 공자가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경(如璟)은 상관명이 자신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가 궁금해 진 것이었다.


「조정의 다망한 일 모두가 황보대인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 왔을 것입니다. 그 심약(心弱)
해진 마음을 다스리려 이곳에 휴양을 오신 낭자의 부친께서는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의 충고를
귀찮아하며 달가워 하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


「예.. 조정에서 고립무원(孤立無援)이 되어 힘겨워 하시던 그때부터 남의 말을 듣기를 싫어
하십니다.」


그러한 처지를 안타까워 하며 언제나 아버지의 곁을 지키고 있던 황보여경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단한사람.. 낭자의 고언(苦言)은 물리치지 않고 들어주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해서 낭자에게 부탁의 말씀을 드리려 한 것입니다.」


「무슨..?」


「아버님에게 꼭 들려주십시오. 서문대인의 말에 동조는 하되 너무 깊이 관여는 하지 마시라
는 말씀을 꼭 전해 주십시오. 아니 제가 전하는 말이 아니라 낭자의 생각이 그렇다고 말씀을
드려 주십시오.」


「예..? 상관 공자님..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입니까..?」


상관명의 진지한 표정에 서문인걸의 제안이, 그 속에 음모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가 궁금해
하는 황보여경의 물음이었다.


「예.. 낭자, 서문대인의 그 속마음을 알고자 지금 살피는 중입니다. 때문에 낭자의 오라버니
황보공자도 연환서숙을 잠시 떠나 비연선원으로 간 것입니다.」


「오라버니께서도 그일 때문에..? 그렁다면 그 비연선원으로 가면 모든 일이 확연히 밝혀지는
것입니까..?」


「하하하.. 그일을 밝히려 비연선원에서 회동(會同)을 가지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황보공자도
비연선원에서 만나기로 한 것입니다.」


「저도 그곳에 가서 오라버니를 만나 보았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아버님을 곁에서 모셔야
겠기에 이곳을 떠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자꾸만 가슴속으로 밀려드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 초조해 하는 황보여경의 마음이었다.


 * * * * * * * * * *


「여경(如璟)아.. 여경이 어디 있느냐..?」


두사람이 마주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때,
음식을 준비하러 나간 딸이 오랜시간 보이지를 않자 황보승이 안채 내실의 방문을 나서 여경
(如璟)을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낭자.. 아버님께서 찾으십니다. 얼른 가보세요. 제가 한 말을 필히 부친께 말씀드리십시오.
그러나 소생을 만났다는 말씀은 마시고 필히 낭자의 생각이라고 하셔야 합니다. 낭자.. 개봉
으로 돌아오시면 언제든 비연선원을 찾아주십시오. 저를 만날 수 있을 거외다. 그럼 이만..!」


인사의 말을 던진 상관명은 황보세가의 담을 훌쩍 뛰어넘어 순식간에 황보여경의 시야에서 사
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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