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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수정편 제 6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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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4 회 작성일 23-12-30 15: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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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수정편 제 6 부  **    [수정일. 2006 년 3 월.]



제 2 장.  2500년의 전설(傳說) 3.


석궁의 벽에 그려진 인물화(人物畵)속에서 환영(幻影)처럼 스르르 나타나 부복을 하고 자신의
이름을 좌선동(左仙童) 구(龜)라 알리며, 어린 아이 앞에 고개를 숙이며 예(禮)를 올리는 그
그림속의 인물이 어리둥절 바라보고 있는 상관명을 향해 입을 열었다.


「궁주(宮主)님..! 놀라실 것은 없습니다. 홀연히 사라진 전대의 궁주이신 천궁님과 지금 궁주
님의 눈앞에 보이는 저는 진신(眞身)이 아닌 허상(虛像)일 뿐입니다.」


그러나 상관명의 눈에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의 형상(形像)이 도저히 허상(虛像)으로 보이
지를 않았다.


「어떻게 살아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내눈에 보이는 것이오..?」


「예.. 궁주(宮主)님, 궁주님의 눈에 보였다 사라지신 전대 궁주 무극천제(無極天帝) 천공(天
空)님, 그리고 저 또한 이미 이천 오백여년전 목숨이 다한 사람입니다. 지금 궁주님의 눈에 보
이는 이 허상은 원영신(元孀身)인 것입니다. 목숨이 다하기전 수십갑자의 내공으로 진신(眞身)
을 원영(元孀)으로 변환(變幻)시켜 이 천궁에서 새로운 궁주님을 기다려 온 것입니다. 궁주께
서 수련이 끝난 후에는 저도 연기로 화(化)하여 사라질 것입니다.」


「이천 오백여년을 허상(虛像)으로 기다려 왔다..?」


상관명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머리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궁주께서도 역시 이곳 천궁에서 육십갑자를 뛰어넘는 수련(修練)을 하여 원영신(元孀身)의
완성으로 육신의 제약을 벗어나 명실상부(名實相符)한 극(極)의 경지(境地)를 이루어 전대의
궁주 천공(天空)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휴우.. 내가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상관명에게는 구(龜)의 말이 까마득히 먼 이야기처럼 들렸다.


「천공(天空)께서 말씀하시기를 이곳을 찾아 새 궁주가 되실 분은 천강성(天强星)의 정기를 받
고 태어나신 천강성체(天强聖體)의 성신(聖身)이라 하셨습니다. 궁주께서 천궁(天宮)의 진전을
전부 익혀 가시면 육십갑자가 넘는 내공을 득(得)하여 팔만사천모공(八萬四千毛孔)이 모두 타
통(打通)이 되어 원영신(元孀身)이 완성되어 갈 것입니다. 그리고 궁주께서 천궁의 무공을 완
벽히 터득하게 되면, 그 순간 이미 원영(元孀)의 경지(境地)를 뛰어 넘어 궁주님의 성체(聖體)
속에 내재된 모든 공력이 흔적없이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즉 궁주님의 몸속에 잠재된 모든 내
력(內力)이 한줌 남지않고 사라져 무(無)를 이룰 그때가 궁주님께서 스승이신 전 궁주 천공(天
空)님의 진전을 모두 터득한 때가 될 것입니다.」


「좌선동(左仙童)..! 도저히 자신이 없소. 나의 능력을 벗어난 것 같습니다.」


자신의 눈으로 보았던 서문화령(西門華怜)의 무공..!
하늘을 날고 굵은 소나무 가지를 연약한 손가락 하나로 잘라내는 그것 만으로도 상관명의 눈에
는 하늘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좌선동(左仙童) 구(龜)의 말을 듣고 있을수록 이것은 인간
이 터득할 수 있는 무공(武功)으로 느껴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궁주님, 이룰 수 있습니다..! 아니.. 궁주님이 아니면 그 어느 누구도 터득 할 수 없는 천궁
(天宮)의 무공(武功)입니다. 때문에 궁주님을 기다려 수천년의 세월을 보낸 것이지요.」


자신이 아니면 어느 누구도 터득할 수 없는 무공(武功)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형극(荊棘)의 고난이 닥치더라도 이루어 내어야만 하는 자신의 책무(責務)였다.
상관명은 몸을 앞으로 내밀어 구(龜)의 눈을 뚫어져라 주시하며 초조하게 묻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하면 됩니까..?」


좌선동(左仙童) 구(龜)가 잔뜩 긴장한 상관명을 달래듯 부드러운 어조로 설명을 이어갔다.


「무념무아(無念無我), 좌선명상(坐禪冥想)의 수련을 하십시오. 그러면 분명 극(極)의 경지에
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이 궁(宮)은 학문(學門)의 궁입니다. 우선 모든 것을 잊고 이 궁(宮)의
학문(學門)부터 열심히 깨우치십시오.」


「..................?」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는 말만 늘어놓고 있었다. 그런 상관명의 표정을 살핀 좌선동(左仙童)
구(龜)가 빙긋.. 밝은 웃음을 흘렸다.
아직은 어린 아이가 아닌가..? 점차 그 뜻을 깨닫게 되리라. 긴 세월의 수련을 생각하며 웃는
웃음이었다.


「궁주님..! 전대궁주님께서 왜 이곳 학문(學門)의 궁부터 먼저 만드셨는지 아시겠습니까..?」


전설(傳說)의 천궁(天宮)이 상관명에게 던지는 또 하나의 숙제였다.


「병기중의 으뜸은 검(劍)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옥함속에 있던 천궁의 신물(信物)은 으뜸인
검이 아니라 옥선(玉扇:옥부채)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겠습니까..?」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 긴장을 하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좌선동(左仙童)의 구(龜)
말을 듣고 있었다.


「천공(天空)께서는 이천오백년전 드디어 천하를 펑화롭게 할 영웅을 만났던 것입니다. 아니,
영웅이리라 여겼던 것이었지요. 그에게 모든 것을 전수해 천하의 태평을 이루려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영웅은 자신에게 감당할 수 없는 큰 힘이 생기자 어느듯 심성이 변하기 시작 했습
니다. 그 검(劍)의 힘으로 수백만 백성의 고혈(膏血)를 짜서 화려한 궁전을 짓고 궁전 앞에
호수를 판후 그곳을 술로 가득 채워 삼천궁녀와 주지육림(酒池肉林)의 환락에 빠져들고 말았습
니다. 그 검(劍)앞에서 벌벌 떨며 목숨을 애걸하는 권력의 맛에 심취해 버린 것이었지요. 보다
못한 천공(天空)께서는 그 영웅의 무공을 손수 폐(廢)하고 다시는 검을 손에 쥐지 못하도록 한
후 일진광풍을 불러 그 화려하던 궁전(宮展)을 휩쓸어 호수의 지하로 숨겨 버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영웅은 결국 천하제일의 간자(間者)인 요녀독부(妖女毒婦) 매희(妹喜)의 요기에 빠
져 결국 처절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후 천공(天空)께서는 긴긴 세월 또다
시 억조창생을 구할 인재를 기다려 왔던 것입니다. 허나 이번에는 영웅의 기개 뿐만이 아니라
군자(君子)의 심성(心性)까지도 살펴, 겨우 찾아 내신 분이 궁주님이신 것입니다. 때문에 궁주
님의 손에 다시는 살생의 도구를 쥐게 해서는 않된다고 생각하시어 이 천하를 요순(堯舜)의 바
람으로 뒤덮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옥선(玉扇)을 남기신 것입니다.」


깊이 가슴속에 새겨두라는 듯 새로운 어린 궁주(宮主)에게 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 * * * * * * * * *


이곳 서궁(書宮)에서 상관명이 익혀야 할 학문(學問)들..!
유불도학(儒佛道學), 천문지리(天文地理), 육도삼략(六韜三略), 무경칠서(武經七書), 기문절진
(機門絶陳)등..!
 
좌선동(左仙童) 구(龜)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모든 학문이 자신의 것이 될 때까지 얼마나 긴 시
간을 보내야 하는가..! 상관명의 마음속에는 답답한 한숨이 가득했다.   
   
「휴우, 언제 이걸 다 익히지..!」


비록 서문가(西門家)에서 사서오경(四書五經)을 모두 익혔다고는 하나 학문은 단지 경전(經典)
의 자구(字句) 하나하나를 해석하는 것에만 천착(穿鑿:학문을 깊이 연구함)하는 것이 아니고
성현(聖賢)의 정신을 올바로 깨우쳐 스스로 실천을 할 심안(心眼)을 깨우쳐야 하는 공부이니
어느 세월에 모두를 터득할 수 있어 다음의 별궁을 찾아 무공(武功)을 공부할 수 있을까..!
상관명의 마음은 그저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어린 상관명의 마음은 학문보다 먼저 무공을 익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고 싶은 생각만이 가득
했던 것이었다. 


「궁주(宮主)님, 초조해하지 마시고 한걸음씩 천천히 익혀가도록 하십시오. 깨닫는 것은 궁주
님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그럼 저는 제자리로 돌아가 궁주님을 지킬 것입니다..!」


상관명의 마음을 훤히 읽고 있는 좌선동(左仙童) 구(龜)는 다시 한번 수련증진을 당부한 후
고개숙여 예(禮)를 올리고는 스스르 연기로 화(化)하여 벽속의 그림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 * * * * * * * * *


책장을 넘기듯 글 하나 하나를 되새기며 지나간 하루 하루가 어느듯 삼년의 세월..!
이른 아침이면 좌선동(左仙童) 구(龜)의 환영(幻影)이 그림속에서 나타나 서로 마주해 자구(字
句)를 읽고 깨우치며 저녁이면 또다시 인물화속으로 사라지기를 수없이 되풀이 해 이제는 그림
자 처럼 나타나는 좌선동(左仙童) 구(龜)의 모습 조차도 지겨워 지는 어느날, 좌선동(左仙童)
구(龜)가 상관명 앞에 부복을 하며 말했다.


「궁주님..! 이제 서궁(書宮)의 공부는 모두 끝났습니다. 삼년을 하루같이 열심히 하여 학문을
완벽히 깨우친 것을 감축 드립니다. 이제 별궁의 문이 열리면 저는 저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는
나타나지를 못합니다. 별궁(別宮), 무도(武道)의 장에 들어서면 모든 것을 궁주님 혼자만의 능
력으로 터득 하셔야만 합니다. 이제 저는 여기서 궁주님께 하직을 고(告) 합니다. 용맹 증진하
여 큰 성취를 이루십시오..!」


좌선동(左仙童) 구(龜)가 자신의 인물화 속으로 자취를 감추자 갑자기 그 인물화가 그려진 벽
이 크르르르릉.. 소리를 내며 양옆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눈앞에 드러나는 또하나의 석궁(石宮).. 인물화의 그림이 별궁으로 통하는 문이었던 것이다.


「헛..! 이곳이 별궁(別宮)인가..?」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상관명의 눈에,


[ 무궁(武宮): 무도(武道)의 장(場) ]


이라 쓰여진 글이 또렷이 눈속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아래 조그맣게 쓰여져 있는 글..!


[ 나의 제자가 무궁(武宮)에 입궁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학문의 완성을 이룬 것이리라.
이 스승은 제자의 성취에 진심으로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무궁(武宮)에서 제자가 터득해야 할
무(武)의 근원(根源)은 기(氣)도 예(藝)도 술(術)도 아닌 도(道)의 깨우침이니라..! ]


「오오.. 스승님의 가르침이구나..!」


연기로 화(化)하여 사라진 무극천제(無極天帝) 천공(天空) 스승님의 글을 발견하고 그 반가움
이 앞서 벽에 쓰여진 글씨를 읽어가는 순간, 열렸던 석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혀 버렸다.
이순간부터 아무도 곁에 없는, 자신만의 고독한 수련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았다.


「이곳에도 구(龜)가 나타나 주면 좋으련만..! 그러나 나 혼자 스스로 이겨 나가라고 했다.
이곳 석실(石室)속에 남아 있는 것은 나와 저 그릇에 담겨져 있는 선과(仙果)와 성수(聖水)
그리고 무공구결(武功句訣) 뿐이다. 이 모든 것을 나 혼자 이루어야 한다.」


입술을 지긋이 깨물며 사방의 벽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 사방의 벽에는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람의 형상(形像)을 그린 수많은 도형(圖形)
과 그 아래에는 깨알 같은 글씨가 가득 적혀져 있었다.


상관명은 별궁(別宮) 입구의 벽면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단아한 글씨가 눈에 뜨인다.
 
[ 무극천공(無極天功)의 절정(絶頂) 내공심법(內功心法) 무극무흔결(無極無痕訣)..!



  무극파천장(無極破天掌).
  무영능공비(無影陵空飛)의 경공(輕功).
  신공절예(神功絶藝) 무극연환무(無極捐幻舞).


  무의무념(無意無念) 무아무여(無我無汝) 무영무흔(無影無痕) 효오무극(曉悟無極)의 구결을 
  마음깊이 터득하면 천공(天功)을 이루리라.
 


  무릇 무(武)를 이룬다는 것은 마음의 평정(平靜)부터 다듬어 가야하는 것이다. 나의 욕심을
  버리고 나의 마음을 버리고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무(武)의
  길을 찾아 들수가 있을 것이다.
 
  급히 한발을 내딛어 홍락(紅落)의 경지를 이루려하지 말 것이며 조급한 마음으로 원영(元孀)
  을 완성시키려 하지 말아라.
  마음이 앞서 진기(眞氣)가 따르지 못하면 그 즉시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들 것이니라.


  나를 비워 무극(無極)을 이루고 스스로 망아지경(忘我之境)에 들어설 그때 비로소 무극천공
  (無極天功)의 내공구결(內功句訣)인 무극무흔결(無極無痕訣)을 익혀 등선(登仙)의 경지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은 제자에게 마음의 수련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스승의 지극한 당부의 글
을 접한 상관명은 다시한번 심화(心火)를 다스리며 스승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 * * * * * * * * *


「그래, 지금부터 시작하자. 스스로 나를 이기고, 스스로 나를 다스려 기필코 지극(至極)을 이
루어 스승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도 하늘을 나는 것을 부러워 하던 무공(武功)..!
드디어 그 무공수련(武功修鍊)의 첫발을 내딛는 상관명의 굳은 각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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