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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일/번/MC] 흑과 백. (11) (12)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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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03 회 작성일 23-12-30 14: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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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장. 강림.



공가마저 눅눅하게 느껴질 정도로 습한 감촉이 피부를 햝는 심야의 정원에서 한 남자가 홀로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커다란 저택의 주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남루한 차림을 하고 있는 그 남자.
에이이치는 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구름 속에서 빛을 잃은 달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밤, 구름이 가뜩 끼었다고해도 이토록 어두운 밤이 근래에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이것이 진정한 어둠이라고 하는 것일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자신이 지금 저택의 정원에 나와 있는 것은 맞는지? 두 발은 그대로 땅에 닿아 있는지?
에이이치는 자기 자신조차 그것들을 알지 못한채, 다만 때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 뎅, 뎅, 뎅.....

저택의 안에서 12번의 종의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한 바로 그 때,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이 에이이치의 주위를... 아니, 에이이치가 서 있는 정원을 휩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매서운 바람이 어느정도 잠잠해졌을 무렵, 어둠속에서 서서히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칠흑과 같은 검은색 바바리 코트와 그 아래로 들어나 보이는 검은색 바지와 구두, 그리고 모든 어둠을 담은 듯한 흑발...
몸 전체를 검은색으로 통일한 듯한 복장에 비해, 그의 피부는 창백할 정도로 하얀 빛깔을 가지고 있었다.

「... 그대가 "계약"을 한 인간인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얼어붙게 할것 같은 그의 눈빛...
그러나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그의 눈에 녹아 있었다.

「준비는 끝난 상태입니다. 오늘 밤은 마음껏 즐기시길...」

에이이치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간이 아닌 존재에 대해 예의를 표하며 말했다.
하지만 남자는 에이이치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눌 생각은 없는지,
에이이치의 쪽으로는 눈길한번 주지 않고 눈앞에 있는 저택의 정문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목제의 중후한 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밀어 열자,
현관의 안에서는 가지런하게 서서 그 남자를 기다리던 아카네와 마리가 세 손가락을 붙인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 밤, 이 저택의 안내를 하겠습니다. 아카네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저는 마리라고 합니다. 오늘 밤 편히 즐기실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바쳐 봉사하겠습니다. 부디 마음껏 즐겨 주세요.」

단지 개목걸이와 손발에 족쇄만을 차고 있는 전라의 모습...
마리와 아카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자신들의 나체를 평가하듯이 바라보고 있는 남자에게 가볍게 허리를 숙이면서,
자신들의 등뒤에 새로 만든, 또 하나의 문을 천천히 열었다.

「....?!」

마리와 아카네에 의해서 열려진 문 안쪽으로 드러나는 로비.
그 안의 곳곳을 장식한 모습들을 보며, 남자의 눈이 일순간 크게 열렸다.

벽면을 장식하듯, 벽의 안쪽으로 부터 내밀어진 새하얀 엉덩이들은 위로 향한 모습으로, 두 구멍에 커다란 초를 꼽고 있었다.
수십마리에 달하는 여성들이 벽 속에 갖혀, 그 엉덩이를 촛대로써 내밀고 있는 것이었다.
남자는 그것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면서 몇명의 암컷이 모여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았다.
그는 유방으로 만든 쿠션에 걸터 앉으며, 등받이 역할을 하고 있는 암컷의 풍부한 가슴에 머리를 맡기고,
양 옆에서 쑥 내밀고 있는 엉덩이 팔걸이에 팔을 얹으며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실내 장식 중에서도 특히 남자의 흥미를 당긴 것은 천정에 매달려 흔들리는 2개의 샹들리에였다.
8마리의 암컷들이 서로 엉덩이를 한데 모으고 있는 듯한 자세로 매달린 그 샹들리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러개의 초개 늘어서서 빛을 내고 있는가 하면,
전기로 빛을 내도록 되어 있는 샹들리에는 여러 암컷들의 엉덩이 한가운데에 동그란 모양의 큰 전구가 연결되고 있었으며,
그 전구의 무게는 암컷들의 괄약근으로 지탱되고 있었다.
암컷들의 음렬에서 흘러나온 질퍽질퍽한 국물이 어널에 연결된 쇠사슬을 타고 흘러가면,
가운데의 큰 전구에는 많은 양의 국물이 모였고, 그렇게 모인 국물들은 바닥으로 떨어져 반짝반짝 빛을 반사시키면서 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다.

「핫핫핫핫~!!!!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들었다, 인간이여... 이런 멋진 곳이라면 내 부활 의식을 하기에 적당하다. 마음껏 즐기도록 하겠다.」

남자는 눈동자에 야수의 빛을 띄우면서, 저택의 곳곳에 장식되어 있는 암컷들을 차례차례로 범해 가기 시작했다.
수많은 암컷들에게 파묻혀서, 그 암컷들을 조종하며... 여러가지 장소에서, 여러가지 체위로....
남자의 중심에서 우뚝 서 있는 거대한 그것은, 항상, 걷고 있을 때 조차도, 누군가의 입이나, 구멍들에 찔러넣고 있었다.
세계 최고급의 미모와 그에 맞먹는 성 기술을 보유한 수십마리의 암컷들을 상대로 하면서도
끝없이 터져나오는 남자의 성욕은 그녀들에게 쾌감이라고는 부를 수 없는 정도의 강렬한 임팩트를 계속 주면서 그녀들의 인격이나 사고를 무너뜨려갔다.
정액을 한번 분출할때마다 남자의 성욕과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위화감은 줄어들기는 커녕 더욱 강해져갔고,
오싹한 웃음소리를 터뜨리며 여자들을 범해가는 그 남자의 표정에서는, 인간 세상의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광기가 끝없이 넘쳐 나오고 있었다.

바깥의 빛도, 소리도 들어오지 않는 저택의 안에서 계속되는 음미한 광연은 끝없이... 끝없이... 계속 되었다.


☆★☆★☆★☆★☆★☆★☆★☆★☆★☆★☆★☆★☆★☆★☆★☆★☆★☆★☆★☆★☆★☆★


저택 밖의 어둠 속, 정원의 한쪽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에이이치는
12월의 차가운 공기를 잔뜩 들이마시며 혼잣말을 하듯 말을 꺼냈다.

「이봐, 적당히 하고 나오는게 어때?」
「.... 크크크크큭... 내가 여기 있는지 알고 있었나?」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어둠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노인...
하지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 어둠속에서는 노인의 검은색 사제복이나, 후드속에서 살쩍 드러나 보이는 음침한 눈빛도 볼 수 없었다.

「크크큭... 잘 했다. "그 분"께서도 만족하시는 듯 하군... 잘하면 너, 그분께서 거사(巨事)를 성공하시고난 후에, 높은 관직을 얻을수도 있겠어..」
「흥! 그딴 거 관심없어...... 자아~ 영감, 이제 가르쳐 줘도 좋지않을까? 도대체 "그 분"이라고 하는, 저 안에 있는 그 녀석은 뭐하는 놈이야? 여기서 뭘 하겠다는 거야?」

노인은 잠깐동안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천천히 말을 꺼냈다.

「너, 음마(淫魔)라고... 들어는 봤느냐?」
「촉수를 가진 벌레같은 녀석인가...? 여자를 범하는 괴물...?」
「뭐, 네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생김새는 좀 다르지만... 아무리 음마라고 할지라도, 본 모습은 그게 아니다. 다만, 여자를 범하는데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것 뿐.... 크크큭.... 생김새야 어찌되었건 간에, "그 분"은 그 음마들의 지배자이시다. 창조주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
「.... 한마디로 말해, 악마군.」
「아니, 따지고 보면 그 반대지... "그 분"께서는 "신의 사자"셨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노인은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피우던 담배를 마지막으로 한모금 빨고, 바닥에 버리는 에이이치... 그는 한쪽 발로 담배불을 비벼끄며, 다시 노인에게 물었다.

「타 천사....라는 녀석인가?」
「뭐, 인간들이 하는 말로 하면, 그런 셈이지.」

노인은 기억을 더듬는 것처럼 눈감으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생각해보면,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지... 크크큭... 오래전 일이 아니라고는 해도, 인간의 수명에 비하면 아주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말이야... "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인간도 "신"에 의해서 창조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너무도 사악해서, 결국 "신"은 인간들을 포기해버렸다. 더이상 인간 세상을 돌아보거나, 인간들의 기도를 듣거나, 그들의 소원들을 들어주거나 하는 일들을 하지않기 시작한 거야.... 그러자 "그 분"께서는 "신"이 포기한 인간 세상을 지배하기로 작정하셨다. 그 당시 "신"으로부터 "성(性)"을 주관하는 임무를 맡고 계셨던 "그 분"께서는, 다른 천사들을 모아 인간 세상에 내려오셨다... 하지만....」
「실패했군?」
「크크큭.... 뭐, 그렇지... 그때까지 인간들에 대해 무관심하던 "신"은 생각을 고쳐먹고, "그 분"과 그 분을 따르던 천사들, 그리고 나 같은 천사의 하수인들을 치기 시작했다... 결국 전쟁이 일어나고, 그 결과는....... 크크크크크큭... 그 때 대부분의 천사가 소멸되거나, 심하게 다쳤고, 또는 지옥이라고 하는 곳에 영원히 유배되었지. "그 분"께서도 큰 부상을 입으셨고... 그 부상 탓에 "힘"조차 제대로 사용하실수 없게되어... 간신히 어느정도 힘을 회복하신 것이 2년쯤 전이다.」
「네 놈이 나에게 나타나기 몇달 전이군.」

에이이치는 시궁창 냄새가 지독하게 풍기는 골목에서 노인을 처음 만났던 그때를 떠올리며,
작은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했다.

「크크큭... 그렇지. 나는 쭉 "그 분"을 옆에서 모셨다... 하지만 "그 분"께서 어느정도 힘을 회복하시자, "그 분"께서는 나에게 "본격적인 준비"를 지시하셨다. "그 분"께서는 "신"과 다시 싸우기엔 머릿수가 턱없이 부족하시다는 것을 아시고, 천상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세력을 모으고자 하신다.... 하지만 천상으로 돌아가기엔 아직 "그 분"의 힘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햇빛을 받는 것만으로도 화상을 입으실 정도로... 아직 약하시지...」
「그래서.... "약속된 날"은 반드시 오늘이어야 했던거군. 내 저택에 찾아올려면 달빛도 비춰지지 않는 어두운 밤이어야 했을테니...」
「그렇지.」
「그럼... 그 "본격적인 준비"라는 건 뭐냐?」
「....」

에이이치는 다시 물었으나, 노인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동안의 침묵이 흐른 후,
노인은 그동안 에이이치에게 들려주었던 웃음소리보다 몇배는 더 음흉한 목소리로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크크크큭..... "그 분"은 "성(性)"을 주관하시던 천사셨다. 즉, 성적인 에너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분"께 힘이 되는 것이지... 그것이 바로 네가 많은 암컷들을 거느리며, 수없이 많은 섹스와 정상수위를 넘어선 성적 조교를 해야했던 이유지... 너를 처음봤을 때, 네 안에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증오와 분노, 그리고 여자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 있었다... 아무리 "그 분"이라 할지라도 모든 인간들의 성적 에너지가 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너와 같이 깊은 어둠과 여자에 대한 갈망이 있는 자만이 그분의 힘을 복돋아 드릴수 있지... 말하자면, 선택받은 자라고나 할까? 크크큭...」
「....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힘"을 줘서, 더 깊은 타락 속에서 더 많은 섹스를 하게 했던 거군... 뭐, 좋아. 그럼 오늘은? 지금 "그 녀석"은 내 집안에서 뭘하고 있는거지? 아니, 뭘하고 있는지는 대충 예상이 되지만... 저 안에서 하는 짓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거지?」
「언제까지고 성적 에너지가 모이기만을 기다릴수는 없는거다. "그 분"께서 힘을 회복하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인간의 정기를 흡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선 수많은 인간이 필요하고, 정기를 흡수한다고해도 섹스를 통한 방법이어야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았다...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그 분"께서는 햇빛에 닿기만해도 화상을 입으실 정도로 약한 상태셨기 때문이지...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오늘같이 달빛도 비춰지지 않는 날, 하룻밤안에 수많은 여자를 범하는 것일 수밖에... 그것도 최고급 여자들을 말이야...」
「.... 정기?! 지금 그 말은... 지금 저 안에서 "그 녀석"은 내 여자들의 정기를 빼앗는 중이라는 거냐?」

에이이치는 흠칫하는 투로 노인에게 물었다.
그동안 노인은 자신에게 "여자를 하룻밤동안 빌려달라"는 이야기만을 해왔던 터라,
오늘밤 "그"를 접대하는 것도 크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에이이치였다.
하지만 이제와서 털어놓는 노인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단지 하룻밤동안 노예들을 "빌려주고" 그를 "접대"하는 것이 아니라, 노예들의 정기를 그에게 빼앗긴다니...

「내 여자? 크크크....크크크큭.... 크케케케케~~~~!!!!!! 내 여자? 내여자라고? 멍청한 놈... 인간 주제에 감히 그 분 앞에서 "네 소유"를 따지겠다는 거냐? 크크큭.... 잘 들어둬라. 저 안에 있는 건, 모두 "그 분"의 것이다... 넌 그분을 위해서, 잠시 여자들을 모으고 있었을 뿐이란 말이다~~!!!!」
「.... 조, 좋아.. 그럼... 저 안에 여자들은 어떻게 되는거냐? 정기를 빼앗기면 어떻게 되지? 그녀들과 다시 만날수는 있는거냐?」
「크크큭.... 뭐, 그녀들이 어떻게 될지는 네가 직접 확인하는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이제 곧 날이 새겠군. 나도 이제 가야겠다... 크크큭... 너의 "힘"은 이미 충분히 각성되었다. 사실... 나도 네가 이 정도까지 각성하리라곤 생각 못했지. 하지만 어찌되었든지 간에, 이제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그 분"이 가지신 어둠의 힘을 계승한 자가 되었다.... 어때...? "그 분"께서 집안에 들어가신 후로 네 안에서도 힘이 넘치는 것 같지 않나?」

에이이치는 노인의 말을 듣고나서야, 조금 전부터 느끼고 있던 고양감의 원인을 깨달을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에이이치에게 "힘"이 넘친다는 것은 별로 중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 그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집안에 있을 노예들의 안전에 관한 문제였기에,
힘이 더욱 강해지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크크큭... 또 다시 너의 힘이 필요해지는 때가 있을지도 모르지... 그 때까지 너 스스로를 소중히 여겨라. 그래야 "그 분"께 힘이 되어 드릴수 있을테니...」

그런 말을 흘리며, 노인은 또 다시 어둠 속으로 녹아들듯 사라져갔다.

「이, 이봐! 잠깐 기다려!!! 아직 듣고 싶은 게 남았단 말이다...!!!!!!」

에이이치는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했으나, 그 말도 깊은 어둠에 빨아들여지듯 사라질 뿐이었다.
그렇게 에이이치는 어둠 속에 홀로 남았다.


☆★☆★☆★☆★☆★☆★☆★☆★☆★☆★☆★☆★☆★☆★☆★☆★☆★☆★☆★☆★☆★☆★


오랜 어둠이 지나가고... 이른 아침이 되어 하늘이 조금씩 푸르스름한 빛을 되찾아갈 무렵까지...
에이이치는 자신의 저택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하지만 그가 저택에 다가가 현관 문이나 창문에 손을 댈때마다,
강한 전류가 에이이치의 몸에 흐른 탓에 그는 한 발자국도 안으로 들어갈수 없었다.

에이이치는 전류가 흐르는 장치따윈 설치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에이이치는 "그 분"이라는 자가 자신을 막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더욱 더 필사적으로 저택 안에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심장이 멈출듯한 전기 충격 속에서 그가 할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욕을 하며, 자신의 무력함을 저주하는 것 뿐...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이윽고 멀리 보이는 산 너머에서 따뜻한 햇살이 그의 저택을 비추는 것을 확인한 에이이치는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천천히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젯 밤, 마리와 아카네가 대기하던 작은 홀을 지나 하나의 문을 더 열었을 때,
에이이치는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휘황찬란하게 장식되어 있던 여자들이 여기 저기에 널부러져 있는 광경...
피와 정액등이 잔뜩 묻어있는 그녀들의 음렬은 심하게 망가져 있었으며, 반쯤 열려진 눈동자에 생기라곤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천정에서 등불을 밝히던 인간 샹들리에 역시 빛을 잃은 눈동자로 피와 정액을 흘리면서, 조용하게 매달려 있었고,
식탁의 유리를 비롯한 많은 가구들은 깨지거나 부숴져 있었으며, 거실의 바닥에 깔린 고급 카펫에는 검붉은 얼룩이 번져있다.
마치 한바탕 전쟁이 휩쓸고 간듯 처참하게 부숴져 있는 여자들과 집안을 둘러보면서,
에이이치는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수는 없었지만, 모든 여자들이 죽어버린 듯한 이 상황이 왠지 오싹하게 느껴졌다.

「히로미.... 하루코... 케이트...... 향란..... 리에.... 제인.... 아야카.....」

에이이치는 지금 엄청난 혼란속에 빠져 있었다.
마치 자신이 보고 있는 이 광경을 아직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쓰러진 여자들 사이를 비틀거리며 걸어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님 ....... 주.............. 주인..........님........」
「누, 누구냐? 어디야?」

한참동안이나 넓은 저택의 곳곳을 돌아다니던 에이이치는
그 중에서 희미한, 정말로 희미한 목소리를 듣고는 다급하게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여자들의 시체가 쌓여있는 듯한 넓은 방의 한쪽 구석에서, 창백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유코가 애타게 자신의 주인을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유, 유코!!! 유코, 유코, 유코~!!!!!! 괘, 괜찮니? 나 여기있어. 날 봐, 유코!!!」

많은 노예들 중 제일 젊고, 건강이 했던 그녀였기 때문에 아직 생기가 남아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제일 미숙했기 때문에 "그"로부터 버려져, 덕분에 목숨을 유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에이이치에게 그런 이유들이야 아무래도 좋았다.
에이이치가 쓰러진 유코를 안아 살며시 일으키며 그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만들어, 떨리는 입술을 힙겹게 움직이며 말했다.

「주, 주인.... 님... 저... 저는..... 주인님께..... 도.... 도움이.... 됐....나....요.......? 저.... 열심.... 히..... 노력......... 했........」

에이이치는 그렇게 말하는 유코를 끌어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그래, 그래... 도움이 되었어.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 너는.... 나를 위해.....」
「유.... 유코는......... 행........ 복........ 주인님께.........도움.......이........ 되어...... 드릴수 있........ 이렇...... 게....... 주...... 인님....... 품에서.......」

힘겹게 열린 유코의 두눈에서 한줄기의 눈물이 흐르며, 그녀는 끝내 말을 다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에이이치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린 그녀를 더욱 꼭 끌어안으며, 진심으로 그녀를 안타까워했다.
잠시동안 유코를 안고 있다가 천천히 그녀를 내려놓는 에이이치의 두 주먹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 자식.... 나의 여자들을 모두..... 응...?! 그, 그럼 설마... 아카네와 마리도....!!!!!!!?????)

「아, 아카네!!! 마리!!!!」

에이이치는 창백한 얼굴로 그녀들의 이름을 부르며, 저택의 곳곳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아카네와 마리는 그가 누구보다 아끼던 노예였던 탓일까?
필사적으로 저택 안을 찾아 다니던 에이이치의 눈에 띈 것은
커다란 방의 옥좌가 놓여있는 곳 옆에 다른 노예들과 마찬가지로 눈동자에 빛을 잃은 채, 누구보다도 끔찍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이었다.

「마리!!! 아카네!!! 나야!!!! 내가 왔어... 정신차려!!! 제발 정신차려....!!!! 안돼, 안돼... 마리...!!!!!」

에이이치는 그녀들을 안아 일으키며 다급한 목소리로 부르기 시작했으나, 이미 싸늘하게 식어있는 그녀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언제나 날카로운 안목과 뛰어난 두뇌로 에이이치의 많은 일을 돕던 아카네...
밝은 모습으로 언제나 에이이치를 챙기던 마리....
그 무렵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수 없고.... 부숴져 버려진 인형과 같이 공중을 응시한 채로 움직이지 않는 두 사람...

천천히 마리를 끌어안으며,
두눈을 꼭 감은 에이이치의 눈 안에서 아름답다기단 귀여움에 더 가까운 그녀의 어린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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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살 정도 밖에 안되어 보이는,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작은 소녀...

「에이 쨩! 역시 와 줬구나... 나, 기뻐..」
「당연하지! 약속했잖아... 마리 쨩은 언제라도 내가 지켜 준다고...」
「응, 응, 맞아... 고마워! 쭉 함께 있자, 에이 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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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를 끌어안은 에이이치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지켜주겠다고 했었는데.... 헤어지지 말자고 했었는데.....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녀를 꼭 껴안은 채로 절규하는 에이이치...
그의 절규속에는 노인과 "그 남자"에 대한 증오와 함께, 자기 자신에 대한 참을수 없는 분노가 함께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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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의 말>

ㅡㅡ;;;;

네이버3... 스너프물은 금지인거 맞죠...?
번역기를 돌린 원작을 보면서... 마치 스너프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은터라...
나름대로 순화시켜 봤습니다...

잔인성을 줄이면서, 원작의 느낌은 그대로 담는다...... 어렵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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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장 - 최종장 - 흑과 백.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난 것일까...? 아니, 시간이 흐르긴 하는 것일까...?
에이이치는 시간이 정지된 듯한 저택의 안에서 싸늘하게 식어버린 아카네와 마리를 꼭 끌어안은 채, 조용히 쓰러져 있었다.

(이대로.... 그냥 이대로 죽자.... 이 녀석들과 함께.... 미안해, 마리... 미안해, 아카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이것 밖에 없어...)

자고 있는지, 아니면 깨어 있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로...
생각하는 일 마저 그만둔 에이이치는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빠........ 오빠.........」

(.... 아, 메구미...? 미안하다. 완전히 잊고 있었어... 하지만.... 나는 이제 니가 있는 곳에는 갈 수 없어. 이 녀석들과 쭉 함께 있기로 했어...)

자신의 뺨을 상냥하게 어루만지는 메구미의 손의 감촉을 떠올리면서
에이이치의 의식은 깊은 어둠속을 헤메고 있었다.

(아... 너의 손은 이렇게나 따뜻했구나... 하지만.... 나같은 놈에게.... 이런 따뜻한 죽음따윈 어울리지 않는데...)

「오빠, 오빠... 제발 정신차려...」

하지만 왜 일까...?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에이이치는 의식은 조금씩 돌아오는 듯 하더니,
이윽고 너무도 현실적으로 들려오는 그 소리에 에이이치는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떴다.
오랫동안 감고 있었던 탓에 눈 앞에 있는 형상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에이이치는 조금씩 눈을 깜빡거리며 눈 앞에 잇는 어떤 사람을 알아보려 애썼다.

「흐흑... 오, 오빠.....」
「....!!!!! 메, 메구미!!! 메구미, 너냐? 정말로...? 니, 니가 어떻게 여기에...?!」

정신을 차린 에이이치의 눈 앞에는
비뚤삐뚤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평소의 상냥한 빛을 머금고 있는 메구미의 미소가 있었다.


☆★☆★☆★☆★☆★☆★☆★☆★☆★☆★☆★☆★☆★☆★☆★☆★☆★☆★☆★☆★☆★☆★


에이이치가 정신을 차린 것은 종일의 시간이 꼬박 지나고,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는 초저녁 무렵이었다.
메구미는 에이이치가 정신이 들자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 역시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일어섰다.

「나... 너무 늦었구나... 다 끝나버렸어...」

메구미는 주변의 참혹한 광경을 둘러보면서, 슬픈듯한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메구미! 니가 어떻게 여기에...? 왜... 너는 나를....?」

에이이치가 아카네와 마리의 품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그렇게 묻자,
메구미는 그에게 등을 돌린 상태로 고개를 푹 숙인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빠... 나, 오빠를 돕고 싶었어...」
「그, 그러니까... 니가 어떻게 여기에 올수 있었느냐고? 여기를 알려준적도 없는데... 게다가 나를 돕고 싶었다니... 무슨 소리야?」
「나, 오빠랑 똑같애... 나도 "힘"을 가진 사람이야...」
「.... 뭐?」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해하며 되묻는 에이이치에게,
메구미는 슬픈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일주일 정도 전이었어... 오빠랑 연락도 안되고, 만날 수도 없게 돼서, 너무 오빠가 그립고 보고 싶었어. 그래서 오빠와 처음 만났던 공원에 가 봤어... 집에 들어가는 것도 잊고, 밤새도록 그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쭉 오빠를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잠시 후에 해가 뜰 무렵에, 햇빛이 너무 눈부시게 비춰지기 시작하는거야. 그래서 눈을 가늘게 뜨고 항구쪽으로 눈으로 돌렸더니, 어느새 그 햇빛이 여자의 형태로 변해서 나한테 말을 걸기 시작하더라구... 나... 처음엔 그냥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은 오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에... 꿈이라도 좋으니, 오빠에 대한 소식을 듣고 싶었어... 그래서 가만히 들어보니, "그 사람"은 계속... "사람들을 구하세요" 라든가... "아마노 에이이치를 멈추세요" 라고 말하는거야... 왠지는 모르겠는데, "그 사람"이 손을 뻗어서 내 이마를 만지니까, 오빠의 모습도 보이고............................ 오빠, 여자한테 심한 일하더라...?」

메구미가 그렇게 말하며 물기를 띤 눈동자로 에이이치를 돌아보자,
그는 견딜 수 없는 기분으로 무심코 메구미의 시선을 피해버렸다.

「.... 나... 그런 것 믿을 수 없었어.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어... 그렇지만... 가끔 느껴지는 오빠의 차가운 모습이 생각나서... 더 이상 견딜수 없어서... 그냥 도망치듯이 집까지 달렸어....」
「.... 그래서?」
「그 후로도 몇번이나 "그 사람"은 아침 빛속에서 나타나서, 계속 나한테 말했어... "아마노 에이이치를 멈추세요" "사람들을 구하세요" "당신만이 그를 멈출수 있어요" 하는 말들.... 그렇지만 나... 무서웠어... 만약에... "그 사람"이 보여준게 진짜라면... 오빠가 그런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게 무섭고... 오빠가 하는 일을 막으려한다면... 오빠가 날 미워할 것 같아서... 그게 너무 무서워서... 난 항상 도망치듯이 "그 사람"을 피했어.... 그런데 어제 아침에... "오늘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를 구하고 싶다면 가세요"라고 말해서.... 한참이나...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나... 너무 무서웠지만... 겨우 여기에 왔어... 그런데... 이렇게 심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니... 내가.... 좀 더 빨리 왔더라면.....」
「... 흐흐흐... 그래. 타 천사도 있는데, 천사쯤이야 당연히 있겠지... 그럼 "힘"이란 건 무슨 소리야? 무슨 "힘"...?」
「.... "그 사람"이 말했어... 나는 오빠를 멈추기 위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선택된 사람이라고.... 그러기 위해서 이미 오래 전부터... 나의 눈에 "그 사람"의 힘을 조금 나눠주고 있었다고....」
「.... 후훗... 후후후... 흐흐흐흐.... 흐하하하하하하하......!!!!!!!!!!!!!!!」

메구미의 말을 들은 에이이치는 잠시 키득거리며 웃는 듯하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리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런 에이이치를 보고 있는 메구미로써는 조금 섬뜩한 기분이 들긴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에이이치로부터 도망치거나 할 생각 따윈 전혀 없었다.

「하하하.... 크크크큭.... 그래, 그래. 알았어. 그렇다면..... 내가 너를 만났던 것도... 내가 너에게 느꼈던 감정도... 네가 내게 했던 말들, 행동, 그 모든 것도... 전부 "그 천사 놈"의 손바닥에서 놀아나고 있었던거군? 전부.... 전부 거짓이었어...?! 응?!」

험악한 인상을 쓰고 윽박을 지르는 듯한 에이이치에 대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은 메구미였으나, 오히려 더욱 강한 어투로 대답했다.

「몰라...!!!! .... 오빠를 보면서 느낀... 내 마음들... 그건 모두 다, 오빠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이었다고.... 오빠를 좋아하는 마음은... 나의 진심에서 나왔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하지만.... 이젠... 모르겠어....」
「흥! 그렇군! 사실은 전부 거짓이었어.... 지난 번에 호텔에 갔던 것도... 그 때의 니 눈물도... 모두 그 녀석의 책략이었구나? 응? 그랬었어... 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 재밌군. 정말 재미있어... 난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타 천사니, 천사니 하는 놈들의 손바닥 위에서 춤이나 추고 있었던거군... 하하하하~~~!!!!!! 재밌다...!!! 재미있어...!!! 하하하~~!!! 빌어먹을~~~!!!!!!」

에이이치는 지금 자신이 누구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는지도 스스로 알지 못했지만,
이미 감정을 숨기는 것 따윈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메구미는 그런 에이이치를 보며, 도리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오, 오빠.... 미안해, 오빠...」
「하하하.... 크크크큭.... 아냐, 아냐... 됐어... 결국 너도 꼭두각시였잖아? 안 그래? 크크큭.... 그래, 그건 그렇고... 너의 어떤 힘으로 나를 제지할수 있다는 거야?」
「그것도 난 잘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모든 사람들이.... 무서운 사람들이라도.... 내가 보기 시작하면, 갑자기 상냥해지곤했어... 지금까지 별로 신경쓰진 않았지만.... 그것이... 나의 힘이었다면.... 좀 더 빨리.... 이런 것들을 깨달아...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면.... 억지로라도, 오빠를 멈췄을텐데....」
「.... 언제부터야?」
「응? 무, 무슨...?」
「그 힘을 알아차린 게 언제냐구...?!」
「2년쯤 전이야.」

( 역시 나와 마찬가지군... "그 녀석"을 감시하고 있던 천사측인가? 결국 우리들 두 명은... 아니, 여기에 있는 여자들도... 그 놈들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도구에 불과했던 건가...? )

에이이치는 자신의 모습이 이렇게나 한심해 보일 수가 없었다.
엄청난 힘을 가졌다고... 자신은 이제 마음만 먹으면 세계정복도 가능할 것이라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생각했었는데...
결국 그런 것들도 모두 "신"과 "타 천사"의 권력 싸움에 대한 꼭두각시일 뿐이었다니...
지금 에이이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빠... 오늘 아침에 나탄난 "그 사람"은 그렇게 말했어... 어쩌면 가능할수도 있다고... 오빠만 협력해준다면, 어둠의 힘을 지워버릴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어둠의 지배자"는 여자들의 정기를 모두 흡수해버리고 떠났지만... 어쩌면 정기를 흡수당했다 할지라도... 구할수 있을지도 몰라...」
「뭐!!! 어떻게?!」

조금 전까지 의기소침해 있던 에이이치였으나,
메구미의 말을 듣고는 갑자기 기운이 넘치는 듯 다급하게 묻기 시작했다.
메구미는 그런 에이이치의 기세에 무심코 뒷걸음질치며 말했다.

「아, 그... 어둠의 힘으로 정기를 빼앗긴 사람은 "죽어 버린다" 라는 게 아니고, 영혼이 없는 상태로 사는 거래... 마치... "뇌사 상태"처럼 말이야... 조, 조금 허무맹랑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죽지 않았다면, 언젠가 고칠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무, 물론... 이대로 살아가야되는 여자들은 불쌍하지만... 분명히...!!! 분명히 고칠수 있을거야...!!! 나는... 분명히 "위"에 가면 그 방법을 알수 있을거라 생각해... 그러니까... 오빠, 나랑 같이 "위"로 가자... "천상 세계"라고 하는 곳에 가서... 여기의 이 사람들을 구하는 방법이나, "어둠의 지배자"에게 복수할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에이이치는 메구미의 그 말을 들고 들뜨는 기분을 억제할수가 없었다.
이제는 끝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남은 것은 그녀들의 뒤를 따라서 죽는 것 뿐이라 생각했는데...
메구미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어둠 속에 버려진 듯한 에이이치에게 다시 한줄기의 빛을 선물해 준 것이다.
그러나... 잠시 들뜬 기분으로 얼굴에 화색을 띄워가던 에이이치는 곧 꺼림칙함을 가지고 메구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나를 용서할수 있겠어? 난,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인 악마야...」
「아니, 오빠도 이 사람들과 같아. "어둠의 지배자"에게 배신 당한 피해자야... 나는 오빠는 진짜 모습을 알고 있어... 그 날, 호텔에서 보여준... 오빠의 착하고 순수한 모습... 자아~ 가자! 일이 잘 되면 좋겠다, 그치?」

메구미는 밝고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에이이치의 손을 붙잡았고,
데이트 때와 마찬가지로 에이이치를 리드하듯 이끌고 가기 시작했다.
커다란 저택의 현관까지 걸어나와, 두 사람이 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가려 한 그때...

- 덜컹.

....... 저택의 안쪽에서 무언가 소리가 울렸고, 두 사람은 흠칫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 아직 사람이...? 아, 아냐... 모두 "그 녀석"에게 정기를 빼앗겼을텐데... 서, 설마...? "그 녀석"이 돌아온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에이이치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메구미를 자신의 등 뒤에 숨긴 뒤,
조심스럽게 소리가 난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무런 "장식"도 해놓지 않았던 저택의 지하실...
지하실 계단의 입구까지 다가선 에이이치는 그 지하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누구냐!?」
「주.... 인님.....」
「....?」

에이이치에겐 낯익은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지하실에서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한쪽 발을 절뚝거리며,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주인님..... 나... 나의..... 사랑하는..... 나의..... 주인..... 님...... 나....... 좀 더............. 시중을 들........ 지 않으면.... 좀 더........ 조교........ 받아야........ 훌륭한........ 암캐가 될 수......... 니까........」
「아유미?!」

잘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에이이치를 간절히 바라보며 걸어나오는 아유미...
그녀의 눈에는 자신의 주인 이외에.... 메구미나, 주위에 쓰러져 있는 동료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에이이치는 자신이 보고 있고, 듣고 있는 것이 환각이나 환청이 아니길 바라면서... 아유미가 무사한 이 상황이 현실이길 바라면서...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아유미. 정말로 아유미냐? 너... "의식"에는 나오지 않았던 거냐?」
「아아... 주인님.... 죄송..... 합........ 니다.... 저는..... 지금까지...... 쓰러져 있었...... 부디... 버리지 말아주세요...... 제발..... 용서해.....주세.....」

3일 전...
학대에 가까운 에이이치 조교로 망가져버린 아유미는 아무래도 지금까지 의식을 잃고 있었던 것 같았다.
겨우 지금이 되어서야 일어난 그녀는 정신도 육체도 너덜너덜하게 되었으면서도,
주인의 총애만을 바라며 힘겨운 몸을 이끌고 지하실을 걸어나온 것이었다.

「주.... 주인님......... 좀 더....... 아픈 것.... 이라든지........ 기분 좋은....... 것........ 이라든지....... 뭐든지........ 견딜 자신이 있......... 주인........님....... 저를 거두어........ 주.......」

( ...... 아유미를 부순 것은.... 나다..... 이 녀석에게..... 그런 잔인한 조교를 했던 것은..... "그 녀석"에게 더 잘보이기 위해서... 더 사악하지기 위해서 였어.... 겨우 그런 이유로 이 녀석을...... 이런 내가.... "그 녀석"과 다를게 뭐지......? 메구미가 날 받아준다 해도..... 내가 지은 죄가.... 사라지는건 아니야..... )

에이이치는 그런 아유미의 모습을 바라보며 심한 죄책감과 함께 미안함을 느꼈다.
아무 말없이 아유미를 꼭 끌어안는 에이이치....
그리고 잠시 후, 천천히 고개를 돌려 등 뒤에 서 있는 메구미를 보며 말했다.

「........ 메구미.... 미안해.... 난 이 지상에서 해야할 일이 남아 있는 거 같아....」

조금 전까지 에이이치와 아유미를 보며 슬픈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메구미였으나,
에이이치의 표정에서 굳은 결의를 읽어낸 그녀는 애써 웃는 얼굴을 만들어내며 말했다.

「응, 그래.... 그 사람에게는 오빠가 필요해.... 헤헷~ 괜찮아. 나 혼자라도 "위"에 다녀올게... 여기의 사람들에 대한 일... 반드시 그 방법을 찾아서, 본래대로 돌아올수 있도록!!!! 나 오빠 몫까지 열심히 알아볼게.」
「미안해, 메구미... 언젠가 반드시....」

그 뒤에 이어질 말을 하는 것은 자신에게는 너무 과분하다고 생각하면서...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메구미로부터 시선을 피하는 에이이치였다.


☆★☆★☆★☆★☆★☆★☆★☆★☆★☆★☆★☆★☆★☆★☆★☆★☆★☆★☆★☆★☆★☆★


「자아~ 오빠, 내가 돌아올때까지 건강해야 돼..」
「너도..... 그리고 이 녀석들에 대한 일... 염치없지만, 부탁한다.」
「헤헤헷~ 당연하지. 그것 때문에 "위"에 가는 건데... 그것보다 오빠, "어둠의 지배자"는 분명히 상당한 힘을 회복했을거야... 지금부터는 자꾸 자꾸 어둠의 힘이 강해질테니까.... 이제.... 받아들이지 말아줘...」
「아~ 알고 있어... 이제 두 번 다시 당하지 않아..」

두사람이 정원에 나왔을 때, 정원의 잔디 위에서는 커다란 마법진과 함께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빛의 기둥이 서 있었다.
그것을 본 에이이치와 메구미는 짧게 인사말을 나누었고,
메구미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빛기둥을 향해 걸어갔다.

「오, 오빠.....」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에이이치를 부르는 메구미...
그녀는 에이이치에게 달려들듯이 다가와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안고, 에이이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며시 포개었다.

「메, 메구미...」
「아무리... 아무리 내 마음이... 오빠를 저지하려는 "그 사람"의 계획에 의해 나온거라해도... 그래도... 오빠는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나의 사랑이야...」
「.... 고마워, 메구미.」

에이이치와 메구미는 잠시동안 서로를 끌어안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아쉬운 듯 에이이치로부터 멀어지는 메구미는 이윽고 빛의 기둥 속으로 들어갔고,
그와 함께 저택의 정원에 있던 마법진과 빛의 기둥은 서서히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

그것이 완전히 사라져 버릴때까지 그대로 서서 가만히 지켜보던 에이이치...
빛의 기둥이 완전히 사라지고 마법진이 없어지자, 그는 몸을 돌려 폐허가 되어버린 저택의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주.... 주인님.........」

저택의 안에서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세 손가락을 붙인 채, 에이이치를 기다리던 아유미...

「아유미, 이제 우리 둘만 남았구나...」
「저... 저는.... 주인님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앞으로도 쭉.... 주인님을 모실 수... 있다면....」
「.... 당연하지. 너는 나의 여자다... 앞으로도 영원히 내 곁에서 날 보필해다오...」
「아아.... 주인님....」

도쿄의 교외....
어둠과 빛의 사이에서 잠시 멈춰서 있는 듯한 그 저택에는 오늘도 요염한 남녀의 교성이 조용히 울려퍼지고 있었다.




<흑과 백 1부 -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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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흑과 백이 끝났습니다.....

흐음... 번역을 하면서도 왜 이 소설 제목이 "흑과 백"인지 몰랐는데...

이제보니 "어둠의 힘과 빛의 힘"이라는.... 뭐 그런 뜻인가보군요....

 

에이이치는.... 여자관계가 복잡하군요....

마리, 메구미, 아유미... 뭐, 시즌 3쯤되면 에이이치는 다시 "싸가지 없는 버젼"으로 아유미를 홀대합니다만...

 

 

 

에~ 어찌되었든 간에 이로써 흑과백 첫번째 시리즈의 모든 내용이 끝났습니다.....

그동안 댓글을 남겨주신 많은 분들... 대단히 감사합니다.

한분 한분 아이디를 써가며,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만...

너무 많은 분이 댓글을 주신 관계로... ㅠㅠ (행복한 고민~ ㅋㅋㅋ)

 

저는 당분간 번역을 접고, 좀 쉴까 합니다...

쉰다고 해봤자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매일 직장까지 쉴수는 없습니다만....

그냥 간단하게 말해서... 바빠지는 회사 일을 어느정도 마무리한 다음에 다시 번역하겠다는 소립니다...

대략 5월 중순쯤에 다시 번역을 하게 되겠군요... 흑과 백... 끝장은 봐야죠...

그럼... 흑과 백의 시즌 3가 끝날때까지....

따라와~ 따라와~ 

 

흑과 백 1부... 재미있게 보셨길 바라며...
소설의 흥미를 더욱 높이기 위해, 조금씩 원작에 손을 댔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또 이 소설은 E=MC^2 NOVEL 이라는 사이트에서 boby님의 소설을 가져왔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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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MC] 흑과 백 -Season 2- "녹색의 행복"   - 예고편 -

 

 

 

나의 이름은 사카모토 켄지. 대기업 제약회사의 기술개발 주임이다.
소심한 성격 탓에 세상살이는 능숙하지 않지만, 연구 개발에서의 면에서는 보통 사람들보다 몇배나 높은 능력으로 평가받아 승승장구의 출세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그런 소시민적이고 평범한 나의 인생을 바꾸는 것 같은 사태가 일어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그 것"을 찾아낸 것은, 이른 아침의 공원. 
여느 때처럼 출근 전의 죠깅을 끝내 공원의 벤치에서 쉬고 있었을 때였다.......................

 

 

특별한 "힘"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은 평범한 남자, 켄지...

어느 날 그의 손에 "그것"이 들어오면서, 그의 일상은 바뀌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 "그것"을 가진 켄지의 여자 정복기가 시작된다.....

 

 

최초의 피험체는 정해져 있다.
이 액체를 비교적 간단하게 섭취시킬 수가 있으며, 행동을 관찰하기 쉬운 인간. 그리고 당연히 괜찮은 여자...라고 한다면 한 명 밖에 없다.
나와 같은 개발부의 신입사원 "카타오카 카오리"

신입사원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해, 첫 입사 당시에는 배속처를 돌아 다닌 탓에 오즈(Odds)표까지 나돌았을 정도다.
사실... 따지고 보면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건 아니었지만,

언제나 모든 사람들을 향한 상냥한 미소는 확실히 사내의 아이돌이라고 부르는에 적당한 것이었다.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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