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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 젊은 아내 아연 10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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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28 회 작성일 23-12-30 12: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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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기가 막히게 맛있는 아가씨가 있어요..」(1)



아연이 간단한 쇼핑을 끝내고 아파트로 돌아와 우체통을 들여다보니
이름이 적혀있지않은 봉투가 들어 있었다.

봉투를 꺼내들고 고개를 갸웃하면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접혀진 편지지사이에 어제 마트사장에게 건넨 10만원권 수표5장이
들어 있었다. 아연은 한숨을 내쉬면서 비웃듯 차가운 미소를 흘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서 편지를 읽어보았다.
급하게 내갈겨 쓴 필체로 어제의 아연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지루하게
쓰여있었다.
 
 「내가 겨우 단돈 50만원에 몸파는 인간쯤으로 보였단 말이지?
    사람 아주 잘못봤어.
    그러니까 당연히 이 돈은 돌려준다.
    그 대신 오늘 밤 놀러가주지. 남편한테 다 까발려지고 싶지
    않다면 네가 직접 날 찾아와 어제 행동을 용서를 빌어.
    지나 가는 개한테 적선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어제 아주 불쾌했다고.
    만약 용서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면 오늘 밤 정말로
    네년 집으로 쳐들어 갈테니까 알아서 하라고.
    내가 너의 애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너를 내 여자로 만들어 주겠다. 보란 듯이 말이야...」
 「내가 너의 애인이 될 수 없다면 너를 내 여자로 만들겠다라....」

 

나름대로 멋있다고 생각해서 한 말이겠지만 정말로 코웃음밖에 나지 않는
어이없고 유치한 대사였다. 물건 훔친 어린 여학생들 성추행이나 하면서
자신의 성적욕구를 해소하는 인간다운 말인지도 모른다.
그렇긴 해도 돈까지 돌려보내면서 이런 편지를 보낸 것으로 보아 쉽게

단념하지 않을 기색이었다.
사장 나름의 진검 승부를 펼쳐보겠다는 뜻일 것이다.
오늘밤에 아파트로 찾아오더라도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그만이었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현관 앞에서 버티고 서서 그 CCTV 녹화장면을 또 다시 들먹거린다면...?
어차피 모든 희망이 사라진 아연의 현재 상황에서야 더 나빠질 일도 없었다.
물건 훔친 것쯤이야 잠깐 망신당하면 그만이기도 한데...
순간 오싹하고 소름이 돋았다. 아무튼 골치 아픈 일이었다.
 


침실로 들어서자 태수는 미동도 않은 채 결박당한 그대로 침대위에 묶여있었다.
아연은 쇼핑을 가기전에 혹시나 도망칠 기회를 아예 주지 않기 위해
입에는 재갈을 물리고 두발목마저 끈으로 단단하게 묶어 놓았기 때문에

태수로서는 버둥거려 보았자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는 듯 했다.

아연은 쇼핑봉투안에서 태수를 위해 사온 중형포장의 개사료를 꺼냈다.
처음부터 마음먹고 개사료를 사올 생각이 아연에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늘도 역시 혼자서 아침식사를 하면서 태수에게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이지 않았기에 이대로 줄곧 굶기는 것이 조금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저 인간에게 요리를 만들어 줄 생각은 눈꼽만치도 들지 않았다.
요기가 되는 인스턴트음식이라도 조금 사다줄 요량으로 겸사겸사 근처로
쇼핑을 하러 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쇼핑센타를 이리 저리 둘러보던 아연의 눈에 우연히 한창 세일중이던
소형,중형,대형 포장의 애완견의 먹이인 개사료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들이 아연의 흥미를 돋구어 주었다.
어제부터 쫄쫄 굶고 있는 태수이기에 아마 지금쯤은 위장이 텅비어 있어
엄청나게 배가 고픈 상태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개사료가 되었건,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이 되었건

아무 상관하지 않고 어그적어그적 먹어댈 것이 틀림없었다.
납작한 접시에 담아진 개 사료를 허리를 힘들게 구부리고 얼굴을 들이대서

탐내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상상하자 가학적인 만족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연은 그 자리에서 중형포장의 개사료를 구입했다.

 


개사료를 넉넉한 접시에 조금 많이 담았다.

그리고는 그 위에 우유를 부어주었다.
어육이나 닭고기,쇠고기등을 다져서 건조시켰다고는 하지만 개사료는

분명 애완견의 발달된 턱이라면 얼마든지 잘게 부숴 삼킬수 있겠지만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단단할 것같아서 우유를 조금 부어 부드럽게

해줄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막상 우유안에 잠긴 갈색의 조그마한

구슬같은 개사료는 보기에도 그렇게 좋아 보이지가 않았다.
냄새도 그리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버려진 음식찌꺼기를 모아서

주워 먹는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아연에게 들었다.
발목을 자유롭게 해주었지만 태수는 여전히 무슨 생각에서인지

꼼짝도 하지 않고 침대 위에 누워있기만 하였다.
누워있는 태수의 얼굴 앞에 개 사료와 우유를 담은 접시를 놓아주었다.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리멍텅해진 태수의 눈이

물끄러미 접시와 그 안의 내용물을 바라보았다.

아연이 태수의 입을 막고 있던 재갈을 풀어주면서 말했다.
 
 「자...먹어봐요」
 「... ... ... 」

 

태수의 눈이 슬픈 듯이 아연을 쳐다 보았다.
 
 「왜? 먹기 싫어요? 아직 배가 덜 고픈가봐요?
   먹기 싫으면 관두고요. 갖다 버리면 되는 거니까..」
 「...손부터 먼저 풀어줘요」
 「... ... ... 」
 「더 이상 당신한테 나쁜 짓 하지 않을게. 제발 믿어줘.
   두손이 자유롭게 되도 계속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할께」

 

태수의 눈이 묘하게 따뜻하고 정감있게 느껴졌다.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도 좋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피가 안 통해서 손이 썩어문드러지는 것 같다구.
  풀어주기 싫다면 조금 만이라로 느슨하게 해줘.
   제발...아무 짓도 하지 않을테니까
   정말이야. 믿어 달라고..」
 「그 말을 나보고 지금 믿으라고?
   정말 어이가 없는 인간이네」

 

아연의 차가운 대답에 태수는 고개를 푹하고 힘없이 떨구어졌다.
 
 「어쨌든 이거나 먹어요.
   당신같은 인간한테 다른 음식은 줄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으니까

   먹기 싫다면 계속 그렇게 배를 곯던가..

   알아서 해요.」
 「당신이 먹으라고 하면 먹을께.
   당신 말이라면 뭐든지 들을거야.」

 

그렇게 말하고 태수는 접시에 얼굴을 묻고 개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태수가 깨끗하게 개 사료를 다 먹어치운 빈 접시를 닦으면서 아연은

이유 없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아연은 개사료를 다 먹고 난 태수에게 더 이상

재갈을 물리지는 않았다. 설거지를 마친 아연이 여전히 침대에

웅크리고 있는 태수에게 다가가 말을 붙였다.
 
 「...흠...근데..당신 이름이 뭐야?」
 「태수...태수야...」
 「성은?」
 「... ... ... 」
 「말하고 싶지 않다면 그냥 둬요.
   하지만 당신같은 인간에게도 부모는 있겠죠?
   부모님이 있는 인간이 어떻게 이런 잔인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는 것인지..
   당신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당신을 낳아서 기른 것을

   후회할지 생각이나 해봤어요?」
 「부모님..흠..있었지.

   불쌍한 어머니와 술주정뱅이 아버지.

   술만 먹으면 정신병자처럼 나와 어머니를 괴롭히던 그 아버지란 인간을

   어느 날 밤에 어머니가 목 졸라버렸지
   내가 보는 앞에서 말이야」
 「... ... ... 」
 「결국 아버지란 인간은 저 세상으로 갔고, 그 인간 덕분에..
   불쌍한 어머니는 감옥으로 가게 되었고 결국은 거기에서
   병든 몸이 되어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하더군.
   나는 아는 친척에게 맡겨졌지.
   가족이란게 사라져 버린거지.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거야.
   어쩌면 오히려 잘 된것인지도 모르지.
   그런 술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학대받고 계속 살아왔다면
   그야말로 생지옥에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을테니까.
   난 중학교때 그나마 있던 친척집에서 뛰쳐나왔지..
   그게 다야. 제대로 된 사람이 되지 못하고
   이렇게 삐딱선을 타면서 살고 있는거지.
   후후...그래도 내 주제는 내가 안다고.」
 「당신 친구는?」
 「친구? 아..경철이 그 자식?!

   친구는 아니고 나보다 나이는 좀 많은데..
   원래는 나같은 너절한 인간은 아니었다나봐.

   조금 잘나가고 착실한 인간이었는데...
   아엠에프 전에는 조그만 공장을 경영하던 사장님이었다나봐.
   그런데 갑자기 아이엠에프가 몰아닥치고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사채를 급하게 땡겨썼는데... 결국 공장은 부도를 맞은 거지.
   사채업자들이 나 같은 양아치들 풀어서 숨어있던 경철이 가족을 찾아내버렸고...
   집안으로 밀고 들어온 그놈들이 경철이 부인을 보고 된거지.
   명색이 사장 부인이라 인물께나 반반했었던게 문제였어.
   이놈들이 돈 대신 마누라라도 가져간다며 경철이가 보는 앞에서 부인을 돌림빵
   놓은 다음에 데려가 버렸지.
   그 후로도 계속 경철이는 부인이 돌아오길 기다렸는데..
   결국은 감감 무소식이었고...
   얼마 뒤에 소식을 들어보니까..

   아..글세 그 마누라년이 중늙은이 사채업자랑
   배가 맞아서 살림차리고 살고 있다는 거야. 참나..
   경철이가 그때부터 맛이 가기 시작했나보더라고...
   알콜중독자에 노숙자에..완전히 밑바닥 인생이 되버린 거지.
   뭐..여자들에 대한 증오..배신감..이런 것들을 가슴속에 절절이 느끼면서 말야.
   그래서 조금 반반하고 잘차려입고 좀 사는 티가 나는 여자들이

   전부 그 놈 제물이 되었던 거야.
   나쁜 놈이긴 하지만 그 인간도 알고 보면 나만큼 가련한 인생이지.
   아마 지금쯤 내가 죽은 줄 알고 어디 숨어서 벌벌 떨고 있을거야.
   불쌍한 놈이야」
 「그 사람은 어디서 알게 됐는데?」
 「뭐 쓰레기는 쓰레기들이랑 어울리게 마련이니까.
   왜 유식한 말로 유유상종이란 말도 있쟎아.
   그 녀석은 헬렐레하고 항상 취한 상태인 알콜 중독자였고
   나는 사채업자들 대신해서 아랫놈들 몇 놈 데리고 가서 빚독촉하면서
   으름장이나 놓아대고 잘살고 있는 상인들 등쳐서 돈몇푼 울궈내고
   그렇게 사는 양아치새끼니까.
   뭐 허우대 멀쩡해가지고 남들보다 잘 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주먹 쓰는 것 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나도 다 알고 있으니까... 내가 얼마나 한심한 인생인지.
   경철이 그 놈도 오다가다 참 인간이 안됐다 싶어서 가끔 밥도 사주고
   어쩌다가 급하다길래 돈 몇 푼 꿔좋는데 이 인간이 영 갚을 생각은 안하고
   요리 조리 피해다니더라고..
   그래서 하루는 한번 조져야 겠다 생각하고 붙잡았는데
   이 인간이 글쎄 당신 이야기를 하는거야..
   정말 엄청나게 이쁜 여자가 있다나..
   여자라면 나도 뭐 업소 몇군데 족쳐가면서 쓸만한 계집년들

   구멍이란 구멍은 다 섭렵해봐서..
   그리 궁한 편은 아니었지만 하도 그녀석이 떠벌리길래 속는 셈치고

   돈 몇 푼 없던 것으로 한다는 조건으로
   이 집에 들어오게 된 거야.
   정말 미안하다.. 용서해라..
   순간적으로 당신을 보니까 눈이 뒤집혀 가지고 그만..
   허풍은 떨었지만 정말 당신같은 여자는 처음이야.
   처음 본 순간부터 아찔하더라구.
   사람인지 천상에 사는 선녀인지 구분을 못하겠더라고..
   정말로 미안하게 됐어..」
 「... ... ... 」
 「이 끈 정말 풀어주지 않을 거야?
  진짜로 더 이상은 아무짓도 하지 않을게.
  약속할게. 제발 믿어줘.」
 「... ... ... 」
 「정말인데...제발 풀어주면 안될까?」
 「나한테 정말 아무 짓도 안할거지?」
 「어제 옷장안에 꾸겨져서 당신을 그 작자가
   갖고 노는 것을 보다보니까 갑자기 어릴 때 내 모습이 떠오르더라구.
   내가 어렸을 때 바로 어제와 똑같은 상황이 내 기억속에 있었던 거야.
   아버지란 작자는 술에 잔뜩 쩔어가지고 집에 들어오면
   아무도 말릴 수 없을 정도로 날뛰어댔지.
   그렇게 혼자 실컷 소리지르고 부수고 난리를 치다가는
   결국 끝에는 한가지로 끝나버리지.
   울며 불며 남편을 저주하는 어머니를 강제로 벗기고 강간을 하는거야.
   이미 그 상황에서는 부부가 아니었거든.
   난 항상 겁에 질려서 옷장속에 들어가서 문 틈새로 그 짓거리를
   보고 있었고...」
「... ... ... 」


애원을 하던 태수가 문득 태수가  웃었다. 멋진 미소였다.



 「... ... ... 」
 「뭐...이런 일들...」
  당신이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겠지만.
  정말이야. 한번만 믿어줘.
  뭐라고 설명은 할 수 없지만 당신을 처음 본 순간
  겁나게 잘빠진 여자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지독하게 군 것만은 아니라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여자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올라서 나도 모르게 그만...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이상하게도 아주 오래 전에 빼앗겼던
  내 여자라는 느낌이 들더라고..
  나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사실이야.
  당신에게 해끼칠 생각은 이제 추호도 없다고.
  이상하게 당신을 갖고 나서부터는 당신을 보면 마음속이 따뜻해지고
  착해져 오는 것 같아」
 「... ... ... 」
 「제발..제발..날 좀 풀어줘..제발..」
 「... ... ... 」

 

 

이제야 느끼는 것이지만 꽤 남자다운 잘생긴 얼굴이었다.
살아온 이력 탓에 거친 냄새가 강하게 풍겨오는 탓에 그 잘생긴 호남형의
얼굴이 가리워져있었던 것이다.
성격이 급한 것이 조금 흠결 이었지만 우람한 근육질의 체격에 사내다웠다.
게다가 어제 받아들인 태수의 물건은...

비록 강제로 범해진 것이었다 할지라도
정말로 거대하고 섹시하기까지 했었다.
아연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목 주변이 붉어짐을 느꼈다.

하지만 아연은 끝내 태수를 구속하고 있던 끈들을 풀어주지 않았다.

 


결국 태수는 그대로 묶여있었고, 아연은 주방을 정리하기 위해 싱크대로 갔다.
아연의 머릿속은 태수를 묶은 끈을 풀어주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아마 끈을 풀어준다고 해도 태수는 더 이상 아연에게 난폭하게 굴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다른 걱정이 아연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의 변화에 정작 놀라고 있는 것은 아연 자신이었다.
분명히 아연 자신의 인생을 파괴해버린 악질적인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차츰 남자에 대한 증오가 흐려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오던 친오빠와 같은 친밀감과 연민마저
느껴지는 것이었다. 피붙이나 살가운 애정을 가진 남자한테서나 느낄법한
따스한 감정들이 이상하게도 아연의 마음 한구석에 분명히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 태수라는 남자가 그 옛날 점장이 할멈이 말한 그 질긴 악연??
  전생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을 했다던 그 친오빠가 혹시??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그런 것따위..그저 미신일 뿐이라고..

 

아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세차게 휘저어가며 자신의 감정의 변화를

무시하려고 애썼다.

그런 말도 안돼는 점괘따위를 생각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었다.

 


만약 끈을 풀어준다면 태수는 아파트를 벗어날것이고
그것으로 그와는 끝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이 무서워 이렇게 감정에 흔들리는 것이 틀림 없었다.
이왕 이렇게 꼬여버린 아연에겐 이제 주변에 남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만약 태수마저 눈앞에서 사라진다면 그 외로움을 아연은 도저히
이겨낼 자신이 없을 것만 같았다.
단지 지금 자신의 상황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느끼는 이 지독한 외로움 탓이리라.
이 세상에 단 혼자만 남아있어야 할 앞으로의 절박한 상황에서 저 남자에게
기대고 싶어하는 자신의 나약한 마음 탓이리라.
이렇게 아연은 애써 자신의 심정의 변화를 합리화시켜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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