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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 젊은 아내 아연 4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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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63 회 작성일 23-12-30 06:5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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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장 「우는 여자를 뒤에서 마음껏... ...」】(1)

 

 「며늘아가. 별다른 약속이 없다면 잠깐 좀 들리지 않으련?
   엎드리면 코 닿을 거리인데 왠만한 집안행사가 아니면
   우리 이쁜 며느리 얼굴을 볼 수가 없으니 원..
   뭐 특별한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란다.
   아연이 네 얼굴을 오랜만에 보고싶구나.
   오랜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수다 좀 떨자꾸나.
   너무 늦지 않게 서둘러라.기다리고 있을테니...」

 

시어머니로부터의 전화였다.
시어머니 말씀대로 엎드리면 코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지만 명색이

국내 굴지의 재벌인 부민그룹의 대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더군다나 지원이를 가지고도 2년 동안이나 반대하던 시댁 어르신들이라

이제 결혼 2년차인 아연에게는 어려운 방문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참하고 조신한 큰며느리를 맞아 들였다면서 시어머니는 처음의 반대하던

기세와는 달리 요즈음은 아연을 애지중지하고 살갑게 대해 주었다.


시댁을 방문할 때는 복장도 신경이 많이 쓰였다.
시어머니께서 그냥 편하게 평상복차림으로 와도 아무 상관없다고

늘 말씀하시지만 평범한 집안에서 대재벌의 며느리가 된 아연에게는

나름대로 옷차림새에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연은 오늘도 역시

멋스러운 취향을 살려 교양 있으면서도 고급스런 차림새로 집을 나섰다.

 

커다란 대로변의 양쪽에 시원스레 플라타너스 나무가 기운차게 솟아있었다.
그 널찍한 길은 부민그룹의 총수가 살고 있는 대저택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처음으로 부민의 대저택을 방문하는 사람은 이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차로 달려가는 대로변의 대저택의 담벼락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연은 겨우 대저택의 현관에 간신히 도착했다.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신지요?」

 

 이 집에서 20년 이상 안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고흥댁의 목소리였다.

 

 「아주머니. 아연이예요」
 「어머. 작은 마님이세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아연은 커다란 문 앞에 서서 문득 하늘을 보았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회색 빛깔의 새 한마리가 하늘을 가로질러 저 높은

플라타너스 그늘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윽고 문 저편의 자갈길을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대형 철제문이 둔중한 소리를 내?열렸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작은 마님.
   아까부터 큰 마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고흥댁은 반갑고도 정중하게 아연을 맞아들였다.
고흥댁은 아연의 약간 앞에 서서 형형색색의 자그마한 자갈로 수를 놓은 듯한

길을 따라 저택의 뒤쪽으로 돌아 들어갔다.
 
 「어머니는 집안에 계시지 않으신가봐요?」
 「예. 뒷마당에서 화초들을 돌보고 계시는 중입니다.」

 

아연은 말없이 고흥댁의 뒤를 따랐다.
갖가지 색깔의 커다란 잉어들이 노니는 한국식 정원의 연못이 보였다.


정원의 가장자리를 따라 걷다가 연못 위를 가로지르는 무지개다리로 올라섰다.
아연은 남편인 준석과 몇 번이나 시어른 댁을 방문했지만 연못 위의 다리를
걸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리 위의 작은 돌멩이 하나를 발로 살짝 건드리자 바로 밑의 연못으로

떨어지며 작은 원형의 물결을 만들어 나갔다. 옹기종기 모여들어 있던 비단색깔,

주황색깔, 검은 색깔을 띈 잉어들이 놀랐는지 갑자기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다리를 건너오자 한눈에도 잘 손질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는 소 운동장만한

뒷마당이 나타났다. 한쪽으로 낮은 높이의 나무들이 잘 다듬어진 모양으로

깔끔하게 벽처럼 배치되어 있었다. 가을 바람이 뒷마당의 저 편에서 느긋하게

불어 오면서 상쾌한 느낌을 만끽하게 해주었다.

마당의 끝 쪽에 원형의 하얗게 반짝이는 건물이 보였다.

 

 「큰 마님은 화원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고흥댁이 아연을 반짝이는 하얀 건물로 안내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 원형의 흰 건물은 화원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투명한 유리위로 흐린 증기가 뒤덮여 마치 멀리서

보면 하얀색으로 색칠한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시어머니께서 그 흐린 증기

사이로 보이는 투명한 틈새로 아연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연은 다소곳하게 목례를 올렸다.

 


 「며늘아가... 잘왔다」

 

시어머니께서 화원 밖으로 나오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연을 맞이했다.
염색을 하지 않아 희끗희끗한 백발의 사람 좋은 그 웃음이 아연의 마음을
편하고 푸근하게 만들어주었다. 시어머니는 한복위로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아마도 화실 안에서 기르던 화초들을 손질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런 모습으로 맞이하니까 조금 미안하네」

 

시어머니가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말을 하고 있는 시어머니의 모습은 그러한 자신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어린아이처럼 비쳐졌다.

 

 「아니예요. 어머니. 너무 잘 어울리세요 」

 

아연이 대답하자 시어머니는 진심으로 기쁜 듯
 
「정말 그렇게 보여?」

 

라며 또 한번 해맑게 미소지었다.

 

 「자. 화실 안으로 같이 들어가 보자꾸나」
 「네. 어머님.」


 「그럼. 편히 둘러보세요. 邦?마님」

 

고흥댁이 깊이 머리를 숙여 절을 하고 저택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어머니는 너무나 편안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아연을 화원으로 불러들였다.
안쪽은 끈적거리는 물방울이 화악 달라붙는 것이 느껴질 만큼 높은 습도였다.
유리의 흐린 증기는 이 습도 때문이리라.
화원안에는 이름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식물들이 빼곡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엇다.
하지만 그것들 중에 꽃으로 보이는 것들은 숫자가 얼마 되지 않았고,
기괴하게 생긴 처음 보는 식물들이 대부분이었다.
끈적끈적한 습도속에서 그 괴상한 모양의 식물들을 보고 있노라니
숨이 탁탁 막혀오는 것만 같았다.
 


 「여기에 있는 것들은 전부 식충 식물이란다」
 「식충 식물이라면 벌레를 먹는다는 그 식물 말인가요?」
 「그렇지. 바로 그거란다」

 

  시어머니는 아연의 놀란 반응을 보고는 생긋 웃으면서 그녀의 얼굴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아연이 고개를 돌려 주위를 쭈욱 살펴봤다.
 


 「그러면 일일이 벌레를 잡아서 식물들에게 먹이를 줘야하나요?」
 「설마...아무리 이름이 식충식물이라고 해도 제대로 튼튼한 뿌리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 그 뿌리로 영양을 섭취하고...영양분이 충분히 있으면 굳이 벌레들을
   잡아먹지 않아도 너끈히 성숙한 자태를 갖춘단다.
   이 화원에서 기를 때는 그래서 별도로 벌레를 잡아먹을 일도 없지.
   언제나 자양분이 충분하거든.
   그렇지만 나는 일부러 벌레를 먹인단다.
   왜냐하면 벌레를 잡아먹는 모습이 무척 흥미롭기 때문에 자꾸 보고 싶어지곤 하니까.
   게다가 벌레를 잡아먹고 나면 이 녀석들이 대단히

   원기 왕성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

 

아연은 다시금 식충 식물을 하나씩 하나씩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자 이쪽으로 한번 와봐라」

 

시어머니는 아연을 화원의 다른 쪽으로 이끌었다.
 
 「자..이것..여기 이것을 좀 보렴」

 

시어머니가 가리킨 곳에는 천정에 매달린 하얗고 길쭉한 화분에 자리를 잡고 있는
야릇한 모양의 식충식물이었다. 화분으로부터 방사형으로 뻗어 나온 가늘고

날카로운 유선형의 잎이 하얀색 화분의몸통을 가리며 늘어뜨려져 있었다.
그 이파리 아래쪽으로 길다란 고구마 같기도 하고 수세미 모양 같기도 한 기관이
여러 개 매달려있었다. 아마도 그 길다란 주머니 안으로 곤충들을 포획하여

잡아먹기 위한 일종의 변형 기관 같아 보였다.
위쪽으로 연홍색의 입을 벌리고 있었고 주머니 안쪽으로 항아리처럼

깊은 수렁이 보였다.


 「이것은 네펜데스라고 하는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만 자생하고 있는 식충 식물이란다.
   생긴 모양이 재미있지 않니?」
 「예...정말 그러네요...어머니」

 

아연은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비록 식물이라고 해도

그 모양이 기형적으로 생겼다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째서 온화하고 인자한 시어머니가 이런 흉칙하게 생긴 식물들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닸다.
 
 「아마...너한테는 별로 재미가 있지 않을게다.」
 「...아...아니예요...어머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아연은 내심 당황스러웠다.
 
 「괜챦아. 처음엔 누구나 다 그렇게들 반응하지. 조금 이상한 취미라고 생각들을 해」
 「전 그렇지 않다니까요. 어머님두..」
 「그래? 정말 그렇다면 고맙구나. 하지만 아연이 네가 보고서 즐거워할 녀석들은
   따로 있단다. 이쪽으로 와 보거라」
 「무엇인데요?」
 「난초의 꽃이야」
 「난초?」
 「그렇단다..!! 서양란인데 집토끼 레어라고 부른단다」
 「서양란... 집토끼 레어!??」

 

집토끼 레어는 식충식물들이 있는 방과는 구별 되어 있었다.
생존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집토끼 레어의 방은 문을 하나 열고 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은 아직 꽃이 필 시기는 아니라는 거지 」

 

그렇게 말하면서, 시어머니는 식충식물의 방을 가로질러 바로 옆방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각양각색의 집토끼 레어가 심어져있는 화분들이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 하나 하나에 정확하게 손바닥 길이 정도의 이파리들이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미 식충식물에 눈이 익숙해진 탓인지 어느 것 하나 묘하게

기형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없었다. 집토끼레어는 서양란 중에서도

꽃이 아름답고 화려하기로 유명해서 그 이파리까지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이렇게 늘어뜨려진 이파리들만 보고 있자니 보기에 따라서는

식충식물 보다 더욱 이상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대나무 표면과 같은 묘하게 매끈매끈한 잎을 각각의 방향으로 늘리고 있었다.
 

그 화분들의 행렬 사이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적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아연과 시어머니가 다가가는 것도 모른 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정회장님 이쪽으로 와보세요. 소개할 사람이 있어요」

 

시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를 불렀다.

 

「정회장님, 우리 며늘아가예요.
  며늘아가... 이쪽분은 서양란 동호회를 운영하시는 정명기 회장님이시다.
  일주일에 한번 우리 집에 와서 이렇게 집토끼 레어를 돌봐주시지.
  집토끼 레어라는 녀석이 워낙 독특해서 내가 혼자 키우기는 어려운 꽃이란다.
  아무리 애정을 쏟아서 노력을 해도 역시 정회장님 같은 전문가 분한테
  맡기는 편이 훨씬 낫거든...」


 「아이구...아닙니다...사모님. 과찬이십니다.
   그저 너무 많은 종류의 서양란이 갖춰져 있어서 저로서도 일주일에 한번씩
   이렇게 방문을 드리면서 눈으로 이 녀석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황송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정회장님이 원래 이렇게 겸손하시단다...호호호
   아연아...집토끼 레어라는 녀석은 무척이나 신비로운 구석이 있단다」

 

천천히 하나 하나의 화분을 둘러보면서 읊조리듯이 시어머니가 말을 이어갔다.

 

 「집토끼 레어는 그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노래나 시가 없단다.
   장미는 이미 천년 전부터 시나 노래에서 그 아름다움이 칭송되어 왔는데...
   양귀비나 백합이나 매화의 꽃도 똑같이 칭송시나 노래를 가지고 있고...
   그렇지만 집토끼 레어는 19 세기에 들어갈 때까지 아무도 이 꽃의 존재조차 몰랐어.
   19 세기의 절반이 지나고 나서야 처음으로 브라질의 오지에서 발견되었지.
   그렇지요?? 정회장님..」
「네..정확하게는 1818년에 발견 되었고, 영국 본토에서 재배되어

  개화에 성공한 것이 1824년입니다. 컷 레이라고 하는 영국의 원예가가

  자신의 온실에서 개화에 성공시킨 것으로, 집토끼 레어라는 명칭도

  그 사람의 이름으로부터 따왔습니다.
  가끔 혼자 생각하는 것이지만...
  처음 이 꽃을 개화시켰을 때 컷 레이의 기분이 어땠을까 상상을 해본답니다.
  같은 원예가로서 그저 부러울 따름이지요.
  어쨌든 그는 온 세상 사람들 중에서 아무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꽃을 최초로 피워내는 행운을 누렸으니까요」

 「그러니까 아연아..
   지금까지 몇천년을 집토끼 레어는 남미의 정글의 오로지 자신의 아름다움이
   발견되기만을 꿈꾸면서 계속해서 쭈우욱 잠들어 있었던 거지..」
 「... ... ... 」

 

아연은 갑자기 인공으로 만들어진 고온 다습한 이 방안이 그대로 남미의

밀림 속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울창한 숲 사이로 희뿌연 안개가 스멀거리며 올라오고 있는 열대의 밀림 속...
지면은 촉촉하게 젖어있고 한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속에서
멀리 원숭이의 꽥꽥대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에 놀란 다채로운 색깔의
새들이 하늘을 향해 날개를 퍼득거리며 날아오른다.
평생 한번도 본적이 없는 열매들을 가지가 휘어지도록 매달고 있는 나무들이
서로 어울리며 자리를 다투고 있는 곳...
그 한가운데에서 집토끼 레어는 조용히 이슬을 머금고 다소곳하게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전혀 예기치 않은 채 우연히 그 꽃을 발견한 최초의 인간은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이런 내 정신 좀 봐..우리 차라도 마시면서 수다를 떨어볼까」

 

시어머니에게 이끌려 아직 더 돌볼 것이 남았다고 하는 정회장을

뒤로하고 두 사람은 화원을 나왔다.


 

화원 밖은 가을의 상쾌한 바람이 달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저택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아가!?」

 

시어머니가 아무 일도 아닌 표정으로 물어왔다.
 
 「은정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게야?」
 「네!? 아..아니요..별로..왜 그러시는데요?」
 「뭐 별다르게 신경쓸 일은 아닌 것 같긴한데 은정이가 어제 갑자기

   너한테 많이 실망했다는 말을 하길?.. ...

   혹시 근자에 집안에서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니?」
 「네에?!...아..아아뇨..전혀...」
 「그러면 그냥 누군가 편하게 친구처럼 만나고 다니는 사람도 없고?」
 「... ...아...아뇨...그런 사람 없어요...어머니...」
 「그래? 그런데 왜 은정이가 그런 말을 했을까?

   뭐 짚이는 일이라도 없는거야?」
 「아니요 별로 그런일은... ...」
 「그렇다면...원...참...잘됐다.

   은정이도 집안에 있으니까 함께 차나 마시면서
   오해를 풀어보기로하자」
 
시어머니는 고흥댁을 부르더니 은정에게 차마시러 내려오라고 일렀다.

그러자 고흥댁은


「은정아씨는 방금전에 용무가 있다면서 급하게 나가셨는데요」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순간, 시어머니의 얼굴이 조금 흐려졌다.

 

 「별일일세. 오늘 아침에 분명히 은정이 한테

   오후에 며늘아가랑 차 한잔 하기로 약속했다고 일러두었는데...」

 

고흥댁은 몹시 황송해 하며 자신도 몇 번이나 큰마님과 작은 마님이

곧 들어오신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너무 급한 일이라 도저히 미룰수가 없다며

나갔다는 것이었다.


 「이 녀석이 요즘에 왜 이렇게 생각없이 행동을 하는지...원...」

 

시어머니는 단념하고 어쩔수 없이 아연과 단 둘이 차를 마시기로 했다.

대저택으로 향하는 아연의 마음속에 가을의 상쾌한 바람대신 씁쓸한 불안함의

바람이 들이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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