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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 젊은 아내 아연 3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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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44 회 작성일 23-12-30 06: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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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장 「 당장..여기서 해주세요..」】(1)

 

다음날 아침은 하루 전에 일어났던 충격적인 사건의 음울함과는 달리

너무나도 맑고 화창한 날씨였다. 아직 오전 8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높고

푸른 하늘은 이제 완전한 가을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끔 했다.


지원은 잠도 덜 깬 눈으로 세월아 네월아 하며 토스트와 우유 그리고

샐러드를 언제나처럼 느릿느릿 먹고 있었다. 늘 서두르라고 재촉하지

않으면 별로 급한 것이 없는 아이였다. 그런 지원이지만 친구가 유치원

가자고 데리러 오면 갑자기 다른 아이처럼 돌변해서 환호성을 지르며

급하게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어갔다.

 

하루의 시작은 언제나처럼 청소부터 시작되었다.
아연은 무엇인가 더럽고 위험한 물질이 자신에게 붙어 있는 듯한 꺼림칙한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규칙적이고 정돈된 평소대로의 생활만이

오직 자신을 지금의 이 비참하고 지저분한 감정에서 구해낼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렇게 좋은 날씨에는 세탁을 하는 거야..


침실의 침대 커버부터 속옷 류 까지 모두 한꺼번에 씻어 버리자.
오늘 하루 온몸이 물에 젖은 파김치처럼 녹초가 되도록 일해보고 싶다.
그러면 어제의 그 악몽과도 같은 기억이 머리 속에서 말끔히 사라지리라.
아연의 육체 속에 깃들어있는 어제의 부끄럽고 추잡한 흔적도 지워버릴 수

있으리라. 하지만 대충 봐도 세탁물은 특별히 많이 쌓여 있지 않았다.
오전 안으로 충분히 끝나고도 남을 적은 양이었다.
아연은 어쨌든 가만히 있는 것이 무서웠다.
어제의 슬픔을 잊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몸을 더욱 더 괴롭혀야만 했다.
세탁이 모두 끝나자 다음엔 방 청소를 시작했다.
서랍이라는 서랍은 모두 열고는 그야말로 대청소를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방안은 먼지를 쓴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한창 대청소에 열중하고 있던 그녀는 그 소리가 처음엔 환청이라고만 여겼다.

현관문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벨소리의 환청.
그 소리는 어젯밤 꿈자리 속에서 내내 아연의 귀에 쉬지 않고 울려대고 있었다.
첫 번째 벨소리가 울리고는 그 색마가,

그 다음 벨소리가 울리고는 길 건너편 커피숖의 웨이터가

그리고 마지막 벨이 울렸을 때는 시누이 은정이 모습을 나타냈었다.
소리가 한번 울릴 때마다 치욕과 굴종의 어두운 기억들이 생겨나고 아연은

나락 속으로빠져 들어갔다. 바로 눈앞에서 지옥을 불러들이던 그 벨소리들..

전화벨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

아연은 멍하니 계속 울리는 전화를 보고만 있었지만 마침내 일어서서 천천히

숨을 정돈하면서 조용히 수화기를 손에 들었다.

 

 「...여보세요?!...」
 「응...나야..전화를 왜 이리 늦게 받아?!」

 

 전화기 저편의 주인공은 뜻밖에 남편이었다



 「당신이예요?」
 「그래. 나라니까. 태국 출장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어. 지금 바로 집에 갈께」
 「회사는 어떡하고요??」
 「오늘은 하루 쉬어야지. 나도 피곤해. 」
 「그래도 되는 거예요? 당신....」
 「왜 내가 가는 게 싫은 거야?」
 「아니요...무슨..빨리 오세요.」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으으응...아무 일도 없어요...
   많이 보고 싶어요... 빨리 와요.」
 「하하..알았어」

 

전화기 저 편에서 남편의 환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금방 갈게. 조금만 기다리세요. 공주님.」

 

그렇게 말하고 전화는 끊겼다.
예정대로라면 남편인 준석이 태국에서 돌아오는 것은 내일 저녁이었다.
예상외로 빠른 귀가였다.하지만, 남편이 곁에 있어 준다는 생각만으로도

갑자기 어깨의 커다란 짐들을 내려놓은 것처럼 아연한 들썩들썩한 기분이

되었다. 노래라도 부르고 싶어졌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방을 청소할 필요성이 없어졌다.
허겁지겁 꺼낸 지 얼마 안 된 잡동사니들을 도로 제자리를 찾아 정리해 넣었다.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그이는 인천공항에서 나와 지금쯤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것이다.
인천 공항에서 집까지는 1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도로가 막히지 않는다면 조금 더 빨리 도착할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현관 벨이 울렸다.
이번엔 진짜 현관 벨 소리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아연은 벨소리에 놀라지 않았다.
남편이 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연은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용기가 났다. 아연은 인터폰의 스위치를 눌렀다.

 

「누구세요?」

 

곧바로 차갑게 가라앉은 음성이 들렸다.
 
 「나야..은정이..」

 

인터폰의 화면 속에 힘들고 굳은 표정의 은정이 나타났다.
어깨에는 큰 가방을 걸치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오는 동안 둘은 아무 말도 서로에게 하지 않았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살갑고 인정 많았던 은정의 쌀쌀맞은 태도가
아연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독일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25살의 은정은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으로 독일 고전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형식주의를 중시하는 독일 고전문학의 이성적인 합리성은 은정의 성격과도

서로 통하는 면이 많아 보였다. 은정은 평소에는 깔끔하고 잔정이 많은 성격

이었지만 가끔은 사람이 말붙이기도 어려울 만큼의 냉정함도 함께 지니고도 있었다.
그녀에게서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합리적 지성만큼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결벽증도 확실히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별났다. 요즘시대 20대 젊은 처녀들에게서

찾아 볼 수 있는 애교라던가 섹쉬한 용모를 추구하는 그런 잔재미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이성과 판단을 존중하는 합리적인 성격이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성적 매력을 물씬 풍기는 여성적 몸매의 가치를 오히려 가려버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연은 그런 은정의 태도와 성격을 오히려 사랑하고 있었다.
남편의 여동생인 시누이동생이라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은정의 그 당당한

태도는 한 여자로, 한인간으로서 가져야할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이렇게 원수지간처럼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은정의 그 맑은 눈은
오히려 아연의 마음을 얼어붙게 했다. 마치 앞에 있는 어떤 것이라도 다 관통해 버릴

것만 같은 그런 차갑게 날이선 눈초리였다.
 
 「은정 아가씨.. 차는 어떤 걸로 할래요?」
 「차 필요 없네요. 이야기 딴 데로 돌리지 말아주세요.
   그것보다 어제 그일. 절 한번 이해시켜보세요.
   도대체 우리 오빠 침실에서 그 남자랑 뭘 한 거죠?」
 「은정 아가씨 ...」
 「설명해주세요. 말못할 눈물겨운 사랑이야기라도 있나보죠?」 
 「아가씨...어떻게 그런 말을」
 「그럼. 어떻게 말해야되는데? 내가 전부 다 봤거든요..
   그런데 나보고 어떡하라고요? 나도 이런 말하기 싫다고요」
 「은정 아가씨」
 「말하세요」
 「... ... ... 」
 「흥...말을 할 수가 없겠죠. 그래도 얼렁뚱땅 둘러 댈 만큼 뻔뻔하진 않나 보네요」
 「아가씨...아니에요. 말할게요. 있는 그대로 다 말할 수 있어요.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어요. 아가씨한테만 다 말할게요.」

 「... ... ... 」

 「 ...나...나.. 실은 강간당했던 거예요.」
 「강간당했다구요?」

 

은정은 잠시 놀란 눈으로 아연을 쳐다보고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정말로 강간당했다면 경찰에 신고부터...」
 
그렇게 말하면서 수화기를 들었다.

 

 「범인은 알고 있쟎아요?! 그 커피숖의 아르바이트생~!!

   내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으니까...
   빨리 신고해서 잡아야해요. 도망쳐버리기 전에」
 「안돼요. 기다려요. 」
 「왜요? 강간당했다면서요?」
 「그래요. 그렇지만 범인은 커피숖의 그 아르바이트생이 아니에요 」
 
 그 순간 은정의 입가에 뒤틀린 미소가 떠올랐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범인은 따로 있어요. 요즘에 경찰에서 경고문을 뿌린 그 연쇄 강간범이었어요.
   그 남자가 나를 침대에 묶었어요. 그리고는 날 욕보이고  커피숖에 전화를 한 거예요」
 「그만..그만 하세요」
 「정말이란 말이에요. 제발 믿어줘요..」
 「미안하지만 손톱만큼도 믿을 수가 없네요..
   도무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믿을 것 아니에요.」
 「그렇지만 전부 사실이란 말이에요」
 「과연 그럴까요?」
 「... ... ... 」
 「내가 대신 이야기해 줄까요.

   언니는 오빠가 출장 가서 집을 비운 사이에

   그 커피숖의 알바생이랑 바람을 피웠던거죠.

   그것도 끈이나 오이 같은 것으로 변태같이 추잡하게 즐기면서...

   어떻게 새파란 일개 커피숖 알바생이랑 그럴 수가......」 
「아..아니에요. 오해예요 그건...」
「불륜 현장을 나한테 들키게 되니까

  강간 이야기를 억지로 꾸며내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아요?

  당연히 내가 경찰에 고발하면 그 젊은 애인이 범인으로 몰리게 되겠죠.
  그러니까 강간한 범인은 따로 있다고 괴롭겠지만 또 다시 거짓말로 둘러대고...
  내 말이 어디 틀려요?」
 「아니야...전혀 아니야...」

 

은정은 가져온 큰 가방의 입을 열고 안쪽에서 몇 권의 잡지책을 꺼내

책상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성인용품점에서 사 왔어요. 조금 위안이 될지 모르겠네요.
   언니 같은 취미를 가진 여자가 생각보다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자...한번 봐요..참..난리도 아니네요..」

 

은정은 잡지의 한 페이지를 펼쳐 그 안에 인쇄되어 있는 사진을 아연에게

들이대었다. 그것은 벌거벗은 여성이 천정으로부터 내려온 끈에 묶인 채

여인의 촉촉한 음부를 활짝 개방한 채 황홀해하는 모습이었다.
 
에로스라고 말하기엔 너무 너무 노골적인, 같은 여성인 아연의 눈으로

보기에도 너무나도 음란하고 색정적인 모습이었다.
아연은 반사적으로 눈을 피해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제대로 보세요. 어제 언니 모습을 보는 것 같지 않아요?」
 「아가씨...이제 그만하세요」
 「그럴 수는 없죠. 더 좋은 것이 있어요」

 

은정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른 잡지를 뒤적이더니 한 페이지를 열어 아연의

눈앞에펼쳐 보였다. 그 사진에는 화려한 색감의 소파 위에서 암캐처럼 납작

엎드린 채 엉덩이를 위로 쳐들고 있는 알몸의 여성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보지에는 마침 한 개의 오이가 찔러 넣어져 있었다. 여자의 눈은 천정을 향해

초점을 잃은 채 풀려있었고,입은 반쯤 열려진 채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연은 그만 토할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그만해...제발 그만하라구...」

 

아연은 은정의 손에서 그 잡지를 빼앗아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은정은 천천히 아연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옷깃을 여미며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아연씨, 당신은 역시 우리 오빠랑 결혼하지 말아야했어.
   부민 그룹의 장래를 짊어질 후계자인 오빠 같은 남자가
   당신같이 평범한 변호사의 딸과 결혼했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 된거야.
   두 집안이 너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라구.
   나도 처음엔 집안 따위 연연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랑을 주장하고 찾아가는

   오빠가 멋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두 사람의 결혼을 적극적으로 응원했던것이고..
   그런데 오빠 출장 간 틈을 타 어린 사내 넘이랑 배가 맞아서...

   어떻게..어떻게..

   역시 집안은 어쩔 수 없는 건가봐요.
   어제 여기서 목격한 그 불륜행각...

   집안사람들에게 모두 말할거야.
   내가 아연씨 당신을 감싸고 보호해줄 이유는 없으니까.
   아니 오히려 마누라가 침실에서 무슨 짓을 벌이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일만 열심히 하고 사는 우리 오빠가 불쌍할 뿐이야.」
 「그게 아니라니까요. 조금만 내 이야기를 들어줘요. 아가씨」
 「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어요. 나에게 손대지마. 더러워요」

 

그렇게 말하면서 은정은 꼬옥 잡아오는 아연의 손을 매몰차게 풀어버렸다.
 


 「기다려요. 은정 아가씨 제발 기다려주세요」

 

그때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현관문이 열렸다.
 


 「어? 은정이 너 어쩐 일이냐?」

 

 남편 준석이었다.

 

 「오..오빠. 태국 출장 내일 끝난다고 하던데?」
 「사돈 남말 하기는...너야말로 학교는 어쩌구 이 시간에 여기 있어?」
 「그것보다 오빠한테 말할게 있어」

 

그때 아연이 재빠르게 인사를 하며 둘의 대화사이에 끼어들었다.
 
 「여보. 잘 다녀오셨어요?!」
 「어. 그럼. 이렇게 건강하게 잘 갔다왔지.

   우리 마누라는 나없는 사이에 더 이뻐진거 같아..하하」

 

 준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여행 가방을 현관에 내려놓았다.

 

 「그래. 은정아. 무슨 이야긴데? 말해봐!」
 「여..여기서는 좀 곤란하구...우리 나가서 이야기하자.. 오빠..」 
 「바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방금 집에 왔는데 또 나가자구?
   여기서 이야기하면 되쟎아.
   집에서 못할 이야기가 뭐가 있어? 안 그래?」
 「... ... ... 」

 

은정은 아연을 흘끗 노려보더니
 
 「그럼 뭐 어쩔 수 없죠」

 

하고 퉁명스레 대답하고는 후다닥 문 밖으로 튀어 나가 버렸다.

 

 「그 놈 참.. 싱겁네..하하하」

 

영문을 모른채 어리둥절한 준석이 거실로 들어서며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현관에 놓여진 가방을 집어든 아연이 간신히 놀란 마음을 쓸어 담으며
조용히 남편 준석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

 

무심코 시작한 번역이었는데 역시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제 겨우 초반진도도 못나가고 있으니.. ㅡ.ㅡ;;

하지만 앞으로도 쭈우욱.. 네이버3과 함께 할 작품들이 있다면

많이 부족하나마 글들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영자님께 어려운 부탁을 드려 필명을 바꿔보았습니다..

조금은 더 은밀하고 자유로운 번역질을 위함임을 밝혀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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