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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엑스터시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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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76 회 작성일 23-12-29 21: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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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엑스터시 ---------------------------------------------  (23)
 


 유키에도 아이들도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었다.
 비행기가 착륙했을 때 벌써 토쿠시마인가 라고 생각한 것 뿐이었다.
 그쪽은 도쿄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기온이 높아서가 아니었다. 여름의 풍물이 다채롭게 눈에 비쳐지기 때문이다. 하늘의 푸르름도 구름의 모양도 옛날부터의 한여름의 표정이었다.
 공항에서 토쿠시마 시내의 서쪽에 위치한 아키타로 직행했다.
 아키타에 있는 쿠라모토 치과의원이 요우헤이의 생가였다.
 부친으로부터 치과를 물려받은 것은 요우헤이와 두 살 차이의 동생이었다.
 현재 치과의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은 어머니와 동생부부, 그리고 그 아이들이었다.
 히나에도 사나에도 즐겁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즐거워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유키에는 침착하게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행복이나 즐거움이라는 것에 괴리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오오쓰가라는 남자로부터의 전화에 대해서 요우헤이에게 말하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말해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유키에는 침묵하고 있었다.
 말하는게 두려웠다.
 동시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있는 요우헤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 성실하고 상냥한 남편이 실은 범죄자였다는 것을 유키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토쿠시마에 와서 삼일이 지나자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팽창했다.
 도쿄의 집에 있을 때보다 하루가 몇배나 더 길게 느껴진다. 바쁘게 움직이거나 외출하는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층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한여름 오후의 정적속에서 졸음이 왔다.
 뒷마당을 둘러싼 나무에서 매미가 울고 있다. 몇 년만에 듣는 매미 소리인가 하고 유키에는 꿈 속에 있는 듯한 기분에 빠졌다.
 그러나 현실은 무시할 수 없었다. 공포감이 항상 따라 다녔고 침묵의 고통도 지워지지 않았다. 눈앞에는 누워있는 요우헤이의 모습이 있었다.
 요우헤이의 옆 얼굴은 잠든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그 요후헤이의 표정이 유키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유키에 이상으로 고통을 받아야 하는데 요우헤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이다.
 용서할 수 없었다.
 "여보......."
 유키에는 자세를 바로하고 요우헤에게 말을 걸었다.
 "응."
 요우헤이는 눈을 감은 채 얼굴만을 유키에에게 돌렸다.
 유키에는 심호홉을 했다.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제 후퇴할 수 없다는 마음이 공포감을 한층 더해주고 있었다. 절벽위에 서서 내려다보는 것과 같았다.
 게다가 눈을 감고 뛰어내릴 수도 없는 일이다. 유키에는 요우헤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리들은 지금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유키에는 한숨을 쉬었다.
 "엄청난 문제라니.....?"
 요우헤이는 여전히 눈을 감은채 되물었다.
 "파멸이에요."
 유키에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누가 파멸한다는 거야?"
 "당신이요. 그러니까, 나도 아이들의 인생도 끝나버리는 거예요. 나는 당신 과거의 오점을 알아버렸어요."
 "과거의 오점........"
 요우헤이가 눈을 떴다.
 "한 남자가 전화를 걸어서 강제로 가르쳐 주었어요. 그러니까, 협박이라는 거죠."
 유키에는 눈물을 닦았다.
 "언제 그랬어!"
 튕기듯이 일어난 요우헤이는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겁에 질린 얼굴로 입술도 떨리고 있었다.
 그 정상이 아닌 모습이 유키에의 불안을 결정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요우헤이는 과거의 오점이라는 무서운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 걸려온 전화는 한 달도 더 전이었어요. 처음에는 장난 같았어요. 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준 전화는 도쿄를 출발하기 전날에 걸려왔어요."
 "도쿄를 출발하기 전날....."
 "5일이에요."
 "나흘 전이군."
 "오오쓰가라고 했어요."
 "오오쓰가......"
 "굉장히 기분나쁜 남자였어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야."
 "형무소에서 나오자마자 라면서....."
 "몰라."
 "이번 23일에 만나자고 하고 있어요. 나하고."
 "내가 아니라 당신하고?"
 "당연히 무슨 생각이 있는 거겠죠."
 "당신의 몸이 목적이라는 거야?"
 "그것도 각오해야만 하겠죠."
 "그것도라니, 아직 뭐가 더 있단 말이야?"
 "단순히 내 몸이 목적이라면 그런 협박을 할 리가 없잖아요. 진짜 목적은 당연히 돈일 거예요. 그것도 몇 천만엔이라는 큰 액수일 거예요."
 "그 남자가 당신을 본 적이 있을까?"
 "집 근처에서 제 모습을 확인했었데요. 그래서 전화로도 음란한 이야기만 해요."
 "도대체 내 무엇을 알기에 협박한다는 거야?"
 요우헤이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과거의 오점이요."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던데?"
 "자기가 범죄를 저질러서 어떤 곳에 숨어 있다가 또다른 범죄를 목격했데요. 그로부터 일주일 뒤 체포됐지만, 자신을 숨겨준 친구에게 폐가 될까봐 경찰에 가서도 목격한 사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그로부터 4년 7개월 복역하고 나왔고, 자기와 내가 만나는 8월 23일이라는 날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남편과 이야기 해보라고......."
 "그것 뿐이야?"
 "예."
 "구체적인 이야기가 아니잖아?"
 "저에게는 구체적으로 받아들여졌어요."
 "그래?"
 "도망치지 마세요!"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유키에는 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러나 아래층에 소리가 들릴 걱정은 전혀 없었다. 요우헤이의 동생은 병원에 있다. 어머니는 네 명의 손자 손녀를 데리고 오후부터 나가고 없었다.
 동생부인도 어머니를 모시고 같이 가고 없었다.
 집에는 요우헤이와 유키에밖에 없었다
 "도망치지 않았어."
 "당신은 저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6월 7일의 일이었어요.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에요."
 유키에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지금의 시점에서는 아직 철저하게 비밀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6월 7일....."
 요우헤이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
 "해외 전근에 관한 이야기에요."
 볼을 타고 내려오는 눈물을 유키에는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게 거짓말이라는 거야?"
 "당신이 지어낸 이야기잖아요. 회사의 방침은 해외의 인사교류는 거의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는데, 당신이 해외 전근을 강하게 희망했다고 했어요. 하지만 허락받지 못헀죠."
 "당신, 그런걸 조사했단 말이야?"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저도 당신이 그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그럴테지........."
 "당신이 왜 그런 쓸데없는 거짓말을 했었는지, 오오쓰가라는 남자의 전화로 겨우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거짓말 외에도 또 있어요."
 "뭔데......"
 "당신이 성적으로 불능이 된 거예요."
 "그 얘기는 하지마."
 "당신이 불능이 된 것도 6월 7일 이었어요."
 "그래."
 "6월 7일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외국으로 도망치려 할 정도로 겁을 먹었고, 섹스를 못하게 될 정도로 심한 쇼크를 받았는지. 지금까지 계속 생각해 본 결과 짐작되는 원인이 하나 있었어요."
 "그래...."
 "6월 7일 내가 어떤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죠?"
 "응."
 "그게 원인이지요?"
 "그럴지도 모르지..."
 유키에는 잠시 한숨을 몰아쉬며 마음을 가다듬은 뒤 말했다.
 "쿠키 마사히코. 그 사람이 원인이죠?"
 "......그래."
 "인정하는 건가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잖아."
 "당신은 어떻게 쿠키씨를 알고 있는 거죠?"
 "직접 만난적은 한번도 없어."
 "그럼 이름은....?"
 "알고 있었어."
 "알고 있는 이름이 하나 더 있죠? 쿠키 코타로우."
 "그래."
 "왜 만나지도 못한 부자의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거죠? 어디서 그 이름을 알게 된 거예요?"
 "그건......"
 "분명, 신문과 방송이었겠죠? 그날 당신은 아무 말없이 내 이야기를 듣기만 했어요. 하지만 속으로는 눈 앞이 캄캄해지고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은 공포를 느끼고 있었을 거예요."
 "........."
 "너무 놀라서 당신은 그날부터 성적불능이 되어버렸어요. 동시에 쿠키씨가 가까이에 출현했다는 공포감에서 외국으로 도망가려고 생각했어요. 왜 당신이 그렇게 놀랐을까? 그 원인은 공소시효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요우헤이는 말이 없었다.
 "코타로우 사건은 8월 26일이 시효예요. 오오쓰가라는 남자는 그 삼일 전에 만나고 싶다고 했어요. 23일 이라는 날에 의미가 있다는 건 그걸 가리키는 거겠죠. 게다가 오오쓰가가 사건을 목격했다는 것은 오년 전. 코타로우 사건이 일어난 것도 오년 전이죠. 오년 전 일어난 이 두 사건은 다른 사건일까요, 여보?"
 "유키에......."
 요우헤이는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었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은 떨고 있었다. 그것은 죄를 인정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유키에는 다시한번 절망감에 빠져 들었다.
 내심 요우헤이가 강하게 부정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다른 길이 없다.
 유키에는 테이블을 끌어안으며 격렬하게 울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일생에 단 한번밖에 없을 것 같은 그런 격한 울음이었다.


 
 8월 12일이 되자 요우헤이와 유키에는 여행을 떠났다.
 3박 4일 뿐이지만 호텔이 잡혔기 때문이다.
 부부끼리만 가는 여행은 웬만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환송하는 사람들도 신혼여행처럼 다녀오라고 놀려댔다.
 요우헤이도 유키에도 웃고 있었지만, 실상은 처형대로 향하는 것을 축복당하는 심정이었다.
 부부사이의 비밀 이야기를 하기엔 적합한 여행이었다. 앞으로 3일간 둘은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다.
 열차에서 내려 그 다음은 택시로 이동했다.
 여름바다를 바라보며 가는 드라이브였지만, 둘은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았다.
 둘만 있게 되고부터 요우헤이는 절망감에 고뇌하는 남자로 변해있었다.
 바다가 아름다워도 마음은 무거웠다. 택시 운전수는 장례식으로 향하는 부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도착한 호텔은 최고급 호텔답게 좋은 분위기였다.
 창문에서 태평양이 시야 가득히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우선 바닷가로 나갈것이었지만, 둘은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우선 이야기부터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저녁 때가 되어서야 요우헤이는 말문을 열었다.
 "오년 전 이야기부터 하지. 사실을 모르면 어떻게도 할 수 없으니까."
 유키에는 무시무시한 고백을 들을 준비를 했다.
 신선한 해물요리의 저녁식사와 함께 정종을 2병 주문했다.
 반주용의 작은 병으로 알콜에 약한 둘에게는 충분한 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취하고 싶어도 취하지 않을 것이었다.
 요우헤이의 경우는 말을 쉽게 하기 위해, 유키에의 경우는 식욕을 기대해 주문한 것이었다.
 "오년 전 8월 26일의 내 행동에 대해 당신 기억하고 있어?"
 술을 한잔 비우고 난 요우헤이는 그렇게 말을 이었다.
 "생각나지 않아요. 나는 일기를 쓰는 것도 아니고 가계부에 당신의 행동까지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유키에는 가슴을 눌렀다.
 술이 가슴을 막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외박했던 것도 기억 못한다는 거야?"
 "예."
 "하긴, 회사일 때문이었으니까. 당신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을 거야."
 "당신은 자기 일 때문에 외박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내가 그때 타고 있던 차 색깔은 기억나?"
 "오오쓰가로부터 구체적인 요구를 들으면서 혹시 하고 의심을 했을 때 처음으로 당신차가 크림색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냈어요. 그리고 코타로우 사건의 범인이 사용한 차가 크림색이었다는 것도요."
 "그 전날부터 나는 하코에에 있었어."
 "하코네....."
 "외국에서 온 손님을 하코네의 별장에 초대했었어. 나는 상무로부터 부탁을 받아 만일을 위해 내 차를 가지고 갔었지."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밤중에 급한 일이 생겼어. 그 때 상무가 내 차로 요코하마의 자택에 돌아가겠다고 말을 꺼냈어."
 "아, 기억났어요! 상무의 어머니가 밤중에 쓰러졌었지요?"
 "그 때 상무가 내 차를 타겠다고 한 것을 승낙한게 지금에 와서 너무 후회가 돼."
 "상무는 당신을 좋게 보고 있었으니까요."
 "그것도 있었지만, 당시 내 차에는 기름이 가득 차 있었어. 그래서 상무가 자택까지 내 차를 타고 갈 생각을 한 거야."
 "당신은 자신의 책임을 충실히 행한 것 뿐이었어요."
 "그 책임에 충실했던게 지금의 사태를 만든 계기가 된거야. 기름을 가득 채우지 않았다면 지금 내 인생은 평온했겠지. 운이 너무 나빴어."
 "사람의 운명이 꼬이는 건 그런 일부터 시작하는 거지요."
 "어쨌든 상사의 명령에는 따라야만 했어. 상무를 태우고 나는 하코네에서 요코하마로 향했어. 우선은 상무를 무사히 데려다 주었지."
 "그 다음 왜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았어요?"
 "상무의 자택은 지리적으로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힘든 곳에 있어. 게나가 나는 가와사키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것이 더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지. 그런 생각을 한 것 역시 최악의 선택이었어........"
 요우헤이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과거를 후회하는 눈물인지, 아니면 오년 전의 기억에 대한 눈물인지.
 "그래요....."
 유키에도 함부로 끼여들지 않고, 요우헤이의 말을 그냥 듣고 있었다.
 "내가 가와사키의 도로를 지나게 된 것은 새벽 다섯시가 넘어서였어."



 운전을 하며 요우헤이는 충혈된 눈을 비볐다.
 이미 밝아진 시야에 사람도 차의 왕래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졸음이 와서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다. 밤을 샌 것과 다름이 없어서 눈이 아팠다.
 기분전환을 위해 요우헤이는 담배를 계속 피웠다. 그런데, 그렇게 입에 문 담배의 한줄기 연기가 요우헤이에게 결정적인 불행을 불러오고 말았다.
 담배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있어도 아픈 눈이었기에 요우헤이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그 한순간 뒤 눈을 뜬 요우헤이는 차 바로 앞에 어린아이를 발견했다.
 핸들 조작으로 어린아이를 피할 겨를도 없었다.
 어린아이는 갑자기 도로로 뛰어든 것이다.
 안 돼!!!
 그렇게 생각하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끽 소리를 내며 차가 멈추었다.
 도로 왼편을 보니 어린아이가 누워 있었다.
 요우헤이의 머릿속에는 두가지 생각뿐이었다.
 하나는 어린아이를 병원에 옮겨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근처의 트럭과 차들이 멈춰서고 운전수들이 다가올 것 같다는 것이었다.
 도망갈 생각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눈은 피하고 싶었다.
 게다가 일초라도 빨리 어린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야만 했다.
 어린아이를 끌어안은 요우헤이는 재빨리 차로 돌아왔다.
 요우헤이는 힘껏 엑셀레이터를 밟으며 차를 직진시켰다.
 병원을 찾으며 조수석의 어린아이를 흔들어 보았다.
 외상은 없고 출혈도 없었다. 그러나 어린아이는 눈을 깜빡이지도 울지도 않았다.
 머리를 부딪치던가 목뼈가 부러지던가 해서 즉사했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요우헤이의 가슴을 죄어왔다.
 어린아이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져 갔다.
 심장 가까이에 손을 얹어 보았지만 움직임을 느낄 수 없었다.
 손목의 맥박을 짚어보았지만 역시 맥박도 없었다.
 죽었다.
 요우헤이는 이제 병원을 찾고 있지 않았다.
 사람을 죽였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워 졌다.
 지금 범죄자가 될 수는 없다.
 회사를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지금과 변함 없는 요우헤이로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
 이대로 도망갈 수밖에 없다.
 어린아이의 시체는 어딘가에 묻어 버린다.
 세 명의 운전수는 트럭과 자가용을 멈추기만 했었다. 그 정도로 요우헤이의 차 번호나 인상을 확인했을 목격자는 없을 것이다.
 이 때 처음으로 요우헤이는 도망칠 결심을 했다.
 죄의식 때문에 요우헤이는 떨고 있었다. 그러나 요우헤이에게는 죄의식을 가볍게 하는 변명거리가 있었다.
 바로 자신의 아들 이찌로우의 죽음이었다.
 "나도 같은 피해자의 부모라는 자기 변호가 유일한 내 편이었어."
 "이찌로우의 일이군요."
 파도 소리도 들리지 않는 실내의 정적이 두 살하고도 8개월로 죽은 장남의 추억을 가져다 주는 것 같았다.
 "지금은 이찌로우의 죽음도 멀게 느껴져. 하지만 오년 전 그때는 아직 이찌로우가 죽은지 일년 반밖에 지나지 않았었지. 그만큼 내 머릿속에도 이찌로우의 비극이 진하게 그림자를 드리고 있었던 것 같아."
 "그러기에 자기 변호가 통했던 거군요."
 "이찌로우는 살해당한 거야. 대낮에 길거리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한 거야. 거기다가 결국 범인은 찾을 수 없었지. 이찌로우를 죽인 범인은 아무 일도 없이 잘 살고 있음이 틀림없어."
 "사람들은 재난이라고 포기하라고 했었죠."
 "당신은 병에 걸리기도 했었지. 나는 이찌로우의 꿈을 꾸고 꿈 속에서 운적도 있어."
 "반 년간 정말로 슬프고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어요."
 "그리고 우리들은 포기했지. 그런데, 그런 비슷한 사고에서 가해자 입장이 된 내가 왜 범인으로서 체포되어야 하는가."
 요우헤이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술을 한잔 따라 입으로 가져가며, 호홉을 잠시 가다듬었다.
 "이찌로우을 죽인 범인은 아직 체포되지 않았어. 그렇다면 나도 체포될 필요가 없어. 그렇게 자신에게 말하면서 나는 차를 달렸지. 그날 나는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왔을 거야."
 "그랬었어요."
 "그 뒤로 난 운전을 그만 뒀지.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를 운전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무서웠기 때문이었어."
 "금연을 한 것도 그 일 때문이었군요."
 "그 때의 담배연기만 생각하면 담배가 증오스러워......."
 "가족을 위해 오래 살겠다고 말하며 운전과 담배를 그만 둔 당신을 전 의심조차 하지 않았지요."
 유키에는 씁쓸하게 웃었다.
 웃고나서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럴 때 웃을 수 있는 자신이 신기했다.
 "하지만, 이제 모든게 끝이야."
 요우헤이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얼굴을 박았다. 어깨가 흔들리고 있다. 다 큰 남자가 우는 모습을 보고도 유키에는 냉정할 수 있었다.
 이제 끝이라는 요우헤이의 마지막 말을 유키에는 강하게 부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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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 속 >

 

 

오랜만에 다시 글을 올립니다.

제 글을 잊지않고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 ^)

2005년 안에 엑스터시 끝을 맺을것 같다고 해 놓고서도 결국 해를 넘기는군요.

몸과 마음, 여러가지로 힘들어서 글을 번역할 틈이 없었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힘내자, 힘!

이렇게 외치며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중입니다.

 

여러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하시는 일 모두 잘되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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