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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회원투고] 고추밭 이야기 2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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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0 회 작성일 23-12-29 20: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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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있었고 했 빛이 따뜻했다.아침 일찍 밭일을 나가시던 동네어르신 몇몇 분들과 마주쳤고 반갑게 인사를 드렸다.순 옥 아줌마가게에 들린 엄마가 음료수를 사들고 독사 골로 향했다.독사 골은 마을 중간에 위치한 순 옥 아줌마 가게 뒤편 쪽 길로 가면 나오는 조그마한 언덕의 산길이었다.


어렸을 때 내 나이 또래 애들은 뱀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뱀골이라고도 불렀다.


뱀골 입구에는 황 씨 할아버지의 허름한 집이 있었다.


뱀골을 넘으면 순 옥 아줌마의 언니인 대창 댁 아줌마 집과 영 숙 할머니네 집이 있었다.어렸을 때 용재 형과 뱀을 잡아 몇 천 원씩 받고 영 숙 할아버지한테 팔았던 기억이 났다.뱀골 입구에 다 쓰러져가는 황 씨 놈의 집이 보였다.아무도 없는 듯 보였다. 엄마와 난, 뱀골을 넘었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 쬐던 것과 달리 숲으로 우거진 뱀골은 그늘이 져 시원했다.엄마가 이마에 땀을 닦았다.뱀골을 넘어 영 숙 할아버지네 밭.. 지금은 최 씨 할아버지네 고추밭인 그곳으로 향했다.


재 훈 삼촌과 아줌마들이 나무그늘에 앉아 쉬고 있었다."아이..이놈의 여편네들 일안하고 뭐 하는 겨?.."엄마가 다가가며 말했다.


"호호..오늘 왜 케 더운지 원... 광호 댁 내일 집 들어가는 거여?""응... 아 이고 덥 네 더워.. 이거 하나씩들 들라고.."나는 엄마가 사온 음료수를 하나씩 아줌마들께 돌렸다.


잠시 뒤 개울가에서 세수를 하고 왔는지 물에 젖은 석재 형 에게도 인사를 드리며 음료수를 건 냈다."아이고 얘기 들었다... 괜찮나?" "네..괜찮아요..""집으로 옮기고 일 나올 꺼 지?"


재 훈 삼촌이 엄마와 나에게 물었고 엄마가 대답했다."그럼 나와야지.. 그동안 놀았으니 뭐..."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잠시 뒤... 역시 개울가에서 진숙엄마가 뒤늦게 나타났다."아 이 여편네는 뭔 볼일을 그리 오래봐?""서방질 하고 왔나? 옷은 또 왜 젖었데?.. 호호" 아줌마들이 놀려댔다.


"어.. 광호엄마구나... 광호도 왔네.. 호 호.. 그래 몸은 괜찮고?""그럼 괜찮지 뭐.. 호호.. 이거나 먹어.."음료수를 마시던 진숙엄마의 눈은 석재 형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진숙엄마와 석재 형을 보니.. 또 어디서 그 짓거리를 하고 왔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에 휴.. 저러다 동네에 소문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속으로 괜한 걱정을 했다."자.. 음료수 다 마셨으면 작업 시작하자고 들..."


재 훈 삼촌의 말에 엄마와 난 인사를 하고 다시 뱀골을 넘었다.황 씨 놈의 집을 다시 들여다보니 여전히 아무도 없는 듯 했다.


아까 그냥 지나쳤던 마당 빨랫줄에는 우비하나가 걸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저 우비 어디서 봤는데..."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았다.보통.. 읍내 농약 사나 종 묘사 에서 나눠주는 우비가 아니었다.


그래서 기억에 남을 만 했지만... 흐릿한 게 생각이 나질 않았다.


순 옥 아줌마 가게를 들러 엄마가 음료수를 하나 또 샀다.나는 지난번 전구를 사러 들렀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 벽 못에 걸려 물기를 뚝뚝 흘리고 있던 우비였다."음...."엄마와 집으로 향하던 내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때 분명 순 옥 아줌마 이불에 누군가 들어가 있는 듯 보였다.


순 옥 아줌마는 몸이 아프다며 끙끙 앓는 소리로 말했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옷은 어깨를 드러낸 채 흘러내린 상태였고 말이다."설마 황 씨가 순 옥 아줌마를 자빠트렸나?"황 씨 놈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했지만..


술만 쳐 먹으면 개새끼가 되는 황 씨를 경멸하던 순 옥 아줌마였기에 확신을 내릴 수 없었다.집은 꽤 근사했다.조립식 판 낼로 지어올린 외부는 딱딱하고 각이 진 것이 정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니 황토색 나무로 벽을 둘러 따뜻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바닥역시 갈색 나무장판으로 깔려 있었다.


큰방하나와 작은방 하나.. 욕실겸화장실.. 그리고 주방이 따로 없었고 거실 안쪽에 싱크대가 들어가 있었다.나중에 커 텐을 달아 주방과 거실을 나누자고 엄마한테 말했다.인부아저씨들께 음료수를 나눠드리고 엄마와 마을회관으로 향했다.마을회관에 돌아온 엄마와 나는 점심을 먹고 그동안 사용했던 마을회관을 청소하기 시작했다.나는 내일 옮길 짐들을 거실로 옮겨 내놓았고.. 엄마는 거실을 쓸고 닦았다.일찍 저녁을 먹은 엄마가 설거지를 하며 빈 반찬통을 나에게 건 냈다.


나는 반찬통을 들고 용재형네로 향했다.오늘 엄마와 하루 종일 붙어있어서 담배 필 겨를이 없었던 나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담배하나를 물었다.날이 어두워져 동네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후~~"담배 연기가 가로등 불빛 속으로 사 그라 들었다.


"잘 먹었어요.. 안녕히 계세요."용재형네서 시원한 미숫가루를 얻어먹고 반찬통을 드리며 나왔다."내일 봐.."용재 형이 내일 짐 옮기는 거를 도와준다고 했다.마을회관으로 돌아온 나는 씻고 이부자리가 펴있는 방으로 향했다.거실에다 짐을 내놓아 방에다가 이부자리를 깐 것이었다.엄마가 누워 계셨다.


이불을 들추며 들어가 누웠다.. 오늘은 웬 지 내 행동 하나하나가 어색한 것 같았다."내일 용재 형 와서 도와준데..""에구.. 괜찮다고 그러지?.. 그 집 일 도 바쁠 터인데.."잠시 조용한 방... 창문 밖으로 환하게 떠 있는 달이 엄마와 나를 비추고 있었다.그동안 며칠..


엄마의 손을 잡았던 나였지만 오늘은 왜 이렇게 떨리는 것일까?


조심스럽게 엄마의 손을 잡고자 움직이던 나...내가 머뭇거리고 가만히 있자 엄마가 내손을 꼭 잡아주셨고 나는 또 다시 엄마의 품속으로 들어갔다.째깍째깍... 어두컴컴한 밤.. 달빛만이 비추고 있는 방안...따뜻한 엄마의 품속에서 있던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조용한 마을회관 방에서는 시계바늘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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