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바람과 남편의 복수 - 3편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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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나면 모든게 다 타서 시커멓고 흉하게 되는데 봄이 오면 온통 고사리밭으로 변한다...복수심이 모든 것을 다 태워서 흉칙하게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어느새 성욕만 무성하게 솟아 있었다. 혜원과의 섹스는 전쟁이었고 일종의 거래였고 그 거래를 종결짓는 의식이었다...혜원은 자기의 재산을 지키려 약점을 쥐고 있는 나와 거래를 하였고, 아내는 가정을 지키려 강철영과 거래를 한 것인가..
아내와 혜원이 다른 점이 무엇이고 나와 강철영이 다른 점이 무엇인가....무용담 처럼 떠버릴 정도는 아니지만 스쳐지나가는 여자들도 있었는데...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아내가 이해되기도 하였다..
내가 약해지고 있는 걸까?....급여통장까지 다른 것으로 바꿔 아내을 압박하려 했는데 아이들을 생각해서 그냥 나두기로 한다...
부장이 호출한다..."김과장 이거 다시 검토해 볼 수 있게나.." 내가 올린 보고서를 다시 돌려준다..."네 알겠습니다..." 군말 없이 받아 나오려는데 "오늘 저녁 시간 되면 나랑 술이나 한잔하세"
"네 알겠습니다.." 이제 공은 부장한테 넘어간 것이다....토사구팽...토끼사냥이 끝나면 필요없어 진 사냥개는 삶아먹는다...필요없어진 개도 팽(烹) 당하는게 생리 인데...사냥감을 잘 물어오라고 날카롭게 다듬은 송곳니를 주인에게 드러냈으니 무사하기를 바라겠는가...어차피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 아닌가...저녁을 먹자는건 아마도 마지막 소명 기회를 주려고 하는 것일 거다...내가 입장을 바꿔 부장이 되었어도 가차없이 쳐 버렸을 테니........
잘 차려진 일식집, 부장은 특유의 넌시레를 치며 자리를 편하게 하려고 한다....술이 몇 순배 돌자 "김과장 자네 요즘 무슨 일 있나...얼굴이 영 아니야.."....구차하게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내가 자원하리라..."부장님 저 해외지사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부장이 꺼내기 어려운 말을 내가 해결해 준다....
"그래 어디 원하는 곳이 있는가..." 내심 일본이나 미국을 원했지만...
"아무곳이나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 주십시요..." 유배가는데 유배장소를 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자네 입사해서 기획만 했는데..영업을 할 수 있겠는가...중국으로 가게...거기는 신흥시장이니 자네가 할 일이 있을거야.." 배려였다..
입사해서 10년 동안 같이 일했던 동료로서 정일까... 그간 나의 충성심에 대한 보답일까..
모든 것을 실적으로 평가하는 영업파트에 신입이나 마찬가지인 내가 10년차 과장의 성과를 낸다는 것은 십중팔구 어려운 일이다..아마 실적부진으로 왕따를 당하고 스스로 사표를 쓰게 되겠지...
중국이라면 워낙 시장이 팽창하는 곳이라서 실세들도 커리어 관리를 위해 자원하는 곳이 아닌가..부장이 고마웠다.......
해외지사 근무 신청을 하고 후임자가 정해지고 한층 여유로워 지니...명주가 궁금했다..명주는 조인수와 이혼을 했을까...조인수와 아내는 계속 만날까...명주에게 전화를 거니 울먹이며 말을 못한다.
처음 만난 카페 근처로 가서 전화를 해서 막무가내 그녀의 집에 찾아갔다...얼굴부터 발까지 온통 멍 투성이였다...핏자국도 보인다...바닥에는 뽑혀진 머리카락이 흩어져 있다...어떻게 여자를 아니사람을 이렇게 까지 때릴 수가 있단 말인가...조인수에 대한 분노가 치오르며 명주가 너무 불쌍했다...대충 옷가지를 챙겨 내가 묵고 있는 여관으로 명주를 데리고 왔다..
명주가 내게 불륜사실을 알린 것과 명주의 낙태사실을 알고 부터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그것도 매일같이...명주는 계속되는 폭력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었다...밤새도록 명주의 상처와멍울을 핧아 주었다..천천히..아주 부드럽게 사랑으로만 치유할 수 있는 상처였다...연민...메말랐던 대지는 정성스런 보살핌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내가 작서한 자술서를 근거로 둘을 간통으로 엮을까 생각도 했으나....명주가 반대했다...부인을 용서해주고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며...어떻게 하면 명주를 조인수 손아귀에서 구할까 궁리끝에 조인수가 전에 마리화나를 피우다..집행유예를 받은 적이 있다고 아마도 지금도 가끔씩 하는 것 같다고 한다....고시공부를 같이 하던 검사친구를 만나...아내 이야기를 뺀 명주의 이야기를 하고...도움을 요청하였다...친구는 익명제보로 처리하고 조인수를 조사해 보겠다고 했다....조인수는 마리화나는 물론 액스터치라는 신종마약까지 같이 하고 있었다....아마 재범이니 실형을 살게 될 것이라는 연락이 왔다....명주는 떠나면서도 내가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다고 한다....
아내는 계속해서 문자를 보낸다...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장모는 처남과 회사까지 찾아와서 내게 관용을 구하며 자식을 잘못키운 자신의 잘못이라며 사정을 한다...어떻게 알았는지 우리 부모님조차 문제를 확대하지 말라는 은근한 압력을 행사한다.... 단지 여동생들만은 애들을 자기네가 잘키워주겠다며 세상에 좋은 여자들도 많다며 이혼하라고 한다....아빠 언제 출장에서 오냐고 보고싶다는 애들의 목소리에 마음이 흔들린다...큰놈은 아들이라 그런지 믿음직스럽고,..딸은 애교가 넘쳐 너무나 이쁘고 사랑스럽다...눈에 넣어도 안아플 만큼이나...보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세상으로 가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집으로 들어가니 아내의 얼굴은 생각보다 좋았다...아내에게 곧 중국으로 발령이 날테니 준비하라고 한다...부동산에 집을 내어 놓으니부동산경기가 좋아서인지 금방 계약이 체결됬다....회사 고충처리반에 현지에 거주할 집도 부탁해 놨다..모든 준비가 순조롭게 이루어 지는 것 같았다..
인터넷검색을 하던 중 호주에서 유전자검사를 의뢰한 표본중 70%가 친부모가 아니라는 가십성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평소같으면 먼가 의심이 있으니 유전자검사를 의뢰했을테니 당연한 수치라며 웃으면서지나칠 기사인데..
아내의 불륜을 확인한 후라 그런지 유전자검사라는 단어가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기어이 아들과 딸 그리고 내 머리카락을 채취하여 검사를 의뢰하고 말았다.......
며칠뒤 두장의 검사결과표를 내어준다..."표본 A 와 표본 B 의 친부 가능성은 98.8%" "표본 A와 표본 C의 친부가능성은 0.78%" 다리에 힘이 풀려 서 있을 수도 없었다..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 나가는 것 같다..아들은 내 아들인데 딸은 내 딸이 아니라는 말이 아닌가....아내가 다른남자의 씨를 잉태하여 내 자식으로 키웠다는 것이 아닌가...아내의 생활에 내가 모르는 남자가 얼마나 더 있다는 말인가....힘이 풀려 한참을 앉아 있었다...
누가 딸의 애비인지 왜 그랬는지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았다.....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이혼서류를 작성한다...."아들의 양육권과 친권은 내가,딸의 양육권과 친권은 아내가.." "재산의 분할은 합의에 의한다."..생각보다 간단했다..
아내가 도장찍을 자리만 비워둔 이혼서류, 반송용봉투와 두장의 유전자검사결과표를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거울에 비친 내모습을 본다...중년으로 접어든 볼품없는 사내 하나가 꺼칠허니 서있다..너무나 보기 싫었다..화장품병을 들어 거울에 던지니 쫙하고 금이 간다.....
중국으로 발령이 나 떠난다는 인사를 하면서 아버지에게 유전자 검사표를 보여준다...한참을 보시던 아버지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는 흠찟 놀란다...어머니가 그게 머냐고 재촉을 하신다...
어머니에게 이혼을 한다고 말을 하니...내어깨를 툭툭 치시면서 "복도 없는거..복도 없는거..."하며 울먹인다.. ..손자를 부탁한다고 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내몸이나 잘챙기라고 오히려 나를 걱정해준다.
인천에서 상해 오히려 제주도가기 보다더 가까운 곳인데....언제 이곳을 다시돌아 올 수가 있을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