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역] 사토미 4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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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요가 클래스메이트들의 얼을 뺄 정도로 큰 소리로 말하자, 갑자기 클래스 안이 조용해지고, 시선이 미치요에게 집중되었다.
체크시간 종료까지 앞으로 18분, 수업시간 종료까지 앞으로 15분이 남은 상황이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 가운데, 미치요가 어떤 수를 내놓을지, 모두가 흥미진진해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다음은... 교내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 게임입니다.」
멍하니 있는 클래스메이트들 앞에서, 미치요는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기 4장의 카드가 있습니다, 사토미양에게, 이 중 1장의 카드를 뽑게 하여, 카드에 적혀있는 내용을 수행하게 할 것입니다.
그럼 우선, 카드 안의 내용을 읽어보겠습니다.」
미치요는 여기서 말을 끊고는, 사토미를 보며 미소를 띄웠다.
「그러니까,『1. 2학년 2반 교실문에 자기 이름 낙서하고 오기』『2. 여자 화장실에 가서 비누 가지고 오기』
『3. 옥상에 가서 한바퀴 러닝하고 오기』『4. 교실 안을 한바퀴 돌기』이렇게 4개입니다.」
「...」
역시 사토미는,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선택지 4장중 3장이, 이 모습으로, 복도로 나가라는 내용인 것이다.
「하, 하지만, 지, 지금은 2학년 1반의 학급회의로써 체크시간이므로, 다, 다른 반 학생의 눈에 띄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안그런가요?」
반론이 허용되지 않는 사토미는, 미치요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게끔 주의하면서, 질문형태로 이의를 제기했다.
(이, 이런 모습으로 복도에 나가서 다른 반 애들 눈에 띄기라도 한다면...)새로운 굴욕에, 다리가 심하게 떨려왔다.
「아, 물론 그건 그렇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다른 반 학생의 눈에 띄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미치요가 깨끗이 수긍하자, 사토미는 안도한 반면 관객들은 맥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악랄하게 웃으며, 미치요는 말을 이었다.
「해서, 먼저 유미양에게 얘기하여, 정찰을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미치요는 휴대폰 전원을 켰다
「어때요, 유미양? 거기는 괜찮나요? 상황 좀 설명해주세요.」
수화기에 대고 그렇게 말하곤, 핸즈프리 모드로 설정한 후, 노트북 컴퓨터에 접속하여, 비주얼 버튼을 온(on)으로 설정했다.
『네~ 여기는 복도입니다~ 지금 여자 화장실 앞에 나와 있습니다만, 2학년 1반에서부터 여기 복도까지는 현재 아무도 없습니다.』
클래스메이트들 정면을 향한 노트북 컴퓨터 화면에는, 복도의 상황이 선명하게 나와 있었다.
『어떻습니까, 최신 휴대폰이라 꽤 선명하게 잘 나오죠?』
노트북 스피커에서 나오는 유미의 목소리도 깨끗한 음질로 들렸다.
「정말, 잘 나오네요~ 음, 알겠습니다. 지금이면 사토미양이 하반신 알몸으로 복도에 나가도 괜찮겠군요.」
미치요는, 모두에게 들리도록 수화기에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
「다행이군요, 사토미양. 지금이면 괜찮다네요.」
이번엔 사토미를 향해 윙크를 했다.
「좋아~ 기다리고 있었어~ 사토미의 장기, 대낮에 알몸으로 활보하기!」
「수업중에 교내를 거길 노출하고서 뛸 수 있다니, 어때? 흥분되지, 사토미?」
「그래그래, 이게 없으면 섭하지. 이제 사토미도 잔뜩 젖어들겠지?」
「꺄아, 사토미, 굉장하네. 혹시라도 누가 복도로 나오면 어쩔려구 그래?」
「그러니까, 보이고 싶지 않으면 빨리 뛰면 되는거고, 보이고 싶으면 천천히 걸으면 되잖아?」
「사토미의 본성을 알 수 있는 기회구만. 우린 교실에서 차분히 중계나 즐기자구.」
예상을 뛰어넘는 제안으로 관객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런 모두를 미치요는 한손을 흔들어 잠재웠다.
「여러분, 지금은 수업중이니, 조용히 해주세요. 옆반 선생님이 뭔일인가하고 들여다보러 오시기라도 하면 곤란하잖습니까.
또한, 사토미양이 만약 4번째 카드를 뽑으면 복도엔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미치요가 그렇게 지적하자 갑자기 교실 안이 조용해졌다. 미치요는, 4장의 카드를 근처 남학생에게 건네며 말했다.
「스기모토군, 이 카드를 자~알 섞어서, 사토미양이 한장을 고르게 하세요.」
스기모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드를 받아들고는, 잘 섞은 후, 사토미에게 내밀었다.
「그럼, 원하는 걸 한장 뽑아.」
표정은 포커페이스(수를 읽을 수 없는 표정) 그 자체였다.
「시간끌지마, 사토미!」
불과 몇초도 되기 전에, 한 여학생이 격한 어조로 말했다.
「앞으로 18분 밖에 안남았어, 빨리해.」
「알았어...」
어느새 남자들 이상으로 사토미를 노골적으로 농락하기 시작한 여자들을 바라보며, 사토미는 대답했다.
(4분에 1의 확률이지만, 이 순간만 잘 극복하면...)기원을 담아, 맨오른쪽에 있는 카드를 뽑았다.
「이, 이걸로 할께...」
(제, 제발...)
관객들이 침을 삼키며 사토미가 뽑은 카드를 주시했다. 그러나, 스기모토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사토미, 네가 보기 전에, 먼저 그 카드의 내용을 모두에게 보여줘.」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시선은 사토미의 노출된 하반신을 향하고 있었다.
「아, 알았어.... 이, 이것입니다!」
「오오오옷!」
「좋았어!」
「꺄아, 사토미, 정말 대단해!」
「하하하, 정말 재밌겠구만~」
사토미가 과감히 뽑아든 카드를 모두에게 보여주자, 교실 안이 크게 술렁임과 동시에 환호성이 터졌다.
「에...?」
(서, 설마...)사토미는 또다시 절망적인 예감을 하며, 카드의 내용을 보았다.
「그, 그런....」
사토미는 말문이 막혔다. 아니나 다를까, 그 카드에는,『3. 옥상에 가서 한바퀴 러닝하고 오기』라고 적혀 있었다.
「이야~ 사토미양은, 뽑기 운이 좋네요~」
미치요가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지만, 사토미에게는 결과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모르는 체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 설마, 사전에 짜고 한 건...)그런 생각을 하는 사토미는 안중에도 없이, 미치요는 시계를 보며 말을 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시간은, 지금이 47분이니... 8분을 드리겠습니다. 반드시 55분까지 명령을 수행하고 돌아올 것!
여기에서 옥상으로 갈려면, 반대편 끝까지 100미터를 뛴 후, 계단을 통해 세층을 더 오르면 되겠군요.
옥상을 한바퀴 도는 거리는, 아마 300미터가 조금 안될겁니다. 따라서, 왕복거리가 총 600미터도 안되니,
도중에 약간의 돌발사고가 생기더라도, 이 정도 시간이면 충분하겠죠?」
「그, 그치만, 지금은 아무도 없어도,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가 있으면...」
알몸인 고간을 노출하고서, 수업중에 교실과 복도를 러닝하라는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명령에, 사토미는 필사적인 저항을 시도했다.
(그 그것만은 봐줘, 제발!)
사토미의 소리없는 외침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모든 관객들에게 귀가 따가울 정도로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이봐요, 사토미양, 로스타임 5분 추가하겠습니다!」
지체없이, 미치요가 말했다.
「아~ 그것으로 쉬는 시간을 8분이나 잡아먹겠군요. 어떡하죠, 앞으로 한번만 더 연장되면 다음 수업 때까지 이어지는데?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설명드리고, 알몸으로 수업받을 건가요? 알아서 하세요, 그럼, 카운트를 세겠습니다, 하나~아....」
「...아, 알겠습니다!」
어차피, 미치요는 이미 모든 계획을 짜놓은 것임에 틀림없다. 여기서 저항해봤자 입만 아플 것이고, 미치요가 꾸민 일이니,
다른 반에 새나가지 않게 미리 수를 써놓았을 것이다... 그렇게 타이르며, 사토미는 교실문 앞까지 걸어갔다.
그러나, 교실문 손잡이를 잡은 직후, 다시 사토미의 움직임이 멈췄다.
클래스메이트들은, 딱 알맞게 살이 올라있는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가는 사토미의 뒷모습이 우연히 눈에 들어오자, 한층 더 가학심을 돋궜다.
「이봐, 뭐하고 있어, 사토미? 그 상태로 얼른 옥상에 뛰어 갔다와. 여기서 실황중계로 차분히 감상해 줄테니까.」
「뭘 새삼스럽게 부끄러워하고 있어? 예전에도, 알몸으로 옥상에서 즐겁게 러닝했잖아.」
「어머나~ 벌써 49분이네. 이제 6분 남았네. 얘들아, 지각하면, 로스타임을 30분 추가하는 걸로 하자.」
마지막 여자의 말에, 이의없음,이라는 합창이 다시 울리는 것을 들은 사토미는, 눈을 질끈 감고서, 문을 열었다.
(괜찮아, 잠깐 뛰어 갔다 오는 것일 뿐이야. 3분이면 충분해...)
살짝 열린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자, 복도 반대편 끝에 유미가 양손으로 커다랗게 원을 만들고 서있는 것이 보였다.
(가, 가자...)사토미는 과감히, 교실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여지없이 고간으로 바람이 불어들어오자, 사토미는 자신의 낯뜨거운 모습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하복 상의는, 사토미의 배꼽조차 가려주지 못했다.(아, 안돼!)
사토미는 자기도 모르게 잠시 우두커니 서 있은 후, 교실로 돌아가려 했지만, 무심하게도 교실문은, 안쪽에서 굳게 잠겨버렸다.
사토미는 양손으로 고간을 가리며, 불안한 마음으로 복도 끝에 서있는 유미를 보았다.
그 곳까지 가기 위해선 우선, 2학년 2반, 2학년 1반, 그리고 미술실 앞을 통과해야만 한다.
평소같으면 아무런 주저없이 갈 수 있는 100미터이지만, 하반신을 노출하고 있는 지금은 터무니없이 먼 거리처럼 느껴졌다.
(어, 어떡하지...역시, 무리야... 만약, 누군가가 화장실에 갈려고 나오기라도 한다면, 숨을 장소가 없어...)
사토미가 망연자실하여 멍하니 서있자, 2학년 1반의 교실 문이 열렸다. 문을 통해 나온 사람은, 비디오카메라를 든 타카하시였다.
「얼래? 사토미, 아직도 거기에 있어? 빨리 하지 않으면, 지시불이행으로, 학생회에 신고해 버린다? 그럼, 하나~아, 두~울」
「자, 잠깐만... 타, 타카하시...」
사토미는 순간, 타카하시를 노려보았지만, 그가 비디오카메라를 사토미의 정면에 들이대자, 당황해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아주 신났네, 나중에 각오해!)
「아, 잠깐 기다려, 이거 가지고 가. 여기, 옥상열쇠!」
(그런 모습을 하고서도 아직도 노려볼 수 있다니, 역시 근성이 있네, 사토미.
예전엔 네 그런 모습에 반했었지만, 지금은 정말, 그런 모습을 보면 괴롭힐 맛이 나...)
타카하시는 히죽히죽 웃으며, 일부러 사토미가 서있는 위치보다 한참 앞쪽을 향해 열쇠뭉치를 던졌다.
그러자, 7~8개의 열쇠를 억지로 한개의 고리에 채워넣은 열쇠뭉치는, 앗,하고 작게 소리치며 손을 뻗은 사토미의 상반신을 스쳐지나가,
짜랑,하는 큰 소리를 내며 복도에 떨어졌다.
(아, 안되엣! 빠, 빨리 줍지 않으면...)사토미는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열쇠뭉치를 향해 달려갔다.
(누, 누가 나오기 전에, 열쇠를 주워서 도망가야 해!)
재빨리 열쇠가 있는 위치로 가서 몸을 앞으로 굽혀 열쇠를 주은 후, 복도 끝에 서있는 유미를 향해 달려갔다.
한편, 수업중에 하반신을 노출시키고서 열심히 복도 끝을 향해 뛰어가는 미소녀 클래스위원의 모습을,
유미와 타카하시가 앞뒤에서 생생히 기록하고 있었다.
사토미로써는 멀고도 가깝게 느껴졌지만, 복도 반대편 끝에 도착하는 데에는, 불과 2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아, 아무한테도 안들켰겠지...)사토미는 계단 그늘에 몸을 숨기고서,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뛰어오는 타카하시만이 눈에 들어오자, 안도감과 수치심을 동시에 느꼈다.
사토미는 자기도 모르게 하반신을 양손으로 가리며 몸을 웅크렸다.
「사토미, 뭐하고 있어. 빨리 가지 않으면 늦는단 말이야!」
먼저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 유미가, 계단 위에서 말했다.
「체크도, 가드(guard)도 해주는데, 이걸로도 부족해?」
「미, 미안...」
사토미는 당황해하며 그렇게 말하곤, 일어섰다. 손목시계를 보자 얼굴이 새파레졌다.
(아, 벌써 51분이야, 이제 4분밖에 안남았어!)
사토미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하반신을 노출시키고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앞뒤에서 사토미의 하반신을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를 신경쓰며,
오른손으로 비부를, 왼손으로 엉덩이를 붙잡고서 계단을 오르는 그 모습은, 우스꽝스러움 그 자체였다.
「이봐, 사토미, 그 엉거주춤한 자세, 어떻게 좀 안돼?」
유미는 그렇게 말하며 웃으면서도, 휴대폰 카메라로 선명하게 그 모습을 찍어 교실로 전송하는, 실황중계를 계속했다.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던 사토미는, 휴,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 다행이다, 한사람한테라도 들켰다간 정말 끝장이야. 이대로...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돼.)
스커트도 팬티도 입지 않고, 교내를 돌아다니는 수치지옥 속에서 조금이라도 수치심을 털어버리려는 듯, 사토미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