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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단편(斷片) 3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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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57 회 작성일 23-12-28 23: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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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단편(斷片) 33부.

나는 다음날 이도경과 함께 시외로 나왔다. 일요일이라 이도경과 등산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버스 정거장에서 만난 이도경은 짧은 반바지에 몸에 달라붙는 티를 입고 있었다. 시내에서 가까운 산이라 간단하게 입고 온 것이다. 나는 도경과 함께 버스를 타고 산에 도착해서 정상으로 올라갔다. 나는 본래가 튼튼한 놈이고 도경도 저번에 부상당한 상처가 아물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정상에 도착해서 밑으로 내려다보니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나는 치물한 표정으로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산에 오르며 고민을 잊으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

“태자야. 무슨 고민 있니. 얼굴이 어둡다.”
“답답해서 그래..........선생들의 비리를 밝히자니 아버지가 걸리고.........그냥 참고 있자니 너희들에게 미안하고........너도 알지만 우리 아버지도 SM클럽의 일원이잖아. 선생들의 비리를 밝히면 아버지도 다쳐.........그게 고민이야. 또 어머니 일도 걸리고 말이야.”
“어머니?........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나는 도경과 산을 조금 내려와 공터에 있는 배치에 앉았다.

“태자야..........고민 있으면 말해봐~ 좀전에 어머니 이야기는 또 뭐야.”

도경은 내가 계속 치물한 표정이자 답답한 모양이다. 나는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하나 이야기 해 주었다. 우진에게 들었던 아버지의 과거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두 한 것이다. 이상하게도 도경이에게는 모든 비밀을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다. 도경도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SM클럽의 비리를 터트리며 태자 아버지까지 문제가 되는구나. 그렇다고 태자 아버지만 빼고 나머지 사람들의 비리만 밝힐 수도 없는 일이고.........”
“아버지도 SM클럽의 일원이니 당연히 밝혀지겠지. 그것도 고민이지만 다른 고민도 있어. 아버지는 친엄마의 모든 재산을 빼앗고 헌신짝처럼 버렸어. 아주 나쁜 놈이지. 도경야......너라면 나라면 어떻게 하겠니. 이런 아버지를 용서해야 하는 거니.”
“일단 SM클럽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하고...........어머니에 대한 부분은 그냥 잊어버리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어머니의 행방도 모른다고 했잖아. 그럼 고민할 것도 없잖아. 이미 모두 지난 일인데......”
“물론 모두 지난 일이야. 또 아버지도 재산문제에 대해서는 할말이 있을 거야. 다만 내가 용서할 수 없는 것은........엄마가 자신의 취향대로 해주지 않는다고 하여 다른 여자를 집안까지 끌어들여 어머니를 쫒아낸 거야. 그게 사람이 할 짓이야.”
“부부사이의 일은 남이 모르는 부분이 많아. 그러니까 부모님 문제에 대해서는 태자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당사자들에게 모두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모르는 거야. 그리고 방금도 말했지만 어머니는 지금 없어. 아버지는 계시고........없는 사람 때문에 지금 있는 아버지에게 복수하다는 것도 웃기잖아.”
“휴~ 우리 어머니 이야기는 그만하자.”

내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도경은 쓰게 웃으며 잠깐 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태자야........이런 말하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아버지는 아버지야. 아무리 악인(惡人)이라도 태자 아버지라는 말이야. 나는 자식이 아버지를 벌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분이잖아.”
“킥킥킥~ 누가 태어나게 해달라고 빌었어. 제발 나아 달라고 부탁이라도 했느냐고. 자기들이 좋아서 만들었잖아.”
“태자야. 난 너와 싸우자는 것이 아니야. 내가 고민하니 나의 의견을 말하고 있을 뿐이야.”
“휴~ 알아. 미안하다! 내가 흥분했나봐~.........도경아.........너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선생들의 비리를 밝히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어야겠다. 지금은 선생들도 우릴 건드리지 않으니 일단은 두고 보기로 하자.”
“그래.......그렇게 해. 그런데 조금 전의 말은 또 뭐야.”
“무슨 이야기.”
“창가의 여인이 어머니 이름과 똑같다고 했잖아.”
“그거.........내가 아는 아줌마가 있는데 우리 어머니 이름이랑 똑같아서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야.”
“세상에 이름이 같은 사람은 많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자~ 그만 내려가자.”

나는 도경과 함께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중간에 도경이 화장실이 급하다고 한다. 우리는 근처에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우겨진 숲으로 들어갔다. 도경은 주위를 살펴보다가 사람들이 보이지 않자 나를 기다리라고 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는 짧은 반바지와 몸에 끼는 티를 입고 있는 도경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욕정이 솟구쳤다. 나는 숨죽어 조심스럽게 도경에게 접근해보니 도경이 바지를 내린 상태에서 휴지로 밑으로 닫고 있었다.

“앗~ 뭐하는 거야. 당장 놓지 못해.”

도경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다가 자신을 잡은 사람이 나라는 것을 알고 안심하다가 내손이 손이 불쑥 다리사이로 들어가니 몸을 비틀며 눈을 흘긴다.

“뭐하는 짓이야.
“도경아.........좆꼴려 미치겠다. 우리 한번 하자.”
“아흑~ 나쁜 놈........싫어. 누가 보면 어떻게.”
“누가 본다고 그래. 우리 한번만 하자. 급하단 말이야.”

나는 도경의 보지에 손가락을 쑤셔주며 귀가에 속삭이니 도경은 얼굴이 붉히며 어쩔 줄 몰라 몸만 비틀고 있다. 나는 도경이가 심하게 반항하기 전에 도경을 안아 좀더 깊은 숲으로 들어간 다음 도경을 나무에 밀어붙이고 그녀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도경아. 다리 잡아.”

나는 도경의 한쪽다리를 들어주니 도경이 한쪽다리를 잡고 나무에 등을 기대었다. 나는 도경의 보지를 벌리고 손가락으로 안쪽으로 찔려주며 혀로 음핵을 핥아주었다.

“하흑~ 하지 마..........더러워~ 아흑~”

도경은 창피한지 나의 머리를 잡고 위로 끌어올린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도경의 어깨를 잡고 밑으로 내리니 도경이 나의 의도를 알고 쭈그리고 앉더니 자지를 빨아준다.

“쩝~ 쩝~ 흡~ 흡~ 태자 자지는 너무 커.”

도경은 남자 경험이 적어 자지 빠는 것도 서툴기 때문에 가끔 이빨로 자지를 건드린다. 하지만 나는 도경의 긴 생머리를 쓸어주었다. 내가 도경의 첫 남자여서 그런지 몰라도 도경이 무슨 짓을 해도 예쁘게 보인다. 나는 도경을 일으켜 세워 한쪽다리를 들고 자지를 보지로 가져가니 도경의 보지가 촉촉하게 젖어 미끈거린다. 나는 허리에 힘을 주고 자지를 밀어 넣었다.

“하흑~ 아파........살살해.”

도경의 보지는 아직도 나의 자지에 길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픈 모양이다. 나는 도경의 보지가 씹어주는 느낌을 즐기며 자지를 움직이기 시작하니 도경이 양팔로 나의 목을 안고 매미처럼 매달린다. 나는 도경의 엉덩이를 받쳐주며 자지의 속도를 높인다.

“뿌직~ 뿌직~ 푹~ 푹~ 푹~ 수겅~ 수겅~”
“도경아. 어때 좋아.”
“몰라........보지가 터지는 것 같아. 아흑~ 엄마. 올라와~ 어떻게. 아아앙~”

도경은 길 생머리를 흔들며 신음소리를 높인다. 나는 도경을 내려주고 엎드리게 한 다음 엉덩이를 붙잡고 좆질을 계속했다. 도경은 나무를 붙잡고 스스로 엉덩이를 움직이며 흥분의 세계로 빠졌고, 나는 도경의 티를 밀어 올려 젖가슴을 애무하며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헉~ 헉~ 도경아. 쌀 것 같아.”
“아흑~ 나도........올라와. 조금만 더..........앙~”
“싼다. 우.........욱~.........울컥.........울컥~”

나도 도경의 보지에 정액을 토해주니 도경이 부들부들 떨며 자지를 씹어준다. 나는 도경과의 정사를 마치고 산을 내려왔다.

나는 집에 도착해서 지금까지의 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도경의 말대로 아버지는 아버지다. 아무리 나쁜 아버지라 해도 자식이 아버지를 벌할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선생들과 아버지의 비리를 이대로 덮어야 하는가? 어머니에 대한 일도 이대로 덮어야 하는가? 답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선생들이 날 건드리지 않는 이상 나도 모르는 척하자. 내가 나서서 벌집을 건드릴 필요는 없겠지.”

나는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선생들이 나와 우리 일진회를 건드리지 않는 이상 나도 선생들의 비리를 덮어두기로 했다. 선생들의 비리를 밝히려면 울 꼰대의 비리까지 밝혀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들이 우리 일진회를 건드리거나 나를 건드리면 그때는 우리 꼰대가 다치는 한이 있어도 선생들의 비를 폭로해 버릴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일도 일단은 덮어두기로 했다. 대신 미지의 여인의 나의 친모인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녀가 친모가 아닐 것이라 확신하지만 단 1%의 가망성이라도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다.

다음날 아침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해서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당연히 있어야 할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향상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던 그녀가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상한 일이다. 나는 수업이 끝나자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한 나는 초인종을 누르지 못하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상하게도 그녀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나는 길게 심호흡을 하고 초인종을 놀렸다.

“띵동~ 띵동~”

초인종소리가 천둥처럼 들린다. 그만큼 내가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에 50대 중반의 아줌마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혹시 저 기억하세요.”
“기억해요. 저번에 왔던 학생이죠. 주인아줌마를 찾아왔어요.”
“예~ 아줌마 있어요.”
“있기는 한데...........잠깐만 기다려 봐요.”

아줌마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참 후에 다시 나왔다.

“많이 기다렸죠. 아줌마가 준비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나는 아줌마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니 창가의 여인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입는데 나를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어준다.

“어서와요...........아줌마.........주스하고 과일 좀 가져오세요.”

나는 창가의 여인에게 다가가 유심히 살펴보니 그녀는 얼굴에 핏기하나 없고 입술이 파란 것이 꼴 병자 같았다. 어디가 아픈 모양이다.

“어디 아프세요.”
“왜~ 아픈 사람처럼 보여.”
“예~ 많이 안 좋아 보여요.”
“학생이 왔다고 해서 화장까지 했는데도 티가 나는 모양이네.”
“병원에는 다녀오셨어요. 어디가 아프신 거죠.”
“간단한 몸살감기로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잖아. 약을 먹었으니 곧 좋아질 거야. 괜히 학생까지 걱정시키고.........미안하네.”
“요즘 감기는 한번 걸리며 오래가요. 초장에 잡아야지 그냥 방치하면 큰일나단 말이에요. 안되겠다. 제가 아는 병원이 있으니 같이 가요.”
“학생 뜻은 고마운데........내 몸은 내가 잘 알아. 이틀정도 고생하면 괜찮아 질 거야.”

그때 아줌마가 주스와 과일을 가지고 왔다.

“학생........나는 시장을 다녀와야 해. 그동안 주인아줌마 좀 부탁해.”
“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시고 다녀오세요.”

아줌마는 나에게 창가의 여인을 부탁하고 시장에 갔다.

“대접할 것이 과일밖에 없네. 많이 먹어........참~ 그런데 오늘 무슨 일로 왔어.”
“향상 보이던 아줌마가 보이지 않으니 걱정돼서 왔죠.”
“정말!!...........정말 네가.............걱정돼서 온 거야.”
“당연하죠. 향상 보이는 분이 안보이니 걱정돼서 왔죠. 아줌마...........지금도 많이 힘들어 보이세요. 안되겠다. 자리에 누우세요. 제가 간호해 드릴게요.”
“하........학생이 날 간호해 주겠다는 말이야.”
“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줌마에게 다가갔다. 아줌마는 내가 다가가자 큰 눈을 깜박이며 나를 올려다본다. 나는 아줌마를 번쩍 들어올렸다.

“어머~ 뭐하는 거야.”
“침실이 어디죠.”
“하.......학생. 내려줘~ 빨리.........혼자 갈 수 있단 말이야.”

그녀가 계속해서 내려달라고 하자 나는 감히 그녀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살며시 바닥에 내려주니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얻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나는 숨을 몰아쉬고 있는 그녀를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새색시처럼 얼굴까지 붉히며 바르르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급작스러운 행동에 많이 놀란 모양이다.

“죄송해요. 놀라셨어요.”
“하이.........하이.........학생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지. 내가 좀 예민해서 그래.”
“많이 힘들어 보이세요. 자~ 침실로 가요.”
“혼자 갈 수 있어.”

나는 아직도 바르르 떨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니 그녀는 살며시 내손에서 손을 빼내고 혼자서 침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나는 그녀가 불안해보여 조심스럽게 뒤를 따라가니 그녀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앉았다.

“누우세요.”
“미안해.......누워도 돼지.”
“당연하죠.”

그녀는 정말 힘든 모양인지 살며시 침상에 올라가 자리에 누웠고, 나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화장실로 달려가 물과 수건을 가지고 침실로 돌아왔다.

“그걸로 뭘 하려고.......”
“제가 간호해 드린다고 했잖아요.”

나는 물수건으로 그녀의 얼굴을 닫아주고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주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어준다. 마음이 편안해진 모양이다. 나는 그녀가 눈을 감자 방안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방은 침대와 장롱 그리고 작은 탁자와 의자가 전부로 그 흔한 장식품 하나 볼 수 없다. 심지어 TV나 전화기도 없는 것이다. 나는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는 그녀를 바라본다. 조금 전에 그녀를 안아보았는데 너무나 가벼웠다. 어림잡아 50kg도 나가지 않는 모양이다. 보통 여자나 남자나 나이를 먹으면 나이 살이라는 것이 있지 않는가? 그런데 그녀는 그런 살도 없는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침대 옆에 앉아 교과서를 꺼냈다. 그녀를 간호하며 오늘 배운 것을 복습할 생각이다. 내가 한참 공부를 하고 있으니 시장에 갔던 아줌마가 돌아왔다. 아줌마는 그녀가 잠든 것을 보고 나를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학생....... 학생에게 이런 부탁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네.”
“말씀하세요. 무슨 부탁이죠.”
“수고스럽겠지만 학생이 주인아줌마 설득해서 병원에 모시고 가면 안 될까? 학생이 가지고 하면 가실지도 몰라. 내가 아무리 설득해도 도무지 병원을 가려고 하질 않네.”
“아줌마가.........많이 아프세요. 간단한 몸살이라고 하시던데.........”
“감기몸살도 문제지만..........아줌마는 정기적으로 종합검진을 받아야 해. 그런데 병원자체를 가시길 거부하고 있어.”
“왜 종합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거죠.”
“학생도 들었겠지만 예전에 아줌마는 큰 교통사고를 당하셨어. 비록 치료가 모두 끝나 퇴원을 하기는 했지만 병원에서 최소한 일년에 한번 정도는 종합검진을 받으라고 했어. 그런데 퇴원한지 일년이 넘었는데도 병원을 가시지 않겠다는 거야.”
“왜~ 안가겠다는 거죠.”
“전에 사고 때문에 일년을 넘게 입원해 계셨는데 그때 병원에 질린 모양이야. 하긴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병원에서 일년이 넘게 있었으니 질릴 만도 하실 거야.”
“그래요........음~ 제가 가지고 하면 들어주실까요?”
“아줌마는 병원에서 퇴원한 다음부터 다른 사람을 만나질 않았어. 본래부터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했는데 사고로 성형수술까지 한 다음부터는 대인기피증이 심해진 모양이야. 그런데 이상하게 학생은 만나고 있어. 아마 학생을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모양이야. 그러니까 학생이 설득하면 병원에 가실지도 몰라.”
“아줌마가 절 특별하게 생각한단 말이에요. 정말이에요.”
“오늘도 학생이 왔다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화장까지 했어. 꼭 멀리 떠났던 서방을 맞는 새색시 같았다니까? 만일 학생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하겠어.”
“그래요?........알았어요. 제가 한번 설득해 볼게요.”
“고마워~ 참~ 나는 7시가 되면 집에 가야해.........학생은 언제까지 있을 거야.”
“저도 가야죠. 그런데.......아줌마까지 집에 가시면........주인아줌마는 혼자계시는 거예요?”
“응~ 내가 같이 있어주면 좋겠지만 나도 가족이 있으니 어쩔 수 없잖아. 그래서 내가 간병인이라도 부르자고 했더니 그건 또 싫다고 하시네. 말했지.......아줌마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걸 싫어하셔.”
“휴~ 아프신데 걱정이네요..........일단 아줌마는 가세요. 제가 주인아줌마에게 물어보고 같이 있을 수 있으면 같이 있을게요.”
“학생이 같이 있겠다는 거야. 집에 안가.”
“가야죠..........늦게까지 같이 있겠다는 거예요.”
“그래........무슨 말이지 알겠다. 일단 나는 저녁 준비를 해야겠네. 학생도 여기서 먹을 거지.”
“예~ 여기서 먹을 게요.”

대화가 끝나자 아줌마는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녀의 방에 들어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6시가 되자 아줌마가 죽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아파서 밥을 먹기가 힘들어하니 죽을 만들어 온 것이다.

“식사는 식탁에 준비해 두었으니 먹어. 죽은 내가 먹이고 갈게.”

아줌마는 들고 온 쟁반을 침대에 내려놓더니 잠든 그녀를 깨워 죽을 먹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죽을 먹는 것을 보다가 식탁에 가서 밥을 먹었다. 죽을 다 먹인 아줌마는 설거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집에는 그녀와 나만 남은 것이다.

“학생..........학생.”

그녀가 부르는 소리에 그녀의 방으로 달려가 보니 그녀가 침대에 앉아 있다.

“늦었다. 부모님이 걱정하시기 전에 학생도 그만 돌아가?”
“조금만 더 있다 갈게요. 저까지 가면 아줌마 혼자 계셔야 하잖아요.”
“학생 뜻은 고맙지만 사양할래.........학생도 그만 돌아가?”
“제가 같이 있는 것이 싫으세요.”
“그..........그건 아니야.........괜히 나 때문에 학생이 고생하는 것 같아서.......”
“고생은 무슨..........이게 무슨 고생이에요. 자자~ 그만 자리에 누우세요.”

나는 아줌마를 억지로 침대에 눕히고 이마를 만져보았다.

“뜨겁네요. 아무래도 안 되겠다. 아줌마.........내일 저랑 병원에 가요. 제가 잘 아는 병원이 있으니 잘 치료해 드릴 겁니다.”
“병원..........싫어. 그냥 며칠 지나면 괜찮아 질 거야.”
“병원가기 싫어요. 왜 병원을 안 가려고 하세요.”
“글쎄..........병원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많아서 그럴 거야. 잘 기억나지 않지만........교통사고 전에도 병원에 가길 싫어했던 것 같아. 그런데 사고로 일년이 넘게 병원에 있었으니........이제는 알코올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야. 그래서 가기 싫다는 거야.”
“그래도 몸이 아픈데 병원에 가야죠. 그리고 병원에서 최소한 일년에 한번은 종합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면서요.”
“이제 모두 낮았어.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아줌마가 의사도 아니잖아요...........아줌마.........제발 부탁이에요. 제가 최대한 빠른 시간에 진료를 끝낼 수 있도록 조치할게요. 저랑 같이 가요. 예~”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보체는 나를 바라보며 한동안 말이 없다가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알았어.........같이 가자. 그런데 정말 학생이 아는 병원이 있어.”
“우리 아버지가 모산병원 원장이에요.”
“모산병원...........알았어. 그럼 내일 같이 가자.”
“이제 병원문제는 해결 됐고.........어디보자. 열을 식혀야 하는데. 잠깐만 기다리세요.”

나는 침대 옆에 있던 대아의 물을 버리고 새로 물을 받은 다음 냉장고에 있는 얼음에 물에 풀었다.

“얼음물로 열기를 식해야 해요.”

나는 차가운 얼음물에 들어 있던 수건을 꺼내 아줌마의 이마에 올려주었다. 아줌마는 열이 내려가자 나를 바라보았다.

“고마워.......이제 정말 집에 가.”
“아직 시간이 있어요.”
“졸려서 그래. 나 그만 잘 거야. 그러니까 학생도 가.”
“조금만 더 있다가 갈게요.”

그녀는 내가 계속 고집을 부리자 한숨을 쉬고 눈을 감았다. 피곤한 모양이다. 시간이 흘렸다. 시계를 보니 11시가 넘었다. 조금 있으면 버스가 끊어지기 때문에 나도 이제는 가야한다. 나는 잠들어 있는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입가에 얇은 미소를 머금고 천사 같은 얼굴로 잠들어 있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평온해 진다. 평소의 나라면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색욕이 먼저 떠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를 보고 있으면 색욕이 일어나지 않고 마음이 편해진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고민했다. 이대로 일어나며 그녀 혼자 남게 된다. 나에게는 열쇠도 없기 때문에 문을 잠그고 갈수도 없다. 방법은 잠들어 있는 그녀를 깨워야 한다. 나는 살며시 손을 내밀어 잠들어 있는 그녀를 흔들어 보았다.

“아줌마...........아줌마.”
“으~응~”

내가 그녀를 흔들자 그녀가 몸을 뒤척인다. 나는 다시 한번 그녀를 불려보니 그녀가 몸을 뒤척이다가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생이구나.........아직 안 갔어..........”
“이제 갈게요. 내일 학교가 끝나자마자 올 것이니 준비하고 기다리세요. 같이 병원가는 겁니다.”
“알았어.”

나는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집에서 나왔다.

다음날 아침에 골목길에서 창가에 앉은 그녀와 눈인사를 주고받고 병원에 있는 영숙이 누나에게 연락해서 5시 이후에 중요한 손님이 있으니 스케줄을 비워두라고 부탁했다. 영숙이 누나는 병원 예약파트를 담당하는 누나다. 나는 수업이 끝나자 그녀의 집으로 달려가 초인종을 눌렸다. 잠시 후에 물방울무늬 원피스에 작은 가디 건을 입은 그녀가 나왔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숨을 멈추었다. 그녀는 얇은 화장에 긴 생머리를 늘어트리고 있는데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다.

“뭘 그렇게 쳐다보니. 부끄럽게........”

그녀는 내가 입을 벌리고 위아래를 살펴보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부끄러운 모양이다.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그만........죄송해요.”
“내가 정말 예뻐.”
“두말하면 잔소리죠. 이 세상에서 아줌마가 제일 예뻐요.”
“피~ 거짓말.......그래도 기분은 좋다. 자~ 가자........모산병원이라고 했지. 여기서 머니.”
“택시타면 30분이면 도착해요. 몸은 괜찮으세요.”
“학생이 어제 간호해줘서 많이 좋아졌어.”
“다행이네요. 자~ 가요.”

나는 그녀와 함께 택시를 탔다. 나는 옆자리에 앉아 창문을 바라보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네 눈에는 지금 네 겉에 앉은 그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황예빈도 예쁘고, 이도경도 예쁘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건 외모의 아름다움이 아니다.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아줌마........다 왔어요. 저기 병원이 제가 말한 모산병원이에요.”
“그래.........여기가 학생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이구나.”

나는 그녀와 함께 택시에서 내려 접수대로 가니 영숙이 누나가 반갑게 맞이한다.

“누나.........스케줄은 비워두었죠.”
“누구 부탁인데.........당연하지. 그런데 누가 검진을 받을 거지. 옆에 있는 분이니.”
“안녕하세요.”

그녀는 영숙이 누나에게 인사를 하며 신분증과 의료보험증을 꺼내준다.

“이미나님이군요. 자~ 여기요. 일단 지하로 내려가셔서 몸무게와 시력검사부터 시작하세요.”

나는 그녀와 함께 지하에 있는 검사실로 내려갔다.

“태자왔어.........지금부터 검사를 시작해야하니 너는 밖에서 기다려.”

내가 그녀와 함께 검사실로 들어가자 간호사누나가 나보고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아줌마........저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끝나면 연락 주세요.”
“알았어.”

나는 그녀를 검사실에 남겨두고 다시 접수대로 왔다.

“방금 그분 누구야. 친척이니.”

영숙이 누나는 그녀가 누군지 궁금한 모양이다.

“아니야. 그냥 아는 분이야. 참~ 아버지는 병원에 계셔.”
“글쎄........전화를 해보면 알겠지.”

누나는 원장실과 몇 군데 전호를 해본다.

“오늘 골프 약속이 있어서 먼저 나가셨다고 하네. 원장님 요즘 골프장에 자주 가셔.”
“일도 안하고 골프만 치려 다닌다는 말이에요.”
“원장님은 단골손님이나 중요한 손님만 진찰하시잖아. 평소에 얼마나 일 하셔.”
“그런가? 참~ 누나. 보통 종합검진을 받으면 결과가 언제쯤이나 나오지.”
“보통 일주일정도 걸리는데...........보름정도 걸리는 경우도 있어.”
“누나........아줌마 검사결과가 나오면 저에게 연락해 주세요.”
“알았어. 알려줄게.”
“누나.........그런데 요즘 점점 예뻐지는 것 같다. 애인이라도 생겼어.”
“어머........애인은 무슨........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저쪽에서 책이나 읽고 있어. 나 일해야 해.”

영숙이 누나는 얼굴이 붉어져서 말을 얼버무린다. 나는 영숙이 누나를 살펴보다가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병원에 도착한지 한 시간 정도 흐르자 그녀가 검사를 끝내고 나왔다.

“검사는 끝나셨어요.”
“응~ 학생이 부탁해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끝났어.”
“이왕 병원에 왔으니 감기몸살도 진찰을 받아보세요.”

나는 그녀와 함께 내과로 가보니 간호사누나가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의사선생님 안에 계세요.”
“계시기는 한데.........진료시간 끝났어. 지금 퇴근 준비하고 계실거야.”
“한명만 더 진찰해 달라고 하세요. 감기환자니까 잠깐이면 끝나잖아요.”
“곤란한데.........잠깐만 기다려봐~ 선생님께 여쭈어볼게.”

누나는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에 다시 나왔다.

“태자 부탁이라고 하니 진찰해 주시겠데.........옆에 있는 분이 환자니.”
“응~ 아줌마. 들어가세요.”

그녀는 간호사누나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참 후에 나와 주사실로 들어갔다.

“끝나셨어요.”
“응~ 끝났어.”

그녀가 주사실에서 나오자 나는 그녀와 함께 계산을 끝내고 약국으로 갔다.

“학생........배고프지 않아. 우리 어디 가서 식사라도 할까? 내가 사줄게.”
“아프시잖아요. 빨리 들어가서 쉬셔야죠.”
“많이 좋아졌어. 그리고 오랜만의 외출인데 그냥 집에 가면 섭섭하잖아.”
“좋아요. 그럼 우리 간단하게 식사나 하죠. 어디로 갈까요.”
“학생이 가자는 데로 갈게. 어디로 갔으면 좋겠어.”
“음~ 아줌마가 아직 아프시니까 죽 전문점으로 가죠.”
“죽~ 학생은 죽이 먹고 싶어. 난 아무거나 먹어도 돼. 학생이 먹고 싶은 걸로 먹어.”
“저는 지금 따끈한 전복죽을 먹고 싶은 걸요.”
“호호호~ 알았어. 그럼 죽 전문점으로 가자.”

나는 그녀와 함께 시내에 있는 죽 전문점으로 갔다. 그리고 전복죽을 먹을 다음 그녀의 집까지 바라다 주었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 학생이 아니었다면 병원가기 힘들었을 거야.”
“아니에요. 저도 즐거웠어요. 다음에 제가 또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그래.........학생도 부탁할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찾아와~ 알았지.”
“예~ 알았어요. 저기 그런데요..........저 부르실 때 학생이라고 부르지 말고 태자라고 불라주시면 안되나요. 제 이름이 태자거든요.”
“내가 이름을 불려도 되겠어. 난 학생이 싫어할 것 같아서 부르지 않았는데.......”
“저는 학생이라고 불려주시는 것보다 태자라고 불려주시는 것이 좋아요.”
“알았어. 앞으로 태자라고 부르게. 태자도 앞으로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고 이름을 불려.”
“제가 감히 어떻게 이름을 불려요.”
“그런가?”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나를 바라본다.

“그럼 미나누나라고 불려주면 안될까? 힘든가? 누나라고 부르긴 내가 너무 늙었지. 이렇게 하자 미나 아줌마라고 불려.”
“하하하~ 앞으로 미나누나라고 부를게요. 미나누나.......이제 갈게요. 쉬세요.”

그녀는 내가 미나누나라고 불려주자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어준다.

“그래........조심해서 들어가?”

나는 미나누나를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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