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香氣) - 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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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열심히 올리고는 있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는 반응이 안좋네요..^^;
아무래도 하드하지 못한 정사씬이나 내용 때문인것 같다는...
제가 워낙 글솜씨가 딸려서 정사씬은 제대로 자극적이게 쓰지는 못해서 인지 제가 봐도 그렇게
흥분 되는건 아니네요..에효.. 생각 할수록 아쉽다는...
저 스스로가 다른 작가님들에 비해서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ㅠㅠ
뭐..그래도 어쩔수없는 거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이 계시니 열심히 써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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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분위기가 왜이래?? 이른 아침 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나는 교실안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잠시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교실 안은 여러 남자 아이들이 오오삼삼 짝지어서 심각한 또는 진중한 분위기로 토론을 하고 있었고 여자아이들은 정 반대로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연신 재잘거리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뭐야?? 무슨 일 있나?? 아침부터 웬 100토론 분위기야..
<한군!! 야 한군!!>
낮설은 교실 분위기에 어리둥절해 있던 날 향해 들려오는 목소리에 가방을 놓고 고개를 돌려보니 창가에서 나를 향해 손짓하는 경호자식의 모습이 보였다. 저 자식은 이름 부르는 게 그렇게 귀찮은가...맨날 한군이래...
<왜??>
<잠깐 이리 좀 와봐..>
<귀찮아 니가 와...>
<이리 와보라니까...>
<아..니가 오라니까...>
<오면 뽀뽀 해줄께..응 와라..>
짙은 눈썹을 찡그리며 한껏 귀여운 표정을 짓고 나를 바라보는 경호자식의 모습에 나의 등줄기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냥 너두 오지 마라..오면 죽인다...>
미친 놈 어디서 끔찍한 소리를 하고 있어..
<진짜 할 얘기 있어서 그래!! 심각한 얘기야!!>
아..귀찮게..심각하게 얼굴까지 굳히며 나를 부르는 경호자식의 모습에 나는 결국 어쩔수없다는 듯이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경호 놈을 비롯한 여러 남자들이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다들 얼굴을 굳히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 어찌나 심각하고 무거웠던지 다가간 나까지 기분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아니..이 자식들은 가뜩이나 인상도 더러운 놈들끼리 모여서 살벌하게 앉아있어..교실 분위기 흐려지게..
<소식 들었냐??><뭔 소식??>
<아직 못들었나 보구나..>
<그니까 뭔 소식...>
<듣고 놀라지마...>
<뭔데 이렇게 뜸을 들여??><그게...>
<엉...>
<말야...>
<엉...>
<뭐냐면...>
<나..간다..>
<야!!야!!>
미친놈 뭐하자는 거야..장난쳐 지금?? 뒤에서 나를 부르며 소리치는 그 자식을 뒤로하고 나는 자리로 걸음을 옮기려던 나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그 자식의 말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우리 담팅이 애인 생겼데!!>
엥?? 애인?? 저건 또 뭔 말이야??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그 자리에 멈춰 그 자식을 바라보았다.
<뭔 소리야?? 그게??>
<몰라..나두 들은거야..하지만 확실한 것 같아..어제 남자랑 같이 있는 걸 봤다는 사람이 있으니까..>
어제??남자?? 그거..혹시...
<설마...>
아니겠지..나는 아니겠지...
<아냐.. 맞아!! 어제 저기 한신아파트 근처에 소라마트에서 남자랑 같이 장보는 걸 봤데!!.>
이런이런.. 일났네 일났어.. 나네.. 난가 보네...아..들켜도 어디 거기서 들키냐..
그럼 혹시..내 얼굴도 봤다는 얘기??
<누군지... 얼굴은 봤데??>
<아니..멀어서 못 봤데..>
다행이네..얼굴은 못 봤나보네.. 근데 언제 본거야?? 나는 못봤는데.. 하여튼 이 망할놈의 한국땅은 너무 좁아서 탈이라니까...
<뭐..그냥 아는 사람일수도 있지..>
<아냐..다정하게 손까지 잡았데...>
그것도 봤냐??
<하하..뭐..남동생이겠지...>
<선생님한텐 남동생이 없어..>
참.. 모르는 게 뭐냐??
<그럼 그냥 친한 동생이겠지...>
<나도 친한 누나 여럿 있는데 그 누나들은 내가 손 잡을라고 하면 패.. 징그럽다고...그럴리 없어..>
<하하...그래??>
이 자식...어떻게 된 인생을 산거야??
<자..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야..우리 이강주 친위대 일명 성모마리아가 창립된 이래 처음으로 불어 닥친 최대의 위기이자 초유의 긴급사태라고 알겠어??>
한마디 한마디 심각하게 말을 뱉는 경호자식의 말에 주위에 있던 떡대 좋은 사내놈들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간다..아... 웬지 역적모의 하는 산적들 같다...하긴 다른 애들한텐 산적 마리아라고 불리우는 놈들인데 뭐..
그렇다 지금 여기 모여 있는 이 산적처럼 생긴 인상 험악한 떡대 놈들은 이강주 친위대..일명 성모마리아의 회원 들이다. 회장 유경호를 주축으로 올해 갓 창설된 이 신흥 팬클럽은 교내에 있는 이강주선생님의 팬 만아니라 타학교의 팬 거느리고 있는 우리학교 최대 크기의 대규모 팬클럽으로 세상의 늑대같은 남자들의 마수로부터 천사같은 마리아 이강주 선생님의 신변을 보호하겠다는 명목 하에 생긴 팬클럽이다. 뭐..본인인 우리 담팅이는 있는 줄도 모르는 것 같지만..
<분명 그 자식은 우리 착하고 이쁜 마리아를 제법 반반한 얼굴과 뱀 같은 혀로 꼬신 제비놈일께 분명해..>
<그래!!그 자식은 분명 우리 마리아의 약점을 잡고 늘어지는 그런 변태같은 놈일꺼야!!
안그러면 우리 천사같은 마리아가 그딴 변태같은 놈이랑 같이 있을 리가 없어!!>
<맞아!! 그 자식은 천사 같은 마리아를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악마같은 놈일께 뻔해!!>
<그래..그놈은 악마야!!>
순식간에 나를 제비에 변태에 심지어는 악마까지 만들어버린 사내놈들은 마치 지금이라도 나타나면 잡아 죽일 듯이 허공에 주먹까지 휘두르며 살기 어린 눈을 연신 희번덕거렸다.
그 아이들의 살기어린 한마디 한마디에 내 가슴이 뜨끔뜨끔 거려왔다. 하하...여기서 내가 그거 난데..라고 말하면..난 그냥 죽겠지?? 아마..마녀재판을 받을 지도 몰라...하하...
<그래...니들 말이 맞아..그놈은 악마야!!>
맞긴 뭐가 맞아!!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말들을 간단하게 한마디로 판결을 내린 경호 놈은 끓어오른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우선 우리가 할일은 그자식이 누군지부터 알아야해..>
<얼굴을 모르는데 어떻게 알지??>
<훗...다 방법이 있지..목격자의 얘기를 들어보자면 그자식의 옷차림은 체크무늬 반바지에 헐렁한 면티 거기다 삼성 쓰레빠를 끌고 있었다고 해...>
<뭐야..그런 추잡스런 차림으로 우리 마리아랑 만났단 말야?? 도저히 믿을 수없어!!>
너희들은 쓰레빠 안신냐?? 그리고 그게 뭐가 추잡해??
<사실이야..그에 반해 우리 마리아는 흰 민소매 블라우스에 하늘하늘 거리는 하늘색 주름치마를 입고 있었고..>
<아..민소매 블라우스에 하늘색 주름치마라...생각만해도..아름답다...>
마치 눈앞에 보이기라도 한 듯 녀석들은 동시에 멍한 표정을 지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저것들 침까지 흘리네.. 니들이 더 변태 같다..이 자식들아..
<흠흠..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면 그 사내 자식의 차림채로 보아 아마도 이 근처 사는 놈일 확률이 커..마리아는 그 자식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억지로 집으로 끌려온걸테고..>
<나쁜자식...여자를 강제로 집으로 끌어들이다니..>
억지로 끌고온게 아니라 억지로 찾아왔네요..그쪽에서...
<우선 너희들은 그쪽 주민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시켜봐..그 남자를 본적이 있나..어떻게 생겼나..직업은 뭔가...뭐 이것 저것다..>
이 자식...이렇게 머리가 좋았나?? 무슨 형사 콜롬보같다.. 치밀하게 아이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경호 자식은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과는 다른 진지하고 신중해 보였다.
<그건...알아서 뭐하게??>
<뭐하긴...적을 알아야 응징을 하지...상대가 그 누구라도 우리 마리아를 함부로 건드린 댓가는 반드시 치루게 해주겠어..>
차분하게 말을 내뱉는 그자식의 말에는 한마디 한마디에 살기가 가득했다.
그 살기가 내 몸을 옭죄여 오는 것 같은 기분에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등 뒤로 차가운 식은 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아..맞다!! 한군..니네 집도 그 근처지??>
<엉??어...어...그렇지...근데 그건 왜??>
<아니..가까운데 살면 봤을까 해서.. 그 악마 놈..>
<그...글쎄..나는 그런 사람 못 본 것 같은데...>
차마 저렇게 죽일듯한 눈빛으로 살기등등하게 있는 놈들 앞에서 그 악마가 바로 나올시다!! 라는 말은 죽어도 못하겠다.
<그래?? 우선 너도 좀 도와줘..뭐 우리 마리아의 회원은 아니지만 명색이 이 회장의 친구니까..집도 사건현장에서 가까우니까 새로운 증거를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될꺼야..>
<그러지 뭐...>
증거는 우리 집에 많은데.. 선생님이 입술이 닿았던 컵, 베고 잤던 베게, 덮었던 이불 등등등..근데 그거 갔다주면..날 죽일꺼야..
<선생님 오신다!!>
침입자를 알리는 SECOM처럼 교실 가득 울려 퍼지는 통신병의 목소리에 우리는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곧이어 언제나 그랬듯이 선생님이 들어왔고 평범한 학교 생활을 알리는 조회 시간이 시작됐다. 주말은 잘 보냈니 라고 시작한 특별할 것 없는 월요일 아침의 조회시간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흘러갔다.
교실 안에 선생님의 고운 목소리가 차분하게 울려 퍼지고 몇 명의 아이들만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갔다. 원래 조회 종례시간이 라는 게 경동시장 장바닥 만큼이나 시끄러운게 당연한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반만은 차분하게 진행 된 적이 많았다.
뭐..당연한 일일수도 있겠지..우리 마리아님 좋은 말씀하시는데 떠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성모마리아에 처절한 응징을 받은 아이들이 꽤 많으니까... 시범 케이스로 몇 명이 응징을 당하자 언제 부턴가 조회 종례시간에 떠드는 것은 자살시도 라는 생각이 아이들 머릿속에 박혔는지 지금 아침 조회 시간도 차분하기 그지 없었다.
뭐..나 역시도 그런 응징을 받고 싶지는 않았기에 차분하게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갔다. 얼굴에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차분히 말을 이어가는 선생님.. 웬지 모르게 어제 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어제랑 옷이 바뀌어서 그런 가 했지만 딱히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았다. 학교에서 보는 선생님의 모습은 밖에서의 모습과는 확실히 틀렸다. 학생들 앞에선 선생님은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한명의 당당한 교직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어제의 그 귀엽고 애교 많은 모습은 좀처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는 어제의 선생님과 보냈던 하루가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그냥 내가 어제 잠시 꿈을 꾼 건 아닌가?? 선생님은 어제의 일을 기억하고 계실까?? 그리고..다시 한번 어제처럼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워왔다. 그리고 순간.. 멍하니 선생님을 바라보던 나의 눈이 선생님의 초롱초롱게 빛나는 눈과 마주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선생님의 시선은 이내 나를 지나 다른 곳으로 지나갔다. 그러자 가슴 한구석에서 웬지 모를 아쉬움과 허전함 그리고 섭섭한 마음이 들어왔다. 뭐..학교에서 아는 척 하길 바란건 아니지만..그래도 생각보다 좀 기분이 그렇다...하아..
<자..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네고 수업 열심히 하자!! 그럼 반장...>
<저기..선생님!! 질문있는데요!!>
<응?? 뭔데??>
<저기...선생님 애인 생기셨다면서요?? 진짜예요??>
갑작스레 터진 한 아이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야?? 애인이라니??>
<어제 남자랑 손 잡고 데이트 하셨다면서요..학교에 소문 다 났어요..>
<아~~그거...난 또 뭐라고..>
<진짜에요??>
<어..뭐..데이트까지는 아니지만 남자랑 손도 잡고 팔장도 끼고..그러기는 했어..>
선생님의 사실을 인정하는 말에 더욱 큰소리로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아이들..
조금씩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조회시간을 나는 약간의 긴장 상태로 이야기의 흐름을 지켜보았다. 설마...그냥 장난 치는 거겠지..설마 말하겠어??
<그 사람 누구예요?? 애인 이예요??>
<언제부터 만났어요??>
<결혼 하실꺼예요??>
<애는 몇이나 나으실 건가요??>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질문에 교실안은 어느새 연예인의 기자 회견장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저 아줌마는 그러게 왜 괜히 인정해 가지고 얘들 불타는 호기심에 불을 붙이나..
탕탕탕!!
<자!!다들 조용히 하고 한명씩 말해..선생님 정신 없다..>
그제서야 아이들이 격해졌던 흥분을 가라 앉히며 조용해 졌지만, 아이들의 두 눈은 꼭 더 지금까지와는 더없을 정도로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 정신으로 수업이나 열심히 들어라 이것들아..
<뭔가 니들이 오해를 하고 있나 본데..애인은 아냐..>
<그럼 애인이 아니면 뭐예요??>
<음...그냥...남. 자. 지...>
<그럼..그 남자가 누구예요?? 친구?? 동생??>
<음...너희도 아는 사람 일 텐데..>
그 작은 말 한마디에 다시 한번 들끓기 시작하는 아이들..여기저기서 누군데요??를 연발하며 선생님에게 대답을 요구해댔다. 하하...정말 말하지는 않겠지... 근데..왜 이렇게 땀이 나냐..
<그게...누구냐면은....>
마치 이 자리에 있다는 듯 아이들을 훑으며 말을 끄는 선생님.. 아이들은 숨조차 죽이고 선생님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아주 찰나의 순간 선생님의 눈과 나의 눈이 다시 한번 마주쳤다.
잠깐 아주 잠깐 나를 향해 어제 보았던 그 귀여운 미소를 보낸 선생님..
그 웃음에 웬지 모를 불길함이 내 몸을 엄습 했다.. 설마..아니겠지...
<한강혁!!>
짧지만 확실하게 나를 부르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천천히 아이들의 시선이 한곳에 모아진다..날카로운 시선들이 나를 중심으로 모여 사방에서 나를 감싸오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여기저기서 살기까지 섞인 눈길이 내 피부를 송곳처럼 찔러왔다. 그중에서도 우측 대각선 45도 방향의 창가 쪽에서 아주 죽일듯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날카로운 시선 하나가 확실하게 느껴져 온다..익숙한 시선.. 경호 그자식이다..하하...젠...장...난 이제..죽었다...
<조회 끝나고 교무실로 따라와!! 이상..조회 마치겠음..인사는 생략!!>
선생님이 할말 다 끝났다는 듯이 홱 하고 교실문 밖으로 나가 버리고 교실 안은 한순간 정적만이 감돌았다.
<뭐야..장난이잖아..>
정적속에서 들려오는 한 아이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아쉬움의 소리를 내뱉는 아이들.. 아마도 선생님이 장난 친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아이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사라지고 동시에 지옥에서 천국으로 간신히 건너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갔다. 하아..십년 감수했네.. 젠장!! 이 아줌마는 누구 초상 치를 라고 작정을 했나!! 거기서 그렇게 내 이름을 부르면 어떻게!! 당장 가서 따져야지!!
씩씩거리며 교무실로 뛰어 들어간 나는 구석에 있는 자신의 책상에서 수업 준비를 하고있는 선생님에게로 걸어갔다.
<선생님!!>
<어..왔네??>
<네..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그보다도 우선 앉아봐.>
의자를 내밀며 손짓을 하는 선생님의 말에 나는 말을 하려던 것을 멈추고 자리에 앉았다.
그래 차분히 앉아서 얘기를..
<저..선생님..드릴 말씀이..>
<저기 강혁이는 키가 몇이지??>
<네??><키가 몇이냐고..>
<네..저...180이요..>
<어..180 조금 큰편이네..그럼 신체 싸이즈는??>
<신체 싸이즈요?? 잘 안 재봐서 모르겠는데..>
<그냥 대충..어!! 옷 싸이즈 같은 걸로 말해봐..M인지 L인지..그렇게..>
<아..전.. L 에 105정도 입는데...그건 왜요??>
<음..보통 260 신는데..>
<260...보통 싸이즈네...>
근데 뭘 그렇게 적는 거야?? 대답 할 때마다 손에 쥔 펜으로 뭔가를 적어내려가는 선생님을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 보았다.
<근데 그건 왜 물어 보세요??>
<아..이거?? 그냥...동생 옷을 사줄라고 하는 데 내 동생이 너랑 몸 치수가 비슷하거든 그래서 너한테 맞춰서 고를 라고..>
<아..그러세요...근데..제가 알기로는 선생님 남동생 없는 걸로 아는데..>
<아...치..친척 동생..저기 외가 쪽에 친척 동생 있거든..걔 생일이라 사줄라고..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약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보다도...
<선생님 아까..>
댕댕댕~~
젠장...종쳤다..
<응?? 아까 뭐??>
<아뇨..나중에 다시 올께요..수업 시작 할 것 같아서..그럼 가볼께요..>
<잠깐만..>
나를 멈춰 세운 선생님은 책상위에 놓여진 출석표를 나에게 건네줬다.
<이거..교실에 갔다 놔줄래??>
<예...>
<그럼..수업 잘 받고 공부 열심히해.>
<네.. 안녕히 계세요..>
출석부를 들고 교무실 밖으로 나온 나는 교실로 걸어갔다. 뭐야..결국 내 말은 한마디도 못했네..한번 따졌어야 했는데..아쉽네..뭐 다음에 하지..응?? 근데..이게 뭐냐??
들고 있던 출석부에 뭔가가 붙어있는 것 같아 나는 이상한 마음에 출석부를 뒤집어 보았다. 그것은 노란 포스트 익으로 거기에는 귀여운 글씨로 뭔가가 적혀 있었다.
(이따 어제일로 의논할 것이 있으니 점심시간 끝나고 옥상으로 올라올 것. 단 끝나자마자 올 것. 안 올시에는 엄청난 처벌을 각오해라. 키키키.. L.G.J)
뭐냐..이건..나한테 보낸 것 같은데.. L.G.J 면..우리 담팅인가?? 어제 일로라는 것도 그렇고.. 근데 무슨 협박 편지냐?? 뭘 각오 하라는 거야.. 아.. 모르겠다.. 이따 가보면 알겠지..뭐..
뭐 어짜피 따질 것도 있고.. 아무튼 수업 시작 하기 전에 얼릉 가야겠다.
쪽지를 떼고 주머니 속에 접어 넣은 나는 이내 걸음을 빨리하며 교실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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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점심시간은 금방 다가왔다. 어제의 일등 그리고 앞으로의 선생님을 대하는 것의 일등 또 시시각각 조여 오는 성모마리아 회원들의 수사 등등 으로 여러 가지 생각할게 많아서 그런지 생각 만으로도 시간은 훌쩍훌쩍 지나가 버렸다. 뭐..그 덕분에 수업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4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교실 밖을 나가자 마자 보다 빠른 식사를 위해 급식대의 앞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 줄을 서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나는 교실문을 빠져 나와 옥상을 향해 갔다.
근데..왜 하필이면 옥상이냐..상담실도 있는데..그리고 거긴 개방 안했을 텐데..
이런 저런 의문증을 가지고 계단을 오른 나는 어느새 옥상 문 앞에 다다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잡이를 잡고 돌려가자 찰칵! 하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어...진짜로 열려있네..나는 문을 열고 천천히 옥상으로 발을 내딛었다.
순간 시원한 바람이 내 온몸을 스치며 두 눈 가득 드넓게 펼쳐진 파란 하늘이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여러 가지 모양을 띄고 있는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내 머리위로 떠다니고 있었다. 이런데가 있었나?? 우리 학교에..온 몸을 감싸오는 상쾌한 바람에 나는 심호흡을 하며 숨을 들이 켰다.
<허어!!>
<으악~~>
순간 갑자기 들려오는 이상한 기합 소리에 나는 들이쉬던 숨을 뱉으며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헉헉...뭐냐..갑자기..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든 나는 정체 불명의 기합 소리의 주인을 볼수 있었다.
<뭐예요!! 갑자기...하아...>
<미안..놀랬어??크크..>
<당연히 놀라죠...뒤에서 그렇게 갑자기 소리 지르는데...>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하구만...내 눈 앞에선 언제 왔는지 선생님이 날 보며 재밌다는 듯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재밌으세요??>
<아니..그냥..너 놀라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막 으악~~ 하는게..표정이..크크 너무...>
저런..잔인한 영혼 같으니..사람의 고통을 가지고 저렇게 좋아하냐..
하아..맘착한 내가 참자...참어..
<언제 오셨어요??>
<응?? 난 아까 왔지..너 오기 전부터..><어? 전 못봤는데..>
<아..너 놀래켜 줄라고 문 뒤에 숨어 있었어..크크 미션 썩쎄스!!>
계획된 범행이었군...치밀하다.. 귀엽게 엄지 손가락을 쳐들며 모 코미디 프로의 동작을 따라하는 선생님. 아..귀엽긴 한데..웬지 저 엄지 손가락 부러뜨리고 싶다..으...
<왜 부르셨어요??>
<어..우선 여기 앉아봐..>
또 어딜 앉으래..앉을 데가 어딨다...있네..돗자리는 언제 깔아 논거야?? 선생님이 가르킨 곳에는 이쁜 키티 모양의 돗자리가 깔끔하게 옥상 바닥에 깔려 있었다. 아마도 내가 오기전에 깔아논것이리라.. 근데 난 둘리가 더 좋더만.. 국산을 애용해야지..
선생님의 말대로 나는 이내 돗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갔다.
<응?? 뭐해?? 그냥 신발 벗고 들어와서 앉아..>
<네??...아..>
돗자리위에 앉은 선생님을 보니 힐을 벗은 채 맨발로 앉아 있었다. 하얗고 귀여운 발가락과 그 발톱위에 귀엽게 칠해진 핑크 매니큐어가 눈에 들어왔고 그 뒤로 그 선을 따라 시선을 올리자 노란 원피스의 치마를 향해 보기 좋게 뻗은 하얀 종아리가 시야 가득 들어왔다. 참 잘빠졌단 말야...감탄이 저절로 나온다...아니지..이런 생각 하지 말자.. 아무튼 뭐야..소풍 온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내 나 역시도 신발을 벗고 완전하게 돗자리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저..하실 말씀 이란게...>
<아..그보다도 아직 밥 안 먹었지??>
<뭐...아직 안먹었죠..>
당신이 끝나자마자 바로 오라고 했으니까..그러고 보니 배고프네...
<자... 그럴 줄 알고 내가 이걸 준비했지..짜잔!!>
등 뒤에서 큰 도시락통을 꺼내든 선생님은 천천히 통을 열어가며 도시락들을 나열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앞으로 배열되는 여러 음식들.. 김밥, 유부초밥, 과일, 샐러드 그 큰 통을 빈틈 없이 꽉 채운 그 음식들의 모습에 나는 놀란 얼굴 하며 선생님을 바라 보았다.
<이게..다 뭐예요??>
<뭐긴 뭐야...김밥에 유부 초밥에 과일, 그리고 샐러드 등등등 이지..>
<아니..그게 아니라 웬 음식 이냐고요...>
<아..그게 그냥 오늘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심심해서 뭐 여러 가지 만들다 보니까 이렇게 많이 만들었더라고.. 그래서 나 혼자 다 먹긴 좀 무리 일 것 같아서..싸가지고 왔지..>
아침부터 이 많은 걸다?? 그것도 심심해서?? 와..대단하네.. 솔직히 도시락에 담겨있는 그 음식들은 꼭두새볔 부터 일어나 싸야지만 쌀 수 있는 정도의 양이었다. 참..혼자 사시느라 힘드신가 보네...이렇게 심심해서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요리 하시는 거 보면..
<근데..이건 왜 꺼내세요??>
<왜 꺼내긴..같이 먹을라고 꺼내지..>
<그냥 선생님들이랑 드시지..왜..>
<어제..얻어 먹은 것도 있고 그리고 이거 선생님이랑 먹으면 모자를 것 같아서.. 그냥 둘이먹을 라고..>
<아..근데 이거 둘이 먹기엔 상당히 많은 것 같은데..>
<뭐..그니까..니가 다 먹어야지..>
누구 죽일일 있나...이 많은 걸 다 먹으라고?? 배터져서 죽으란 얘기냐??
<걱정마..먹다가 남기면 내가 다 먹으면 돼니까..뭐 배터져 죽기밖에 더하겠어??>
그건 웬지 협박처럼 들린다..
<암튼 먹기나 하자..>
<아..예...잘 먹겠습니다..>
<그래..많이 먹어..>
뭐부터 먹을까...종류가 하도 많아서 고민 된다.. 이내 나는 제일 무난한 김밥을 하나 집어 입안으로 집어 넣어갔다.
<어때??>
<아직 안 씹었는데요..>
<그..그래?? 그럼 지금 씹어..>
<네..>
방금 생각 난건데..왜 여자들은 자기가 음식 만든 걸 먹을 때면 꼭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걸까?? 먹는 사람 민망하게..먹다 체하라고 그러는 건가?? 이내 떫더름한 마음을 접으며 나는 천천히 입안의 김밥을 씹어갔다. 엉?? 이거..치즈 김밥이네..
<어때??>
<음...맛있는데요..>
<진짜??>
<네..뭐라 그럴까..그냥 제 입에 맞아요..제가 치즈 김밥을 좋아하거든요..>
<그래?? 다행이다..입맛에 맞아서.. 난 또 입에 안 맞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네?? 그냥 만드신거 아니예요??>
<어?? 아..그니까.. 다른 사람들이 맛있다고 해주면 좋잖아..이왕 만든거니까..그말 한거야..하하..>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잠깐 의아했지만 이내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왜?? 배고프니까~~
<아..맛있어요..정말로..>
<그래 많이 먹어..여기 유부 초밥도 먹고..과일도 있으니까 과일도 먹고..음료수도 있으니까 목마르면 말하고..>
<예...선생님도 빨리 드세요...>
<어..알았어..>
자식 챙겨주는 엄마처럼 이것저것 권하는 선생님을 보자 나는 웬지 모를 포근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선생님의 이런 가정적인 모습을 보니까 진짜 일등 신부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귀엽고 애교 많고 잘 챙겨주고..진짜.. 누가 데려갈지..부럽네..그 자
식..
식사는 화기 애애 하게 흘러갔다. 마치 소풍 나온 아이처럼 선생님은 들뜬 얼굴로 여러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고 선생님의 그런 분위기에 나 역시도 미소를 띄우며 즐거운 식사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어느새 음식이 거의 줄어들고 도시락 통은 점점 바닥을 드러 내갔다.
<아...배부르다...진짜 저 더는 못먹겠어요..>
<그래..선생님도 더 못 먹겠다..더 먹으면 체할 것 같아..하아..>
아직 약간의 음식이 남았지만 선생님과 나는 터질 듯 한 배를 두드리며 항복을 선언했다.
<크크..크크..>
머야 이번엔 또 왜 웃어?? 갑작스레 내 얼굴을 보며 웃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다시 의아한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 보았다.
<왜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요??>
<어..니 입술 근처에 점 생겼어..크크>
<점이요?? 저 점 없는데..>
<김 붙었다고..여기..>
자신의 입가를 가르키며 위치를 알려주는 선생님을 따라 나는 내 입가를 만져갔다.
<여기요??>
<아니..거기 말고 여기...>
<여기요??>
<참..디게 못찼네..잠깐..>
순간 선생님이 무릎을 꿇은 채로 몸을 기울이며 나에게로 다가 왔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어 나의 입술을 만져왔다. 부드러운 손가락이 가볍게 내 입가를 스쳐가고 다시 한번 어머니가 아이의 입을 닦듯이 내 입술을 부드럽게 문질러 온다.
<칠칠맞게 입가에 묻히기나 하고 애네...완전히...>
놀리는 듯 웃으며 말하는 선생님이었지만 나는 전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없었다.
브이넥의 노란 원피스가 선생님이 허리를 숙이면서 나에게로 다가오자 살짝 아래로 내려가며 그 안의 숨겨져 있던 육감적인 젖가슴의 계곡이 내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입고 있던 옷이 그렇게 많이 파인 자극적인 원피스는 아니었지만 선생님의 큰 유방 때문인지 아래로 늘어져 원피스와 짓눌려 일그러져 확실히 자극적인 계곡을 형성하고 있었다.
<왜그래??>
<네..네?? 아..아뇨..>
<아니긴...얼굴까지 빨개졌는데...>
<아뇨..그냥 더워서 그래요...더워서..>
<바람이 이렇게 시원하게 부는데 더워??>
<네..좀 덥네요..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땀이 덥다는 듯 손으로 부채질을 하는 나를 선생님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아..위험했다.. 내가 거기 봤다는 거 알면 변태라고 생각 했을꺼야..아마..
<밥먹어서 그런가...좀 졸립다..그지??>
<예..좀 나른하네요..>
확실히 배가 차니까 몸이 나른해 졌는지 벌러덩 드러 눕고 싶을 정도로 몸이 축 늘어져 갔다. 하아..이런 날씨에 이렇게 있으니까..진짜 자고 싶다..
툭..
뭐냐??내 무릎에 느껴지는 무언가 무거운 느낌에 나는 고개를 내려 보자 거기서는 언제 드러 누웠는지 선생님이 내 무릎을 베고 모로 누워 있었다.
<뭐..하세요??>
<뭐하긴...누워있지..>
<근데 왜 제 무릎에..저기 딴데 누우시지..>
<니 무릎이 더 편해.. 폭신폭신하고.. 좋은 냄새도 나고..그냥 잠깐만 이러고 있을께...>
내 무릎에 볼을 부비며 얼굴을 묻는 선생님의 모습에 이내 나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시원한 바람이 한차례 우리 주위를 맴돌 듯 부드럽게 스쳐 지나가고 그 기분 좋은 느낌에 나는 기분 좋게 숨을 들이켜 갔다.
<하아....시원하다..>
<좋지 여기??>
<네..시원하고 하늘이랑 가까운게 정말 좋은데요..오늘 처음 알았어요..우리학교에 이런 멋진 장소가 있었구나 하고..1년을 훨씬 넘게 다녔는데...꼭 딴데 온 것 같아요..>
<후후..나도 얼마 전에 알았어..우리 학교에 이런 데가 있다는거..>
<어떻게 아셨어요?? 이런데.. 원래 여기 개방 안할텐데...>
<그냥..우연찮게 알게 됐는데 너무 좋아서 수위아저씨한테 억지로 졸라서 열쇠 얻어서 가끔씩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와.. 여기 열쇠 얻을라고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썻는데.. 수위아저씨 한테 점심마다 빵사다줘, 우유 사다줘, 당직 서실 땐 야식 사다줘...진짜 엄청 쏟아 부었지.. 뭐...그 덕분에 열쇠 얻었지만..진짜 그 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너무 좋아...여기..>
<네..진짜 좋네요..여기...>
나는 팔을 뒤로 뻗어 몸을 기대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두눈 가득 아까 봤던 하얀 구름이 여유롭게 하늘 위를 떠돌고 있는 모습이 마치 흘러 흘러가는 나그네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나 역시도 마음이 여유로워 지는 것 같아 모든 걱정이나 근심이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강혁아 아까 아침에 선생님한테 뭐 말할라고 했던 거야??>
누운 채로 나를 올려다 보는 선생님의 말에 나는 아까의 일을 떠올려갔다.
기분 좋은 곳에 기분 좋게 앉아있었기 때문일까?? 아까는 그렇게 소리치고 따지고 싶엇던 것들이 지금은 별 쓸모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별거 아니예요..신경 쓰지 마세요..그보다..선생님도 뭐 할말 있으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뭐 어제일로 의논 할게 있다고 하셨잖아요..>
<아..뭐..어제 잘 들어갔나 궁금해서..나 바래다 주느라고 늦게 들어갔잖아..>
<예..뭐 잘 들어갔어요..근데 그게 다예요??>
<응?? 음..뭐..그렇지..>
뭐야..그거 말할라고 옥상까지 불러내서 안 오면 큰일 날꺼라고 협박까지 한거야?? 참 생각 보다 엉뚱한 여자네.. 뭐..덕분에 이런 좋은데도 알게 됐으니까 나한텐 좋은 거지만..
<아..맞다..너 혹시 요번주 일요일 날 시간 있니??>
<네?? 뭐..특별히 약속같은 건 없는데..왜요??>
<어..그날 동생 선물 사러 갈건데..너 시간 되면은 나 선물 사는 것 좀 도와 달라고 할려구..괜찮아??>
<뭐..특별히 할건 없으니까..같이 가죠 뭐..근데 저로 괜찮아요?? 저 선물 같은 거 잘 못 고르는데..>
<응..괜찮아..동생이 너랑 스타일이 비슷해서 너한테 맞춰서 살라고 했거든..그럼 요번 주에 가는 거다?? 알았지??>
<네..알았어요..>
순간 선생님은 새끼손가락을 빼고는 내 얼굴로 손을 들이밀어 왔다.
<뭐예요??>
<뭐긴..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거지..>
<뭘 손가락까지 걸어요..애도 아니고..>
<그래도..걸어..언능..>
떼부리는 아이처럼 재촉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어쩔수 없다는 듯이 손가락을 걸어갔다.
참나..애도 아니고..내가 이 나이에 그것도 선생이랑 손가락 걸고 약속해죠~ 할줄은 몰랐네..
<됐어요??><아니..잠깐..도장..복사...코팅...됐어...>
아니..이런건 어디서 배운거야?? 요즘에 초딩들도 이런 건 안한다.. 은근히 어려..진짜..
뭐가 좋은지 내 무릎에서 실실 웃는 선생님을 보며 나 역시 어이없이 웃음을 흘렸다.
<아..맞다..선생님 혹시 이거 선생님 거예요??>
나는 지금 생각난 듯 주머니를 뒤져 무언가를 꺼내갔다.
<뭔데??>
<이거..어제 침대에서 떨어진 거 줏었는데.. 제껀 아니거든요...그래서 혹시 선생님 건가 해서 가져 왔어요..>
나는 손안에서 달랑거리는 열쇠고리를 선생님에게 확인 시켜주듯 얼굴위에 대고 흔들었다.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선생님이 내 손에 있던 그것을 천천히 나의 손에서 가져갔다.
<이거 어제 한참 찾았는데...니 네집에 있었어??>
<예..침대 위에.. 선생님 꺼 맞아요??>
<어..내꺼 맞아..근데 이게 왜 거기 있었지...아..옷 벗을 때 떨어졌나보다..>
참..표현 적나라하다.. 옷 벗을 때 라니..남들이 들으면 오해 하겠수..뭐 거짓말은 아니지만..
<근데..그거 선생님 닮았던데..마스코트예요??>
<응..맞아..내 마스코트..일명 토랭이..귀엽지??>
<예..귀여워요..>
<근데..나랑 닮은거 어떡해 알았어?? 남들은 다 모르던데..>
<그냥..이미지가 비슷해서요..보고 딱 떠오르던데요...선생님 얼굴이..>
<진짜??..하하..신기하네...이거 사실은 옛날의 그 사람이 나 닮았다고 귀엽다고 사준건데..
막 아니라고 아니라고 우겨도 맞다고 맞다고 막 그렇게 싸우기도 했엇는데..넌 용케 한번에 알아보네..>
<그래..요..??>
그 사람이라..뭐가 그리 좋은지 기분 좋은 웃음을 띄우며 행복한 듯 미소짓는 선생님의 모습에 웬지 모르게 나는 조금씩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뭐지..이 기분은..그냥 좀 기분이...그렇네..
<진짜..신기해..너랑 그 사람이랑..닮은게 너무 많아..요리 잘하는 것도 그렇고, 젓가락 엑스자로 하는 것도 그렇고, 이거보고 나랑 연관 짓는 것도 그렇고..또 치즈김밥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와..엄청 많네..진짜 신기하지??>
<네..뭐 그렇네요..>
치즈 김밥도 였어?? 아...기분이 더럽네.. 이런 게 질투라는 건가?? 눈앞에 그사람을 생각하며 행복한 듯 미소짓는 선생님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게 상당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을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분명히..근데..내 앞에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여자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며 웃음 짓고 있는 모습을 보니 주체못할 질투라는 감정이 사정없이 내 가슴을 압박했다.
<뭐 더 있을 것 같은데.. 너 또 뭐 다른 특징 같은 거..흡>
모르겠다..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나의 입은 선생님의 입술을 덮치고 있었다.
그리고 거칠게 선생님의 입을 탐해갔다. 놀란 선생님이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밀쳐낼 듯 내 가슴에 손을 얹고 바둥 거렸지만 억센 나의 손이 강하게 선생님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고 놓아주질 않자 그것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여전히 나의 입술은 더없이 거칠게 선생님의 입가를 더듬어 갔고 이내 선생님의 입안으로 깊숙이 혀를 넣어갔다. 하얗고 가지런한 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내 혀는 수줍게 오므라져 있는 선생님의 촉촉한 혀를 거칠게 잡고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꽁꽁 묵어갔다.
거칠고 단순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도 없는 키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선생님의 입을 탐하고 혀를 농락하고 타액을 흘려보냈다. 반항할 힘이 빠진 것일까?? 처음에는 힘을 쓰며 나를 밀어 내려던 선생님은 이내 내 움직임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천천히 호흡을 맞춰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천천히 입을 떼고 선생님의 허리를 감았던 손을 풀어가며 뒤로 물러갔다. 앞을 보니 거칠었던 나의 키스 때문인지 지금까지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몰아쉬듯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숙이고 가는 어깨를 들썩여 갔다.
또 저질러 버렸다..
<죄송해요...>
<하아..뭐..야..갑자기...>
<그냥...저도 모르게 그만...죄송해요..>
<아니..난..괜찮아...그보다...왜??>
<모르겠어요..>
모르겠다는 나의 대답에 선생님은 더 이상 질문은 하지 않고 한동안 아무 말 하지 않으셨다. 아마도 혼란스럽기만한 날 배려해주시는 것이리라.. 그렇게 우리 둘 사이에는 잠시 동안의 정적 만이 흘렀다.
<저기..강혁..>
<저..이만..가볼께요..>
<응?? 지금?? 아직 시간 좀 남았는데..>
<다음 시간이 체육이라서 미리 가서 옷갈아 입고 나가야 되서요...>
<그래?? 그럼 가봐..>
<예...그럼 나중에 뵐께요..>
고개를 숙인 인사를 건넨 나는 선생님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왜그랬지?? 왜그랬을까?? 같은 의문만이 수없이 머릿 속에서 맴돌았지만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처럼 나는 좀처럼 답을 찾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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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그랬지?? 왜그랬을까?? 여전히 그 풀지 못한 의문만이 내 머릿속을 맴돌며 나를 혼란 스럽게 했다. 하아..선생님 날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 했겠지..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척 했지만 속으로는 날 욕했을지 몰라.. 하아...모르겠다 진짜..
답답한 마음에 나는 생각을 멈추고 시선을 돌려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운동장에서는 우리반 남학생들이 자유시간을 이용해 축구를 하고 잇었다.
어느 학교 체육시간이 그렇듯이 수업이 끝나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여러 파로 나뉘며 뿔뿔이 흩어진다. 축구를 하는 축구파, 농구를 하는 농구파, 여자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떠는 수다파,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관전파.. 나는 그 중에서도 지금은 관전파에 속해있다. 솔직히 아까의 일로 뭔가 하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기에 그냥 저냥 시간만 죽이며 앉아 있었다.
하아...또다시 땅을 꺼뜨릴 듯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뭐냐?? 숨쉬기로 땅 파냐?? 웬 한숨을 그렇게 쉬어.>
언제 왔는지 옆에서 말을 건네 온 경호 자식은 방금 운동을 하다 왔는지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내 옆에 앉았다.
<그냥..기분이 그렇다...>
<왜?? 집에 빨래 밀렸어??>
그딴 걸로 넌 한숨 쉬냐?? 날 뭘로 보는 거야??
<그런건 아니고..근데 넌 왜 안뛰고 여기 와있냐??>
<그냥..나도 기분이 좀 그렇다..>
<넌 왜??>
<왜긴 왜겠어..우리 마누라가 바람이 났는데.. 남편인 내가 기분이 좋겠냐??>
하아..참 얘두 걱정이다...
<넌 담팅이 어디가 그렇게 좋냐??>
<응?? 그냥..보기만 해도 행복해지지 않냐??>
<글쎄..난 잘 모르겠던데..그냥 귀여운 정도 아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짜 보기만 해도 같이 있기만 해도 사람을 기분 좋게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우리 담임이란 사람은..
<음..언제였나...너두 알지.. 나 옛날에 1학년 때 맨날 쌈질하고 다닌거..>
<후후..그랬었나??>
확실히 그랬었던 것 같다. 1학년때 이자식은 확실히 막나가는 문제아였다. 지금은 이렇게 성모 마리아의 회장으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유명한 문제아였다. 담배는 기본이요, 술, 여자, 심지어는 폭력 사건가지 일으킨 적이 있을 정도로 학교에선 감당이 안될 정도 였기에 내가 알기론 몇 번씩이나 퇴학의 위기를 맞은 적도 많았다.
뭐 그때의 나는 이 자식을 잘 몰랐기에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확실히 안좋은 생활을 했던 것은 분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이 자식은 180도로 변해있었다. 술, 담배, 그리고 불량한 놈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을 끊고 갑자기 순한 양이 되어 학교를 다녔다.
심심하면 빠지던 학교도 꼬박꼬박 나오고, 공부는..뭐 여전히 열심히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수업은 열심히 들었으니까 넘어가고.. 암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학교를 다녔다.
뭐 그 모습을 보고 학교의 아이들 심지어는 선생님들 까지 제가 미친건 아닐까..아님 큰 시련을 당한 건 아닐까..아님 경호의 탈을 쓴 다른 생물이 아닐까 하는 터무니 없는 추측을 남발하며 얼마 못갈거라는 등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내 그런 의문이나 걱정은 그냥 말로만 남아 이제는 지금의 경호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뭐 나도 궁금하긴 했었다. 그 막나가던 놈이 갑자기 딴사람이 된 듯 개과 천선해서 살계된 계기가 뭔지..일일이 따지는게 귀찮아서 물어보진 않았지만 알고는 싶었다.
<근데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냥..그때 그 진흙탕 같은 곳에서 날 구해준 사람이 우리 담팅이야..평생 그렇게 인생만 허비하면서 살 나를 일으켜준게 담팅이고, 내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만든것도 담팅이고..그냥 그게 담팅이야..그래서 나는 담팅이가 너무 좋다..>
맨날 마누라마누라 하며 실실 거리던 모습과는 다르게 경호 그 자식의 모습은 더없이 진지해 보였다. 마치 진짜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이랄까?? 그냥 평범하게 선생을 짝사랑하는 제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아마도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더 물어 볼까했지만 역시 그만뒀다. 말해주고 싶었으면 자기가 알아서 말해줬을 테니까..
<그래서 어떡하게?? 담팅이랑...>
<뭐..그냥..지금 그대로..좋아할라고..죽을때까지!!>
<고백은..안해??>
<음..나중에 봐서...크크>
<참.. 너두 가지가지 한다..>
<뭐...나두 그렇게 생각해..크크>
하아..그리고 나두 참 가지가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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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생각을 했다. 선생님 그리고 나. 분명 선생님과 나는 스승과 제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건 분명하다. 어제 그런일이 있긴 했지만 그건 사고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 그럼 대답은 하나다. 그냥 옛날처럼 돌아가면 된다. 어제 얘기 했던 것처럼 선생님은 제자로 날 대하고 난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대하고 그럼 되는 것이 었다. 특별히 경호자식이 걸려서 이러는 건 아니었다. 그 자식이 담임을 맘에 두는 것 만큼 나는 담임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 이대로는 나는 자신이 없었다. 선생님이 옆에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호흡이 가빠온다. 얼굴이 달아오른다. 사랑은 아니다..분명히.. 하지만 곁에 있으면 평범한 제자로 선생님을 대할수 없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냥 옛날처럼 그냥 같은 반의 제자로 돌아가자고.. 그냥 만나면 인사하고 수업시간에 수업 받고 그 외에 아무런 만남이나 접촉 없이 그냥 다른 아이들과 마찬 가지로..그렇게...
<선생님..드릴 말씀 있는데요..>
교무실로 들어와 선생님 앞에선 나는 조금 굳은 얼굴로 선생님에게 말을 건넸다.
웃으면서 말할까도 했지만 좀처럼 웃음이 나오지 않아 그냥 그만 뒀다.
<응?? 뭔데??>
<저..아까 말한 그거 못갈 것 같습니다.>
<아..그거..왜 무슨일 있어??>
<네..급하게 일이 생겨서요..>
<약속했잖아..그래도 안돼??>
<네..?>
<그래??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그럼 담주는 어때??>
<그때도 못갈 것 갔습니다..>
<그래?? 그럼...너 시간 언제 나는데?? 그때 아무 때나 가자..선생님은 아무 때나 좋거든..언제가 좋아??>
<저...아무때도 시간이 안될 것 같아요..죄송합니다..>
굳어있는 아의 얼굴에서 이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일까?? 선생님은 이내 내가 무슨일이 생긴건 아닐까 하고 걱정의 빛을 띄우며 말을 건넸다.
<무슨...일 있어?? 집에 문제라도 생겼니??그래서 그런거야??>
<아뇨..그런 건 아니고..그냥 선생님이랑은 못 갈 것 같아요..>
내 말에 잠시 굳어버린 선생님의 얼굴. 이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하하..무슨 말인지..잘.....이해가 안가는데...>
<그냥 못 간다고만 알아주세요..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할말을 끝내고 발을 옮기려던 나는 내 팔을 붙드는 선생님에 의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갑자기..왜그래...>
<그냥 그럴 일이 있어요..그보다..이 손 좀 놔주시겠어요??>
차갑게 말을 내뱉는 내말에 선생님은 천천히 힘없이 손을 내려 놓았다. 벌써 여기저기서는 심각한 우리의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던지 무슨일인가 바라 보고 있었다.
<저..여기 말고 딴데서 얘기하자..>
<전 할 얘기 없는데요..>
<내가 할 얘기 있어..그냥..따라와..>
나를 지나쳐 앞장서서 가는 선생님을 나는 이내 묵묵히 따라갔다. 복도는 하교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더없이 조용해 우리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만이 긴 복도에 울려갔다.
드르륵..
어느새 상담실에 도착한 선생님은 문을 열고 들어갔고 나 역시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동안을 뒤 돌아선채 묵묵히 있던 선생님은 이내 다시 몸을 돌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선생님.. 그 어색한 웃음에서 웬지 모를 슬픔이 비쳐온다. 하아..진짜 이러고 싶진 않은데..
<좀..앉을까??>
<아뇨..그냥 서있는게 좋아요..>
<그래..그럼 서서 얘기하지 뭐..>
어색한 듯 한참을 멍하닌 서있던 선생님은 이내 말을 꺼내갔다.
<저기..선생님한테 뭐 화나는 거있니??>
<아뇨.>
<그럼..내가 너한테 잘못한거 있어??>
<아뇨.>
<그럼..갑자기 왜그래..마치 화난 사람 처럼..>
<화도 안났고 선생님한테 무슨 나쁜 감정이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예요..그러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그럼..왜 갑자기 그래..마치 다른 사람처럼..>
<별로...모르겠는데요..전 그냥 선생님을 선생님처럼 대하고 있는건데 뭐 잘못 됐나요??>
<선...생님처럼??>
<네..선생님. 맞지 않나요?? 선생님은 제 선생님이시고 전 선생님의 제자고..저희 두 사람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잖아요..>
<무슨..뜻이야..??>
자신이 잘못들은 것은 아닐까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어오는 선생님에게 나는 다시 한번 냉정하게 말했다
<그 말 대로예요..저희는 아무 관계도 아니라는 말이죠..>
방금의 말이 쇼크였을까?? 선생님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하아...저기..잠깐...난...>
<알아요..선생님 맘..어제의 일로 고마워서 잘해주고 계시다는 거요..근데 이제 그럴 필요 없어요..뭐 오늘 먹은 걸로도 보답이 됐고 저도 뭐 보답 받을라고 한건 아니니까..이제 일부로 신경쓰셔서 잘해줄 필요는 없어요..>
<그건 그냥..내가 좋아서..그게 편해서 한거야...니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면 선생님이 사과할께..미안..그러니까..>
<혹시..절 좋아하세요??>
갑작스런 내 물음에 당황한 듯 선생님은 잠시 말을 머뭇거렸다.
<어?? 어..난..그러니까...>
<좋아하시냐고요??>
<솔직히..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하지만..>
<그거 봐요..선생님은 절 좋아하시지도 않잖아요..저도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지는 않고요..
그럼 이렇게 이상한 관계 더할 필요 없지 않나요??>
<아냐..난..너 좋아해..진짜..이것만은...진짜로...>
<뭐 그렇겠죠...저한테서 그분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요..>
<무슨....말이야?? 그건..>
<아닌가요?? 선생님은 저한테서 그분 모습을 찾고 있다고요.. 젓가락질하는 모습에서도, 무릎베게 하면서도, 요리하는 모습에서도, 그리고 아까 그 치즈 김밥이나 열쇠고리에서도 선생님은 저를 통해 그분을 보고 계신 거라고요..>
<아냐!! 그건..정말..그건....>
<정말 아닌가요?? 지금까지 제가 말한 모든 것들 다 그분이 좋아하고 그분이랑 함께했던 것 아닌가요??>
<그..그건..>
<솔직히 말해주세요...>
이내 얼굴가득 울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선생님.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확인 받으니까 생각보다 기분이 드럽다..
<하지만 널 그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정말이야..그건..나는 단지,,그냥..>
<단지 뭐죠?? 그냥 심심풀이 였나요?? 아..얘 어리버리한게 멍청하게 보인다..그러니까 잠깐 데리고 놀아야겠다..그런 생각 가지고 저를 가지고 노신 건가요??>
솔직히 선생님이 그런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같이 지냈던 내가 더 잘알고 있는 사실이다..하지만 이렇게 확실하게 말해야 했다. 그래야 선생님이 나한테 정 떨어 지실테니까..그래도..생각보다 힘들다..이런거..진짜..나는 이런 악역이 싫은데..꼭 여자 떼어 놓는 죽일놈 같잖아..
<아냐!!..그런거..진짜..그런거..아니라고..흑흑..>
이내 큰 눈망울에서 결국 눈물을 떨어뜨리는 선생님의 모습에 가슴 한구석이 아파 왔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을 욕하자는 건 아니예요..충분히 이해해요..힘든 짐, 힘든 추억,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싶었겠죠..저도 도와드리고 싶었고요..하지만 이젠 좀 힘들겠네요..제가 그렇게 좋은 놈이 아니라서 다른 사람 취급 받으면서 까지 이용당하고 싶지는 않거든요..앞으로는 이런일로 선생님 만날 일 없었으면 하네요..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가지마...>
선생님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나를 향해 말을 조그맣게 소리쳤다. 하아..그냥 좀 끝내지..이런 나쁜 놈이라고 따귀라도 때리지..그냥 그러고 말지..더 힘들잖아..이러면..내가..
<아직 더 하실 말씀이 남았나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는 나는 선생님을 바라보지도 않은채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지금 선생님의 우는 얼굴을 보면 잘못했다고 죄송하다고 말할 것 같았기에..
<그것 밖에 없었어..>
<네??>
<그것밖에 없었다고!!내가 할 줄 아는 게!! 내가 제일 잘하는 음식이 치즈 김밥밖에 없었고 내가 너랑 할수있는게 그런거 밖에 없었어..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할수있는게 고작 같이 얘기를 할 수 있는 주제가 그 사람 밖에 없었다고!! 다른 사람이랑 뭔가를 해본적이 없어서..그래서 아는 것도 없어서..어쩔수 없었다고!!>
조금씩 격한 목소리로 소리치듯 말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등을 돌려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두눈 가득 눈물을 흘리며 상처받은 사슴처럼 슬픈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선에 나는 조금씩 마음이 흔들려갔다.
<무슨..말이죠..그게..>
<어쩔수 없었다고 이 바보야!!>
<선생님..>
어느새 내 말투는 바뀌어 있었다. 옛날처럼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도 모질게 선생님을 대해 정을 떨어뜨려야 겠다는 생각도 지금 내 머릿속엔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눈 앞의 나를 향행 슬픔에 떨고 있는 한 여자만이 내 머릿속을 채울 뿐이었다. 어느새 나는 선생님의 앞에 다가가 있었다.
<왜 그렇게 못됐니..왜그렇게 나빠..난 그냥..니가 너무 좋아서,,너랑 같이 있으면 너무너무 행복해서..나조차도 어쩔줄 모를 정도로 좋아서..그런건데..>
나를 책망하듯 원망하듯 내 몸을 두들겨 오는 선생님의 주먹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선생님..>
<모르겠어..내가 왜 이런지..그사람 아니면 평생 다른 아무도 내 마음속에 못 들어올줄 알았는데..그랬는데...>
선생님은 내 몸을 두들기던 손으로 내 옷깃을 꽉 잡으며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이 더없이 슬퍼 보여 내 맘을 아프게 한다.
<사랑하고 있나봐..바보같이..바보같이..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나봐..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사랑해...널..널..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 사랑해!!사랑해!!>
지금까지 꾹 참고 있던 무언가를 모두 뱉어내듯 선생님은 나를 향해 미친 듯이 사랑한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이나 큰소리로 외쳤을까..이내 힘이 빠진듯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채 조그마한 손으로 놓지지 않겠다는듯 내 가슴 깃을 꼭 잡아왔다.
<그러니까..가지마...제발...나만 두고..가지마...죽을 것 같아..지금..니가 간다고 하니까..내곁을 떠난다고 하니까..가슴 한쪽이 꽉 막히는게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아..당장이라도 쓰러져서..죽는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너무 아파...그러니까...제발..가지마...흑흑...>
하아..참...모르겠다..이제...정말..모르겠다...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있는 선생님의 몸을 감싸갔다. 그리고는 꼭 힘을 주며 끌어 안아갔다. 그러자 내 품에서 더 목을 놓아 울기 시작하는 선생님..마치...울음보 터진 아이 같다..
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을까..조금씩 선생님의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상담실은 다시 고요를 되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선생님은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채 떨어질줄 몰랐고 나는 그저 선생님을 끌어 않은채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하아..이렇게 계속 서 있을수도 없는데..
<저..선생님..다 우셨어요??>
<...응...>
<그럼 잠깐만 나와주실래요??>
<싫어...>
<잠깐만요...아주 잠깐만..아무데도 안갈께요...>
<그래두 싫어..잠깐만 더 이러고 있어줘..>
하아..진짜 이 아줌마 어제부터 떼쓰기는...잠깐 혹시..
<화장 번져서 그래요??>
얼굴을 묻고 고개를 끄덕이는 선생님..아...젠장..이거 교복인데..또 얼룩생기겠네..
뭐..어쩔수 없지..
<그냥..제 옷에 대충 닦으세요..>
<그래도..돼?? 이거 교복이잖아...>
<뭐..벌써 다 묻었을텐데요 뭐.. 그리고 묻으면 빨면 되는거고..그냥 닦으세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선생님은 내 교복에 얼굴을 파묻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내 가슴에 부벼오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살짝 웃음이 났다.
<됐어요??>
<응...>
<그럼 잠깐만..나와주세요...>
내말에 천천히 고개를 숙인채 뒤로 한발짝 물러서는 선생님. 하지만 내 옷깃을 잡은 손은 여전히 놓지 않은 채 꼭 붙들고 있다.
<저 좀 보세요..>
<잠깐만...>
<요번엔 또 왜요??>
<많이 울어서 얼굴 부었을꺼야..그러니까..잠...어머..>
선생님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선생님의 두 볼을 잡고 고개를 들어 올린 나는 선생님의 눈과 시선을 맞춰갔다.
<진짜네..엄청 부었어요..크크..>
<보...보지마..>
다시 부끄러운 듯 얼굴을 숙이려는 선생님을 나는 볼을 잡은 두 손에 힘을 줘가며 저지했다.
<그래도 이쁜데요..뭐...>
<치..빈말은...>
피식 웃는 선생님. 많이 울어서 인지 두눈은 아직 빨겠지만 이젠 많이 안정됐는지 더 울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진짜예요??>
<응??>
<방금..그 말...진짜예요??>
<응...>
귀엽게 고개를 끄덕이는 선생님..하지만 두 눈은 진심이라는 듯 진지한 빛이 가득하다.
<하아...제가 어디가 좋은데요?? 저 같은 놈이 어디가 좋아요...선생님처럼 이쁘고 착하고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분이 제가 어디가 좋아요??>
<몰라..나도...그냥..좋아..곁에 있으면 행복하고 너무 행복해서 깨고 싶지 않은 꿈처럼 행복해서..막 그냥 마냥 행복해서...좋아..>
<그게 뭐예요..너무 막연하잖아요..>
<몰라..나두..그냥 좋아...니가...>
수줍게 볼을 붉히며 말하는 선생님은 얼굴에는 아침에 봤던 당당한 교직자의 모습은 없었다. 그냥 그저 사랑 하는 남자 앞에서 한없이 여린 여자의 모습만 있었다.
<사랑해..너는 어떨지 모르지만..나는 너를 사랑해..>
<선생님..전..>
<상관없어..니가 날 좋아하든 안하든..그건 별로 상관없어..내가 사랑하니까..내가 좋아하니까..그냥 내 옆에서 내 곁에서 아무데도 가지말고 그냥 그렇게 있어줘..그거면 돼..>
자신의 볼을 잡은 내 두 손을 잡고 내려놓은 선생님은 천천히 다시 내 앞으로 한발짝 다가왔다. 그리고는 살짝 내 입술에 입을 맞춰온다. 그리고는 내 허리에 팔을 감아 꼭 끌어안아갔다. 달콤한 딸기향이 선생님의 이쁜 머리에서 가득 풍겨져 온다.
<그리고 가끔씩..이렇게 안아주면 돼..>
<선생님..>
<뭐해...빨리 너두 안아야지...이럴 땐 그냥 조용히 안아주는 거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웃는 선생님..그 귀여운 모습에 이내 나 역시 말대로 천천히 팔을 들어 선생님을 가득 내 품에 안아갔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춰갔다. 기다렸다는 듯이 달콤한 숨을 흘리며 내 입을 받아들이는 선생님..부드럽게 서로의 입이 짝을 찾듯 맞춰져가고 우리는 뜨거운 숨을 흘리며 서로의 입술을 느껴간다. 그렇게 나는 선생님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쇼파 위로 이끌었고 선생님 역시 내 입술에 입을 떼지 않은 채 순순히 그쪽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쇼파위로 쓰러지며 몸을 포개갔다.
뭐야?? 무슨 일 있나?? 아침부터 웬 100토론 분위기야..
<한군!! 야 한군!!>
낮설은 교실 분위기에 어리둥절해 있던 날 향해 들려오는 목소리에 가방을 놓고 고개를 돌려보니 창가에서 나를 향해 손짓하는 경호자식의 모습이 보였다. 저 자식은 이름 부르는 게 그렇게 귀찮은가...맨날 한군이래...
<왜??>
<잠깐 이리 좀 와봐..>
<귀찮아 니가 와...>
<이리 와보라니까...>
<아..니가 오라니까...>
<오면 뽀뽀 해줄께..응 와라..>
짙은 눈썹을 찡그리며 한껏 귀여운 표정을 짓고 나를 바라보는 경호자식의 모습에 나의 등줄기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냥 너두 오지 마라..오면 죽인다...>
미친 놈 어디서 끔찍한 소리를 하고 있어..
<진짜 할 얘기 있어서 그래!! 심각한 얘기야!!>
아..귀찮게..심각하게 얼굴까지 굳히며 나를 부르는 경호자식의 모습에 나는 결국 어쩔수없다는 듯이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경호 놈을 비롯한 여러 남자들이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다들 얼굴을 굳히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 어찌나 심각하고 무거웠던지 다가간 나까지 기분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아니..이 자식들은 가뜩이나 인상도 더러운 놈들끼리 모여서 살벌하게 앉아있어..교실 분위기 흐려지게..
<소식 들었냐??><뭔 소식??>
<아직 못들었나 보구나..>
<그니까 뭔 소식...>
<듣고 놀라지마...>
<뭔데 이렇게 뜸을 들여??><그게...>
<엉...>
<말야...>
<엉...>
<뭐냐면...>
<나..간다..>
<야!!야!!>
미친놈 뭐하자는 거야..장난쳐 지금?? 뒤에서 나를 부르며 소리치는 그 자식을 뒤로하고 나는 자리로 걸음을 옮기려던 나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그 자식의 말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우리 담팅이 애인 생겼데!!>
엥?? 애인?? 저건 또 뭔 말이야??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그 자리에 멈춰 그 자식을 바라보았다.
<뭔 소리야?? 그게??>
<몰라..나두 들은거야..하지만 확실한 것 같아..어제 남자랑 같이 있는 걸 봤다는 사람이 있으니까..>
어제??남자?? 그거..혹시...
<설마...>
아니겠지..나는 아니겠지...
<아냐.. 맞아!! 어제 저기 한신아파트 근처에 소라마트에서 남자랑 같이 장보는 걸 봤데!!.>
이런이런.. 일났네 일났어.. 나네.. 난가 보네...아..들켜도 어디 거기서 들키냐..
그럼 혹시..내 얼굴도 봤다는 얘기??
<누군지... 얼굴은 봤데??>
<아니..멀어서 못 봤데..>
다행이네..얼굴은 못 봤나보네.. 근데 언제 본거야?? 나는 못봤는데.. 하여튼 이 망할놈의 한국땅은 너무 좁아서 탈이라니까...
<뭐..그냥 아는 사람일수도 있지..>
<아냐..다정하게 손까지 잡았데...>
그것도 봤냐??
<하하..뭐..남동생이겠지...>
<선생님한텐 남동생이 없어..>
참.. 모르는 게 뭐냐??
<그럼 그냥 친한 동생이겠지...>
<나도 친한 누나 여럿 있는데 그 누나들은 내가 손 잡을라고 하면 패.. 징그럽다고...그럴리 없어..>
<하하...그래??>
이 자식...어떻게 된 인생을 산거야??
<자..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야..우리 이강주 친위대 일명 성모마리아가 창립된 이래 처음으로 불어 닥친 최대의 위기이자 초유의 긴급사태라고 알겠어??>
한마디 한마디 심각하게 말을 뱉는 경호자식의 말에 주위에 있던 떡대 좋은 사내놈들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간다..아... 웬지 역적모의 하는 산적들 같다...하긴 다른 애들한텐 산적 마리아라고 불리우는 놈들인데 뭐..
그렇다 지금 여기 모여 있는 이 산적처럼 생긴 인상 험악한 떡대 놈들은 이강주 친위대..일명 성모마리아의 회원 들이다. 회장 유경호를 주축으로 올해 갓 창설된 이 신흥 팬클럽은 교내에 있는 이강주선생님의 팬 만아니라 타학교의 팬 거느리고 있는 우리학교 최대 크기의 대규모 팬클럽으로 세상의 늑대같은 남자들의 마수로부터 천사같은 마리아 이강주 선생님의 신변을 보호하겠다는 명목 하에 생긴 팬클럽이다. 뭐..본인인 우리 담팅이는 있는 줄도 모르는 것 같지만..
<분명 그 자식은 우리 착하고 이쁜 마리아를 제법 반반한 얼굴과 뱀 같은 혀로 꼬신 제비놈일께 분명해..>
<그래!!그 자식은 분명 우리 마리아의 약점을 잡고 늘어지는 그런 변태같은 놈일꺼야!!
안그러면 우리 천사같은 마리아가 그딴 변태같은 놈이랑 같이 있을 리가 없어!!>
<맞아!! 그 자식은 천사 같은 마리아를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악마같은 놈일께 뻔해!!>
<그래..그놈은 악마야!!>
순식간에 나를 제비에 변태에 심지어는 악마까지 만들어버린 사내놈들은 마치 지금이라도 나타나면 잡아 죽일 듯이 허공에 주먹까지 휘두르며 살기 어린 눈을 연신 희번덕거렸다.
그 아이들의 살기어린 한마디 한마디에 내 가슴이 뜨끔뜨끔 거려왔다. 하하...여기서 내가 그거 난데..라고 말하면..난 그냥 죽겠지?? 아마..마녀재판을 받을 지도 몰라...하하...
<그래...니들 말이 맞아..그놈은 악마야!!>
맞긴 뭐가 맞아!!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말들을 간단하게 한마디로 판결을 내린 경호 놈은 끓어오른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우선 우리가 할일은 그자식이 누군지부터 알아야해..>
<얼굴을 모르는데 어떻게 알지??>
<훗...다 방법이 있지..목격자의 얘기를 들어보자면 그자식의 옷차림은 체크무늬 반바지에 헐렁한 면티 거기다 삼성 쓰레빠를 끌고 있었다고 해...>
<뭐야..그런 추잡스런 차림으로 우리 마리아랑 만났단 말야?? 도저히 믿을 수없어!!>
너희들은 쓰레빠 안신냐?? 그리고 그게 뭐가 추잡해??
<사실이야..그에 반해 우리 마리아는 흰 민소매 블라우스에 하늘하늘 거리는 하늘색 주름치마를 입고 있었고..>
<아..민소매 블라우스에 하늘색 주름치마라...생각만해도..아름답다...>
마치 눈앞에 보이기라도 한 듯 녀석들은 동시에 멍한 표정을 지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저것들 침까지 흘리네.. 니들이 더 변태 같다..이 자식들아..
<흠흠..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면 그 사내 자식의 차림채로 보아 아마도 이 근처 사는 놈일 확률이 커..마리아는 그 자식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억지로 집으로 끌려온걸테고..>
<나쁜자식...여자를 강제로 집으로 끌어들이다니..>
억지로 끌고온게 아니라 억지로 찾아왔네요..그쪽에서...
<우선 너희들은 그쪽 주민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시켜봐..그 남자를 본적이 있나..어떻게 생겼나..직업은 뭔가...뭐 이것 저것다..>
이 자식...이렇게 머리가 좋았나?? 무슨 형사 콜롬보같다.. 치밀하게 아이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경호 자식은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과는 다른 진지하고 신중해 보였다.
<그건...알아서 뭐하게??>
<뭐하긴...적을 알아야 응징을 하지...상대가 그 누구라도 우리 마리아를 함부로 건드린 댓가는 반드시 치루게 해주겠어..>
차분하게 말을 내뱉는 그자식의 말에는 한마디 한마디에 살기가 가득했다.
그 살기가 내 몸을 옭죄여 오는 것 같은 기분에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등 뒤로 차가운 식은 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아..맞다!! 한군..니네 집도 그 근처지??>
<엉??어...어...그렇지...근데 그건 왜??>
<아니..가까운데 살면 봤을까 해서.. 그 악마 놈..>
<그...글쎄..나는 그런 사람 못 본 것 같은데...>
차마 저렇게 죽일듯한 눈빛으로 살기등등하게 있는 놈들 앞에서 그 악마가 바로 나올시다!! 라는 말은 죽어도 못하겠다.
<그래?? 우선 너도 좀 도와줘..뭐 우리 마리아의 회원은 아니지만 명색이 이 회장의 친구니까..집도 사건현장에서 가까우니까 새로운 증거를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될꺼야..>
<그러지 뭐...>
증거는 우리 집에 많은데.. 선생님이 입술이 닿았던 컵, 베고 잤던 베게, 덮었던 이불 등등등..근데 그거 갔다주면..날 죽일꺼야..
<선생님 오신다!!>
침입자를 알리는 SECOM처럼 교실 가득 울려 퍼지는 통신병의 목소리에 우리는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곧이어 언제나 그랬듯이 선생님이 들어왔고 평범한 학교 생활을 알리는 조회 시간이 시작됐다. 주말은 잘 보냈니 라고 시작한 특별할 것 없는 월요일 아침의 조회시간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흘러갔다.
교실 안에 선생님의 고운 목소리가 차분하게 울려 퍼지고 몇 명의 아이들만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갔다. 원래 조회 종례시간이 라는 게 경동시장 장바닥 만큼이나 시끄러운게 당연한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반만은 차분하게 진행 된 적이 많았다.
뭐..당연한 일일수도 있겠지..우리 마리아님 좋은 말씀하시는데 떠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성모마리아에 처절한 응징을 받은 아이들이 꽤 많으니까... 시범 케이스로 몇 명이 응징을 당하자 언제 부턴가 조회 종례시간에 떠드는 것은 자살시도 라는 생각이 아이들 머릿속에 박혔는지 지금 아침 조회 시간도 차분하기 그지 없었다.
뭐..나 역시도 그런 응징을 받고 싶지는 않았기에 차분하게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갔다. 얼굴에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차분히 말을 이어가는 선생님.. 웬지 모르게 어제 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어제랑 옷이 바뀌어서 그런 가 했지만 딱히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았다. 학교에서 보는 선생님의 모습은 밖에서의 모습과는 확실히 틀렸다. 학생들 앞에선 선생님은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한명의 당당한 교직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어제의 그 귀엽고 애교 많은 모습은 좀처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는 어제의 선생님과 보냈던 하루가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그냥 내가 어제 잠시 꿈을 꾼 건 아닌가?? 선생님은 어제의 일을 기억하고 계실까?? 그리고..다시 한번 어제처럼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워왔다. 그리고 순간.. 멍하니 선생님을 바라보던 나의 눈이 선생님의 초롱초롱게 빛나는 눈과 마주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선생님의 시선은 이내 나를 지나 다른 곳으로 지나갔다. 그러자 가슴 한구석에서 웬지 모를 아쉬움과 허전함 그리고 섭섭한 마음이 들어왔다. 뭐..학교에서 아는 척 하길 바란건 아니지만..그래도 생각보다 좀 기분이 그렇다...하아..
<자..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네고 수업 열심히 하자!! 그럼 반장...>
<저기..선생님!! 질문있는데요!!>
<응?? 뭔데??>
<저기...선생님 애인 생기셨다면서요?? 진짜예요??>
갑작스레 터진 한 아이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야?? 애인이라니??>
<어제 남자랑 손 잡고 데이트 하셨다면서요..학교에 소문 다 났어요..>
<아~~그거...난 또 뭐라고..>
<진짜에요??>
<어..뭐..데이트까지는 아니지만 남자랑 손도 잡고 팔장도 끼고..그러기는 했어..>
선생님의 사실을 인정하는 말에 더욱 큰소리로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아이들..
조금씩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조회시간을 나는 약간의 긴장 상태로 이야기의 흐름을 지켜보았다. 설마...그냥 장난 치는 거겠지..설마 말하겠어??
<그 사람 누구예요?? 애인 이예요??>
<언제부터 만났어요??>
<결혼 하실꺼예요??>
<애는 몇이나 나으실 건가요??>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질문에 교실안은 어느새 연예인의 기자 회견장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저 아줌마는 그러게 왜 괜히 인정해 가지고 얘들 불타는 호기심에 불을 붙이나..
탕탕탕!!
<자!!다들 조용히 하고 한명씩 말해..선생님 정신 없다..>
그제서야 아이들이 격해졌던 흥분을 가라 앉히며 조용해 졌지만, 아이들의 두 눈은 꼭 더 지금까지와는 더없을 정도로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 정신으로 수업이나 열심히 들어라 이것들아..
<뭔가 니들이 오해를 하고 있나 본데..애인은 아냐..>
<그럼 애인이 아니면 뭐예요??>
<음...그냥...남. 자. 지...>
<그럼..그 남자가 누구예요?? 친구?? 동생??>
<음...너희도 아는 사람 일 텐데..>
그 작은 말 한마디에 다시 한번 들끓기 시작하는 아이들..여기저기서 누군데요??를 연발하며 선생님에게 대답을 요구해댔다. 하하...정말 말하지는 않겠지... 근데..왜 이렇게 땀이 나냐..
<그게...누구냐면은....>
마치 이 자리에 있다는 듯 아이들을 훑으며 말을 끄는 선생님.. 아이들은 숨조차 죽이고 선생님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아주 찰나의 순간 선생님의 눈과 나의 눈이 다시 한번 마주쳤다.
잠깐 아주 잠깐 나를 향해 어제 보았던 그 귀여운 미소를 보낸 선생님..
그 웃음에 웬지 모를 불길함이 내 몸을 엄습 했다.. 설마..아니겠지...
<한강혁!!>
짧지만 확실하게 나를 부르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천천히 아이들의 시선이 한곳에 모아진다..날카로운 시선들이 나를 중심으로 모여 사방에서 나를 감싸오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여기저기서 살기까지 섞인 눈길이 내 피부를 송곳처럼 찔러왔다. 그중에서도 우측 대각선 45도 방향의 창가 쪽에서 아주 죽일듯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날카로운 시선 하나가 확실하게 느껴져 온다..익숙한 시선.. 경호 그자식이다..하하...젠...장...난 이제..죽었다...
<조회 끝나고 교무실로 따라와!! 이상..조회 마치겠음..인사는 생략!!>
선생님이 할말 다 끝났다는 듯이 홱 하고 교실문 밖으로 나가 버리고 교실 안은 한순간 정적만이 감돌았다.
<뭐야..장난이잖아..>
정적속에서 들려오는 한 아이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아쉬움의 소리를 내뱉는 아이들.. 아마도 선생님이 장난 친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아이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사라지고 동시에 지옥에서 천국으로 간신히 건너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갔다. 하아..십년 감수했네.. 젠장!! 이 아줌마는 누구 초상 치를 라고 작정을 했나!! 거기서 그렇게 내 이름을 부르면 어떻게!! 당장 가서 따져야지!!
씩씩거리며 교무실로 뛰어 들어간 나는 구석에 있는 자신의 책상에서 수업 준비를 하고있는 선생님에게로 걸어갔다.
<선생님!!>
<어..왔네??>
<네..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그보다도 우선 앉아봐.>
의자를 내밀며 손짓을 하는 선생님의 말에 나는 말을 하려던 것을 멈추고 자리에 앉았다.
그래 차분히 앉아서 얘기를..
<저..선생님..드릴 말씀이..>
<저기 강혁이는 키가 몇이지??>
<네??><키가 몇이냐고..>
<네..저...180이요..>
<어..180 조금 큰편이네..그럼 신체 싸이즈는??>
<신체 싸이즈요?? 잘 안 재봐서 모르겠는데..>
<그냥 대충..어!! 옷 싸이즈 같은 걸로 말해봐..M인지 L인지..그렇게..>
<아..전.. L 에 105정도 입는데...그건 왜요??>
<음..보통 260 신는데..>
<260...보통 싸이즈네...>
근데 뭘 그렇게 적는 거야?? 대답 할 때마다 손에 쥔 펜으로 뭔가를 적어내려가는 선생님을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 보았다.
<근데 그건 왜 물어 보세요??>
<아..이거?? 그냥...동생 옷을 사줄라고 하는 데 내 동생이 너랑 몸 치수가 비슷하거든 그래서 너한테 맞춰서 고를 라고..>
<아..그러세요...근데..제가 알기로는 선생님 남동생 없는 걸로 아는데..>
<아...치..친척 동생..저기 외가 쪽에 친척 동생 있거든..걔 생일이라 사줄라고..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약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보다도...
<선생님 아까..>
댕댕댕~~
젠장...종쳤다..
<응?? 아까 뭐??>
<아뇨..나중에 다시 올께요..수업 시작 할 것 같아서..그럼 가볼께요..>
<잠깐만..>
나를 멈춰 세운 선생님은 책상위에 놓여진 출석표를 나에게 건네줬다.
<이거..교실에 갔다 놔줄래??>
<예...>
<그럼..수업 잘 받고 공부 열심히해.>
<네.. 안녕히 계세요..>
출석부를 들고 교무실 밖으로 나온 나는 교실로 걸어갔다. 뭐야..결국 내 말은 한마디도 못했네..한번 따졌어야 했는데..아쉽네..뭐 다음에 하지..응?? 근데..이게 뭐냐??
들고 있던 출석부에 뭔가가 붙어있는 것 같아 나는 이상한 마음에 출석부를 뒤집어 보았다. 그것은 노란 포스트 익으로 거기에는 귀여운 글씨로 뭔가가 적혀 있었다.
(이따 어제일로 의논할 것이 있으니 점심시간 끝나고 옥상으로 올라올 것. 단 끝나자마자 올 것. 안 올시에는 엄청난 처벌을 각오해라. 키키키.. L.G.J)
뭐냐..이건..나한테 보낸 것 같은데.. L.G.J 면..우리 담팅인가?? 어제 일로라는 것도 그렇고.. 근데 무슨 협박 편지냐?? 뭘 각오 하라는 거야.. 아.. 모르겠다.. 이따 가보면 알겠지..뭐..
뭐 어짜피 따질 것도 있고.. 아무튼 수업 시작 하기 전에 얼릉 가야겠다.
쪽지를 떼고 주머니 속에 접어 넣은 나는 이내 걸음을 빨리하며 교실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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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점심시간은 금방 다가왔다. 어제의 일등 그리고 앞으로의 선생님을 대하는 것의 일등 또 시시각각 조여 오는 성모마리아 회원들의 수사 등등 으로 여러 가지 생각할게 많아서 그런지 생각 만으로도 시간은 훌쩍훌쩍 지나가 버렸다. 뭐..그 덕분에 수업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4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교실 밖을 나가자 마자 보다 빠른 식사를 위해 급식대의 앞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 줄을 서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나는 교실문을 빠져 나와 옥상을 향해 갔다.
근데..왜 하필이면 옥상이냐..상담실도 있는데..그리고 거긴 개방 안했을 텐데..
이런 저런 의문증을 가지고 계단을 오른 나는 어느새 옥상 문 앞에 다다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잡이를 잡고 돌려가자 찰칵! 하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어...진짜로 열려있네..나는 문을 열고 천천히 옥상으로 발을 내딛었다.
순간 시원한 바람이 내 온몸을 스치며 두 눈 가득 드넓게 펼쳐진 파란 하늘이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여러 가지 모양을 띄고 있는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내 머리위로 떠다니고 있었다. 이런데가 있었나?? 우리 학교에..온 몸을 감싸오는 상쾌한 바람에 나는 심호흡을 하며 숨을 들이 켰다.
<허어!!>
<으악~~>
순간 갑자기 들려오는 이상한 기합 소리에 나는 들이쉬던 숨을 뱉으며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헉헉...뭐냐..갑자기..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든 나는 정체 불명의 기합 소리의 주인을 볼수 있었다.
<뭐예요!! 갑자기...하아...>
<미안..놀랬어??크크..>
<당연히 놀라죠...뒤에서 그렇게 갑자기 소리 지르는데...>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하구만...내 눈 앞에선 언제 왔는지 선생님이 날 보며 재밌다는 듯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재밌으세요??>
<아니..그냥..너 놀라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막 으악~~ 하는게..표정이..크크 너무...>
저런..잔인한 영혼 같으니..사람의 고통을 가지고 저렇게 좋아하냐..
하아..맘착한 내가 참자...참어..
<언제 오셨어요??>
<응?? 난 아까 왔지..너 오기 전부터..><어? 전 못봤는데..>
<아..너 놀래켜 줄라고 문 뒤에 숨어 있었어..크크 미션 썩쎄스!!>
계획된 범행이었군...치밀하다.. 귀엽게 엄지 손가락을 쳐들며 모 코미디 프로의 동작을 따라하는 선생님. 아..귀엽긴 한데..웬지 저 엄지 손가락 부러뜨리고 싶다..으...
<왜 부르셨어요??>
<어..우선 여기 앉아봐..>
또 어딜 앉으래..앉을 데가 어딨다...있네..돗자리는 언제 깔아 논거야?? 선생님이 가르킨 곳에는 이쁜 키티 모양의 돗자리가 깔끔하게 옥상 바닥에 깔려 있었다. 아마도 내가 오기전에 깔아논것이리라.. 근데 난 둘리가 더 좋더만.. 국산을 애용해야지..
선생님의 말대로 나는 이내 돗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갔다.
<응?? 뭐해?? 그냥 신발 벗고 들어와서 앉아..>
<네??...아..>
돗자리위에 앉은 선생님을 보니 힐을 벗은 채 맨발로 앉아 있었다. 하얗고 귀여운 발가락과 그 발톱위에 귀엽게 칠해진 핑크 매니큐어가 눈에 들어왔고 그 뒤로 그 선을 따라 시선을 올리자 노란 원피스의 치마를 향해 보기 좋게 뻗은 하얀 종아리가 시야 가득 들어왔다. 참 잘빠졌단 말야...감탄이 저절로 나온다...아니지..이런 생각 하지 말자.. 아무튼 뭐야..소풍 온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내 나 역시도 신발을 벗고 완전하게 돗자리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저..하실 말씀 이란게...>
<아..그보다도 아직 밥 안 먹었지??>
<뭐...아직 안먹었죠..>
당신이 끝나자마자 바로 오라고 했으니까..그러고 보니 배고프네...
<자... 그럴 줄 알고 내가 이걸 준비했지..짜잔!!>
등 뒤에서 큰 도시락통을 꺼내든 선생님은 천천히 통을 열어가며 도시락들을 나열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앞으로 배열되는 여러 음식들.. 김밥, 유부초밥, 과일, 샐러드 그 큰 통을 빈틈 없이 꽉 채운 그 음식들의 모습에 나는 놀란 얼굴 하며 선생님을 바라 보았다.
<이게..다 뭐예요??>
<뭐긴 뭐야...김밥에 유부 초밥에 과일, 그리고 샐러드 등등등 이지..>
<아니..그게 아니라 웬 음식 이냐고요...>
<아..그게 그냥 오늘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심심해서 뭐 여러 가지 만들다 보니까 이렇게 많이 만들었더라고.. 그래서 나 혼자 다 먹긴 좀 무리 일 것 같아서..싸가지고 왔지..>
아침부터 이 많은 걸다?? 그것도 심심해서?? 와..대단하네.. 솔직히 도시락에 담겨있는 그 음식들은 꼭두새볔 부터 일어나 싸야지만 쌀 수 있는 정도의 양이었다. 참..혼자 사시느라 힘드신가 보네...이렇게 심심해서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요리 하시는 거 보면..
<근데..이건 왜 꺼내세요??>
<왜 꺼내긴..같이 먹을라고 꺼내지..>
<그냥 선생님들이랑 드시지..왜..>
<어제..얻어 먹은 것도 있고 그리고 이거 선생님이랑 먹으면 모자를 것 같아서.. 그냥 둘이먹을 라고..>
<아..근데 이거 둘이 먹기엔 상당히 많은 것 같은데..>
<뭐..그니까..니가 다 먹어야지..>
누구 죽일일 있나...이 많은 걸 다 먹으라고?? 배터져서 죽으란 얘기냐??
<걱정마..먹다가 남기면 내가 다 먹으면 돼니까..뭐 배터져 죽기밖에 더하겠어??>
그건 웬지 협박처럼 들린다..
<암튼 먹기나 하자..>
<아..예...잘 먹겠습니다..>
<그래..많이 먹어..>
뭐부터 먹을까...종류가 하도 많아서 고민 된다.. 이내 나는 제일 무난한 김밥을 하나 집어 입안으로 집어 넣어갔다.
<어때??>
<아직 안 씹었는데요..>
<그..그래?? 그럼 지금 씹어..>
<네..>
방금 생각 난건데..왜 여자들은 자기가 음식 만든 걸 먹을 때면 꼭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걸까?? 먹는 사람 민망하게..먹다 체하라고 그러는 건가?? 이내 떫더름한 마음을 접으며 나는 천천히 입안의 김밥을 씹어갔다. 엉?? 이거..치즈 김밥이네..
<어때??>
<음...맛있는데요..>
<진짜??>
<네..뭐라 그럴까..그냥 제 입에 맞아요..제가 치즈 김밥을 좋아하거든요..>
<그래?? 다행이다..입맛에 맞아서.. 난 또 입에 안 맞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네?? 그냥 만드신거 아니예요??>
<어?? 아..그니까.. 다른 사람들이 맛있다고 해주면 좋잖아..이왕 만든거니까..그말 한거야..하하..>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잠깐 의아했지만 이내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왜?? 배고프니까~~
<아..맛있어요..정말로..>
<그래 많이 먹어..여기 유부 초밥도 먹고..과일도 있으니까 과일도 먹고..음료수도 있으니까 목마르면 말하고..>
<예...선생님도 빨리 드세요...>
<어..알았어..>
자식 챙겨주는 엄마처럼 이것저것 권하는 선생님을 보자 나는 웬지 모를 포근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선생님의 이런 가정적인 모습을 보니까 진짜 일등 신부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귀엽고 애교 많고 잘 챙겨주고..진짜.. 누가 데려갈지..부럽네..그 자
식..
식사는 화기 애애 하게 흘러갔다. 마치 소풍 나온 아이처럼 선생님은 들뜬 얼굴로 여러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고 선생님의 그런 분위기에 나 역시도 미소를 띄우며 즐거운 식사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어느새 음식이 거의 줄어들고 도시락 통은 점점 바닥을 드러 내갔다.
<아...배부르다...진짜 저 더는 못먹겠어요..>
<그래..선생님도 더 못 먹겠다..더 먹으면 체할 것 같아..하아..>
아직 약간의 음식이 남았지만 선생님과 나는 터질 듯 한 배를 두드리며 항복을 선언했다.
<크크..크크..>
머야 이번엔 또 왜 웃어?? 갑작스레 내 얼굴을 보며 웃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다시 의아한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 보았다.
<왜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요??>
<어..니 입술 근처에 점 생겼어..크크>
<점이요?? 저 점 없는데..>
<김 붙었다고..여기..>
자신의 입가를 가르키며 위치를 알려주는 선생님을 따라 나는 내 입가를 만져갔다.
<여기요??>
<아니..거기 말고 여기...>
<여기요??>
<참..디게 못찼네..잠깐..>
순간 선생님이 무릎을 꿇은 채로 몸을 기울이며 나에게로 다가 왔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어 나의 입술을 만져왔다. 부드러운 손가락이 가볍게 내 입가를 스쳐가고 다시 한번 어머니가 아이의 입을 닦듯이 내 입술을 부드럽게 문질러 온다.
<칠칠맞게 입가에 묻히기나 하고 애네...완전히...>
놀리는 듯 웃으며 말하는 선생님이었지만 나는 전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없었다.
브이넥의 노란 원피스가 선생님이 허리를 숙이면서 나에게로 다가오자 살짝 아래로 내려가며 그 안의 숨겨져 있던 육감적인 젖가슴의 계곡이 내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입고 있던 옷이 그렇게 많이 파인 자극적인 원피스는 아니었지만 선생님의 큰 유방 때문인지 아래로 늘어져 원피스와 짓눌려 일그러져 확실히 자극적인 계곡을 형성하고 있었다.
<왜그래??>
<네..네?? 아..아뇨..>
<아니긴...얼굴까지 빨개졌는데...>
<아뇨..그냥 더워서 그래요...더워서..>
<바람이 이렇게 시원하게 부는데 더워??>
<네..좀 덥네요..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땀이 덥다는 듯 손으로 부채질을 하는 나를 선생님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아..위험했다.. 내가 거기 봤다는 거 알면 변태라고 생각 했을꺼야..아마..
<밥먹어서 그런가...좀 졸립다..그지??>
<예..좀 나른하네요..>
확실히 배가 차니까 몸이 나른해 졌는지 벌러덩 드러 눕고 싶을 정도로 몸이 축 늘어져 갔다. 하아..이런 날씨에 이렇게 있으니까..진짜 자고 싶다..
툭..
뭐냐??내 무릎에 느껴지는 무언가 무거운 느낌에 나는 고개를 내려 보자 거기서는 언제 드러 누웠는지 선생님이 내 무릎을 베고 모로 누워 있었다.
<뭐..하세요??>
<뭐하긴...누워있지..>
<근데 왜 제 무릎에..저기 딴데 누우시지..>
<니 무릎이 더 편해.. 폭신폭신하고.. 좋은 냄새도 나고..그냥 잠깐만 이러고 있을께...>
내 무릎에 볼을 부비며 얼굴을 묻는 선생님의 모습에 이내 나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시원한 바람이 한차례 우리 주위를 맴돌 듯 부드럽게 스쳐 지나가고 그 기분 좋은 느낌에 나는 기분 좋게 숨을 들이켜 갔다.
<하아....시원하다..>
<좋지 여기??>
<네..시원하고 하늘이랑 가까운게 정말 좋은데요..오늘 처음 알았어요..우리학교에 이런 멋진 장소가 있었구나 하고..1년을 훨씬 넘게 다녔는데...꼭 딴데 온 것 같아요..>
<후후..나도 얼마 전에 알았어..우리 학교에 이런 데가 있다는거..>
<어떻게 아셨어요?? 이런데.. 원래 여기 개방 안할텐데...>
<그냥..우연찮게 알게 됐는데 너무 좋아서 수위아저씨한테 억지로 졸라서 열쇠 얻어서 가끔씩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와.. 여기 열쇠 얻을라고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썻는데.. 수위아저씨 한테 점심마다 빵사다줘, 우유 사다줘, 당직 서실 땐 야식 사다줘...진짜 엄청 쏟아 부었지.. 뭐...그 덕분에 열쇠 얻었지만..진짜 그 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너무 좋아...여기..>
<네..진짜 좋네요..여기...>
나는 팔을 뒤로 뻗어 몸을 기대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두눈 가득 아까 봤던 하얀 구름이 여유롭게 하늘 위를 떠돌고 있는 모습이 마치 흘러 흘러가는 나그네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나 역시도 마음이 여유로워 지는 것 같아 모든 걱정이나 근심이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강혁아 아까 아침에 선생님한테 뭐 말할라고 했던 거야??>
누운 채로 나를 올려다 보는 선생님의 말에 나는 아까의 일을 떠올려갔다.
기분 좋은 곳에 기분 좋게 앉아있었기 때문일까?? 아까는 그렇게 소리치고 따지고 싶엇던 것들이 지금은 별 쓸모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별거 아니예요..신경 쓰지 마세요..그보다..선생님도 뭐 할말 있으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뭐 어제일로 의논 할게 있다고 하셨잖아요..>
<아..뭐..어제 잘 들어갔나 궁금해서..나 바래다 주느라고 늦게 들어갔잖아..>
<예..뭐 잘 들어갔어요..근데 그게 다예요??>
<응?? 음..뭐..그렇지..>
뭐야..그거 말할라고 옥상까지 불러내서 안 오면 큰일 날꺼라고 협박까지 한거야?? 참 생각 보다 엉뚱한 여자네.. 뭐..덕분에 이런 좋은데도 알게 됐으니까 나한텐 좋은 거지만..
<아..맞다..너 혹시 요번주 일요일 날 시간 있니??>
<네?? 뭐..특별히 약속같은 건 없는데..왜요??>
<어..그날 동생 선물 사러 갈건데..너 시간 되면은 나 선물 사는 것 좀 도와 달라고 할려구..괜찮아??>
<뭐..특별히 할건 없으니까..같이 가죠 뭐..근데 저로 괜찮아요?? 저 선물 같은 거 잘 못 고르는데..>
<응..괜찮아..동생이 너랑 스타일이 비슷해서 너한테 맞춰서 살라고 했거든..그럼 요번 주에 가는 거다?? 알았지??>
<네..알았어요..>
순간 선생님은 새끼손가락을 빼고는 내 얼굴로 손을 들이밀어 왔다.
<뭐예요??>
<뭐긴..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거지..>
<뭘 손가락까지 걸어요..애도 아니고..>
<그래도..걸어..언능..>
떼부리는 아이처럼 재촉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어쩔수 없다는 듯이 손가락을 걸어갔다.
참나..애도 아니고..내가 이 나이에 그것도 선생이랑 손가락 걸고 약속해죠~ 할줄은 몰랐네..
<됐어요??><아니..잠깐..도장..복사...코팅...됐어...>
아니..이런건 어디서 배운거야?? 요즘에 초딩들도 이런 건 안한다.. 은근히 어려..진짜..
뭐가 좋은지 내 무릎에서 실실 웃는 선생님을 보며 나 역시 어이없이 웃음을 흘렸다.
<아..맞다..선생님 혹시 이거 선생님 거예요??>
나는 지금 생각난 듯 주머니를 뒤져 무언가를 꺼내갔다.
<뭔데??>
<이거..어제 침대에서 떨어진 거 줏었는데.. 제껀 아니거든요...그래서 혹시 선생님 건가 해서 가져 왔어요..>
나는 손안에서 달랑거리는 열쇠고리를 선생님에게 확인 시켜주듯 얼굴위에 대고 흔들었다.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선생님이 내 손에 있던 그것을 천천히 나의 손에서 가져갔다.
<이거 어제 한참 찾았는데...니 네집에 있었어??>
<예..침대 위에.. 선생님 꺼 맞아요??>
<어..내꺼 맞아..근데 이게 왜 거기 있었지...아..옷 벗을 때 떨어졌나보다..>
참..표현 적나라하다.. 옷 벗을 때 라니..남들이 들으면 오해 하겠수..뭐 거짓말은 아니지만..
<근데..그거 선생님 닮았던데..마스코트예요??>
<응..맞아..내 마스코트..일명 토랭이..귀엽지??>
<예..귀여워요..>
<근데..나랑 닮은거 어떡해 알았어?? 남들은 다 모르던데..>
<그냥..이미지가 비슷해서요..보고 딱 떠오르던데요...선생님 얼굴이..>
<진짜??..하하..신기하네...이거 사실은 옛날의 그 사람이 나 닮았다고 귀엽다고 사준건데..
막 아니라고 아니라고 우겨도 맞다고 맞다고 막 그렇게 싸우기도 했엇는데..넌 용케 한번에 알아보네..>
<그래..요..??>
그 사람이라..뭐가 그리 좋은지 기분 좋은 웃음을 띄우며 행복한 듯 미소짓는 선생님의 모습에 웬지 모르게 나는 조금씩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뭐지..이 기분은..그냥 좀 기분이...그렇네..
<진짜..신기해..너랑 그 사람이랑..닮은게 너무 많아..요리 잘하는 것도 그렇고, 젓가락 엑스자로 하는 것도 그렇고, 이거보고 나랑 연관 짓는 것도 그렇고..또 치즈김밥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와..엄청 많네..진짜 신기하지??>
<네..뭐 그렇네요..>
치즈 김밥도 였어?? 아...기분이 더럽네.. 이런 게 질투라는 건가?? 눈앞에 그사람을 생각하며 행복한 듯 미소짓는 선생님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게 상당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을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분명히..근데..내 앞에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여자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며 웃음 짓고 있는 모습을 보니 주체못할 질투라는 감정이 사정없이 내 가슴을 압박했다.
<뭐 더 있을 것 같은데.. 너 또 뭐 다른 특징 같은 거..흡>
모르겠다..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나의 입은 선생님의 입술을 덮치고 있었다.
그리고 거칠게 선생님의 입을 탐해갔다. 놀란 선생님이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밀쳐낼 듯 내 가슴에 손을 얹고 바둥 거렸지만 억센 나의 손이 강하게 선생님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고 놓아주질 않자 그것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여전히 나의 입술은 더없이 거칠게 선생님의 입가를 더듬어 갔고 이내 선생님의 입안으로 깊숙이 혀를 넣어갔다. 하얗고 가지런한 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내 혀는 수줍게 오므라져 있는 선생님의 촉촉한 혀를 거칠게 잡고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꽁꽁 묵어갔다.
거칠고 단순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도 없는 키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선생님의 입을 탐하고 혀를 농락하고 타액을 흘려보냈다. 반항할 힘이 빠진 것일까?? 처음에는 힘을 쓰며 나를 밀어 내려던 선생님은 이내 내 움직임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천천히 호흡을 맞춰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천천히 입을 떼고 선생님의 허리를 감았던 손을 풀어가며 뒤로 물러갔다. 앞을 보니 거칠었던 나의 키스 때문인지 지금까지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몰아쉬듯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숙이고 가는 어깨를 들썩여 갔다.
또 저질러 버렸다..
<죄송해요...>
<하아..뭐..야..갑자기...>
<그냥...저도 모르게 그만...죄송해요..>
<아니..난..괜찮아...그보다...왜??>
<모르겠어요..>
모르겠다는 나의 대답에 선생님은 더 이상 질문은 하지 않고 한동안 아무 말 하지 않으셨다. 아마도 혼란스럽기만한 날 배려해주시는 것이리라.. 그렇게 우리 둘 사이에는 잠시 동안의 정적 만이 흘렀다.
<저기..강혁..>
<저..이만..가볼께요..>
<응?? 지금?? 아직 시간 좀 남았는데..>
<다음 시간이 체육이라서 미리 가서 옷갈아 입고 나가야 되서요...>
<그래?? 그럼 가봐..>
<예...그럼 나중에 뵐께요..>
고개를 숙인 인사를 건넨 나는 선생님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왜그랬지?? 왜그랬을까?? 같은 의문만이 수없이 머릿 속에서 맴돌았지만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처럼 나는 좀처럼 답을 찾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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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그랬지?? 왜그랬을까?? 여전히 그 풀지 못한 의문만이 내 머릿속을 맴돌며 나를 혼란 스럽게 했다. 하아..선생님 날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 했겠지..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척 했지만 속으로는 날 욕했을지 몰라.. 하아...모르겠다 진짜..
답답한 마음에 나는 생각을 멈추고 시선을 돌려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운동장에서는 우리반 남학생들이 자유시간을 이용해 축구를 하고 잇었다.
어느 학교 체육시간이 그렇듯이 수업이 끝나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여러 파로 나뉘며 뿔뿔이 흩어진다. 축구를 하는 축구파, 농구를 하는 농구파, 여자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떠는 수다파,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관전파.. 나는 그 중에서도 지금은 관전파에 속해있다. 솔직히 아까의 일로 뭔가 하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기에 그냥 저냥 시간만 죽이며 앉아 있었다.
하아...또다시 땅을 꺼뜨릴 듯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뭐냐?? 숨쉬기로 땅 파냐?? 웬 한숨을 그렇게 쉬어.>
언제 왔는지 옆에서 말을 건네 온 경호 자식은 방금 운동을 하다 왔는지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내 옆에 앉았다.
<그냥..기분이 그렇다...>
<왜?? 집에 빨래 밀렸어??>
그딴 걸로 넌 한숨 쉬냐?? 날 뭘로 보는 거야??
<그런건 아니고..근데 넌 왜 안뛰고 여기 와있냐??>
<그냥..나도 기분이 좀 그렇다..>
<넌 왜??>
<왜긴 왜겠어..우리 마누라가 바람이 났는데.. 남편인 내가 기분이 좋겠냐??>
하아..참 얘두 걱정이다...
<넌 담팅이 어디가 그렇게 좋냐??>
<응?? 그냥..보기만 해도 행복해지지 않냐??>
<글쎄..난 잘 모르겠던데..그냥 귀여운 정도 아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짜 보기만 해도 같이 있기만 해도 사람을 기분 좋게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우리 담임이란 사람은..
<음..언제였나...너두 알지.. 나 옛날에 1학년 때 맨날 쌈질하고 다닌거..>
<후후..그랬었나??>
확실히 그랬었던 것 같다. 1학년때 이자식은 확실히 막나가는 문제아였다. 지금은 이렇게 성모 마리아의 회장으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유명한 문제아였다. 담배는 기본이요, 술, 여자, 심지어는 폭력 사건가지 일으킨 적이 있을 정도로 학교에선 감당이 안될 정도 였기에 내가 알기론 몇 번씩이나 퇴학의 위기를 맞은 적도 많았다.
뭐 그때의 나는 이 자식을 잘 몰랐기에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확실히 안좋은 생활을 했던 것은 분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이 자식은 180도로 변해있었다. 술, 담배, 그리고 불량한 놈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을 끊고 갑자기 순한 양이 되어 학교를 다녔다.
심심하면 빠지던 학교도 꼬박꼬박 나오고, 공부는..뭐 여전히 열심히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수업은 열심히 들었으니까 넘어가고.. 암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학교를 다녔다.
뭐 그 모습을 보고 학교의 아이들 심지어는 선생님들 까지 제가 미친건 아닐까..아님 큰 시련을 당한 건 아닐까..아님 경호의 탈을 쓴 다른 생물이 아닐까 하는 터무니 없는 추측을 남발하며 얼마 못갈거라는 등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내 그런 의문이나 걱정은 그냥 말로만 남아 이제는 지금의 경호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뭐 나도 궁금하긴 했었다. 그 막나가던 놈이 갑자기 딴사람이 된 듯 개과 천선해서 살계된 계기가 뭔지..일일이 따지는게 귀찮아서 물어보진 않았지만 알고는 싶었다.
<근데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냥..그때 그 진흙탕 같은 곳에서 날 구해준 사람이 우리 담팅이야..평생 그렇게 인생만 허비하면서 살 나를 일으켜준게 담팅이고, 내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만든것도 담팅이고..그냥 그게 담팅이야..그래서 나는 담팅이가 너무 좋다..>
맨날 마누라마누라 하며 실실 거리던 모습과는 다르게 경호 그 자식의 모습은 더없이 진지해 보였다. 마치 진짜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이랄까?? 그냥 평범하게 선생을 짝사랑하는 제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아마도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더 물어 볼까했지만 역시 그만뒀다. 말해주고 싶었으면 자기가 알아서 말해줬을 테니까..
<그래서 어떡하게?? 담팅이랑...>
<뭐..그냥..지금 그대로..좋아할라고..죽을때까지!!>
<고백은..안해??>
<음..나중에 봐서...크크>
<참.. 너두 가지가지 한다..>
<뭐...나두 그렇게 생각해..크크>
하아..그리고 나두 참 가지가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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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생각을 했다. 선생님 그리고 나. 분명 선생님과 나는 스승과 제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건 분명하다. 어제 그런일이 있긴 했지만 그건 사고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 그럼 대답은 하나다. 그냥 옛날처럼 돌아가면 된다. 어제 얘기 했던 것처럼 선생님은 제자로 날 대하고 난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대하고 그럼 되는 것이 었다. 특별히 경호자식이 걸려서 이러는 건 아니었다. 그 자식이 담임을 맘에 두는 것 만큼 나는 담임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 이대로는 나는 자신이 없었다. 선생님이 옆에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호흡이 가빠온다. 얼굴이 달아오른다. 사랑은 아니다..분명히.. 하지만 곁에 있으면 평범한 제자로 선생님을 대할수 없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냥 옛날처럼 그냥 같은 반의 제자로 돌아가자고.. 그냥 만나면 인사하고 수업시간에 수업 받고 그 외에 아무런 만남이나 접촉 없이 그냥 다른 아이들과 마찬 가지로..그렇게...
<선생님..드릴 말씀 있는데요..>
교무실로 들어와 선생님 앞에선 나는 조금 굳은 얼굴로 선생님에게 말을 건넸다.
웃으면서 말할까도 했지만 좀처럼 웃음이 나오지 않아 그냥 그만 뒀다.
<응?? 뭔데??>
<저..아까 말한 그거 못갈 것 같습니다.>
<아..그거..왜 무슨일 있어??>
<네..급하게 일이 생겨서요..>
<약속했잖아..그래도 안돼??>
<네..?>
<그래??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그럼 담주는 어때??>
<그때도 못갈 것 갔습니다..>
<그래?? 그럼...너 시간 언제 나는데?? 그때 아무 때나 가자..선생님은 아무 때나 좋거든..언제가 좋아??>
<저...아무때도 시간이 안될 것 같아요..죄송합니다..>
굳어있는 아의 얼굴에서 이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일까?? 선생님은 이내 내가 무슨일이 생긴건 아닐까 하고 걱정의 빛을 띄우며 말을 건넸다.
<무슨...일 있어?? 집에 문제라도 생겼니??그래서 그런거야??>
<아뇨..그런 건 아니고..그냥 선생님이랑은 못 갈 것 같아요..>
내 말에 잠시 굳어버린 선생님의 얼굴. 이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하하..무슨 말인지..잘.....이해가 안가는데...>
<그냥 못 간다고만 알아주세요..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할말을 끝내고 발을 옮기려던 나는 내 팔을 붙드는 선생님에 의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갑자기..왜그래...>
<그냥 그럴 일이 있어요..그보다..이 손 좀 놔주시겠어요??>
차갑게 말을 내뱉는 내말에 선생님은 천천히 힘없이 손을 내려 놓았다. 벌써 여기저기서는 심각한 우리의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던지 무슨일인가 바라 보고 있었다.
<저..여기 말고 딴데서 얘기하자..>
<전 할 얘기 없는데요..>
<내가 할 얘기 있어..그냥..따라와..>
나를 지나쳐 앞장서서 가는 선생님을 나는 이내 묵묵히 따라갔다. 복도는 하교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더없이 조용해 우리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만이 긴 복도에 울려갔다.
드르륵..
어느새 상담실에 도착한 선생님은 문을 열고 들어갔고 나 역시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동안을 뒤 돌아선채 묵묵히 있던 선생님은 이내 다시 몸을 돌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선생님.. 그 어색한 웃음에서 웬지 모를 슬픔이 비쳐온다. 하아..진짜 이러고 싶진 않은데..
<좀..앉을까??>
<아뇨..그냥 서있는게 좋아요..>
<그래..그럼 서서 얘기하지 뭐..>
어색한 듯 한참을 멍하닌 서있던 선생님은 이내 말을 꺼내갔다.
<저기..선생님한테 뭐 화나는 거있니??>
<아뇨.>
<그럼..내가 너한테 잘못한거 있어??>
<아뇨.>
<그럼..갑자기 왜그래..마치 화난 사람 처럼..>
<화도 안났고 선생님한테 무슨 나쁜 감정이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예요..그러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그럼..왜 갑자기 그래..마치 다른 사람처럼..>
<별로...모르겠는데요..전 그냥 선생님을 선생님처럼 대하고 있는건데 뭐 잘못 됐나요??>
<선...생님처럼??>
<네..선생님. 맞지 않나요?? 선생님은 제 선생님이시고 전 선생님의 제자고..저희 두 사람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잖아요..>
<무슨..뜻이야..??>
자신이 잘못들은 것은 아닐까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어오는 선생님에게 나는 다시 한번 냉정하게 말했다
<그 말 대로예요..저희는 아무 관계도 아니라는 말이죠..>
방금의 말이 쇼크였을까?? 선생님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하아...저기..잠깐...난...>
<알아요..선생님 맘..어제의 일로 고마워서 잘해주고 계시다는 거요..근데 이제 그럴 필요 없어요..뭐 오늘 먹은 걸로도 보답이 됐고 저도 뭐 보답 받을라고 한건 아니니까..이제 일부로 신경쓰셔서 잘해줄 필요는 없어요..>
<그건 그냥..내가 좋아서..그게 편해서 한거야...니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면 선생님이 사과할께..미안..그러니까..>
<혹시..절 좋아하세요??>
갑작스런 내 물음에 당황한 듯 선생님은 잠시 말을 머뭇거렸다.
<어?? 어..난..그러니까...>
<좋아하시냐고요??>
<솔직히..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하지만..>
<그거 봐요..선생님은 절 좋아하시지도 않잖아요..저도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지는 않고요..
그럼 이렇게 이상한 관계 더할 필요 없지 않나요??>
<아냐..난..너 좋아해..진짜..이것만은...진짜로...>
<뭐 그렇겠죠...저한테서 그분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요..>
<무슨....말이야?? 그건..>
<아닌가요?? 선생님은 저한테서 그분 모습을 찾고 있다고요.. 젓가락질하는 모습에서도, 무릎베게 하면서도, 요리하는 모습에서도, 그리고 아까 그 치즈 김밥이나 열쇠고리에서도 선생님은 저를 통해 그분을 보고 계신 거라고요..>
<아냐!! 그건..정말..그건....>
<정말 아닌가요?? 지금까지 제가 말한 모든 것들 다 그분이 좋아하고 그분이랑 함께했던 것 아닌가요??>
<그..그건..>
<솔직히 말해주세요...>
이내 얼굴가득 울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선생님.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확인 받으니까 생각보다 기분이 드럽다..
<하지만 널 그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정말이야..그건..나는 단지,,그냥..>
<단지 뭐죠?? 그냥 심심풀이 였나요?? 아..얘 어리버리한게 멍청하게 보인다..그러니까 잠깐 데리고 놀아야겠다..그런 생각 가지고 저를 가지고 노신 건가요??>
솔직히 선생님이 그런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같이 지냈던 내가 더 잘알고 있는 사실이다..하지만 이렇게 확실하게 말해야 했다. 그래야 선생님이 나한테 정 떨어 지실테니까..그래도..생각보다 힘들다..이런거..진짜..나는 이런 악역이 싫은데..꼭 여자 떼어 놓는 죽일놈 같잖아..
<아냐!!..그런거..진짜..그런거..아니라고..흑흑..>
이내 큰 눈망울에서 결국 눈물을 떨어뜨리는 선생님의 모습에 가슴 한구석이 아파 왔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을 욕하자는 건 아니예요..충분히 이해해요..힘든 짐, 힘든 추억,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싶었겠죠..저도 도와드리고 싶었고요..하지만 이젠 좀 힘들겠네요..제가 그렇게 좋은 놈이 아니라서 다른 사람 취급 받으면서 까지 이용당하고 싶지는 않거든요..앞으로는 이런일로 선생님 만날 일 없었으면 하네요..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가지마...>
선생님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나를 향해 말을 조그맣게 소리쳤다. 하아..그냥 좀 끝내지..이런 나쁜 놈이라고 따귀라도 때리지..그냥 그러고 말지..더 힘들잖아..이러면..내가..
<아직 더 하실 말씀이 남았나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는 나는 선생님을 바라보지도 않은채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지금 선생님의 우는 얼굴을 보면 잘못했다고 죄송하다고 말할 것 같았기에..
<그것 밖에 없었어..>
<네??>
<그것밖에 없었다고!!내가 할 줄 아는 게!! 내가 제일 잘하는 음식이 치즈 김밥밖에 없었고 내가 너랑 할수있는게 그런거 밖에 없었어..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할수있는게 고작 같이 얘기를 할 수 있는 주제가 그 사람 밖에 없었다고!! 다른 사람이랑 뭔가를 해본적이 없어서..그래서 아는 것도 없어서..어쩔수 없었다고!!>
조금씩 격한 목소리로 소리치듯 말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등을 돌려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두눈 가득 눈물을 흘리며 상처받은 사슴처럼 슬픈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선에 나는 조금씩 마음이 흔들려갔다.
<무슨..말이죠..그게..>
<어쩔수 없었다고 이 바보야!!>
<선생님..>
어느새 내 말투는 바뀌어 있었다. 옛날처럼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도 모질게 선생님을 대해 정을 떨어뜨려야 겠다는 생각도 지금 내 머릿속엔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눈 앞의 나를 향행 슬픔에 떨고 있는 한 여자만이 내 머릿속을 채울 뿐이었다. 어느새 나는 선생님의 앞에 다가가 있었다.
<왜 그렇게 못됐니..왜그렇게 나빠..난 그냥..니가 너무 좋아서,,너랑 같이 있으면 너무너무 행복해서..나조차도 어쩔줄 모를 정도로 좋아서..그런건데..>
나를 책망하듯 원망하듯 내 몸을 두들겨 오는 선생님의 주먹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선생님..>
<모르겠어..내가 왜 이런지..그사람 아니면 평생 다른 아무도 내 마음속에 못 들어올줄 알았는데..그랬는데...>
선생님은 내 몸을 두들기던 손으로 내 옷깃을 꽉 잡으며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이 더없이 슬퍼 보여 내 맘을 아프게 한다.
<사랑하고 있나봐..바보같이..바보같이..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나봐..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사랑해...널..널..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 사랑해!!사랑해!!>
지금까지 꾹 참고 있던 무언가를 모두 뱉어내듯 선생님은 나를 향해 미친 듯이 사랑한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이나 큰소리로 외쳤을까..이내 힘이 빠진듯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채 조그마한 손으로 놓지지 않겠다는듯 내 가슴 깃을 꼭 잡아왔다.
<그러니까..가지마...제발...나만 두고..가지마...죽을 것 같아..지금..니가 간다고 하니까..내곁을 떠난다고 하니까..가슴 한쪽이 꽉 막히는게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아..당장이라도 쓰러져서..죽는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너무 아파...그러니까...제발..가지마...흑흑...>
하아..참...모르겠다..이제...정말..모르겠다...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있는 선생님의 몸을 감싸갔다. 그리고는 꼭 힘을 주며 끌어 안아갔다. 그러자 내 품에서 더 목을 놓아 울기 시작하는 선생님..마치...울음보 터진 아이 같다..
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을까..조금씩 선생님의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상담실은 다시 고요를 되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선생님은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채 떨어질줄 몰랐고 나는 그저 선생님을 끌어 않은채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하아..이렇게 계속 서 있을수도 없는데..
<저..선생님..다 우셨어요??>
<...응...>
<그럼 잠깐만 나와주실래요??>
<싫어...>
<잠깐만요...아주 잠깐만..아무데도 안갈께요...>
<그래두 싫어..잠깐만 더 이러고 있어줘..>
하아..진짜 이 아줌마 어제부터 떼쓰기는...잠깐 혹시..
<화장 번져서 그래요??>
얼굴을 묻고 고개를 끄덕이는 선생님..아...젠장..이거 교복인데..또 얼룩생기겠네..
뭐..어쩔수 없지..
<그냥..제 옷에 대충 닦으세요..>
<그래도..돼?? 이거 교복이잖아...>
<뭐..벌써 다 묻었을텐데요 뭐.. 그리고 묻으면 빨면 되는거고..그냥 닦으세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선생님은 내 교복에 얼굴을 파묻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내 가슴에 부벼오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살짝 웃음이 났다.
<됐어요??>
<응...>
<그럼 잠깐만..나와주세요...>
내말에 천천히 고개를 숙인채 뒤로 한발짝 물러서는 선생님. 하지만 내 옷깃을 잡은 손은 여전히 놓지 않은 채 꼭 붙들고 있다.
<저 좀 보세요..>
<잠깐만...>
<요번엔 또 왜요??>
<많이 울어서 얼굴 부었을꺼야..그러니까..잠...어머..>
선생님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선생님의 두 볼을 잡고 고개를 들어 올린 나는 선생님의 눈과 시선을 맞춰갔다.
<진짜네..엄청 부었어요..크크..>
<보...보지마..>
다시 부끄러운 듯 얼굴을 숙이려는 선생님을 나는 볼을 잡은 두 손에 힘을 줘가며 저지했다.
<그래도 이쁜데요..뭐...>
<치..빈말은...>
피식 웃는 선생님. 많이 울어서 인지 두눈은 아직 빨겠지만 이젠 많이 안정됐는지 더 울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진짜예요??>
<응??>
<방금..그 말...진짜예요??>
<응...>
귀엽게 고개를 끄덕이는 선생님..하지만 두 눈은 진심이라는 듯 진지한 빛이 가득하다.
<하아...제가 어디가 좋은데요?? 저 같은 놈이 어디가 좋아요...선생님처럼 이쁘고 착하고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분이 제가 어디가 좋아요??>
<몰라..나도...그냥..좋아..곁에 있으면 행복하고 너무 행복해서 깨고 싶지 않은 꿈처럼 행복해서..막 그냥 마냥 행복해서...좋아..>
<그게 뭐예요..너무 막연하잖아요..>
<몰라..나두..그냥 좋아...니가...>
수줍게 볼을 붉히며 말하는 선생님은 얼굴에는 아침에 봤던 당당한 교직자의 모습은 없었다. 그냥 그저 사랑 하는 남자 앞에서 한없이 여린 여자의 모습만 있었다.
<사랑해..너는 어떨지 모르지만..나는 너를 사랑해..>
<선생님..전..>
<상관없어..니가 날 좋아하든 안하든..그건 별로 상관없어..내가 사랑하니까..내가 좋아하니까..그냥 내 옆에서 내 곁에서 아무데도 가지말고 그냥 그렇게 있어줘..그거면 돼..>
자신의 볼을 잡은 내 두 손을 잡고 내려놓은 선생님은 천천히 다시 내 앞으로 한발짝 다가왔다. 그리고는 살짝 내 입술에 입을 맞춰온다. 그리고는 내 허리에 팔을 감아 꼭 끌어안아갔다. 달콤한 딸기향이 선생님의 이쁜 머리에서 가득 풍겨져 온다.
<그리고 가끔씩..이렇게 안아주면 돼..>
<선생님..>
<뭐해...빨리 너두 안아야지...이럴 땐 그냥 조용히 안아주는 거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웃는 선생님..그 귀여운 모습에 이내 나 역시 말대로 천천히 팔을 들어 선생님을 가득 내 품에 안아갔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춰갔다. 기다렸다는 듯이 달콤한 숨을 흘리며 내 입을 받아들이는 선생님..부드럽게 서로의 입이 짝을 찾듯 맞춰져가고 우리는 뜨거운 숨을 흘리며 서로의 입술을 느껴간다. 그렇게 나는 선생님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쇼파 위로 이끌었고 선생님 역시 내 입술에 입을 떼지 않은 채 순순히 그쪽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쇼파위로 쓰러지며 몸을 포개갔다.
대충 잡아본 강주의 이미지 입니다.
귀여운 얼굴에 어울리지 안는 나이스바디.
충분히 알맞는 그림이 있기에 참고 삼아 올립니다.
추천78 비추천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