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조기교육 전편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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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피아제 교육 심리 연구소」
그렇게 쓰여 있는 건물은, 약간 큰 이층구조의 건물이었다.
강연회 회장에 들어가자, 30석 정도의 좌석은 이미 자신과 동년배의 젊은 모친들로 가
득 차 있었다.
자세히 둘러보니, 모두들 상당히 깨끗하다는 이미지나 귀여운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는 생각이 든다.
모친이라는 것보다는, 갓 결혼한 새댁 내지는 처녀라고 말하는 쪽이 더 적당할 정도이
다.
회장에는 경쾌한 피아노의 BGM이 흘르고, 감귤냄새와 닮은 좋은 향기가 희미하게 감돌
고 있다.
회장에는 슈트를 입은 두 명의 젊은 여성이 접수대에 앉아 있었다.
유미카는 오늘도 베이지색의 슈트와 무릎위로 올라오는 짧은 스커트를 입고 왔다.
마이는 희미한 색의 단정한 원피스를 몸에 걸치고 있다.
둘은 젊은 모친들의 사이로 어떻게든 미끄러져 들어가, 붙어있는 공석에 앉았다.
......이주일 전의 마이의 권유에 따라 결국 유미카는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 날 밤늦게 돌아온 남편에게 「미우의 수험에 관련된 이야기인데...」라고 이야기를
꺼냈지만 남편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오늘은 벌써 지쳤어, 잘래.」 라며 술
내가 나는 숨결을 내뿜으며, 그대로 잠에 빠져버렸다.
...과연 결혼한지 5년이나 지나니, 자신을 대하는 남편의 태도가 소홀해진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결혼에 대하여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던 유미카라고 해도, 「가정은 너의 일
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딸의 교육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평상시의 아이를 키우
면서 겪는 푸념조차도 들어주지 않는 남편에게는 불만이 쌓이고 있었다.
유미카는 딸에게 수험 준비를 시킬 생각은 아직 없었지만 오늘 이곳에 오게 된 것은
마이가 열심히 유혹했던 것도 있었지만, 평소의 그러한 육아에 대한 불만이 조금은 가라
앉지 않을까 싶은 희망을 가지고 오게 된 것이었다.
시간이 되자, 돌연히 방이 어두워지고, 앞의 단상에 강사역인 듯한 정장 차림의 남성
이 나타났다.
연령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전반 정도, 어느 연령이라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말쑥한 짧은 머리카락과 파란색의 셔츠와 말쑥한 넥타이의 조합이 상쾌함을 느끼게 했
다.
「여러분, 오늘 바쁘신 가운데 저희 강연회에 잘 오셨습니다. 저는 이 연구소의 주임 강
사를 맡고 있는 이노시야마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머나, 의외로 젊고 멋진 남자가 아닌가..." 등의 당사자를 앞에 둔 무책임한 논평
으로 방이 웅성거렸다.
그것을 억제하듯이 이노시야마라는 남자는 계속해서 말했다.
「...아마 오늘 여기에 오신 여러분은 어린 자녀분을 거느리고 계신 분들이라고 생각합
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지금까지 아드님에게 어떠한 교육을 시켜왔습니까?」
갑작스래 마이크를 들이대어진 몇명의 모친은 당황해서 「학원」이라든가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습니다만...」 라고 대답했다.
강사는 맨 앞줄의 모친에게 대충 답변을 받으며,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과연. 확실히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가장 많군요. 물론 학교는 당연하겠지만, 그러한
학습 기관에 다니게 한다면, 아이를 교육하고 있다는 만족은 느낄 수 있겠지요. ...그러
나, 어머니들꼐서는 중요한 일을 잊고 있습니다. 아이가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긴 사람
, 즉 여러분 어머님들이 아이를 기르는데 적격인 인간이 아니면 안됩니다. 그렇게 생각
하지 않습니까? 」
강사는 우선, 조기 교육의 중요성이나 사립학교에 진학하는 의의에 대해 슬라이드를
활용하여 강의한다.
그가 말하기를, 확실히 일본의 공립 학교 교육의 수준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 일부
뛰어난 사립학교에 진학시켜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은 확실히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받는 수험 교육이 아이의 마음을 삐뚤어지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사실, 수험 대책을 실시하는 학원은 많습니다. 그 중 대부분의 경우는 수험 테크닉을
아이에게 주입시키는 것에만 집착하고 있습니다.」
그는 화이트 보드에 「1 3 □ 7 □ 11」라고 썼다.
「자, 이것은 어떤 유명 사립학교의 수험 문제입니다. 이 숫자의 나열에는 규칙성이 있
습니다. 이 □에는 어떤 숫자가 들어갈까요? 아는 분, 손 들어 보시겠어요?」
여기 저기서 손이 들린다.
남자는 그 중 한 모친을 지명해 대답하게 한다.
「5와 9가 아닙니까?」
「그 대로입니다. 등가 수열이라는 것이지요. 그럼 다음의 예제는 어떨까요?」
「1 3 □ □ 8 □ 12」
회장안이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졌지만, 아무도 손을 들진 않는다.
물론 유미카도 그 답은 알 수 없었다.
「네, 거기의 검은 슈트를 입으신 분, 괜찮으니까 일어서서 대답해 주시겠어요?」
「아...?」
망서리며 일어서는 여성을 보고, 유미카는 놀라움에 외마디 소리를 내었다.
그 여성은 서희였기 때문이다.
「아아~ 서희씨도 유혹했습니다아~ 바쁘기 때문에 올 수 있을지 잘 모른다고 말씀하셨는
데에, 와 주셨군요오~」
한가하다 못해 나른한 어조로, 기쁜듯 마이는 말했다.
「...아마도...5...7.......10?」
「네, 감사합니다. 확실히 그렇게 대답하고 싶어지는군요. 그러나, 그것은 「정답」이
아닙니다」
그는 붉은 펜으로 □에 「4」 「6」 「10」으로 기입했다.
「이것이 「정답」입니다. 그런데, 이 규칙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회장은 조용한 그대로다.
「이 숫자는, 관동의 텔레비전의 채널 번호입니다」
회장이 "와아~ 뭐야 말도 안돼." 라는 둥 이런 저런 소리로 시끄러워진다.
「네, 알고 나면 별거 아닙니다. 그러나, 콜롭부스의 알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자유로운 발상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 가능한지 어쩔지가, 실제로 추궁당하고 있는 것입
니다.」
어색하게 서 있던 서희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앉으려고 하는데, 그 순간 다른 질
문이 던져졌다.
「아, 서희씨... 였던가요? 이번엔, 그 다음문제이니 대답해주세요.」
남자는, 조금 전의 수열아래에, 한번 더 기입한다.
「1 3 4 □ □ □ □」
서희가 당황한건지 횡설수설 하며 답했다.
「네... 6, 8, 10, 12...」
남자는 곧바로 되묻는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네...그...조금 전의 정답이 그랬기 때문에...」
남자는 수긍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건넸다.
「조금 전까지는 그것이 정답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이 문제 자체가 많이 알려
져 버렸기에, 텔레비젼의 채널이라고 대답하는 아이에게는 오히려 낮은 평가점수가 주어
집니다. 오히려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게 하여 그 아이의 진정한 생각하는 힘을 알아
보자, 라는 자세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이번같은 경우라면 다음에 어떤 수가 나오
더라도 타당한 이유만 있다면 얼마든지 정답입니다.」
남자는 칠판에 일련의 수들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1 3 4 3 1 3 4」
「1 3 4 1 3 4 1」
「1 3 4 7 11 18 29」
「...맨 밑의 정답은 꽤 좋은 발상이지요. 저라면 제일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답입니다
만, 아, 이제 앉으셔도 좋습니다. 심술궃은 질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강사에게 재촉받아 서희는 얼굴을 굳힌채로 자리에 앉는다.
그 순간, 서희가 유미카와 마이의 존재를 눈치챈 것 같아, 유미카와 서희는 당황하며
서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피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최근의 명문 학교들은 아이들을 생각함에 있어서 수험의 경우에서
도, 단순한 반사 신경이나 능력, 지식의 양 뿐만이 아니라, 아이의 자유로운 발상은 물
론, 그 부모님의 발상이나 교육 자세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유로운 발상」을 묻는 문제에 대하여, 많은 학원은 단지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 「자유로운 발상」에 대한 「정답」을, 아이들에게 주입시키고 있습니다.」
남자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학원의 자세에 잘 알지 못하는 부모님들은, 그것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입
니다. 각각의 아이가 가지는 진정한 개성, 실로 자유로운 발상을 보려고 하지 않고, 키
울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이것이야말로, 수험의, 그리고 수험 대책으로서 세상에
서 만행되고 있는 조기 교육이 가져오는 최대의 해악입니다!」
웅성거리던 회장이 순간 조용해진다.
「그런데, 어머님들. 여러분께서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여 교육을 하는 것입니까. 아니
면 수험을 위하여 교육을 하는 것입니까. 무심코 세상에 대한 체면이나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녀분에게 어른의 형편에 맞추게 하는 것은 아닙니까?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봅
시다.」
으음.... 유미카는 남자의 말에 따라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확실히 미우의 응성을, 자신은 잘 받아주지 않는다.
그건 예의범절을 가르키기 위해서라고 자신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남편으
로부터 받게되는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앞의 강연자가 말하는 대로, 자신은 그정도로 유연한 발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하지도 않다.
미우의 좋은 곳을 자신은 정말 봐 주고 있는 것일까.
「자...눈을 떠 주세요.」
남자의 소리에 생각이 멈추고, 유미카는 눈을 떴다.
「여기에 오시는 어머님들께서는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무엇보다 중요
한 것은 종래에 테두리에 집어넣을 수 없는 발상을 인정해주는 것, 그리고 커다란 사랑
으로 아이를 포용해 주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어머님들께서 먼저 유연하고 솔직한 마음
을 가지는 것, 넓은 애정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유미카는 살짝 고개를 돌려 서희를 보았다.
서희는 이쪽에 관심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강사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남자는 잠시 입을 축인 후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에 있는 분들이 어느 정도 유연한 발상에 대응할 수 있는지, 솔직
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남자가 리모콘의 스위치를 넣자, 프로젝터의 화면 가득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진 기
하학 모양이 퍼지며, 일정한 비트음의 BGM이 스피커로부터 흐르기 시작한다.
「여러분, 잠시 이 환경 비디오를 주의 깊게 봐 주십시오.
그리고 여러가지 지시가 음성으로 흐릅니다만, 그 지시대로의 행동을 해 주세요.
이것은 여러분의 유연성을 시험하는 테스트입니다.
여러분의 자녀분들을 위하여 아무쪼록,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 보세요...」
「...여러분, 화면의 중앙에 있는 입방체를 응시해 주세요...」
반짝반짝 발광하는 입방체는, 점차 뒤틀려서 원형이 되었다가, 도너츠형이 되고, 또
다시 삼각뿔이 되며... 천천히 형태를 바꾸어 가서 이윽고 입방체로 돌아오는 움직임을
반복한다.
색도 빨간색, 파랑색, 노란색, 보라색 등으로 연속적으로 천천히 변해갔다.
「...이번에는 도형의 변화를 예측해 보세요...당신의 마음이 향하는 대로 형태의 변화
를 예측하여 자신의 예측을 말해보세요.」
파랑...보라...빨강...오렌지, 볼...삼각...사각... 그 돌아다니는 이상한 도형을 보
고 있으니, 점차 머리가 멍해져 온다.
처음에는 각자 뿔뿔이 흩어지는 예상을 입에 담았고, 전혀 맞지 않았던 예상이, 점차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기 시작하며, 이상할 정도로 예상이 적중하기 시작한다.
전보다도 BGM이 커지고, 방안에 의문의 향기가 짙어졌지만,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한 시간이 어느정도 지났는지 조차, 강연회의 참가자 중 아무도 파악할 수 없게
되었을 무렵....
「...여러분의 예상이 자꾸자꾸 적중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솔직해져 가는 증거입
니다. 그것은 정말로 멋진 일이지요. ......조금 눈이 지쳐 오는군요. 여러분은 점점 졸
려집니다. 다음에 도형이 둥글어지면 화면이 어두워지고, 여러분은 깊은 잠에
빠집니다....」
--- 어, 어째서 이런 최면술과 같은 일을....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던 유미카의 마음에, 조금 남아 있던 이성이 의문을 던
진다.
문득 곁눈질로 보니, 근처에 앉아 있는 마이도 입을 조금 열고, 평소보다 멍한 표정이
되어 있다.
다른 모친들도, 안쪽에 앉아 있는 서희도, 모두 정신이 비어 버린듯한 표정이다.
「...으응...마이씨...」
본능적인 위험을 느낀 유미카가 무심코 근처의 마이에게 말을 거는 순간, 뒤로부터 부
드러운 손바닥이 유미카의 시야를 가렸다.
「...잡시다...당신은 솔직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제 말에 따라 깊은 잠에 빠집니
다. 좋은 꿈 꾸시길......」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유미카의 귀에 들린 순간, 유미카의 의식은 저항없이 깊은
어둠으로 가라앉아 갔다.
그 후, 남자는 더욱 암시가 깊어지도록 몇 개의 최면 유도를 시행하였고, 전체를 일어
서게 하거나, 앉게 하는 등 여러 지시를 내리며 전원의 피암시성을 시험하였다.
그러던 중, 피암시성이 얕은 몇명의 여성은 퇴장당하고, 회장에 남겨진 사람은 12명이
었다.
전원이 의자에 기대어 걸쳐있는 상태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거기에는 유미카, 마이, 서희 3명 모두 남아있었다.
「자아, 조금 상태를 볼까요...」
남자는 마이크를 꽉 쥐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러분, 여러분은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여러분에게 어떠한 지시를
내릴것입니다만, 어디까지나 여러분들은 깊은 잠에 빠져있는 채로, 머리는 백지상태로
내가 지시하는 대로 몸을 움직입니다...」
회장의 여성들은, 그 소리에 대해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남자는 그다지 그것을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한사람, 또 한사람의 여성에게 다가가서
, 암시의 깊이를 확인하듯이 여성을 일어서게 하여 얼굴이나 가슴, 허벅지 같은 민감한
부분을 손대어간다.
어느 여성도 그의 지시에 따라 일어서서, 그가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만질 수 있게 허용하고 있었다.
이노시야마도 사무적으로, 또한 정중하게 한사람 한사람의 몸에 손을 대며 심도를 확
인하고 있다.
「오늘의 손님들은 꽤 수준이 높군요. 훌륭한 소질의 분들이 모여계십니다.」
그는 만족스럽게 중얼거리며, 이윽고 서희에게 다가가 귓가로 속삭였다.
「서희씨...들립니까?」
「...네...」
「서희씨.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하면, 다리에 힘이 들어가 일어설 수 있게 됩니다. 단,
당신의 마음은 깊은 잠에 빠진 그대로 입니다...... 알았습니까?」
「...네......」
「그럼, 일어섭시다..., 하나, 둘, 셋!」
남자가 서희의 양어깨를 가볍게 눌렀다가 그 손을 뗴자, 서희의 몸이 벌떡 일어선다.
「서희씨, 내가 손가락을 튕기면, 당신의 마음은 잠들어 있는 채로, 눈이 뜨여집니다.
단,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습니다. 알았습니까?」
「...네...」
딱~!!
남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서희는 천천히 눈꺼풀을 열었다.
그 눈동자에 언제나 날카롭게 빛나고 있던 총기가 사라져서, 검은 슈트를 입은 그녀는
단지 마음이 비어 있는 듯이 서있을 뿐이다.
평상시 직장에서의 그녀의 모습을 아는 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남자의 손가락은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고, 그대로 뺨을 타고 내려
와 턱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목, 목덜미, 귓볼... 최상급의 인형의 품질을 검사하듯이 남자의 손가락이 그
녀의 하얀 피부를 살며시 맴돈다.
「...좋은 표정이군요...」
남자는 서희를 앉게 한다.
「그러면, 다음은 당신으로 할까요」
유마카의 양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려놓고, 천천히 흔들기 시작한다.
「유미카씨... 이렇게 신체를 흔들어지고 있으면, 당신의 몸은 점점 가볍게 되어 갑니다
. 자... 내가 지금부터 당신의 신체를 아래로 눌르면, 그 반동으로 당신은 가볍게 일어
섭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깊은 잠에 빠진 그대로 입니다... 알았
습니까?」
「...네...」
「그러면 시작합니다...자!」
이노시야마가 그녀의 신체를 위에서 누르자, 용수철과 같이 유미카의 신체가 잠시 구
부러졌다가, 다리에 힘이 들어가며 그 반동으로 몸을 출렁하고 세웠다.
「눈을 천천히 떠주세요...단, 아무것도 보이진 않습니다. 네」
남자에게 지시 받은 대로 유미카는 천천히 눈을 뜬다.
「...과연, 일류 기업에서 비서로 일했을만도 하군요. 매우 아름답습니다... 이번은 꽤
즐거울 것 같군요.」
그 부드러움을 확인하듯이, 남자의 손가락은 유미카의 붉은 입술을 매만진다.
단정한 다홍색 루즈가 발라진 입술은, 그의 손가락에 희롱당하며 무저항으로 형태를
바꾸지만, 그녀는 망연한 시선을 앞으로 던지고 있을 뿐이다.
비트음이 강조되었던 BGM은 어느새인가 듣는자들을 편안하게 하는 피아노와 현악기의
연주로 변해있었다.
그런 음율이 파도 소리와 같이 어슴푸레한 방안 가득 들려오는 가운데, 여성들은 넑이
나간 것처럼 멍하니 앉아 있다.
남자의 조수인 여자들은, 그런 모습에 아무런 의문도 여기지 않는 것처럼, 다만 무표
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남자는 홀로 그 모습에 만족했는지 얇은 입술을 살짝 들어올리며 웃었다.
「자, 여러분. 내가 지금부터 열까지 세고 손가락을 튕기면, 깊은 잠으로부터 깨어나 눈
을 뜨게 됩니다. 여러분은 이미 내 강의의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으므로, 내 말에
마음깊은 곳부터 솔직하게 따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말에 따르면 따를수록 여러분도,
여러분들의 자녀분도 행복하게 되어 갑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게 강한 암시는 넣지 않는다.
아직은 처음단계, 어디까지나 앞으로의 강의를 위해 땅을 다지는 일에 지나지 않기 때
문이다.
시간을 들여, 피험자에게 자기스스로 낚싯바늘에 걸려오도록 대하는 것이 강사로서의
이노시야마의 방식이었다.
「십, 구, 팔, 칠, 육, 오, 사 ..... 자, 이제 눈에 힘이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셋, 둘,
하나, 눈이 뜨여지면 맑은 정신으로 깨어납니다만, 내가 말했던 것들은 마음속 깊은곳에
새겨져있습니다.... 영! 자 일어나세요!!」
--- 반짝!
전원의 눈이 뜨여지며, 교실이 소란스러워진다.
「아아, 어라?」
유미카도 돌연히 깨어나서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근처의 마이와 그외 다른 사람들도 하품을 하고 있고, 안쪽의 서희 역시 눈을 비비고
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처럼 자고 있던 것 같았다.
...확실히 조금전까지 눈을 감고 있었어...
기억이 애매하다.
다만, 매우 기분 좋은 감각만이 남아 있다.
「자, 여러분. 잠시 기지개를 펴 볼까요.」
이노시야마가 팔을 쭉 뻗으며 기지개를 펴자, 전원 이노시야마를 따라서 기지개를 편
다.
「수고하셨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분들은 방금전까지의 테스트를 훌륭하게 통과하신 분
들입니다.」
강사인 남자와 어시스턴트 여성 2명이 짝짝 박수를 치고 있다.
확실히, 주변을 바라보니 좌석 중간중간에 빈자리가 있다.
어느새 꽤 많은 사람이 퇴출당한 것 같았다.
「그럼, 당분간 휴식을 취한 후에 다음의 강좌를 계속하도록 하지요. 잠시 이 방에서 편
히 쉬어 주세요...」
강사가 단상에서 퇴장하자, 다시 강의실에 흐르는 피아노의 BGM 음량이 크게 들려왔다
.
「...서희씨도 오셨습니까.」
「네.」
서희는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곁눈짓으로 유미카를 살짝 본다.
「...꽤 지미있는 강좌였죠?...」
「......그런가요? 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 그럴지도. 아하하하......」
휴식 시간.
말을 걸지 않는 것도 오히려 어색하다고 생각되어, 유미카는 자신으로서는 드물게 먼
저 서희에게 말을 건넸지만, 역시나 이야기는 활기를 띠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 난감함을 느끼고 있는 도중, 마이가 톡톡 끼어들어온다.
「우웅~ 좋았습니다아~. 서희씨, 와 주었습니다아~.」
「아... 네...」
마이가 내심 기쁜 듯이 말을 건네왔지만, 서희는 조금 서먹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녀의 천진난만한 성격은 힘을 발휘한다.
유미카는 마이의 참여로 인한 흐름에 편승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건그렇고... 마이씨, 여기 강사분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군요?」
「네에~. 가끔 우리 아이도 데리고 와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고 공부도 했지요. 그
선생님 꽤 인기인이니까아~, 강좌도 3개월 전이면 모두 예약이 차버린다고요오~」
「아?, 그럼 저희들은...」
「네에~. 선생님께 두 분 이야기를 했더니 한번 모셔오라고 말씀하셨어요. 권유해본건데
, 두 분다 와주셔서 매우 기쁩니다아~~」
자신들이 특별히 초대된 것이란 사실은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서희의 가정사정을 알고 있거나, 이런 강사분과의 친분을 가지고 있다던가 하는 점을
볼때, 마이는 예상외의 방면으로 이상한 연줄이나 정보망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명가의 힘이라는 것일까.
기쁜 듯한 마이와는 대조적으로, 서희는 조금 초조한 모습이다.
「...미안해요, 이상한 말을 해서...」
「네에? 무슨 말씀 하셨던가요오~?」
너무나 불안해 하는 표정으로, 서희는 약간 몸을 떨고 있다.
하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꼬아가며,
「...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고 당황하며 얼버무린다.
에... 그 기센 여자가... 으음...
유미카는 가벼운 놀라움을 느끼며 그 모습을 바라본다.
아마 그녀는, 조금 전 자신과의 이야기에서 강사의 강의에 대하여 비판적인 표현을 했
던것을 떠올리고, 일부러 권해줬던 마이에게 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한번도 서희에게 사과받아본 적이 없는 유미카에게는, 그녀의 뜻밖의 일면을 본 셈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