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나리타 이혼 -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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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결혼식의 팜플렛을 갖고 싶습니다만...」
흠칫흠칫, 그러나 기쁨이 확연한 얼굴로 호타로는 말을 걸어왔다.
「결혼입니까? 축하드립니다.」
결혼식장의 카운터에 있던 사키노는 메뉴얼 대로 고개를 숙였다.
「두 분의 초대인원수에 따라 사용하는 회장이 선택됩니다만... 오늘은 혼자서 오셨습니
까?」
「아, 아니오. 그녀도 함께 왔습니다. 아, 와카나씨!」
호타로가 되돌아보며 외친다.
호타로의 배후에서 나타난 여성을 보고, 사키노는 무의식중에 숨을 삼켰다.
마치 연예인, 아니 그 이상으로 아름다운 여성이다.
예식장을 선택하러 온 다른 커플들도, 무심코 이쪽을 되돌아 본다.
호타로 역시 꽤 멋진 호청년이라, 두 명은 겉보기엔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반면에,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 듯한 차가운 와카나의 표정이 신경쓰였다.
호타로에게 끌려서 예식장까지 온 모습이었다.
「지금 Bridal pair를 개최하는 중이라, 이득인 패키지가 있습니다」
「저, 이쪽의 팜플렛에는 플랜이라는 것도 있는데, 패키지와 플랜은 무슨 차이가 있습니
까?」
완전히 들떠있는 호타로가, 팜플렛을 보며 질문을 던진다.
「패키지라는 것은 다양한 항목이 이미 일괄적으로 보편화 되어 있어서, 응용적인 면은
떨어지지만 금액적인 면에서는 부담이 적은 제도입니다. 이와는 달리 플랜은 다양한 항
목을 직접 선택하여 두 분만의 독특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제도입니다. 물론 플랜의
경우는 패키지에 비해 비교적 고가입니다. 그렇기에 실제로는 대부분의 경우는 패키지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아~ 그런 차이가 있군요... 와카나씨는 어떤 쪽이 좋습니까?」
「별로, 어느쪽이든 상관없어.」
호타로와는 대조적으로 와카나는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결혼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다만, 결혼하고 싶다고 간절히 생각하는 것도 아닌것 같았다.
「그, 그런... 우리 두사람의 결혼식인데. 나혼자 결정하긴 미안해요. 아, 그럼 오늘은
팜플렛만 받아가겠습니다. 천천히 둘이서 상의해서 결정하고 싶으니까요.」
「그렇게 하십시오. 그럼.」
사키노는 일어서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림자에 가려진 사키노의 눈빛은, 사냥감을 응시하는 뱀처럼 차갑게 빛났다.
(7)
호텔의 바.
호타로는 혼자서 쓸쓸히 카운터에서 마시고 있었다.
반쯤 취한 상태로 글래스를 기울인다.
「이것참, 이런곳에서 만나게 되는군요.」
사키노는 호타로의 뒤에서 말을 건냈다.
「당신은... 오늘 결혼식장에서...」
「네. 그렇습니다. 사키노라고 합니다. 지난 번에는 결혼식의 예약을 담당했었지요. 그
런데... 오늘은 혼자이십니까?」
사키노는 근처를 둘러보았다.
주위에 와카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호타로의 얼굴에 자조를 띤 미소가 떠오른다.
「둘이서 왔습니다만, 와카나씨를 화나게 만들어서, 먼저 돌아가 버렸습니다. 최근, 자
주 이렇게 되는 군요.」
「그렇습니까. 그러면 옆에 앉아도 괜찮을까요?」
「예, 그러세요.」
사키노는 호타로의 근처의 카운터에 앉았다. 그리고 평소에 즐겨마시는 버본을 주문한
다.
「그건 그렇고 호타로씨께서는 아름다운 약혼녀를 두셨군요. 오랫동안 이 일을 했습니다
만, 그정도로 아름다운 분은 본적이 없습니다.」
「그렇지요. 나도 와카나씨에게 한 눈에 반했었으니까요. 그런 그녀가 나와의 결혼에 동
의해주었을때는 정말 뛸듯이 기뻤지요. 다만......」
「다만?」
사키노는 호타로의 말을 재촉했다.
「처음은 그렇지 않았지만, 결혼식 날짜가 가까워 질수록, 와카나씨는 점점 날카로워지
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결혼한 후가 불안합니다.」
「이른바 Marriage blue 라는 것입니까?」
결혼식장에서 일하다 보면, 희비가 교차하는 소동을 목격할떄도 있다. 결혼식 직전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라고 한다.
「아니, 그런 일이 아닙니다. 실은 나, 아직도 손도 못 잡아봤어요.」
「으음... 그건 조금 불안하겠군요.」
호타로의 얼굴은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미 몇잔째의 글래스를 기울인 듯 하다.
사키노의 눈이 날카로워지는 것을 호타로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호타로씨. 사실 나는 비밀스러운 부업을 하고 있지요.」
「비밀스러운 부업?」
호타로가 취한 얼굴로 사키노의 얼굴을 바라본다.
「예. 당신처럼 부인문제로 곤란해 하는 분들을 위해, 부인의 예의범절 조교를 대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호타로씨도 와카나씨가 남편분께 온순한 모습을 보인다면 어떻겠습
니까?」
「그런 꿈같은 이야기를...」
호타로는 쉽사리 믿지 않는다.
그것이 당연한 반응이겠지.
「세뇌... 라는 말은 알고 계시겠지요. 이건 원래 중국어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
군이 포로에게 공산주의 사상을 심기 위해 사용했던 기술입니다. 무엇보다, 의료·심리
학이 발달한 현재에는, 그 효과도 당시와 비교할 수준이 아닙니다.」
사키노는 글래스안의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호타로는 말없이 사키노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나는 전직 의사였습니다. 대학시절 그쪽과 관련된 연구를 여러가지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기술을 살려 개인적인 성격 개조나 조교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헤에~ 그런데, 그 성격 개조가 실패할 확률은 없습니까?」
호타로는 사키노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는지, 관심을 숨기지 않으며 질문을 해왔다.
「의료에 절대는 없습니다. 사용법이 어려운 약물도 사용하게 되니까요. 그러나, 지금까
지 백명 이상의 의뢰를 수행해왔지만, 실패한 일은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클라이언트
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습니다. 단, 여기에는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라면?」
「완벽하게 성격을 개조하기 위해서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바깥
세상과 완전하게 격리된 장소에서... 즉, 부인을 그 정도 시간동안 감금할 필요가 있다
는 겁니다. 그러나 일주일간 전혀 다른 사람들과 연락이 되지 않아도 의심스럽게 생각되
지 않는, 이것이 실로 어렵습니다. 다만, 호타로씨의 경우에는 절호의 기회가 있지요.」
「절호의 기회라면?」
「신혼 여행입니다. 해외로 여행을, 특히 남편과 함께라면, 아무도 의심스럽게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신혼 여행...」
호타로는 중얼거렸다.
「만일의 이야기입니다만, 부인이 어떤 성격이라면 좋을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으음.. 뭐 조금 더 둥글둥글한 부드러운 성격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뭐, 남자끼리의 이야기이니, 솔직해 지도록 하죠. 조금 더 본심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
읍시다. 분명히 말해서, 항상 신랑의 일을 제일로 생각해주고, 남편에게 절대 복종하며,
남존여비라는 고풍스러운 생각을 갖게 되면 좋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사키노의 말은, 마치 악마의 유혹처럼 달콤했다.
「그, 그렇군요.」
「물론, 낮에는 정숙하고 순종적인 아내라면 밤에는 더없이 음란한 창녀. 남편의 어떠한
요구라도 스스로 기뻐하며 따르고, 쾌락에 빠져 환희에 몸을 떤다. 비록 그 행위가, 세
간에서는 변태적이라고 말해지는 행위라해도.」
호타로는 분명, 흥분하고 있었다.
마음 속으로 와카나의 어떤 치태를 떠올리고 있는 것일까.
알코올의 힘도 있겠지만, 와카나에게는 털어 놓을 수 없는 음습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호타로씨의 소망을 실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나에게로의 어느정도의 보수
와 아주 조금의 협력만 있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미래입니다. 뭐, 지금 이대로의 관
계가 좋다고 생각하신다면 억지로 권해드리진 않습니다만.」
「...당분간 생각하게 해 주십시오.」
호타로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렇네요.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맞다, 이런 이야기를 졸지에 믿을 수 없는 것이 당연
하겠지요. 조금 샘플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키노는 휴대전화를 꺼내, 메모리에 등록된 번호로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아, 나다. 지금 어디있지? 아, 거기라면 택시를 타고 오면 15분 정도면 도
착하겠군. 평소의 호텔의 바에 있으니 곧바로 오도록 해. ...집에는 친구와 약속이라도
있다고 하지? 곧바로 와라, 명령이다.」
사키노는 일방적으로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잠깐 기다려야겠군요. 한잔 더 어떻습니까? 제가 내도록 하지요.」
그리고 정확하게 15분 경과했을 무렵, 한 여성이 당황한 모습으로 바에 들어 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사키노님」
카운터의 사키노에게 다가와, 그 여성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흠, 분명히 서둘러 온 것 같군. 키요미, 너는 잠시 거기에 서서, 네 불쾌한 몸을 이분
께 보이도록 해라.」
「...네.」
키요미라는 이름의 여성은, 아무런 대꾸없이 사키노의 말을 충실해 따르고 있다.
와카나 정도는 아니지만, 흔히 볼수 없는 예쁜 여자다.
와카나가 마성적인 매력을 품고 있다면, 이쪽은 기품과 함께 아직 소녀같은 귀여움을
느낄수 있었다.
아담한 체구이지만, 얼뜻보기에도 여성스러운 굴곡을 가지고 있다.
아직 20대 안팍이 아닐까.
검은 생머리를 어깨위로 부드럽게 늘어뜨리고.
얼굴에는 천박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화장으로 나름대로 어른스러운 미를 이끌
어 내고 있다.
언뜻 보아도 몸에 익은 듯한 기품이 느껴진다.
말하자면 야마토 나데시코일까나.
(일본의 전형적인 순종적이고 착한 이상적인 미인상)
「호타로씨. 이 녀석은 칸사이에서 조금 유명한 가문의 아가씨로, 깐깐한 성품으로 유명
한 녀석이었죠. 손도 못대게 할 정도로 결벽스러운데다, 마치 귀족처럼 고고하셔서 마치
애인을 하인처럼 부려먹었다던가. 결국 저와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이녀석의 애인이,
저에게 자신의 애인의 조교를 의뢰했었죠. 머... 결국 기다리던 도중, 다른 여자가 생긴
그놈이 의뢰를 취소하고 보수도 내지 않았기 때문에, 부득이 내 소유로 했습니다만」
키요미는 부끄러운 듯이 눈을 숙이고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키요미. 네가 나에게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말해봐라.」
「...예전의 저는, 자신의 용모에 자만하여 남자들을 우습게 보아 제멋대로 행동했던 매
우 싫은 여자였습니다. 그런 저는 사키노님의 조교를 받음으로써 진정한 여성다움을 눈
뜰 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여성의 기쁨은 남성에게 복종해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지
도 받았습니다.」
키요미는 작은 목소리로, 그렇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그 얼굴에는 자신의 말에 도취된 듯한 황홀해 하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키요미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호타로씨.」
「어, 어떻게라니?」
「물론, 한마리의 암컷으로써 입니다.」
이상한 듯 웃으며, 사키노는 키요미를 암컷이라고 호칭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요미는 전혀 기분나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키요미의 반응에 안심하며, 호타로는 빤히 키요미의 얼굴을 포함한 전신을 평가
하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훌륭합니다.」
「키요미, 축하한다. 호타로씨는 너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구나.」
「감사합니다.」
다시 조용하게 키요미는 고개를 숙였다.
「어떻습니까, 호타로씨. 하룻밤, 키요미를 시험해 보시겠어요?」
「에엣?!」
갑작스런 사키노의 제안에 놀란 호타로가 외마디 괴성을 흘렸다.
「나는 별로, 제 소유의 노예를 자랑하고 싶어서 여기 호출한 것은 아닙니다. 남녀의 일
은 잠자리를 함꼐 하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죠. 무엇보다, 이녀석은 처음 말한 것처럼 제
조교의 결과를 알려드리기 위한 단순한 샘플입니다. 신경쓰실 필요는 없어요.」
사키노는 이번에는 키요미를 바라보며, 말을 계속한다.
「키요미, 너는 오늘밤 동안, 호타로씨의 상대를 해드리도록 해라. 호타로씨를 나라고
생각하고, 너 자신의 몸을 구석구석 사용해 반드시 만족시켜 드려라. 알아들었나?」
「네. 키요미는 반드시 호타로님께서 만족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봉사하겠습니다
」
키요미의 말에 머뭇거림은 없었다.
이미 요염하게 물기를 띈 눈동자로 호타로를 지그시 응시하고 있다.
미인의 이런 눈빛 앞에서는, 어떤 남자도 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이만... 천천히 즐기시길.」
그렇게 인사를 남기고, 돈계산을 끝낸 후 사키노는 출구로 향했다.
남겨진 두 명을 뒤돌아 보지도 않고 서슴없이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