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에리시아 전기 8장 < Dancing in the rain>
페이지 정보
본문
제8장 Dancing in the rain
1
아웨르슈텟트 주 시론스크.
북 사이아의 중심지 홀랜드의 남쪽에는, 아름다운 절벽의 해안선이 이어진다.
이 해안선이 깊게 들어가 만들어진 잔물결 하나 없는 조용하고 작은 후미가, 시
론스크이다. 아웨르슈텟트 주의 북단에 위치해, 전면은 바다 후면은 산 남북을
절벽이 길을 차단하는, 고립된 작은 어촌이다.
이 작은 취락 안에는 어색할 정도로 훌륭한 첨탑을 가진 교회가 있다. 이름을
고스트 드래곤(幽龍) 교회라고 한다 .
일찍이 오규스트 신위제(神威帝)에 진 칼리하바 황제 바야제트의 뇌룡이 표류
한 이후, 이것을 진혼하기 하기 위해 지어졌다. 그 이후로, 드네이르만 연안의
성지의 하나로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이 날도 현지의 신자와 몇 사람의 관광객이 여성 사제 유이리·로저스를 중심
으로 기원을 바치고 있었다. 그때 소란스러운 소리가 문밖으로부터 들려왔다.
사람들이 기원을 중단하고 돌아보자, 그 문이 밀쳐지며 몇 사람의 무장한 집단
이 난입해 왔다.
「무슨 일입니까」
유이리는 일어서서 비난하듯이 말했다.
물음에 답하듯이 침입자들은 검을 뽑았다. 동시에 비명이 흐르며, 사람들은
제단 안쪽으로 피하듯이 달려갔다.
「무슨 생각입니까! 여기는 에리스님의 집입니다. 무법은 용서되지 않습니다」
유이리가 의연히 나섰다. 선두에 선 남자가 두 걸음 정도 앞으로 나왔다.
「사제에게는 죄송하지만, 여기는 우리가 일시 점거합니다」
「당신은……본 기억이 있습니다. 피에릭크·드골이군요. 분명히 휴드라당의 리
더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 같이 고명한 분이 왜 이런 만행을」
「새로운 아웨르슈엣트를 위해서입니다」
동요 없는 강한 눈동자를 에리스상으로 향하며, 드골은 단언했다.
2
시론스크 뒤쪽의 산으로 들어가면 작은 온천 마을이 있다. 상처의 치료에 효
과가 있다고 전해져 치료를 위해서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 시냇물을 사이에 두
고 몇 채의 여관이 있는데, 그 중에서 제일 고급인 곳이 급한 경사면에 지어진
목조 5층 건물인“호텔·글로스”이다.
신은 어깨에 타월을 건 채 닦아서 빛이 나는 난간이나 아름다운 광택을 발하
는 큰 계단을 올라간 후, 오른쪽으로 돌아 똑같이 잘 닦인 복도의 가장 안쪽으
로 갔다. 머리카락은 촉촉하게 젖어 있고 몸에선 약한 김이 나고 있다. 이 온천
숙소의 명물인 대동굴 목욕탕에서 낮 목욕을 즐기고 오는 길이다. 반들반들하게
된 뺨을 적당하게 데워져 아주 기분 좋은 상태로 자기 방의 문을 열고, 화려함
을 피한 깨끗하고 검소한 구조의 거실로 들어갔다. 방은 거실을 사이에 두고 침
실이 2개 있는 구조였다. 통상 일가족이 빌리는 방이지만, 숙박객이 많을 때는
같이 묵는 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더운 물은 어땠어?」
창가의 의자에 앉아 있던 같이 묵는 상대가, 책에서 얼굴을 들며 물었다. 신
은 마음 속에서, 아직 돌아가지 않는 건가, 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어떻기는, 언제나 대로지」
무정하게 대답하며 정면의 의자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벌써 식사가 준비되
어 있었다.
「변함 없이, 재간 없는 대답이군요」
사람 좋아 보이는 명랑한 웃는 얼굴로 상대는 말했다.
신은 같은 방의 파트너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서투르다.
신은 세리아에 귀환한 후 파로장군으로 승진. 금군의 군부사령관으로 임명받
았다. 동시에 북변의 아프페르바움에서 북 사이아의 아웨르슈엣트주(54억 Cz)를
봉토로 받았다, 1주가 주어진 것이다. 1주를 지배하는 사람을 주 후라고 부른
다. 백에서 후로 작위가 올라갔다. 그야말로 영화를 누린다고 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파격적인 영달을 기뻐하는 것보다도, 사이파에서의 체험이 신의 마음을
침식하고 있었다.
――나의 판단 하나에, 많은 사람이 죽는다……
――타인의 인생을 바꾸는 일 같은 게 문제없는 것일까……
이것은 자신이 증오한 솔로몬 그 자체가 아닌가. 자신이 어느새인가 쓰러트려
야 할 괴물 그 자체가 되어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공포에 빠졌다.
――언젠가……나도 사람을 짓밟는 것일까……아니, 벌써 찬탈자가 되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사람을 접하는 것이 무서워졌다.
신은 상처를 이유로 군을 휴직하고 새로운 영지로의 이동도 가신에게 맡긴
채, 혼자 도주해 버렸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던져 버릴 용기도 없었다. 결국,
새로운 영지로 홀로 여행하기로 했다.
홀랜드에서 배로 시론스크의 후미에 도착하자, 거울과 같은 수면에 교회의 첨
탑이 마치 섬과 같이 떠오르는 풍경에 매료되어 버렸다. 그리고 숙박 장소를 찾
다 온천숙소에 겨우 도착해, 그대로 자리잡아 버렸다.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대동굴 온천이다. 전체 길이 50 m의 석회동과 같은 바
위의 터널을, 김으로 시야가 흐려진 환상적인 기분으로 안쪽까지 나아가면, 180
번의 파노라마가 퍼지는 전망 목욕탕에 겨우 도착한다. 거기서 허리까지 뜨거운
물에 잠긴 채, 시론스크의 후미를 내려다보며 휘파람을 분다. 그것을 바닷바람
이 불면서 지워 간다.
그러고 있으면, 목검을 껴안은 채 검사로서 이름을 떨치기를 꿈꾸던 소년 시
대가 선명하게 살아났다. 아스가르드를 혼자서 떠나온 이후 몇 천이나 되는 밤
을 보내 온 걸까.
――여기서 이렇게 하고 있으면, 이제 누구 하나 상처 입히지 않아도 될 지 모
른다……
신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때에 같이 묵는 것을 부탁받아 온 인간이 이 녀석이었다.
갑자기 허물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하더니 자신을 화가라고 말했다. 시론스크를
그리고 싶었다고도 말했다. 태양빛과 같이 밝은 금발에 비취빛 눈동자를 한 미
형으로, 햇빛에 잘 탄 쾌활해 보이는 피부빛을 하고 있다. 입고 있는 것은 허술
한 옷감이었지만 색의 배합 등에서 감각이 느껴졌다. 신장은 신보다 조금 작은
정도일까, 소년과 같이 상쾌한 웃는 얼굴이었다. 첫인상이 좋았기 때문에 함께
있어도 나쁜 기분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밤이 된 후 가운 모습을 보고 그것이 실수란 걸 알았다.
시선을 못박게 하는 매혹적인 부푼 곳이 가슴에 있었다.
「여자였는가?」
「신경쓰지 마, 익숙해져 있으니까」
「……그런 게 아니라, 방 바꾸도록 해」
「이제 와서 귀찮아」
「……」
너무나도 시원스런 말투. 완전히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 들어가 버렸다.
――뭐야……?
신의 당황스러움을 뒷전으로 한 채 그녀는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있다. 남자
라고 생각하게 하는 쪽이 안전하다고 말하고 여행의 만남은 소중히 하고 싶다고
도 말했다. 확실히 남자 같은 성격으로 행동 등에서는 전혀 성적 매력을 느껴지
지 않는다. 육체는 대단히 도발적이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한 놈이다. 거기다 오규스티느·딘이라 자칭했다.
이상하기 그지 없는 느낌이다.
시론스크는 우기에 들어가 있었다. 창 밖은 늘 흐리고, 단속적으로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신의 눈앞에 앉은 남장 미녀는 내리는지 내리지 않는 건지 확실치
않은 날씨에 불평하면서, 시선을 창 밖으로 향했다.
「아, 오늘도 달리고 있네」
「으응?」
「저거야, 저거」
이렇게 말하며, 창 아래의 강변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이슬비 속애서 달리기
를 반복하는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아는 사람인가?」
「그대는 관찰력도 없네~. 매일 달리고 있는데」
「그랬던가? ……아, 저기는 네로군」
신은 그 소녀의 옆에서, 참견을 하고 있는 남자에게 눈을 둔다. 네로·글로스
는 이 온천숙소의 차남으로, 이 방의 담당이기도 하다. 신은 이 네로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다.
「저 녀석은 굉장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어」
「그거 칭찬인 거야?」
「물론이다. 존경조차 하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자, 이제 달리는 것 멈추고, 식사라도 하러 가자」
「시끄러워. 연습에 방해돼」
짧은 감청색 머리카락, 보라빛 눈동자, 작은 동물을 생각하게 하는 소녀의 이
름은 안네리제·보르쟈였다. 싼 탕치 여관에서 자취하면서 허리의 치료를 하고
있었다. 아웨르슈엣트 주의 대회에서 3위를 한 적도 있는 장래 유망한 검사이
나, 요통에 골치를 썩이게 되어 성적은 부진했다.
네로는 안네리제에게 한 눈에 반했다. 그 이후로 이와 같이 달라붙어 있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마음 편하게 가자」
「나는 말야, 놀이로 검을 휘두르고 있는 무리에게는 질 수 없어. 다음의 대회
에서는 꼭 우승해서 에다의 숲에 갈 거니까. 그리고 이런 곳에서 벗어날 거야」
안네리제는 돌아보지도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짧은 달리기를 반복했다. 마지
막 부분은, 아마 말소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에다의 숲이구나.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손님 중에 거기 출신의 사람이
있었을 거야」
「에!」
안네리제는 멈춰섰다.
「정말?」
「오늘, 에다의 어떤 도장에서 편지가 왔어. 그래서 같은 방의 사람이 에다의
출신일 거라고 말했어」
「……그렇구나」
「응. 정확해, 저기서 이쪽 보고 있잖아」
그렇게 말하며 네로는 크게 손을 흔들었다. 그 시선을 쫓아 안네리제는 맞은
편의 방을 보았다.
「아!」
돌연, 남장의 수수께끼 미녀가 외쳤다.
「뭐야, 갑자기」
「이거 잊고 있었다!」
「뭐?」
신은 원통형의 통을 건네 받았다. 덧붙이자면 벌써 개봉이 끝난 상태이다.
「내용은“파문장같아”」
「――윽, 마음대로 열지 마……거짓말!」
신은 당황하며 종이를 꺼냈다. 거기에는 간결하게 북능류로부터의 파문이 적
혀 있었다.
「내가 무엇을 했다고 이렇게……아니, 했지만……」
확실히, 남능류 그것도 종가인 극성십자류 대표로 어전 검술 대회에 출장했었
다.
「그렇지만, 파문할 정도의 일이었나……일이지만 ……」
현재, 남능류 종가의 대리 사범의 지위에 있다. 남능류를 배우도록 오의서도
건네받있다.
신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래요. 언제까지나 북능류 자칭하는 것 이상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수수께끼의 남장 미녀는 신의 머리를 부비 부비 어루만졌
다.
「어쨌든 마셔. 아침까지 대작해 줄 거니까」
3
신은 거의 일과가 되어 있는 아침 산책에 나섰다. 어젯밤 과음한 탓에 조금
머리가 무겁다. 몇 번이나 젖은 지면에 발이 미끄러지면서, 언덕 위에 있는 작
은 절로 이어지는 산책길을 올라갔다. 도중 , 길의 겨드랑이의 숲으로부터, 기
성과 하늘을 자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궤도가 뿔뿔이 흩어진다. 거기다 느려……
신은 숲 안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안네리제를 보았다. 그녀도 신을 알아차
려 돌아봤다. 그 시선으로부터 도망치듯 신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신은 사원의
앞에 들어앉았다. 눈 아래에는 시론스크의 후미가 보였다. 푸른 바다와 검은 민
가의 지붕, 그리고, 흰 교회의 첨탑이 아름다웠다.
그 때, 등 뒤에서 소리가 났다.
「……당신……」
신이 돌아보니 안네리제가 서 있었다.
「……당신도 상처 치료하러 왔어?」
신은 말없이, 팔의 상처를 보였다.
「나는 허리. 만성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안네리제는 신의 옆에 서서, 눈 아래의 풍경을 보았다.
「이런 풍경 보면 즐거워?」
「비교적」
신은 다시 시선을 되돌려, 풍경을 즐기고 있으니 방해를 하지 말아 달라고 말
했다. 사실은 「나와 관련되면 다칠 거야」라고 말하려다, 그 말의 부끄러움에
얼굴을 외면한 것이다.
「으-응, 나는 보는데 질렸는데」
안네리제는 신의 옆에 앉았다.
「응, 할래?」
「응?」
신은 돌아보았다.
4
사제 유이리·로저스는 창을 통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련한 웃는 얼굴
은 천사와 같다고 신자들로부터 평판이 좋았다. 몸집이 작고 호리호리한 가녀린
신체로, 짠 것처럼 가는 손목과 발목과 꼭 껴안으면 꺾여 버릴 것 같은 가는 허
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과 대조적으로 성직자에 어울리지 않는 풍만한 가
슴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우울했다. 성스러운 관이 정쟁의 장소가 되려 하고 있었다.
「사제님, 미안합니다」
등 뒤에 드골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골님은, 무엇을 기도하고 계십니까?」
「주 후에게는 우리들의 목소리가 닿지 않았습니다. 중신인 지크바르트·폰·바
크데쉬가 막은 것입니다. 그는 제 명성을 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직접,
주 후에게 나의 목소리를 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드골은 아웨르슈엣트에서 유명한 걸물이었다. 세리아의 태학을 졸업한 후에는
제국의 관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굳이 현지로 돌아갔다. 당시 아웨르슈엣
트주의 재정은 파탄나고 있었다.
전 영주 마이센 후는 문화 예술을 장려했다. 10만 평방 킬로미터의 광대한 정
원을 만들어, 거기에 많은 예술가를 모았다. 아틀리에, 극장, 미술관 등을 차례
차례로 건설, 대규모 예술제를 연 4회 정도 개최했다. 당연하게도, 빚은 눈덩이
처럼 부풀어올랐다.
곧 마이센 후는 정책을 바꾼다. 정원을 폐쇄하고 검약령을 냈다. 그러나 문화
를 독점하는 일을 싫어해 일반 공개, 백성에게도 접하게 하고 있었기에 주 전체
적으로 문화 수준은 높아져, 금은 세공 등의 많은 특산품이 생겨났다. 한편 많
은 인물을 배출한다.
드골도 그중 하나로, 주변의 젊은이를 모아 휴드라당을 자칭한 후, 마이센 후
의 악정을 규탄하는 운동을 일으켰다. 드골의 소리는 정론이며 청렴한 이상의
세계였다. 마이센 후의 불합리는 폭로되어 급속히 구심력을 잃어갔다. 결과, 주
는 혼란에 빠지고, 고액의 빚 끝에 마이센 후는 파산해 버렸다. 그리고 책임이
물어져 신분 박탈을 명 받았다.
드골은 주의 재건책을 새롭게 주 후가 된 할발즈 가에 제출했다. 하지만 당주
인 신은 행방불명으로, 대신 중신인 지크바르트·폰·바크데쉬가 응대했다. 그
는 그것들을 전부 물리치는 한편, 휴드라당에서 누구 하나 등용하지 않았다.
이것에 드골은 불만을 품었다. 그래서 이 신위제(神威帝)의 연고가 있는 교회
에 주 후가 예배로 방문한다는 걸 듣자, 이를 기다려 직접 담판하려 하고 있었
다.
「새로운 주 후는 영지의 운영보다 군에 출사해 자신이 출세하는 것에만 흥미가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귀족이란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 정무를 싫어하는 겁
니다」
드골은 말했다.
「유감스럽지만, 지금 이 주는 병들어 있습니다. 그러니 정무에 전념하는 사람
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현지에 정통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자신이라고 말씀하시고 싶습니까?」
유이리는 서늘하게 물었다. 거기에 드골은 말이 없었지만, 강한 빛을 내뿜는
눈은 동의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할발즈 후작가에도 중신 분들이 계십시다」
「――저녀석에게는……지크바르트·폰·바크데쉬에게는 무리입니다」
「아시는 분인 겁니가?」
드골은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주 후란--」
그리고 강한 어조로 유이리의 물음을 부정하려 했다.
「본래 민을 돕는 사람입니다. 그것을 할 수 없다면, 전권을 위임한 사람을 두
고 정무를 대행시켜야 합니다. 백성은 귀족의 장난감은 아닙니다. 우리는 생명
을 걸고 우리 이상을 말씀드릴 겁니다」
드골이 그렇게 말하자, 뒤쪽의 남자가 말을 했다.
「시간이다」
그 남자는 무성한 수염에 붉게 탁해진 눈, 그리고 항상 술의 악취가 감돌고
있었다. 용모는 변했지만 어전 시합의 결승에서 신에게 진 안드레스·케이센(
제2장 참조)이었다.
5
「스스로 벗을 거니까……」
그렇게 말하며, 안네리제는 스커트 안에 손을 쑤셔넣어, 팬티를 벗어 갔다.
신은 그녀의 진심을 찾듯이, 그것을 입다문 채 보고 있었다.
「자, 시작해」
블라우스의 버튼을 모두 풀자, 그녀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위를 보고 누웠다.
신은 일순간 판단이 곤란했지만, 그대로 끌려가듯, 안네리제의 단련된 신체에
손을 뻗었다.
아래로부터 브래지어 안에 손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유방을 비비고 유두를 문
후 굴리며, 가벼운 쾌감을 그녀의 몸에게 주어 갔다.
「아……」
그녀의 빠른 고동이 긴장을 전해 온다. 그 익숙해지지 않은 반응에 신의 기분
도 높아져, 애무를 진행시켰다. 신은 입으로 유두를 머금으면서 왼손으로 빈 유
두를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동시에 오른손을 비순으로 밀어넣어 갔다. 비순에
손가락이 닿자, 안네리제는 신체를 경직시키며, 작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안돼……」
신은 오른쪽의 집게손가락과 중지 사이에 클리토리스를 끼우고는, 집거나 문
지르거나 하면서 조금씩 진동시켰다.
「으으……응……」
안네리제의 손이 신의 오른손목을 잡았다.
「괜찮아」
귓전으로 속삭이자, 그녀는 천천히 손을 떼어놓았다.
신은 그녀 위로 올라타, 오른손을 가슴으로 되돌려 양손으로 비비어 풀면서,
첨단에서 딱딱해지고 있는 유두를 혀끝으로 굴렸다.
「응……응……」
수줍음이 남은 허덕임를 들으며, 신은 복부로 혀를 기게 하면서 내려갔다.
「……아응…응……」
신은 천천히 그녀의 다리를 올리게 한 후, 습기찬 비순을 벌려 거기에 입맞춤
을 했다.
「하아아아아……」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을 가볍게 씹었다.
신은 클리토리스를 집중적으로 애무했다. 쾌감이 수줍음을 웃돌기 시작해, 안
네리제는 얼굴을 몇 번이나 옆으로 흔들며 미간에 세로주름을 만들었다. 더욱
신은 다리를 열게 한 후 햇빛을 머금어 빛나는 비순을 아래로부터 빨았다.
「아, 아, 아앙!」
무심코, 신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그래도 신은 기세가 죽지 않은 채, 혀를 강
하게 꽉 눌러 습한 계곡을 파헤치듯이 아래부터 클리토리스까지 핥으며 왕복했
다.
「으응 - 으으응!」
작은 물결이 신체를 몇 번이나 진동시켜, 안네리제는 가볍게 첫 번째 절정을
맞이했다.
신은 한 번 몸을 떼어놓고, 귀여운 허덕임를 감상했다. 그러자 그녀는 여운으
로 가슴을 격렬하게 들썩이면서 얼굴을 가려 버렸다.
신은 그 손을 잡고 등 뒤로 체중을 실었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일어나, 그대
로 신의 손에 이끌린 대로 페니스로 입을 접근해 갔다. 찰나 안네리제는 주저함
을 보였지만, 뜻을 결정한 것처럼 크게 입을 열어 머금어 버린다. 혀의 움직여
어색하다.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혀를 움직여 페니스 뒤편을 낼름낼름 자극한
다. 그리고 입을 움츠려, 얼굴을 상하로 움직였다.
신의 페니스가 충분한 강도를 채워 가자, 안네리제는 입을 떼어놓았다.
신은 벽에 기대듯이 앉았다. 그리고 스커트를 걷어 올린 그녀는 신의 하반신
에 올라타려 하고 있었다. 팬티는 왼 발목에 둥글게 말려 있다. 신은 자신의 페
니스에 손을 더해 안네리제의 질구 앞으로 움직였다. 거기에 응해 그녀도 허리
의 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그리고 목적인 물건이 정한 바의 위치에 고정된 걸 확인하자, 안네리제는 천
천히 허리를 가라앉혀 갔다.
「으응……」
첨단이 약간 묻히자, 그것만으로 안네리제는 고개를 살짝 흔들며, 눈감았다.
「아앙……」
그리고 완전하게 허리를 내려, 깊게 받아들였다. 안네리제는 크게 얼굴을 뒤
로 젖히면서, 작게 황홀감의 소리를 질렀다.
「흐응……」
안네리제는 신의 목에 손을 두르고, 자신 쪽에서 허리를 움직였다. 그리고 작
고 소극적으로 허덕이기 시작했다. 서로의 옷이 스치는 소리와 살과 살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뒤섞여 사원에 울렸다.
「아…아응…아아아아아앙…」
점차 소리에 물소리가 더해지고, 거기에 따라 안네리제의 허덕임도 빨라져 갔
다. 신은 이마에 어렴풋이 땀을 띄우는 그녀의 상기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
의 성 기술은 변변치 않다. 남성 경험도 그다지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신은
알 수 없었다.
――왜 이 아가씨는 나에게 안기는 걸까……
신의 정체를 알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방랑 검사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거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신은 냉정하게 그녀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
다.
「……가버려……」
안네리제는 혼자 축 늘어지자마자, 신의 몸에 기대었다. 신은 난폭한 숨을 쉬
는 그녀를 껴안아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털어내며, 그 감청빛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어째서……」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유를 듣는 것으로 그녀의 인생에 깊게 발을 들이는 것이, 어쩐지 무서웠다.
신은 깊게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다만 단순하게 쾌락을 추구하기로 했다. 안
네리제의 어깨를 가볍게 눌러, 뒤로 몸을 젖히게 했다. 그리고 입구에서 살짝
들어간 곳을 공격해댄다.
「으으응……흐으으응」
소위 G스폿을 적확하게 자극되어, 그녀는 그때까지 없는 쾌락에 얼굴을 비틀
었다.
「으으으으응……응 ……느껴…이거…좋아……아흐윽…」
발끝에서부터 머리의 꼭대기까지 감미로운 충격이 찌르르 질러갔다.
――이성이……빠져나가는 거 같아………
자신의 정신이 이렇게도 무르다고는 안네리제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 남자가
에다의 출신이기 때문일까. 이 남자와 몸을 섞는 일로 동경의 세계에 약간 가까
워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이제 아득히 먼 것이 되려 하고 있는 꿈의
감각일까. 안네리제는 눈감은 채 그것을 확인하듯이 몸을 맡겼다.
신은 잘 단련되어 긴장된 작은 양 엉덩이에 손을 더해, 손가락 자국이 남을
만큼 강하게 안았다. 그리고 더 깊고 강하게 삽입했다.
「으으응……응……아, 느껴버려……아, 으응……」
신은 허리를 흔들어 올렸다.
「아아아아……안돼…머리가 이상해져어어어 ……」
한층 더 다리를 크게 벌어지게 한 후, 좀 더 안쪽에 박아넣었다.
「……이거…대, 대단해……하아아아……아아아…좀 더…부탁해……좀 더…좀
더 찔러 ……」
엉클어진 두발 아래로 황홀의 표정이 가득찬 안네리제는, 음탕하게 허덕였다.
「아아아아……으응……안돼……너무 격렬해애 ……그런 ……아흐으으으응!」
신은 피스톤 운동을 가속시켜 갔다.
「가……가버려! 아흐으으으으으으으!」
자궁에 닿는 깊은 일격을 계기로, 안네리제는 절정에 뛰어 올라 버린다. 그
때, 강렬한 수축에 신도 고조로 끌려들여 갔다. 신은 마음껏 백탁한 액을 쏟아
버렸다.
6
안네리제는 강변을 걷고 있었다. 벌써 햇빛은 많이 기울고 있다.
「늦어―, 오늘은 연습하지 않는 건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
네로가 그녀의 모습을 알아차려 달려왔다.
「시끄러워, 나에게 상관 마……」
안네리제는 네로의 손을 뛰고 없애, 빨리 걸어 떠나려고 한다.
「잠깐 기다려」
네로는 그런데도 그녀를 뒤쫓았다.
「……너는 안 돼. 나는……」
안네리제는 반쯤 울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는 나와 같으니까……아무것도 변할 수 없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시끄러워, 시끄러워……」
안네리제는 네로를 뿌리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오규스티느는 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
면서 언덕 위를 올려봤다.
신은 아직 바다를 보고 있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사람과의 접촉이 괴롭다. 그럴 마음이 없어도, 권력이 타인의 인생을 파괴시
켜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외로움이 사람을 요구해 버린다.
자신의 한심한 마음이 한심하다.
신은 초원 위에 앉아 바닷바람의 향기를 느끼면서, 그런 것들을 홀로 생각하
고 있었다. 그때 희미한 발소리가 들렸다.
「상당히 한가한 것 같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났다. 신은 돌아보지 않았다.
「드물군, 여기에 오다니」
「옆에 앉아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옆에 앉는다.
「그래서?」
「그래서?」
「무슨 일이야?」
아, 라고 그녀는 끄덕였다.
「반란인 것 같아」
「으응?」
「아래로 보이는 교회에서, 휴드라당의 피에릭크·드골이라고 하는 남자가 주
후를 잡으려고 한 것 같아. 그렇지만 온 사람은 주 후의 대리라는 거 같고, 지
금쯤 아수라장이 아닐까」
――대리……? 룻트만인가?
「드골이라고 하는 남자는, 평판이 좋은 남자같아. 도리를 잘 알고 인도(仁道)
에도 깉은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어」
「그런 남자가 모반인가? 주 후는 상당히 악인인가 보군……」
「본인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럴지도」
그녀의 소리는 차갑다.
「확실히 질풍노도의 시대라고 하는 느낌이네. 시대의 흐름 앞에서는 아무도 강
자에서는 있을 수 없나 봐. 지자로 불리는 남자조차도 길을 벗어났으니.」
「아……사람 앞 일은 예견할 수 없지」
몇 년 전만 해도 그저 검으로 입신하려 생각했다. 그것이 일순간으로 전부 잃
게 되고, 또 그 강대했던 적을 웃도는 권력을 얻었다. 이후엔 또 어떤 흐름이
자신을 가져가는 것일까.
그녀는 한숨을 흘렸다.
「거친 시대라고 해서 눈을 숙이고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돼. 당신,
그 안네라던가 하는 소녀가 어째서 여기에 왔는지, 알아?」
신은 눈을 깜박였다.
「모르지요. 자신에게 반했다는 식으로 생각했다면 어리석은 거야. 그 소녀는
에다의 향기에 접하고 싶었던 것. 동경의 세계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서……」
아, 하고 신은 끄덕였다.
「나에게 있어 그녀의 꿈을 실현하는 일 같은 건 아무 상관없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에다에서는 통용되지 않아. 에다는 천재가 되고 싶은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야. 천재가 가는 곳이지」
「역시 당신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네. 그 소녀는 남의 힘은 바라지도 않아. 그
것조차도 간파할 수 없는 거야?」
그녀는 화살을 쏘는 듯한 시선을 향했다. 그 시선에 노출되자 신은 침묵한다.
「권력에 희롱되어 괴롭다. 고립되어 외롭다. 그러니까 벽을 만든다. 그러자 더
욱 허무함이 덮친다. 그래서 쿨한 척 해, 언제나 적을 원한다. 상처 입으면 누
군가의 위로를 원한다. 아, 물론, 일반론이야」
「……」
「이야기해보고 오면 어때. 이 거친 시대 속에서, 눈을 숙이고 있는 사람들과」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떠나갔다.
「거친 시대인가……」
신은 중얼거리면서, 교회를 내려다보았다.
7
「헤에, 아직 끝나지 않은 걸까」
「그래」
순찰을 실시하는 병사 두 명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두 명은 모두 10대 중반
정도였다.
「너 이거 끝나면 어떡할 거야?」
「위의 학교라도 갈까」
「나는 밭을 사서, 가족하고 함께 살 거다」
그 때, 두 명의 등 뒤에서 그림자가 달렸다. 그러자 두 명은 어이없이 기절했
다.
「이런 녀석을 말려들게 하다니……」
신은 내뱉듯이 말을 했다. 그리고 나무의 그늘에 두 명을 묶은 후, 갑옷을 입
었다.
교회에 진을 친 일행은 모두 창백해진 얼굴을 늘어놓고 있었다.
「에잇, 이 녀석은 신 같은 게 아니야」
안드레스는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신의 대리로 참배를 위해 방문한 프리드리
히·룻트만을 차서 쓰러트렸다.
「이렇게 되면 싸움 뿐. 여기는 바다와 산으로 지켜지는 난공불락의 토지. 패배
는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의는 우리들에게 있으니까, 백성은 우리를 지지하
고, 그것은 주 후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바크데쉬보다 나의 말이 올바르
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드골은 강력하게 말했다. 헤매면서도 휴드라당의 면면은 수긍했다. 그리고 안
드레스는 침을 토했다.
그 때, 시론스크의 후미를 봉쇄한 주 군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에릭크·드골. 나다. 태학의 동기로서 말한다. 이런 속이 훤히 보이는 짓은
이제 멈춰라. 이미 고개도 우리가 제압했다. 도망갈 곳은 없다」
「입다물어!」
드골은 발코니에 나와 외쳤다.
「우리는 의(義)에 의해 봉기했다. 백성의 심정, 땅의 조건, 하늘의 이치를 우
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주를 위해 이루어야 할 일도, 가장 잘 아는 건
우리다」
「알고 있다고 해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드골, 너는 역
적이 되었다」
「――역적……바보같은. 나는 정의를 나타내고 있다. 너야말로 주 후에 아첨
해, 나를 배제하려고 하고 있는 역신이 아닌가」
「배제 따윈 하고 있지 않다. 너의 건의서는 보았다. 저것은 현실의 정책은 아
니다. 「세금이 높다, 그러니까 내려라」 「길이 없다면 만들면 된다」 등 이상
론을 늘어놓으며 정치를 비판하고 있을 뿐이다. 너는 정치가가 아니라, 평론가
다. 고로 나는 너를 채용하지 않았다. 너는 재야에 있는 사람이다」
「까불지 마. 너의 학생시절의 성적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나의 발밑에도 미치
지 않던 네가, 나를 내려다보듯이 말하지 마!」
「우리는 이미 학생은 아니다」
「너는 내가 무서운 거다. 내가 이 주를 능숙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에. 그러니
까 나를 미워하고 있다」
「나는 할발즈 후작가를 책임지고 있다. 인사를 사물화할 할 일은 없다. 각각의
입장이 있다. 언제까지 달콤한 일을 말할 건가!」
「단 것은 네놈이다. 네놈 따위가 한 주를 움직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실적을 보여라. 너는 종이 위에서밖에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나
는 아프페르바움의 개혁에 성공했다」
「촌놈이! 나는 마이센 후의 실정을 훈계도 했다」
「그러니까 입 뿐이라고 하는 거다. 이 현상을 봐라. 주를 황폐화 시켰을 뿐이
잖은가!」
「……어린애 싸움이다」
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듣는 걸 견딜 수 없다. 신은 천천히 드골의 등
뒤에 가까워졌다.
그 때,
「후!」
하고 룻트만이 외쳤다.
「뭐?」
드골이 돌아보는 순간 안드레스가 뛰어들어 왔다.
「신, 네놈을 죽일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죽어라!」
안드레스는 검을 뽑아, 덤벼들었다. 신은 가볍게 스텝을 밟아 그것을 피했다.
――거칠어져 있다……
어전 시합 때와 같이, 정확 무비한 검 다루기는 없다. 신은 검 손잡이에 손을
댔다.
「네놈 때문에 나의 인생은 엉망이다. 죽음으로 사과해라!」
「한심한 녀석」
「뭐라고!」
「그것이 검성이라고 불린 남자의 말인가」
신은 웃었다. 거친 시대 속에서 눈을 숙이고 있다, 라고 한 오규스티느의 말
을 생각해 내고 있었다.
――어느 놈도 이 녀석도, 확실히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너를 죽여, 그 이름을 되찾는다!」
안드레스가 검을 쳐내렸다. 그것을 신은 냉정하게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목을 정확하게 베었다.
「크윽!」
안드레스는 검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상처를 억누른 채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았다.
「너 따위를 베는 것도 쓸데없다. 한번 더 찬스를 주지. 수행하고 다시 오도
록」
신은 내뱉듯 말했다. 그리고 드골 쪽으로 날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칼끝
을 드골의 목으로 향했다.
「내가 선택해 주지. 철부지가 두 마리나 필요하지는 않으니까. 왜 그러지?」
「――어째서……!」
「나는 현장 주의야」
신은 휴드라당에게 움직이지 말라며 쏘아봤다. 그 화살 같은 시선을 받자, 누
구나 얼어붙어 갔다.
「후, 무사하십니까?」
거기에 룻트만이 달려왔다.
「너는 모가지다」
신은 얼굴도 보지 않고 말했다.
「바크데쉬에게 연락해라……」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주 군이 뛰어들어 왔다.
「이런 곳에 숨어 계셨습니까?」
바크데쉬가 탓하듯이 말했다.
「뻔하게. 알고 있었을 텐데」신은 바크데쉬에게 검을 던졌다. 「반란에 참가한
것은 전원 추방해」
그건 너무 무르다고 바크데쉬는 말하려 했다.
「나는 지금 기분이 좋다」
그렇게 말하고는, 신은 교회를 뒤로 했다.
신은 온천 마을로 향했다. 이미 햇빛은 떨어져 있다. 강가의 길에 오규스티느
가 있었다.
「벌써 끝났어?」
목소리는 부드럽다.
「어떻게든」
신은 웃었다.
「그게, 뭐였더라?」
「응?」
「그러-니까, 「거친 시대 속에서, 눈을 숙이고 있다」였지. 응, 왠지 모르겠지
만, 실감할 수 있었다……같은 생각이 들어」
「그런가, 적당히 말한 건데」
뭐야, 라며 신은 웃었고, 거기에 그녀도 응했다.
「눈을 들어 보면, 우와, 비극의 주인공이 너무 많아」
시대는 어렵다--. 자신이 진실로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
니까 식견을 가진 인물이라고 하던 남자조차 길을 벗어난다.
――드골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
정의를 위해 궐기했다고 하면서, 마음 속에는 동기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 스
스로를 자조할까, 새로운 정의를 자기 안에서 찾아낼까, 하지만 그것은 드골 자
신의 문제이며, 신에게는 관계가 없는 일이다.
「흐-응, 뭔가 바뀌었어?」
「아니, 아무것도 바뀌지는 않았어. 나같은 사람이 시대의 흐름을 바꾸는
건……」
확실히 무엇도 바뀌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자신 속에서 무엇인가 하나 결심을
했다. 그것 뿐이지만, 그것만으로 세상의 색이 다르다.
「음, 뭐랄까. 내가 지금부터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얼굴을 들고 가려고
해」
「그래? 좋잖아」
그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름 사이에는 아직 달이 보인다. 은색
빛에 물방울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춤추자」
신은 그녀를 불렀다.
「음악은?」
「빗소리를 들어, 그리고 바람의 소리도, 거기에 물결의 소리도 들려 오잖아」
「호오- , 그런 말들을 할 수 있게 된거야?」
두 명은 인사를 취하고는, 손을 모았다.
「이것은, 탱고?」
「왈츠야」
신은 즐거운 듯이 웃었다.
8
다음 아침 일찍 비는 그치고, 상쾌한 맑은 하늘이 되었다. 신은 교회 앞의 계
단에 앉아 있다. 그 주위에서, 주 도로의 귀환 작업으로 어수선하게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신은 그런 가운데 한 권의 책을 꺼냈다. 남능류의 오의서이다. 표지를 연 순
간, 신은 뜻밖의 표정을 지었다. 백지이다. 다음 페이지도, 그 다음 페이지에도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았다.
「글자가 숨어있는 종이인가?」
신은 태양에 비춰 보거나 물로 위를 문지르거나 해 봤다. 하지만 아무 변화도
없다. 그리고 훨훨 넘겨 나가니, 마지막 페이지에 겨우 문자가 있었다.
「남능극성십자류에 자세는 없다」
무심코, 책을 떨어뜨려 버렸다.
「먹지 못할 영감탱이다」
그리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 때, 시야의 구석에 몸집 작은 다리가 들어왔다. 보니 안네리제가 서 있었
다. 배낭을 맨 여행 준비의 모습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가?」
「예, 이제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끝났기 때문에」
그녀는 티 없이 웃었다. 그것은 신에게는 뜻밖의 것이었다.
「어제, 구경꾼에 섞여서 보았어요. 보았다고 해도 안보였지만」
신은 고개를 갸웃 했다.
「어쩐지 에다의 실력을 알았다 같은 생각이 들어요. 당신들 자각하고 있어
요?」
괴물이라고, 라고 그녀는 함박지게 웃었다.
「그러면, 이제 갈게요」
「자, 잠깐, 너. 팔꿈치 관절 같은 게 부드러우니까, 활이 맞는 게 아닐까」
「그렇구나. 참고해 볼게요」
안네리제는 손을 흔들며 발을 돌렸다.
거기에, 룻트만이 달려왔다.
「출항 준비가 되었습니다. 주 도까지 소관이 호위할 테니 안심을」
「너는 모가지다」
무릎을 꿇은 룻트만의 머리 위에서, 깨끗이 말을 남기고 걷기 시작했다. 그것
을 눈물 어린 눈으로 룻트만은 좆았다.
「우기도 끝났군」
올려본 하늘은, 가득 창공이 펼쳐지고 있었다.
9
알테부르크. 구 알티가르드 왕국의 수도이며, 현재는 딘 사천왕가의 하나인
에스트 딘 왕가의 왕도이다. 호수에 접한 왕궁은 에리시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궁전이란 믈을 듣고 있다.
그 왕궁의 안쪽에서 네 사람이 식탁을 둘러싸고 있었다.
「세리아는 어떠했습니까?」
「변함 없더구나」
사람 좋아 보이는 명랑한 웃는 얼굴로 물은 사람이 왕태자 페르디난트 5세.
그리고, 한숨 섞임 대답을 한 사람이 왕 페르디난트 4세. 풍채가 좋은 큰 남자
이다.
「어머나, 나는 즐길 수 있었어요. 그 거리는 젊은 아이들의 활기가 좋아」
왕태자보다 한층 상쾌하게 미소지은 사람이, 왕비 롤러이다. 왕과 왕비는 세
리아로부터 귀국한 바로 직후이다.
「그래서 전선에서는 움직임이 없었던 건가?」
「그렇습니다. 저쪽 치들도 가놈으로 한계일 것입니다. 가놈 전선은 고전하고
있는 것 같군요」
왕의 물음에 왕태자가 대답했다. 왕태자는 비룬탈 전선의 시찰로부터 돌아온
바로 직후이다.
「그래서 너는 어디를 말해줄 거니?」
「실례예요. 전 확실히 집 지키고 있었어요」
왕태자가 물은 상대는 왕녀 마르가레타이다.
「정말이지?」
「문제없을 겁니다」
부친이 다짐하자, 오빠는 무정하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엄하게 책하지 말아요. 그렇지, 할아범」
왕녀는 시치미 뗀 표정인 채 뜯은 빵을 입으로 옮겼다. 등 뒤에 있는 노인이,
마루에 시선을 떨어뜨린 채 결코 자신의 주인들의 얼굴을 보지 않고 끄덕였다.
「……불쌍하게」
오빠는 깊은 한숨을 떨어트렸다.
「잠깐, 분명하게 보세요. 할아범은 끄덕이고 있잖아요」
「……이 딸은 언제가 되면,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모친은 한탄하며 손수건을 눈매로 가져갔다.
「그·러·니·까!」
「애야, 목에 분장 가루가 묻어 있구나」
부친이 가리키자 딸은 당황하며 손을 목으로 뻗었다.
「거짓말이다」
「……정말, 왕이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 나라가 어디 있어요」
딸은 입을 비쭉 내밀었다.
「그래서, 어디까지 갔니?」
오빠는 재차 물었다.
「아웨르슈텟트주 시론스크의 고스트 드래곤 교회를 관광했어요. 신위제(神威
帝)의 자손으로서 한 번은 봐 두는 게 의무니까」
완전히 정색하고 말했다.
「그런가. 그리고 감상은?」
「그-게」
부친의 물음에, 딸은 턱에 손을 대고 생각했다.
「재미있어질 거 같은 것은 있었지만, 아직도 이 나를 만족시키기에는 멀었어
요. 좀 더 모습을 봤으면 해요」
「어 잠깐. 그거 남자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오빠는 눈을 크게 열었다.
그것을 부친은 웃어 넘겼다.
「네가 제일 신위제(神威帝)의 피가 진한 것 같구나」
「실례예요, 전 그런 호색한이 아니거든요」
「이게!」
동시에 모친과 오빠가 쏘아봤다. 거기에 딸은 혀를 내밀었다. 부친은 호쾌하
게 웃었다.
계속
--------------------------------------------------------------------------
------
신등장 캐릭터
이름
국 신분
처지·신체적 특징
성
안네리제·보르쟈
사리스 일반인
짧은 감청의 머리카락, 보라빛 눈동자.
에다의 숲을 목표로 하는 소녀. 그러나 지방의 좋은 레벨로, 에다의 숲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152B72W55H78 여
유이리·로저스
사리스 사제
천사와 같이 가련한 아름다움. 쇼트 헤어로 윤기 있는 흑발
몸집이 작고 호리호리한 가녀린 신체. 그것과 대조적으로 연령에 어울리지 않는
풍만한 가슴. 꼭 껴안으면 꺾여 버릴 것 같은 가는 허리.
148□B90W58H83 여
오규스티느·딘(에스트 딘 왕녀 마르가레타)
사리스 왕녀
태양빛과 같이 밝은 금발에 비취빛 눈동자를 한 미녀.
소년을 생각나게 하는 늠름한 얼굴 생김새.
방랑의 여행을 하는 화가라고 말한다.
167-95-60-87 여
피에릭크·드골
사리스 지식인
아웨르슈엣트에 울린 걸물.
휴드라당을 자칭해, 마이센 후의 악정을 규탄하는 운동을 일으킨다.
많은 지식인의 지지를 얻어, 마이센후를 신분 박탈로 몰아넣어 간다.
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