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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에리시아 전기 7장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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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80 회 작성일 23-12-27 19: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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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도에서 오른쪽의 파란 화살표가 6장에서 신의 진격 방향입니다.


 


 


 


 


 


 


 


 


 


 


제7장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


「전진! 전진!」
 지휘관이 외치자, 다수의 군사가 나무들의 그늘에서 뛰쳐나갔다. 그들에게는
이미 몸을 숨길 장애물은 없다. 죽음과 삶의 사이를 다만  자신의 행운을 믿고
달려나간다. 목적지는 단 하나, 언덕 위에 쌓아올려진  사리스 제국군의 방루.
흙 푸대를 쌓아올렸을 뿐인  간단한 것이지만, 그런데도  비룬탈병에게 있어서
는, 죽음의 벽과 같다다.
 어제 밤까지 이 주변은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다. 방루도 호도  없고 약한 방
비밖에 갖취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하룻밤이 지나자 방루로부터의 사격에 방해
가 되는 나무들은 베어져 있고, 벌거숭이가 된 대지에는 옆으로의 움직임을 제
한하는 세로굴까지, 새겨져 있었다.
 비룬탈군에 동요가 흘렀다.
 경사지를 뛰어오르는 병사는, 차례  차례로 화살을 맞아 쓰러졌다.  한 번의
돌격으로 한 면이 비룬탈병의 시체로 가득 채워졌다.
 황혼을 기다리지 않고 비룬탈군은 후퇴를 개시했다. 공격은  실패에 끝난 것
이다.
 그리고 3일 후,  비룬탈군은 다른 능선으로부터 쳐올라간다. 하지만 또다시,
사리스군은 그 지역의 방어력을 강화해 맞서 싸웠다.
「오리하르콘 실드를 늘어놓아라」
 비룬탈군 사령관 카스파·아우트슈타인 소장이 외쳤다. 빛나는  최강의 방패
가 살풍경한 경사면에 한 줄 선을 그었다. 그 빛의 라인이 조금씩 치솟으며 사
리스군에게 다가섰다. 당연히 사리스군의  마시나 화살이 거기에  쏟아지지만,
상처 하나 만들지 못하고 튕겨나왔다. 역시, 오리하르콘 기술은 비룬탈군이 우
수했다. 사리스군에는 검 이외의 오리하르콘 기술은 없었다.
 벌써 반 정도 올라왔을까, 사리스군의 화살이 딱  멈추었다. 단념했는가, 라
고 비룬탈군 간부가 생각한 순간, 통나무와 큰 돌이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허
무하게 고가의 방위 라인을 무너뜨렸다.
 결과적으로 거의 동수의 사상자를 냈고, 비룬탈군은 공격을 단념했다.
 카스파는 어금니를 씹으며  팔짱을 낀 채 언덕을 보았다. 어느샌가  그의 손
가락이 옷을 찢어, 팔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그 밤의 회의는 심각했다.
――내통자가 있다……
 카스파는 생각했다. 아니, 이  장소에 있는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말할 수가  없다. 여기는 본국에서 아득히  멀어진 땅.
함부로 떠들면서 병사들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무서워질
뿐이다. 거기다 자신의 곁에 있는 인물이 그 배반자일지도  모른다. 음습한 공
기만이 감돌고 있었다.
――내통자를 이용해……적을 유인해 낼 수 있으면……
 카스파는 홀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시선이 디트린데 위에서 멈추었다. 신과
의 일대일 대결 뒤, 크리슈나의 열심인 치료를 받아 디트린데는 무사히 회복했
다. 마음이 놓였던 것도 순간, 복귀 후 신과의 재전을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이제 두 번 다시 위험에 가까이 가게 하지 않는다.  카스파는 딱딱하게 결의하
고 있었다.
 그 다음날, 비룬탈군은 야습을  받았다. 사리스군은 소수로  잠입해, 헤매는
일 없이 식품 창고와 무기고에 불을 질렀다.
 카스파는 소화의 작업을 서두르게 하면서 신음소리를 냈다.
「서두르지 않으면……」


 


 2


 디트린데가 오토에 도착한 것은 거기서 5일 후였다. 전선을  떠나는 일에 저
항감은 있었지만, 카스파에게 보급의 소중함을 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 보급을
받은 후에 결전한다, 라는 말을 믿고 오토로 향했다.
 오토는 웨델 산맥의 산기슭에 있다. 웨델 산맥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의스토
리 강이 평원으로 흘러드는 곳에 만들어진 도시로, 산과 평원과의 교류 거점으
로서 번창해 왔다.
「이 물자를 미끼로 해서, 제9 사단을 이끌어낼 생각이오?」
 오토 후 바실리가 말했다. 바실리는 영리한 인상을 주는 30대 후반의 남자이
다. 쭉 뻗은 장신으로, 단정한 얼굴 생김새와 상쾌한  웃는 얼굴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안게 했다. 웅변이나 행동력도 좋은 소장파 군주로서 널리 이름이 알려
져 있다.
――이 남자는 이쪽의 내부 사정을 알고 있다. 역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대
다……
 디트린데는 긴장했다. 정보가 없었다면 아마 첫인상으로 인해 바실리를 신사
로서 인식했을 것이다. 그는 뒤편으론 권모술수의 숙련자라고 한다.
「오토 후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디트린데는 예를 표했다. 두  명은 오토의 교외, 바실리의  군사거점인 성에
있었다. 그 성의 한 방, 창가의  테이블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으니,  눈 아래
성내의 좁은 안뜰에서 짐수레가 다수 나아가고 있었다.
「어쩌다 지기라도 하면, 이쪽도 곤란하니까」
 슬며시 웃었다.
「반드시 이깁니다」
 딱딱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그게  바라는 바이다, 라며 바실리는  차를 권했
다.
「그러나, 무리하게 이길 필요는 없소. 당신의 역할은 지지 않는 것이니까」
 바실리는 차를 훌쩍거리면서 말했다. 그 말에 디트린데는  불쾌한 표정을 지
었다.
「아가씨는 생각에 곧바로 얼굴에 나오는 거 같소이다」
 바실리는 또 웃었다.
「우리는 이깁니다. 그것을 위해 웨델을 넘어 여기에 있으니까」
 디트린데는 꼿꼿하게 바실리를 응시하며, 강하게 말했다.
「승산은? 어떻게 사이파에서 승리한다 해도, 내년 봄에는 새롭게  대군이 밀
어닥쳐 올터인데」
 그것을 비웃듯이 바실리가 답했다.
「그것도 부숩니다」
「아가씨는 혈기 왕성하군요. 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거요, 본심은」
「저는 군인입니다. 승리를 왕에게 바칠 뿐」
 훌륭하오, 라며 웃고는 바실리는 차를 다 마셨다. 여유  있는 바실리의 태도
에 디트린데가 분을 삭혔다.
「그러면 질문이오만, 오토 후는 왜 우리에게 협력하는 겁니까」
 협력하고 있는 것은 그 쪽이지만 뭐 좋다, 라고 서론을  두고 바실리는 대답
했다.
「내가 이기기 때문이오」
 디트린데는 코웃음을 쳤다.
「가놈인은 현실주의자라고 듣고 있었지만……」
「그렇소 우리는 현실주의자요. 그것은 이념이나 이상으로는 극한의 겨울을 넘
길 수가 없기 때문이지.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오.  뭔가 하나가 부족하기만
해도, 눈이 모든 것을 무로 돌려주니까」
 전혀 동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바실리는 말한다.
――이 남자의 자신감은 어딘가에서 오고 있지……?
 디트린데는 이상하게 여겼다. 그것도 얼굴에 나와 버린 것 같다.
「아무리 르텔가의 아가씨라 해도,  아무것도 듣지 않는 것  같소이다. 소장도
차갑군요」
「앙금……아니 아우트슈타인 소장이 뭐 말입니까?」
 이것이 바실리의 상투수단일 것이라고 머리로 이해하지만,  카스파에 대해서
가족 의식 아니 상위자 의식이 있던 디트린데의 마음을 자극했다.
「호오―, 정말로 예의 물건을 모르는 거 같군요」
 바실리의 웃는 얼굴이 사라졌다. 그리고, 턱에 손을 대며  무언가를 찾는 듯
한 눈초리로 디트린데를 바라보았다.
「알고 싶지는 않소이까? 왜 우리가 사리스 제국과 싸우기로 결정했는지?」
 비장의 카드가 있다, 라고 그는 말한다. 호언 장담이라고  무시하는 일을 디
트린데는 할 수 없었다.
 두 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안쪽으로 향했다. 바실리는  작은 방에
들어갔다. 그곳은 창도 없이 단순한 돌벽에 둘러싸인 공간이었다.
「이것을」
 바실리는 룬이 새겨진 반지를 건네주었다. 그 자신도 그것을  끼고 있다. 디
트린데가 그것을 끼자 그는 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
 무심코 디트린데는 놀라움에 소리를 높였다. 바실리가 벽을 빠져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손가락에 끼운 반지로 시선을 돌리다가  당황하면서 그의 뒤
를 쫓았다.
 벽의 저쪽 편에는 칠흑의 수직 갱도가 있고, 그것을 감듯이  나선 계단이 있
었다. 벽에 파묻힌 양초의 빛만을 의지해 두 명은 내려갔다.
 간신히 바닥에 도착하자., 풍경은 일변했다.
 바닥에는 꽤 넓은 공간이 있었다.  그것을 빛의 정령을 사용해  지상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일순간 디트린데는 눈부심에 눈을 찡그렸지만 잠시 후 눈을 열었
다.
「……이것은!」
 중앙에 검은 늪이 있었다. 그 주위로, 거대한 동물의  골격이 복원되어 있었
다. 그 때 검은 늪으로부터, 도르래를 사용해 무엇인가가 올라오고 있었다.
「“적호”를 아시는가?」
「분명히 라그나로크 이전의 생물이었다고……」
「그렇소, 라그나코크로 멸종한 최강의 환수요. 사자를 닮았다고  생각되기 십
상이지만 완전히 다르오. 칼과 같은 긴 송곳니를 가지고,  손발이 짧기 때문에
달리는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지만, 흙의 속성을  가지기에 중력을 감소시켜
공중을 경쾌하게 도약하지. 달리는 역할로부터 개방되어 공격에 특화된 팔뚝은
솟아오른 큰손과 손톱을 가지오. 사냥감을 강한 힘으로 짓누른 후 길고 날카로
운 송곳니로 한번에 찌른다. 확실히 최강의 사냥꾼이오」
 약간 흥분한 기색으로 바실리는 말했다.
 디트린데는 지금 올라온 것이 적호의 화석이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주위에
복원된 것도 이런 식으로 늪에서 건져낸 것이다, 라고 추측했다.
「이 늪은 타르요. 고로 유해가 완전하게 남았지. 우리는  이것을 찾아내 복원
했소」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디트린데는 목을 기울였다.
「흐음……」
「박물관을 만들 생각이 아니오」
 그런 물건에 큰돈을 투입할 리가 없다, 라고 바실리는 웃었다.
「아가씨, 아니, 대위는 세리아에서 일어난“솔로몬의 변”을 아시오?」
「물론」
「그럼, 거인의 뼈와 용의 뼈를 미스릴로 감싼 괴물도 들었을 거요」
「……설마……그렇다면!」
「그렇소. 내년 여름에는, 미스릴을 감싼 적호 무리가 북쪽의 대지에서 날뛰게
될 거외다」
 바실리는 당돌하게 웃었다.
「보시오, Crrr-02“적호”요」



「재밌군!」
 신은 암호문을 해독한 후, 웃으며 무릎을 두드렸다.
「오토 후 , 훌륭하다. 칭찬해 주지」
 그리고 허무의 공간에 박수를 보냈다. 그곳은 고성의 일각,  두껍고 꾸밈 없
는 석벽에 검게 그을린 천장과  마루가 살벌한 전장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방.
거기에 부조화스러울 정도로 하얀 시트에 싸인 침대가 있었다. 신은 그 침대에
서 하반신만 베이지 빛 모포로 덮고 잇었다. 그 모포  위에 암호문과 난수표를
널어놓고 대조하면서 해독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상황 알고 있는 거에요?」
 다가붙는 아이라가 불만스럽게 보고 있었다.
「이제 곧 끝나」
 신은 아이라의 얼굴을 살짝 보면서,  어깨를 손으로 감싸며 뺨에  키스를 했
다.
「백지를 보며 뭘 중얼거리고 있는 거죠?」
 마력이 없는 아이라는 암호문을 읽을 수 없다. 암호문은 어둠의 마력으로 쓰
여져 있다.
「그“미스릴·키메라”하고 싸우게 될 것 같아」
 미스릴의 인공 생물을, 사리스 제국에서는 미스릴·키메라라고  부르게 되었
다. 비몽사몽이었던 아이라는, 확 일어났다.
「농담이죠」
「오토 후는, 티어매트를 쓰러트린 나로 실전 테스트를 하고 싶은 것 같아」
 신은 불을 밝히며 이야기했다. 아이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오토 후가 미스릴·키메라를 가지고 있는 건가요?」
「나도 가지고 있어. 드워프한테서 미스릴을 살 수 있다면,  만드는 일은 가능
해」
「거짓말」
 신은 손을 뻗어 침대 아래로부터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짠, 이라며
즐거운 듯이 열었다.
「뭐죠 이게?」
「보고 모르겠어, 케르베로스다」
 신은 침대 위에 두면서 걸으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케르베로스는, 세 걸음만
걸은 후 오른쪽으로 넘어져 버렸다. 아이라는 침대에  쓰러지면서 양다리를 파
닥 파닥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좌우 얼굴의 크기가 완전히 다르잖아요」
 신의 뺨이 부풀어올랐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은 정말로 어려워」
「오토 후가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느낌?」
 아이라는 웃으면서 물었다. 거기에  신은 눈썹을 실룩실룩  거리면서 대답한
다.
「조금 더 발전했을 거 같아. 하지만, RD시리즈 정도의 성능은 없겟지. 레이는
천재였으니까. 하여간, 그것을 확인하고 싶을 거야」
 신은 말하면서, 케르베로스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좌우의 머리 크기를 손가
락으로 측정하면서, 이상한데, 라고 목을 기울였다.
「지독한 것을 생각했군. 하지만 이쪽에도 비장의 카드가 있다.  초조해 할 일
은 없어」
「포획할 수 있다면, 사리스 십자 훈장은 확실하겠죠」
 아이라는 신의 목에 달라붙는다.
「그런 것에 흥미는 없어. 그것보다 삼각형의 일각을 갖고 싶어」
 신은 고개를 갸웃하는 아이라의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오토 후는 적호를 발굴했을 뿐, 비룬탈은 드워프로부터 미스릴을 구입, 그리
고 누군가가 제조 기술을 강매하고  있지. 내가 흥미 있는 것은  거기야. 전부
그대로 내가 가진다」
 신은 웃으며 아이라의 손을 풀고 일어섰ㄷ. 그리고 암호문을 모두 난로에 던
져 태웠다.
「무엇이 다행인지는 알제 못하겠지만」
 난로의 붉은 불길이 비친 신의 얼굴이, 얇게 웃었다.
「무엇인가 말했어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아이라 위에 뛰어 올라탔다.  꺄, 하고 귀엽게 운  아이라를 강하게
껴안았다.
「내일은 결전이야」
「그러니까 말했죠. 내가 지켜 준다 라고」
 두 명은 격렬하게 입술을 겹쳤다.


 


 3


 새벽, 사이파강 주변은 깊은 안개에 싸였다.
「우리는 물자가 부족하다. 고로 보급을 기다리고 있다. 사리스도 그것을 알고
있다. 고로 우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카스파는 말했다.
「오늘이 결전의 순간이다」
 카스파는 안개 속에서 군세를 움직였다. 누구에게도 상담하는  일 없이 카스
파는 결단했다.


 고성의 안뜰에, 완전무장한 병사들이 줄서 있었다.
「결전이다」
 신은 외쳤다.
「야습의 성공에 의해 적의 물자는 바닥났다. 오토로부터  긴급 보급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아직 짐은 도착하지 않았다. 앞의 공격 실패와  합해 적은 안절부
절 못하고 있다. 아니 우리의 공격을 무서워하고 있다」
 천천히 전체를 바라봤다.
「신위제(神威帝) 가라사대, 「적의 혼란은 공격의 호기」. 우리  선조의 말에
따라, 나에게 이어졌다. 지금이야말로로 오규스트 신위제(神威帝)의 무용을 재
현할 때다!」
「우오오!」
 병사들은 소리의 지르며 신을 연호하고 오규스트를 연호했다. 그것을 손으로
억제한 후 구체적인 명령을 내렸다.
「루크·보란쥬 대령은 휘하의 기병 연대를 인솔해, 사이파 강 북쪽 기슭을 서
진해, 마크갸반 사단의 원군과 합류 후, 강을 건너라. 아우트슈타인의 등 뒤를
덮쳐, 적 본대와 분단한다」
「예!」
「본대는 나와 함께, 언덕을 내려가 적을 소탕한다」
「!」
 소위, 협격으로 하자고 한다.
 아침 안개 속, 양군의 의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날이 샜다. 보란쥬 대령은 원군을 얻어, 대략 2500의  기병으로 얕은 여울을
건너려고 했다.
「서둘러라, 승리는 눈앞이다」
 보란쥬는 군사를 질타 격려했다. 그리고 약 반수가 건너  끝냈을 때, 그것은
일어났다.
「뭐, 뭐냐!」
 희미해져 가는 안개 속에서, 대기를 찢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거기에 한
순간 늦게, 부하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흐트러지지 말아라! 도하를 서둘러라!」
 보란쥬가 얼굴을 새빨갛게 해 외쳤다. 하지만 벌써 그  말은, 군사의 단말마
와 말의 울음소리에 날아가 버렸다.
 사이파 강은 사리스군 병사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완전하게 안개는 개였다. 신은 벌써 언덕을 내려가 있었다.  그 신의 아래에
서 척후가 달려 왔다. 그리고 적진은 비어있다고 고했다.
「어떻게 된 건가. 적은 사라졌다고 말하는 건가?」
 참모장인 아키즈키를 봤다.
「전장을 이동했다고 하는 거겠지요」
「어디로? 우리를 무시했는가?」
「말하기 어려운 일입니다만, 작전은 깨졌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신은 아연실색해 내내 서 있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보란쥬가 위험하다……」
 즉시 신은 도하지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때 벌써, 보란쥬 대는 궤멸 직전
이었다.


 카스파는 웃었다.
「아프페르바움 백 신·할발즈=딘은, 잔꾀를 지나치게 좋아한다.  이번에도 반
드시 잔재주를  쓴다」
 만약, 예상이 빗나가면, 이란 물음에 대해서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면 이
쪽이 도하해, 적의 거점을 덮치면 좋다. 또 적이 직진해 우리들의 본진을 찌른
다면 등 뒤로 기습하는 일도 할 수 있다.
 카스파는 보란쥬의 기병 연대를, 학익진으로 공격했다. 도하  도중에 공격받
아, 보란쥬는 심대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카스파의 여유도 보란쥬의  끈기와 신의 뜻밖의 진군  속도에 사라졌
다.
「후방에 적 그림자 확인」
 카스파는 신음소리를 냈다.
「좀 더 두드려 두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보란쥬의 포위를 풀고, 견제를 위한 부대를 남기고는 신을 향해 다시
포진했다.
「적은 기병을 잃었다. 보병만으로 무엇이 가능하겠는가. 승리는  우리에게 있
다 」
 카스파는 외쳤다. 그리고 진군을 서둘러, 가늘게 뻗은 신  본대의 첨단에 화
살을 퍼부었다. 신도 곧바로 부대를 옆으로 퍼트리며,  화살로 응전했다. 하지
만 양군 모두 화살은 적다. 곧바로 백병전으로 이어져 갔다.


「어떻게 해서든지, 보란쥬와 연락을 해라. 도하를 감행시킨다」
 그러면, 협공은 완성된다. 신은 전령에게 명했다.


「지금이다, 기병으로 측면을 치게 해라」
 카스파는 승리를 위한 마지막 포석을 깔았다.


「좌익으로부터, 적의 기병이 옵니다!」
 참모장 아키즈키가 절망과도 닮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니까다. 서로 공격한다. 밀려오기 전에, 적장을 죽인다!」
 신은 충혈된 눈으로 외치면서, 애마 지르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활로는 직진에 있다. 생명을 아끼지 말고, 이름이야말로 아껴라!」
 진부하다고 신은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가장 자신에게  적합한 말이라고 생
각했다.


 그 때, 보란쥬는 반쯤 허물어진 부대를 어떻게든 도하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리고 카스파의 등 뒤에 달라붙었다.


 거기에는, 앞도, 뒤도, 그리고 좌우마저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  두 가지 색
이 서로 반발하면서, 결코 용해되는 일 없이, 서로 섞여  갔다. 그런 덩어리가
죽음의 냄새에 침전되면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돌연 신의 시야에 또렷한 섬광이  번쩍였다. 왼쪽 옆에서 따르고  있던 군사
가, 어느새인가 신의 앞에 나서서 화살을 그 몸에 받았다.  면식 있던 얼굴이,
고통에 비틀리면서 무너져갔다. 다음엔 오른쪽 병사가 같은 행위에 이르렀다.
「살아남으십시오―!!」
 그 군사의 최후의 말이, 신의 지성을 빼앗았다.
「기죽지 마라―!앞으로!」
 공포를 뿌리치는 것 같이 외치자, 신을 목표로 해 차례  차례로 새로운 공격
들이 왔다. 검의 잔상이 요동할 때에, 신은 생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흔들렸다.
이 순간 죽었는지, 다음 순간 살아있는지, 이미 아무도 모른다. 다만 다가서는
그림자에 칼을 계속 뻗었다.
「헉, 헉, 헉……」
 신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다만, 아이 무렵부터  빠뜨리지 않고 반
복해 온 북능류의 기본 동작을 반복하며, 비스듬히 내리베었다. 일찍이 에다의
4검사란 칭호를 듣던 기교적인 검 기술은, 거기에 없었다.
 그 때, 신의 어깨를 누군가를 잡았다. 신은 주저하지 않고 돌아보며, 잘라버
리려 했다.
「접니다」
 익숙한 목소리와 얼굴에 신은 정신을 차려, 칼을 멈추었다.
「……아키즈키, 살아 있었는가……」
「침착하십시오」
 듣고서야 처음으로, 이상하게 호흡이 빠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당신이 강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람을 죽여 무엇하겠습
니까. 한 번 물러나 주십시오」
 신은 주위를 바라보았다. 아마 자신이 베어넘겼을 시체가  끔찍하게 널려 있
었다.
「그렇군」
 신은 솔직하게 수긍했다. 죽음이란 말이 현실로서 거기에  다가서고 있었다.
여기를 빠져나가 혼란을 수습합시다, 라고 아키즈키는 말을  이었지만, 신은
말의 의미를 잘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때가 왔다.
 신들의 서쪽, 기드, 오드 연합군의 본진에서 큰  불기둥이 일어났다. 마크갸
반, 루벤스의 파상 공격에 마침내 방위선이 괴멸된 것이다. 비룬탈군이라고 하
는 최정예를 신이 잡고 있었던 때문에 본진의 전력이 너무 얇아졌던 것이다.
 승패는 결정났다.
 이미 비룬탈군이 여기에 머무는 것은 위험하다. 고립된  채 포위 섬멸될지도
모른다. 카스파는 소리를 지르며, 오토로, 라고 계속 외쳤다.
 그리고 모자이크 모양의 일색만이, 부서지듯이 남쪽으로 빠져나갔다.


 한편, 신 사단의 병사들은 힘이 났다.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은, 폭동으로 모
습을 바꾸었다.
「놓치지 말아라. 적장을 죽여라!」
 병사들은 외치며 추격을 개시했다.  아키즈키는 깊숙히 뒤쫒는  걸 경고했지
만, 그 목소리는 폭도화한 그들에게는 닿지 않았다.
 돌연, 야수의 포효가 그들의 앞에서 울렸다. 그리고 눈앞에 디트린데를 실은
적호가 춤추듯 내려섰다.
 혈기 치솟던 병사들의 피의 온도가 단번에 식었다.  압도적인 죽음의 공포가
다시 되돌아왔다.
「단 한기로 저지하겠다는 건가」
 신은 한 번 칼집에 거둔 칼을, 다시 꽉 쥐었다.
「떨어져라, 우리는 승리했다. 쓸데없이 목숨을 잃지 말아라」
 아키즈키가 병사들에게 외쳤다. 그 옆을 스윽 신은 지나쳐 갔다.
「장군!」
 그것을 알아차려, 아키즈키의 목소리가 뒤집혔다.
「나는 요수에는 익숙해져 있다」
 신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적호는 사람의 키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서 병사들을  위협했다. 그리고 디트
린데는 신의 모습을 찾아냈다.
「죽어라! 우리의 괴로움을 깨달아라!」
「더 수치스러워지려고 왓는가!」
 디트린데는 적호의 배를 차며, 머리위로부터 덤벼들었다.
 신의 칼과 적호의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격돌했다.  그리고 송곳니가 꺾였
다. 하지만 지금까지 껶어본 적 없는 충격을 오른팔에 느꼈다.
――저려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은 신을 동요시켰다. 순간에 다음의 행동을 할 수  없었다. 그것을 디트
린데는 놓치지 않는다. 내내 서 있는 신에게, 검을 쳐내렸다. 하지만, 그 검은
직전에 멈추었다.
「앗!」
「으음!」
 동시에 두 명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를 높였다.
――왜……?
――크리슈나가 말한 안전 장치인가……?
 디트린데가 자신의 행동에 당황하는새, 신은 굳어진 몸을 풀  수 있었다. 그
리고 왼손의 팔찌를 적호에게 내밀었다.
「케르베로스!」
 신이 외치자,  팔찌로부터 소환된 작은 케르베로스가 어둠의  마력을 휘감은
채, 기분 나쁜 외침과 함께, 적호의 배를 물고 늘어졌다.
 적호는 비통한 절규를 올리며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디트린데는 그것을 어떻
게든 조종하여, 남쪽으로 향했다.
――어째서……
 그녀는 전장에서 멀어지면서, 한번 더 자문했다.


 전장에 눈이 흩날리기 시작한 것은 그 직후였다.
 신은 자신의 오른팔을 봤다. 거기는 주욱 찢어져 있었다.  스스로도 언제 베
어졌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상처는  거기만이 아니었다. 온 몸에  무수한 베인
상처가 있다. 갑자기 아픔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 왼손으로 오른
팔을 감쌌다.
 후후, 하고 신은 웃었다. 아픔이 삶의 증거 같았다.
 그리고 아픔을 견디면서, 돌아봤다. 무심코 신은 숨쉬는  것조차 잊었다. 거
기에는 엄청난 시체가, 대지를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전쟁인가……」
 신은 혼잣말을 했다. 그 때, 조용하게 교회의 종이 울었다.


 이렇게 해서 사이파의 싸움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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